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부암동 산책을 하면서 사진찍고 어슬렁거리다가 주린 배를 채울 곳을 생각하다가 전화해본 곳은 서래마을의 '그린테이블'.
예전에 한 번 문앞까지 갔다가 만석이어서(그때도 그냥 전화안하고 마구잡이로 나갔다가 생각나서 가 본) 되돌아나온
기억이 있는데, 전화했더니 식사 가능하다고 하셔서 찾아 갔다.
아... 그나저나 이 날의 서울은 정말 대박이다.
어지간해선 주말에 서울 나오는거 피하는 편인데 집에서 나와서 부암동으로, 다시 강남으로 이동하고 나올 때까지
교통정체라는 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 이럼 정말 서울 다닐 재미가 생기는데.

 

 

 

 

그러고보니... 나름의 결심을 한 후론 정말 오랜만의 코스 꿀떡...이다.

 

 

 

 

들어가니 1층으로 안내 받았다. 알고보니 2층엔 단체 손님이 와있었던 듯.
스탭분이 정말 친절하셔서 음식 먹는 내내 편안했다.
다만... 창가쪽의 두 젊은 남녀의 그 소란스러움은 정말이지 제대로 짜증나더라.
도대체 그렇게 떠들고 전세낸 것인양 떠들거면 술집을 가든지. 이건 뭐...
나중엔 스탭분께서 우리 테이블로 오셔서 '너무 시끄러우시면 2층으로 자리를 옮겨드리겠다. 단체 손님이 오셔서
1층으로 안내해드렸는데 오히려 더 시끄러운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하시더라.-_-;;;
사실 쟈들이 떠드는데 우리가 왜 옮기나 싶기도 했고, 그 와중에 그들도 자리를 일어서길래 그냥 먹었다.
그 시점이... 우리가 코스를 반 이상 먹었을 때였다.-_-;;;

 

 

 

 

인테리어가 무척 예뻤다.
이상하게 왜 난 자꾸 긴자의 '앙리 샤르팡티에' 인테리어가 생각나지?

 

 

 

 

정갈하면서도 곱고 예쁜 인테리어가 아주 맘에 든다.

 

 

 

 

스탭분께서 2층은 또 다른 분위기라고 한 번 올라가보시라고 친절히 말씀해주신다.

 

 

 

 

이제부터 슬슬 음식 사진이 나오는데...
라이카 X1이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 화이트밸런스를 제대로 못잡고 사진의 색감이 엉망이다. 양해해주시길...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둘 다 'Chef's Tasting Menu' ... 65,000원 (1인/부가세별도)
메뉴판을 깜박 잊고 안찍었는데, 코스에 포함된 파스타는 선택할 수가 있다.

 

 

 

 

사실 이런 예쁜 분위기가 내 스타일이 아닌데 난 '더 그린 테이블' 인테리어가 참 예쁘더라.

 

 

 

 

어뮤즈.
렌틸 수프와 리조또를 안에 넣은 튀김볼.
수프가 아주 진하면서도 고소하다. 아... 정말 맛있더라.

 

 

 

 

식전빵.
수프와 같이 먹으니 궁합이 딱... 맞더라.

 

 

 

 

 

첫번째 코스.
가리비, 그리고 졸인 사과와 퓨레, 그리고 비트를 슬라이스하여 튀긴 요리.
가리비를 구운 밸런스가 입맛에 딱이다. 고무같은 느낌이 팍팍 났던 P....의 맛과는 다르다.
사과와의 조화는 나는 잘 모르겠다.(개인적으로 사과를 그닥 안좋아해서일거다. aipharos님은 아주 좋아했음)

 

 

 

 

두번째 코스, 파스타는 선택이 가능한데, 난 늘... 올리브오일 베이스만 먹었으니 오늘은 브레이징 덕...파스타로.
오리를 브레이징하고 포트와인을 더했다.
면은 스파게티면이 아니라 탈리아텔레면(맞...죠?)으로 식감이 아주 좋고.
솔직히 말하면 난 오리 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나오면 잘 먹긴 하는데(코스에 포함되어) 선택의 여지가 있을
경우엔 내 손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내가 먹어도 어떨지 궁금해서 시켜본 것인데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적당히 달달하고 오리 고기도 든실하게 들어있고 부드럽게(절대 무르지 않게) 입에서 씹히는 식감도 좋고.

