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좀 많이 길고... 지루하면서 민감한 얘기들입니다. 관심없는 분은 그냥 거침없이 스킵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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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다.
카메라의 힘으로 자격 미달의 음식점을 어느 정도 먹을 만하게 해줄테니 와서 줄을 서라.
사명감과 오만함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니던가.
때론 오만함을 사명감으로 포장하기도 하지.
기자, 방송종사자들이 잘 하는 짓 아닌가.
(누군가는 방송에서 태연하게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라고 단언하지도 않았던가)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힘든 자영업, 온갖 개인적인 이모저모를 안고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TV 프로그램이 좀 도와준다는데 그게 그리 배아프고 꼽냐고.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엔 개인적 이모저모의 사정을 안고 힘들게 세상에 맞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구체적인 자영업 폐업율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
더 안타깝게도,
우린 그 자영업자들 모두가 개인마다 저간의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다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방송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어 카메라 마사지를 받고, 잘 나가는 프렌차이즈 대표의 레시피가 덧입혀지고... 그래서 줄 서는 식당이 된다라...
묻고 싶은데 이건 식당 키워주기 프로그램인가... 아니면 골목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인가?
그게 그거 아니냐고?
이 프로그램이 한 명이 아닌 복수의 전문가가 출연해 업장을 컨설팅해주고 직접적으로 요리 자체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의 문제, 위생의 문제, 기본적인 조리 실력 검증에 주력했다면... 그나마 좀 나았을 지 모른다.
아... 알고 있다. 방송은 절대 그런 짓 하지 않을거라는거.
그렇게 여러 해당 전문 종사자가 나와 솔루션을 찾아 브레인스토밍하고 뭐 그런거... 겁나 재미없잖아.
스타성있는 사람 한 명 데려와서 막 호통도 치고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주고... 그래야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겠지.
궁금한게 있는데,
왜 이 가게들이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의 입맛에 의해 맛을 평가받고 해결책도 그 '한' 사람의 레시피 솔루션에 의지해야할까?
프로그램 내내 MC와 패널도 이런 말을 한다. '대표님이...', '대표님께서...', '대표님 오늘 홧병걸리시겠다...'...
객관성이라곤 1도 없이 그냥 백종이란 사람의 기준이 절대적인 잣대가 되는,
도대체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요식업계의 전지전능이라도 되는건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난 그 프로그램의 PD가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로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가 인상적이었다.
감각적인 촬영, 편집, 일관되고 유려한 흐름, 무엇보다 더 놀라운 음악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큰 애착이 가지 않는건 백종원이라는 사람의 한계 때문이다.
그냥 음식먹고 하는 말이 맛있어없어에 그친다. 뭐 물론 그게 어때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 차원이라면 '식신로드'정도의 컨셉만으로도 충분하지않나.
굳이 이렇게 멋진 외형을 띈 프로그램이라면 그 이상의 심도있는 음식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무리한 바램은 아니지 않을까?
게다가...
보셨겠지만,
그는 이미 와사비가 들어간 스시에 또다시 와사비를 얹고, 그것도 모자라 간장을 찍어 먹는다.
그 일본의 스시집은 요즘 트랜드대로 와사비도, 간장등이 이미 가미되어있는 집이었다.
그런데도 와사비를 또 얹고 그것도 모자라 간장을 찍으면서 '와사비 맛이 아주 코를 찔러요'라고 말하더군.
자신의 입맛이 대중적인 입맛이라고 그는 늘 말한다.
그럴 수 있어.
맵고, 짜고 달고... 그러니 설탕을 그리 넣어대고.
그런 그의 입맛이 대중적인 입맛이 맞겠지.
그런데...
대중적인 입맛이 반드시 옳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대중적인 수준이라는 건 늘 더 나은 지향점을 갖고 움직이게 되는거 아닌가?
내 입맛이 대중적이니 딱 그 수준에 맞게 음식을 내겠다는 건 그냥 '돈을 벌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딱 그 정도만 하면 나도 비난하지 않을텐데,
이 사람은 자신의 대중성을 이용해 점점 더 '나와바리'를 넓혀간다.
온갖 프렌차이즈를 만들어 상권을 폭격하면서 한편으론 '힘든 사장님들 돕겠다'며 이런 프로그램에 나온다.
그뿐 아니다.
정말 제대로 된 멘토의 모습도 마구 보여준다.(그것의 진정성 이런건 다 차치하고)
프로젝트 접지 않을 것 뻔히... 아는데 프로젝트를 당장이라도 접을 것인양 호통을 치고 나가버린다.
실력과 소신을 갖고 지금도 힘든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계신 업장의 쥔장분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감히 얘기하지 않겠다.
그분들을 이 프로그램이, 백종원씨가 모두 찾아갈 것도 아니잖아.
뿐만 아니라 기본 조리 실력도 안된 집들도 있는데 그 집들... '장학생'어쩌구 하면서 결국 자기 레시피를 이식해주던데 이거야말로 우리나라 요식업의 문제점이 아니었어?
전문성없이 레시피만 갖고 와서 음식점을 열고, 그러다 본사에 이거저거 다 털리고... 결국 폐업하는 그 전형적인 패턴말이지.
