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대작들 (헐리웃 스케줄 중심)
예고편은 모두 영화 제목 아래 줄에 링크로 넣었습니다.
Youtube가 너무 심하게 끊기니 imdb 트레일러로 보시길.
포스터와 예고편이 아직 공개 안된 경우도 있으니 참조하세요.

 

 

[Littel Fockers](2011) directed by Paul Weitz
http://www.imdb.com/video/imdb/vi1213372697/
[About a Boy/어바웃 어 보이]의 폴 웨이츠 감독의 신작.

 

 

 

[True Grit/트루 그릿](2011) directed by Ethan Coen, Joel Coen
http://www.imdb.com/video/imdb/vi1984862489/
코엔 형제의 창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가장 기대되는 한 편.

 

 

 

[Somewhere/섬웨어](2011) directed by Sofia Coppola
http://www.imdb.com/video/imdb/vi2394490393/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the Company Men/컴패니 맨](2011) directed by John Wells
http://www.imdb.com/video/imdb/vi3740599833/

 

 

 

[the Way Back/웨이 백](2011) directed by Peter Weir
http://www.imdb.com/video/imdb/vi1465030937/
내겐... [the Cars that Ate Paris/파리를 삼킨 자동차](1974)와 [Picnic at Hanging Rock/행잉록에서의 피크닉](1975),

그리고 [Witness/위트니스](1985)의 감독인, 존경해마지않는 피터 위어 감독님의 정말 오랜만의 신작.

 

 

 

[Biutiful/뷰티풀](2011) directed by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http://www.imdb.com/video/imdb/vi3934586393/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기다리던 신작. 이미 2010년에 개봉되어 절찬받은 영화.

 

 

 

[I Am Number Four/아이앰 넘버 포](2011) directed by D.J. Caruso
http://www.imdb.com/video/imdb/vi3449002009/

 

 

 

[Unknown/언노운](2011) directed by Jaume Collet-Serra
http://www.imdb.com/video/imdb/vi2953287961/
예고편만으로는 정말... 기대되는 스릴러 중 한 편.

 

 

 

[the Adjustment Bureau/어저스트먼트 뷰로우](2011) directed by George Nolfi
http://www.imdb.com/video/imdb/vi2768439065/
[본 얼티메이텀]의 공동작가 조지 놀피가 필립 K 딕의 단편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

 

 

 

 

[Beastly/비스틀리](2011) directed by Daniel Barnz
http://www.imdb.com/video/imdb/vi714315801/

 

 

 

[Sucker Punch/써커 펀치](2011) directed by Zack Snyder
http://www.imdb.com/video/imdb/vi107256089/

 

 

 

[Source Code/소스 코드](2011) directed by Duncan Jones
http://www.imdb.com/video/imdb/vi994679065/
[Moon]을 연출했던 던칸 존스 감독의 신작.

 

 

 

 

[Water for Elepants/워터 포 엘리펀츠](2011) directed by Francis Lawrence
http://www.imdb.com/video/imdb/vi663197721/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의 신작.
다만... 정말 좋아하지 않는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이라는...-_-;;;

 

 

 

[Thor/토르](2011) directed by Kenneth Branagh
http://www.imdb.com/video/imdb/vi26843161/
예고편을 보면... 미장센은 케네스 브래너라는 이름과 매칭이 되는데 내용은 의아해질 듯.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은 죄다 영화판으로.

 

 

 

 

[the Hangover Part II/행오버 2](2011) directed by Todd Phillips
일단 [Hangover/행오버] 후속이라는데에 기대.

 

 

 

 

[X-Men: First Class](2011) directed by Matthew Vaughn
[X-Men] 시리즈는 질리지만 감독이 매튜 본이어서...

 

 

 

 

[Green Lantern/그린 랜턴](2011) directed by Martin Campbell
http://www.imdb.com/video/imdb/vi2981926937/

 

 

 

 

[Cars 2/카 2](2011) directed by John Lasseter, Brad Lewis
http://www.imdb.com/video/imdb/vi3663567129/
픽사의 2011년은 [Cars 2]가 나선다.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2/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2011) directed by David Yates
드디어 이 길고 긴 시리즈의 막을 내린다.

 

 

 

[Cowboys & Aliens/카우보이와 에이리언](2011) directed by Jon FAvreau
http://www.imdb.com/video/imdb/vi2998704153/

 

 

 

[만추](2011) directed by 김태용
가장 보고 싶은 영화 중 한 편.
김태용 감독의 영화이니 무조건 본다...이고, 게다가 탕웨이와 현빈의 조합이라니.

 

 

 

 

 

 

 

 

먼저...
2010 영화 30선 포스팅 1부인 30위~11위 포스팅에 순위 변동이 있습니다.
[Sin Nombre/신 놈브레]가 순위에 들어갔어요.

뒤늦게 보고 순위 변경했습니다. 수정된 포스팅 참조해주세요.


영화 연말결산을 하면서 몇가지 추가로 정리할 사항들.


