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심야식당/深夜食堂
* 작자 : 아베 야로
* 출시 : 2008년
* 완간 여부 : 현재 2권까지 출시.
* 국내출판사 : 미우(대원씨아이)

 

 

이 책은 얼마전 자주 얘기를 나누는 모 쇼핑몰 MD가 추천해준 책이다.
내가 음식좋아하는 걸 잘 알고 계셔서인지 소소하지만 재밌는 책이라며 소개시켜주셨고, aipharos님, 민성이 책과
함께 주문, 지난 주에 1~2권을 다 봤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인가보다.

 

 

 

 

일본에서 2008년 놓쳐선 안될 만화 6선에 꼽히기도 했다는데, 그런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책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든 안하든 일독의 가치가 있는 소소한 일상의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문을 여는 도쿄의 작은 식당. 사람들은 이 식당을 '심야식당'이라고 부르며, 은근히
꽤 많은 다양한 손님들이 오게되고 그 손님들과 음식 사이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짧은 단막으로 이어져 있다.
분명 사연이 있어보이는 식당 주인 '마스터'.
눈에 칼집 자국이 있는 것등을 보면 이 마스터도 사연이 적잖이 있는 듯 한데, 아직까진 개인적인 사연은 일체
나오질 않았다. 앞으로도 안나왔음하는 바램이 개인적으로 있고.ㅎㅎ
항상 인과관계가 있어야만 드라마가 된다는 한국드라마스러운 설정은 대부분 소비하는 이들과 지나치게 타협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이 식당엔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당연히 시간대가 시간대인만큼 이 만화의 에피소드는 사회적으로 주류가 아닌 이들의 에피소드들이 중심이다.
작사가, 안 팔리는 엔카가수, 스트리퍼, 성전환자, 빈집털이범, 전직 형사, 권투선수, 다이어트에 목멘 여자,
성인 포르노 여배우, 야쿠자 조직원등 일반적인 사회의 시선으로 한 곳에 몰아넣고 그룹만들기 힘든 이들이 작은 다찌에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에 대해 관심도 갖고, 교감도 나누고, 이성간에 애정이 불붙기도 하는 등

이렇게 좁은 심야 식당이라면 흔치 않게 볼 수 있을 법도 한 광경들을 아주 소소하게 잘 풀어 놓는다.
실제로 06년 4월 일본에 갔을 때 작은 사케집에서 국적도 다르지만 서스럼없이 술 한잔에 친구처럼 어울리려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다들 잠들고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에 모여든 사람들.
제법 설정이 좋지 않은가.

일본이라면 우린 음식의 나라로 인식한다.
미슐랭 가이드가 도쿄를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로 손꼽은 것도 음식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실제로 일본에선 어지간한 집에 들어가도 낭패보는 일은 그닥 많지 않다.
스시와 카이세키로 알려진 일본의 음식을 위주로 한 만화야 얼마든지 있다. '최고의 요리사', '미스터 초밥왕'을 비롯, 드라마도 '밤비노',

'마이 리틀 쉐프'등 전문적인 식견의 작품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 드라마들은 철저히 로맨스를 배제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카이세키같은 거창한 미슐랭급 음식이 아니라, 우리가
집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음식들을 주로 내온다.
음식의 눈높이가 대중과 가까와지면서 이를 접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게 된다는 느낌.

그 소소한 에피소드에 작가의 세상관이 그대로 드러나있어, 가끔 지나치게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분위기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꼰대의 시선으로 세상의 가치를 순서를 구분하거나 억지로 감동을 주려는 따위의 내용은 전혀 없어서 무척 편안하게 읽혀지는 책이다.
그리고 마이너리티에 대한 편견없는, 그렇다고 지나친 연민도 배제된 시선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문화의 다원성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우리에겐 아직도 넘기 힘든 벽이다. 유행이 존재하지만 마이너리티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우린 자주 목격한다.
키치를 좋아한다는 것과 마이너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혼동하고, 스노비즘을 소비적 행태로 무시하는 경우도
우린 아주 자주 목도하게 된다.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신주쿠의 소위 말하는 '홀딱쇼'를 05년에 가보고서야 여성의 성상품화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 이를 좋아한다고 무조건 변태라고 색안경을 끼고 매도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아베 야로가 하려던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된다.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책이고 권해준 분께도 무척 감사하더라.


*
직장을 다니니 당연히 밤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아주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 '심야식당'은 메뉴라고는 된장국 하나이고 그날 그날 재료에 따라 손님들이 원하면 있는 재료로 최대한 만들어
주는 방식인데, 그런 까닭에 비엔나 소시지 볶음, 계란말이등 집에서 충분히 해먹을 수 있는 것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집에서 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심야에 땡기는 식욕으로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는거다.ㅎㅎ
특히 이 만화에서 가장 인상적이기도 한 '어제의 카레'는 보고나면 묘하게 먹고 싶어진다는...
('어제의 카레'란 카레에 야채를 많이 넣어 만든 전형적인 집카레를 하루쯤 식혀 묵힌 카레를 의미한다.)


**
대원씨아이의 미우에서 출간했는데 책의 표지도 아주 깔끔하고 제본도 무척 잘되어있다.
소장가치도 충분하다는...


***
아... 아이들과 함께 보긴 좀 거북할 수 있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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