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umdog Millionaire/슬럼독 밀리오네어] directed by Danny Boyle
2008 / 약 120분 / 미국, 인도, 영국

2008년에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 중 한 편이고, 이래저래 기복은 있었지만 그래도 Danny Boyle(데니 보일)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며, 최근엔 또 골든글로브 4개 주요상을 휩쓸었죠.
Vikas Swarup의 베스트셀러 'Q & A'를 각색한 것으로 IMDB의 User Rating이 무려 8.7점입니다. -_-;;;
그리고 인도 최고의 인생역전의 기회인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단계를 앞둔 주인공 자말 말릭 역에는
여러분들도 많이 좋아하셨을 영국의 드라마인 'Skins'에 나온 이슬람교도인 Dev Patel이 열연했습니다.

빈민가(Slumdog) 중의 빈민가에서 자라나 형과 또 비극적인 사고 뒤에 만나게 된 또래의 아이 라티카와 함께
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구걸, 사기, 앵벌이등을 전전하던 자말 말릭은 라티카를 사랑하게 되지만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채 자말은 통신회사의 콜센터 직원들의 커피 심부름을 하는 보조원일을 하다가 어떠한
특별한 이유에서 인도 최고의 히트 프로그램인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됩니다.
그는 마지막 단계를 남기고 3억원에 이르는 상금을 확보하게 되나, 빈민가 출신의 커피나 타는 보조원이 명망있는
교수, 학자등도 넘지 못한 벽을 넘었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로 긴급 체포되어 물고문과 전기고문까지 받게 되지요.
이외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하지 않겠습니다.

이 아래는 영화를 본 분만 읽으세요. 경우에 따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중반까지, 그러니까 자말과 살림이 1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이 영화는 어쩌면 08~09년 제 베스트 중 한 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비록 중후반부에 로맨스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익히 봐왔던 한국형 드라마의
진부한 요소들을 죄다 끌어안고 있어서 집중력과 신선도가 떨어지긴 합니다만, 초중반까지는 더 바랄게 없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인도의 극심한 빈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처음의 질주씬은 [트레인스포팅]에서 [비치], [28일 후]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달리면서 관객들에게 정보를 자연스럽게 던져주는 데니 보일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마음 아프고 아슬아슬한, 정말 아슬아슬한 아이들의 모습들이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그 가운데에 감각적으로
내보이는 카메라와 속도감있는 편집과 아주 깔끔한 대사들도 모두 경쾌하죠.
인도 내의 잔혹한 종교갈등, 인권따윈 아주 우습게 무시되는 현실, 극심한 빈부 격차등은 자칫 또다시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아시아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비교적 원작의 설정은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고 하고,
인도를 다녀온 지인들에 의하면 관광객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눈을 뜨고 보기 힘든
힘든 현실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전에 다니던 회사의 연구원으로 있던 인도인 안자네율루 바두(우리가 줄여서 '안지'라고 부르던)가 말했던,
자신이 바꾸고 싶은 조국 인도의 모습은 이 영화의 모습에서 그닥... 멀지 않습니다.

이 안타까운 모습은 [City of God]을 능가합니다.
돈에 눈이 멀어 멀쩡한 아이의 눈을 멀게하는 기가막힌 짐승들을 보면, 우리 나라에서도 아이들을 납치해서
앵벌이시킨다고 사지를 훼손하는 일들이 불과 최근까지도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꼭 저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죠.
가난에 내던져져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이용하고, 억압하고, 군림하며 폭력에 길들여져가는 것.
그리고 그 폭력이 계속 폭력을 낳고 반복하는 악순환의 굴래를 결코 끊기 힘들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악순환의 굴래는 계속 됩니다.
이 와중에서 주인공 자말 말릭이 돈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폭력적인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사살에 안주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가 돈말고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너무 빨리 깨달은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It is written 이기 때문일까요.
정답은 It is written이겠죠.
이 영화의 대답처럼.


*
중후반부...의 이 영화는 물론 정말 재밌습니다만, 보면서 다소 정말 심드렁...해집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드라마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죠.
멀리가지도 않아요.
우리나라 조폭 나오는 뮤직 비디오만 몇 개 생각해도 됩니다.-_-;;;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해외에서도 '복고적'이라고 말을 붙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완전 우리나라 드라마 스탈이에요.
문제는 그럼에도 대단히 스피디하고 재밌다는거죠.
모르긴 해도 골든 글러브 작품상, 감독상까지 다 쓸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론 고개가 갸우뚱...입니다. -_-;;;
이 영화는 아주 잘 빠진 오락물이에요.
그리고 오락물로서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구요.



**
개인적으로 Danny Boyle 감독의 최고작은 2004년작인 [Millions/밀리언즈]입니다.
엉... 이 영화도 어린 아이들이 갑부가 되는건데.ㅎㅎㅎ
그러고보니 데니 보일의 장편은 장편 데뷔작인 [Shallow Grave](1995)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봤군요.

DVD까지 줄줄이 구입했네요.

이 영화는 블루레이가 나오면 구입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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