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Follows / 팔로우>
Directed by David Robert Mitchell (데이빗 로버트 밋첼)
2014 / 100min / US
Maika Monroe (마이카 몬로), Keir Gilchrist (키어 질크리스트), Olivia Luccardi (올리비아 루카르디)
스포일러 가득한 글이므로 영화를 보실 분은 가급적 패스해주시길.
10대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80년대의 호러 무비들은 그들의 왕성한 성적 호기심과 기성의 성도덕을 충돌시켜
문란한 성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져왔다.
물론 후에는 일부러 섹스=죽음의 공식을 클리셰처럼 받아들여 따라간 영화들도 있지만 순간의 쾌락을 죽음으로 연결시키고 관객들에게
이를 목격하게 하여 미묘한 쾌락을 이끌어내는 사도 매조히즘의 공식을 충실히 따라간 것이 80년대의 스플래터 무비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호러 영화들을 양산한 사다리 위에는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의 걸작 호러 <Halloween/할로윈>(1978)이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할로윈>이 어떤 영화였던가.
노골적으로 히치콕에게 바치는 오마쥬를 깔아놓았던 관음증을 가장 잘 포착한 호러 영화 아니었던가.
그때까지 미국인들에게 안전하고 고즈넉한 교외 지역을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악몽의 살육장을 바꿔 놓은 것도 <할로윈>이었다.
평화로운 근교를 배경으로 한 <할로윈>을 보면서 관객들이 숨죽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느 곳에서든 살인마 마이클의 시선이 느껴지도록 연출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뿐 아니라 관객 역시 끊임없이 노출되고 자신이 위협받고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게 되니 그 공포감이 배가될 수 밖에 없었다.
이 빼어난 연출 덕분에 <할로윈>은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비슷한 영화들과의 변별력을 확실히 확보했고 지금까지 걸작의 반열에 올라있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빗 로버트 밋첼의 두번째 장편 영화인 <It Follows/팔로우>는 누가 봐도 존 카펜터에게 바치는 오마쥬같은 영화다.
<팔로우>의 저주받은 주인공은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낯선, 혹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형상으로 구현된 존재로부터 끊임없이 쫓기고
소름끼칠 정도의 위협을 받는다. 존 카펜터의 <할로윈>에서 보여줬던 관음의 시선이 저주받은 주인공의 시선으로 전도되지만 프레임의 저 멀리서
흐릿흐릿한 아웃포커싱으로 서서히 다가오다가 분명한 존재감으로 굉장한 공포감을 선사하는 악령(? -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는 것이 마치 좀비와 비슷하다)의 존재는
<할로윈>의 관음적 긴장감과도 비교될만하다.
밋첼 감독은 <할로윈>에서 대단히 성공적으로 연출된 관음의 시선을 전도시키는 것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대상의 의미와
이들이 나누는 섹스의 의미를 보다 더 중의적인 의미로 영리하게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여지껏 이런 류의 호러 영화 대부분이 섹스를 나눈 청소년부터 살해당하는 것으로 보여줬던 것과 달리 <팔로우>에서의 섹스는
단순한 눈요기나 처단의 시발점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영화에서의 저주는 섹스를 통해 넘겨받게 되는데
저주가 섹스를 나눈 대상에게 옮겨간다는 점은 일본의 수작 공포영화 <링>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링>에서 저주를 풀려면 영상이 담긴 비디오를 복사하여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하는 것처럼 <팔로우>의 저주 역시 타인과 섹스를 나눔으로써
상대방에게 저주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섹스를 나눠 상대방에게 저주가 넘어가도 그 상대가 죽어버리면 저주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
그러니까 <팔로우>에서의 섹스는 단순히 저주를 받게 되는 행위가 아니라 그와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무기도 되며
그렇다고 위협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되지도 않는 미묘한 한시적인 위안을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의 일시적 안위를 위해 타인과 섹스를 해야한다거나, 타인과 섹스를 한다는 복잡한 심리적 갈등까지 버무려 넣고 있다.