1. 개인적으로 선택한 30편 외에 아쉽게 빠진 영화들.
30선에 올릴 정도의 고민은 없었지만 그래도 인상깊었던 다섯 편의 영화들.

[the American/아메리칸] directed by Anton Corbijn
돌이켜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설정이지만 배우와 스토리가 지닌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
영화의 서정적인 스타일이 플롯을 지배하는 영화.

[the Crazies/크레이지] directed by Breck Eisner
원작과의 연계성은 차치하고 영화가 지닌 텐션의 압박이 인상깊었던 영화.

[아저씨] directed by 이정범
동네 아저씨들은 절대 이렇게 생기지도, 이렇게 행동할 수도 없다.-_-;;;
원안대로 갔다면 아마도 [Harry Brown/해리 브라운]에 더 가까왔겠지.
영화적 재미가 모든 걸 압도했던 영화.

[Evangelion 1.01(서)/2.01(파) ](2009) directed by 마사유키, 츠루마키 카즈야
마지막 3번째 최종 극장판이 당췌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이 극한의 상황으로 떨어지는 애니메이션의 종결에
난 숨을 죽이고 조용히 환호할 수 밖에 없다.

[Mother and Child/마더 앤 차일드](2009) directed by Rodrigo Rodrigo García
애매한 메시지와 부유하는 내러티브지만 영화를 따라감에 무리가 없었다.
나오미 왓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할 수 밖에 없는 영화.



2. 2010년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들.

[Black Swan/블랙 스완] (2010) directed by Darren Aronofsky (UK/US)
다른 게 다 필요없고, 감독이 대런 애로노프스키다. 참으로 편협하고 무책임한 소리지만 그걸로 끝.
국내 개봉은 2월 말경.

 

 



[Inside Job/인사이드 잡] (2010) directed by Charles Ferguson (US)
이젠 더이상 신기하지도 않은 미국 금융 위기에 관한 다큐멘터리.

 

 



[I Am Love/아이 앰 러브] (2009) directed by Luca Guadagnino (Italy)
틸다 스윈튼의 마력같은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
정말 보고 싶은데 이건 뭐 개봉한다는 소리도 없고...

 

 



[Animal Kingdom/애니멀 킹덤] (2010) directed by David Michôd (Austrailia)
눈 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17세 소년 코디가 그 뒤로 범죄로 가득찬 친척들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형사와 딜을 하는 이야기.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영화.

 

 



[the King's Speech/킹스 스피치] (2010) directed by Tom Hooper (UK/US)
조지 6세와 호주 출신의 언어 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
해외에서 호평이 줄을 이었던 영화이고, 주연배우 콜린 퍼스에 대한 극찬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개봉이나 될까...???

 

 



[Enter the Void/엔터 더 보이드] (2009) directed by Gaspar Noé (France)
만들었다하면 문제작인 가스파 노에 감독의 작품.
드럭 딜러인 주인공이 총격으로 죽고 난 후 동생을 지키기 위해 고스트로서 다시 동경을 방황하는 영화.
충격적인 카메라 워킹과 장면들이 이미 논란이 된 영화.

 

 



[Restrepo/레스트리포] (2010) directed by Tim Hetherington, Sebastian Junger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들과 실제로 1년 간을 부대끼며 찍은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10) directed by 이해영 (한국)
정말... 화가 나는 건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려고 했으나 이미 개봉 며칠 후부터 변칙 상영을 시작했다는 것.
근무 시간에만 상영을 하는 터라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간신히 시간내서 도착한 날은 전날 상영이 이미 끝났다고.
기가 막혔다.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였음에도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던 영화.



3.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없게 본 영화들

[퀴즈왕]
참... 할 말이 없다. 언제나 난감한 사운드트랙이야 그렇다치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대책없는 감상주의자가 된거지? 장진 감독은?

[백야행]
할 말 없음.

[the Last Airvender/라스트 에어벤더]
올해 재미없게 본 영화 중 두 편이 나이트 샤말란 영화다.
내가 좋아했던 감독이 이토록 막 샷을 날리는 걸 보면... 난감해진다.
이걸 3편의 시리즈 영화로 만든다고? -_-;;; 민성이도 하품하는 영화다.

[Wall Street 2 Moneyh Never Sleeps/월스트릿 2]
현실의 파닥파닥 생생한 팩트는 다 갖다 버리고, 어디서 감상과 낙관주의만 잔뜩 가져다가 폼만 잡은 영화.
원래부터 올리버 스톤 감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심했다.

[Devil/데블]
본연의 호러 장르로 되돌아갔지만 보는 시간이 아깝더라.


4. 기대했다가 정말 실망했던 영화들

[Book of Eli/북 오브 일라이]
이 영화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은 평론가, 블로거들 제법 있다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내겐 스타일과 어정쩡한 개똥철학, 묵시록적 폼만 남은 영화.

[the Lovely Bones/러블리 본즈]
그 좋아하는 피터 잭슨 감독이 이토록 사람 마음 갑갑하고 성질나게 하는 황당한 영화를 만들 줄 누가 알았나.

