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
감독 : 정기훈
러닝타임 : 110분
출연배우 : 김영애, 최강희, 배수빈

그제서야 10여년 전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영국 영화 [Withnail and I/위드네일과 나]를 봤습니다.
80년대의 우울한 영국을 관통하는 배경에 웃을 수 없는 씁쓸한 코미디를 선사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을 하며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 우울했던 80년대의 영국의 모습이 지금 한국의 모습과 중첩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네요.

[애자]는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금 창창하게 극장에 걸려있고, 예매율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영화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엉뚱녀'로 잘 알려진, 그와 동시에 제법 마니아를 거느린 최강희와 화장품 사업하느라 외도를 많이
하신 김영애씨의 앙상블이 핵심인 정통신파멜로물입니다.
사실 전 이 영화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토록 아웅다웅하던 엄마가 오래 못살거란 선고를 받고 엄마에게 헌신하는 딸의 스토리란

너무 익숙하잖아요. 온갖 TV 드라마와 영화들이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떠오르며 제게 진부함과 신파라는 단어를 들이대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 영화를 aipharos님이 무척 보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그냥 같이 보러 가게 된거죠.ㅎㅎ

결과적으론 잘 봤습니다.
전혀 지루함이 없었고, 오히려 본격적인 정통멜로가 시작되는 부분 이전까지는 아주 유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정통멜로가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aipharos님의 눈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구요.^^
이 영화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을 조금도 거스르지 않습니다.
뭐 특별한 방법으로 그런 예상할만한 스토리를 어찌 틀어보겠다는 그런 의도도 전혀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영화를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뭣보다 최강희와 김영애의 연기 앙상블은 대단합니다. 둘다 서로 으르렁대지만 사실 둘의 성격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슴은 따뜻해도 내뱉는 말은 거칠고 투박하죠. 거기에 정확한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억센 부산 사투리가
더해지니 이 둘이 얘기만 하기 시작하면 만만찮은 에너지가 스크린을 점령합니다.
이게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와 딸의 캐릭터를 온갖 에피소드로 세세하게 설명하는 초중반부 덕분에 후반부의 멜로가
더 만만찮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아마도 근래에 본 연기 앙상블 중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커플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외엔 그닥 얘기할 것이 없습니다.
반전이랄 건 더더욱 없지요.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조금도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이렇게 평균 이상의 재미를 준다는 건 이 영화가 스스로에게 무척 솔직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억지로 눈물을 쭉 빼려는 그야말로 멧돌신파는 거의 없다시피하니 저처럼 신파 싫어하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마지막 애자와 엄마의 대화는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제대로 먹히는 걸 보면
아무튼 최강희와 김영애의 연기가 얼마나 실감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실 조금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영화가 조금도 예상을 거스르지 않는 스토리를 갖고도 이토록 꿀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에는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와 탄탄한 구성 덕도 크지만, 동시에 애자와 엄마가 지닌 애매한 일종의 계급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애자는 날팅이긴 하지만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적에 탁월한 작문실력을 지녔었고, 대학 졸업 후에도 공모전에 만장일치로 선택될 정도로 재능이 있죠.

덕분에 다 낡아버린 산타모를 몰고 다닌다고 해도 추례함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김영애의 엄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놀라운 상위 1%는 아니라도 그녀의 엄마도 유기견의 안락사를 반대하는 동물병원 의사이고,

동시에 협회 부회장이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억세긴 하지만 단순무식하게 보이게 보이지 않는 일종의 좋은 장치이기도 하죠.
덕분에 이 영화는 정통적인 멜로신파의 틀을 갖곤 있어도 달동네, 단칸방, 양은냄비, 라면 라이프등은 거의 볼 수가 없어요.


**
김영애씨는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하는 분인데 화장품 사업에 그 많은 시간을 할애하신게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아무튼 우리나라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는 정말 놀랄 때가 많아요. 해외의 그 잘났다는 연기자들의 연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
최강희씨를 TV에서 전 처음 본게 아주 오래 전인데... MBC 베스트 극장에서 처음 봤었습니다.
부분부분 희미하게 기억나고,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최강희씨가 어느 남자 곁을 떠나면서 애정의 표현으로
잠자리르 하는 장면인데(-_-;;;), 그때 스커트가 아래로 내려지면서 다리가 보이는 장면이...-_-;;;

(에혀... 혀를 끌끌 차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때 아... 이 처자가 다리가 참 예쁘구나...했지요.-_-;;;;
이 영화에서 최강희는 정말 예쁘게 나옵니다. 패션도 스테레오타입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 잘 어울리구요.
중성적인 점퍼, 딱붙는 스키니진, 짧은 커트 정말 다 잘 어울립니다.
최강희씨 팬이라면 무조건 보는게 맞아요.


****
최강희씨는 부산 사투리를 개그우먼 '김숙'씨에게 배웠답니다.ㅎㅎㅎㅎ
몰랐는데 김숙씨와 최강희씨는 절친이라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