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Top 50 Movies (베스트 50편의 영화) by AFFiNiTY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외한 모든 스틸컷은 직접 캡쳐한 화면임.

어김없이 개인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11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50편의 영화를 골라본다.
2010년엔 30편의 영화를 꼽았는데 2011년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영화가 2010년에 비해 무척 많았기에 50편으로 정리해본다.
영화 순위 옆의 또다른 괄호 안 숫자는 aipharos님의 순위로 나와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을 적는 본인은 리뷰어로서의 자격도 없고, 인문학적 지식도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룸펜마냥 영화만 보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꼽은 것이니, 

혹시나 읽는 분께서 인상깊었던 영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순위가 낮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사실 진심으로 이 베스트 50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정리하는 연례행사같은 것.
실제로 이글루로 오기 전에도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팅도 아니며, 어쩌다 종종 나와 aipharos님이 꺼내어 보는 그런 글임.
50위부터 역순으로 31위까지.








50 (-). [the Company Men / 컴퍼니 맨] directed by John Wells


지금의 형편없는 미국을 가능케한 건 디지털을 통해 거래되면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파생상품을 통해 존재하지 않던 화폐의 가치조차 만들어낸 금융 산업때문이다. 
실물을 갖고 얘기하는 이른바 굴뚝 산업들은 사양산업이 되어 개도국, 제3국으로 이전하고, 당연히 실업은 늘어나고 고용형태가 불안한 서비스직종만 늘어난다. 

그마저 충분치도 않게.
세계화라는 허울좋은 명목 덕에 우린 젓가락을 중국에서 만들어낸 걸 사용하고, 옥수수도 우리 것이 아닌 미국산을 먹는 현실.
자본의 논리를 따라 재편되어버린 세계화의 과정을 이 영화는 잃어버린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얘기하면서 천천히 다시 따라간다.
작위적일 수도 있으나 진실을 이야기하는 힘이 듬뿍 담겨 있어 이 영화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








49 (-). [Mission : Impossible - Ghost Protocol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directed by Brad Bird


브래드 버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첫 장편 데뷔작이 대표적인 헐리웃 액션활극 시리즈라니, 그에 대한 기대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결과물은 그런 기대를 할 만 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이든이 버거울 수도 있으나 탐 크루즈는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그동안 시리즈를 통해 들러리에 불과했던 팀원들이 이번 편에서는 정말로 '팀웍'을 보여준다.
군데군데 인상적인 액션씬이 많은데 워낙 빨리 스쳐지나가서 오히려 속도 속에 소비되어지는 느낌까지 받는.
하지만 아날로그적 액션의 쾌감을 오랜만에 선사받는 기쁨은 압권.
그리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 레아 세이두에게도 박수를.ㅋ








48 (-). [Bellflower / 벨플라워] directed by Evan Glodell


[컨테이전]을 올릴까 이 영화를 올릴까 무척 고민하다가 결국 [Bellflower/벨플라워]를 올린다.
세상이 혼돈의 종말을 맞이하면 불꽃을 뿜어대며 대지를 호령하리라는, 마치 [Mad Max/매드 맥스]의 묵시록적 세상을 얘기하는 듯한 두 젊은 주인공, 우드로와 에이든.
그리고 우드로의 마음을 뒤흔드는 밀리. 
내용이야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기술하는게 민망할 정도지만 하릴없이 현실에서 벗어난 꿈을 꾸며 일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갈 때까지 가는 여정은 

단순한 치기라기보단 강렬한 허무가 느껴져 눈을 뗄 수가 없다. 
극의 후반부에 사랑을 잊고 다시 출발하라는 에이든의 말에 우드로는 '난 엿됐어'라고 대답하고, 우드로는 '그렇게 엿된게 어디 너 뿐이니'라고 위로한다. 
절망에 빠지고, 서로를 잊지못하는 방식도 소통되지 못하는 절망만 가득한 미국의 젊은이들을 끝까지 들이대며 그린 영화.
해외 리뷰에 종종 타란티노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얘기는 그냥 잊으시길. 
*
주인공인 우드로가 바로 감독 에반 글로델임.
**
아래는 스포일러 (영화를 보신 분만 드래그해서 보시길)









47 (48). [Red State / 레드 스테이트] directed by Kevin Smith
감독이 케빈 스미스.
그의 종교에 대한 관점은 99년의 [Dogma/도그마]를 통해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는데, [Red State/레드 스테이트]는 거기서 멀리, 