[Legend of the Guardians/레전드 오브 가디언]
데뷔작 [Dawn of the Dead]에 열광했다가 [300]의 그 치졸한 메시지에 실망하고, [Watchmen/왓치맨]의
충실함에 다시 환호했다가 이 올빼미 전쟁에서 다시 난 등을 돌린다.
암... 난 정말 변덕심한 나쁜 관객이야.

[Salt/솔트]
정말이지... 집중이 안되더라. 그게 자동차 극장이여서 그랬을까?
졸리의 액션도 난 도무지 하품만 나오고... 차라리 [Wanted/원티드]가 백만스물두배는 나았던 것 같아.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 연말결산합니다.
다른 해보다 유난히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_-;;; 항상 150편 이상을 매년 보는데 올해는 120편 정도에 그쳤고
그나마 복잡한 심경으로 인해 킬링타임용 영화를 더 많이 본 한 해 같네요.
그래서 50편을 꼽기도 불가능하고, 30편만 골라 봤습니다.
아래 사항은 참조해주세요.

* 아래 영화 이미지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제외하곤 모두 직접 스크린 캡쳐한 컷입니다.
* 아래 30편의 영화 중 1/3 이상은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국내에 전혀 개봉되지 않았거나
2차판권조차 없었던 영화는 어둠의 경로로 봤습니다.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린 CGV VIP 멤버입니다.-_-;;;
* 2010년에 개봉된 영화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에 개봉했어도 2010년에 본 영화도 포함했습니다.
덕분에 [a Single Man]같은 영화들이 올라와 있으니 이점 참조해주세요.
* 영화에 대한 간략한 리뷰는 철저히 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제 자신이 감히 영화에 순위를 정한다는 것,
불편할 수 있으나 스스로 정리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올려 봅니다. 이해해주시길


이번엔 10위~1위 영화입니다.

 

 

 

 

10. [the Social Network/소셜 네트워크] (2010)

directed by David Fincher


데이빗 핀쳐의 전작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내게 일종의 안도감(?)같은 기분을 선사한 영화.-_-;;;
영화 개봉 전 마틴 주커버그는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았고 언론은 이 영화의 개봉으로 받을 이미지 손상을 완충하기 위해서라고 기사를 내기 바빴다.
정작 영화가 개봉되고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의 모습이 돈과 성공만 좇는 파렴치한처럼 그려진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동정과 연민이 가는 캐릭터라고 하면 모를까.
현존하는 세계 최연소 거부를 다루면서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사생활을 꺼내놓는 소셜 네트워크로서의 페이스북(facebook) 창립자지만

정작 자신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로부터 고소를 받고 가슴 속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롭고
우울한 방구석 천재라는 사실에 그를 손가락질하며 비난만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좇아 요란떨지않고 묵묵히 따라갈 뿐이고 스크린 기저에 깔린 트랜트 레즈너의 음악은

그야말로 근래 들어봤던 사운드 트랙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NIN 시절의 음악보다도 훨씬 더 말이다.
(게다가 그의 사이트에 가면 $5.00에 OST를 다운받을 수 있다)
아마도 사운드트랙이 영화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힌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Zodiac/조디악]에서 느꼈던 느리고 무거운 호흡의 연출을 다시 한번 맞닥뜨린 영화.

 

 

 

 

9. [a Serious Man/씨리어스 맨] (2009)

directed by Ethan Coen, Joel Coen


유태계 물리학 교수 고프닉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어느 정도 잘난 인생을 이룬 사람이라고 봐도 좋다.
종신교수 임명을 눈 앞에 둔, 괜찮은 집에 사는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이니까.
하지만 고프닉에겐 난데없이 하나둘 그동안 누적된 재난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연달아 원투쓰리 콤보로.
인생의 가장 큰 성취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고민을 주체할 길이 없어 유태인답게 몇 명의 랍비를 찾아가 인생 고민을 상담하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수학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난해한 수식의 논리라는 점이다.

 

그런 그의 학문과 전혀 관계없이 그는 자신에게 닥친 이 모든 일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규명하지 못하고 랍비를 찾아간다.
영화가 블랙 코미디로 점철된 그야말로 코미디라고 보겠지만, 이 영화는 섬뜩하다.
고프닉이 지나치게 'serious'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닥치는 재난들의 무자비함이란 마지막에 몰려오는
거대한 토네이도와 변호사 선임비용 청구서처럼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을 종교적 신앙으로 현답을 구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다시피 이 영화 속에 종교적 믿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코엔 형제는 그렇게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연출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코엔 형제가 얘기하는 것은 유태계의 현답들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철학에 대해서일 것이다.
현실을 도피할 수도, 맞닥뜨릴 수도 없는 이에겐 슈레딩거의 고양이가 살고 죽을 경우를 수학식으로 증명하는 현명함도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이런 강박적인 현대인의 고민은 고프닉의 것만이 아닌 일반 대중 대부분이 짊어지고 사는 것들이니까.
마을을 향해 무섭게 휘몰아치며 다가오는 마지막 토네이도의 모습은 바로 그런 메타포가 아닐까?

