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BERT TEUNISSEN
온더로드, 베르트 토이니슨
베르트 토이니슨은 다양한 국가의 집 내부와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서사적으로 담아낸 Domestic Landscape 시리즈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시리즈의 사진들은 오직 자연광만을 이용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공간의 문화적/역사적 맥락까지 유추할 수 있는 꼼꼼한 시선이 빛나는 인상깊은 사진들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런 그가 1990년대 중반경 플로리다의 에버글레이즈(플로리다의 슾지 구역)라는 지역의 도로를 달리면서 60~70년대에 생산된 빈티지 카메라인 올림푸스 펜 (Olympus PEN)을 들고 운전석 앞의 차창을 곧바로 바라보며 찍은 사진들을 모아 펼쳐낸 사진집이 바로 <On the Road>이다.
사실 사전 정보없이 통의동의 시각예술전문서점인 ‘더북소사이어티’에 진열된 것을 구입한 것인데 집에 돌아와 천천히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 사진집이어서 이렇게 어줍잖은 글까지 올린다.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플로리다 주의 에버글레이즈라는 슾지 인근의 도로는 각양각색의 도로에 오가는 차도 그닥 보이지 않고 어쩌다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트럭들만이 간간이 보이는 한적한 느낌인 듯 하다.
한 손은 핸들에, 한 손은 카메라를 부여잡고 오래된 올림푸스 펜으로 시선이 향하는 곳을 향해 찍은 이 사진들은 현상/인화 과정에서 굳이 인위적인 효과를 주지 않았더라도 이 결과물들과 이미 비슷한 느낌의 사진들이 찍혔을 것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심한 비네팅, 노출 부족, 흔들림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사진들은 촬영자가 곧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이기도 한 사실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어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고유의 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운동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 안에서 직접 운전하며 촬영을 하다보니 <on the road>에 찍힌 사진들은 한 장의 예외도 없이 모두 straight forward다.
주변을 둘러보는 샷이라곤 한 장도 없이 오직 전방만을 주시한다.
때론 먼지가 일고, 때론 비가 내리고, 때론 벌레들이 창문에 달라붙는 사진들을 하나둘 넘기다보면 마지막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묘한 울컥거림을 느끼게 된다.
그가 Domestic Landscape 시리즈를 통해 극단적으로 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서사성을 보여줬다면 이 사진집 <on the road>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선 속에서 하나의 감성적이고 사색적인 내러티브를 느끼게 되더라.
인상적인 사진집이었다.
현재 ‘더북소사이어티’와 ‘포스트포이틱’에서 해외 판가와 큰 차이가 없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중이다.
(온라인 스토어에선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매장에 문의)
(38,000원 / €24~25, $34.00)
+
올림푸스 펜 (Olympus PEN) 카메라는 워낙... 종류가 많은 편이라 베르트 토이니슨이 정확히 어떤 카메라를 사용한 것인지 난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컨대...
이 녀석이 아닐까...한다.
이 녀석 Olympus PEN EE-S는 우리나라에도 은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집 장농에서도 이 카메라와 야시카(YASHICA) 카메라등이 나왔으니 말이다...
(부모님들께서 사용하시던 카메라들이라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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