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본 인상깊었던 영화 네 편.

 

 

 

 

[Män som hatar kvinnor/밀레니엄]
* 감독 : Niels Arden Oplev
* 상영년도 : 2009
* 제작국가 : 스웨덴
* 캐스팅 : Michael Nyqvist, Noomi Rapace, Sven-Bertil Taube

유럽은 물론 북미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을 극화한 영화.
3부작 중 첫번째인데 벌써부터 2~3편이 기다려질 정도로 몰입감이 있습니다.
정통적인 스릴러 구조지만 범인을 하나하나 끼워맞춰가는 추리 구조라기보다는 두 남녀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그 흔한 맥거핀도 그닥 보이지 않고 그로인해 영화 자체가 상당히 베베 꼬지 않고 깔끔하기까지 합니다.
여성 주인공 리스베트의 캐릭터는 어디서나 한 번쯤 등장했을 법한 사실 진부한 캐릭터일 수 있는데 나름 상당한 매력이 있더군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보는 느낌도 들고, 아무튼 간만에 아주 재밌는 추리 영화를 봤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웹사이트를 참조하시길.

 

 

 

 

 

[the Escapist/이스캐피스트]
* 감독 : Rupert Wyatt
* 상영년도 : 2008년
* 제작국가 : 영국
* 캐스팅 : Brian Cox, Damian Lewis, Joseph Fiennes, Liam Cunningham, Dominic Cooper

개인적으로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를 그닥 좋아하진 않습니다.
이 영화도 진작 볼 수 있었음에도 '탈옥'이란 소재로 미루고 미루던 영화 중 하나였네요.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한국 대중들에겐 본(Bourne)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국의
명배우 브라이언 콕스가 개인적인 사연으로 동료들을 규합, 감옥을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탈옥을 하는 과정과 탈옥을 결심하고 실행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페이드-백을 이용하여 병치구성한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브라이언 콕스는 행색은 추래해졌으나 여느 영화에서의 모습과 그닥 다르진 않습니다만,

우리에겐 [Band of Brothers/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주인공이었던 윈터스역을 맡았던 데미언 루이스가 그닥 많은 장면은 아니어도
감옥의 죄수 중 실세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등, 조연들의 면면이 무게감이 있는 편이구요.
이 영화의 '반전'에 대해서 말들이 좀 있는데 지나친 감은 좀 있어도 영화 자체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관객을 속였던 [a Perfect Getaway/퍼펙트 겟어웨이]도 눈감고 넘어가는 정도인데 이 정도 반전은 오히려 인상적이지 않나요.

 

 

 

 

[La sconosciuta/the Unknown Woman]
* 감독 : Giuseppe Tornatore
* 상영년도 : 2006년
* 제작국가 : 이탈리아
* 캐스팅 : Kseniya Rappoport, Pierfrancesco Favino, Claudia Gerini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많은 분들이 자신의 베스트...라고 얘기하는 [씨네마 천국]의 감독님입니다.
난니 모레티같은 재능있는 감독들이 있지만, 과거의 영광에 비해선 너무 척박해진 이탈리아의 영화씬에

아직까진 쥬세페 토르나토레...라는 이름은 거대한 상징과도 같은 의미가 있죠.
그리고 그 상징과도 같은 여전한 존재감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정말 기구한 삶을 사는,

이탈리아로 온 러시아 여자가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 놨습니다.
먼저 이런 드라마를 무리없이 스릴러로 녹여내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내공을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그렇게 대단히 독특한 영화는 아니거든요. 극의 스토리나 연출이나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놉시스의 힘이라기 보다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특유의 물흐르듯 유연한 편집과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극적이고도 불온한 오프닝에 이어 이유를 모른채 주인공 이레나의 의심스러운 행적을 좇아가며

난데없이 긴장을 조성하는 급박한 장면을 배치한 초반부의 몰입감은 상당합니다.
덕분에 이레나의 페이드 백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는 그녀의 모진 삶에 감정이입되어 영화에 깊숙히 몰입하게
되는 자신만큼은 줄기차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이건 단지 이레나라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뿐만이 아니라

여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폭압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의 부조리에 대한 사회 고발극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상처를 안고, 키우고, 보듬아 안고, 다시 치유해주는 것은 이 영화에선 죄다 여성들이거든요.
남성은 그저 여성을 물리적으로 지배하고 폭압하며 이용하고, 아니면 멀찌감치 바라만 보는 역할에 그치고 마니까.
정말 세상의 역사가 이런 식으로 흘러왔을까요? 오버라고 하실 지 모르지만,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그걸 자랑스러운 듯 또 떠벌이잖습니까.

 

 

 

 

 

[Estômago/에스토마고]
* 감독 : Marcos Jorge
* 상영년도 : 2007년
* 제작국가 : 브라질
* 캐스팅 : João Miguel, Fabiula Nascimento, Babu Santana

이 영화는 요리에 대한 영화이면서 인간의 본능에 대한 씁쓸한 비망록과도 같습니다.
종종 식욕과 성욕, 살인욕구를 드러낸 영화들은 종종 있어 왔죠.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89년작이고 국내에선
동숭아트홀에서 상영된 적 있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정부/the Cook the Thief His Wife & HerLover]에서도

우린 그야말로 한끝 차이인 인간의 본능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그 놀라운 만찬의 장면을 보게 되는데 보는 관객은 호사스러운 만찬의 화려함과 그 진수
성찬 위에 올려진 음식의 정체를 보면서 도덕적인 곤혹스러움에 빠지게 됩니다.
이 잘 빠진 브라질산 요리 이야기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처럼 지나치게 그로스테크하지도 전위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브리엘 악셀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이나 스탠리 투치와 캠벨 스콧 감독의 [Big Night/빅 나잇] 처럼

음식을 통한 흥미로운 해학을 즐기진 않습니다. 보다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이죠.
그래서 노나토와 창녀인 이리나의 러브 라인은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식사를 원하는 이리나와 식사를 제공하고 섹스를 원하는 노나토의 관계는 식욕과 성욕의 교환을 대단히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식욕과 성욕, 그리고 그 한끝 차이인 살인의 드라이브가 능글맞게 넘나들다가,

감옥에서의 모습과 병치되면서 정치적인 의미도 쉽게 찾아 볼 수 있구요.
미각과 성욕을 만족시킨 주인공이 이쯤에서 그만둘까요? 그럴리가 없죠.
맛있는 음식을 옆에 두고 만끽하려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지 않겠어요?
하루하루 감옥에서 쓰레기같은 음식을 주워먹다시피하는 죄수들도 미각을 느끼는 감각은 있는 겁니다.
그게 비록 날 것인 카르파치오라도, '날 것'은 음식이 아니다라는 어리숙한 편견만 깨부수고 나면 사실 혀에선 맛있다고 정신없이 신호를 보내잖아요.

맛있는 음식을 상 위에 깔아놓다보면 눈에 들고 권력을 획득하는 걸 보면 아하... 결국 인간의 미각이 지닌 위대한(????)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까놓고 말하면 구강성교도 쾌락을 갈구하는 식욕과 어우러진 성욕의 형태아니겠어요?

아무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음식도 자주 등장합니다. 노나토가 이런저런 식재료를 섞어서 그럴듯한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즐겁기까지 하지요.
저희도 맛집을 가끔 찾아 갑니다만 그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 정말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
* 감독 : Spike Jonze
* 개봉예정일 : 북미 10월 16일

모리스 샌닥의 책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민성군도, aipharos님도, 저도 좋아하는 이 책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연출 하에 영화화되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이 영화에 대한 저의 기대감을 올린 바 있죠.
2분이 채 안되는 예고편으로 가슴이 쿵쿵 뛰는,
스산한 일몰이 다가오는 시간에 숲에서 역광으로 찍어낸 컷들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Arcade Fire의 'Wake Up'.
초기대작입니다.
기대하는 마음에서... Karen O and the Kids의 [Where the Wild Things Are] OST를 올려 봅니다.

 

 

'Where the Wild Things Are'   Official Trailer

 

 

 

 

 

 

 

 

 

 

 

 

'All Is Love' - Karen O and the Kids

 

 

 

 

 

 

 

 

 

[공기인형] 예고편

 



[空気人形/공기인형](2009)


*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주연 : 배두나, 아라타, 오다기리 죠
* OST : World's End Girlfriend

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두 편을 DVD로 갖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와 [환상의 빛].
하지만 정작 그의 영화를 본 것은 2006년작인 [하나/花よりもなほ]뿐이다.
[아무도 모른다]를 보지 않고 있는 건 그 깊은 울림이 지레 겁이 나서, 그 후유증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안보고
있다. 엄살이 아니라 사실이다. 난 아이들의 비극을 정신차리고 보질 못한다.
[아무도 모른다]가 단순한 비극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엄두가 안난다.
그런데 이제 그의 신작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예매는 일찌감치 동이 났고,
답답한 마음을 좀 잠시나마 풀 겸 가보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지금.
이렇게 예고편과 아주 적은 스틸 컷과,
그리고 국내에서도 내한공연을 했던 일본의 Post-Rock 그룹 World's End Girlfriend의 OST를 듣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애자]
감독 : 정기훈
러닝타임 : 110분
출연배우 : 김영애, 최강희, 배수빈

그제서야 10여년 전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영국 영화 [Withnail and I/위드네일과 나]를 봤습니다.
80년대의 우울한 영국을 관통하는 배경에 웃을 수 없는 씁쓸한 코미디를 선사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을 하며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 우울했던 80년대의 영국의 모습이 지금 한국의 모습과 중첩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네요.

[애자]는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금 창창하게 극장에 걸려있고, 예매율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영화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엉뚱녀'로 잘 알려진, 그와 동시에 제법 마니아를 거느린 최강희와 화장품 사업하느라 외도를 많이
하신 김영애씨의 앙상블이 핵심인 정통신파멜로물입니다.
사실 전 이 영화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토록 아웅다웅하던 엄마가 오래 못살거란 선고를 받고 엄마에게 헌신하는 딸의 스토리란

너무 익숙하잖아요. 온갖 TV 드라마와 영화들이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떠오르며 제게 진부함과 신파라는 단어를 들이대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 영화를 aipharos님이 무척 보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그냥 같이 보러 가게 된거죠.ㅎㅎ

결과적으론 잘 봤습니다.
전혀 지루함이 없었고, 오히려 본격적인 정통멜로가 시작되는 부분 이전까지는 아주 유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정통멜로가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aipharos님의 눈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구요.^^
이 영화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을 조금도 거스르지 않습니다.
뭐 특별한 방법으로 그런 예상할만한 스토리를 어찌 틀어보겠다는 그런 의도도 전혀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영화를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뭣보다 최강희와 김영애의 연기 앙상블은 대단합니다. 둘다 서로 으르렁대지만 사실 둘의 성격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슴은 따뜻해도 내뱉는 말은 거칠고 투박하죠. 거기에 정확한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억센 부산 사투리가
더해지니 이 둘이 얘기만 하기 시작하면 만만찮은 에너지가 스크린을 점령합니다.
이게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와 딸의 캐릭터를 온갖 에피소드로 세세하게 설명하는 초중반부 덕분에 후반부의 멜로가
더 만만찮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아마도 근래에 본 연기 앙상블 중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커플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외엔 그닥 얘기할 것이 없습니다.
반전이랄 건 더더욱 없지요.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조금도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이렇게 평균 이상의 재미를 준다는 건 이 영화가 스스로에게 무척 솔직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억지로 눈물을 쭉 빼려는 그야말로 멧돌신파는 거의 없다시피하니 저처럼 신파 싫어하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마지막 애자와 엄마의 대화는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제대로 먹히는 걸 보면
아무튼 최강희와 김영애의 연기가 얼마나 실감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실 조금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영화가 조금도 예상을 거스르지 않는 스토리를 갖고도 이토록 꿀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에는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와 탄탄한 구성 덕도 크지만, 동시에 애자와 엄마가 지닌 애매한 일종의 계급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애자는 날팅이긴 하지만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적에 탁월한 작문실력을 지녔었고, 대학 졸업 후에도 공모전에 만장일치로 선택될 정도로 재능이 있죠.

덕분에 다 낡아버린 산타모를 몰고 다닌다고 해도 추례함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김영애의 엄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놀라운 상위 1%는 아니라도 그녀의 엄마도 유기견의 안락사를 반대하는 동물병원 의사이고,

동시에 협회 부회장이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억세긴 하지만 단순무식하게 보이게 보이지 않는 일종의 좋은 장치이기도 하죠.
덕분에 이 영화는 정통적인 멜로신파의 틀을 갖곤 있어도 달동네, 단칸방, 양은냄비, 라면 라이프등은 거의 볼 수가 없어요.


**
김영애씨는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하는 분인데 화장품 사업에 그 많은 시간을 할애하신게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아무튼 우리나라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는 정말 놀랄 때가 많아요. 해외의 그 잘났다는 연기자들의 연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
최강희씨를 TV에서 전 처음 본게 아주 오래 전인데... MBC 베스트 극장에서 처음 봤었습니다.
부분부분 희미하게 기억나고,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최강희씨가 어느 남자 곁을 떠나면서 애정의 표현으로
잠자리르 하는 장면인데(-_-;;;), 그때 스커트가 아래로 내려지면서 다리가 보이는 장면이...-_-;;;

(에혀... 혀를 끌끌 차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때 아... 이 처자가 다리가 참 예쁘구나...했지요.-_-;;;;
이 영화에서 최강희는 정말 예쁘게 나옵니다. 패션도 스테레오타입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 잘 어울리구요.
중성적인 점퍼, 딱붙는 스키니진, 짧은 커트 정말 다 잘 어울립니다.
최강희씨 팬이라면 무조건 보는게 맞아요.


****
최강희씨는 부산 사투리를 개그우먼 '김숙'씨에게 배웠답니다.ㅎㅎㅎㅎ
몰랐는데 김숙씨와 최강희씨는 절친이라네요???

 

 

 

 

 

[Network/네트워크]
감독 : Sidney Lumet
제작년도 : 1976
제작국가 : 미국
러닝타임 : 121분
출연배우 : Faye Dunaway, William Holden, Peter Finch, Robert Duvall

이 영화는 제가 이미 오래전 본 영화입니다만 못 본 aipharos님을 위해 이미 몇년 전 DVD를 구입해놨었고,
어제 밤에 aipharos님과 함께 다시 봤습니다.

시드니 루멧 감독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 중 한 분입니다.
예전에 폴 뉴먼이 주연한 [Verdict/심판]을 얘기하면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분의 대단히 메마른듯한 연출과 편집은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끼쳤답니다.
근래엔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시다보니 예전과 같이 왕성한 다작을 내지 못하시지만, 그래도 2007년에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에단 호크가 주연한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같은 수작을 발표하시기도 했죠.
이외의 그분의 대표적 필모를 열거한다면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요.
[12 Angry Men](1957), [Fail-Safe](1964), [the Appointment](1969), [Serpico](1973), [Dog Day Afternoon]
(1975), [Equus](1977), [Prince of the City](1981), [the Verdict](1982), [Running on Empty](1988)등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말 그대로 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가 이 정도일 뿐입니다.
전체적인 필모그래피는 장난이 아니지요.
원래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메마른 작법으로 연출하곤 하셨는데, 70년대 들어서는 미국내에 만연했던 학생운동과
그 이후, 그리고 경찰의 내부 비리등을 고발하는 소재를 자주 활용하셨습니다.
[Fail-Safe]같은 영화는 64년작인데 대단히 앞서나간 소재이기도 했구요(기계 오류로 인해 모스크바로 핵폭격을 하기 위해 출격한다는).
시드니 루멧 감독님이 미국에서 60년대말~70년대 중반까지 자주 있었던 무장운동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현실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직관적이고 강렬한 신념을 갖고 계시다는걸
영화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선을 갖는다면, 그 시선은 초월적인 역사성을 갖게 되는 것 같네요.
이 영화 [Network/네트워크]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가 발표된지 지금 33년이 되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설파하는 모습들은 지금의 매스 미디어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그토록 오래된 영화축에 끼면서도 여전히 놀라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시드니
루멧 감독님의 예언자적 통찰력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세상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술의 진보 외엔
그 어떤 것도 도덕적으로 성취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UBS라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시청률에 사활을 거는 방송 매체의 극랄함과 시청률을 위해 가공되고 조작되어지는 보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양념으로 당시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허스트 사건*(참조), 사라 제인 무어, 스퀴키 프롬등이 살짝 비춰지기도 하구요.
60년대 최고의 앵커였던 하워드 빌은 이후 거듭되는 시청률 추락으로 인해 2주간의 유예기간을 받고 해직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보도국장인 맥스 슈마커를 통해 알게 되지요.
어느날 뉴스에서 하워드는 자신이 다음 주 뉴스 생방송 중 머리에 총을 쏴서 자살할 거란 말을 내뱉습니다.
난리가 난 방송국은 그를 해임하려하지만 제작국의 다이애나(페이 더너웨이)는 그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쇼를 만들어 시청률을 올릴 생각을 하죠.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명분으로 해킷(제작국장-로버트 듀발)은 하워드를 이용한 쇼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주주들의 신임을 얻게 됩니다.

지금의 매스 미디어 역시 시청률에 목을 멥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수많은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저조하면 조기종영되고, 시청률이 높으면 고무줄 연장이 되잖아요.

이는 뉴스보도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우린 걸핏하면 말도 안되는 간첩단 사건들을 접해왔고
그러한 사건들이 대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조작이라는 걸 이젠 다들 알고 있습니다.
우리 얘기만이 아니죠. 911이후 브레이크없이 광속질주 중인 미국의 언론은 FOX TV를 선두로 온갖 조작 방송에 박차를 기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BBC 방송에서 이라크 참상을 보도했다가 영국 정부로부터 외압을 받고 결국 BBC사장이 해임되기도 했고,

이태리는 이미 이태리 언론 재벌이자 총리인 베를루스코니의 뻘짓으로 언론이 언론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죠.
시드니 루멧의 [Network]가 상영될 즈음엔 인터넷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입니다.
당연히 그 시기엔 신문과 잡지와 비교하여 TV의 파급력을 얘기하게 됩니다.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지금도 이런 사실은 그닥 바뀌지 않았다고 봅니다.

인터넷의 컨텐츠는 대부분 여전히 언론 매체를 통해 제공받고 인터넷은 이런 사실을 재활용하여 확대하는 구실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PD 수첩이 다룬 소재가 인터넷을 통해 다시한번 확대 재생산되는 것도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서이죠.
그런 면에서보면 이 76년작 [Network]는 보도가 조작되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왜곡되는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씁쓸한 일이죠.

이 영화에서 페이 더너웨이가 연기한 다이애너는 모든 관계를 '시청률'의 잣대로 들이댑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면 그건 맥스(보도국장)와의 불륜 뿐이죠.
하지만 그와의 불륜 역시 온통 보도국 얘기만으로 자신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뿐입니다. 섹스도 대화도 다 그 범주 안에서 옴싹달싹 못해요.
자신을 '괴물'이라고 말하며 애증을 풀어놓는 맥스를 그녀가 단 한마디의 말만으로 잡아두려하지만 결국 그마저 떠난 이후엔 그녀는 단순한 '괴물'이 됩니다.
시청률을 위해선 얼마든지 사람도 죽일 수 있고, 그에 대해 조금의 미동도 않는 그런 괴물 말입니다.
그닥 많이 나오진 않지만, UBS를 인수한 CCS의 젠슨 대표는 하워드 쇼가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했음에도 그를 해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한가지죠.
정신분열을 일으킨 하워드를 이용해서 자신의 목소리(이데올로기)를 설파하기에 딱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해킷과 다이애너등이 사용하는 방법은 살인이죠.

지금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보시길.


*
아... 이 영화에서 하워드 빌이 미친듯이 얘기하는 장면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대정신/Zeitgeist]에서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
이 영화에는 배경음악이 전혀 사용되지 않습니다.
편집의 템포도 상당히 빠르구요. 덕분에 한 편의 보도 필름을 보는 느낌도 납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70년대 작품들은 배경음악을 상당히 절제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아요.


***
아무래도 보도국이 배경이다보니 당시 화제가 되었던 사건들이 스쳐지나가듯 등장합니다.
그 중 '사라 제인'과 '스퀴키 프롬'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스퀴키 프롬이 포드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그 17일 후에 사라 제인 무어가 다시 포드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하지요.
사라 제인을 얘기할 때는 패티 허스트가 빠지질 않습니다.
사실 저도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책들에 나오던 거라 사라 제인을 이 암살범과 매치시키지 못했었는데요.
그래도 패티 허스트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고, 게다가 영화화까지 되었었기에 쉽게 기억이 나긴 하더군요.
패티 허스트는 70년대 미국을 장악한 미디어 재벌 윌리엄 허스트의 손녀이자 랜돌프 허스트의 딸이었습니다.
74년인가 버클리 대학교 재학 시절 'SLA(공생해방군)'에 납치되었고, SLA는 허스트가에 빈민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급식을 실시하라고 협박했죠.

허스트가는 패티를 살리려고 구호 재단을 만들고 무료 배급을 실시했으나
SLA의 요구가 계속되어도 패티가 돌아오지 않자 SLA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납치된 지 두달만에 패티 허스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가족들을 자본주의의 억압자라고 비난하고,
자신을 '타니아'(체 게바라의 애인 이름이기도 한)로서 해방되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고 그 사흘 뒤 SLA가 은행을
터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은행의 CCTV에 그녀가 총을 들고 함께 하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주게 됩니다.
이후 도주하던 패티 허스트는 납치 약 16개월 만에 체포되었고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때 변호사들이 패티를 변호하는 구실로 사용한 것이 바로 '스톡홀름 증후군'이었답니다.
하지만 무죄 판결에는 실패하고 징역을 살다가 사면으로 출소하고, 이후엔 각종 TV에 출연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뭐시기 영화로 만들면 아주 딱 좋은 그런 케이스의 삶을 산 사람이죠.
영화 [Patty Hearts/패티 허스트]폴 슈레이더 감독이 88년 연출했고, 나타샤 리차드슨이 패티 허스트역을,
윌리엄 포사이스빙 래임, 프랜시스 피셔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입니다.(영화적 평가는 좋지 않았죠)

 

 

 

 

 

패티 허스트로 커버를 장식한 뉴스위크

 

 



 

 

SLA와 함께 은행을 터는 모습. CCTV에 찍힌 모습

 

 

 

 

 

 


* 사실 어제 오전에 쓴 글인데... 다 쓰고 submit누르자 '권한없다'면서 날려 먹어서 이제서야... *
* 아래 캡쳐 화면은 모두 직접 캡쳐한 화면입니다. *

 

 

 

 

 

[까뮈따윈 몰라/Who's Camus Anyway]
감독 : 야나기마치 미츠오
제작년도 : 2005
국가 : 일본
러닝타임 : 115분
출연배우 : 카시와바라 슈지, 마에다 아이, 요시카와 히나노등

지난 번에 '놓친 고기 네마리'란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지난 관련글 보기
지난 번이라지만 08년 12월 15일 포스팅이니... 엄청 시간이 흘렀군요.
그 포스팅엔 그 당시 보고 싶었지만 못본 네 편의 영화를 적었었습니다.
그 네 편의 영화는 [까뮈따윈 몰라], [마츠가네 난사사건], [렛 미 인], [바시르와 왈츠를]이었구요.
그 뒤로 [까뮈따윈 몰라] 외의 세 편은 모두 감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까뮈따윈 몰라]를 보게 되었네요.
대경미디어에서 DVD가 발매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온라인 주문하여 오늘 DVD를 받았고 저녁에 바로 aipharos님과 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대경미디어에서 출시해준 것만 해도 감사하긴 하지만... 가격이 요즘 DVD시장생각하면 다소 비싸고-19,000원 정도

  - 서플먼트 전무에다 북렛등은 전혀 없습니다. 킵케이스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감독은 야나기마치 미츠오.
85년 영화광들 사이에서 전설과도 같은 묵묵한 광기로 점철된 작품인 [히마츠리/Fire Festival]의 바로 그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
10년 만의 신작이고 이 영화가 실제 대학 영화 동아리 스탭들을 데리고 작업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다루는,

대학 영화 동아리가 만들어내려는 영화가 실제로 2000년에 일본에서 일어난 남자 고교생의 노파 살인 사건을 다룬다는 사실들이 무척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영화제와 일부 한정된 영화관에서 상영을 했으나 전 모조리 놓치고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며 이렇게 거의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죠.

