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urne Ultimatum] directed by Paul Greengrass
2007 / approx 111 min / US

자자... 드디어 본 씨리즈의 완결편인 [the Bourne Ultimatum/본 얼티메이텀 이하 BU]를 봤습니다.
14일 밤 10시 15분 부평 롯데씨네마에서 봤는데요. 이전 상영분은 사람이 많았던 듯 한데 비도 오고...
그래서인지 10시 15분은 관객이 그리 많지 않더군요.(뭐 그래도 롯데씨네마에 온 관객 대부분이...)

아쉽습니다.
이 멋진 21세기형 첩보물이 3편으로 막을 내리다니.
저 별 것도 아닌 제임스 본드가 몇십 년을 회춘하며 욹어 먹고 있는데 이 멋진 본 횽님은 겨우 3편으로
스크린에서 아듀라니... 아쉽네요.
그만큼 3편도 기대를 전혀 배반하지 않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보다보면 저 '본'이라는 인물이나 '파멜라 랜디'같은 인물들이 너무 잘 살아 있어서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주변 엑스트라들도 완벽하게 통제된 연출은 대단한 리얼리티를 영화
속에 부여하게 됩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 미국, 이태리... 대륙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한치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부치는 [BU]는 어찌보면 기본적으로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물량과 테크닉의 공세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놀랍게 몰입시키는 힘을 보면 Paul Greengrass라는 감독이
보통 감독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그는 [Bloody Sunday], [the Bourne Supremacy], [United 93]에 이어 이번 [BU]로 작품성과 상업성을
가장 잘 결합시키는 감독으로 완벽하게 각인되었습니다.
게다가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주연 배우 Matt Damon(맷 데이먼)의 앙상블도 좋아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차기작인 [Imperial Life in the Emerald City]에도 멧 데이먼이 주연으로 낙점된 상태죠.

이러한 완벽한 앙상블 덕인지 멧 데이먼을 빼고는 '본 씨리즈'를 도무지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면면으로 보면 정말 전형적인 첩보물 그 자체인데요. CIA 국장이나 노아 버슨 역의 David
Strathaim
([Goodnight and Good Luck]의!), 그리고 파멜라 앤디 역의 Joan Allen, 이 셋의 견고하고도
지적인 이미지들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면서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죠.
사실 [BU]는 2편인 [the Bourne Supremacy]의 바로 6주 뒤 이야기로 이어지는 내용이긴 합니다.
2편에서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과정을 보여준 본은 이제 자신이 정말 어떤 존재였는 지를 마지막으로
캐물어 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전 그의 과거같은 건 전혀 궁금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미 트레드스톤이 대강 뭔지 전작들에 걸쳐 나온 바 있고, 이 영화의 키워드였던 블랙브라이어
역시 '업그레이드된 트레드스톤'이라고 얘기가 되어 왔잖아요.
뿐만 아니라 어떤 놀라운 반전같은 걸로 승부를 걸던 영화가 아니어서 사실 제이슨 본이 데이빗 웹이
되어가는 과정은 별 관심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2편 [the Bourne Supremacy]처럼 함의적이고 촘촘하다고 보여지진 않았어요.
(네, 전 3편 [BU]도 너무 좋았지만 본 씨리즈의 완성은 2편인 [the Bourne Supremacy]였다고 생각해요)

