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만명이 봤다는 이 영화를 우린 어제서야... 봤다.
용인에 업무차 갈 일이 있어 와이프와 함께 갔다가 일 다 보고 그냥 돌아오긴 아쉬워서

와이프에게 어디 가고 싶은 곳 없냐고 물었더니 와이프가 <베테랑>을 보고 싶단다.
나도 보고 싶었던 영화이니 주저없이 인근에 위치한 동백 CGV로.

사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어 마땅한 영화는 초기 관객 스코어가 중요하니 1주차에 보는 것이 맞지만

이 영화는 워낙... 처음부터 흥행에 불이 붙었던지라 관객들이 좀 떨어져나갈 즈음에 느긋하게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예민한 성격 탓인지 소곤거리는 소리, 휴대폰 불빛, 팝콘을 미친 듯 쩝쩝거리며 먹는 소리... 다 싫어서 개봉 초기에 영화관가는걸 무척 싫어한다.
다행히 어제는 관객 10명도 안되는 호젓한 분위기에서 관람.

그래도...
곧 개봉할 <오피스>(고아성, 박성웅 주연)는 개봉 초기에 바로 봐야지.


난 늘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아쉬움이 남았다.
이젠 전설적인 데뷔작으로 기록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도 세간의 절찬과 달리 뭔가 아쉬웠다.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비디오 키드의 재기발랄함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그의 이후 영화들도 거의 대부분 그랬다.
뭔가 보고나면 아쉬운 느낌.
아마도 그건 그의 영화가 가진 투박함 때문일거란 생각을 했다.
사용된 음악도 의도적이겠지만 내겐 무척 거슬렸고 뭔가 강렬한 스토리를 영상으로 세련되게 뽑아내지는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접어갈 때 즈음 <부당거래>(201)를 보게 됐다.
큰 기대없이 본 이 영화는 여전히 투박한 모양새를 숨기지 않았지만 옹골찬 힘이 느껴졌다.
게다가 액션도 아닌 스릴러 형식의 드라마를 이렇게 뽑아냈다는 건 그가 자신의 영화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법을 끝까지 우직하게 밀고간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고 2년 뒤 <베를린>이 나왔다.
이 영화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은근 호불호가 갈렸던 것이 사실인데 나는 그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봤고,
나아가 앞으로 그의 영화가 <베를린>을 기점으로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만큼 <베를린>은 달랐다.
여전히 투박하게 밀어부치지만 자신만의 그 투박함을 끝까지 몰아부쳐 온전한 장점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이후로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게 됐다.
<베테랑>의 기자시사회 반응이 오히려 <암살>보다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다 흐뭇하더라.ㅎ
페이스북을 통해서, 김제동, 주진우의 '애국소년단'에 잠시 나와 이야기를 풀었던 것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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