(영화는 2005년작이나 국내엔 2006~7년 사이에 상영이 됐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2000년 실제 있었던 한 남자고교생의 노파 살인 사건을 '지루한 살인자'로 영화화하려는 일본의 어느 대학교 영화동아리가

촬영에 이르기까지의 개개인의 우여곡절과 크랭크인까지의 모습들입니다.
막상 줄거리를 쓰려니 정말 이렇게 밖에 얘기못하겠군요.

이 영화는 도입부에 약 8분에 이르는 롱테이크로 시작합니다. 롱테이크라고 하면 우린 로버트 알트먼이나 오손 웰즈,

또는 미클로시 얀초등을 기억하게 되지요. 컷을 나누지 않고 유유히 카메라를 흘려 보내는 방식인데 한 번의 NG라도 나면 치명적인,

연기자들의 동선과 호흡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테크닉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도입부 롱테이크는 제법 거친 편이죠. 패닝과 트래킹이 그닥 부드러운 편도 아니에요.
핸드헬드의 거친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고. 의도적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이 영화의 배경인 대학교의 영화동아리라는 점을 감안하여

마치 '롱테이크 독본'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8분에 가까운 롱테이크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위에 언급한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뿐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은 프랑소와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나 루치오 비스콘티의 [베니스의 죽음]에 나오는

아센바하(토마스 만의 소설에선 시인이지만 영화에선 작곡가)등으로 환치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등장인물들이 고전 영화의 캐릭터를 기가막히게 패러디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특히 나카조 교수 역의 혼다 히로타로는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아센바하를 황당하리만치 패러디해버립니다.

이와 같이 고전에 대한 풍성한 텍스트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모든 감정과 의도를 '실험'해버리려는 일본의 현대 젊은이들의 얄팍함과 기존의 관습과

도덕률의 틀에 갇힌채 이를 거부하려는 '저항'정신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남자와 키스해보면 어떨까, 사람을 죽이면 어떤 기분일까, 저 교수를 유혹해볼 수 있을까등등... 
이런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시도해보려는 젊은이들의 감정이 얄팍하게 등장하고 있는거죠. 

 

 

 

 

 

이 남자와 키스해보면 어떨까. 이게 연애감정인지, 아니면 그저 해보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나카조 교수는 부인과 사별한 지 2년만에 고혹적인 한 여학생에게 완전히 마음을 뺏깁니다.
미소년을 탐하던 아센바하처럼 말이죠.


이는 이들이 영화화하려는 '지루한 살인자'인 한 남자 고교생을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의 주인공인, 햇빛이 너무 부셔서 아랍인을 살해해버린 뫼르소와 환치됩니다.
이 젊은 영화학도들은 영화 속에서 현대의 뫼르소가 되어버린 캐릭터 '다케다'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리딩타임에서 언쟁을 높이기까지 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사회적 인습과 가치를 받아들일 능력이 없는 뫼르소와 그닥 다르지 않거든요. 묘한 아이러니죠.

 

 

 

 

다케다 역을 맡은 이케다마저 주인공 다케다의 심리를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그들은 '지루한 살인자'의 캐릭터 다케다를 이해못한다면서 스스로는 그와 그닥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니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폭발적인 라스트에서 현실과 비현실, 정상과 비정상이 구분되기 힘든 그 라스트에서 일어난 일이 도대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헷갈려하면서도

마지막의 그 조용한 엔딩을 통해 '아... 아닌가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영화 속 캐릭터들이 보여준 대사와 행위를 상기해보면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게 되는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자 노장인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은 그런 냉소적인 시선만으로 젊은이들을 바라보진 않습니다.
이 영화속의 캐릭터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학교에 가고 집에 오고, 직장을 나서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그러니까 까뮈의 '씨지프'와 같은 반복되는 굴레를 짊어지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시스템은 인간을 규정하고 단정짓습니다. 이를 깨는 방법은 그것이 설령 무의미한 발버둥이라고는 해도 이런 시스템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것 뿐입니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바로 그런 챗바퀴 굴러가듯한 시스템과 자신의 감정에 저항하는 노력일 뿐입니다.
아련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한, 얄팍하기까지 한 이런 저항이 그들에겐 '실험'으로 인지되는 거죠.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까지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이 영화 속에선 관객이 영화의 캐릭터에 집중하기 힘들도록 의도적인 방해를 배치합니다.
예를들면 아야가 걸핏하면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거나 모토스키의 카메라가 언쟁 중인 마츠카와와 기요코의 프레임에 드러단다든지,

그 순간을 또 아야가 핸드폰으로 찍어댄다든지, 마츠카와(카시와바라 슈지)와 유카리(요시카아 히나노)가 심각한 대화를 할 때 아야가 셀카를 찍는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자꾸 분산시킵니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모시모토의 카메라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버리고, 아야는 이 심각한 와중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

영화 속에선 모시모토와 '다케다'역을 맡은 이케다가 '살인을 할 수 있겠어?', '한다면 난 한꺼번에 여럿을 죽일거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뿐만 아니죠. 유카리는 정상과 비정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기괴한 캐릭터입니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되, 이 영화 자체를 온전한 현실이라고 믿기가 힘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생각하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 결과 마지막 그 폭발적인 라스트에서 관객들은 이게 정말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뭐가 허구이고 아닌지를 도통 알 수가 없이 당황하게 되죠.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시작한 영화. 이 마지막 폭발력은 놀라울 정도


아무튼 간만에 텍스트 풍성하고 보는 재미도 있는 영화를 봤습니다.
색다른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해드립니다.



* 
이 영화를 보면 이게 도저히 45년생 중견 감독의 영화라고 느끼기 힘든 젊은 패기가 느껴집니다.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의 네이버 필모그래피엔 전작이 다 나오질 않더군요.
위에 [히마츠리]에 대해 언급했지만 한가지 더 얘기한다면 우리가 지금 Post-Rock의 명그룹이라고 손꼽아 일컫고 있는

캐나다의 'Godspeed You Black Emperor'라는 그룹은 야나기마치 미츠오의 76년도작인 다큐 [Baraku Emperor]의 영어 제목입니다.

이 다큐는 대본도 없고 스크립트도 없었죠.


**
나카조 교수를 유혹하는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인 '레이'를 연기한 여배우는 88년생인 쿠로키 메이사입니다.
이 영화가 2005년작이니... 음... 만16세 정도의 나이였군요. 이 영화를 찍을 땐 말입니다.-_-;;;;
나카조 교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화 속 나카조 교수는 거의 15년간 영화를 찍지 않고 있지요.
실제로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도 거의 15년만의 영화였죠.ㅎㅎ


***
이 영화에서 마에다 아이가 맡은 기요코는 세 명의 남자와 키스합니다.
다 엉겁결에 하다시피 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모두 기요코가 의도한 바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야마기마치 미츠오 감독의 85년작 [히마츠리]의 기미코의 또다른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8.3~8.5 요즘 화제가 되는 세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Up/업]은 일산 CGV 디지털 자막으로,
[국가대표]와 [G.I. Joe : the Rise of Cobra/지아이죠(이하 지아이죠)]는 연속으로 인천 관교동 유로클래스에서 봤습니다.
간단하게 감상문 올립니다. 가급적 스포일러없도록 합니다.

 

 

 

[Up/업]
감독 : Pete Docter, Bob Peterson
목소리 더빙 : Edward Asner, Jordan Nagai, Bob Peterson(Dug/Alpha), Christopher Plummer
상영시간 : 96분
상영등급 : 전체관람가
상영관 : 디지털 자막 - 일산 CGV

한때 지브리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의 궁극이고 종착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가 봐도 가슴을 때리는 이야기와 넋을 빼는 2D 애니메이션의 세심함에 놀라고 또 놀라던
시절이 있었죠.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등을 픽사에서 내놨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감정없는 폴리곤 덩어리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게 아닌가...하는 비아냥을 내뱉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비아냥이 [몬스터 주식회사]에 들어와선 감탄으로 변하다가 [인크레더블]에선 환희와 경탄으로, [월-E]와 [라따뚜이]에선

주체하지 못할 진중한 감동으로 변하여 결국 픽사는 제 가슴 속 최고의 애니메이션 집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월-E]에서 가슴을 뒤흔드는 격한 감정을, [라따뚜이]에서 마지막에 울리는 진솔한 감동은 어느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놀라운 순간들이었거든요.
그런 그들이 [Up/업]이라는 신작을 내놨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사회라는 시스템에 얽메이고 피폐해진 더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한 판타지입니다.
영화는 어드벤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이 영화는 서글픈 현실에 대한 우렁찬 저항같은 느낌이에요.
이 영화 초반 10분.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것도 클라이맥스도 아닌 초반 10분에 가슴이 울컥하는,

지금 다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울컥하는 그 진하디 진한 여운은 이 영화를 내내 지배합니다.
그리고 그 초반 10분이 후반의 모든 이야기들을 심지어 논리적으로도 포용하게 되죠.
이 아래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예고편에서처럼 풍선으로 집을 띄워 날아가는 '에어무비(로드무비...ㅎㅎ)'의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엘리와 약속했던 그곳은 의외로 너무 일찍 도착하고, 정작 도착해선 그 집을 사실상 머리 위에 이고 다닙니다.
우리가 생각해왔던 낭만적 환타지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지죠.
그런데 차마 얘기할 수 없는 이런 설정은 이영화가 단순히 '꿈을 잃지 말고 도전하라'라는 어찌보면 무책임하다고
할 수 도 있는 계몽을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게 합니다.
마지막 결정을 해야할 순간 칼의 모든 행동은 추억과 모험을 더욱 가치있게 도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하죠.
아무튼 이 영화는 어찌보면 자살 여행일 수 밖에 없는 칼의 모험을 애니메이션다운 발상으로 기발하게 전개시켜
버립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답게 이야기는 탄탄하고 그래픽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죠.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그들이 한없이 감사하고 놀라울 뿐입니다.

*
그렇더라도 전 픽사의 최고작은 [월-E]라는데 변함이 없습니다.

**
초반에 칼과 엘리가 모험을 꿈을 키우게 되는 인물 모험가 '찰스 문츠'와 말하는 개들의 설정은 대단히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거라 생각되더군요.


***
극장에 있는 리프렛 가급적 챙기세요.
그게 그냥 리프렛이 아니라 다 펼치면 오리지널 포스터가 됩니다.
그것도 쓸데없는 글없는 진짜 포스터에요.


****
러셀은 동양인입니다. 누가봐도 일본인같은 캐릭터죠.(실제로 목소리는 일본계 미국인인 듯 합니다)
픽사 스탭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꿈을 키워온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면 무리도 아니죠.
([Car/카] 였던가... 어느 DVD의 서플먼트를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웃집 토토로]에 나온 고양이버스의
거대한 고양이 머리를 들고 픽사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앤드류 스탠튼같은 이들이 엄청나게
반색을 하고 뛰어나오죠. 그냥... 그럴 필요는 없는데 좀 많이 부러웠었어요.
아... 그리고 이 영화 [Up/업]에서 말하는 개 Dug(더그)와 개들의 목소리는 공동 감독인 밥 페터슨의 목소리입니다.

 

 

 

 

 

 

[국가대표]
감독 : 김용화
출연진 : 하정우, 성동일, 김동욱, 김지석, 최재환, 이재응, 이은성, 김용건, 이한위, 이혜숙
상영시간 : 134분
상영등급 : 12세이상가
상영관 : 디지털 - 관교 CGV 유로클래스

[국가대표]를 보기로 한 건 [해리포터 혼혈왕자]편을 볼 때 본 예고편때문이었습니다.
활강하여 점프하는 장면을 보니 가슴에 훅~하고 와닿더군요.
그런데 막상 영화가 뚜껑을 여니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이라고 해도 초반엔 고전을 하는 것 같더군요.
예매순위도 [킹콩을 들다]에도 밀렸구요. 그러다 입소문이 퍼졌는지 지금은 [해운대]에 이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운대]를 보고 오신 어머님의 말씀으로는 [해운대]보다 [국가대표]가 더 재밌다고 하시네요.
일단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을 몇가지 짧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영화가 그럭저럭의 예산영화일 거라 생각했던 건 완전 틀렸습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화면의 떼깔과 CG,
그리고 전체적인 만듦새가 상당합니다.
후반부에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게 사용되는 음악도 그 점만 제외하면 상당히 잘 썼다는 생각이 들구요.
편집과 촬영은 상당히 할 말이 많아지는데, 이런 병렬적인 교차 편집은 우리나라 영화에서, 특히 스릴러들에게서 종종 보이지만

한 번도 매끄럽다고 느낀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에선 아슬아슬한 느낌은 있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편입니다.
그리고 시퀀스가 작위적인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를 화면에 담아내는 촬영은 인상적인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해요.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건 활강과 점프씬입니다. 마치... 건담 씨리즈에서 '데스티니 이끼마스!'를 외치며
레일을 미끄러져 나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느낌, [Speed GoGo/스피드 레이서]에서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트랙을 미칠듯한 속도로 빠져나가는 속도감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것도 매번 다양하고도 가슴이 덜컹거리고 털이 설 것 같은 극단적인 앵글을 사용해서 말이죠.
이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많았습니다.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대상으로 언급하고, 상식을 넘어선 말도 안되는 후보선수의 설정과 참여, 그리고 감동을 쥐어짜려고 극한까지 몰아대고 초고속 촬영을 돌려주는
난감한 신파는 개인적으로는 김이 새더군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시선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민성이는 정말 너무나 자주 눈물을 흘리더군요. aipharos님 옆자리에 앉은 혼자 오신
여성관객은 팝콘을 먹으면서 거의 소리를 내서 우시기까지 하셨으니 이건 정말 저의 주관적인 시선일 뿐입니다.
이런 신파만 좀 덜했어도 전 이 영화에 두 엄지손가락을 다 추켜 올렸을 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만듦새는 전술했듯이 상당한 수준이거든요.
특히 대회 장면은 나무랄데가 없이 완벽해요.


*
사실 여부에 대한 언급은 조금 있었으면 했습니다.
이건 '사실'에 기초해서 만들었다지만 '재구성했다'라고 말하기엔 너무 사실과 다르거든요.


**
이 영화의 유머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
하정우의 연기는 생각보다 더 좋습니다. 아버지도 나오죠. 김용건씨까지.
그리고 성동일의 연기도 힘이 있고 제대로 다가옵니다.

 

 

 

 

 

[G.I. Joe : the Rise of Cobra/지아이죠 전쟁의 서막]
감독 : Stephen Sommers
출연진 : Channing Tatum, Sienna Miller, Marlon Wayans, 이병헌, Joseph Gordon-Levitt
상영시간 : 118분
상영등급 : 15세 이상가
상영관 : 디지털 - 관교 CGV 유로클래스

[국가대표]가 끝나고 바로 같은 관에서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된 이 영화. 공식상영으론 첫 회에 본 건데요.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서 그닥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니 봤습니다. 결론적으론 대실망이구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습니다. 미친듯이 몰아대요. 진중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그닥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겠노라 다짐이라도 한 듯 미친듯 CG를 남발하고 액션난장을 까댑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가 없어요.
스티븐소머즈와 제작사는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한 듯 합니다.
관객들이 [트랜스포머]에 만족한 것은 그게 CG 덩어리여서, 죽어라 액션을 뿜어대서도가 아니죠.
액션도 액션의 스타일이라는게 있는 것이고 CG는 그걸 잘 받쳐주는 역할이면 됩니다.
그런데 [지아이죠]는 그냥 텐션없이 치고받는 액션을 열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싸워대긴 하는데 이게 정말 '저들만의 싸움'처럼 다가오는 거죠. 덕분에 그렇게 치고받고 쉴새없이
CG떡칠을 해대는데 그 과시하려는 CG에 조금도 감탄할 수가 없습니다.
액션도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해야하는건데 이 영화에선 그게 완벽하게 부재해요. 그저 흔히 보일 법한 액션씬을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야기 구조는 더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얘기할 가치가 없어요. 애나(씨에나 밀러)가 그렇게 돌변한 것도,
그 돌변한 행동의 이유도, 후반부도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뭣보다 안스러운건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itt)이 이따위 역을 맡아서라기보다 그가 연기하는 렉스의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는거죠. 렉스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이를 가리고 사는데, 영화에서 보면 렉스의 기술력으로 안면을

나노마이트 주사 몇방으로 완벽하게 성형/재건하는 걸 보여주는데 도대체 그깟 화상하나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는 걸 도대체 누가 납득할까요?
아무튼... 이 영화는 이토록 이야기가 허술합니다.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지만 그냥 설정만 가져온거죠.
캐릭터도 난감합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듀크(채닝 테이텀)는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전혀 없습니다.
뻔한 캐릭터라고해도 조금은 두드러질 법도 한데 듀크는 전혀 존재감이 없어요.
덕분에 이 영화는 애나(씨에나 밀러)와 스톰 쉐도우(이병헌)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매우 두드러집니다.
애나가 주연이라고 보느게 맞을 듯 하고, 이병헌은 의외로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복면을 쓰는 씬은 검을 휘두를 때 뿐이에요. 나머지는 다 얼굴까지 나오고 인상도 강렬한 편이에요.
1억 7천만불이 들어간 초대작이 고작 이런 결과물이라는게 아쉽지만... 이병헌은 확실한 인상을 어느 정도는 심어준 것 같습니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
황당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에나 밀러는 참으로 예쁩니다.ㅎㅎ
론칭 파티에서 보니... 이병헌과 친한게 선전용이 아닌 듯 하더군요.
좋겠다. 이병헌.ㅎㅎㅎㅎ


**
우리나라 왔을 때와 이 영화에서의 채팅 테이텀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습니다.
이 영화에선 그래도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어서 '석호필'과 혼동되기까지 했는데 한국에 왔을 땐 이게 완전 다른
사람같이 살이 쪘더군요. 음...

 

 

 


 

 



올 늦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2009년의 박스 오피스는 주목받는 감독들의 차기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가 됩니다.
기존의 명장(?)들의 작품은 마틴 스콜시지 외엔 그닥 보이지 않는데요.
대신 아직 필모그래피가 길지 않은, 하지만 이미 데뷔작이나 몇 편의 영화로 재능을 인정받았던 감독들의 신작이 무척 많이 보입니다.
Peter Jackson(피터 잭슨)의 신작도 무척 기대되는데 아직 트레일러 공개가 안되어 빼놨습니다.

 

 

 

 

[G.I. Joe: the Rise of Cobra/지아이 죠 라이즈 오브 코브라] directed by Stephen Sommers
국내 개봉예정일 : 2009년 8월 6일

이제 곧 국내 개봉하는 이병헌의 첫 헐리웃 진출작.
어쩔 수 없이 악역에 무술하는 동양인이지만 그래도 나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줬길 기대한다. [달콤한 인생]에서의
그 포스를 그대로 낼 수야 없겠지만, 배우 이병헌은 매력있다고 느끼는 터라 나름 기대도 많다.
뭣보다... 이병헌이 론칭 파티에서 시에나 밀러와 상당히 정말로 다정하던데 시에나 밀러를 완전 좋아라하는 난
처음으로 이병헌이 부럽더라.-_-;;;;;;;;;;;;

 

 

 

 

 

[District 9] directed by Neil Blomkamp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8월 14일.
시각효과 엔지니어인 Neil Blomkamp가 Peter Jackson(피터 잭슨) 감독과 단편 [Crossing the Line]을 공동작업한 후
정식으로 감독 데뷔하는 작품. Peter Jackson이 제작한 영화여서 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8월 14일 개봉

 

 

 

 

 

 

[Planet 51] directed by Jorge Blanco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1월 20일

늘 지구에 외계인이 오는 것만 생각하다가 지구인이 외계인의 눈에는 또다른 외계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보이는 애니메이션. 사실 이런 애니메이션이 또 한 편 있는데 제목이 기억안난다.(그 애니메이션은
지구가 생존을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외계 행성을 공격하는 내용. 올해 개봉 예정)
바코드를 해석하는 외계인이나 그 행동들이 무척 재미있을 듯.

 

 

 

 

 

 

[Ninja Assassin] directed by James McTeigue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1월 15일.

정지훈이 주연을 맡은 영화.
전지현이 헐리웃 진출작 어쩌구 말이 많았지만 그건 다 개소리고.
실질적인 헐리웃 데뷔는 이병헌과 정지훈.
정지훈은 워쇼스키의 눈에 확실히 들어서 역시 워쇼스키 라인인 제임스 맥티그의 본작에 주연을 맡았는데,
이 감독이 허접한 것도 아닌 [V for Vendetta/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엄청나게 높히게 해준다.
트레일러에선 정지훈이 제법 멋지게 나오는 듯 한데 그 짧은 몇마디 영어는 이상하게 상당히 어색하게 들리니...
아무튼 정지훈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멋진 영화가 되길 기대한다.

 

 

 

 

[Grace] directed by Paul Solet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9월 14일 (한정개봉)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인간의 피에 식욕을 느끼며 생명을 되찾자 극단적인 모성을 발휘하게 되는 이야기.
선댄스에서 상당히 회자가 되었던 영화.

 

 

 

 

 

[Gamer] directed by Mark Neveldine, Brian Taylor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9월 4일.

인간을 마인드 콘트롤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게임이 존재하는 근미래. '슬레이어'라는 미디어 재벌의 야욕이 가득찬
게임 속에서 사이먼이라는 젊은 게이머에게 조종당하는 히어로 '케이블'(제라드 버틀러)은 가족을 되찾고 터무니없는
게임을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는 재벌 켄 캐슬에 대항하기로 한다는 내용.
마크 네벨다인과 브라이언 테일러는 항상 영화를 함께 연출하는데(무슨 사이인지 확인못했음), 이번 영화도 역시 공동연출.
거칠지만 끝까지 막 나가는 [Crank/크랭크], [Crank: High Voltage/크랭크 하이볼티지]를 모두 연출한 감독이니 어느 정도 기대가 되는 영화.

 

 

 

 

[9] directed by Shane Acker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9월 9일

2005년 단편으로 만들었던 것을 장편으로 연출하게 된 Shane Acker의 장편 데뷔작.
난데없이 인간들이 사라져버린 세상. 생존자를 위협하는 기계에 대항하여 싸우기로 결심한 9인에 대한 이야기.
팀버튼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고, 공개된 트레일러로 이미 상당한 기대를 얻고 있는 작품.
목소리 출연진도 빵빵... 일라이자 우드, 존 C 라일리, 제니퍼 코넬리등등.