3편에선 액션 시퀀스가 놀라울 정도로 보강되었죠.
사실 전작이 성공하는 경우엔 전작에서 성공을 보증했던 키팩터들을 보다 확장시키는 것이 속편들의
관습이죠. 그래서 알맹이없는 깡통소리만 요란한 경우가 많은데, 희안하게도 [BU]는 사실 스토리를 상당히
단순하게 거세해버리고 액션에 지나치리만큼(특히 모로코에서의)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이것이
제임스 본드류의 과시적 액션으로 보이지 않고 살아 있는 액션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폴 그린그래스 감독
의 힘이며 주연 배우 멧 데이먼의 힘인 것 같아요.
놀랍지 않나요?
터미널에서의 시퀀스들은 하이테크 첩보 장비와 아날로그적 감성의 액션이 마구 뒤섞여 기가막힌 조화를
이뤄내고 있잖아요. 제임스 본드같으면 애들 장난감같은 괴상한 첩보 무기로 유유히 빠져 나왔을 지도
모릅니다만 본은 주변을 이용하고 사물을 이용하며 머리를 씁니다.
여자 유혹하느라 뇌세포가 편협되게 발달한 제임스 본드와는 비교 자체가 안되고(암만 대니얼 크레이그로
바뀐 이후라고 해도), 분명 멧 데이먼처럼 똑같이 죽을 고생은 하는데도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고 끝까지
스크린을 지배하려는 [Mission Impossible/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뺀질뺀질함과도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말인데요.
어제 집에 오면서 aipharos님께도 얘기했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 제이슨 본이야말로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이라는 겁니다.
사실 죽도록 고생하고 다리를 절고... 피를 흘리고, 총에 맞아도 결국 제이슨 본은 멀쩡하거든요.
게다가 가급적 손에 더러운 먼지/피류를 묻히지 않고 탈출하려는 제임스 본드는 사실 하이테크 장비없으면
쥐뿔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이슨 본은 상상을 초월하는 육체적 능력으로 위기를 탈출합니다.
차는 부딪혀 깨지라고 만든 듯 하고, 야마카시를 방불케하는 애크로바틱도 그렇고,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하는 좁은 실내에서의 놀라운! 정말 놀라운 액션도 그렇고...
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지만 사실은 초사이어인이었던 것이 바로 제이슨 본입니다.
제이슨 본...식의 위기탈출은 일반인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짓들이에요. 하나같이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이슨 본의 액션이 제임스 본드의 그것처럼 우스꽝스럽거나 비현실적이거나
능글맞다고 생각되지 않지요.
다시 말하지만 이건 분명히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액션 시퀀스에 대한 탁월한 재능이기도 하고 거기에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의 멋진 움직임과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저 개인적으로는 2편인 [the Bourne Supremacy]가 더 인상깊었다고 하더라도 3편인 [BU]도
재미면에선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어떻게 2시간이 갔는지 기억도 못하겠거든요.
액션과 물량으로 이렇게 압도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놀라우리만치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 그리고 제이슨 본이 상대 킬러를 처단하면서 느껴지는 순간적인 정적의 묘한 숙연함같은...
이런 요소들이 담겨 있죠.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이렇게 이 멋진 씨리즈가 끝이라는게.
그만큼 아쉬운 만큼 두고두고 멋진 씨리즈로 남게 되겠지요.
이제 3편이 어떻게 HD나 블루레이 패키지로 출시될 지 기대됩니다.

 


**
엔딩 송은 2편과 동일하게 Moby의 'Extreme Ways'입니다.
아무래도 이 곡이 기가막히게 어울리긴 하는데, 2편에 이어 그대로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ㅎㅎ
물론 Moby의 [18]에 수록되었던 Original과는 다른 'Bourne Ultimatum'버전입니다.
들어보세요.(전 2편에서 나왔던 오리지널 버전이 더 좋아요)

 

 

***
이 영화는 역시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한 그릇된 국가 권력의 작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정말 수도 없이 이런 소재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얘기되어지고 있는데, 이런 고발이 만연되어 일종의
Conspiracy로만 인식된 채 철저하게 타자화되는 것은 무척 씁쓸하네요.
이런 소재들이 하나의 스펙터클과 동등하게 취급되어 버리니 말이죠.

 


****
파멜라 랜디 역의 Joan Allen은 정말 나이가 들어도 너무 멋진 배우입니다.
[Contender,the]에서 완전히 반했었는데요. 그때의 이미지와 파멜라 렌디의 이미지는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물론 [Pleasantville]에서의 연기도 잊지 않고 있지요.(그녀가 [Manhunter]에서 주연배우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지...모르겠네요)

 


*****
니키 파슨 역의 Julia Stiles(줄리아 스타일즈)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배우인데요.
이번 [BU]에선 상당히 맘에 들더군요. 어째 제이슨 본과 엮이는 여인들은... Franka Potente도 그렇구...
(한마디로 예쁘지 않다는 소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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