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만큼 조용하게 보낸 추석 연휴는 없었다.
아들은 전국체전 준비 때문에 전주/임실에 내려가 있어 집에 오지 못했고,
세 명의 조카 중 두 명이 유학 중이라 역시 막내 조카만 집에 올 수 있었다.
동생은 요즘 회사 일이 매우 바빠 정신없더니 결국 고열의 몸살로 드러누워 처음으로 명절 때 오지 못했다.
결국 누나, 매형, 막내 조카와 우리 뿐.
여기에... 와이프까지 인후염으로 고생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정말 그야말로 방콕...이었다.
원래는 미술관도 가고 와이프 연휴 중에 있었던 와이프 생일에 맛있는 식사도 할 생각이었는데 모조리... 취소.
와이프는 아직도 싹 다 낫지 않은 상태.
덕분에 영화만 줄창... 봤다.
+
이번 추석 연휴는 대체휴일까지 끼어 고작 3일이다.
민족의 대명절이라면서 고작 3일.
안그래도 다들 힘들게 일하는데 쉬는 건 찔끔이니 당연히 귀성/귀경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고 이게 지긋지긋한 사람들은 아예 귀성을 포기한다.
명절이 명절같지 않고,명절이 오히려 피곤한 것은 여전히 명절에 지나치게 차례상을 치루는 우리네 문화 탓도 있지만,
이 짧은 연휴 때문이기도 하다.
연휴가 길어지면 산업경제에 타격이 크다는 이상한 논리로 우린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짧은 연휴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다른 명절도 아니고 이런 대명절에 넉넉한 휴일을 보장하면 고향 찾아가는 발걸음도 조금은 가벼울 것이고,
그나마 누릴 시간도 있으니 적정하게 소비도 진작될 거다.
지금 이 어줍잖은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사실은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지 않나?
왜 우린 이런 큰 명절에도 교통 지옥에 시달리고, 음식 차리느라 정신없어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살아야할까.
++
여러번 얘기했지만,
우리 집은 제사/차례 모두 치루지 않는다.
종교가 없으니 종교 때문이 아니고, 결혼한 지 2년 되었을 때 내가 없앴다.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으니 누나 가족, 동생도 집에 오기 때문에 약간의 음식은 한다.
약간의 음식이라지만 그것도 한나절 걸리지.
그러니 집안 청소, 상 치우기, 설겆이는 내가 한다.
아들이 집에 있을 땐 아들이 식탁에서 와이프, 어머님과 같이 음식을 준비했고.
여성이 음식 차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그 음식, 한 번 직접 준비해보시라.
그래도 못하겠다고, 그 고생 모른다고 말한다면 정말 난 할 말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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