 

 

 

 

 

[Pandorum] directed by Christian Alvart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9월 18일

우주선의 수면캡슐에 있던 두명의 승무원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악몽과도 같은 공포를 그린 영화.
벤 포스터와 데니스 퀘이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Surrogates] directed by Jonathan Mostow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9월 25일

[터미네이터 3], [U-571]등을 연출한 감독 Jonathan Mostow의 블럭버스터.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근미래, 사람들은 서로게이트에 접속하여 자신의 모습을 대신할 로봇을 통해 생활하는 것이 일상화되어있다.
이 와중에 서로게이트를 고안한 천재 학생의 살해사건을 조사하게 되면서 스스로 서로게이트에서 뛰쳐나와서
깊이 꼬여진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을 듯한 기대를...

 

 

 

 

 

[Shutter Island] directed by Martin Scorsese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0월 2일

마틴 스콜시지 감독님의 오랜만의 나들이.
역시 그의 페르소나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기용했다.
1954년 보스톤의 셔터 아일랜드에서 사라져버린 한 환자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테디 대니얼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감춰진 병원의 음모와 꼬여만 가는 상황 속에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이야기. 
정말 오랜만에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싸이코로직 화면들을 볼 수 있을 듯.

 

 

 

 

 

[Zombieland] directed by Ruben Fleischer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0월 9일

좀비가 뒤덮어버린 세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좀비에 대항하는 두 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
우디 해럴슨, 빌 머레이, 엠마 스톤 주연.
예고편만 보면 상당히 독특한 좀비물이 될 듯.

 

 

 

 

 

[Where the Wild Things Are] directed by Spike Jonze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0월 16일

이미 몇차례 소개한 바 있는, 말이 필요없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

 

 

 

 

[the Road] directed by John Hillcoat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0월 16일

정말 싸이키델릭한 서부극 [the Proposition]을 연출했던 존 힐콧 감독의 신작.
멸망해버린 세상에서 잿빛 눈이 내리는 추위를 피해 아버지와 아들은 이유도 모른채 자신을 지켜줄만한 권총 하나에
의지한 채 남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무법적인 잔혹한 집단을 맞닥뜨리는데...
아무래도 감독이 감독이니만큼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영화.
비고 모르텐젠과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몰리 파커등 정말 쟁쟁한 출연진.

 

 

 

 

 

[the Box] directed by Richard Kelly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10월 30일

2001년 [Donnie Darko/도니 다코]로 혜성같이 등장(그당시 리차드 켈리 감독의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하여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리차드 켈리 감독이 2006년 [Southland Tales]로 겪은 실패를 딯고 일어설 것이라 기대되는 영화.

[도니 다코]의 그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가 모호한 특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듯 하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압박에 몰린 부부 노마(카메론 디아즈와 아서(제임스 마스덴)의 집 앞에 정체불명의 박스가 배달되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프랑크 안젤라)이 방문을 한다. 1억불을 그들에게 소유할 수 있게 하지만
24시간 동안 품을 수 있는 그 박스의 버튼을 누르면 어느 곳인가의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게 되는 것.
인간본성에 대한 문제에 직면한 노마와 아서의 혹독한 악몽과도 같은 체험.
리차드 켈리 감독은 분명 [도니 다코]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헐리웃의 제도 시스템에서 전혀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자신의 장기인 장르이니 만큼 예의 그 번뜩이는 재기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Armored] directed by Nimrod Antal
전미 개봉예정일 : 2009년 9월 18일

[Kontroll/컨트롤]과 [Vacancy/베이컨시]를 통해 저예산으로 훌륭히 스릴을 연출할 줄 아는 능력을 보여준
님로드 안탈의 신작. 개인적으로 헐리웃 데뷔 이전의 [Kontroll/컨트롤]을 무척 인상깊게 본 바 있다.
내용은 그냥 트레일러만 보면 쉽게 알 수 있음.
맷 딜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게 무척 반갑다. 로렌스 피쉬번, 장 르노, 스킷 울리히(오랜만일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광화문 정동쪽의 서울역사박물관 옆, 가든플레이스 2층에 위치한 '미로 스페이스'로 왔습니다.

 

 

 

 

 

[Helvetica] directed by Gary Huswit (2007, 약 80분)

말씀드린대로 Gary Huswit (게리 허스윗) 감독의 2편의 디자인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1편은 [Helvetica/헬베티카]로 저희에게도 무척 익숙한 '헬베티카' 폰트를 통해 현재 전방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는

50년이 넘은 폰트인 '헬베티카'를 통해 미학적 관점, 정치학적 관점 그리고 수용자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디자이너란 추악한 것과 투쟁하는 것이 임무라는 의견과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그래픽 디자인이 지닌
정치적 함의를 통해 제도권을 대변하는 듯한 이미지의 정형성에 저항하는 또다른 폰트 디자이너들의 모습도 빠짐없이 비춰줍니다.
저같은 경우,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템플릿을 만들 때 항상 디자이너들에게 '폰트는 최소한으로'

그리고 거의 대부분 Helvetico나 DIN 폰트를 사용하라고 했었죠.
어떠한 하나의 템플릿을 통해 시각적인 호소를 하려면 적당히 잘 찍은 인물/풍경/사물의 접사를 흑백으로 넣고
그 아래에 작은 헬베티카 폰트를 정렬시키면???
네, 그럭저럭 누구나 쿨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워낙 헬베티카 폰트가 글자의 비율이 잘 맞아 떨어져서 순식간에 이미지를 장악해버리거든요.
이러한 헬베티카 폰트의 특징을 이용해서 보수지들이 프로파갠더로 사용하는 이미지들은 모두가 헬베티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실 그렇게 따지기엔 너무 일상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선 후반으로 가면 '헬베티카'라는 폰트가 그래픽을 지배하게 된 것에 대해 저항하는 디자이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헬베티카는 대단히 모던한 느낌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더니스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폰트죠.
영화 후반에 가면 데이빗 카슨이 문자의 '가독성'과 '의미전달'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기존의 질서를 붕괴시키면서 텍스트가 text itself가 아니라 '이미지'로 접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 말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렇듯 이 다큐멘터리는 75분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정치 사회적 의미에서 탄생한 폰트,

즉 그래픽 디자인이 어떻게 한 사회에 빨리 흡수되고 통용되며, 또 이로 인해 생긴 질서를 무너뜨리고

전복시키려는 시도들은 어떤 다양성을 갖고 진행되는지 보여줍니다.
지금의 헬베티코는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 산업구조에 더없이 적합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러한 헬베티코의 롱런은 조금더 계속되겠지만요.
아직까지 대량생산이 화두라면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굳이 헬베티코를 거부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Objectified] directed by Gary Huswit (2009, 약 75분)

약 30분 가량을 쉬고 다시 영화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전작이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화두 제시였다면 이번엔 '제품 디자인'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모두 맞닿뜨리고 있는 모든 것은 '디자인'이죠. 과거엔 제품의 형태가 기능을 규정했지만
마이크로칩의 발달로 인해 이젠 그러한 획일화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카메라는 길다란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원래 필름 사이즈에 맞추기 위해 고안된 형태가 필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으니 말이죠.
현대 디자이너들의 화두는 불필요한 것은 다 떨어버리는 '적게 디자인하기'와 디자인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드러내보이려고 만드는 디자인보다는 일상에 깊이 침투하여 '있는 듯 없는 듯'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가 나옵니다.
당연하게도 애플에 대한 얘기도 상당히 많이 나오죠. 영화 초반엔 조너선 아이브가 '최소한 적게 한' 디자인을
구체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에 대해서도 보여줍니다.
우리의 일상 전체가 디자인이 된 세상이지만, 아직도 디자인은 형태가 기능을 규정짓고, 지속가능성의 제품을
추구하지만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될 수록 사람들은 디자인을 소모품으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변화시킵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인간은 진보적인 본능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무언가 제품을 구입하면 그것을 변형시키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예를 들면 핸드폰 하나도 엄청 치장을 하죠)
그렇다면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영속가능한 디자인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카림 라시드가 영화 후반부에 '어차피 3년 안에 5번 이상 휴대폰을 바꾸는 세상이라면 영구적인 제품을 만들
필요없이 1,2년 안에 폐기될 제품이라면 노트북, 핸드폰은 마분지로 만들어도 된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결국 디자인 제품의 짧은 수명과 이로인해 야기되는 엄청난 환경쓰레기를 다분히 염두에 둔 말입니다.

3대 산업디자이너 중 한 명인 마크 뉴슨은 물론 세계적인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 댄 포모사,
조너선 아이브, 디에터 램스, 카림 라시드등이 줄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더군요.ㅎㅎ
이제 제품 디자이너들은 지금 당장의 형태와 기능성뿐 아니라 폐기된 이후도 반드시 생각해야한다는 영화의
후반부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말 보람찬 시간이었네요.



*
영화 [Helvetica]에는 감각적인 음악들이 많이 나옵니다.
대부분 El Ten Eleven의 노래이고 그루브한 비트는 제가 좋아하는 Caribou의 곡들이죠.
그 중 한곡을 소개합니다.

 

 

'Pelican Narrows' - Caribou

 

 

 

 

 

 

 


게리 허스트윗 감독(그룹 'Wilco'의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린)의 두 편의 디자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인
[Helvetica/헬베티카]와 [Objectified/오브젝티파이드]가 종로의 미로스페이스에서 상영됩니다.
27~29일까지는 감독과의 대화도 있고, [헬베티카] DVD의 현장 판매도 있다고 합니다.
티켓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디자인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말고 꼭 보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25일(토요일) 오후 6시 20분 [헬베티카], 8시 20분에 [오브젝티파이드]를 연속으로 봅니다.
헬베티카나 오브젝티파이드의 상영시간 모두 80분을 넘지 않으므로 중간에 잠시 쉴 수 있구요.

 

 

 

 

 

 

[Helvetica] directed by Garry Huswit (2007, 약 80분)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헬베티카는 포토샵 좀 만져본 분들은 바로 연상하실겁니다. 네, 폰트죠.

 

[Helvetica] official Trailer

 

 

 

 

 

 

 

[Objectified] directed by Garry Huswit (2009, 약 75분)


제품 디자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Objectified] trailer

 


*
예매는 이곳에서 하시면 됩니다.
http://www.mirospace.co.kr/01_mirospace/content.asp?form=ticket_reserve
날짜 정하시고 gogo.
만약 혹시라도 오시는 분이 계시면 저희 보시면 아는 척이라도 해주세요. 흐...

 

**
미로스페이스는 제가 몇번 포스팅을 올린 이탈리언 '베니니'가 있는 건물입니다.
베니니의 디너는 5:30 부터이니 저녁은 이곳에서도 먹을 수 있겠는데 커피스트에서 후식하는 코스는 불가능
하겠군요. 커피스트는 (10시면 바이~)


 

 

 

 

 

 

 

 

 

[인사동 스캔들] directed by 박희곤


[아 유 레디?]로 말아먹은 프로듀서의 감독 데뷔작이라고 보기엔 의아할 정도로 의외로 재밌게 본 영화.
암미술시장, 복제화들에 대한 그래도 그나마 구체적인 정황설정, '상박'까지 등장하는 복원 및 복제 기술.
전반적인 미술 시장이 침체된 지금, 이런 미술계의 위작을 드러내고 까발리는, 위작에 휘말리고 위작을 양산하는 시장으로서의 악기능에 대한

영화가 과연 필요하느냐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실상 미술계가 그런 위기의식을 자초해온 것은 사실이니 뭐라 할 말은 없겠다.
배태진역으로 나오는 엄정화. 이 배우를 그닥 좋아하진 않으나 이 영화에서는 완벽한 화장술(거의 작품에 비유) 이 돋보이더라. 정말 화장 잘했더만.
아무튼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군데군데 말이 안되는 설정이 있지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보면 나름
잘 살아있는 캐릭터와 지루함없이 잘 짜여진 플롯을 만나게 된다.
다만, 이 영화에 쓰인 음악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거지? 대부분의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가장 답답한 것이 사용된 그 뻔하고 촌스러운

'수사반장'식의 음악들이다. 오프닝 크레딧의 촌스러움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음악도 그에 못지않을 정도로 촌스럽다. -_-;;;;

특히 중간에 김래원이 부르는 노래는 생뚱맞기 짝이 없다.
그리고... 아래 또 언급이 되겠지만 어째서 난 이런 우리나라 스릴러(?) 구조의 영화들이 죄다 똑같은 감독이 연출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다 똑같은 수사반장식 음악때문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영화의 색감과 편집의 템포등도 다 너무 비슷하지 않나???
*
위작과 복원에 대한 재미를 느끼려면 호소노 후지히코의 'Gallery Fake/갤러리 페이크'라는 만화를 보는 걸 적극 권장한다.

 

 

 

 

 

[Religuous/신은 없다] directed by Larry Charles


우리에겐 [Borat/보랏]을 만든 감독으로 잘 알려진 래리 찰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최근 [Brüno/브뤼노]라는 코미디를 박스 오피스에 1위에 올리기도 한 감독인데, [신은 없다]는 그 웃음의 페이소스가
씁쓸하고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내가 기독교인들과 대화할 때 가장 답답한 것은 결국에는 '말이 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언가 중요한 문제에 다다르면 '하나님의 계획대로', '하나님의 뜻대로'라고 말을 해버리니 도통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맞닥뜨려왔다.
이 다큐는 '신이 없다'라고 단정짓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적어도 한 번쯤 정말 '이성적'으로 지금의 종교들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것이고, 그 대상이 단지 '기독교'에 국한된 것도 아니라는거다.
이 다큐에는 이른바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들. 기독교와 힌두교, 이슬람교, 그리고 각각의 종교에서 믿는 경전들이 인간의 허구로

가득하다는 걸 설파한다. 이미 우린 이러한 사실을 [시대정신/Zeitgeist]란 영상을 통해 많이 본 바 있다. 예수, 죽음, 부활, 12사도등등

성경의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훨신 이전의 고대 미신 종교들의 설정과 완벽하게 똑같다는 사실들 말이다.
이를 위해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빌 메이어(Bill Maher)를 통해 각 종교의 허구성과 이를 믿는 이들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고 편협된 사고를 들춰낸다. 실제로 인터뷰를 보면 우리가 주변의 종교인들과 얘기하면서
느껴온 바로 그대로의 답답함과 말도 안되는 편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불가지의 문제에서 결론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내려버리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더 할 수 있다는 건가?
더 나아가서 레리 찰스 감독과 빌 메이어는 작금의 종교가 인류를 폭압과 증오와 질시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각각의 종교에 기록된

마지막 '심판의 날'이 결국 이를 믿는 자들간의 반목과 불신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즉, 허구도 믿는 이들이 많아지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현재 거의 모든 국제적 분쟁이 종교를 빙지한 갈등으로부터 말미암은 사실을 열거한다.
인류 역사의 피비린내나는 커다란 전쟁들을 잘 살펴보시라. 하물며 이라크전까지.
이교도와의 싸움을 명분으로 내건(궁극의 목적은 기득권의 이권 수호지만) 종교 전쟁들 아니었던가???

 

 

 

 

[Killshot/킬샷] directed by John Madden


내 그토록 좋아하는 다이앤 레인이 나오지만...
미키 루크까지 나오지만...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러닝타임이 지나가더라.
더이상 할 말이 없는 영화.


 

 

 

[7급 공무원] directed by 신태라


김하늘이 예쁘게 나온다.
강지환은 '굳세어라 금순이'와 [영화는 영화다]에서 한발자욱도 더 앞으로 못나가지만 그래도 이 배우는 정이 간다.
설정은 억지스러워도 난 이 영화의 설정과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충분히 매력있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Mr. & Mrs. Smith]같은 설정에다가 코미디를 잔뜩 버무린 것과도 같은데 문제는 매끄럽지 못한 편집과
그로인해 뚝뚝 끊어져버리는 리듬감이다.
따로따로 나오는 플레이트들은 만족스럽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질적인 코스요리를 먹는 것과 같은 느낌.
첫번째 플레이트가 나오고 맛나게 먹은 뒤 다음 플레이트는 20분이 넘어도 안나오고, 결국 메인 코스는 나오지도
않고 디저트가 나와버리는 바로 딱... 그짝이 난 영화.
그래서 이 영화가 무척 아쉽다. 연출과 편집 모두 무척 아쉬웠던 영화.
게다가 음악... 역시 [인사동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데?
어째서 우리나라의 모든 영화들은 음악이 다 '~~악단'이 다 도맡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냔 말이다.

 

 


 

 

[12 Rounds] directed by Renny Harlin


과거의 레니 할린은 이제 없다.
이미 [the Covenant/코브난트]로 레니할린에 대한 기대는 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에 이 영화를 봤다.
존 세나가 아주 고군분투하며 뛰어다니지만... 어라?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바로 [Die Hard 3/다이하드 3]에서 봤던 바로 그 설정아닌가? 그걸 12개로 좀 길게 푼거지.
아무리 주인공이 뛰어다녀도 보는 이들은 전혀 긴장감이 없는, 그러기도 힘든 참 난감한 영화.

 

 

 

 

 

[Revanche/보복] directed by Götz Spielmann


이 영화는 '보복'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속죄'에 대한 영화다.
괴츠 쉬필만 감독은 적절한 상황에서 과장없이 얽힌 다섯 명의 인물들에 대한 관계를 조금씩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알렉스와 로버트가 만나는 강가의 산책로는 은근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정사 장면은 숨막힐 듯한
스릴과 말초적인 흥분을 가져다준다.(이 영화에서 정사장면은 상당히 중요하다)
영화에 대한 내용을 말하면 이 영화를 통한 기쁨을 앗아가버리는 격이므로 말을 줄이겠지만,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구원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이 영화에선 사람과 사람이 풀어가는 원한과 오해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영화다.
그끝이 더 지독한 보복의 시작일지, 아니면 용서의 끝일지는 각자의 판단에 철저히 맡기겠지만 말이다. 꼭 한 번 보시라.

 

 

 


 

 

[Blood the Last Vampire/블러드] directed by Chris Nahon
전지현의 헐리웃 진출작이란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크리스 나혼감독은 이미 [Kiss of the Dragon] 이후에 헐리웃 메이저의 시스템에 편입된 감독은 아니다.
이 영화는 다들 아시다시피 원작이 만화다. 그리고 2000년인가에 이미 45분짜리 OVA로 애니메이션도 나온 바 있다.
만화는 보지 못해서 말을 못하겠는데, OVA의 모습은 이 영화 중반부 이전에 이미 끝난다. 그 이후는 완전히
애니메이션과는 아무 관계없는 내용들이 나온다.
다들 하도 최악의 영화 중 한 편이라고 해서 보지 않으려다 aipharos님이 꼭 보고 싶다고 궁금하다고 해서 봤는데
생각만큼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아 지루해 죽겠다'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다만... 턱없이 적은 예산때문인지 CG가 많이 필요한 이 영화의 변신체 뱀파이어들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CG로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는거다. 그... 오네긴의 충복은 개그 변신체...에 더 가깝다. 세상에...
내가 이런 영화에서 '포켓 몬스터'류의 괴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_-;;;;;
그리고 전지현.
아무리 액션 연기를 연습했다해도 어설플 수 밖에 없으니 감독은 죽어라 초고속 화면을 남발한다.
슬로우모션...슬로우 모션... 전지현이 검만 빼들었다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놈의 슬로우 모션.
그걸 템포로 만회하려 하지만 역부족은 역부족. 액션의 긴장감이 마구 무너진다.
그리고 전지현의 연기는... 아무리 영어 연기라지만 난감하다.
정말 힘들게 고생해서 찍었다는데 그런 결과물이 이렇다면 본인도 속상하겠고 보는 이들도 답답할 것 같다.

 

 

 

 

 

[Happy Flight/해피 플라이트] directed by 야구치 시노부
우리에겐 [워터 보이즈]와 [스윙걸즈]로 유명한 야구치 시노부의 08년작.
개인적으론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를 잼나게 봤던 기억이 있다.
기무라 타쿠야의 최신 TV 출연 드라마인 '미스터 브레인'에 상대역으로 나오는 아야세 하루카가 초보 승무원으로
나오고 이런저런 영화와 드라마로 익숙한 다나베 세이이치가 부기장으로 나온다.
이외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줄줄이 나온다. 독특한 영화에 독특한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키시베 이토쿠도 볼 수
있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땐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의 모습을 아주 잠시 볼 수도 있다.
기장 승격을 위한 비행인 호놀로루행 ANA 비행기.
만석으로 가득찬 비행기가 기체 이상으로 인해 긴급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영화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일반적으로 이런 영화들은 문제의 대부분을 비행기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해결하거나, 갈등요인이 객실내에서
발생해서(하이재킹이나 뭐...) 결국은 객실인력의 힘으로 위기가 해결되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관제탑 요원,
예보직원등의 공항 스탭들과 기장, 부기장, 승무원, 그리고 비행기 오타쿠들의 합심에 의해 위기요인이 해소된다.
그러면서도 일본 특유의 지나친 감상주의도 그닥 보이지 않고 오버하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휴머니즘을 얘기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훈계듣는 거북함도 없다시피 하다.
예전 일본의 항공 드라마인 '굿 럭'보다도 훨씬 비행기 조종에 대한 여러 사실들이 많이 나오는 편.
민성군도 덩달아 같이 무척 재밌게 본 영화다.

 

 

 


*
개인적으로 울나라 영화 중 얼른 개봉했으면 하고 기다리는 영화는 바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다.
최동훈 감독이 보통 이상의 재미를 주는 것도 이유지만 사실 그보다는 강동원에 대한 기대때문이다.
얼른 개봉하길 당장 달려갈테니.

 

 

 


 

 

포스터도 괜찮다!!
울나라에서 괜찮은 영화 포스터 만나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 스포일러 없습니다~ 스포일러일 수 있는 곳은 마지막에 '접기'기능으로 감췄습니다.

