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Top 50 Movies (베스트 50편의 영화) by AFFiNiTY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외한 모든 스틸컷은 직접 캡쳐한 화면임.

어김없이 개인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11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50편의 영화를 골라본다.
2010년엔 30편의 영화를 꼽았는데 2011년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영화가 2010년에 비해 무척 많았기에 50편으로 정리해본다.
영화 순위 옆의 또다른 괄호 안 숫자는 aipharos님의 순위로 나와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을 적는 본인은 리뷰어로서의 자격도 없고, 인문학적 지식도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룸펜마냥 영화만 보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꼽은 것이니, 

혹시나 읽는 분께서 인상깊었던 영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순위가 낮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사실 진심으로 이 베스트 50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정리하는 연례행사같은 것.
실제로 이글루로 오기 전에도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팅도 아니며, 어쩌다 종종 나와 aipharos님이 꺼내어 보는 그런 글임.
10위부터 역순으로 1위까지.






10 (10). [Pina / 피나](2011) directed by Wim Wenders

그녀 살아 생전의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LG 아트센터 공연을 봤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현대 무용에 대해 문외한인 우리에게도 그녀의 의미는 남다르다.
어렵고 추상적이기만 하다고 느끼던 나와 aipharos님의 현대무용에 대한 인식을 깨부순 무용단이 '바체바 무용단'이었다면 

현대무용이란 이토록 격정적이면서도 위트있고 동시에 구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존재가 바로 피나 바우쉬.
빔 벤더스의 이 영화는 원래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었으나 피나 바우쉬가 사망함으로인해 그녀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 성격이 되었다.
하지만, 남겨진 자들의 생생한 기록이나 그녀의 태생과 전기를 쫓는 방식의 뻔한 기록 영화가 되지 않았던 것은, 

피나 바우쉬 그녀의 작품들이 바로 그녀 자신의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빔 벤더스는 놀라운 로케이션을 통해 무대에서의 공연과 촬영을 거리감없이 잡아내어 무용, 춤 그 자체로서의 피나 바우쉬를 기억한다. 
현대무용을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를 보시라. 하루라도 빨리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울러 이 영화, 3D로 기획된 이 영화. 정말로 해외에서처럼 3D로 다시 보고 싶더라.








9 (8). [Another Year / 세상의 모든 계절](2010) directed by Mike Leigh

궁금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톰과 제리 부부에 자신을 이입시킬까? 메리에게 감정이입될까?
공손하고 성실한 아들과 함께 서로를 돈독히 여기며 주말농장에서 흐르는 시간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상적인 톰과 제리 부부.
그 누구하나 곁에 없이 외롭고 쓸쓸하지만 작게 남겨진 자존심마저 외로움에 버거워 던져버리는 메리.
톰과 제리 부부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지만 자신들의 행복을 위협하거나 방해하는 대상에 대해선 가차없이 매몰찬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그런들 누가 톰과 제리 부부를 탓할 수 있을까? 그들은 여전히 타인에 대해 관대하고 이웃이나 친척을 위해 솔선수범하니 말이지.
문제는 메리가 다시 톰과 제리 부부에게 다가섰을 때의 관계다. 더이상 동등할 수 없는 친구가 아니라 거두어주고, 

머리를 숙여 들어가버리는. 그런 식의 관계.
마지막 식사 모습에서 초라하게 고정되어 머무는 메리에 대한 카메라의 시선은 섬뜩하면서도 불편하다.
톰과 제리 부부의 시선에서 나와 비슷한 시선을 느꼈고, 동시에 메리를 통해 사회적 스탠다드에 대한 불편함도 느꼈으니.








8 (12). [Martha Marcy May Marlene /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2011) directed by Sean Durkin

무겁고 강한 여운이 영화를 본 후에도 지속되는 영화.
공동체에서의 가치관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일상 속으로 들어와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는 단순하게 어느 한 쪽의 삶을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주진 않는다. 이 두 세상 사이의 브리지는 숲을 가로질러 간신히 공동체를 탈출한 마사의 감정을 통해 보여질 뿐.
공동의 소유, 무소유의 삶, 평등한 삶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빈집털이나 하며 입에 풀칠하는 이들일 뿐이고, 교외에 커다란 집을 짓고 

우아하게 미래를 설계하지만, 그것도 온전히 자기것은 아닌(대출에 대출) 언니 부부의 모습 역시 마사는 적응할 수가 없다. 

마사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어느 쪽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격렬하게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정해진 세상의 대체적인 규범을 강요받곤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규범들을 당위적 가치로 인정하게 되고. 그래서 누군가 그러한 당위적 가치에 반기를 들면 홍역을 치루는 법이다. 무시받기 일쑤고.
두가지 세상을 경험하는 마사는 이제 상반된 가치를 지향한 두 개의 세상에서 혼란을 겪는다. 이건 성장통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거.