 

 

 

 

8. [Kynodontas/Dogtooth/송곳니] (2009)

directed by Giorgos Lanthimos


[송곳니]는 가족에 대한 부조리극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정은 단순히 작은 울타리일 뿐인데 이걸 '1984'버전으로 확장하면 상당히 더... 섬뜩해진다.
그리고 온갖 가증스러운 작태로 언론을 통제하고 그릇된 정보를 양산하는 지금의 한국을 생각하면 더더욱 섬뜩해지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히 알아야할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혹은 그릇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남발하여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그 시점이야말로 모두가 바보가 되는 섬뜩한 세상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사안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도출할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따져가며 결과를 왜곡하는 황당한 상황을 우린 요즘 거의 매일 목도하고 있으니.
화목한 중산층 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힘을 가진 자에 의해 이용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고.
[송곳니]의 결말은 어떻게 보는 이에게 열려있지만, 결말과 관계없이 영원히 통제하고 종속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얘기한다.
이미 통제와 세뇌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린 수많은 영화에서 확인해왔으니까.

 

 

 

 

7. [옥희의 영화] (2010)

directed by 홍상수


20여번의 테이크. 그리고 즉흥적인 배우들의 애드립.
그 사이에 나온 가장 리얼한 결과물.
어쩌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옥희의 영화]는 또다른 기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유쾌하고 신랄하며, 개인의 가슴 속에 하나쯤 걸어메고 있을 법한 본성을 쉽게쉽게 풀어
스크린에 내다 거는 감독이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하면 난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그 얄팍한 캐릭터들의 찌질함들이 한없이 연민이 느껴지지 않나?
우리가 연애하면서 느껴왔던, 남들은 유치하게 바라볼 지언정 본인만은 세상 고민 다 짊어진 치열한 삶을 사는 것 같았던
그 순간을 냉소가 아닌, 애정으로 바라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 어느 나라의 감독에게서도 보기 힘들었던 리얼리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너, 나, 그리고 우리의 인생같은거 더 잘나지도, 더 못나지도, 배운 자와 덜 배운 자의 사고도 그닥 다를 바 없는 인생이라고 홍상수는 소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여전히 가장 충격적인 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지만 이야기를 던지며
관객에게 다가오는 작법은 이제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하하하]를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해서든 꼭... 보고 싶어졌다.

 

 

 


 

 

6. [Kick-Ass/킥 애스] (2010)

directed by Matthew Vaughn


짚고 넘어갈 것은, Matthew Vaughn(매튜 본) 감독이 자력구제의 리얼리티가 심각하리만치 반영된 [Harry Brown/(해리브라운)]의 제작자였다는 사실이다.
무엇때문에 매튜 본이 자경행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Kick-Ass/킥애스]는 마블 코믹스에서
뛰쳐나온 듯한 핑계를 대면서 '경찰들 따위는 엿이나 먹어'라고 말하는 듯 자경행위를 대놓고 보여주는 잔혹극이다.
게다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알게모르게 머릿 속에 인식되어버린 윤리의식 덕분에, 아직 초딩인 듯한 어린아이가 긴 창과
각종 무기로 어른들을 썰어버리는 씬은 도통 해괴한 온갖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면서 그 극렬한 액션에 흥분하면서, 또 악인을 처단해버리는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다른 한쪽의 뇌로는
'이것이 정말 윤리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는... 황당한 상황을 영화 내내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 정말 '윤리적인 것'이고, 지금 우리 머릿 속에서 혼란을 가하는 수많은 가치판단의 잣대는 무수히 많은
시스템의 편의를 위해 축적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하지만 경쾌하고 무엇보다 솔직하게 킥애스의 행적과 심경을 좇는 영화는 덕분에 강렬한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빅대디가 힛걸에게 마지막으로 움직임을 지시하는 장면은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기도 한다.
분명 후속작이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않는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의 킥애스를 더 기대하게 한다.

 

 

 

 

 

5. [Un Prophète/a Prophete/예언자] (2009)

directed by Jacques Audiard


전작 [the Beat that My Heart Skipeed/내 심장을 건너 뛴 박동]으로 경쟁사회에서 애초부터 '예외'된 밑바닥 인생으로 시작한 한 남자가 천부적인 음악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놀라운 호흡과 연출로 보여준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이다.