훨씬 더 나간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경멸과 비판의 메시지다.
수도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위태롭게 이성을 지켜오던 미국이 911 이후에 기독교적 교조주의를 끌어들인 복수 논리와 애국 논리에 휩싸여 

그야말로 '미쳐돌아가는' 나라가 된 상태에 대해 케빈 스미스는 더이상 기독교적 신앙에 연민을 둘 마음이 없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듯 싶다.
거기에 정부기관과 정치인들도 비슷한 캐릭터로 그려대어 지금 미국의 썩어문드러진 현실을 만들어낸, 그야말로 '악의 축'이라고 단정짓는 듯.
이 영화를 보면 근본주의적 광신도들의 모습에 터지는 짜증을 넘어선 어처구니없는 너털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되는데 상식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정말 존재할까싶을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숨을 돌리고 주위로 눈을 돌려 보면 이런 비상식스러운 광신적 행위를 우리 주변에서 수도없이 볼 수 있지 않나.









46 (47). [Warrior / 워리어](2011) directed by Gavin O'Connor


[Miracle/미라클]이라는 스포츠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만들었던 게빈 오코너 감독의 영화.
참전군인, 전쟁에서의 상흔, 외상 후 스트레스, 붕괴된 가족... 산산조각나버린 미국의 가치를 각자의 형편에 따라 링에 오르게 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담아 치유코저하는 감독의 메시지는 충분히 알 수 있으나 캐릭터가 지나치게 도식적이어서 주인공들에 대한 감정이입은 지속적으로 방해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빈 오코너 특유의 탄탄한 텐션과 영화적 재미는 보장되는 듯.









45 (41). [혜화,동 / Re-Encounter](2010) directed by 민용근


놀랍도록 현명하게 구축된 캐릭터.
익숙하지만 두 배우의 호연이 맺은 앙상블은 러닝타임 전체를 짊어지고 가고도 남을 힘이 있다.
유기견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여 주인공 남녀의 현실과 매칭시키는 솜씨도 자연스러우며, 

서사에서 중요한 부분인 '맘이 가는 캐릭터'로서도 이 남녀 주인공은 아주 효과적으로 적절하다.
책임지지 못하고 회피한 듯한 한수는 처음엔 완전 진상 캐릭터로 오해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진심과 고뇌의 근본을 알게 되는 과정도 가슴에 와닿고.

사실 지금 같잖게 순위를 넣고 있지만, 이 따위 순위보다는 훨씬 높게 평가되어야 마땅할 영화.









44 (45). [Margin Call / 마진 콜] directed by J C. Chandor


수많은 실직자가 생기고 회사가 문을 닫아도, 그런 방만한 경영을 한 이들은 한 푼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이 영화는 그런 현실에 대해 하루이틀 사이의 사건을 이용하여 확실하게 까발린다.
조금의 감상적인 시선도 없이 영화는 폰지게임의 정점에서 변함없는 영화를 누리고, 

공범이 되길 바라는 임원진의 가증스러운 진실과 발가벗겨진 채 세상으로 내동댕이 쳐진 이들의 좌절을 대단히 무미건조한 방식으로 꾸밈없이 보여준다.
답답한 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는 점.









43 (35). [Beginners / 비기너스] directed by Mike Mills


[Thumbsucker]로 내게 정말 확실한 인상을 줬던 감독 Mike Mills의 오랜만의 장편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묘하게도 [Thumbsucker]와 닮은 듯, 닮지 않았고.
극복되기 힘든 과거를 아버지 세대의 애정을 통해 현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주고, 동성애자 이야기를 하지만 

궁극적으론 본질적인 감정의 소통과 현대인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감성적인 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다.
이완 맥그리거는 오랜만에 자기 옷을 입은 느낌. 그가 출연한 또다른 영화 [퍼펙트 센스]와는 여러모로 닮은 듯 하지만 대척점에 서있는 영화.









