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포자에서 만두를 먹은 후,
어제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의 '개관 20주년 기념 소장품전'을 보고, 오늘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을 찾았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접하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

 

 

 

 

입구에 다가서니 Tracey Emin(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면 극사실주의적인 Duane Hanson(듀엔 핸슨)의 'Flea Market Vendor'가 보인다.
인간의 땀구멍까지 다 표현한, Ron Mueck을 연상시키는. 하지만, 스케일을 왜곡하여 극사실이 비현실이 되는 지점에
다다른 론 뮤엑과 달리 듀엔 핸슨의 이 작품은 실제로 사람이 앉아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말이 필요없는 안토니 곰리의 작품.
이걸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는구나...
물질적인 오브제로 구현했으나 그 형상은 오히려 비물질에 가깝다.

 

 

 

 

 

내 발걸음을 완전히 붙잡아 메버렸던 Thomas Demand(토마스 디맨드)의 'Parking Garage'.
다섯개의 에디션 중 첫번째.
토마스 디맨드는 Düsseldorf Kunst Akademie(뒤셀도르프 미술 아카데미) 출신으로 가장 주목받는 현대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이 작품을 가만보면 미니어쳐를 찍어 실존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나치리만치 무미건조한 대상, 인간이 배제된 듯한 공간을 통해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것 같다.

 

 

 

 

Marc Quinn(마크 퀸)의 'Kiss'.

 

 

 

 

실제로 신체부자유자를 캐스트하여 만든 작품.
키스라는 아름다운 행위에 고결함과 불편함을 혼재시켜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듯한 도발적인 작품.
볼수록 빨려들어가는 작품.

 

 

 

 

Markus Lupertz (마르쿠스 루페츠)의 'Telegrafenmasten-dithyrambisch'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라이프찌히 스쿨 출신의 yGa 작가 중 한 명인 Neo Rauch(네오 라우흐)의
'Modellbau'.
정통성, 독일 현대 미술의 특징, 그리고 '침착한 전위(???)'가 모두 내포되어 있는 듯한 작품.
이해하기 힘들어도 도무지 발을 떼기 힘든 강렬한 매력이 있는 작품.

 

 

 

 

가장 논쟁적인, 사적인 공간을 공론화시켜 아름다움에 대한 의미를 환기시켰던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누구나 다 아는... 앤디 워홀의 작품.

이외에도 키스 해링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작품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화두가 되었던 yBa와 yGa의 작품들을 이렇게 실제로 볼 수 있으니 행복할 뿐.

*
이전에 마틴 크리드의 전시에 대한 주관을 얘기한 바 있듯이,
이 전시를 보고 느끼는 관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인 듯 하다.
'그저 튀려고 한다'는 힐난을 쏟아내는 블로거들도 많이 보고 있고.
우리가 종이를 구겨 던져넣는다고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작품이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선
작가의 확고한 미학적 철학과 전복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런 현대미술을 그저 '개념미술'일 뿐이라고 치부하며 바닥에 메다 꽂는 분들도 계시지만, 과거의 미술적 성취와
평온한 심상을 얻는 것만이 미술의 목표라면 그 기준이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아닐까 싶다.
물론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은 역시 사적인 사유와 맞닿아있으므로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기존의 흐름을 거부하고
전복적 상상력을 구현해내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 역시 Tracey Emin의 작품은 보기 힘들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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