칸 영화제 수상작이기도 하고 전작의 강렬함으로 인해 나 역시 무척 기대했던 영화이고.
영화는 죄를 지어 6년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는 19세의 주인공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감옥에서 스스로 게임의 법칙을
터득하며 아슬아슬한 처세를 해가면서 정글의 룰을 스스로 익혀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아랍계인 주인공이 정글의 무수한 위협과 경쟁을 버티고 오르는 전형적인 느와르 장르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국민의 주권에 대한 '예외적 적용'이 가져온 구조적 빈민이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아 출신으로 자신이 세상을 버틸 건 몸뚱아리 밖에 없는,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에서조차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주인공 말릭. 범죄에 휘말려 그가 감옥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그는 조금씩 스스로
정글의 룰에 적응하고 이를 이용해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내용의 영화를 보면서 경쟁에 타의로 내몰린 이들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남을 짖밟고 올라서야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우리 사회, 아니 전지구적 현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
자크 오디아르 감독 역시 충분히 이러한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감옥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암투가 사실은 주인공 말릭이 외출을 얻어 나온 현실 세계에서도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이 영화를 통해 우린 볼 수 있으니까. 오히려 감옥을 나온 그 '자유'의 공기 속에서 말릭이 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감옥 내에서의 일상보다 더욱 잔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으니까.

 

 

 

 

 

4. [Toy Story 3/토이 스토리 3] (2010)

directed by Lee Unkrich


이 영화에서 보여준 조명의 사용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대한 픽사의 고민이 어느 관점인지 명확하게 알게 해준다.
기술의 진보가 과시를 위한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극대화하는 방법의 고민이란 점을 놀랍도록 진실되게 느끼게 해준다.
그 어떤 실사 영화보다 따뜻한 빛의 사용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이미 이것만 봐도 어떤 영화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영화의 끝자락에 이르러 aipharos님은 눈물을 펑펑 쏟았고,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져 혼이 났다.
슬픈 결말도 아니지 않나. 슬픈 장면이었다면 그토록 감동의 박수를 보냈을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살면서 슬프고
기뻐서 눈물을 흘릴 경우는 종종 있어도 잔잔한 감동에 눈물을 흘릴 일이 많이 있을까?
우리가 살아오면서 맺고 헤어진 모든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하는 이 장난감들의 우여곡절은 픽사 스튜디오가 지금 하고있는
근원적인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민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행복할 뿐이다.
다양한 인종과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철학으로 녹아 들어가있는 말이 필요없는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
픽사 애니메이션의 DVD나 블루레이를 갖고 계신 분은 서플먼트를 통해 픽사 스튜디오의 스탭들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조우하는 장면을 본 기억들 있으실 것이다.
그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픽사 스튜디오를 방문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러 뛰어 내려가는데 이 영화에는
그러한 존경의 마음이 이 영화 [토이 스토리 3]에 소소하게 담겨 있다.
한마디도 하지 않는(의도적인 오마쥬) 토토로 인형이 등장하는 것으로.

 

 

 

 

3. [Inception/인셉션] (2010)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이 영화를 16세때부터 구상을 했다는 놀란 감독의 말을 빌자면 적어도 그는 그 시절부터 이미 프로이트를 독파(?)했을
가능성이 있고, 아니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기본 뼈대에 이후의 인문학적 지식으로 살을 보탰을 수 있다.
프로이트의 책을 읽은 지 어언 20년이 넘어버린 나로선 이 영화에서 꿈과 기억과의 상반되면서도 근접한 관계, 무의식의 개념 정도만

어렴풋이 다시 유추해낼 수 있지만 사실 대중들이 이 영화를 볼 때 그러한 지식이 있냐없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로 영화의 구성과 편집 자체가 훌륭하다.
워쇼스키의 [매트릭스]가 장자의 철학과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을 뒤섞어 SF의 프레임 안에 존재론적인 질문을
짖궃게 해왔고, 최근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Mr.Nobody/미스터 노바디]는 대놓고 양자물리학과 엔트로피등을
영화 속에 기가막히게 버무리며 관람자로 하여금 탄성은 물론 나아가선 자신에 대한 성찰까지 유도했다면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역시 장자와 프로이트를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보다 훨씬 더 간결하고 단선적이면서 非철학적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대야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놀란이 영화 속의 '설계자'들의 힘을 빌어
펼쳐 보이는 꿈 속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받아 들이며 수월하게 흐름을 따라 다닐 수 있게 된다.
사실 이게 말이 쉬운 얘기지 이 정도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의 재능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다크 나이트]도 엄밀히 따지면 대단히 복잡한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중의적인 요소들, 철학적 질문을 수도 없이 해대는데
영화 자체는 너무나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지 않나.
특히 중반 이후 펼쳐지는 정교한 마술같은 스토리에는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느낌이 있더라.
동일 시간의 흐름선상에서 각각의 꿈이 흐르는 시간이 절대시간이 아니라 모두 상대적 시간이어서 사실 혼란스럽게
보여져야 함이 당연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동일한 시간의 흐름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꿈의 내용들을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완벽하게 섞어냈다.
막판에서의 단계적 킥(Kick)의 카타르시스는 그래서 정말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고.