 

 

 

 

 

[마더/Mother] directed by 봉준호
2009 / 약 128분 / 한국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기대작 [마더/Mother]를 봤습니다.
아마도 박찬욱 감독의 [박쥐]보다 더 기대하신 분들, 기대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늘 탄탄한 드라마 위에 상업적인 히트 포인트들을 적절히 배치하는 영민한 감독이잖아요.
[살인의 추억]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괴몰] 역시 전 처음 극장에서 볼 때보다 나중에 다시 HD로 볼 때가 더 좋았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은유들이 듬뿍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번 신작은 중견 탤런트인
김혜자씨와 꽃미남 원빈의 실로 오랜만의 스크린 출정이라 또다른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러저러한 합당한 기대를 갖고 관교동 유로클래스에 자리를 잡고 [마더]를 봤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다들 아시는대로입니다.
정신연령이 다소 낮은 듯한 장성한 청년 도준(원빈). 그 도준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엄마 혜자(김혜자).
어느날 도준은 동네 여학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도준은 그 시각 여학생을 따라갔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혐의를 쓰고 구속되어버립니다. 엄마 혜자는 아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하고 그를
위해 도준과 잘 어울리던 동네 백수 진태(
진구)의 힘까지 빌어 동분서주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께 자꾸 마케팅 포인트로 '반전'을 꼽는 것에 낚이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주 꼴사나운 마케팅인데요. 이 영화의 반전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반전이랄 것도 없어요.
영화보다가 보면 진범이 누군지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봉감독은 적절한 맥거핀을 배치하긴 했지만
어지간한 분들은 다들 쉽게 이 영화의 피니쉬 라인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건 이 영화에서 결말에 이르는 과정들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재미를 원하셨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영화의 영화적 '재미'는 제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대단히 애매했습니다.
상업적 재미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하기 곤란한 애매한 영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요.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박쥐]처럼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긴다든지 내러티브가 엉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서사는 무척 탄탄하고 탁월한 촬영과 함께 완성도 높은 디테일을 선사합니다. 이점에 전혀 이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재미를 떠나서보면 상당히 잘 만든, 그야말로 '웰-메이드' 영화라는거죠.
배우들의 연기 역시 탁월합니다.
김혜자씨의 연기는 우리가 여지껏 봐왔던 TV에서의 그 모습에서 그닥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혜자'의 상황과 공간이 완벽하게 잘 맞아 떨어지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설득력있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는거죠. 도준을 연기한 원빈의 연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의외로 이런 연기가 어색할 수 있는데 원빈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해냈습니다. 형사를 연기한 제문역의
윤제문의 연기는 뭐라 말할게 없을 정도구요.
진태역의 진구도 역시 좋았구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 정말 배우들의 연기적 잠재력을 잘 끌어낸다고
생각한 건 두 명의 단역인 맨하탄 술집의 재수생 딸과 살해당한 여학생인 아영역입니다.
원래 이런 단역들은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린다는게 정말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봉감독은 봉테일이란 별명대로
이 스쳐지나갈 법한 캐릭터를 확실하게 살려 줍니다. 재수생의 경우 살해당하는 아영과 실제 관계는 전혀 없지만
영화를 지배하는 미묘한 욕망이 자연스럽게 이미지 매칭되는 역할이 됩니다.
아영이란 여학생은 '쌀떡'이란 별명을 얻지만 실제로 그녀의 원조교제같은 건 등장하지 않지요. 하지만 재수생인
여학생의 경우는 미묘한 성적 이미지를 드러내주고 그것이 희생자의 이미지를 은연 중에 대변하기까지 하는 듯한
생각을 갖게 된답니다. 이러한 성적 이미지에 대한 제 주관은 결코 오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 [마더/Mother]를 지배하고 있는 주요한 키워드는 제가 느끼기엔 '모성'이라기보다는
'성애(性愛)'입니다.
좁은 공간 섹스 한 번 못한 도준. 하지만 도준은 '여자와 자봤냐?'라는 놀림에 '엄마와 자봤다'라고 얘기하죠.
비록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 '농담'은 의외로 몇 번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저 농담이 아주 강하게 한 번
앞으로 뛰쳐나가버리기도 하죠.
웃옷을 벗은 도준이 혜자의 옆으로 와서 혜자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이게 다 봉준호 감독이 의도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진태가 혜자에게 와서 따지는 장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혜자는 상의를 탈의한 진태를
바로 보지도 못하죠.
전 지금까지도 봉준호 감독이 왜 아들과 엄마의 관계를 이렇게 '성애적' 관점과 '모성애적' 관점을 동등하고
평행하게 놓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은밀한 근친상간적인 성애적 공간은 보는
이에게 묘한 긴장감을 주긴 해요. 그리고 그런 긴장감을 주는 좁은 공간 역시 다 봉감독이 의도한 바이겠지요.
혜자에겐 도준이 '단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동시에 '단 하나뿐인 남자'도 되는겁니다.
그러다보면 이건 누구나 한번쯤 의아해하겠지만 저 제목 [마더]는 어감상 '살인'의 의미인 'Murder'와 중의적인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거죠. 그리고 그건 충분히 설득력을 갖고 있구요.
이런 이야기를 위해서 ...컴플렉스 얘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봉준호 감독은 이 미묘한 관계설정을
통해 모성의 질긴 정과 함께 동시에 성애적 긴장감 모두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지나치리만치 거북하게 드러나진 않고 있구요. (그러니 혹시 이런 설정을 거북해하셔도
보시는데 그리 거슬리진 않을 겁니다)


*
영화적 완성도는 상당하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전술했듯이 영화적 '재미'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물론 제 개인적으로 말입니다.
서사구조 속의 한 방은 있지만 드라마적인 한 방은 없습니다. 그 '한방'이라는게 뭐 대단한 감동이나 사건을
말하는 건 아니구요. 뭔가 재미가 오를 듯 하면 꺼져버리는, 그렇다고 팍 꺼져버리는 것도 아니구요.
지나치게 긴장의 이완과 수축이 잦은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으니 참... 희안한 일이에요.


**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에선 아주 인상적인 카메라 워크가 종종 보입니다.
마지막 씬도 대단히 작위적인 느낌이지만 그 감성만은 충분히 어필하죠.


***
이건 다른 소리지만.
도대체 우리나라 감독들은 왜 이렇게 다수의 복선을 깔아놓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스릴러의 구조를 띄기 시작하면 당연히 논리적 인과관계를 위해 복선이 있어야하는게 맞는데, 이게 너무
지나치리만치 계산되어 딱딱 나오는, 뭐라 형언하기 힘든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요.
이걸 설명하지 못하는 건 제 한계랍니다.-_-;;;;


****
이병우씨가 맡은 음악은 기복은 있으나 인상적인 편입니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은 대단히 인상적이죠.


*****
이 영화의 배경도 그렇고... [살인의 추억]의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봉감독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한국 경찰의 수사 방식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이건 충분히 의도된 거겠죠.


******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제 본명에 가깝게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진구는 진'태'로, 김혜자씨는 그대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있고 윤제문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빈의 경우 '도준'인데
원빈의 본명이 김도진임을 감안하면 역시 거의 비슷하게 사용했다고 봐야죠.


*******
자... 그런데 이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뭐라 말할 순 없는데요.
이 아래 네 줄은 영화 보신 분만 보세요.

 

 

 

 

 


이 영화는 사실상 도준의 혜자에 대한 복수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그건 제 오버같네요.
혹시 보신 분 중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해본 분이 계시면 알려주세요.
봉준호 감독이 의도했건안했건 이 영화는 자신을 5살때 죽이려고 했던 혜자에 대한 복수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는데 오버같아요.

 

 

 

 

 

 

 

 

 

[박쥐/Thirst] directed by 박찬욱
2009 / 약 133분 / 한국

[박쥐]를 봤습니다.
사람 좀 적을 때 보자고 바로 안보고 조금 미루다가 그것도 월요일 조조로 봤습니다.
역시나 극장 안엔 10명 남짓한 관객만 있었구요.
덕분에 아주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반기에 가장 기대한 영화는 봉준호 감독[마더]였겠지만, 박찬욱 감독이 아무리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그리고 옴니버스 영화 중 하나였던 [쓰리, 몬스터]로 저흴 실망시켰어도 그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고, 송강호에 대한 믿음, 김옥빈에 대한 기대... 이런 것들도 물론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끔 했지요.
물론 일부 언론들의 '칸느에서 8분간 기립박수'... 등의 이런 찌라시식 기사에는 조금도 현혹되지 않았습니다.ㅎㅎ

이 영화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말이 길어질 수 있는 영화더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아마도 가장 만들고 싶은대로 맘껏 만든 영화라면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가장 사적인(?)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어쩌면 그 영화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영화는 걍 쉬어가는 영화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싶진 않네요)
내용이야 많은 분들이 이미 다 아실테니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결론도 뻔히 보이지만 역시 얘기 하지 않으렵니다.
전 이 영화가 모티브를 따왔다는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고, 실제로 그야말로 '모티브'만 따왔다고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할 말이 없습니다. -_-;;;;

저와 이름이 똑같은 상현역은 송강호가 맡았습니다.
상현은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생명을 잃는 것에 회의를 품고, 정말 그들을 위한 신실한 신앙인의 자세로 엠마뉴엘
연구소에 자원하여 가게 됩니다. 그러다 그는 기적적으로 바이러스를 이기고 살아남게 되지요.
하지만 그 뒤로부터 상현은 낮에는 햇빛을 피해야하고 죽으려고 해도 죽을 수 없고,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되는
뱀파이어가 되고 말지요.
게다가 초등학교 동창인 강우(신하균)를 만나고 그의 아내인 태주(김옥빈)를 만나면서 신앙으로 절제하고 자제하던
그의 쾌락에 대한 욕망이 점점 그를 집어 삼키게 됩니다.
이쯤되면 이 영화의 끝이 어떨지는 말안해도 다 아실 거에요. 실제로 이 영화는 그런 '반전'따위는 없이 철저한
통속적 치정극으로 치달아버립니다. 그 와중에 신앙와 비신앙, 모독과 존중의 대립적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시켜
박찬욱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를 구체적이고 은밀하게 드러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감독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마저 무척 통속적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우리가 대상에게 은연 중에
매치시켜버리는 사회적 인식에서 출발하게 되죠. 예를 들면... 신부는 신앙을 갈구하되 자신의 삶을 갈구하지
않는다거나, 죽음보다 신앙적인 속세의 힘은 더욱 강하다든지... 이렇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식들의 기반 위에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느껴지는데 가슴을 치는 한 방은 전혀... 느껴지질 않아요.

그덕에 제가 보기엔 상현은 길을 잃은 성긴 내러티브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송강호의 연기는 훌륭하디 훌륭하지만, 또 일관된 호흡을 연기하고 있지만 그에게 전혀 이입될 수가 없다는
거죠. 그건 이 영화에 피가 수없이 많이 등장해서도, 혐오스러워서도 전혀...아닙니다.
감독의 메시지가 너무나 군데군데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쭉 밀어부치는 뚝심이 느껴지지 않고
감정이 뚝뚝 끊기는, 여러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갖다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도무지 몰입하기도 쉽지
않더군요. 박찬욱 감독식의 유머가 등장하는 것도 지나치게 키치적이어서 무척 생뚱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쿨하게 적용되면 캐릭터를 확실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할텐데 보는 내내 그 생뚱맞은 유머를 날리는 캐릭터들을
자꾸 내 방식으로 밀어내게 하더군요.
영화적 재미도 훌륭하다고 많이들 얘기하셨지만 저희는 그냥 그랬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건 너무 길다'라는 생각까지 들었구요.


*
박찬욱 감독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현실과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말투를 내뱉습니다.
사실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도 그렇긴 했죠. 하지만 그건 아주 드라이한 일상의 기틀 위에서 기가막힌
조화를 이루면서 키치적인 캐릭터를 완성했었어요.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부터 그의 캐릭터들은 냉소적인 것을
넘어서서 완전히 지구를 떠나버렸습니다.
앞에 말했듯... 이 영화는 아마도 박찬욱 감독이 대놓고 맘껏 만든 영화같아 보이는데... 좀 안타깝네요.


**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힘든 캐릭터는 태주(김옥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태주는 팜므 파탈의 전형과도 같잖아요. 그리고 이런 팜므 파탈의 정형을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태주는 그냥 팜므 파탈인거에요. 그런데 그게 그닥 쿨하지 않은 팜므 파탈이라는 것만 다른거죠.
그렇게따지면 김옥빈의 연기는 대단히 선방한 것 같아요.
그리고 뭣보다... 김옥빈은 정말 예쁘더군요. 작은 머리, 긴 팔, 엄청 긴 다리... 정말 야해보이는 표정과 목소리.
섹스씬은 그닥 농도가 강하진 않은데 엄청 야하게 느껴집니다. 이건 순전히 김옥빈의 덕이에요.
김옥빈은 아직 86년생입니다. 더 많은 좋은 작품에서 그녀를 보길 기대합니다.


***
영화 전체적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일부 시퀀스는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맨처음 태주가 골목을 달리는 장면(뒤로 아파트가 보이는)은 양각에서 서서히 부감되는 샷과 상현이 태주를
안고 뛰어내리는 장면, 둘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서슬퍼런 뱀파이어 놀이를 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네요.


****
사실 정말 생각할 것이 많았다면 이렇게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져버린 [박쥐]보다는 비교의 대상으로 과연
적합한지는 많이 의문이지만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이 훨씬 인상적이었어요.
불멸의 삶과 유한의 사랑, 인간의 선악에 대한 고정 관념등을 작고 임팩트있는 씬으로 많은 대사들을 필요치
않으며 시선으로 압도한 영화는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이었습니다.
그 영화의 마지막도 정말 인상적이지 않았나요? 주인공 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해피 엔딩이라고 소리칠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의 인생은 바로 그녀의 곁에 있다가 간 그 사람과 다를게 없어지는거잖아요.
이에 반해 [박쥐]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던져버립니다.
감독이 짜놓은 길대로 가는 느낌이에요

 

 

 

 

 

 

 

 

[Wendy and Lucy/웬디와 루시] directed by Kelly Reichardt
2008 / 약 80분 / 미국

죽어라... 노벨 문학상의 염원을 담아 얘기하는 대상 중 한 분인 황석영씨가 MB 저지 시국선언을 뒤로하고 MB가
명백한 중도...라며 현 정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혹자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개인의 정치적 소신인데 왜 그걸 잘못되었다고 하느냐고 열불을 토하며 얘기하죠.
가끔 이런 현상을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소신의 가치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뭐라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물론 국민들이 조금더 생각하고 조금더 영리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팍팍한 삶으로 몰아대는 공세가 되면 될수록 국민들은 더더욱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어지죠.
그런데 이게 황석영씨같은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분은 이 시대의 '지성'처럼, 그게 본의든 자의든 관계없이 추앙받곤 해왔잖아요.
그런 분이 MB를 지지한다니... 우스갯소리로 2MB 정부에서 노벨문학상 딜들어가기로 하고 지지선언한거 아냐?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뭐 그럴리 없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황석영씨가 MB를 계속 지지하다가 노벨 문학상까지 타면 참... 기가막힌 프로파갠다가 되겠군요)

몇년전 오에 겐자부로가 공식적으로 황석영씨를 노벨상의 강력한 후보라고 말하기까지 했잖아요.

제 헛소리같지만 꼭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민족의 이야기꾼이자 광대,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분께 너무 지나친 말이 아니냐고 하실 수 있으나
이번 황석영씨의 발언은 어이없음을 넘어서 슬프기까지합니다.
광주사태에 대한 발언과 중도에 대한 무개념스러운 발언은 씁쓸하기 짝이 없죠.

촛불집회때 시민들과 춤사위를 벌이시던 황석영씨. 그때 그냥 춤판이 벌어지니 옳다구나...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신건가요?

황석영씨는 숱하게 많이 '시대의 지성'이라고 일컬어지곤 하지 않았나요? 그런 분이 명백하게 그야말로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참히 뭉게지는 이 현실을 엉뚱하게 외면하고 '아니다'라고 말하는 비겁한 인간에게 전 조금도 시대의
지성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할거에요.

유럽도 사실 마찬가지라지만(심지어 핀란드까지 일부 교육체계에 무한경쟁이 도입되고 있다죠) 그래도...
전세계에서 가장 신자유주의를 미친듯이 수용하려들며 뛰쳐나가는 광란의 국가들을 꼽으라면

단연코 미국과 이태리와 한국과 일본이라고 봅니다.

일본은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대단히 심각하게 사회적 불균형이 심화된 나라죠. 지금

기억은 안나는데 2007년도인가에 세계 부의 불균형지수에서 31위인가를 차지한 것도 일본입니다.

이태리는 늘 얘기하지만 베를루스코니의 집권 8년 동안 나라가 완전 절단나다시피했습니다.
그 미항이라는 나폴리가 쓰레기로 아작나고 이태리 남부는 겉잡을 수 없이 황폐화됐죠.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한국도 지금 겨우 집권 1년이 넘었는데 전방위적으로 해쳐먹는 짓들로 나라가 개판이
되가고 있습니다. 미쳤죠. 완전히...

신자유주의... 말이야 그럴싸합니다.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같은 자들이 떠들어댄 저 보수 이데올로기를 고착화시키기위한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개념은 무한경쟁에서 낙오되는 대다수를 조금도 떠받쳐줄 생각을 하지 않죠. 모든걸 민영화하여 이윤을 극대화
한답시고 인력을 줄이고 장비의 노후화를 눈감고... 그러다가 결국 카트리나 태풍이 왔을 때 FEMA가 작동하지
않았던 거잖아요. 볼리비아의 엄청난 수도요금 급등도 다 그 민영화때문이었고, 미국의 정전사태도 역시 민영화로
인한 이윤추구의 마인드에서 나온 인재들이잖아요.

사설이 이토록 긴 이유는... 켈리 라이하르트의 이 영화 [Wendy and Lucy/웬디와 루시]는 영화 러닝타임 80분 동안 단 한번도

신자유주의니 고리타분한 정치적, 경제적, 철학적 이야기를 조금도 담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피라미드의 가장 밑을 차지하는 빈민 중 한 명인

웬디라는 여성의 며칠간의 일상을 통해 황폐화되고 삭막해진 미국의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웬디는 무슨 이유에선지 낡은 88년산 혼다 어코드를 몰고 알래스카로 향합니다.
그녀에겐 루시라는 개가 늘 함께 하는데 어느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루시가
사라지게 되지요. 가족과도 같은 루시가 사라지자 그녀는 사방팔방으로 루시를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연락이 될만한 집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는 상황이죠.
그녀가 알래스카로 향하는 건 영화 시작하자마자 나오지만 사실 일자리때문입니다.
인디애나주 번호판을 단 그녀가 오레곤주까지 오게 된 건 순전히 일자리를 찾아서죠.
물론 오레곤주도 팍팍하긴 다를게 없습니다. 그저 오레곤주는 그녀가 알래스카까지 가는 길목에 있는 곳에 지나지 않아요.
거리엔 전동 휠체어를 탄 사람 천지고, 인적도 뜸하고 사람들은 캔을 주워 재활용 머신에 집어넣고 돈을 받아
연명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그 머신의 1/3 정도는 고장나서 그 얼마 안되는 돈받기도 만만찮게 힘들죠.
루시를 잃어버렸는데 그나마 다행히 아직 유기견보호센터는 운영이 되더군요.
그나마 웬디가 마지막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이곳입니다.
근무하는 스탭은 단 한 명.
하지만 영화가 끝나갈 수록 우리는 '저 유기견 보호센터는 언제까지 저렇게 운영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죠.

신자유주의는 이처럼 무한경쟁이란 허울좋은 구실로 '평평하지 않은 싸움터'로 사람들을 무장해제시켜 내몰아
댑니다. 그리고 국가가 담당해야할 공적투자를 국민 개개인에게 하나둘 떠넘깁니다. 미국의 예처럼 어디에서나
교육 재정을 먼저 줄이고, 서민 복지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버립니다. 이건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어느
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2MB 정부가 집권하고 가장 먼저한 일이 복지예산을 축소하는 것이었다는 사실. 아마 이젠 다들 아실겁니다.
이 영화 [웬디와 루시]에서 웬디는 단 한마디의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지만, 그건 그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이데올로기에 처절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끝까지 보는 이를 암담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의 웬디를 보면서 그녀의 이후의 삶도 결코 작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야겠죠.
이렇게 이 영화는 웬디라는 여성이 어떻게 소중한 것을 하나하나 잃어버리는지를 여지없이 묵묵하게 보여줍니다.



*


이 영화에서 그 유명한 셀러브리티인 미쉘 윌리엄스는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그녀는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차에서 자고, 씻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췌하고 힘들어보이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름답습니다. 흐...
히스레저의 전부인이었던 그녀는 현재 천재 감독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과 열애 중이랍니다.
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하면서 사랑에 빠졌다네요.


**
자신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잃어가는 웬디.
그런데 잃는 사람이 있으면 취하는 이도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선 그런 취하는 대상은 보여지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그건 신자유주의로 굴러가는 시스템, 그 자체가 때문이겠죠.

 

 

 

 

 

 

 

[東京少女/미래를 걷는 소녀- 도쿄걸] directed by 코나카 카즈야
2008 / 약 98분 / 일본
오늘 민성이가 전화로 일찍 오시면 안되냐고 해서 그냥 오늘은 야근을 집어치우고 집으로 일찍 귀가했습니다.
그래도 집에 오니 8시여서 딱히 뭐 같이 할 것도 없고, 그래서 영화를 우리 세가족 함께 보기로 했죠.
고른 영화는 작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무척 입소문을 탔던 [東京少女/미래를 걷는 소녀- 도쿄걸](이하 도쿄걸)
입니다. 어차피 전체관람가여서 함께 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구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이른바 웜홀 신드롬 스타일의 영화죠.
거... [씨크릿/말할 수 없는 비밀], [시간을 걷는 소녀], [시월애]같은 영화처럼 일종의 시간을 건너뛰어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SF 작가를 꿈꾸는 여고생 미호(카호)가 빌딩 계단에서 우연히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그걸 주운 이는 놀랍게도
100년 전 메이지 시대의 미야타 토키지로라는 젊은이에게 전달되죠.
시간을 뛰어넘어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둘은 공통점을 인지하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내용은 여기까지.

영화 내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잔뜩 일어나고 과학적으로도 무척 난감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지만 그런거 다...
필요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모든 것들을 잠재울 정도의 따스함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영화라고 봐요.
일부 에피소드에선 일본 영화 특유의 닭살스러움도 묻어나지만 그런 에피소드까지도 훌륭하게 보듬아 안을 수
있는 따스한 애정이 이 영화에선 넘쳐 난답니다.
거울 에피소드는 보면서 '어라? 오버아냐?'하면서 뭔가 있나보다하긴 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겠더군요.
아무튼 살아가면서 순수하고도 애틋한 마음을 하나 둘 잃어버리는 현대인들에겐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애정의
과정이 무척 가슴깊이 와닿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정적'이거나 '애틋한' 사랑들을 해보길 꿈꾸고, 또 갈망하지만 언제나 그런 순간은
자신들과 그닥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곤 하죠. 가정을 가진 이들은 그저 이런 애틋함의 옛 추억을 반추하는게
고작인 경우가 대부분일거구요.
하지만 각자가 겪었던 그런 애틋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의 순간은 시간이 흐른다고 바래지는 사진처럼 사라지는건
아닌 것 같네요. 가슴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잡고, 그 과거의 감정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사랑에 더욱더 충실하게
되거나, 아니, 충실하다기보단 현재의 사랑을 더욱 여유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는게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이 영화는 무척 즐겁게 봤습니다.
저와 aipharos님은 물론이고 민성이도 다시 보고 싶다고 할 만큼 모두가 즐겁게 봤어요.
자... 여기까진 애틋한 이야기고.

이제부턴 못말리는 중년의 관심사 이야기입니다.-_-;;;;
이 영화의 주인공 미호역은 카호가 맡았습니다. 일본의 모델이자 배우로 아역부터 활동한 걸로 아는데...
이렇게 예쁘다니 놀랐네요. aipharos님과 저만 아는 45,000위라는 순위가 있는데 거기서 늘 2위를 차지하던
소녀시대 태연양이 카호에게 한 방에 밀려... 10위 밖으로. 2위 카호 이후 10위까지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ㅎㅎ
아무튼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군요. 카호. 91년생이라네요... 에혀... 도대체 나이 차이가...-_-;;;
저희가 정말 인상깊게 본 [마츠가네 난사사건]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가족물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도
주인공으로 나왔지요. 음... 이 영화는 DVD를 구입해놓고도 아직 안봤는데 얼른! 봐야겠군요.ㅎㅎㅎ

 

 

 

 

카노 1991년생.

