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게임내용에 대해 피상적으로 들어보신 분들은 쇼크...먹을 수도 있음 *
* 이글은 뭔가 그럴듯한 게임 비평글이 절대 아님 *


GTA5는 갈 때까지 간 게임이다.
현금수송차량을 털고, 은행을 털고, 내게 위협이 되는 자는 가차없이 살해하고, 심지어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마저 죽일 수 있다.
스트립클럽에 가서 무희들의 춤을 보고 돈을 뿌려 호감을 사고 잘만하면 댄서의 집까지 갈 수 있다.
길거리에서 성을 파는 여성들을 클락션으로 부른 후 은밀한 곳으로 이동해 주차하면 갖가지 섹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게임상에 모두 적나라하게 나온다.
뿐만 아니다.
바인우드 스타(할리웃 스타)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여배우가 야외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 짓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달리는 스타의 차량 옆에 바짝 붙어 억지로 사진을 찍어대는 파파라치 미션도 있다.
아... 더 있다.
스타들의 속옷, 소지품들을 수집하는 변태 노년 커플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서브미션도 있다.
길거리에서 아무 차나 골라서 운전자를 끄집어내어 차를 강탈할 수 있는 건 뭐... 놀랄 것도 없다.(언제나 이랬으니까)

세명의 주인공 중 한명인 마이클의 와이프는 상류사회 코스프레를 하면서 테니스를 가르치는 코치, 요가를 가르치는 코치등과 모두 관계를 맺는다.

주인공도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아들은 매일 게임을 하면서 차마 옮겨적기 힘든 비속어를 남발하고 마약에 취해 산다.
딸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기 위해 사회자에게 언제든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있다.

다른 주인공인 트레버는 역대 최강의 싸이코패스.
대부분의 미션이 학살아니면 살인이다.

그나마... 가장 인간적이라는 주인공 프랭클린 역시 자신의 주식 폭락을 막기 위해

살인을 합리화하며 상대를 살해해달라고 부탁하는 레스터의 미션을 알면서도 돈을 위해 수행한다.

이렇게 현실에서 차마 저지르기 힘든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게임상에서 죽음에 이르게 되어도 이들은 언제든 부활한다.
게임 상에서 5,000불이 제해지면서 이들은 병원문을 나선다. 언제 죽었었냐는 듯 말이지.  
시내에서 온갖 시민들을 학살하다가 죽음에 이르렀더라도 게임상의 5,000불이면 그 어떤 책임도 더이상 묻지 않는다.
그냥 병원문을 나오는 것으로 게임은 다시 시작하니까.
이건 일도 아니지. 이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잔혹한 악담은... 바로 고문을 가하는 부분이다.
그냥 동영상으로 흘러가는게 아니라, 주인공 중 한명인 싸이코패스 트레버를 통해 고문기구를 선택하고 이를 실행하게 된다는거지.
이는 액션게임인 'Call of Duty'의 공항학살씬과 비슷하게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죄의식을 안긴다.
게임 속에서 FIB (사실상 FBI) 요원은 스티브...인가 하는 놈이 국가 안보를 들먹이면서 테러리스트를 잡아내야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홈씨어터 설치업체 직원 한명을 납치해서 막무가내로 테러리스트에 대한 정보를 불라고 압박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 직원은 울면서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FIB 요원은 트레버에게 고문을 시킨 뒤 고문을 피하려고

털어놓는 아무런 신빙성업는 정보를 근거로 테러리스트를 살해하라고 지시한다. 

(정말... 이 장면은 가관이다. 고문을 통해 말하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인상착의라니... 왼손잡이, 턱수염, 담배를 많이 피운다... 이게 정보다) 
실제로 이 미션은 테러리스트라고 맘대로 상정한 대상의 집에서 파티 중인 사람들 중 그 누구든 아무나 한명 사살하면 끝난다.