42 (44). [Stake Land / 스테이크 랜드](2010) directed by Jim Mickle 


개인적으로 트왈라잇같은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이나 한 듯 가져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미학적 가치따위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오락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의 공능이 있는 법이니. 
하지만 [트왈라잇]이란 영화는 영화적인 재미조차 주지 못한다. 액션은 늘 만들다 만 것처럼 폼만 잡다가 끝나고, 로맨스는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고, 

캐릭터들은 어처구니없는 대사들을 내뱉으며 지리멸렬해진다.
달콤하게 씹고 뱉기에도 뭔가 찜찜한 그런 기분. 
[스테이크 랜드]는 그런 인스턴트 페이크 뱀파이어물에 질린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진정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게다가 911이후로 더욱더 종교적 당위를 내세워 미국을 보수화하고 우매하게 만들어내는 미국 개신교에 대한 신랄한 풍자도 가득 담아 보여준다.
주인공 일행을 가장 힘겹게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보면 영화가 조롱하고 풍자하는 대상이 어떤 존재들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듯.









41 (40).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directed by Rupert Wyatt

잘 모르겠지만, 헐리웃의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 우려먹기와 유효기간이 거의 지난 시리즈에 대한 프리퀄 붐은 소재 고갈이라기보단 

안전한 투자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와중에 2011년엔 아주 인상적인 두 편의 프리퀄이 있었으니, 하나는 [X-Men : First Class/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되겠고, 

다른 하나는 바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되겠다.
사실... 침팬지가 지구를 지배하고 인간은 그의 종이 되어버린 오리지널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하여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를 까발려 보여주겠다니 이게 그닥 내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보지 않아도 이미 인간의 탐욕과 잔인한 본성등이 비극을 낳은 근본이라는 건 누가봐도 알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명한 프리퀄은 예상할 수 있는 범주를 거의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침팬지의 리더 시저가 그들의 리더가 되어가는 과정을 소름돋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40 (28). [Animal Kingdom / 애니멀 킹덤](2011) directed by David Michôd

'정말 지랄맞은 세상이지'.
적어도 미국 영화들이 까발리는 금융 위기 이후의 미국.
엄밀히 말하면 9.11 이후의 미국은 디스토피아적 현실과 미래로 가득하다.
살아남고 현재를 보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살아야하고, 그 과정에서 괴물이 되어버리는 사람들.
붕괴되어버린 가족. 그 붕괴된 가족의 구성원들이 다시 모여 또다른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
이 모두가 데이빗 미소드 감독의 [애니멀 킹덤]에 드러난다.









39 (46). [Fright Night / 프라이트 나이트] directed by Craig Gillespie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너무나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
마초적 컴플렉스, 관음의 시선, 그리고 성장기에 겪는 질시와 그로시작된 의혹이 파헤치는 진실까지. 

이 모두를 뱀파이어라는 생뚱맞기까지 한 설정에 잘 버무려 낸 스릴러.
이웃과의 관계도 단절되고, 사람들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황폐화되어가는 미국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성장기 청소년의 컴플렉스, 호기심 속에 생생하게 반영된다.









38 (29). [True Grit / 트루 그릿](2010) directed by Ethan Coen, Joel Coen

언제나처럼 코엔 형제는 그렇게 메시지를 어렵게 빙빙 돌려서 던져주지 않는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굳이 이 시점에 이 영화를 들고 돌아온 건 성찰할 줄 모르는, 

패왕주의적 망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미국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폭력적인 욕망, 그것이 어떤 의미에선 정당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할 지라도 그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분명히 응분의 댓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댓가는 결코 찰나의 아픔이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는 걸 영화는 얘기한다.
1대 7, 그 이상의 영웅담이 산산이 조각나 버리는, 모래집같았던 미국의 신화가 함께 무너져내리는 성찰의 영화.








37 (38). [Tomboy / 톰보이](2011) directed by Céline Sciamma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는 사고 방식이 그저 부러울 따름.
아이의 얼굴 하나하나 표정 하나로 모든 것을 풀어가는 방식.
극도의 혼란과 분노를 통해서야만 자신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선 엉뚱하게도 이 영화를 보고 이러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오히려 부러워지는.
마치... 예전에 [the Class/더 클래스]를 보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부분에 한국 교육의 황당한 현실이 떠올라 '부러움'이 생겨버렸던 그 기억과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작지만 힘있고, 조용하지만 충실히 성장기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미묘한 심리를 기가막히게 잡아낸 영화.









36 (39). [Trolljegeren / Trollhunter / 트롤헌터] directed by André Øvredal

인간의 서식을 위해 희생케되는 트롤들의 존재를 보면서 인간들이 수없이 역사를 통해 자행해왔던 이민족에 대한 공생이 아닌 살육의 역사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설원 속에 서서 저항하는 거대한 트롤의 모습에서 파국으로 치달아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고 처연한 감정마저 느끼게 하는 발칙한 페이크 다큐.








