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말...
일본 신주쿠의 한 라이브쇼...클럽.
애당초 가자는 사람 말에 뺄 맘도 없었다.
한번 가보고 싶었으니까.  누드라는 것 보다 어떤 곳인지 궁금한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제목을 홀딱쇼라고 한 것은 호객 행위를 한 외국인(자마이카인)이 한국말로 분명히 '홀딱쇼'라고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한국인이 많이 오면... 뭐 나도 그 중 한명이 된거지.

난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다.
하이테크로 넘실대는 도쿄 한복판에 천막 극장에서나 봄직한 싸구려 무대에...
촌스러운 커튼으로 드리워진 T 형의 스테이지. 것두 좁디좁은...
너무 관객과의 거리가 좁아서 울나라 축구 전용 경기장을 연상케하는!
선수들의 호흡 하나하나도 캐치가 가능한!
거기에 역시나 촌스럽게 점멸되는 형형색색의 조명.
내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댄서들의 정적인 춤들.
이게 당췌 예술인지 외설인지 아주 잠깐 오락가락 할 법한... 춤사위.

바로 내 옆에서 벌어지는 광경.
하지만 정말 단 1%도 말초신경이 자극되지 않는 이상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 분위기.

(이건 나만 그랬던 것 같다...적어도 우리 일행 중에는...)
내 앞,옆에서 몰래 훔쳐보던 포르노에서 볼 법한 자세를 마구마구 연출해주던 댄서들.

이 모두가 생경했지만, 정말 날 흥미롭게 한 것은 전에도 얘기했던 바 있는 몇 명의 열혈 추종자들이었다.

난 세명째 댄서를 보다가 나왔는데,
첫번째, 두번째 댄서 모두 광적인 열혈 추종자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우상이 난해한 동작을 이룰 때마다 정말 환희와 진심에 찬 박수를 정열적으로 던져 줬다.
그 표정이 너무 진솔해서 난 사실 댄서의 춤보단 그들의 얼굴을 자꾸 보게 되었다.
한 명의 댄서가 세번에 걸쳐 막이 오르내리고 등장하는데, 처음은 옷을 다입고.
그 다음은 옷을 좀 벗고... 막판에 다 벗고... 이렇게 세번 등장한다.
그리고 다 끝난 후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500엔만 내면 바로 눈앞에서 댄서를 찍어 보관할 수 있다.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국부를 바로 클로즈업해서 촬영하거나... 그래도 된다는거다.

열혈 추종자들은 모두 이 코너에선 그녀들을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은 그 시간에 자리를 비우더니 그녀가 모든 코스를 마치고 퇴장할 무렵 시원한 캔맥주를 그녀에게 주고는

그녀가 사라지자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버렸다. 이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난 예전같으면 이들을 걍 '변태'라고 치부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제도적으로 안전한 범위 내의 성 모럴에 어긋나면 우린 그걸 '변태'라고 부른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우리 뇌 속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되뇐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라이히를 머리론 받아 들이고 가슴으론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이 찌질이가 그걸 다 이해할 리가 없지만... 고민은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고민이 들어가면 궁극적으로 내가 갖고 있던 성모럴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우스운 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 스스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재밌는 것은...
결국 내 머리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생각하고 내린 결론도, 내 마음은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 거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 것 같으니까.
아니, 어쩌면 당연한 욕심이 많아진 것일수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