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Kronos Quartet - [Sun Rings]
장소 : LG 아트센터
일시 : 2007년 3월 27일 오후 8시~9시 30분



건강 문제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예매, 취소를 두번이나 반복하다가 결국 다녀왔습니다.
자리는 이왕 보는 거 제대로 보자는 뜻에서 2층 R석으로 했습니다.
와이프와 LG 아트센터에 도착해서 취향이 아닌 프레첼을 먹고... 공연장으로 들어갔죠.
와이프와 수다를 떨고 있는데 저희 바로 뒷자리에 박찬욱 감독이 보이더군요.
전 도저히 못하겠던데... 와이프가 '내가 사인 받아올께'하더니 제 노트를 들고
제 생일 페이지를 펴더니 사인을 받아왔습니다. ㅎㅎ 그런데 제 사인을 받아준다놓고는
자기 이름을 대고 받아왔더군요. ㅎㅎ 그런데 날짜를 3월 26일을 적었어요.
우리 박감독님... 날짜를 잊고 사시나요? ㅎㅎ

 

 

 

전에도 말했듯이 전 고등학교 때 크라우스 슐츠의 음악을 듣다가 크로노스 쿼텟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필립 글라스의 음반을 자주 듣게 되면서 상당히 관심을
갖게 되었죠. 전 현대 음악을 아주 열심히 듣는 편이 아니어서 사실 이들 음악의
명징이나 여러 다층적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며 듣진 못합니다.
제가 판단하는 건 직관적으로 들려지는 감흥에 철저히 기인하는 거죠.(아... 민망하여라.ㅎㅎ)
이 프로그램은 NASA가 25년간 모아온 우주의 소리... 세계적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등증의 수사가 마구 붙지만, 결국엔 우주를 흐르는 인간의 진정성이 그 주제랍니다.
조금 더 이해가 필요하다면 어제 공연의 프로그램 북이 있어야 겠지만 aipharos님이나 저나
둘 다 사인회에서 사인받다가 깜빡...잊었다는... ㅎㅎ

공연을 필름에 담지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들의 [Sun Rings]를 재현하기엔 LG 아트센터가 전혀 적합하지 않았어요.
우주적인 비주얼을 구현하기엔 스크린의 한계가 분명했구요.
확장되는 공간과 격변을 표현할 때 한없이 폐쇄적이고 클로즈업된 비주얼들을 보면서 아...
이걸 오리지널 플레이로 봤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더군요.

4인의 현악 연주 뒤로는 보이저 탐사선이 1997년부터 수집한 우주의 파동을 소리로
만들어낸 사운드가 말 그대로 신비롭게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흘러 나옵니다.
이건 기계적일 수도, 몽환적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정체 불명의 사운드가 크로노스 쿼텟의
현악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낭만성을 드러 냅니다.
만약 여기서 그쳤다면 전 단순한 지적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스크린에 반복되는 추상적 이미지들을 배열하는 방식은 그간 자주 가보던 여러 멀티미디어
아트나 인스톨레이션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제 느낌은 스크린, 빛의 이용, 악곡의 서사성 모든 부분이 기존의 정형적인 형태에선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제가 무지해서일 수도 있지요)
소재의 한없는 깊이가 오히려 더욱 실험적인 양식을 제한했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제가 너무 무리한 기대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연을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총체적인 앙상블이 매우 완성도 높았다는 생각에
공연 자체에는 무척 만족했답니다.

 

 

 

 

이건 크로노스쿼텟의 [Sun Rings] 해외 공연 모습입니다. 이것과 동일한 프로그램이었어요.

행성들의 변화무쌍한 대기 운동, 태양의 운동을 풀 스크린으로 압도하며 격변과 생동감을
드러내고 이를 관조적 영상으로 투영하는 인간의 시점에서 다시 표현합니다.
이런 서사적 영상이 분할 스크린의 수직적 운동성과 맞물리면서 기괴한 생명력을 얻게
되고 무대의 대비되는 빛과 함께 설득력을 갖더군요.
그리고 악장의 후반부에 One Earth One People One Love란 나레이션이 반복되며
지상의 사람들을 투사하는 부분에선 무척 감동스러웠다구요.
어차피 저로서는 온전히 이들의 예술을 다 이해하긴 절대 불가능하지만 체험으로 체득한
여러가지들(지적 포만감 -_-;;을 포함해서)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분명한 것은 무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이 IMAX 영화관의 '우주의 신비를 찾아서'
같은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았다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간혹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말이죠.
그래도 90분간 어떻게 10악장이 흘러갔는 지 모를 정도로 시간은 빨리 지나갔어요.

 

 

 

끝나고... 잽싸게 내려가서 사인을 주르르 받았습니다.
네분의 사인을 모두 받았어요. 아... 우린 아직 애같어. 이분들 사인이 넘 멋진데요.
어제 식사하면서 사인을 찍은 사진이 넘 엉망이어서... 못 올리겠네요. ㅎㅎ

 

 

 

 

 

 

저희가 7시가 살짝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에... 저녁을 못먹었어요.
끝나고 나니 얼마나 배가 고프던지. 눈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간게 크라제...버거였지요.
쿠겐하임보단 이곳이 낫습니다.
하지만... 넘 배가... 부르더군요.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거의 다 되었더군요. 흠흠...
aipharos님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엔 꼭 민성이도 데려와야지...하고 후회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도 많았다구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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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립합창단 여러분들도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솔로에서 듣는 제가 살짝 불안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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