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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부산으로 놀러갔을 때.
부산역에 도착한 우린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출발하자마자 컨테이너 야드가 보이면서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벌어졌고, 난 신나게 민성이에게
떠들며 함께 바깥 구경을 했다.
이후, 부도가 나버린 실내 스키장 건물인 '스노우 캐슬'을 바라보며 지난 터널 뒤론 우린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사방을 다 둘러봐도 온통 아파트 밖에 없었으니까.
그 아파트 숲은 우리가 해운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됐다.
해운대에 도착해서도 우린 호텔 우측으로 즐비한 아파트들을 볼 수 있었다.

부산은 세계10대 미항이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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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김포 너머의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공기도 좋고, 사장님과 다녀오면 가슴까지 상쾌해진다.
하지만 바로 그 공장 앞까지 산중턱을 다 밀어버리고 곧 아파트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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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주자들을 욕하려는게 아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아파트 외에 그에 필적할만큼 편의와 세련됨을 제공하는 주거수단은 없다.
고급주택지 외의 주거구역은 이미 슬램화되어가고 있다.
우리 집도 그 중 하나다.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집 주변은 황폐화된다. 농담이 아니다.

난 이 미치도록 늘어나는 아파트들을 보면서 앞으로 최소한 40여년은 이 나라가 전국이 다 똑같은 아파트
단지로 끝장나겠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파트 1~2년 살고 부술 것도 아니니, 30~40년은 저 자리에들 있을 것이고.
아파트 사려고 대기 중인 부지도 경기와 상관없이 이토록 많으니 전국토가 하나의 아파트 단지가 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가 세련되고 살기도 편한데 그게 뭐 그리 불만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나도 짧은 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아파트에서 보냈다. 그것도 혹자들이 말하는 고급 대형 아파트에서 지냈다.
하지만 다신 살고 싶지 않다.
내 아이에게 전국 어딜가나 다 똑같은 아파트(달라봐야 도대체 뭐 얼마나 달라지나)를 보여주는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최소한 민성이는 아파트가 절대 가치가 아니며, 부의 상징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 쯤은 이제 안다.
그럼에도 이 ㅄ같은 정부는 아파트를 옭죄는 규제는 다 풀어버리고 죽어라 지어대려고 하고, 그것이 곧
이 나라의 경제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떠든다.
속이 보여도 이렇게 보이는 ㅄ들이 없는거다.

이렇게 미치도록 아파트가 들어서는 나라. 적어도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와 중국의 신흥도시 밖에 없다.
인구밀도가 높으니 어쩔 수 없다고? 웃기는 소리다.
서울에만 1천만 이상이 몰려 산다. 그럼 나머지는 다 뭐냐.
인구 밀도가 높기론 일본도 만만찮다. 프랑스 파리도 주거밀도가 우리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다.
일본 도쿄에 가서 우리처럼 끝없이 펼쳐진 아파트 단지를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때려부수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미덕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라.
그 아파트에 사는 것 외엔 별 대안이 도무지 없는 나라.
그게 한국이다.

난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면 그 나라의 세련된 건물들도 좋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동네를 걷길 좋아한다.
그 사람들이 사는 골목골목을 다니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을 대하고 살아가는지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롯폰기 힐스나 긴자보다 하라주쿠의 뒷골목 주택가가 좋았고. 메구로의 주택가가 훨씬 기억에
남았다. 이태리의 두오모 성당보다 허름한 골목길이 더 기억이 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나같이 느끼는 것은 이들은 세월의 흐름을 끌어안고 있는 공간을 소중히 간직할 줄 안다는거다.
오래된 집일 수록 집값이 더 오르고, 분양하면 무조건 20% 정도 집값이 빠지는 이 나라들의 이야기는
오로지 아파트가 자신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목을 메는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를 수 밖에 없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일본의 오사까 지역의 주택 구입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은 돈도 없고 불가능해서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때쯤 주변에서 '비겁한 놈'이라고 욕할 지도 모르지만.
난 이 나라에 많은 분들처럼 염증을 느끼고 피로하며,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졌다.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더 저렴한 일본의 주택 가격에 놀라고 있고.
그리고 만만찮은 민족적 감정의 벽에 또다시 놀라고 있다.
일본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느냐...하면 그건 아니어서 사실 유럽에서 살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그건 평생가도 불가능할 것 같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아파트가 싫어서 이민을 고려한다? 그건 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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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패닉 그 자체다.
미국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되어 난리가 났는데 그 여파 이상으로 아작이 난다.
다른 나라 다 그렇다고?
달러 강세는 우리나라 뿐이다. 다른 나라는 이미 1~3% 이상 달러가치가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겨우 몇일 사이에 6% 이상 급등했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거지.
그래도 여전히 우리 강만수는 정신 못차리고 외환보유고를 털어 넣는다.
둘 중 하나다. 강만수가 ㅋㅄ이거나 환투기세력과 한 패거나.
그리고 연기금을 통한 인위적 증시 부양... 그만해라. 그 수익률 저하와 손실은 누구한테 보상받을건데?
아주 막장이야.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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