 

 

 

 

2. [시(詩)] (2010)

directed by 이창동


정말 극 중 주인공 미자(윤정희)를 좇는 마음이 나중엔 힘겨웠다.
영화가 끝나고 aipharos님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엄청나게 울었고,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난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그 먹먹한 심경 때문에 영화를 본 후에도 그 깊은 여운이 너무나 오래 남았다.
감독으로서의 이창동, 문학가로서의 이창동이 얼마나 큰 산과도 같은 분인지 영화를 보면서 뼛속까지 사무치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시' 한 편을 써보는게 바램인 궁핍한 살림에 버릇없는 손주를 대신 키우는 할머니 미자는 세상의 몰염치와 부도덕 앞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한 항거를 마친다.
무섭게도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많은 인물들은 우리가 당장이라도 이웃으로 뒀을 법한 너무나 흔하고
평범한 사람들 뿐이고, 꽃을 좋아하고 아름다움에 경도되는 할머니 미자의 순수함은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사회일 뿐이다.
그 인생사는 동안 그럭저럭 남에게 피해 한 번 안주고 살아왔지만 손주의 일탈 앞에 그녀가 생각해온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파렴치한 현실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임진다.
언론, 정부, 사회... 모두가 던지고 아님 말고식의 무책임함, 전장에서의 shoot and forget처럼 그저 휘갈기듯 타이핑하면 그만이고,
 입으로만 서민을 떠들고 내뱉으면 그만이고, 뒷구멍으로는 날치기하고 외형적 복지예산만 남겨놓고는 한국이 복지국가란
황당한 소리나 지껄이는 이들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한국에서 미자가 보여준 행동은 가슴이 미어지듯한 복받치는 감정을 준다.
놀랍도록 아름답지만 무거운 영화.
*
윤정희씨의 연기는 처음에는 뭔가 어설픈 느낌이 있었는데 조금만 지나면 머리가 쭈볏해질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이 영화가 놀라운 각본 그대로의 생명력을 획득한 건 윤정희씨의 감동적인 연기 덕분일 것이다.
한 사람이 완벽하게 한 작품을 모두 끌고 가는 이 영화에서 윤정희씨가 보여준 연기는 아마 내가 앞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결코 잊기 힘든 명연으로 남을 것 같다.

 

 

 

 

 

1. [Das Weisse Band/the White Ribbon/화이트 리본] (2009)

directed by Michael Haneke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오래 전 극장에서 [Funny Game/퍼니 게임](리메이크말고) 본 것이었는데
그때 그 마지막의 불쾌감이 영... 떠나지 않아서 무척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뒤로 그의 다른 영화들인 [Benny's Video/베니의 비디오](92)나 [Hidden/Cache/히든](05),
[the Piano Teacher/피아니스트](01)등을 보면서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혹은 보고 싶지 않은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들춰내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풀어낸 시선에 익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하네케의 영화를 보고 나면 불편해지고 무거워진다. 언제나 결말의 여지를 관객들에게 던져 놓기 때문에.
그가 빈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그가 연출한 영화의 내러티브와 관련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가족과 미디어,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의 영화는 자본주의를 이루고 있는 최소의 유닛이라고 볼 수 있는 가족이 가진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내재된 폭력성,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발설하기 싫어하는 사회적 분위기등을 모두 배반하며 하나둘 잔혹하리만치 까발린다.
오랜만에 들고 온 장편 [화이트 리본]은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제는 노인이 된, 마을로 부임한 한 신임 교사의 눈과 독백을 통해 따라가는 영화 구조를 띈 흑백 영화다.
그 당시의 모습을 현실과의 괴리로서 장치한 흑백은 오히려 다큐적 특성을 강하게 띄고 있고, 이로서 마을 내에서 벌어지는
숨을 조이는 밀도와 영화적 상상력을 보다 더 극렬하게 끌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가 2차 대전 당시 독일 전체를 광기로 몰아넣었던 나찌즘이 그토록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파고들을 수 있었던 이유를 궁금해하고,

학문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수없이 연구되어 왔지만, 이 영화에선 2차 대전의 집단 광기로 이를 수 있었던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어른들이 만들어낸 세상을 그려냄으로써 아이들이 어떻게 순수함을 잃어가고 어른들의 세계에 동조하며,

시스템에 물들어가고 광기로 전염되는지를 여지없이 그려낸다.
그리고 하네케 감독은 흑백 필름을 사용한 이유를 현재와의 경계를 긋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지만, 순환적 역사관을
미루어 짐작컨대, 이와 동일한 폭력이 현재에도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으며,
인간의 근본적인 광기를 다시 부추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작 [화이트 리본]에선 이 정도로 과하게 얘기할 만큼의 폭력은 등장하지 않지만 작은 마을 안에서의 계층과 계층의 대립,
계급과 계급의 대립, 대립 속에서 싹트는 반목과 불신, 위태롭게 유지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에게
공공연하게 가해지는 정서적, 물리적, 성적, 종교적, 계급적 폭력이 모조리 보여지면서 보는 이들은
140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긴장감을 풀 수 없는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롱 테이크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빛의 명암을 기가막히게 배치하여 프레임 프레임간의 단절되지 않는
미묘한 긴장감을 기가막히게 연결해주고 있으며, 그 덕에 커다란 외침과 반전 한 번 없이도 충분히 보는 이를
전율케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그의 영화적 작법에 감히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아울러, 우리가 이토록 솔직히 바라볼 수 없는 비뚤어지고 부조리한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이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을 오염시키고, 이들이 어떻게 후에 집단적인 광기를 표출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게 된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의 욕구(아이들을 위한다는)에 의해 끊임없이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가고, 인생의 가치를
오로지 공부...경쟁에 의해 판단하게 하는 지금의 한국 부모들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정말... 단 한 번쯤은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아이들의 사회의 부조리를 방관하고 오히려 자양분삼아 자라나고, 국가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양심과 관리를 포기했을 때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도 어떤 끔찍한 일이 생길지를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지금의 이 부조리한 세태에 무작정 동참하고 볼 일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 연말결산합니다.
다른 해보다 유난히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_-;;; 항상 150편 이상을 매년 보는데 올해는 120편 정도에 그쳤고