이렇게만 보면 GTA5는 절대로 청소년이 해선 안될 게임이다.
게임 자체가 폭력과 선정성이라는 두개의 모티브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선 이렇게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인 게임을 아이가 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런 시선을 갖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하면 이 게임은 그 자체가 거대한 농담이자 장대한 비아냥이며 냉혹한 현실을 조금더 과장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충실한 한글번역자막이 눈에 띄지만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TV의 멘트까지 자막이 나오진 않는데 이를 잘 들어보시라.
현실에 있음직한 사건을 조금 더 과장해서 냉소적으로 비틀어댄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게임상의 TV, 라디오 멘트만 들으면 GTA5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로스 산토스라는 세상은 온전한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도시다.
기업가들은 대놓고 인권유린과 사생활침해를 강조하고, 개인의 인권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이 모든 악행은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맞닥뜨리는 범죄들의 범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로스 산토스에서 벌어지는 이 어처구니없는 범죄들과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참사와 수많은 부정부패를 보면 결코 게임보다 현실이 더 낫다라고 난 말을 할 수가 없다.
위에서 언급한 고문 장면도 그렇다.
실제로 911 이후 미국에서 '애국법'이 통과된 후 멀쩡한 직장에서 퇴근하다가 FBI나 NSA에 납치되어 1년 가깝게 이유도 모른채 가족과 격리되어

고문받고 강제로 출국당한 사건이 있다. 게임 속에서의 고문씬은 바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것일테고.

결국 이 게임은 악몽같은 현실을 완전하게 오픈해서 구현해놨을 뿐이다.
딱 로스 산토스라는 게임 속 제한된 공간 속에서 말이지.
그리고 게임에서 누릴 수 있는 이러한 온갖 범죄들을 누릴 수 있게끔하고선 역설적으로 게이머에게 폭력에 대해 묻는다.
물론 끝까지 아무런 꺼리낌없이 폭력을 즐기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나도 모르게 점점 운전도 조심하게 되고, 미션 외의 살상은 아예 안하게 되는 게이머도 있겠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게임은 우리가 뉴스로 접하던 수많은 범죄들을 가상으로 체험하고 능동적으로 그 범죄에 가담하게 하며

이러한 요인들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수많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에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아이들에게 이 게임을 '즐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즐기기엔 그 폭력의 수위가 너무 자유분방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난 게임에 대한 비판을 하려고 어줍잖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현실이 과연 이 GTA5 게임 속 세상인 로스 산토스보다,

이토록 폭력적인 게임이라고 어른들이 걱정하고 있는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도시 '로스 산토스'보다 살만한 곳이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지.
게임 속 세상처럼 나를 위협하는 기업가나 정부요인을 그냥 없애버리고 자신의 삶을 reset한 채 엄청난 돈을 굴리면서 살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난 지금의 현실이 훨씬 공포스럽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몰염치와 부조리가 만연한 한국 사회가 과연 저 게임 속 로스 산토스보다 나은 점이 있을까?
이 게임은 폭력적이어서 안된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정말 게임의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로스 산토스'보다 살만한 곳이란 말인가?
정작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건 게임이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양산되는 부정부패와 재벌의 탐욕, 호구로 몰리는 국민, 참사를 겪고도

단 하나의 진실도 규명못하는 이 나라 그 자체아닌가?
게임 속에선 아무리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지만 적정한 선에서 결말을 맞이 하게 되어있다.
대부분은 갈등 관계를 폭력으로 해결하며 끝을 내지.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끝이 없다.
나에게서 끝날 수도 없고 우리 자식에게, 또 그 후대까지, 풀지 못한 갈등은 고스란히 유산이 되어 남겨진다.
그러니 더 무섭다.
로스 산토스보다 더 악질적인 이 나라가 더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
어른들이 아무리... 등급을 매기고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맘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
GTA5를 아이들이 하려고 하면 무조건 막지말고 대화를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타인에 대한 폭력의 위해함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시라고.
무조건 하지마, 하지마...
나중엔 정말 아이들에게 '하지마'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을지 모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