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mbieland/좀비랜드]
감독 : Ruben Fleischer
캐스팅 : Jesse Eisenberg, Woody Harrelson, Emma Stone, Abigail Breslin
배포일 : 2009
상영시간 : 88분
제작국가 : 미국

좀비 영화는 진화 중입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이 다분히 사회적/정치적 메타포로 들고 나왔던 좀비 영화는 최근들어 자기복제를 멈추고
점점 더 진화하기 시작했어요. 느릿느릿 조여오는 압박의 공포는 덜해졌지만, 보다 빠르고 강력한 좀비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붕괴된 가정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풍자합니다.
루빈 플레처 감독의 이 영민한 좀비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의 말처럼, 좀비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나 이전이나 주인공은 외톨이였고, 주인공은 언제나 주변인들이
좀비와 같았다는. 그래서 주인공은 이 좀비들이 지배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말.
나와 타인의 관계를 발견하고 어긋난 개개인의 가치관 속에서 불신과 탐욕으로 찌든 관계에서 조금씩 서로를
인정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진정한 '친밀감'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보고나면 이건 미국판 [가족의 탄생]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혀 관계없던 이들끼리 만나 서로의 결속을 맺어가는 과정이 어찌보면 딱... [가족의 탄생]인거죠.
이 영화는 분명히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정말 기대가 됩니다.

 

 

 

 

 

 

[Moon/문]
감독 : Duncan Jones
캐스팅 : Sam Rockwell, Kevin Spacey (Voice)
배포일 : 2009
상영시간 : 97분
제작국가 : 영국

아마도 근래에 본 가장 인상적인 SF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전 스탠리 큐브릭 감독님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좀 비슷한게 아닐까...했는데(거티라는 인공지능이
말이죠) 이게 전혀... 그게 아니더군요.
달에서 지구의 친환경자원을 발견하여 지구의 에너지를 대체한 미래에 달기지에서 3년 주기의 교대로 근무하는
주인공이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돈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아니, 더 나아가선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신 기억을 떠올리셔도 됩니다.
물론 만화책으로는 시로우 마사무네가, [블레이드 러너]는 원작 소설로 필립 K 딕의 [전기양은 안드로이드를
꿈꾸는가]를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두 작품에서도 '가공된 기억', '주입된 기억'에 대해서 나옵니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모든 추억들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지요.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는 시간을 따라 흘러온 추억의 궤적에서 비롯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송두리채 뒤집힌다면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복잡한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마구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스포일러가 되므로 이쯤에서 멈추겠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반드시 보셔야 할 영화라고 봐요. 무엇보다 대단히 재밌습니다.

 

 

*

쓴다하고 깜박한게 있네요.

던칸 존스 감독은 데이빗 보위의 아들입니다. 전처인 안젤라 보위 사이에서 낳은 한 명의 자녀.

그리고 던칸 존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팬이기도 하답니다. 이 영화에 시도때도 없이 보이는 '사랑'이라는 한글은

일종의 오마쥬라고 하더군요.


 

 

 

 

[the Boat that Rocked/락앤롤 보트]
감독 : Richard Curtis
캐스팅 : Philip Seymour Hoffman, Tom Sturridge, Bill Nighy, Talulah Riley, Kenneth Branagh, Nick Frost
배포일 : 2009
상영시간 : 135분
제작국가 : 영국

리차드 커티스는 [러브 액추얼리]로 대박을 쳤습니다.
솔직히 전 [러브 액추얼리]가 그냥 그랬어요. 그나마 좋아하는 장면은 첫 장면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포옹하는
사람들을 느리게 보여주면서 페이드 인-아웃으로 감성적으로 편집하고 나레이션이 흐르는 장면.
그 장면보고 '아! 이 영화 대박이겠다'했는데... 영화는 그냥 그랬어요.
그런 리차드 커티스가 60년대 영국의 해적 방송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니 반신반의했습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는 실화에 기반한 것이니...
이 영화는 지금의 한국과 영국, 이태리같은 나라에 딱... 맞는 그야말로 완전 맞춤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국내 개봉도 하지못하고 그냥 2차 판권으로 넘어간 건 의아합니다.
그닥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영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게 [러브 액추얼리]의 감독이라면 약간 얘기가
다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2차 판권 시장으로 떨어졌지요.
아무튼 뭘해도 잘했다고 지랄하고 지들끼리 나발부는, 정말 같잖은 지금 정부의 언론 탄압과 사상 통제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비록 60년대를 얘기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순수하게 결집하고 저항했던 그 시절의 해적방송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같지만 그래도 제게 큰 인상을 준 건 좌초될 위기에 빠진 'Radio Rock'호를
구하기 위해 배를 끌고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죠.
그 말도 안되는 '영화적 설정'이 왜 감동적이냐구요?
전 그 모습이 폭압과 통제에 저항하던 이들이 수렁에 몰렸을 때 이를 버텨준 국민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건 단순히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그러한 희망을 얘기하고자하는 감독의 바램이었을 겁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무척 부끄럽고 우울했습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이죠.

*
참고로 이 영화의 OST는 60년대 록 역사의 노른자위같습니다.
the Kinks, the Turtles, Smokey Robinson, the Who, Jeff Beck, the Hollies, Paul Jones, Skeeter Davis,
Cream, Jimi Hendrix, Procol Harum, Otis Redding, the Supremes, Cat Stevens, Dusty Springfield,
the McCoys, the Fortunes, the Moody Blues, David Bowie...등등
정말 장난아닌 주옥같은 명곡들이 줄줄 흘러 나옵니다.
OST듣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마지막 Let's Dance에 이르면 별의별 추억이 다 떠올라요. 전 이 노래를 중학교때 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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