그냥...
골목상권 살리기란 말 갖다 붙이지 말고,
기본적인 조리 실력이 있음에도 메뉴 구성의 문제, 홍보의 문제, 업장 인테리어의 문제등으로 안타깝게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 업장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프로그램이라면 나도 응원을 하겠어.(해방촌의 횟집, 이대 정문의 소바집, 라멘집같은 곳 말이지...)
물론 그럴 리 없지... 재밌을 리가 없잖아.
아... 아니다. 고든램지의 키친나이트메어...가 딱 그런 프로그램이잖아. 막 짜고치면서도 아닌 척하고... 결국은 모두모두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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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주관적인 감상을 뇌까리는건 쉬운 일이다.
그런데 블로그 1일 조회수가 3,000이 넘어가면서 이게 마냥 쉬운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매일 찍히는 방문객 수와 조회수를 보노라면 기분이 좋다기보단 두렵다.
방문객이 늘고, 공감이 늘고, 댓글이 늘어나는건 기분좋은 현상인데 내가 내 멋대로 명확한 기준도 없이 뇌까리는 글들이 방문한 분들에게 전달되고 그중 일부는 이 부족한 글을 참조한다는 사실을 점점 인지하게 되면서 정말... 주제넘지만 내 글에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책임감같은걸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생긴다.
난 식자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조리 과정조차 아는게 없다.
내가 맛이 없었다라고 얘기하는 건 쉽지만 누군가 내게 어떤 지점에서?라고 묻는다면 난 정말이지 나 스스로에게조차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음식점에서 먹고 기록하는 걸 멈출 마음도 없다.
이건 2004년부터 이어져온 내 기록이니까.
5,000개가 넘는 글이 있는 나와 와이프의 본진 블로그는 정말 우리의 기록 그 자체니까.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식재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조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럴 마음조차 없으니 더더욱 고민되었는데,
여러분들의 조언을 통해 대략... 나만의 기준을 잡았다.
조언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로네펠트의 차를 구입한 이후 난 더이상 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처음 마셨을 때 동공이 확장되었던 모르겐타우도 이젠 거의 마시지 않는다.
구입한 지 꽤 되었음에도 우리 집엔 로네펠트의 차가 아직도 동나지 않았다.
와이프도 점점 마시는 빈도가 뜸해진다.
TWG의 차의 향기를 맡아보곤 바로 돌아섰다.
남들은 다 상찬 일색의 티 브랜드들인데 도통 내겐 아무런 감흥이 오지 않는다.
좋아하시는 분들께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난 이게 뭔가... 모독일 수 있으나 마실 수 있는 향수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그래서 차를 잘 아는 분을 뵙고 묻고 싶다.
차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뺄 생각을 하는 내게 복합적이고 가향된 차 말고 그냥 스트레이트한 느낌의 추천할만한 차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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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무상급식을 얘기한다.
난 무상급식 실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난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싼 비용으로 많은 아이들의 끼니를 책임져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처구니없는 급식의 퀄리티에 길들여지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살면서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욕망 자체를 강제로 한정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모두가 배곯지 않는 세상이 목표라면 그 세상은 글렀다.
사람답게 산다는건 배곯지 않은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음식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는거라 생각한다.
아니, 그런 세상이 되어야한다고 믿는다.
우린 도대체 몇 년동안 먹고 사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건가.
급식을 줄까 말까를 고민해야하는게 아니라 무얼 먹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점이 넘어도 한참 넘었는데 아직도 포퓰리즘 타령이다.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다.
+++++
직장 동료가 오사카/교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예전에 난 '절제하는 삶이 유일한 지속가능한 세상'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난 20대인 직장동료에게 '가급적 많은 돈을 써서 소비하고 오는게 어때?'라고 말했다.
꼰대의 오지랖, 완장질같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심스래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어차피 이 바닥에서 일한다면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한계라는걸 느낀다.
그걸 내 손에 쥐고 입어보거나 사용해봐야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이 서는 경우가 많다.
뭐... 내가 그리 얘기하지 않아도 고작 바다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달라도 너무 다른건 직장 동료도 단번에 알아차리겠지.
'너무 사고 싶은게 많아서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직장동료가 한 말이다.
응,
우린 정말 ㅈ도 아닌 가치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
그런 사회야.
씁쓸하지.
+++++
어느 분께서 맛없으면 안간다. 프랜차이즈 음식점만도 못하니 사람들이 프랜차이즈에 간다고 하신다.
물론 틀리기만한 말은 아니지. 우리 요식업계가 수준 미달인 곳도 지천에 깔렸으니.
하지만...
자본의 크기가 다르면 공정한 룰이 성립되질 않아요.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옆집에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을 내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손님들은 일단 벌떼깥이 몰려가요.
내가 낸 음식점에 한 번도 오지 않던 손님들도 난데없이 그 집은 간다고.
그 정도에서 끝나면 그래도 버틸 수라도 있지.
더 큰 문제는 이 집들이 월세를 미친듯이 올려버린다는거다.
어케 버틸건데?
사람들이 내 음식맛 알아주고 찾아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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