 

 

 

 

어찌나 예쁘던지...

 

 

 

 

영화가 내내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거라.

 

 

 

 

마냥 이렇게 휴대폰을 붙잡고 있습니다.

 

 

 

 

 

이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중 한 장면.

 

 

 

 

인터넷에 떠도는 월페이퍼

 

 

 

 

역시나 인터넷에 떠도는 월페이퍼


*
영화에 등장하는 나츠메 소세키는 아시다시피 정말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죠. 소설가라고 한정짓기 이상하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유메주야' '산시로', '마음'은 모르는 분들이 없을 듯.
그리고 일본 1000엔 지폐의 초상화 역시 나츠메 소세키입니다.
최근 더욱 화두가 되었던 일본의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나츠메 소세키에 대해 극찬을 하곤 했었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무척 늦은 나이였고(38세)...


**
이 영화는 나츠메 소세키의 '우메주야'에서 힌트를 얻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 에피소드 중 딱히 비슷하다고 보긴 힘들어도 100년 동안 죽은 애인이 다시 돌아오길 무덤 옆에서 바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보면 100년이란 시간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는 다분히 힌트를 얻은게 아닌가 싶어요.


***
감독 코나카 가츠야...는 이런 영화를 연출했다고 보기엔 잘 매칭이 안되지만 2007년에 [가면 라이더- 더 넥스트]
극장판을 연출했던 감독입니다. 특촬물을 하던 감독이 이런 감성 만땅의 영화를 연출하다니 이상할 것이 없더라도
매칭은 잘 안되네요.ㅎㅎ


****
깔끔하고 정말 시대성 느껴지는 메이지 시대의 세트를 기대하시면 절대...절대 안됩니다.
이건 어디까지 왕빵 저예산 시공초월 씨네마랍니다. 그래도 그게 전혀... 흠이 되진 않아요.

 

 

 

 

 

 

 

 

4월 30일부터 올 11월까지의 제 개인적인 기대작들입니다.
아무래도 정보가 많다보니... 대부분 헐리웃 영화네요. 국내 영화도 두 편 있습니다.
조만간 미국 이외의 국가들 개봉 예정작을 올려보려구요. 일본도 포함해서요.

 

 

 

 

01. [State of Play] director : Kevin Macdonald
4월 30일 개봉.
어차피 CGV 포인트가 좀 있는데 이걸 안쓰면 5월 1일부터 약 3500포인트가 소멸되어 써야 합니다.
박쥐는 사람 엄청 몰릴테니 좀 나중에 보고 전혀 주목 못받고 있는 이 영화부터 볼 예정.
개인적으로는 잘 빠진 스릴러에 목말라있는 터라 무척 기대 중임. 내용은 트레일러만 보면 알 수 있음.

 

 

 

 

 

02. [Monsters vs Aliens] director : Rob Letterman, Conrad Vernon
민성군과 함께 볼 영화. 너무 또 뻔한 헐리웃 엔터테인먼트 스타일의 농담 따먹기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하는데 어쨌든... 함께 보긴 할 것 같은 영화.

 

 

 

 

03. [Crank: High Voltage] director : Mark Neveldine, Brian Taylor
어라? 전편에서 분명히 죽었지 않나?
아직 저 역시 trailer도 못본 상태지만(글쓰고 차근차근 봐야지) 아마도 다시 살려내는 듯 합니다. 하긴 그래야 영화가 되니까...
1편에서 길거리에서 Amy Smart와의 섹스씬이 웃기기도 하고 충격이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의
레벨을 유지할까요? 아무리봐도 제이슨 스테텀은 이런 영화가 딱 어울리는 듯.
좀전에 트레일러 봤는데 1편보다 더 똘끼 충만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04. [Observe and Report] director : Jody Hill
우하하! [Superbad]의 바로 그 Jody Hill 감독의 신작이자 현재 헐리웃 박스오피스를 따끈따끈하게 달궈놓은
코메디 영화. Adam Sandler와는 또다른 의미의 코미디 히어로인 세스 로건이 쇼핑몰에 출몰하는 바바리맨을
잡는 경비원으로 출연한다니 이 어찌 기대안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캐스팅을 보니 레이 리오타도 나오는듯???

 

 

 

 

05. [박쥐] director : 박찬욱
현재 모든 영화팬들의 관심사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개인적으로도 송강호와 김옥빈의 조합에 무지하게 기대가 갑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옥빈의 섹스씬을 엄청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야하지만...(음음...)
아무튼 [싸이보그는 괜찮아]로 날 울린 박찬욱 감독이 이번엔 지나치게 키치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드라이했던
초기작들의 느낌을 살려주길 기대해봅니다.

 

 

 

 

06. [마더] director : 봉준호
오히려 이 작품을 박찬욱 감독의 [박쥐]보다 더 기대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신듯.
아무래도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로 이어지는, 단 한편의 평작, 범작도 없었던 봉테일 감독의
신작이기에 더더욱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하는 듯.
게다가 베일을 벗은 이 영화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장난아니게 강하다는 평이어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있습니다.

 

 

 

 

07. [the Soloist] director : Joe Wright
우울했던 과거를 뚫고 이젠 헐리웃의 블루칩으로 다시 올라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파 제이미 폭스와
함께 공연한 신작입니다. 곧 개봉하죠.
이 영화는 실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티브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LA 타임스의 컬럼니스트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지만 천재적인 연주 실력을 지닌 나다니엘 에이어스(제이미 폭스)를 만나 그를
후원하면서 겪어 나가는 이야기라죠.

 

 

 

 

08. [the Informers] director : Gregor Jordan
[Ned Kelly/네드 캘리]를 연출했던 그레고 조던 감독이 빌리 밥 손튼, 위노나 라이더와 루 테일러 푸치(!!!!),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까지 끌어들여 연출한 기대작입니다.
그리고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너무 일찍 사망한 브래드 랜프로(Brad Renfro)의 유작이기도 하죠.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단편집을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은근히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시는 영화

 

 

 

 

 

 

09. [Battle for Terra] director : Aristomenis Tsirbas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이미 2007년에 제작이 완료되었었죠?
지구에서 더이상 살 수 없게된 지구인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외계인들의 별 테라를 침략하는
내용이라고 하죠. 그동안 죽어라 외계인들에게 스크린에선 수천번 절단났던 지구인들이 이번엔 외계 침략을
하다니... 생각보다 상당히 무거운 내용의 애니메이션일 듯 하네요.

 

 

 

 

10. [X-Men Origins: Wolverine] director : Gavin Hood
몰상식한 어느 인간이 이 영화의 Work-Print를 유출시켜서 국내 웹하드에도 CG가 완료되지도 않은 영상이
돌았던 바로 그 영화죠. 대니얼 해니가 출연하고, 휴 잭맨이 한국에도 와서 그 좋은 매너로 온갖 칭찬을 다 받고 떠나갔던 바로 그 영화.
사실 전 [X-Men]이 딱 맞지는 않습니다. Brian Singer 감독의 작품도 그랬고... 그런데도 꼬박꼬박 영화관가서
보기는 하네요. 스핀오프격인 이번 작품, 부디 잘 빠진 영화이길 바랄 뿐입니다

 

 

 

 

 

 

11. [Star Trek] director : J.J. Abrams
북미권과는 완전 다르게 우리나라에선 [스타트랙]의 팬덤이 사실상 거의 전무합니다.
이건 SF를 다루는 히스토리와 커뮤니티의 차이 문제인데요. 스타트랙과 더불어 자라난 갸들에겐 이 '스타트랙'
이야말로 '스타워즈'와 함께 인생의 성장을 함께 한 작품처럼 인식되어 있잖아요.
저도 스타트랙을 열심히 보긴 했는데 그닥... 정이 가진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엔 흥행감독 J.J 에브러엄이 손을 댔습니다.
트레일러를 보니 일단 눈요기는 완벽하다시피할 것 같아요. 미국식 SF물이 종종 맥빠진 단순 액션을 보여주는데
그런 우려도 상당히 씻어낸 듯 합니다. 다만... 저도 그닥 스타트랙의 팬은 아니지만 트레일러만 보면 이건
제목만 스타트랙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우지는 못하겠습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죠.

 

 

 

 

12. [the Brothers Bloom] director : Rian Johnson

일단 이 영화는 감독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라이언 존슨.
복고적 탐정물의 기운을 현대적으로 기가막히게 풀어낸 [Brick/브릭]의 감독이었죠.
두 사기꾼이 백만장자의 상속녀를 노리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랍니다. 이 영화는 진작에 제작 완료
되었는데 개봉일이 미뤄지다가 이제서야 제한 상영으로(미국에서) 걸리는 듯 합니다.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고 하네요.

 

 

 

 

 

13. [Management] director : Stephen Belber
인생의 목표도 낙도 그닥 없어보이는 주인공이 매력적인 여성, 하지만 다분히 일반의 가치관과 조금도 다를 바없는
삶을 사는 여성에게 푹 빠져 그녀가 전 남자친구에게 돌아가는 걸 막기위해 모든 걸 걸고 싸우는 로맨틱 코미디.
모든 걸 걸고 싸운다고 말하니 참... 우습긴 하지만.
스티브 잔과 제니퍼 애니스톤이 파트너랍니다. 우디 해럴슨이 제니퍼 에니스톤의 전남친 역을 맡았다네요.

 

 

 

 

14. [the Girlfriend Experience] director : Steven Soderbergh
하룻밤에 100만불 제안을 받았다는 포르노 스타 사샤 그레이(Sasha Grey)의 자전적 이야기랍니다.
놀라운 건 실제로 사샤 그레이가 주연을 맡았다는 건데요. 포르노 배우가 오버스트림 무비에서 중심에 서는 경우는
그닥 보기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13구역](최근 2편 Ultimatum이 개봉했죠)의 주인공 여동생 정도나
터키 알마즈 귀니 감독의 [미치고 싶을 때]의 여주인공...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15. [Up] director : Pete Docter, Bob Peterson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Pixar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Up] 입니다.
픽사라면 뭐 다른 말이 필요없죠. 그냥 트레일러를 봅시다~
이 트레일러 정말... 황당 그 자체죠

 

 

 

 

 

 

16. [Away We Go] director : Sam Mendes

아이를 갖고 자신들의 가정을 꾸릴 '완벽한' 장소를 찾아 미국을 여행하는 커플이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관계를
갖는 내용을 담은 샘 멘데스의 신작입니다.
전 아직 [Revolutionary Road]를 못봐서 뭐라 말을 못하지만, [Jarhead]나 [Road to Perdition], 그리고 그를
유명하게 만든 [American Beauty]등을 미루어 보면 이 영화도 기대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매기 질렌할, 폴 쉬나이더, 그리고 존 크라진스키가 등장합니다.

 

 

 

 

17. [the Taking of Pelhma 1 2 3] director : Tony Scott

Joseph Sargent의 1974년 하드보일드 걸작인 [the Taking of Pelham One Two Three]의 리메이크작을 토니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원작의 내용은 뉴욕 지하철을 하이재킹하여 승객들의 몸값을 요구하는 내용 이었는데요.
아직 트레일러를 못봤습니다만 리메이크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 봅니다.
토니 스콧, 리들리 스콧 형제와 궁합이 잘 맞는 그래서 [American Gangster/아메리칸 갱스터]나 [Man on Wire
/맨 온 와이어]등에 출연했던 덴젤 워싱턴이 이번에도 주연을 맡았습니다.
존 트라볼타와 존 터투로(!! 정말 왠일이니), 제임스 갠돌피니, 감초같은 루이스 구즈먼등의 모습도 볼 수 있어요.

 

 

 

 

18. [Moon] director : Duncan Jones
선댄스에서 상영되어 최고의 SF라는 찬사를 받은 인디 SF영화. 샘 락웰이 주연이며 케빈 스페이시가 샘벨(샘 락웰)
과 함께 우주에서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로보트 GERTY의 음성을 맡았습니다.
이것저것 볼 것없이 trailer를 보세요.

 

 

 

 

 

19. [Food, Inc.] director : Rober Kenner
피라미드 꼭대기의 자본주의 구조에서 미국의 음식 회사들이 통제하는 더러운 이면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정말... 이런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의 먹거리 산업을 도대체 이렇게 방임해도 되는건지 답답스럽습니다.
이런 다큐나 영화를 볼 때마다 갑갑하죠.

 

 

 

 

 

20. [Public Enemies] director : Michael Mann
이 영화 기대안할 사람이 몇이나 되나 모르겠는데요.
감독이 일단 마이클 만입니다. 그것만 해도 필견의 목록이 될텐데 주연배우들이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입니다.
흐흐흐... 안보고 베기지 못하게 캐스팅을 했군요. 뭐 물론 아시다시피 마이클 만의 영화에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지 못해 안달이라죠.-_-;;;;
브라이언 버로의 동명 논픽션이 원작입니다. 그 유명한 존 딜린저(조니 뎁)을 쫓는 FBI 요원(크리스천 베일)과의
이야기가 주가 된 영화죠.

 

 

 

 

21.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director : David Yates
진작 만들어놓고는 올 여름이 다되서야 개봉한다니 넘 질질 끄네요.
앞으로도 갈 길이 남았는데. 책 마지막 권은 영화는 두 편으로 나눈다니 난감입니다.
이 영화가 미뤄진 이유 중 가장 유력한 추측은 주인공 해리포터인 대니얼 레드클리프가 연극 출연에서 전라로
공연한 것이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제작사의 조치라는 설이죠.
아무튼 감독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데이빗 에이츠가 계속 메가폰을 잡았는데, 아예 마지막까지 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되어있습니다.
이번엔 마법 결투가 더 치열하고 어둡고 음산해졌다니 기대해봅니다

 

 

 

 

 

 

22. [Funny People] director : Judd Apatow
이 영화는 내용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자 제작자 중 한 명인 쥬드 아패토우 감독이
제작자로서가 아니라 2007년 [Knocked Up] 이후로 2년만에 발표하는 신작입니다.
세스 로겐(Seth Rogen)은 이미 Adam Sandler와 다른 의미의 코미디 히어로가 되었는데, 이번 신작에선 드뎌
아담 샌들러와 세스 로겐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깔끔한 쿨가이 에릭 바나의 모습을 이런 코미디
에서 보게 된다니 왠지 기대가 됩니다.

 

 

 

 

23. [G.I. Joe: the Rise of Cobra] director : Stephen Sommers
이병헌이 출연한다고해서 더 알려진 영화.
감독 Stephen Sommers는 [Revenge of the Mummy: the Ride]를 연출했고, 그 이전엔 제법 재미있었던 액션
영화였던 [Van Helsing/반 헬싱]을 만든 감독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액션 블럭버스터에는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란거죠.
사실 이병헌이 국내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이 영화엔 제가 좋아하는 채닝 테이텀, 조셉 고든 레빗(!!!!!), 시에나
밀러의 모습도 볼 수 있구요. 참으로 이곳저곳 잘도 얼굴을 내비치는 데니스 퀘이드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은 그저 trailer를 보면 되는 영화죠.

 

 

 

 

24. [Shorts] director : Robert Rodriguez
[Planet Terror], [Sin City]의 바로 그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가족물로 돌아옵니다.
물론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의외로 가족 취향의 영화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우리 민성이와 입체안경을 끼고
몇 번 집에서 그 확실한 입체감이 놀라 봤던 [Spy Kids/스파이 키즈]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잖아요.
누가뭐래도 그의 걸작은 [From Dusk till Dawn/황혼에서 새벽까지]와 장편 데뷔작인 [El mariachi/엘 마리아치]
지만 지금도 역시 그의 재기발랄함은 사그러들질 않습니다.
이번 영화는 아주 컬러풀한 소원을 들어주는 돌을 발견한 꼬마가 이를 시기하고 뺏으려는 아이와 교활한 어른들과의
소동을 다룬 가족 영화랍니다.

 

 

 

 

 

 

25. [District 9] director : Neil Blomkamp
포스터만 보고 '어라? 이거 Half-Life야?'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건 아니더군요.ㅎㅎ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아서 더더욱 기대가 왕대박으로 커진 영화인데요.
주인공이 외계인으로부터 눈을 강제 이식받는 바램에 외계 생물을 격리 수용하는 제 9구역에 수용당할 처지에
놓이자 주인공이 이로부터 도망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자 한 번 기대해봅시다.ㅎㅎ

 

 

 

 

 

26. [Inglourious Basterds] director : Quentin Tarantino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은 대단히 의외의 전쟁물.
2차 대전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유태계 미국 병사들이 만든 'the Basterds'라는 레지스탕스 집단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워낙 the Basterds가 잔혹하기로 유명했기에 어떤 영화가 될 지 궁금하네요.
브래드 핏이 나오고 역시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답게 Eli Roth(엘리 로스)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의 모습도 볼 수 있어요.

 

 

 

 

 

27. [the Boat that Rocked] director : Richard Curtis
[Love Actually/러브 액츄얼리]의 리차드 커티스...라면 국내에도 좋아하는 분들이 무지 많으실텐데요.
그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음악과 관련된 코미디이자 로맨스라고 보시면 될 것 같구요. 60년대의 영국 음악에 폭 빠져살던 이들과 이런
음악들을 틀어대던 해적 방송국,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마약 이야기가 감초처럼 끼어드는 다양한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모습과 빌 나이(Bill Nighy)의 모습 역시 볼수 있습니다. 캐네스 브래너도 나오네요.

 

 

 

 

28. [Where the Wild Things Are] director : Spike Jonze
이 그림책이 영화화된다니 aipharos님이 무척 좋아하던데요.
감독이 또 스파이크 존즈...입니다. 더군다나 스파이크 존즈는 2002년 [Adaptation] 이후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내놓습니다. 징글징글하게 과작하는군요. 아시다시피 스파이크 존즈는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미쉘 공드리와 함께
명성을 떨치던 인물이죠. Pavement나 Bjork의 뮤비로 유명세를 탄 감독.
아무튼 공개된 스틸컷만 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 트레일러를 보자구요.

 

 

 

 

 

29. [Ninja Assassin] director : James McTeigue
정지훈(비)이 주연을 맡았다고 난리가 났던 바로 그 영화입니다.
상대역이 나오미 해리스라니 복받은 정지훈이군요.
그리고 역시 한국계인 '성강'도 나옵니다.
이 영화는 다른건 모르겠는데 감독이 만만찮은 공력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라는게 기대 요인입니다.
우리에겐 [V for Vendetta/브이 포 벤데타]로 알려진 감독이죠. 그 영화에서도 플롯을 주물럭거리는 능력이
탁월한 감독이죠. 게다가 뒤에는 든든한 워쇼스키 형제가 있습니다.

 

 

 

 

30. [the Lovely Bones] director : Peter Jackson
이 영화에 대해선 조금씩 정보가 풀리는 정도인데 어쨌든 다른 건 다 차치하고, 피터 잭슨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법한 영화죠.
강간당한 후 살해당한 14세 소녀가 하늘에서 자신의 가족과 살인자를 내려다보는 내용이라니 참... 전 이게
앨리스 시볼드가 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도 몰랐네요. -_-;;;
분위기가 어째 그의 초기작인 [Heavenly Creatures/천상의 피조물]과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Knowing/노잉] directed by Alex Projas
2009 / 약 121분 / 미국,영국

비록 이 게시판엔 적은 적이 거의 없지만, Alex Projas(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98년작 [Dark City]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입니다. 물론 [Dark City] 전작인 [the Crow/크로우]도 모르는 분들이 없을 만큼
유명한 영화지만 그의 정점은 제니퍼 코넬리와 존 머도우를 내세운 [Dark City]였다고 봅니다.
독특한 상상력을 그로테스크한 표현으로 제대로 담아낸 얼마 안되는 SF 걸작 중 하나라고 전 굳게 믿고 있죠.
물론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그저그런 너무나 평범한 뮤직 코미디 [Garage Days], 재미는 있었지만 기대만큼은
결코 아니었던 [I Robot]등 과작하면서도 그닥 [the Crow/크로우]와 [Dark City/다크 씨티]만한 영화를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알렉스 프로야스라는 감독 이름의 영향력은 제겐 절대적이다시피했어요.
그런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신작이라니 당연히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인천 관교동 EURO CLASS(유로 클래스)로.

이 영화의 결말을 말하는 건 아주 사악한 스포일링입니다.
그러므로 그닥 이 영화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어요.
말해도 상관없는 초반 줄거리라면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50년 전 학교에서 아이들이 미래에 남기고 싶은 비전을 그리고 적은 기록물을 타임캡슐에 뭍었다가 50년 후에
꺼내어 학교 아이들에게 나눠줬는데, 존(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들인 케일럽이 잔뜩 숫자만 빽빽하게 적힌
종이를 받아 들고 집으로 가져오고 우연하게도 존이 그 종이에 적힌 빽빽한 숫자들이 사실은 지난 50년 간의
세계의 대참사가 일어난 날짜와 사망자수를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죠.
그리고... 앞으로 세 번의 참사가 더 일어난다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그 재앙을 막으려 동분서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묵시록적인 내용에는 컴플렉스나 징크스라도 있는 듯 어김없이 종교적 철학이 살짝 끼어들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도 제가 불편해할 만한 종교적 요소들은 곧잘 보여요. 그렇더라도 그게 그닥 과도하고 무리하게
끼어들진 않아서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기독교적 결정론에 입각한 예언의 현시를 따지고 보면 존이 그렇게 백방으로 동분서주해봐야 아무 소득이 없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을테죠. 특히 영화 초반에 말이 나오지만 존은 사고로 아내를 잃었고, 그 이후로 결정론 따위는 없고
오로지 우연과 우연에 의한 것만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교묘하게 이율배반적인 존의 두가지 모습이 곧 재난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으로 분하게 됩니다.
미래를 알게된 자의 업보라고 해야하나요?
사실 결정론을 받아들인 순간 존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혹자는 이 영화에 여지없이 끼어들어있는 가족간의 화해에 대해 대단히 심드렁한 것 같은데, 재난영화에서 여지없이
등장하는 가족애는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린 작은 재난에도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부모의 이야기를 종종 듣지 않나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사람들이 행하는 두가지 대표적 행위는 섹스와 화해입니다.
세상이 다 끝난다는데 그동안 좋지 않던 사이의 가족들과 화해하는 건 전 오히려 지극히 당연하다고 봐요.
그런 것에 일일이 짜증낼 필요는 없다고 보는거죠.
또한 혹자들은 지구가 왜 저런 결말을 향해 치달아야하는지 언급이 없다고 불편해하던데요. 좀 당황스러운게
지구가 저런 결말을 향해 치달아야하는 이유를 이 영화는 이미 얘기하고 있잖아요.(중반에 과학적 사유가 나오죠)
만약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야한다면 그거야말로 종교적 심판 이외에는 달리 말할 길이 없지 않나요?
모든 사건과 현상에 반드시 우리가 납득할 만한 동기가 있어야한다고 눈을 부라리고 보는 거... 참 피곤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나이트 샤말란[해프닝]도 똑같은 이유로 비난받았었죠.
영화 내용 상의 현상이란 것에 반드시 사람이 납득할 만한 뭔가의 이유가 존재해야한다고 믿어버리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어요. 대부분 이런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재난의 이유가 아니라 재난에 처했을 때의
인간의 모습을 다루고 싶은 거잖아요.
사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영화를 옹호하는 글로 어째 묘하게 변질되어버렸는데, 전 그만큼 재밌게 봤다는 얘기입니다.
전 영화적 서사가 치명적인 자기배반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는 한, 서사가 스스로 플롯을 설득하고 풀어나갈 수
있다면 충분히 납득하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저와 aipharos님은 저희가 좋아하지 않는 종교적 신비주의가 있었던 점만 제외하면 재밌게 봤답니다.


