[Un Prophète/예언자] directed by Jacques Audiard
2009 / 상영 약 150분 / 프랑스, 이태리

이 영화는 전작 [the Beat that My Heart Skipeed/내 심장을 건너 뛴 박동]으로 경쟁사회에서 애초부터
'예외'된 밑바닥 인생으로 시작한 한 남자가 천부적인 음악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놀라운 호흡과 연출로 보여준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으로
칸 영화제 수상작이기도 하고 전작의 강렬함으로 인해 나 역시 무척 기대했던 영화다.

영화는 죄를 지어 6년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는 19세의 주인공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감옥에서
스스로 게임의 법칙을 터득하며 아슬아슬한 처세를 해가면서 정글의 룰을 스스로 익혀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나는 감옥 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그닥 좋아하질 않는다. 공간적 한계로 프레임은 늘 폐쇄적일 수 밖에
없고 적어도 영화적 소재로 활용되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익히 들어서 알 법한 이야기들(간수와의 마찰, 간수의
비리, 패거리간의 알력다툼등)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내용을 약 2시간 동안 지켜보기란 가슴이 제법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 [예언자]는 감옥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그렸음에도 중간중간 전직 마피아의 꽤 높은
자리에 있던 보스의 명령으로 외출을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이 섞여 있어 그 폐쇄적인 상징성, 나에겐 답답한
느낌의 앵글을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아랍계인 주인공이 정글의 무수한 위협과 경쟁을 버티고 오르는 전형적인 느와르 영화의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건 국민의 주권에 대한 '예외적 적용'이 가져온 구조적 빈민이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아 출신으로 자신이 세상을 버틸 건 몸뚱아리 밖에 없는,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에서조차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주인공 말릭. 범죄에 휘말려 그가 감옥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코르시칸 마피아에게 찍혀 일을 저지르고

그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그는 조금씩 스스로 정글의 룰에 적응하고 이를 이용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보다 서열이 위라고 으스대던 일부 코르시칸 마피아들은 짐짓 감옥 내에서 위세를 부리는 듯 하지만 그래봐야
그들은 언제라도 도태되고 낙오될 수 있는 존재들이고 말릭은 이런 현실을 타인의 희생 위에 조금씩 올라선다.
당연히 그러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말릭의 두 손과 가슴엔 타인의 핏자욱이 흥건할 수 밖에 없고.

이런 내용의 영화를 보면서 경쟁에 타의로 내몰린 이들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남을 짖밟고 올라서야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우리 사회, 아니 전지구적 현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
자크 오디아르 감독 역시 충분히 이러한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감옥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암투가 사실은 주인공 말릭이 외출을 얻어 나온 현실 세계에서도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이 영화를 통해 우린 볼 수 있으니까. 오히려 감옥을 나온 그 '자유'의 공기 속에서 말릭이 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감옥 내에서의 일상보다 더욱 잔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으니까.

이러한 암시를 굳이 신경쓰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이미 '영화적으로' 충분히 재미있다.
가슴 깊이 잊혀지지 않을 영상 속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마지막 엔딩 장면은
어찌보면 해피엔딩이라지만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말릭의 인생을 예단할 수 있어 대단히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도 많으실 것 같다.
앞으로의 말릭의 인생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란 '예견'이 가능한 영화.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예언자]라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2009년에 '메가박스 유럽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바 있고, 정식 개봉은 3월 12일 경이라고 하니 못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

 

 

 

 

19세에 감옥에 들어간 말릭. 소년원으로 보내졌으나 성인이 되어 바로 교도소로.

 

 

 

 

이 낯선 환경이 두렵기만 한 말릭. 남은 건 객기뿐이지만 그 허세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살인을 부탁하고 뒤를 봐준다는 코르시칸 마피아의 중간보스. 그는 어떤 의미로든 분명히 말릭에겐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된다.

 

 

 

 

 

말릭은 죄의식에선 벗어날 수 없지만 스스로 이를 합리화해간다.

 

 

 

 

 

보스 역시 언제든 정글에선 도태될 수 있는 법.

 

 

 

 

조금씩 돈을 만지기 시작한 말릭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자본주의적 쾌락의 맛을 보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이 왜 '예언자'인지 알 수 있는 장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