35 (25). [Incendies / 그을린 사랑] directed by Denis Villeneuve

무겁다.
이건 임성한표, 아니면 한국 드라마의 전매특허인 '출생의 비밀'로 단련된 우리들에게도 감내하기 힘든 전쟁의 비극적 결말이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전쟁은 결코 합리화할 수 있으며, 어떻게 인간과 인간의 고리를 단절시키면서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에 상흔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그와 동시에 돌아보기 힘든 진실을 돌아보고 화해시키는 영화적 메시지가 분명하고 강렬한 진실함으로 다가오는 영화.








34 (34). [the Ides of March / 아이즈 오브 마치](2011) directed by George Clooney

게임의 승자는 정의롭거나 의로운 신념으로 찬 이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기검열을 통해 차마 할 수 없는 악마의 한 수를 드는 사람들이라는거.
결국 더 탐욕스러운 사람이, 더 많은 자본이 박애로운 자와 적은 자본을 이긴다.
분명히 존재하는 원작 소설을 각색하면서 결국엔 이기는 놈이 장땡... 

아니, 선거에서 승리하는 자가 바로 곧 선(善)이다라는 정당과 정치인이 스스로 외치는 존립의 당위성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선거 캠프에 모여든 정치적 야망이 가득한 이들은 마치 스스로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입을 떠벌이지만, 

결국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가차없이 신념따위 집어던져버릴 수 있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선거 캠프의 모습들을 묘사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 영화처럼 현실적이고도 한발자욱 떨어져서 묘사한 영화가 그리 많았던가?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적으로도 후반부에 한 번의 악수로 토사구팽당할 처지의 주인공의 심리가 그의 걸음과 표정 그리고 상대방과의 독대를 통해 보여지는 절정 부분의 영화적 힘은 보통이 아니다. 

조금씩조금씩 끌어모아 에너지를 한껏 서서히 몰아쳐올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
조지 클루니의 연출자로서의 능력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 영화로 그런 의구심이 대부분 날아가버렸을 정도.









33 (37). [the Help / 헬프] directed by Tate Taylor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기의 그것도 미시시피.
테이트 테일러는 이 몰상식의 인종차별시대를 우울하기보다는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 밝은 기운 속에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소름끼치는 백인 중산층의 위선과 인종차별적 대사들은 

서슬 파란 칼날로 보는 이의 가슴을 몇 번은 난도질하고도 남을 파괴력이 있다.
그 시기를 얘기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현실에서의 위협은 대부분 거세된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도 없을 수 없으나 

영화는 충실히 자기 얘기를 하는 편이고, 영화적인 재미도 매우 보장된 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엠마 스톤이 주인공 중 한 명이면서도 그닥 존재감이 없이 부유하는 느낌인 것은 아쉽더라.









32 (36). [Hanna / 한나] directed by Joe Wright

[Atonement/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그리고 시얼샤 로넌.
놀랍도록 독특한 틴 에이저 액션 활극을 만들어냈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영화 음악도 완벽하고 극단의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살려내는 카메라는 무척 인상적.
안타깝게도 이미지의 향연 덕에 영화적 재미는 어느 정도 희생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31 (33). [Another Earth / 어나더 어스] directed by Mike Cahill


평행이론, 거울이론... 이런 건 이 영화와 상관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건 양자역학으로부터 근거가 된 평행우주이론을 얘기해야지.
[어나더 어스]는 어느날 난데없이 지구 근처에 발견되어버린 또다른 지구를 소재로 한다.
하늘에 커다랗게 떠있는 그 지구는 [멜랑콜리아]의 멜랑콜리아 행성처럼 지구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 자리에 서서 동일한 삶을 반복하고 있는 것 뿐.
비극을 겪고 죄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와, 그 비극으로 가족을 잃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가 다가가지만, 그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그렇다면, 또다른 지구로 떠난 그는 정말 행복했을까? 잃어버린 자신의 가족들을 그곳에서 만났다면, 
그건 정말 자신의 가족들일까? 주인공이 마지막에 대면하는 또다른 자신은 완벽하게 복제된 자신일까?
영화는 수많은 존재론적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관객에게 던져놓고는 황급히 끝을 맺는다.
*
주인공 브릿 말링에 대해선 여배우 포스팅에 약간 언급을 했다. 감독인 마이크 카힐과 아주 친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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