그나마 복잡한 심경으로 인해 킬링타임용 영화를 더 많이 본 한 해 같네요.
그래서 50편을 꼽기도 불가능하고, 30편만 골라 봤습니다.
아래 사항은 참조해주세요.

* 아래 영화 이미지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제외하곤 모두 직접 스크린 캡쳐한 컷입니다.
* 아래 30편의 영화 중 1/3 이상은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국내에 전혀 개봉되거나 2차판권조차 없었던 영화는
  어둠의 경로로 봤습니다.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린 CGV VIP 멤버입니다.-_-;;;
* 2010년에 개봉된 영화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에 개봉했어도 2010년에 본 영화도 포함했습니다.
  덕분에 [a Single Man]같은 영화들이 올라와 있으니 이점 참조해주세요.
* 영화에 대한 간략한 리뷰는 철저히 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제 자신이 감히 영화에 순위를 정한다는 것,
  불편할 수 있으나 스스로 정리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올려 봅니다. 이해해주시길


 

 

 

 

30. [Mr. Nobody/미스터 노바디] (2009)

directed by Jaco Van Dormael


슈레딩거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심각한 물리학자들의 표정을 관객들로 대체하고,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슈레딩거의 고양이처럼 스크린에 투영시켜버린 영화.
대놓고 평행우주의 세상을 끌어오며, 지금 우리가 육체의 감각으로 인지하는 현실은 실재가 아닐 수 있다는,
그러니까 일종의 피론주의등을 빌어 입을 풀어도 복잡한 심경을 지울 수 없는 영화.
하지만 난데없이 120살이 넘은 채 동면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평행우주의 삶을
그대로 스스로 이해했을 때 그 자신이 아무도 아닌, Mr. Nobody라는 사실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를 보면 갑자기 궁금해진다. 정말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걸까?
종교적인 차원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우린 부모로부터 생물학적 유전인자를 물려받고 선택을 가늠할 인성의 상당부분을
이미 결정지은 채 태어났는데 우린 정말 자유의지로 우리의 선택을 판단하고 있을까?
결국엔 불가지론에 다다르는 몹쓸, 미천한 지식이지만 이 영화는 그 어떤 선택의 순간이었더라도 후회없고,
치열하고 아름답게 살겠노라...또는 살았노라라는 역설적인 인생 찬가로 보인다.

 

 

 

 

29. [an Education/에듀케이션] (2009)

directed by Lone Scherfig 


이런 부류의 영화는 남녀가 만나는 장면만 봐도 대강 그들의 결말이 그려진다.
재밌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런 첫사랑의 열병같은(?) 혹은 어찌보면 위험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자신의 여러 기억들(남에게 들었던 타인의 이야기 또는 자신의 경험)을 조합하고 이입시키며 충실히 본다.
이건 제니(캐리 멀리건)의 성장 영화일 수 있지만 역으로 결코 타협하기 힘든 현실과 순수한 이성과의 충돌에 대한
다소 씁쓸한 풍자이기도 하다.

우린 영화를 보면서 파국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감정이 휩쓸고 간 공허한 자리에 남아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제니에겐 '교육'이란 말로는 위로할 수 없는 잔혹한 어른의 감정만 남는다.
캐리 멀리건과 이완 맥그리거의 호흡이 훌륭했던 영화.

 

 


 

 

28. [Shutter Island/셔터 아일랜드] (2010)

directed by Martin Scorsese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히려 이렇게 내재된 고통과 거부하고 싶은 아픔을 외향적으로 터뜨리는 연기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표출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야하는 [무간도]의 양조위역을 [Departed]에서 할 때의 어색함은 확실히 이 영화에선 없었다.
게다가 그 주위에서 보여주는 조연들의 연기 역시 정말 훌륭하고.

이런 영화를 볼 때 감독의 연출 능력이 배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물론...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던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봤던 [Departed]도 마틴 스콜시즈의 영화지만.)
고립된 섬과도 같은 이 영화의 배경은 제목과 딱 맞게도 고통으로부터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이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영화엔 반전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영화의 반전에 집중하면
정작 무얼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를 망각할 경우가 너무 많으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테디라는 인물이 그려낸 사실상 거대한 정신병동이 셔터 아일랜드 그 자체가 아닐까.
아무튼 고전적인 영화적 방법론을 현대적으로 풀어 내는 마틴 스콜시즈의 놀라운 능력에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다.

