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열심히 해외 mail order하던 흔적들은 전부 다 지워버린 줄 알았는데,
aipharos님이 이번에 이사하면서 어디 구석에 잊고 버리지 못했던 흔적들을 찾아내서는 내게 보여줬다.
기억하기 싫은 내 20대 한심한 삶이지만, 이젠 내 그 잊고 싶은 시간도 보듬아 안아야지. 
지금에 와서야 이 당시에 해외 각지에서 받았던 음반/영상 카탈록들을 죄다 버려버린 걸 후회하고 있다.

몇 번 말했지만,
이 당시(91~97년)엔 인터넷은 그저 학교에서 학술용으로 어쩌다 쓰는 용도였고, 천리안이나 하이텔등의 통신 문화가 유행이었을 때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해외 샵에서 CD를 주문하거나 디지털 다운로드를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때였기 때문에 

해외 샵과 거래하려면 그 샵에서 다루는 제품 카탈로그가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그런데, 인터넷도 없는데 해외의 '어떤 샵'에서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도 알 길이 막막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벨기에의 어떤 샵에서, 노르웨이의 어떤 샵에서, 심지어 알젠틴의 어떤 샵에서 뭘 팔아먹는지 알아야 살 수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미 mail order를 하던 사람들이나 당시 언더그라운드 록을 유럽보다 더 잘 정리했던 일본에서 나온 서적들을 통해 해외 음반샵의 정보를 모으고, 

fax로 카탈록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으로 거래 샵들을 늘려 나갔다.
나같은 경우는... 심할 정도로 음반을 구입했기 때문에 사실 나중에는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던 세계 각지의 샵에서 알아서 카탈록을 보내주는 덕에 

샵을 수배하는 고충같은 건 거의 없었다.






피터 로간의 카탈록.









보면 EX/EX 라든지 M-/EX 등의 표시를 볼 수 있다.
이건 음반커버와 음반의 컨디션을 의미.
대부분 first pressed LP(초판 LP, 즉 뮤지션이 그 음반을 낸 첫번째 프레스)를 구입하기 때문에 

90년대 초라도 이미 20년 가까이 된 음반들이 ST (Still Sealed/밀봉) 상태로 돌아다닐 일은 거의 없다.
중고 음반이므로 음반커버 상태와 음반 상태를 ST > M+ > M > M- > EX+ > EX > EX- > VG+ > VG > VG- 의 순으로 등급을 매겨 기재한다.
사실... 이 등급은 정해진 바가 없어서 중고 음반 판매업자 마음대로 정해지곤 하는데, 

그래서 어떤 샵에서 VG+ 정도의 나쁜 등급이 다른 샵의 M (mint condition) 등급과 비슷한 경우까지 있곤 했다.
일반적으로 M (mint condition)이면 상당히 만족할 만한 컨디션이며, VG 등급이면... 음반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거나 

커버등급이 VG라면 커버 한부분에 곰팡이끼거나 찢어진 경우도 있다.









벨기에의 필리뻬 꼴리뇽.
내 취향의 음반들보다는... 챔버락쪽의 음반 구매 목록이 유난히 강했던.









뉴욕의 Metro Music.
이곳 주인장이 Doug Larson인데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고 있어서 급격히 친해지게 됐다.
처음엔 좀 까칠했는데...ㅎㅎㅎ









유태인이 운영했던 레이져스 엣지.
이 음반 샵으로부터 사기당한 이들도 은근 적지 않다.
물건이 절대로 안와~~~ 다행히 난 사기를 당한 적은 없고.









캘리포니아의 와일드 플레이시스.
비트팝, 싸이키델릭, 서프락(Surf-Rock) 리스트가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가장 많이 거래했던 영국의 Vinyl Tap.
답답하게도... 가장 많이 거래했던 이곳 카탈록은 하나도 남아있는게 없다.
토니와 새디가 운영하던.
일본 고객들을 뚫고 VIP에 올랐던.ㅎㅎㅎ
덕분에 토니와 새디는 좋은 음반 정보만 있으면 내방 팩스로 새벽에도 열심히 새로 확보한 음반 리스트들을 꾸준히 날려줬다.









ㅍㅎㅎㅎㅎㅎ
이 당시 음악 감상회를 열곤 했는데...
곡목과 뮤지션 안내를 적은 팜플렛을 준비해갔다. 
이런 그림도 그리고 말이야.









정성이다...
다 내가 그린 그림.
이건 Nigel Mazlyn Jones의 음반커버를 그린 것.









이건...ㅎㅎㅎ
8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근 30년 전.
내가 매주 혼자 재미로 했던 몽키 챠트.ㅋ 
컬쳐클럽의 'Time'이 1위, 2위는 Styx의 'Mr. Roboto' (이곡은 국내 금지곡이었다. 이유가... 가사 도중 도모 아리가또 미스타 로바또...라는 일본말이 나온다는 어처구니 없는...)
3위는 듀란듀란 곡, 4위는 스티브 닉스 누님, 5위는 데프 레파드, 6위는 휴먼 리그, 7위는 릭 스프링필드, 8위는 프린스, 9위는 유리드믹스, 

10위는 내가 지금도 종종 듣는 네이키드 아이즈.









응???
그렇게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디언 잡지가 제법 남아있다.








영화도 참... 열심히 구입했는데.
이렇게 신용카드 안되고 뱅크체크만 되는, 마이너 취향의 음반샵도 무척 많이 거래했다.











이것들은...
이제 더이상은 버리지 말아야지.
내 한심한 20대도 이젠 끌어안야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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