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Flesh]
* 감독 : Rinse Dream(Stephen Sayadian)
* 제작년도 : 1982
* 캐스팅 : Andy Nichols, Paul McGibboney, Michelle Bauer
* 국가 : 미국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접속하면 지천에 깔린게 야동이니 요즘 세대의 분들은 일단 이 서두 잡설을 패스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같은 사람들은 성인물을 대부분 비디오로 접했거든요. 만화나 잡지 그런건 일단 예외로 합니다.
전 흔히 말하는 포르노 비디오를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봤습니다. 친구에게 빌려 받은 비디오를 부모님, 누나,
동생 다 없을 때 보고 있었는데 상당히 충격을 먹었죠. 충격을 받았다기보단 엄청난 호기심에 정신이 완전 빠져 버렸던 것 같습니다.ㅎㅎ
보던 도중 어머님이 오시길래 허겁지겁 테이프 꺼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으나 어머님은 제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낌새를 채셨는지 비디오플레이어를 만져보시더군요.-_-;;;; 열기가 있으니...
전혀 혼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분하고 짧게 몇마디 해주셨는데 무슨 말씀인지 지금 전혀 기억이 안나요.
제가 좀 스스로 창피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 민성이도 곧(정말 곧) 그런 영상물을 보게 되겠죠.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된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이 이런 음란물을 보는 걸 만류합니다.
건전한 성... 좋지요. 하지만 성의 기본은 '쾌락'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건전한 성'이란 도덕율은 분명히 프로테스턴트 윤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면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얘기는 또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 넘어갑니다. 저도 잘 알지도 못하구요.
직접적인 성애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를 '하드코어'라고 합니다.
소프트코어라고 하면 [Beyond the Valley of the Dolls]의 Russ Meyer(러스 메이어)감독을 쉽게 떠올리시겠지만
하드코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은 무조건 '포르노'를 연상하십니다. 뭐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아마도 [Deep Throat/목구멍 깊숙히]란 영화를 보신 분들 계실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1972년 개봉되어 당시의
남성 중심의 성윤리를 풍자하고 나아가선 남성 중심의 성 오르가즘을 비판하는 역할까지 했는데요. 그 간단한
줄거리라면,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전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의사와 상담했더니 클리토리스가
질이 아닌 목구멍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뒤로 오럴 섹스는 물론 다양한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성적 불만을
해소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시다시피 Deep Throat이란 말에는 '내부고발자'란 의미도 있습니다. 알란 파큘러
감독의 [All the President's Men]에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전말을 제보해주는 고발자를 일컫는 말로도 쓰죠)
당시 [Deep Throat]의 파장은 대단한 것이어서 2005년엔 이 영화의 파장과 당시 캐스팅 비화, 당시 여주인공의
현재를 담은 [Inside Deep Throat]가 개봉되기도 했죠.(국내에도 개봉됐었습니다)
아무튼... 70년대 초에 헐리웃 시스템에 영화계가 완벽하게 장악되기 전에는 사실 이런 하드코어 영화들이 제법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것도 극장가에서 말이죠.
일본의 수오 마사유키같은 감독들이 일종의 코어물인 핑크무비를 만들면서 실력을 다진 것과는 다른 개념이긴 합니다만
당시 70년대의 하드코어들은 나름의 사회적 현상을 담아내는 거울의 역할을 어느 정도 충분히 했습니다.
이것이 점차 비대해진 헐리웃 영화들에게 극장가가 완전히 잡아 먹히면서(변두리 극장까지) 아무 의미없는 남녀의
성교만 죽어라 담은 그야말로 '포르노'만 넘실대게 된 것은 사실상 80년대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그 시점은 미국의 동시상영관등이 무너져 '컬트 영화'의 신화가 무너져 내린 즈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런 암울한 시기의 끝자락인 1982년 Linse Dream (린스 드림) 감독이 내놓은 [Cafe Flesh/카페 플래쉬]란
영화는 영화의 형식적인 면에선 영락없는 하드코어지만 다시 봐도 되씹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라 이참에 다시 한 번 소개해 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예전 엔토이(entoy->후에 한게임으로 인수) 블로그 시절에는 약간의 스크린샷과 함께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곳 게시판엔 올린 적이 없더군요.
이 영화의 내용은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서 살아남은 사람 중 99%가 성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성행위가 가능한
1%는 공공장소에 마련된 무대에서 성행위를 실연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이들은 무대 위에서 실연하는 이들을 보고 그저 흥분할 뿐이죠.
그런데 그 관람객의 일부인 주인공 커플 중 여자는 사실은 성행위가 가능하지만 불능인 남친을 위해 자신도 성불능자인척 하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주체못하고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고, 남친은 쓸쓸히 그곳을 나오게 되며,
영화는 절정에 올라 무아지경이 되어버리는 그녀의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지만 이 영화는 전위적인 무대 장치와 당시로선 대단히 파격적인 미래적인 음악,
그리고 현대적 퍼포먼스를 뒤섞어 기괴한 느낌을 주기까지 합니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 영화 내에서 무대 위의 실연을 바라보는 불능자의 시선과 맞닿게 되고,
성행위의 실연을 주관하는 사회자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무대 위에 올라 끊임없이 불능자들을 비아냥거립니다.
그러니까 감독은 무대 위에서의 실연을 바라보는 불능자와 영화를 보는 이들의 관음적 시선을 싸잡아 비아냥
거리는 느낌이에요. 이게 참 보면서도 묘하고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문명비판적이고 관음적 시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 이 이상하도록 기괴한 하드코어 영화는 분명 역시나
말초신경을 극도로 자극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화를 곱씹게하는 매력 또한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될 일은 앞으로도 없겠죠.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
이 영화에서의 앵글은 대단히 독특하고 일관성있습니다.
이건 대충 만든 영화가 절대로 아니에요. 인물의 클로즈업과 카메라의 높낮이,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 군상을 잡은 프레임은 한폭의 회화같습니다.
프레임은 마주본 두 사람의 얼굴을 정적으로 잡거나 빛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인물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런건 사실 50~60년대에 거장들이 사용했던 방식이에요.
**
이 영화의 각본은 Jerry Stahl(제리 스탈)이 썼습니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해왔죠. [Bad Boys II/나쁜 녀석들 2]를 각색했고,
너무나 잘 알려진 미드인 CSI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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