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하수상해서 그런가...
미쉐린... 아 씨 그냥 미슐랭이라고 할래.
미슐랭 가이드 서울에 대한 관심도 생각보단 덜한 것 같다.
별 셋, 별 둘, 별 하나...
저 집들 중 내가 가본 집은 고작 4곳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가볼까...싶다.
사람마다 미식의 기준이 다른 법이니 '아니 이곳이 별을 받았다는게 말이 되나?'라며 흥분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나조차도 별받은 집 중 한곳을 두고 '아니 그럼 내겐 가장 후진 게장을 줬다는거야?'라는 생각을 했으니.ㅎ
모든 평가에는 어느 정도의 구설이 따르기 마련이고 뭐... 또 그런 논쟁으로 서로가 서로의 기호를 씹으며 즐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다.
미슐랭 별받았다고 순례하자는 분들도 벌써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그중 또 많은 분들은 미슐랭 별받은 집의 가격표를 찾아보고 난감해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대체적으로 가격을 먼저 말씀하시는 분들은 이런 업장에 큰 관심을 갖지 않다가 미슐랭이라는 평가업체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분들도 많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니... 디너 8~15만, 더 나아가면 20만... 와인페어링하면...음... 이 부담되는 가격에 동공이 튀어나올 듯한 충격을 받았으리라.
저녁 몇끼 먹으면 아이폰7플러스 256기가를 사겠다...라는 댓글도 있다.
그런 식의 비교를 하자면 뭐 이건 끝도 없는 네버 엔딩 개드립이 되는거.
간혹 남성들이 비싼 명품백을 사는 여성들을 '머리가 빈', '허영에 빠진'이라며 힐난하는 글을 볼 수 있다. (사실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글)
정작 자신은 카메라에 푹 빠져서 기변을 밥먹듯 하거나, 싸이클에 돈을 쏟아붓고, 골프 장비를 사거나 자동차에 투자를 하면서 말이다.
내가 관심없는 상대방의 기호, 소비 생활에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사치', '허영'이라고 매도하고 몰아대는 것만큼 편협한 짓도 없다고 본다.
물론... 자신의 구매여력을 넘어설 정도로 소비를 하며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분명히 과소비, 사치라고 말할 만하지만 말이다.
음식을 먹는 소비 행위에 대해선 더더욱 여러 가치가 상충하는 것 같다.
한끼 20만원의 식사를 허구한 날 해대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어쩌다 즐기는 미식을 두고 '그 돈이면 아프리카 아이 한달 내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돈을 후원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찌보면 그렇게 말하는 분들의 심정도 난 이해할 것 같다.
내 돈을 지불하며 먹으면서도 도덕적으로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는 것.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런 심리를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몇번 고백했지만, 난 그리 대단한 외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좌빨인 것 같은데 돈 잘 쓰고 다니네'라는 집요한 댓글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때 잘 운영하던 개인 블로그를 결국 포기해야했던 일이 있었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난 생각한다.
누군가는 적당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조금 가격은 비싸지만 개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비자들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의 제품을 만들어 이를 인정하고 구매할 수 있는 소수의 소비자들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왜냐하면 물건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식에도 식자재, 공간, 이를 부리는 사람에 따라 음식이 향하는 대상과 가격이 당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난 한국의 요식 업계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식자재 비용이 품질에 비해 수급도 힘들고 가격도 높다는 사실 정도는 대충 알고 있다.
그래서 뭔가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음식점에서 내는 음식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부동산 비용도 말도 안되게 높은 나라 아닌가.
하지만 이를 소비할 소비층은 얄팍하기 짝이 없다.
늘 하던 소리지만, 이곳에 간 손님이 저 집에도 가고, 또 저 집에도 가는 형국이다.
그렇게 돌아가며 새로운 손님들이 창출될 정도의 여력이 없는 시장이라는거지.
그러니 가격이 늘... 문제다.
조금만 더 가격을 올리고 싶은데 가격을 올리면 시장에서 이를 받쳐줄 소비가 되질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다.
미슐랭 별을 받은 업장들은,
욕먹을 소리일지 모르지만,
적정한 선에서 가격도 현실적으로 더 올리고 이왕 별받은거 그 뒤를 향해 나아갔음하는 솔직한 마음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문화가 성숙되었음...하는 바램도 있다.
그냥, 언제까지 먹는 걸 고민하는 수준에 머무를 순 없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거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는가를 고민하는 수준이 되어야 어처구니없는 음식점들도 도태되고 전체적인 미식 문화도 발전하지 않을까...하는,
뭐 그런 아주아주 얄팍한 생각을 해본다.
미식문화가 뭐 굳이 그렇게 발전될 필요가 있냐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난 그냥 '미식이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즐거움이니까'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그만큼 난 인문학적 깊이 따윈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즐거움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는 확신은 갖고 있다.
(같은 이유로, 섹스리스-Sexless-가 일상이 된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는 확신 역시 갖고 있다)
또...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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