7 (5). [Le Havre / 르 아브르](2011) directed by Aki Kaurismäki

늘 소외된 계급에 대해 이야기해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 중 가장 유쾌한 작품 중 하나.
그리고 [성냥공장 소녀]의 희망없는 현실에 대한 아키 카우리스마키식 판타지. 
그의 페르소나 캐티 우티넨(Kati Outinen)을 여전히 볼 수 있었고, 

르 아브르를 배경으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를 인간적인 정으로 보듬아 안아주는 유례없이 넘치는 따뜻함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그 끝은 당연히 기적이고.
아키의 이 이야기가 탐욕의 자본주의가 이성과 지성을 삼켜버린 지금, 희망을 주는 것일까? 아님 그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일까.









6 (4). [황해 / the Yellow Sea](2010) directed by 나홍진

이 정도의 텐션을, 이 정도의 러닝타임에 어긋남없이 박아 넣을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재능이다.
감히 말하지만, 이토록 긴 러닝타임 내내 지독한 텐션이 비이커의 맨 꼭대기에 넘치지도 않고 찰랑찰랑 걸치게 만들어낸 영화를 본 기억은 [다크 나이트]정도였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황해]의 스코어가 그닥 좋지 않은 터라 다시 이런 영화가 그의 손에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남, 면가, 태수의 탐욕과 욕망, 불신이 부조리의 땅 한국에서 부딪히며 폭발하는 산화하는 과정은 딱... 이 사회의 보편화된 욕망의 충돌과 크게 다르지 않다.








5 (6). [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2011) directed by 홍상수

[옥희의 영화]가 과거의 시간을 붙잡고 돌고돈다면, [북촌방향]은 다분히 반복되는 현재와 현재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뻔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글제목은 공간적인 의미를 갖지만 영문제목이 다분히 시간적인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봐도 이 영화가 북촌이라는, 

서울의 시간에서 벗어남직한 탈시간적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는 시간의 뫼비우스를 통해 벗어남없이 돌고도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홍상수 영화 속의 인간들은 결과적으론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자조가 지배적인 캐릭터들이다.
'사람이란 다 그렇지... 얄팍하고 허울뿐이고, 관계는 피상적이고 원하는 건 섹스뿐'이라고.
엄밀히말해 파국(???-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보다 더 냉정한 파국)만 기다리고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의 형태에 대해 홍상수가 가진 시선은 연민일까? 

아님 냉소일까? 예전엔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었는데 이젠 모르겠다. 









4 (13). [Tinker Tailor Soldier Spy /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2011) directed by Tomas Alfredson

정중동. 서서히 한쪽으로 패닝하는 카메라.
냉전시대, 정보국을 점령한 괴물과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무얼 지키기 위해 일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영화는 가장 치열했던 냉전시대가 불신과 희생양을 강요하고 결국엔 우스꽝스러운 넌센스로 결말지어졌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실화를 근거로 한 베스트셀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냉전이 끝난 지금, 이들의 처연한 정보전은 격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는 그닥 상관이 없어보인다. 액션 하나없이 이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









3 (3). [the Tree of Life / 트리 오브 라이프](2011) directed by Terrence Marlick

청교도적인 아버지의 위선과 강압, 폭군으로서의 아버지.
강압과 위선이 또다른 폭력의 씨앗이 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수도없이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들.
그런데 테렌스 말릭의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숨이 벅차다. 아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별것 아닌 익숙한 이야기들을 놀랍도록 거창하고, 아니 거대하게 다룬다.
생명의 생성과 소멸, 개인의 탄생과 죽음, 한 개인의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 지난한 영겁의 시간동안 쌓이고 흘러 만들어진 우주의 탄생과 소멸과 

동등하게 다뤄지는 듯한 놀라운 시퀀스를 따라가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아... 21세기에 또다른 큐브릭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영화적 메시지는 다분히 기독교적이지만, 궁극적으론 거대한 우주의 섭리 속에 종교를 되돌려보내는 작은 한 부분처럼 그려냈다면 그건 내 맘대로의 감상일까?
도무지 이 영화를 순위를 재단하고 올려놓는게 썩 내키질 않는다. 그만큼 놀랍도록 생경스러움을 주는 영화.
엄청난 시선으로 편집을 해낸 영화.








2 (2). [Jodaeiye Nader az Simin / A Seperation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directed by Asghar Farhadi

별거. 단순한 부부의 별거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가치가 위선과 자기암시로 점철된채 그 위악을 하나둘 까발리는, 

그 위악이라는 것도 그닥 대단한 것도 아닌 문제들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이토록 잘 엮어낸 감독의 능력과 호연한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 
직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을 프레임 안에 함께 두어 역설적으로 분리된 관계를 표현해내는 카메라에도 박수를.









1 (1). [Io Sono L'Amore / 아이 앰 러브](2010) directed by Luca Guadagnino


루카 과다니노의 이 걸작은 자본에 의해 정의되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다.

그 저항의 메시지는 우리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익혀온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그닥 멀리 벗어나지 않지만 
놀랍도록 솔직한 영화적 미덕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기운을 전해주는데 성공한다.
주인공 엠마를 끝없이 프레임에 가두던 카메라가 마침내 그녀를 해방하고 프레임에서 사라지게 하는 순간의 그 격정의 감정은 
격하게 타오르는 에크하르트와 쿼키의 음악과 함께 절정에 오르고 잊혀지지 않는다.
엠마의 정사씬은 아마도 시각적인 장치로 촉각의 이미지를 살려낸,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