 

 

 

 

이건 aipharos님이 선택한 '뇨끼'다.
뇨끼는 딱... 이 정도가 제격이다. 더 먹으면 느끼하니까.
나도 한 입 먹어봤는데 완전 고소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좋더라.

 

 

 

 

세번째 코스.
수비드 조리한 연어, 황금버섯등과 레몬그라스(lemongrass).
왼쪽의 저 동글동글한 것은 레몬그라스라는 풀이라는데 레몬향이 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실제로 무척 인상적인 맛이다.
연어 역시 저온조리해서인지 아주 부드럽고 촉촉하다.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식감이 있었음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이지 레스토랑의 문제가 아니다.

 

 

 

 

네번째론 셔벗...
난 너무 심하게 리프레쉬되는 셔벗을 싫어한다.
난 좀 촌스러워서 이전 코스에 먹었던 그 맛들이 한 번에 셔벗으로 싹~ 리셋되는게 너무 싫다.
똑같은 이유에서 난 디저트도 과하게 나오는 곳이 싫다.
정말 많은 분들이 디저트가 약하면 대실망들 하시지만 난 정 반대다.(아... 촌스러워라)
이 셔벗은 딱... 내가 원하는 그 정도의 리프레쉬를 선사한다. 브라보!

 

 

 

 

다섯번째로 등장한 메인은 채끝 등심과 프라이드 포테이토.
비주얼만 봐도 만만한 퀄리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동시에...
비주얼만 봐도 대식가인 내게 얼마나 턱도 없는 양인지 알 수 있다.ㅋㅋㅋ
아... 좀 더 주시라구요. 전 이 패티가 다섯 덩이는 나와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어요.ㅎㅎㅎ
하지만 고기의 질은... 그런 양에 대한 내 불만을 짖밟을 정도로 괜찮았다.
간도 정말 딱... 잘 맞추시고.
아... 그러니 더 먹고 싶다구요~~

 

 

 

 

곁들여진 프라이드 포테이토.
이 버전은 봉에보의 프렌치 프라이드와는 다르게 양념이 약간 되어 있어서 더더욱... 맛있다.
와... 민성이 있었으면 엄청 좋아했을텐데!!!

 

 

 

 

스탭분께서 샴페인을 한 잔 갖다 주신다.
으응? 그런데 이 샴페인이 스위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드라이도 아닌 것이 디저트와 곁들이기엔 정말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는 샴페인같다.
샴페인 이름이 '쟈르데또'.

 

 

 

 

여섯번째... 디저트다.
화이트 쵸콜릿 미니 케이크. 위에 얹혀진 것은 래즈베리 셔벗.
굿굿...

 

 

 

 

그리고 커피와...

 

 

 

 

머랭.

 

 

 

 

아주 맛있게, 우리답지 않게 긴 시간을 식사를 하고 나왔다.
도착한 시간이 6시 30분이었는데 일어서서 나오니 8시 40분.
9코스도 2시간이 채 안걸리는, 그래서 스탭분들이 그 엄청난 식사 속도에 당황하는 우리가 천천히 얘기도 하면서
2시간 10분에 걸쳐 식사를 했다.크아...

맛있게 먹고 2층에 잠깐 올라가서 구경하고 내려왔다.
다음에 한 번 또 들르고 싶은 집.


이렇게 저녁먹고 집으로 오기 아쉬워서 임진각으로 달린 후 바람 팍팍 쐬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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