이쯤되면 이 영화가 청소년들인 등장인물들의 섹스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이 영화 <팔로우>에서 보여지는 섹스가 의미하는 바는 사춘기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불안한 청소년 심리를 의미한다고 봤다.
섹스를 통해 이들은 저주로 부터 풀려나는 해방감 또는 자유를 얻지만 그 자유는 저주를 이어받은 사람이 죽으면
언제든 자신에게 돌아오는 매우 '일시적인 해방감'일 뿐이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시라)
그러니까 이들이(청소년들이)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성년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 심리가 반영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인데
이 영화 자체가 청소년들의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완벽하게 부재된 부모와 어른들의 존재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제대로 나온 어른은 극초반 악령에게 쫓겨 달아나는 애니의 아버지 정도이며 주인공 제이의 경우 아빠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고
몇번 등장하는 엄마 역시 전화하는 뒷모습 또는 프레임에 잘려진 아웃포커싱 정도로만 나온다.
그들은 위협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완벽하게 제거되어있고 오히려 주인공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이와 그 친구들이 악령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근교의 오래된 수영장으로 악령을 유인했을 때 나타난 악령의 모습은 제이의 아빠 모습이었다.
(아빠라는 사실은 제이의 집에 걸려있는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호러 영화의 외피를 쓴 성장영화, 그것도 아주 잘 만들어낸 성장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정도로 재기넘치는 호러 영화는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발한 호러 영화들이 요 근래 제법 있었지만(<the Babadook/바바둑>, <the Cabin in the Woods/캐빈 인 더 우즈>, <the Final Girls/파이널 걸스>등등...)
이렇게 80년대의 호러 클리셰를 끌어다 창의적으로 빚어낸 호러는 결코 많지 않다.
게다가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잔혹한 장면이 힘들어 호러 영화를 피하는 분들께도 별 무리없이 보시라고 권할 수 있는 영화다.
*
영화 속에서 제이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폴은 제이의 저주를 풀기 위해 그녀와 섹스를 나눈 뒤 길거리 창녀를 찾는다.
이 장면은 짧지만 상당히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던져주는데, 폴은 자신의 저주를 넘겨줄 대상으로 길거리 창녀를 찾은 것인데 만약 관객이 이 장면을
별 다른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무언 중에 관객 역시 길거리 창녀들을 도덕적으로 처단해도 당연한 존재로 생각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
이 영화에 흘러나오는 오리지널 스코어에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게임 다큐에서도 소개되었던 비디오 게임 'Fez'의 음악을 만들었던 뉴욕 토박이 Rich Vreeland (리치 브릴랜드, Disasterpeace로 알려진)가 영화음악을 맡았는데
80년대의 신스 사운드를 기가막히게 재현해내었고 영화 장면과 장면의 감정선을 증폭시키는 효과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놀라운 건 이 영화 음악 작업을 3주만에 끝냈다고.-_-;;; (제...제이와이피...인가...? ㅎㅎㅎㅎㅎㅎ)
It Follows Soundtrack - 01 "Heels"
It Follows Soundtrack - 02 "Title"
***
휴와 제이가 영화 초반에 들어간 영화관은 무척 독특한 분위기인데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올드 레드포드 극장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1981년 전설적인 <the Evil Dead>가 초연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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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Jay는 Jamie의 줄임말인데 밋첼 감독이 오마쥬를 바친 영화 <할로윈>의 여주인공이 바로 Jamie Lee Curtis (제이미 리 커티스)였다.
제이미 리 커티스의 실제 동생이름이 켈리 커티스 (Kelly Curtis)인데 <팔로우> 영화 속에서 주인공 Jay의 여동생 이름도 Kelly다.
존 카펜터가 <할로윈>에서 히치콕 영화 <이창>의 주인공들 이름을 따온 것처럼 밋첼 감독은 <할로윈>의 여주인공 실제 이름을 따왔다.
<할로윈>에 대한 애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 초반 악령에 쫓기는 역으로 잠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Annie(애니)인데 <할로윈> 주인공의 친구 중 한명의 이름이 Annie Bracket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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