*
이 영화의 재난 장면은 정말... 엄청나게 충격적입니다.
민성이 안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생생해서 그야말로 멍...해집니다.
이런저런 잡기술없이 그야말로 참혹한 재난이 일어나는 순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충격적이에요.


**
알렉스 프로야스가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the Crow/크로우]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인이 된 브랜던 리(이소룡의 아들)가 맡은 에릭 데이븐이 크로우로 거듭날 때
그 모습과 분장은 흡사 80년대의 rocker의 모습과도 은근 비슷하지요.


***
이 영화에서 저희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아주 잘 어울립니다.
딱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그런 기분이에요.


****
블럭버스터 영화에 재난영화여서 그런지... 유로클래스에 관객이 좀 있더군요.
세상에 관객 좀 있다고 그렇게 소란스러워지다니 난감했습니다.
aipharos님 오른쪽 남자는 도대체 팝콘을 얼마나 사온건지 영화 끝날 때까지 '쩝쩝'소리내며 씹어먹고 있고
그 여자친구는 끝까지 떠들더군요.
우리 뒷편 우측, 좌측은 모조리 도대체 뭘그리 부석거리는지 모르겠고 한 편에선 '딱딱딱~'소리가 계속나고
오른편 끝에는 엄마와 아이(이건 15세 이상가였음에도)가 같이 와서 아이가 영화내내 엄마에게 물어보고
엄마는 아주 친절하시게도 그 아이의 물음에 다 답변해주는... 참 기가막힌 상황에서 영화를 봤어요.
정말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다시는 영화관에 오고 싶지 않아요.
'여보야, 우리 영화관 오지 말던지 아님 오더라도 사람 안 볼 만한 영화, 아니면 개봉 후 끝물...이럴 때 보자'
서로 이렇게 말했죠.


 

 

 

[Sex Drive/섹스 드라이브] directed by Sean Anders
2008 / 약 129분 (극장판은 109분) / 미국

화장실 유머로 일컬어지는 헐리웃의 '틴에이지 섹스'영화들에 대한 추억은 거슬러 올라가자면 중학교 3학년 때
동네 극장에서 봤던 [Private School/프라이빗 스쿨]이란 영화였습니다. 내용이라고 할 것도 거의 기억안나고
피비 캐츠도 나왔는데 훌렁훌렁 벗어던진 건 그녀가 아니라 다른 여배우들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사실 정말로 그런 영화인 줄 모르고 보러 갔습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는데 들어갈 때 제재도 없었고.
아무튼... 그닥 말초신경 자극적이지도 않았고(마냥 여성의 가슴은 죽어라 보여줬던 것 같은데) 재미는 더더욱 없었죠.
그저그런 틴에이지 섹스영화들이 줄줄이 그 후로도 마냥 쏟아져 나왔지만, Judd Apatow가 감독으로든 제작자로든
연결된 영화들에 이르러 그 영화적인 재미가 정점에 오르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Judd Apatow가 보여준 여러 영화들은 늘 말하지만 갈 때까지 가버리고 여지를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 지경까지 가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게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그 끝에서 말도 안되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냅니다. 모두가 넋을 놓고 설상가상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순간 그 극단의 끝에서 진실된 묘한 카타르시스를 끌어내죠.
그게 바로 Judd Apatow 사단의 힘이고, 동시에 제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Sean Anders의 이 영화 [Sex Drive]는 Judd Apatow와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냥 발랑발랑한 헐리웃 틴에이지 섹스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Judd 사단의 그 진솔함도 그닥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 영화도 로드 트립의 형식을 띄고 있어요.
여자와 자동차... 남성들이 멋대로 이어버린 마초 마인드와 여성에 대한 지배의식의 상징적 메타포들이 이 영화에선
아주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게 됩니다. 69년산(69...?) GTO 말이죠.

과격하고 자기 멋대로인 69년산 GTO의 주인 렉스(제임스 말스덴!)의 동생인 이언(조쉬 주커맨)은 렌스(클락 듀크),
여성인 펠리시아(아만다 크루)와 단짝 친구입니다.
아직 동정도 떼지못한 이언은 착하지만 여성 앞에선 무척 소심한터라 존재감도 거의 없다시피한 그저 그런 학생이죠.
하지만 웹상에서 그는 미식축구부 주장에 터프한 운동을 거뜬히 소화하는 이른바...'얼터-에고'로 재탄생합니다.
그리고 미스 테이스티...라는 상당히 '핫'해보이는 여성을 채팅으로 거의 꼬득인 상태죠. 형의 애마인 69년산
GTO도 자기것인양 말해대면서 말입니다.
어느날 미스 테이스티가 그에게 8시간 거리인 녹스빌로 자신을 데리러 69년산 GTO를 몰고 와주면 '끝까지 가주겠다'
는 놀라자빠질 만한 소리를 하고 이에 이언과 렌스는 이언의 형 렉스가 집을 비운 틈을 타 GTO를 몰고 녹스빌로
향합니다. 물론 이 와중에 그들과 죽마고우인 펠리시아도 우연찮게 동행하게 되죠.
하지만 뻔하듯... 펠리시아와 렌스, 이언과의 사이가 묘하게 얽히게 됩니다. 이언은 진작부터 펠리시아를 좋아했고,
펠리시아는 렌스를 좋아하는 눈치였죠.
그리고 녹스빌로 가는 와중에 이들은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됩니다. 아미쉬 교도들을 만나질 않나...
그러다 결국 녹스빌에서 이언은 미스 테이스티를 실제로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뻔한 수순을 향해 갑니다.
이언의 애정 라인이 어디에 꽂힐지 뻔한 것이고, 관객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는 이런 영화는 '뜻밖의 선택'
같은 걸 용납할 리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주 재밌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무등급판'이라는 이유로 완전히 나체인 여성이 시퀀스와 아무 상관없이 프레임 안에 알몸인채로
나타나거나 자기들끼리 지나가곤 하는데 이 역시 '무등급판'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어이가 없다구요?
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만 아예 이 영화 인트로에 감독과 각본가가 나와서 대놓고 얘길 합니다.
무등급판이니 여성의 가슴도 많이 나오고 성기도 볼 수 있다고.-_-;;;(남성의 거대한 성기)
이런 뻔한 화장실 유머가 도대체 뭐가 재밌냐고 생각하는 분은 아예 이 영화를 볼 생각을 마셔야 합니다.
이 영화엔 또 그런 유머를 뒤덮을 만한 설득력있는 한 방도 거의 없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10대때 상대방에게 느낄 수 있는 설레임과 솔직한 순간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비록 그 순간이 성적인 환타지로 가득하다고 할 지라도,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들의 이 10대는 성적 환타지와
씨름하면서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기도 하거든요.
마음 속에선 터질 듯한 성적욕구가 끓어오르지만 또 정작 겉으로는 당장의 성적인 상황에 당황하고 우물쭈물하는
그런 양면성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게 10대의 모습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이제 한국 나이로 40줄에 들어선 입장에서... 저런 시절이 다신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척 씁쓸하다가, 이제 10대가 훌쩍 되어버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부모의 모습을 보여줘야할 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젠장... 나이를 너무 먹었나봐요.

 

 

 

 

감독과 각본가가 처음부터 '무등급판'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물론 영화엔 저런 센서 처리는 절대 없습니다. 다 나와요.

 

 

 

정말 의외의 캐스팅은 바로 [X-Men/엑스멘]의 James Marsden이 완전 망가진 역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이언...

 

 

 

 

하지만 웹에선 누구보다 멋진 쿨가이로...

 

 

 

이게 바로 문제의 69년산 GTO.

 

 

 

아주 괜찮더군요. 아만다 크루.

 

 

 

이 장면은... 직접 보셔야 해요. 죽음입니다.

 

 

 

아미쉬 교도와 랜스.

 

 

 

파티에서

 

 

 

 

이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한..

 

 

 

 

랜스.

 

 

 

 

영화와 완전 무관한 이런 장면이 아주 자주 등장합니다.

 

 

 

 

어허... 카트리나 보덴 등장.

 

 

 

 


*
이 영화엔 실제로 'Fall Out Boy'가 등장해서 라이브를 부릅니다.
알고보니 펠리시아 역의 아만다 크루가 'Fall Out Boy'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더군요

 

 

 

 

 

 

[Two Lovers] directed by James Gray
2008 / 약 110분 / 미국

사람 마음이라는게 어디 자기 뜻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것쯤은 다 알지만,

연애 감정이라는 것만큼 개인의 의지로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을 것 같다.

머릿 속에선 상대방의 얄팍함과 파렴치함을 똑똑하게 뇌용량 속에 저장해두면서 그러면서도 감정이 끌리고 상대를 옹호하고,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수많은 관계들을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 같다.
인간이 사람을 만나 사랑에 이르는 그 화학작용의 메커니즘을 단순히 호르몬과 신진대사의 문제로 규정할 수 없는
만큼 수많은 인연과 수많은 종류의 사랑들이 지금도 지구, 우리가 발디딘 이 곳에 넘실대다못해 가득차있다.

전작이자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카체이싱씬과 들판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보여준 [We Own the Night]을 연출했던
James Gray 감독이 다시 Joaquin Phoenix(호아킨 피닉스)를 기용해 발표한 독특한 드라마인 이 영화 [Two Lovers].
요 몇 년 동안 봤던 그 어떤 로맨스 영화들보다도 빛났던 보석같은 영화를 오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연인 호아킨 피닉스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다시 한번 확실히 확신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고.

우울증을 앓는, 세탁소를 경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얹혀 사는 레오나드(호아킨 피닉스)는 집안끼리 서로 알게 된
코엔집안의 딸인 산드라(비네사 쇼)를 만나게 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산드라와 교제를 막 시작할 무렵, 레오나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쉘(기네스 펠트로)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후 그녀에게 미친듯이 빠져든다.
하지만 미쉘은 이미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었고 레오나드에게 자신의 남자 친구를 만나보고 계속 사귀어도 좋을지
조언해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이른다.
이후는 스포일러일 수 있으니 하략~~

호아킨 피닉스는 아픔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는 이의 복합적인 심정을 과도하지 않게 너무나 설득력있도록 확실히 어필했다.

때론 약간 신경질적이다가도, 때론 자신이 분노와 슬픔을 억지로 삭히는 것, 불분명한 시선처리, 그리고 희열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지만

정적인 표현 안으로 녹여내는 그 놀라운 연기를 보면서, 아... 새삼 호아킨 피닉스가 이토록 좋은 배우였지!라는 사실을 되뇌게 된다.
미쉘 역의 기네스 펠트로, 산드라 역의 비네사 쇼, 어머니 역의 오랜만에 모습을 보는 이사벨라 롯셀리니, 그리고 아버지 역의 모니 모쇼노프 역시

모두 훌륭한 연기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극 전체를 통해 안나오는 장면이 아예 없다시피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그야말로 발군이다.(그는 영화 거의 모든 장면에 모습을 보인다. 그가 주가 되지 않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다)

미쉘은 레오나드의 마음을 단숨에 얻을 수 있었다.
그건 그녀의 아름다움때문이었고, 지리멸렬해진 자신의 삶 속에서 과감하게 일탈을 하게끔 도와준 상대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 감정의 진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미쉘은 속한 플레이그라운드가 부티크 레스토랑과 샴페인, 오페라로 이 영화에서 대변되는 어퍼 클라스임을 알고

그때부터는 자신이 속할 수 없는 클래스에 대한 열망까지 뒤섞이게 된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우디 앨런의 [Match Point/매치포인트]에서 목도한 것처럼 목불인견식의 막장으로 치달아버리진 않는다.
레오나드는 그저 오페라를 보러 유유히 사라지는 미쉘과 그의 연인 로널드의 뒷모습을 보고는 오페라 CD를
사와서 싸구려 플레이어로 틀어놓고 듣는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이런 장치들이 불쾌하다기보다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자잘한 디테일을 잘 배치했다는 것이다.
우리들도 비슷한 경우들을 많이 겪지 않나? 나와는 처지가 다른 상당한 어퍼 클래스.
자연스럽게 벤 그 여유가 몹시도 부럽지만 또 한편으론 적당히 체념하면서 살기도 하지 않나.
레오나드도 그런 인물일 뿐이다.
다만, 그가 갈망하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착하고 아름다운 산드라가 아닌,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어딘가
도덕적으로 뭔가 결핍된 듯한 미쉘일 뿐이라는 것.

이 영화는 레오나드의 이런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따라간다.
감독의 시선따위는 존재하지 않다는 듯, 관객들에게 레오나드의 솔직한 사랑을 무덤덤하게 좇게 만든다.
그리고 다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도 충분히 수긍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정말 인상적인 영화.


*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이번이 네번째 장편 영화 연출인지, 두번째 영화인 [the Yards]부터는 지금까지 모두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했다.
호아킨 피닉스가 제임스 그레이의 페르소나라고 봐도 될 듯.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 좋은 것 같고.
결정적으로 이 69년생 감독은 다음 작품에선 분명히 일을 낼 것 같다. 현재 브래드 피트를 캐스팅해서 액션영화인
[the Lost City of Z]를 제작 중인데 분명 일을 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할 겸 해서 성곡미술관 앞의 '커피스트'로 왔습니다.
이곳도 서울시내의 유명한 커피집이죠.
단골이 무척 많은 곳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대단히 스타일리쉬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커피 숍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지만 커피스트의 인테리어는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요.
아마 그래서 더욱 이곳을 아끼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기도 하구요.

 

 

 

성곡미술관 바로 앞에 위치한 커피스트

 

 

 

 

사실 이 사진은 나올 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두 테이블만 있었어요.

 

 

 

 

aipharos님은 이곳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요.

 

 

 

 

정신 하나 없이 보이지만 은근히 정이 갑니다.

 

 

 

 

따스한 분위기도 느껴지구요.

 

 

 

 

 

오늘의 추천 원두.

 

 

 

 

들쳐업고 나오고 싶군요. ㅎㅎㅎ

 

 

 

 

테이블 위에 이렇게 커피 원두를 분류해놨습니다.

 

 

 

 

예쁘기도 하고 해서 찍어봤어요. 커피에 대해선 제가 거의 아는 것이 없으니 전문적인 식견을 주절주절 쓰는 건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ㅎㅎㅎ

 

 

 

 

제가 주문한 것은 이디오피아 요가체프.
전에도 한 번 마셔봤는데 다시 한번.
역시나 깊은 커피향이 인상적입니다만... 왜그런지 전에 마셨던 그 느낌은 아닙니다.
제 감각이 둔해진건가... 아님 정말 살짝 맛이 변한 건가.

 

 

 

 

 

이건 aipharos님이 주문한 블랜딩커피. 이곳에서 직접 원두를 섞어 만든 블랜딩 커피.

 

 

 

 

이외에 하늘상어님은 요즘 커피를 마시면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핫쵸코를, 민성군은 아이스쵸코를.
그리고 우리들의 수다.

 

 

 

 

어른들 얘기니 민성군 심심할 법도 한데 이곳엔 만화책이 있습니다.
민성군 잽싸게 '노다메 칸타빌레'를 가져와서 꼼짝안하고 읽더군요.
혼자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

좋은 시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잘 먹고, 잘 마시고 많이 얘기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워요. 정말.


**
커피스트에 오시면 반드시 화장실을 가보세요.
사진을 찍으려다 말았는데... 지난 번 왔을 때는 화장실에 가질 않았었거든요.
오늘 아무 생각없이 화장실 갔다가 나오면서 기겁을 했습니다. -_-;;;;;;
절대로 아무 문제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발을 바닥에 대기가 겁나더라구요.ㅎㅎㅎㅎㅎ
정말 식겁한 바닥입니다.-_-;;;;
정말 깜짝 놀라요. 경희궁 터의 일부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구를 발견해서 보존하기 위해 이렇게 설계
했다고 하는데, 후덜덜한건 후덜덜한 겁니다.
만약 궁금하시다면 네이버나 뭐 검색포탈에서 '커피스트 화장실'이라고 쳐보시면 무슨 얘긴지 알 수 있어요.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I've Loved You So Long] directed by Philippe Claudel
2008 / 약 115분 / 프랑스


스포일러 없습니다. 따라서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서 짧게 올립니다.

영화는 15년을 복역하고 나온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이 초췌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대기실에 공항
까페에 앉아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레아(엘사 질버쉬타인)가 달려와 그녀와 반갑지만 어색한 만남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죠.
줄리엣은 레아의 집에서 직장도 알아보고, 레아의 베트남계 입양아인 두 딸들과 시간도 보내면서 일상적인 삶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늘 말이 없고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아요.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적 갱생에 대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프랑스지만 15년이란 복역기간은
장기복역이니 당연히 중범죄였을 것이고, 그러한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역시 냉혹합니다.
자신의 범죄에 대한 시선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줄리엣은 단 한번도 변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줄리엣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호기심으로 넘쳐나지만 그로인해 새로운 삶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지만, 늘 선을 긋고 물러나는 것은 줄리엣 자신이죠.

이쯤되면 예전에 봤던 가슴이 미어 터질 듯 했던 영화 [Boy A/보이 A]가 생각납니다.
그 아픈 결말이 기억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답니다.
사실 이 영화는 15년 이상을 떨어져 있었던 두 자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자매의 사랑을 놀랍도록 훌륭한 두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 엘사 질버쉬타인의 아름다운 열연으로
잘 살려냈어요.
초췌하면서도 옅은 미소, 그리고 상대를 바라보기보다는 촛점을 맞추지 않은 듯한 무심한 시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스한 마음의 줄리엣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이면 이런 연기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최근에 본 그 어떤 영화에서의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의 긴 울림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아요.

프랑스 영화는 지루하다...라고 혹시나 생각하시는 분께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아이를 가진 분들께도.

*
필립 끌로델 감독은 이 작품이 장편 데뷔작입니다.
안정적인 연출로 다음 작품이 기대되네요.

**
제목은 두 자매가 어릴 적 함께 피아노를 치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Life as House], [Gosford Park]와 걸작 스릴러인 [Ne le dis à personne/ Tell No One]
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미국 개봉한 [Confessions of a Shopaholic]에도 나오네요.

****
이 영화에는 과거 프랑스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정적인 연출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하지 않고 일상의 편린들을 좇는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드라마가 그렇게 단단하진 않지만, 그러한 단점을 충분히 메울만한 진중한 울림이 있습니다.
이런 프랑스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Kirschblüten - Hanami/Cherry Blossoms] directed by Doris Dörrie
2008 / 약 127분 / 독일, 프랑스
원제의 의미는 '벚꽃 꽃구경'의 의미랍니다.
영제가 더 받아들여지기는 쉬울 법 한데 영화를 보고나면 원제의 의미가 스쳐지나갈만치 가볍지 않다는 걸 아실거에요.
어느 날 평생을 함께 한 반려자와 이별해야할 시간을 알게 된다면 그 반려자와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얼굴도 못보는 자식을 만나고, 반려자와 함께 여행을 가겠죠.
네, 누구라도 그럴겁니다. 그런 시간이 되도록 빨리 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만약 온다면 누구라도 그럴거에요.
이생에서의 시간을 정리한다는 것이 아쉽다기보다는 남게되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겠죠.
트루디는 부토 무용수가 되고 싶어했지만 남편 루디의 반대로 그 꿈을 접고 내조일에만 전념했습니다.
루디는 늘 그렇듯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트루디를 사랑했구요.
하지만 트루디가 떠나고 난 후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고, 자신이 집 안에 트루디를 가둬 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의 생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트루디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일본에 모든 현금을 다 뽑아서 갑니다.
물론 그곳엔 트루디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 '칼'도 있지요.
하지만 다 커버린 아들 딸들은 요즘의 우리나라처럼 부모들을 거의 보지도 않을 뿐더러 귀찮아하는 존재죠.
편치않은 아들집에서의 생활에도 루디는 부인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일본의 모습을 하나하나 가슴과 눈에 담습니다.
그러다가 루디는 공원에서 부토 무용을 추는 노숙자인 18세의 여성 '유'를 만나게 되죠.

이 영화를 보다가 aipharos 님은 여러차례 눈물을 흘렸습니다.
트루디가 죽기 전 루디와 밤에 호텔방에서 추는 부토무용은 가슴을 묵직하게 합니다.
자식들에게서 철저히 고립된 루디의 처연한 시선, 와이프의 옷을 속에 입은채 벚꽃과 정경을 보여주는 루디의 모습도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이 영화가 정말 둔중한 울림을 주는 건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아닙니다.
죽음 이후에 떠나간 이의 진정한 바램을 읽고 그것을 이루게 해주려는 진심이 묻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가슴을 울리는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부토(舞蹈) 무용은 영화의 주제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부토라는 것이 삶의 그림자, 죽음의 세계를 다루는 춤이며, 죽음에서 몸부림치는 이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이니까요.
그 어렵고 괴로운 부토를 '무섭고 기괴하고 파괴적'이라고 느끼던 루디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진심으로 이해하는 입장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루디의 소원을 풀어주는 마지막 부토 무용을 준비하죠.

사람과 사람의 사랑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이 드러난 도리스 되리의 근작입니다.
추천합니다.


*
부토 무용이 나타난 건 제가 알기론 1960년대입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간혹 일본 방송에서 나왔던 걸 본 기억으로는 보는게 정말 괴로웠다는 사실뿐.
어지간한 현대무용과는 비교도 안되게 고통스럽습니다.
80년대에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 수많은 유럽 관객이 이 괴로운 무용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죠.

오죽하면 파리에서는 오페라 티켓은 있어도 부토 무용 티켓은 없다라는 말까지 있었을까요.



 

 

 

[Don't Look Now/쳐다보지 마라] directed by Nicolas Roeg
1973 / 약 110분 / 영국, 이태리
언제나 심령술을 다룬 고전 호러물들은 상당한 긴장감을 줍니다.
이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36년 전 영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람의 가슴을 옭죄는,

잔인한 장면이라고는 단 한번도 없으면서 조금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릴을 선사합니다.
니콜라스 로그 감독은 제가 예전에도 몇 번 얘기한 바 있는, 제가 여지껏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 중 하나인

믹 재거 주연의 [Performance]를 연출했던 감독입니다.
그 영화로부터 3년 뒤에 찍은 영화이고, 아름다운 배우 줄리 크리스티(Julie Christie)가 전성기일 당시에 찍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의 줄리 크리스티의 세련되고 지적인 아름다움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죠.

