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LG 아트센터로 올라갔다.
영국 호페쉬 쉑터 컴패니(Hofesh Shechter Company)의 'Political Mother' 공연이 있는 날.
민성이가 이들의 영상을 youtube에서 보더니 정말 가고 싶어해서 이번엔 민성이도 같이 왔다.

 

 

 

 

LG 아트센터.
오랜만이군

 

 

 

 

 

브로셔를 숙지하는 민성군.

 

 

 

 

우리 자리는 언제나처럼 2층 가운데 맨 앞.

 

 

 

 

 

 

자리는 대부분  찼다.
사실 난 LG 아트센터에 여러번 와봤지만 안에서 사진을 찍은 적 없다.
사진 촬영 불가라고 하니까 찍지 않은 것일 뿐.
다만, 공연 시작 전 이 두 컷을 찍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객석을 찍었다면 삭제해야한다는 스탭의 말에 그냥 삭제를 눌렀다.
납득은 안가지만 그게 방침이라는데 할 말 없지. 물론... 이걸 용인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셔터를 누르겠지.

 

 

 

Political Mother

 

 

 

Political Mother

 

 

 

 

호페쉬 쉑터는 이스라엘 출신이다.
나와 aipharos님이 보고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바체바 댄스 컴패니'에 들어간 후 오하드 나하린,
빔 반데키부스등의 세계적 안무가와 작업을 해본 그.
3년 전 충격적인 데뷔로 관객들에 의해 사실상 영전된 호페쉬 쉑터.
이번에 보여줄 공연은 그의 첫번째 장편 안무작으로 이전의 'Uprising'의 흥분을 이어줄 작품으로 많이 기대했고,
실제로 이번 신작에 대한 평가 역시 극찬 일색이다.

위 영상을 보시면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겠지만,
이 공연은 시작하자마자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고대 무사의 복장을 한 듯한 이가 홀로 무대 중앙에 서있다가 장검으로 자결하며 쓰러지는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적인 연출로 시작하고, 뒤이어 무대 뒷편을 2층으로 나누어 실제로 직접 록 음악을 연주하고 드러밍을 해대는
퍼포먼스를 위압적이고도 미니멀한 조명과 함께 선사한다.
워낙 초반 10분 안에 엄청날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이 터져 나와 오히려 20분이 넘어갈 즈음에선 무덤덤할 정도가 되는데
오히려 이런 퍼포먼스를 적절하게 타이밍을 한 템포 늦춰 터뜨렸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보는 내내 들게 되긴 했다.
제목 자체도 그렇지만 파시즘, 사람과 사람의 사랑마저 억압하는 정부와 권력, 그리고 이를 자각하고 대항하는 인본주의적인 자결을
노골적으로 몸짓과 음악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무용의 본질적인 속성과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사실 현대 무용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이란 시대적,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적 배경의 희생물이고 인간의 인본주의적 인성을 짖누르는 그 모든 것에 대한 강렬한 거부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하긴 하지만,
이 호페쉬 쉑터의 공연은 그 어느 공연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게 대항한다.

그 덕분에 안그래도 짧은 60분이 후다닥 지나가긴 했고, 우리 가족 3명의 R석 입장료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긴 했지만,
너무나 강하게 다가오다보니 오히려 서정적인 카타르시스를 통해 보다 더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차분하게 다가왔던
바체바 댄스 컴패니의 공연이 더 그립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물론... 호페쉬 쉑터의 'Political Mother'는 마무리를 훌륭하게 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상쇄하긴 했지만.

이런 아쉬움이 남는다쳐도, 기본적으로 이 압도적인, 현대무용을 보면서 처음 접하는 이 놀라운 퍼포먼스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호페쉬 쉑터의 이력을 보면 그가 음악 공부(특히 드럼과 타악기) 역시 충실히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무대 뒷편의 2층으로 나뉜
플로어에서의 연주는 MR이 아니라 실제 연주였고, 록 사운드를 터뜨리는 네 명의 기타 플레이어의 기타 역시
이펙터와 코드가 달린 '진짜' 생음악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미니멀적인 조명이라고 생각되었던 가나모리 조와 노이즘의 무대 조명을 발라버리는 듯한 놀라운 무대 조명은
장면의 전환이 많은 본 공연의 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견인하기도 한다.

감동적인 공연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
민성이는 아주 멋있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이 인상적이었던 듯.
나오면서 무용수들 특유의 그 자주 등장하는 헐랭이 스탭(ㅋㅋ)을 흉내내면서 나오더라.


**
공연이 되는 동안 끝없이 수근거리고, 핸드폰까지 확인하는 우리 뒷 편의 여자들은 재수가 없었다.
게다가 발을 앞 의자에 올려 놓고 있기까지 하더군.
부탁인데 개념을 챙기지 못하면 오지 말아라.
나오면서 한 아주머님이 그 여자들을 돌아보며 '참 개념없는 아가씨들이네'라고 중얼거리시던데, 백배 공감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