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시마가 동호회 활동 그만둔대/桐島、部活やめるってよ]

directed by 요시다 다이하치
2013 / 103min / Japan 

카미키 류노스케(마에다 료야), 히가시데 마사히로(히로키), 하시모토 아이(가시하라 카스미), 시미즈 쿠루미(야베 미카), 야마모토 미즈키(리사), 마츠오카 마유(사나)

보석같은 영화.
야나기마치 미츠오의 걸작 [까뮈따윈 몰라]의 분위기가 느껴진다...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 영화의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역시 야나기마치 미츠오와 마찬가지로 와세다 대학 출신.
전체적으로 와세다 대학의 학풍이란게 영화 속에 배어있나 보다.
아무리 과장스럽고 신파스러운 일본 영화들이 나를 많이 실망시켜도 이런 영화들 때문에 난 결코 일본 영화의 저력을 폄하할 수가 없다. 
이 놀랍도록 정교하고 세밀한 청춘 영화(!)를 우리가 언제 만나본 적이라도 있던가?

배구부원이면서도 독보적인 실력으로 현대표(우리로 치면 도대표...이나 일본 학원스포츠의 저변을 생각하면 국가대표급 이상이라고 본다)에도 선발되고, 

교내 최고의 인기녀 리사와 연인관계이면서 학업 성적도 우수한 키리시마가 어느날 갑자기 배구부 활동을 그만두고 학교에도 나오지를 않는다.
그의 여친 리사에게도, 그와 가장 친한 히로키등에게도 일절 알리지 않은 채.
키리시마가 난데없이 증발해버린 어느 금요일을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시선으로 여러번 변주한다. 
이렇게 교차되는 편집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가 하나둘 이어지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난 히로키가 키리시마의 ex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루어 짐작컨대 훤칠한 인물로 여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며,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농구, 축구는 물론 야구부 주장이 더이상 야구부 활동을 하지 않는 히로키에게 

시합에 나와줄 것을 부탁하는 걸 보면 히로키는 또다른 키리시마라고 볼 수도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약간의 질투마저 섞어 시기할 정도의 히로키는 야구부도 그만두고, 학교가 파하면 학원을 다니면서 사는 그야말로 그렇고 그런 그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다.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인식되는 영화부원 마에다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와 신망이 두터운, 

굳이 서열을 논하자면 가장 상위 서열에 있는 히로키에게 어떻게 강렬한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이 영화 속에는 자신들이 알게모르게 구속되는 학교 내의 계급 관계가 상당히 설득력있고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어른들 사회의 조그마한 축소판과도 흡사 비슷하지만, 감독은 적어도 학교에선 그 아이들이 앞으로를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방식의 삶이라는 것은 정작 학교를 다니는 그들에겐 잔혹하기 짝이 없는 마에다의 마지막 영화장면과도 같은 혹독한 아픔을 선사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눈과 눈이 마주치는 그 지점에서 히로키가 다짐하는 것과 같은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의 가치라는 것은 한가지 정해진 길대로 가는 건 아니라는 분명한 목소리를 담아서 말이다.
비록 많은 이들이 혁혁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지향점을 향해 정진하는 이들을 비웃곤 하지만(영화 속 히로키의 여친 사나처럼) 

감독은 묻는 듯 하다.
'너희들 정말 그대로 괜찮은거야?'라고.

마지막 장면까지 놀라울 정도로 인상깊은 여운을 주는 보석같은 영화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과연 우리에게 이 영화처럼 따스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세밀하게 청소년들에게 뷰파인더를 들이댄 영화나 드라마가 어디 있었던가?하고.

*
아래 캡쳐화면은 영화를 보실 분이면 안보고 패스하는게 나을 수도.
물론 순서가 뒤죽박죽이긴하지만.






키리시마의 여친 리사. 그리고 히로키의 여친 사나.








히로키와 마주한 야구부 주장 키쿠치.









대화로 미루어보아 히로키는 야구부 활동을 그만둔지 제법 되었지만 대단히 기대를 받았던 부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부 활동을 이끄는 마에다는 영화부 지도 선생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고집하자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로 한다.








키리시마가 빠진 빈 자리는 코이즈미가 맡게 된다.









코이즈미의 땀을 이해하는 미카.









키리시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가는 배구부.










배드민턴부원이자 리사, 사나, 미타와 친구인 카즈미.
미타와의 여전히 교우관계가 지속되지만 사다와는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거의 유일하게 마에다를 이해하는 학우.










미타와 카즈미.












*
주인공 히로키역의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대단히 인상적인 마스크.
키도 훤칠하고 머리는 완전 소두...
공유 + 조정석의 느낌이다.


**
리사역의 야마모토 미즈키도 예쁘지만 미카역의 시즈미 쿠루미, 완전 좋다.


***
영화 속에서 마에다가 극장을 찾아 보는 영화는 츠카모토 신야의 [데츠오 철남].
오랜만이네...
아주 오래전 이 영화 오리지널VHS를 미국에서 구입해서 내 방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감상한 적이 있다.
그때 미국출시된 [데츠오 철남] VHS에는 미국 단편영화 한편이 더 있었는데 그 단편영화에 더 열광했었던...
그 단편영화는 Greg Nickon(그렉 닉슨)의 92년작 단편 [Drum Struck]
그렉 닉슨은 이후 작업한 영화 자체가 없는 듯.


****
이 영화는 감독의 방식으로 어른들이 짜놓은 세상의 정해진 가치를 배반하고 자신의 가치를 위해 현실에서 노력하라는 진심어린 따뜻하고도 냉철한 시선이 담겨있다.
그에반해 2013년, 새로운 정부랍시고 출범하는 한국에선 이런 광고가 버젓히 버스나 지하철에 나붙어 있다.









이런 개같은 발상을 쪽팔린 줄도 모르고 광고하는 현실 자체가 정말로 슬프고 무섭다.

학생 자살율 1위라는 현실을 아무리 들이 밀어도 저 새끼들은 이 모든게 다 학생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사회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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