존(도널드 서덜랜드)은 고전건축물의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그는 일 관계로 이태리 베니스로 건너와 어느 한 성당의 복구 작업을 맡게되죠.
아름다운 부인 로라(줄리 크리스티)와 아픔을 잊고 살아갈 무렵, 아내 로라는 식당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여인과 그 언니를 우연하게 도와주게 되고,

영매를 불러내는 능력이 있다는 장님 여인은 이미 죽은 딸의 모습을 정확히 얘기하며 그녀가 언제나 함께 한다고 로라에게 말합니다.
이후 로라는 그 두 자매에게 호감을 갖지만 존은 그러한 사실이 왠지 불편하고 꺼려지지요.
그러던 어느날 영국에 있는 아들에게 일이 생겨 로라가 급히 영국으로 가고 남게된 존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면서 로라를 찾아 베니스를 헤매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도 니콜라스 로그 감독의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절대접사와 대칭앵글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 로그 감독은 항상 인물의 시선을 뒤에서 바라보길 즐기는 취미가 있죠.(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마치 거울을 통해 뒤를 바라보는 시선과 뒤에서 거울을 통해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는 느낌을 동시에 주곤 합니다.
이건 무척 기괴한 느낌을 주거든요. 훔쳐보거나, 마음을 읽히거나하는 이상한 시선을 느끼게 된답니다.
바로 이런 방식이 니콜라스 로그 감독이 보는 이에게 공포를 주는 방식입니다. 고전적이라구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전적 방식이 아직도 가장 유용한 심리적 압박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 로라가 등장할 때는 대부분 두 자매와 함께 이러한 교차 편집과 절대 접사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존이 등장할 때 그는 자신의 불안한 심리를 배경 속에 파묻곤 합니다.
그는 늘 혼자 음산한 베니스의 골목길을 걷곤 하죠.
로라가 자신의 불안을 외향적으로 표출한다면, 존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고 계속 불안해하며, 그 실체없는 두려움을 부정하려고 애씁니다.
이게 존과 로라의 차이죠.

이 영화에서 그려진 베니스는 하나같이 무뚝뚝하고 음산하며 고독하게 그려졌습니다.
등장하는 이들까지(하다못해 경찰담당자까지) 뭔가 수상한 기운을 가득 숨긴 것처럼 보이고, 베니스의 그 곳곳의 낡아빠진 건물들과 좁은 수로,

좁은 골목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음산하고 수상한 기운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러한 분위기가 존의 막연한 공포감을 더욱더 극대화해주고 있죠.
자신의 불안을 정면으로 맞닥뜨리지 못하는 이가 어떠한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지를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것도 놀라우리만치 정교한 외적 복선들을 모조리 깔아놓고 말이죠.
마지막에 이르러 이 정교한 외적 복선들과 모든 상징은 한꺼번에 모조리 터져 버립니다.

꼭 보시길.

*
줄리 크리스티와 도널드 서덜랜드의 패션은 지금 봐도 장난이 아닙니다.
체크 블레이저와 블루 코트에 머플러를 맨 도널드 서덜랜드나 몸에 딱 붙는 니트와 트렌치 코트로 멋을

낸 줄리 크리스티의 패션은 아주 인상적이랍니다.

**
이 영화엔 불필요한 맥거핀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게 불필요한 건지,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_-;;;

***
이 영화의 원작자는 다프 뒤 모리에입니다.
그 유명한 히치콕[the Birds/새](1963)의 원작자이죠.

****
일찍이 알 파치노가 줄리 크리스티를 가리켜 '모든 배우 중 가장 지적인 배우'라고 칭송한 바 있는데,

그런 그의 극찬이 과장이 아님을 이 영화를 보면 알게 됩니다.
우리에겐 [Doctor Zhivago/닥터 지바고](1965)의 라라로 잘 알려진 그녀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Hal Ashby 감독의 [Shampoo/샴푸](1975)에도 출연합니다. 이 영화에선 워렌 비티와 함께 공연하죠.
1971년엔 Robert Altman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McCabe & Mrs. Miller]에서 겉잡을 수 없이 망가져버리는 창녀 콘스탄스 역을 맡았습니다.

(여기서도 워렌 비티와 공연합니다)
근래엔 2006년 배우이자 감독인 Sarah Polley[Away from Her]에서 열연했지요.
아무튼... 정말 아름다운 배우입니다.
그리고 특히 이 영화 [Don't Look Now]에선 도널드 서덜랜드와 대단히 강한... 정말 정도가 심한 베드씬이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등장합니다.
그 베드씬도 이 영화의 분위기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Mannen Som Elsket Yngve/잉베를 사랑한 남자] directed by Stian Kristiansen
2008 / 약 90분 / 노르웨이

세월이 흐른 뒤 우리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면 우린 한없는 그리움과 약간의 부끄러움, 그리고 가슴 짠한 설레임과
후회를 모두 느끼게 됩니다.
어른들은 자신들도 그런 시기를 보내왔다고 큰소리치면서 마치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척 하려고 들지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처해있던 그 오래된 옛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들에게 남은 건 가끔 돌이켜 반추해볼 법한 정지 화상들 뿐이에요.
그저 청춘이 스틸 컷이나 긴 시간을 캡쳐한 캡쳐 이미지로만 남는거죠.

소수의 '성'은 여전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동성애나 성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는 가슴과 머리가 따로 노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다가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분들도 아직 상당히 많습니다.
사회의 시선이 누그러워졌다면 그 소수의 동성애자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해야할까요.
아...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자신의 육체와 자신이 겉으로 표방하는 상징성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는
그 불안한 심리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죽어도 알 수 없을 만큼 괴로울 거에요.
그래서 정작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영 엉뚱하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속이려고 들곤 하죠.

결국,
우리의 청소년기의 그 복잡한 추억은 소수의 동성애자들이 겪는 그것과 근본적으로 그 메커니즘만큼은 비슷합니다.
청소년기의 그 복잡한 기억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고민이고, 동성애자는 이와 비교하기 힘든
사회적인 도덕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싸움으로 괴로운 것이라는거죠.

이 영화 [잉베를 사랑한 남자]는 2008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랍니다.
독일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8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작년에 국내의 제천음악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을 정도로
음악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옥같은 80년대의 음악들이 등장하겠지요?
주인공 얄레의 방에는 Jesus and Mary Chain의 포스터가 걸려있고, 그는 My Bloody Valentine의 티셔츠를 입고 있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북유럽 꽃미남 잉베는 David Sylvian(데이빗 실비앙)의 Japan이 발표한 음반 중 대표작이자 역작인 [Tin Drum]을

얄레에게 건네고 그 음반의 대표곡 중 하나인 'Ghosts'를 듣죠.
이외에도 엔딩송은 Joy Division의 'Love Will Tear Us Apart'가 흐릅니다.

멋진 밴드 생활을 꿈꾸는 얄레는 절친한 친구 헬게, 그리고 아름다운 연인 카트리네와 함께 '마티아스 러스 밴드'
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빛나는 청춘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반에 전형적인 꽃미남이며 수줍은 듯 조용한 잉베가 전학을 오죠.
얄레는 잉베와의 첫 만남에서 묘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후론 겉잡을 수 없이 잉베에게 빠져들어갑니다.
하지만 누구나처럼 얄레 역시 그런 자신을 버티기 힘들어하고, 점점 밴드 생활과 모든 것이 꼬여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젊음을 반추하는 시선을 결코 높은 곳에서 내려 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빛나는 청춘,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에 대한 강한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지요. 게다가 Joy Division의 곡제목과 가사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가끔 그 시절을 반추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많아집니다.
민성이에게도 그래요.
내게 단 한 번 빛났던 그 기억들을 얘기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거죠.
아직까지 전 그 시간이 다 사그러들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쓸쓸해집니다.
아, 그 시간은 정말이지 다시 돌아올 수 없구나하는 당연한 자각을 또 하면서 말이죠.

꼭 보시길 권합니다.


*
북유럽 성장 영화 중 제가 결코 잊지 못할 영화가 또 한 편있는데요.
그건 Lukas Mudysson 감독의 스웨덴 영화 [Fucking Åmål](1998)입니다.


**
Japan은 80년대에 유행하던 영국의 Synth-Pop(신스팝) 그룹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등장한 Culture Club이나 Duran Duran과는 다소 차이가 많았어요.
훨씬 비대중적이었고, 매니아적이었죠.
Roxy Music과 그 당시 무지하게 비교되곤 했습니다. Japan의 리더 David Sylvian은 Roxy Music의 핵이었던
Brian Ferry와 엄청 비교되었습니다. 사실 전 David Sylvian을 좋아했죠.
전 Japan을 초딩때 알긴 했는데 그게 우리 친누님 때문이었습니다.
친누님 역시 음악을 무척 많이 들었는데 그 당시 중학생이던 누나가 자기 방에 Japan의 사진 중 멤버들이
쭈르르~ 변기에 소변을 보는 자세를 하고 머리만 뒤돌아보고 있는 사진을 걸어 놨었어요.
누나가 가장 좋아했던 뮤지션 중 한 명이 David Sylvian이었습니다.
이후 Duran Duran의 Nick Rose를 연상시킬 정도의 꽃남이었죠. -_-;;;

Japan의 대표곡 중 하나인 'Ghosts' 한 번 들어보시길.
Youtube에 하도 데이빗 실비앙의 근래 어쿠스틱 버전만 있어서... 올려 봅니다.

 

 

 

'Ghosts' - Japan (1981)

이 곡은 대표작인 [Tin Drum]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앨범 커버에는 마오쩌둥도 등장하죠.
이 곡에는 그 유명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마지막 황제]에 나온 음악이 바로 그의 작품이라는 것과,
애니를 좋아하는 분께는 가이낙스를 유명하게 만들어주면서 돈은 궁핍하게 만들었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즈의
날개]
라는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맡은 것이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_-;;;

 

 

 

우연찮게 최근에 본 영화들이 모두 답답한 지금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더군요.
모아서 올려 봅니다.

 

 

 

[Changeling/체인질링] directed by Clint Eastwood
2008 / 약 141 분 / 미국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체인질링].
일단 이게 사실이라는게 믿어지기 힘들 겁니다. 어디 도무지 말이 되어야 말이죠.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나라도 권력의 개가 되어 쉴새없이 짖어대는 경찰의 작태를 보면 또 없을 일도
아니죠. 1920년대에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 황당무개한 사건의 핵심이 2009년, 거의 90년이 지난 한국에서
버젓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네요.
아시다시피 아이가 유괴되고 경찰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엉뚱한 아이를 아들이라고 데려다주고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엄마를 자기 자식도 못알아보는 정신이상이라고 몰아대고 급기야는 정신병원에 쳐넣기까지
하지요. 보다가... 속이 터지고 미어지는 장면이 어디 한 두번이 아닙니다.
지난 번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같은 분의 시선이 바로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신념을 대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생각은 더더욱 굳어졌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청교도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약자를 권력으로 누르고 사실을 호도하는 수직적 세력을 절대로 눈뜨고
보지 않습니다 그의 최근작은 모두 그러한 신념이 반영되어 있지요.
이 말도 안되는 실화를 건진 건 순전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균형잡힌 시선입니다.
그덕에 이 영화는 필요이상으로 감동을 요구하지 않아요. 이게 어디 쉬운 일일까요?

*
영화 내용과 사실이 조금 다른 것이 있어 적습니다.
희대의 살인마 중 하나인 Gordon Northcott(고든 노스콧)은 영화에 나오는 사라가 누이가 아닌 할머니입니다.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난 건데, 사라의 남편과 사라의 딸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에요. 할 말이 없죠.
게다가 고든은 어렸을 때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사라 역시 고든의 살인사건을 도운 혐의로 무기징역에 쳐해졌습니다.
http://www.geocities.com/verbal_plainfield/i-p/northcott.html
이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블로거 곰녜님이 자세히 정리하셨더군요.
http://blog.naver.com/k8h8jlove?Redirect=Log&logNo=20060826525


**
다시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을 부정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며 더러운 입으로 법과 원칙을 내뱉는 지금 이 정부가
반드시 봐야할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개인의 침묵이 아니라 개인의 용기와 연대 의식이죠.


 

 

 

 

[Frost/Nixon/프로스트/닉슨] directed by Ron Howard
2008 / 약 분 / 미국

닉슨에 대한 영화는 징그럽게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영화 중 하나가 Alan J. Pakula 감독님의 [All the President's Men/대통령의 음모]죠.
이 영화도 역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활동 중인 데이빗 프로스트라는 토크쇼 진행자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미국 방송국으로 재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피한 사건으로 낙마한 닉슨 대통령과의
토크쇼를 추진합니다.
하지만 노련하고 능글맞은 달변가 닉슨과 맞서면서 역사적 사명과 방송인으로서 각성, 역사에 남는 명인터뷰를
하게된 과정이 나오게 되지요.
론 하워드 감독의 장기인 정중동의 연출이 두드러진 영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대통령들이 자신을 메시아적이고 전지전능한 무소불위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어요. 즉, '그것이 불법이지만 내가 하면 나라를 위한 것이다'가 되는거죠.
딱... 지금의 어느 나라의 미친 대통령과 너무 비슷하죠?
하지만 닉슨 대통령은 이 미친 대통령에게 배울게 너무 많습니다.
말이 많다보면 자기 함정에 빠지는 법. 이 미친 대통령은 닉슨과 달리 그 자신이 함정이고 블랙홀이어서 오히려
철저히 그 성격이 일관화되죠. 사람들도 그러려니하고 말입니다.


*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극화했으면서 다큐적인 기법은 배제합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프로스트와 닉슨의 심리와 힘겨루기의 긴장감을 묘사하고 있어요.
그 결과는 생각보다 긴박한 재미를 줍니다.


**
조연으로 주로 많이 나오던 Frank Langella는 이 영화에서 닉슨을 열연, 제가 아는 한 그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는 닉슨을 비롯한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인 '치매 화법'을 구사합니다.
질문을 하면 밑도 끝도 없는 가지치기를 하고 한 얘기 또하고... 상대방 질문이 뭐든 자기 할 말만 하는.
요즘 아주 질리게 보고 있죠? 저희들도 말입니다.

 

 

 

 

 

[Che Part 1: Argentine/체 1편] directed by Steven Soderbergh
2008 / 약 126분 / 미국

체 게바라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가 없을 만큼 대중적인, 혁명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꼴보들 논리라면 체게바라는 빨갱이 중의 빨갱이죠. -_-;;;;;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야심작 [Che]는 2부작으로 나뉩니다. 1편은 쿠바 혁명까지, 2편은 이후의 그의 게릴라
연보에서 죽음까지 다룹니다.
체 게바라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이젠 다들 아시듯 미국의 CIA입니다.
미국의 CIA가 볼리비아 정부를 핑계삼아 체포하고 바로 다음 날 처형해버렸죠.
그뿐만 아니라 보수파들은 아직도 체 게바라의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가 잔인하고 냉혹한 성격이었다(이 부분은 참... 할 말이 많습니다), 살인을 즐겼다, 볼리비아과에서 체포될 때
그는 혁명 영웅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순순히 투항했다(혁명 영웅의 모습이 뭔대?)...
책으로도 나오고 별 짓을 다해서 체 게바라를 폄하하려 들죠.
필요 이상 감상적이 될 필요가 없지만 역사적으로 그가 이루고 남긴 말들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집어 삼킨
현재에 더더욱 곱씹을 만 합니다.
그런 체 게바라를 스티븐 소더버그가 카메라에 담을 때는 그 배역을 맡은 베네치오 델 토로도 그렇고 둘 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거에요.
베네치오 델 토로는 카리스마보다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천식으로 고생해서 행군도 힘들어하고 때때로 카스트로와 의견도 충돌하는 모습들 말이죠.
이 영화에 대해서는 당연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극적인 게릴라전을 생각하고 보다간 낭패일 수 있어요. 스티븐 소더버그는 애당초 게릴라전을 통해 영웅이 된
체게바라가 아니라 민중의 평등과 막시스트적 자산의 분배를 강조한 그의 신념을 조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머님도, aipharos님도 정말 재밌게 본 영화랍니다.


*
베네치오 델 토로의 연기는 역시 훌륭합니다.
후반부 체 게바라를 흠모하는 역으로 나온 여성은 María Álvarez(마리아 알바레즈)입니다.
전 그녀의 2004년작 [Maria Full of Grace]를 보고 정말... 뭐라 말못할 분위기라고 생각했었답니다.


**
공산주의가 발붙일 곳이 없는 세상에서 체 게바라는 오히려 자유의 상징이 되고 자본논리에 의해 이용되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러한 시선이 사뭇 못마땅했던 것 같네요. 영화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Body of Lies/바디 오브 라이즈] directed by Ridley Scott
2008 / 약 128분 / 미국

이 영화 네 편을 모조리 묶어서 글을 올리는 건 이 네 편이 모두 다루는 소재와 장르는 달라도 결국 말하는 것은 똑같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리들리 스콧의 이 대작도 아무 근거없이 깡패처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 친미정부를 수립하고,
그들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이용해 저항세력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위대한 미국의 폭력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늘 그렇듯, 리들리 스콧의 영화엔 반드시 good american이 등장합니다만 인상을 찌푸릴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_-;;;;;;;
러셀 크로가 맡은 CIA 고위간부 호프먼은 랭글리 본부에 앉아서 현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뺑이치는

정보원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일거수 일투족을 UAV(고스트 리콘에서 해보셨죠...?)와 위성을 통해

정확히 전달받고 자기 아들 운동하는 곳에 가서도 태연하게 전화로 일일이 페리스에게 명령을 내리곤 하죠.
그덕에 마지막 페리스가 호프먼에게 던지는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은 없죠'란 말이 보다 더 설득력을 갖게 합니다.

이 영화에선 미국이 자기나라 윤전기 미친 듯이 돌려서 뽑아낸 돈으로 연구하고 만들어낸 최첨단 첩보 시스템을
통해 타국을 어떻게 견제하고 어떻게 압박하는지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미 1차 세계대전에 그 모습을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보인 이후, 세계의 악의 축은 바로 미국이었죠.
하지만 저와 같은 많은 이들이 이러한 모습을 심지어 영화로까지 목도하면서 그냥 러닝타임이 끝나면 잊어버리곤
합니다. 아니면 '우리가 어쩔 수 있겠어'라고 넘어가버리죠.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뻗어있는 '폭력'의 역사를 평범한 가정 속에서 드러내어 그 끔찍함을 더해준바 있습니다.
필리핀, 라틴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전 세계의 개도국과 후진국에서 벌이는 미국의 이 더러운 탄압은 정말
이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말해야할 것 같아요.

 

 

 

 

 

 

 

 

 

 

 

 

[Battle in Seattle/배틀 인 시에틀] directed by Stuart Townsend
2007 / 약 99분 / 미국, 캐나다, 독일

배우로 유명한 스튜어트 타운젠트의 장편 데뷔작.
직접 각본도 썼습니다.
이 영화는 1999년에 시애틀에서 있었던 WTO 밀레니엄 라운드에 저항했떤 시민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투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아시다시피 GATT가 회원국에 대한 제재의 권한을 가지게 된 더 큰 모임이 WTO죠.
물론 사실상 지금도 GATT 체제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만.
그 WTO가 우루과이 라운드에 이어 가졌던 밀레니엄 라운드.
이미 역사적인 사실이지만 중요의제는 부결되었고, 이어서 도하 라운드 역시 허울뿐인 개도국과 빈곤국에 대한
의약 지원을 합의하기로 했을 뿐이었죠. 칸쿤은 아예 개도국 대표단이 조기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다자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양자간 협상인 FTA가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었고, 우리나라도 지금 한미 FTA의
비준을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이 영화는 일단 WTO 체제가 왜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야만적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길 수 없는 싸움인 시민투쟁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죠.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역사적 사실처럼 시위대는 경찰의 폭력에 쓰러집니다.
경찰은 최루액을 소화기에 담아 얼굴에 뿌려대고 고무총을 몸에 직접 쏘고, 곤봉으로 미친 듯 사람을 두들겨패고
닥치는 대로 체포합니다.(밀레니엄 라운드 시위로 체포된 인원이 600여명이었습니다. 저희 나라보단 낫죠?)
WTO에 대한 간헐적인 약간의 소개때문에 WTO를 비롯한 세계 자유 무역에 대한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시위대의 저항에 대해 '왜 저러는데?'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짧은 90여분의 러닝타임동안 하고 싶은 얘기를 분명히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유무역의 그 더러운 의도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이 영화는 보기보다 상당히 찡합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지만 연대한 시민 정신은 결국 이슈를 만들고 비판의 담론을 형성해냅니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가 모여서 작은 목소리를 내고 소외된 옳은 목소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별 내용없는 드라마임에도 난데없이 마지막엔 울컥합니다. -_-;;;
스튜어트 타운젠트가 이렇게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니 무척 반갑기도 하구요.

하지만 답답한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저 폭력적이고 너무나 지금의 우리 나라 정부와 판박이의 개소리를 지껄이는 경찰고위직과
시장등의 수준보다 지금 현재의 우리나라가 더더욱 답이 없을 정도로 난감한 상황이라는거죠.
최소한의 목적이라도 달성하고 모두 풀려났던 밀레니엄 라운드 프로테스탄트와 달리 우리나라는 그런 일말의
희망조차 기대할 수 없는 무차별적인 폭압만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마음이 답답해요.


*
이 영화의 출연진입니다.
[Flyboys], [Smokin' Aces/스모킹 에이스]Martin Henderson,
[Girlfight/걸파이트]로 쇼킹한 데뷔를 했으나 이후 그냥 그런 영화들 위주로 많이 출연하던 은근히 섹시한
Michelle Rodriguez(미쉘 로드리게즈), 말이 필요없는 Woody Harrelson, 그리고 묵직한 존재감을 늘 보여주는
Ray Liotta, 요즘 자주 보이는 훈남 Channing Tatum, 그리고... 완소 Charlize Theron.
초호화 배역입니다.


**
쓰고보니... 시에틀이 유명한 건 뭐가 있을까요?
미국은 한 번도 안가본 제가 아는 건 없지만.
전 대뜸 생각나는게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시에틀이 Nirvana와 Pearl Jam을 위시한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진원지였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영화 [Sleepless in Seattle/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입니다.
다들 잘 아시지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나왔던.
이 영화 사실 그닥 재밌진 않았는데 이상하리만치 국내에선 많이 화제가 되었던 영화.

 

 

 

 

 

 

 

 

***
영화의 마지막에 연주만 나오는 곡은 제가 2007년 개인 정리한 앨범 베스트에서 1위로 올린 the National의
[the Boxer]라는 음반 중 탑트랙인 'Fake Empire'라는 곡입니다. 이곡은 2007년 제 베스트 송 중 하나였죠.
어찌나 영화와 가사가 잘 어울리는지... 참....

'Fake Empire' - the National (unofficial 뮤비입니다. 개인이 만든거에요)

Stay out super late tonight
Picking apples, making pies
Put a little something in our lemonade and take it with us
We’re half-awake in a fake empire
We’re half-awake in a fake empire

Tiptoe through our shiny city
With our diamond slippers on
Do our gay ballet on ice
Bluebirds on our shoulders
We’re half-awake in a fake empire
We’re half-awake in a fake empire

Turn the light out say goodnight
No thinking for a little while
Let's not try to figure out everything at once
It’s hard to keep track of you falling through the sky
We’re half-awake in a fake empire
We’re half-awake in a fake empire

 

 

 

 

 

 

 

 

 

 

 

 

[サイドカ-に犬/사이드카에 개] directed by 根岸吉太郞(네기시 키치타로)
2007 / 약 94분 / 일본

 

 

 

 

이 영화의 주인공인 타케우치 유코(竹内結子)에 대해 한마디 먼저 합니다

이런... 이건 모호텔의 요즘 확실히 뜬 일식당인 '스시조'에서 마실 수 있는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츠군요.-_-;;
요즘 지인을 통해 한국 공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_-;;;
하도 마시고 싶은 맥주라 CF 얘기부터 했네요.
그녀는 우리나라에도 팬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유명한 오무라이스집 드라마인(ㅎㅎ) [ランチの女王/런치의 여왕]의
주인공이기도 했죠.
유명한 [いま, 會いにゆきます/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에도 출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런치의 여왕]에 나왔을 때보다 지금 모습이 훨씬 세련되고 예쁜 것 같습니다만...

 

 

 

 

 

그녀는 작년 2월(08년)에 이혼했습니다.
그때까지 남편이었던 사람은 바로...  中村獅童(나카무라 시도)입니다.
위 캡쳐 이미지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핑퐁] 중 한 장면입니다. 이것때문에 일부러 DVD찾아서 캡쳐했어요.
그는 드래곤역을 맡았죠. 아시다시피 저 영화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를 실사영화로 만든겁니다.
최근 [적벽대전]에도 오나라 맹장인 감녕 역으로 나왔다죠. 저야 적벽대전 영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타케우치 유코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타케우치 유코 개인에게도 무척 중요한 영화거든요.
결혼 후 복귀작(물론 공백기는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인데다가 이 영화를 통해서 2007년의 어지간한 여우주연상은
모조리 휩쓸어버렸습니다.
야마지후미코상을 시작으로 닛칸 스포츠 영화대상, 그 유명한 키네마 준보(유명한 영화전문지) 여우주연상,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여우주연상... 상을 다 쓸어버렸어요.
이런 결과를 굳이 머릿 속에 넣지 않고서라도 이 영화를 보면 그녀의 깊은 연기 공력에 제법 동감하게 됩니다.
터질 듯, 속으로 삭히는, 하지만 적당히 자유분방하면서도 속깊은 유코 역을 너무나 잘 소화했죠.
오히려 이런 연기가 정말 힘든 법 아닐까 싶은데 이 영화에서 타케우치 유코의 연기는 너무나 설득력있어서
유코라는 캐릭터에 인간적으로 깊이 애정을 갖게끔 합니다.

왜... 사실 그렇잖아요.
어릴 때엔 어른들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는거.
그러면서 그런 자신을 힐책하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하며 애증을 쌓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요.
우린 흔히 성장통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떻게 말하면 그 성장통이라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한계를 그어버린 세상에
저항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은 저만 하는게 아니겠죠?
이 영화에선 카오루라는 어린 소녀가 엄마의 가출, 낯선 여성(유코)의 방문 그리고 길지 않지만 즐거운 일탈과
가슴아픈 추억을 배경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그렇다고해서 강렬한 클라이막스나 갈등 요인이 있거나 이런 건 아니구요.
사실 그런 텐션 강한 드라마는 대부분의 일본 드라마 장르에선 기대하기 힘들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소소한 이야기가 은근히 가슴을 턱하고 치는 힘이 있어요.
하나하나의 대사가 주는 진중함도 만만치않구요.
영화는 분명히 유코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카오루의 시선을 담아내고 있지만, 어른들의 삶이
어른들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인생 깊숙히 파고들고, 그 아이들은 그러한 자신들이 감내하기 힘든 세상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감내하고 부딪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합니다.
인상깊은 영화였어요.


*
카오루의 성인역은 [1리터의 눈물]에 나온 마츠모토 카나가 맡았습니다만, 어린 소녀역을 연기한 아역배우의
연기가 너무나 인상깊습니다. 소심하면서도 수줍음 많은 소녀의 그 모습 그대로를 너무나 잘 보여줬어요.
아마도 감독이 일정 부분에선 콘티를 주지 않고 설정만 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영화를 다보고 나서 aipharos님이 신경숙씨의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와 분위기가 너무나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저야... 소설을 거의 읽지 않으니... 음...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직도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ピンポン/핑퐁](2002)을 못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고, 캐릭터도 상당히 유치한 면이 있지만 이거 대단히
재밌답니다. 아마 제가 지금 몇 번째 추천하는 지 모를거에요. ㅎㅎ


****
영화를 보기 전 사전 정보는 전혀 안본다는 원칙으로 말미암아...
이 영화에 '개'가 나오는 줄 알고 민성군도 같이 중반까지 봤습니다. ㅎㅎ
이 영화 어느 포스터엔가 사이드카에 개가 탄 사진도 봤거든요. 으으... 그런데 개는 나오지 않더군요.
아, 물론 나오긴 합니다. 것두 사이드카에 타고. 하지만... 그게 다에요.
저같은 실수를 하지마시길.ㅎㅎㅎ


 

 

 

 

 

 

 

 

 

 

 

 

 

 

 

 

[Waltz with Bashir] directed by Ari Folman
2008 / 약 90분 /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가장 보고 싶어했던 영화 중 한 편인 아리 폴만의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
외국 음악 좀 듣는다 할 만한 분은 아실만한 Max Richter(맥스 리히터)가 맡은 OST와 로토스코핑 방식을 더욱
발전시킨 놀라운 작법 기술이 정말 탄탄한 플롯과 만나 대단한 흡인력을 주는 영화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 영화가 자국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게 행하는 현재의 모습처럼, 휴머니즘을 짖밟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반전을 얘기하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이 영화는 '사브라-샤틸라 학살'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어야 한다.
1982년 레바논에 '거주'하던 테러리스트들이 미사일 테러로 이스라엘을 압박하자 이스라엘은 군대를 보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다. 이스라엘은 기독교도인 바시르 제마엘을 대통령으로 앉힐 계획을 세웠으나 그는 취임 9전
팔레스타인의 폭탄 테러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에 바시르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던 레바논 기독교도 팔랑헤
(팔랑헤당) 민병대가 미쳐 날뛰기 시작, 이스라엘이 점령하던 사브라와 샤틸라 지역으로 쳐들어가 정치적 난민들을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조리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해 팔랑헤 민병대의 목적은 해당 지역의 팔레스타인군의 적절한 색출이라고 공식논평을
냈지만 이미 그 당시 팔레스타인군은 시리아로 거처를 옮긴 뒤였으며 이 사실을 이스라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당사의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바로 아리엘 샤론이었는데, 그는 이스라엘 군부가 개입되었다는 비판이 일자
국방장관에서 물러났었으나 2001년 이스라엘 총리에 당선된다.

이 영화는 이 참극을 목도했던 이스라엘 퇴역군인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이 비참한 기억의 파편을 끼워맞추기
위해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며 잊었던 기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전쟁후외상을 겪고 있는 이들과 휴머니즘의 실종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반전'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보고 상당히 의심스러운 구석을 지울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에 의하면 이스라엘 군은 팔랑헤 민병대의 무차별적인 학살을 알고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나들이 나가듯 탱크를 몰고 나간 곳에서 위치도 모르는 적들에게 하나하나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느꼈던 전쟁의 광폭함에 대해 얘기한다.
전쟁에 대한 반감은 확고하지만, 사브라-샤틸라 학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이라기보다는 저들도 우리도 전쟁의
참상에 의한 희생자라는 인상이 이상하게 더 강하게 느껴진다.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며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백번 옳다. 특히 마지막 실사 장면에서 전쟁의 잔혹함과 광폭함에
반대하는 아리 폴만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학살극을 비롯한 상당수 전쟁에 대한 주체적 책임을 져야할 역사적인 책임도 있다.
그런데 아리 폴만은 이 부분만은 슬쩍 입을 다물고 비켜나간다.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이쯤되면 정작 사람들이 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은 반전 이전에 '반종교'가 아닐까 싶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 수많은 학살극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건대?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어 캡처하여 올려본다.

 

 

 

 

 

 

 

 

 

 

 

 

 

 

 

 

 

 

 

 

 

 

 

 

 

 

 

 

 

 

 

 

 

 

 

 

 

 

 

 

 

 

[Il Divo/일 디보] directed by Paolo Sorrentino
2008 / 약 110분 / 이태리, 프랑스

일단 이 영화는 이태리의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Mafia Wars(마피아 전쟁)' 기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 영화에는 2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에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마구 등장하고, 비교적 잘 알려진
알도 모로에 대한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심리도 자주 반영되므로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 영화는 의외로
보기 힘든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마피아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aipharos님도 초중반까지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다고 말했는데 마피아 전쟁에 대해 본인도 그닥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접한
몇몇의 영화와 음악을 통해서 대략의 역사적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이 이 영화를 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약간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도 이태리의 정치가 마피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가장 부패한 집단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총리만 7번을 지낸 사실상 이태리 정치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알도 모로 역시 총리만 5번을 지낸, 기독민주당(CD)에 소속된 정치실세였다.
1978년 알도 모로는 그 유명한 '붉은 여단(RB)'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백주대낮 대로변에서.
알도 모로가 납치되자 엄청난 국가적 대검거 작전이 시작되지만 결국 알도 모로는 납치 55일만에 차트렁크 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실 이건 역사적으로 알려진 얘기일 뿐이다.
알도 모로는 그 당시 자신의 기독민주당과 좌파인 공산당(ICP)의 대연정을 이끌어낸 대단한 수완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좌파인 공산당의 개혁 정책보다 더 앞서간 개혁 정책을 벌여 전형적인 미국과 유럽의 극우 세력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샀던 정치인이다.
게다가 붉은 여단에게 납치되었다고는 하지만, 붉은 여단이 이미 좌파 계열의 집단인데 자신들보다 더 강력한
개혁정책을 펼치는 알도 모로를 납치한다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고, 게다가 붉은 여단이 석방을 요구한 13명의
죄수들 중 겨우 5명만 RB 멤버였으며 정작 무기형을 살던 주요 RB 멤버에 대한 석방은 요구조차 하지 않았고,
13명 중 3명은 또 마피아 멤버였다. -_-;;;;
즉, 알도 모로는 역사적으로 RB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납치되었으나 사실 RB는 계획적으로 조작된 것이고,
알도 모로가 사체로 발견되자 이태리 내의 사회 운동이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알도 모로의 후임
수상이 바로 줄리오 안드레오티였다) 알도 모로의 납치 사건은 줄리오 안드레오티가 우파들의 우려를 종식시키고,
자신의 수상 재임기간에 사회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 알도 모로의 정적 중 한 명으로 극우 파시스트 계열이었던 P2 출신이 바로 지금의 이탈리아를 완전
말아먹고 있는 빌어먹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사실 지금 베를루스코니가 P2 소속인지
글라디오 소속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남)
아무튼 알도 모로가 납치되었을 때 기술한 줄리오 안드레오티에 대한 폭로글을 입수했다고 알려졌던 알베르토
달라 키에사 장군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미노 피코렐리 기자는 모두 바로 킬러에 의해 살해되는데,
이 살인에 대한 사주의 혐의로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계속 법정에 서야 했다.(결국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다)
아무튼 그닥 도움이될 지 모르나...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위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본다면 보다 더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피아 대전쟁이란 1981년을 기점으로 팔레르모 지역에서 꼴레오네 패밀리와 그레코 패밀리등의 타 패밀리간의
엄청난 살육전을 얘기한다. 팔레르모의 기독민주당의 리더 마이클 레이나는 꼴레오네 패밀리에 의해 살해되었고,
팔레르모 경찰총장 대리였던 보리스 줄리아노도 꼴레오네 패밀리에 의해 살해되었다. 판사, 주지사 피에르잔티
마타렐라 역시 지방정부의 토목건축공사 계약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다가 피살되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판사, 경찰관리들이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피살되었고, 또 마피아 패밀리간의 극심한 살육전으로
팔레르모에서만 300여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마 워낙 역사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이태리가 얼마나 마피아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걸작인 [Gomorra/고모라]를 보면 신자유주의의 허황된 열매를 먹고
독버섯처럼 자라고 썩어가는 이태리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목도할 수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매스 미디어를 완전히 접수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만을 쓰며, 반대자에겐 재갈을 물리는
현재의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우스운 나라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공영방송의 광고를 없앤다고 하는 해괴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이는 결국 민영방송의
거대화를 의미한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녹을 먹은 타락한 정치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 이태리의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양반과 신사 정도로 여겨질 정도로 몰상식하고 가소로운 이 나라의 이 정부가
벌이는 작태의 끝이 어떨지 난 궁금하지도 않다.




 

 

 

[Doubt/다우트] directed by John Patrick Shanley
2008 / 약 104분 / 미국

일단 출연질을 보자.
Meryl Streep, Philip Seymour Hoffman 그리고 Amy Adams다.
이 셋만으로도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일지 뻔히 감이 잡힌다.
아... 인간의 심성 기저에 흐르는 디테일을 잘 잡아낸 심리극이겠구나.
Amy Adams라면 [Junebug]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를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고,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야 말하면 입이 아픈 검증된 배우들이니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1964년 J.F 케네디가 암살 당한 1년 후의 어느 한 카톨릭 학교.
카톨릭 종교에 의해 운영되는 이 학교와 성당은 깐깐하고 꽉 막히다시피한 수녀이자 교장인 알로시우스(메릴
스트립), 신부인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그리고 막 부임한 수녀 선생인 제임스(에이미 애덤스)이 주축이
되어 벌어지는 근거없는 의심과 그 확신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근거없는 확신이 벌인 지난 집권기에 대한 반성이
가득 담긴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생들을 권위와 낡은 도덕으로 묶어두려는 알로시우스, 그러한 그녀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친절한 선생
제임스는 우연히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플린 신부가 이 학교의 유일한 학생인 윌리엄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것 같다는 심증을 확보한다.
정작 이를 발견한 제임스 신부가 물증도 없고 플린 신부의 사람됨에 그럴 이유가 없다고 물러서지만, 평소에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는 플린 신부가 달갑지 않았던 알로시우스는 이 일을 계기로 플린 신부를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분명히 미국의 희망이었다...라고 미국민들이 믿어 의심치않는 J.F 케네디 암살 1년 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자신이 듣고 싶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취하려고 하는 구태한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극이다. 부시 정부가 근거없는 확신으로 두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했고,
그를 통해 분노가 분노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킨,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전쟁의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와
합리화를 통해 이 더러운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는 현재의 답답함을 이 영화는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 하다.
다른 것 다 필요없이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나라의 이 한심하고 답답한 미친 정권과 그 부화뇌동하는
이들의 가소로운 우격다짐, 파렴치한 자기 합리화가 생각이 나 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지구 최후의 날] directed by Robert Wise
1951 / 약 92분 / 미국
원작의 국내 제목은 '지구 최후의 날'입니다.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지구가 멈추는 날] directed by Scott Derrickson
2008 / 약 104분 / 미국

했던 [지구가 멈추는 날].
1951년 원작인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작품은 IMDB 유저평점 8.1로 상위 250위 안에 랭크되어있을 만큼 유명합니다.
그런데 국내에도 개봉된 리메이크작의 경우 많은 기대를 갖고 극장을 찾은 분들이 실망을 하셨다고 하죠.
사실 저는 제법 재밌게 봤고, 어머님과 aipharos님은 그럭저럭이었답니다.
영화적인 재미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였는데 도대체 말이 너무 안되는 부분이 많다보니 가슴과 머리가 따로
노는 이상한 영화가 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어요.
아무튼 그나마 리메이크작을 구원했다면 그 90%는 키아누 리브스고, 10%는 외계구체와 고트의 설정입니다.
또 이 영화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면 그 또한 아이러니하게 90%는 키아누 리브스 그 자신이죠.

영화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고등지적생명체인 'Klaatu(클라투)'의 이름에서 따온 좀
오래된 캐나다 그룹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맡은 외계지적생명체 '클라투(Klaatu)"는 1976년 데뷔 음반을 발표한 캐나다 그룹 'Klaatu'가
자신들의 그룹명으로 따온 대상입니다.
실제로 캐나다의 Klaatu라는, 나름 음악듣는 분들 사이에선 엄청 유명했고 90년대 초반 국내에 라이센스로도
LP발매되었고, 1~2집 합본 CD가 신나라 레코드에 굴러다니던 이 그룹은 대표곡인 'Calling Occupants...'도
외계생명을 노래한 곡이기도 하죠.
그당시 Klaatu라는 그룹에 대해 너무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 항간에는 '이들이 외계인이다(푸학~~)'이라는 소문도
정말 무성했고, 이들의 음악이 비틀즈와 많이 흡사해서 비틀즈가 비밀리에 재결성된 것이라고 얘기하는 소문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클라투라는 그룹의 음악도 나중에 Progressive Rock으로 분류가 되어, 음악 좀 듣는다는 분들 사이에선
모르는 분이 없을 만큼 유명해졌죠. 개인적으로도 좋아했습니다. 단, 2집까지만.-_-;;;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 Klaatu (1976)

 

 

 

1976년에 발표된 데뷔작 Klaatu의 self-titled album.
90년대초에 국내에도 라이센스로 발매된 바 있습니다.

 

 

 

 

 

이건 Klaatu의 2집인 77년작 [Hope]
자... Klaatu의 음반은 여기까지. 이후의 음반은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클라투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51년 Robert Wise의 원작과 57년 뒤에 만들어진 2008년작을 결말 부분은 물론 제외하고 비교해봅니다.
51년 원작이 근래 블루레이로 발매되었죠.
원작의 경우는 근거로 한 소설이 2차대전 중에 지어진 것이고 이를 영화화한 것은 2차대전이 끝난지 머지않은
시점이었으며 한국전쟁 중이었습니다. 냉전시대로 가는 초입의 시대적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그래서 돈 시겔이나 다른 감독들이 이후 SF 영화에 반공이데올로기를 표방한 것과 달리 그러한 이데올로기적인
뉘앙스는 크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리메이크는 그런 이데올로기보다는 환경 문제에 주력합니다.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나오긴 해도...

전체적으로 리메이크작과 거의 다를 것은 없는데, 일부 디테일한 설정들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말이 상당히 다른 편입니다. 해피고 새드고...이게 아니라.
결말을 맺어가는 과정은 많이 달라요.
그건 아마도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그 자신만의 아우라때문이었을 겁니다.
리메이크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거의 신적인 존재, 메시아적인 느낌마저 풍기거든요.
그런데 그 멋진 설정이 도리어 이러한 키아누 리브스 자신의 완결성으로 인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특히 결말부에 가선 도무지 납득이 안가는 이유로 클라투가 지구인을 이해하잖아요. -_-;;;
이 영화가 지구의 심각한 환경 문제를 꼬집는 것인지, 단순한 오락 영화인지, 키아누 리브스를 광고하는 영화인지
나중엔 불분명해집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놀라운 고등지적생명체가, 그것도 지구라는 행성을 위해 지구인들을 처리하려고 하는 환경인식을
갖고 있으면서 인간의 자애를 전혀 몰랐다는 것은 난감합니다.
아무튼 비교 한번 보시길.

 


스포일러... 뭐 이런거 별 의미없습니다.
그나마 영화 중후반부는 제외했습니다.


 

 

원작의 오프닝과 UFO의 발견.
잘 보시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방향은 영 엉뚱하다는. 사실 이 다음 캡쳐가 더 우습지만 패스.

 

 

리메이크에서의 외계비행체의 디자인은 아주 뛰어납니다.
초속 3만킬로(원작에선 초속 4천킬로로 기억...)로 날아오다 감속하면서 센트럴 파크에 착륙하지요.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는 구체의 빛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 밤에 아주 조용히 착륙합니다.

 

 

 

 

 

드디어 Klaatu가 나옵니다.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린 이후의 여러 영화들이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땃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그 반면에 리메이크의 클라투는 불분명한 형태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압니다.

 

 

 

 

 

이게 바로... 고트입니다. 클라투의 경호원인 샘이죠. 말이 경호원이지만 원작에선 누가봐도 로봇입니다.
크기도 사람과 별 다를 바가 없구요.

 

 

그런데 이게 리메이크에선 놀랍게 진보하고 위압적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거대하죠.

 

 

 

 

 

 

원작 고트의 활성모드.

 

 

리메이크작 고트의 활성 모드 대단히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운 느낌입니다.

 

 

 

 

 

 

원작의 고트는 클라투를 위협하는 군대에게 레이저 빔으로 탱크를 이렇게...증발시켜 버립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에선 이런 공격이 아니라 극초음파와 전자기방해등을 이용해 적을 완전히 무력화시키죠.

 

 

 

 

 

원작의 Klaatu는 Michael Rennie가 맡았습니다. 영국 출신의 배우로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한데,
1945년~1960년까지는 영국과 헐리웃에서 이름을 날린 대배우였습니다.

 

 

But... 외계인 클라투의 아우라가 그 자체로도 뿜어나오는 배우라면 키아누 리브스를 넘을 배우가 몇이나 될까싶죠.
이 배우에겐 연기가 필요없어요. 그냥 있는대로 연기하면 그게 곧 배역자체가 되요.참... 누구 말대로 자체완결성을
갖는 몇 안되는 배우같습니다.

 

 

 

 

 

원작에서 난제의 공식을 클라투가 풀어대는 장면

 

역시나 그대로 리메이크에도 등장합니다.




*
원작의 헬렌 벤슨 박사는 현재까지도 활동하시는 Patricia Neal(파트리샤 닐) 이 맡았습니다.
주로 TV에 출연하던 배우라네요. 저도 이 분은 잘 모릅니다.
리메이크작에서의 헬렌 벤슨 박사는 그 유명한 제니퍼 코넬리가 맡았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건 키아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 때문이죠.
제니퍼 코넬리는 아무 영화에나 나오지 않는다는 은근한 믿음도 한 몫했고.


**
리메이크를 연출한 스캇 데릭슨 감독은 2005년작으로 저도 재밌게 본 [the Exorcism of Emily Rose]를 연출한
감독인데다 빔 벤더스 감독님의 2004년작인 [Land of Plenty]의 각본을 쓴 사람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대하기도 했었는데요. 과연 얼마나 편집권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영화의 중반부까지의 분위기로 봐선 꽤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확신도 들고, 그렇게 헐겁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거든요.
이후에 클라투의 설정이 대단히 전지전능하면서도 생뚱맞은 감상주의자가 되어 난감해지지만...
오리지널을 연출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님은 유명한 감독님이죠.
여러분들도 절대 모를 리가 없는 감독님이십니다.
바로 [the Sound of Music/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감독이시죠.
물론 이외에도 [the Sand Pebbles/샌드 페블즈][West Side Story/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같은 대표작도 무척 많은 감독님이십니다.


***
영화에서 제니퍼 코넬리의 아들(전부인의 아들)로 나오는 제이콥은 Will Smith(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입니다.
2006년에 자기 아빠랑 나온 [the Pursuit of Happyness/행복을 찾아서]에 나왔을 때보다도 훌쩍 컸네요.
예쁘게 생겼습니다. 하긴... 잘 생긴 윌 스미스에, 정말 매력적이고 지적인 외모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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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이 영화 도중에 하는 온라인 게임은 WOW입니다. World of Warcraft.
제일 유명한 게임 중 하나로 블리자드(스타크래프트의)사에서 만든 온라인 RPG죠.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의 집에서 흐르는 음악은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the Goldberg Variations in G Major,
작품번호 BWV988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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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 혼자 집에서 푹... 쉬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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