 

 

 

 

 

27. [Despicable Me/슈퍼배드] (2010)

directed by Pierre Coffin, Chris Renaud


간혹 시놉시스를 깡그리 무시할 만큼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이 존재하기도 한다.
딱... 이 영화 [Despicable Me/슈퍼배드]가 그렇다고 봐야하지 않나?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러시아 발음 잔뜩 섞인 악당 캐릭터 '그루'의 존재감은 요즘 하는 말로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 그 자체였다.
일렬주차를 할 때도 앞뒤 차야 어찌됐건 밀어부쳐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단순히 아이들을 겁주는게 아니라 궁금증이나 기대를 갖게 한 뒤

가차없이 이를 배반하며 주는 괴롭힘을 행하고는 낄낄 웃는 그루의 캐릭터는 어지간한 애니매이션에선 보기 힘든 존재감이 있었다.
그랬던 그가 아이들 셋 입양하면서 순식간에 순한 양이 되고, 가족의 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설정은
분명...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이건 분명히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점.
이건 팝콘 사들고 콜라들고 아동용 쿠션을 깔고 앉아 볼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납득한다면,
영화적 재미가 남게 된다. 그리고 그 영화적 재미라는 건 생각보다 매우 강렬한 편이고.

 

 

 

 

26. [the Town/더 타운] (2010)

directed by Ben Affleck

벤 에플렉의 야심작.
그가 감독으로서 충분한 재능 이상을 갖고 있음을 만방에 알린 영화.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를 연상케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이래저래 비교는 되겠지만 캐릭터의 입체감이 부족한 점을 제외하면 그닥 눌릴 영화도 아니다.

다만, 얘기했듯 우리가 흔히 봐왔을 법한 캐릭터는 익숙하지만 몰입도는 떨어진다.
(뭐 그렇다고 되도않는 캐릭터 만든다고 오버하는 여러 영화같은 우는 범하지 않지만)
보스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이기에 찰스타운, 펜웨이 파크, BPD등 보스톤의 디테일을 잘 살려냈고, 방향성이 확실한 시가전과

긴박감의 리듬을 놓치지 않는 편집과 카메라 워크등 앞으로의 작품 행보에 기대를 가질만한 연출자로서의 역량을 확실히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 어둠의 경로를 통해 봤으나 1월 개봉시 다시 한번 극장에서 볼 예정이다.
(어둠의 경로로 보실 분들 영어 자신없으면 그냥 참으시라. 이 영화 자막은 재앙수준이다)

 

 

 

 

25.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1/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1] (2010)

directed by David Yates


David Yates 감독이 본격적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후부터 내게 해리 포터의 극장판은
그닥 큰 매력은 없는,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의 킬링타임 프렌차이즈 영화처럼 인식되었다.
늘 영화관에서 민성군과 보지만 이런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마음 속엔 늘 3편이 가장 훌륭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민성군이 [죽음의 성물 part 1]을 보기 전에 복습한다며 해리포터 1편부터 6편까지를 다 볼 때
나와 aipharos님도 함께 4편부터 봤는데 오히려... 극장에서 볼 때보다 집에서 다시 보는게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기나긴 시리즈가 이제 내년 여름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책이야 진작에 마무리되었고,

영화에 출연하는 주인공들은 이젠 훌쩍 청년이 되어버렸지만 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행동으로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세상이 다 무너져버린 듯한 [죽음의 성물 part 1]에서 우린 지금의 한국을 바라보게 된다.
롤링 여사가 몇년 후의 한국을 예상하고 글을 썼을 리도 없고,

이건 다분히 파시즘이 되살아난 현대판 망령에 대한 비유일 수 있지만, 볼드모트의 사악함으로 장악한 마법의 나라는 딱... 지금의 한국 꼬락서니를 하고 있다.
영화는 현실보다는 나은 편이다. 거기엔 엑스펠리아무스같은 마법을 쏘며,

혁혁한 실력을 자랑하는 마법사들이 거대한 악의 권력에 대항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싸움이라도 하니 말이다.
이야기가 세어버렸지만... 이렇게 처절하리만치 절망적인 세상을 그려낸 이번 해리포터 시리즈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앞으로 다가올 마지막 시리즈가 더더욱 기대가 된다.

 

 

 

 

 

24. [Flipped/플립] (2010)

directed by Rob Reiner


사랑을 하면 콩깍지가 씌운다고들 한다.
상대방의 모든 단점까지 자신이 평생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사랑할 것 같은
그런 다소 맹목적인 콩깍지. 사람들은 이걸 '사랑의 마법'에 취했다고들 한다.
로브 라이너가 이 아름답고 빛나는 청춘영화의 배경을 60년대로 취한 것은 원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빈부 격차가 적었고, 노동의 땀만큼 적절히 보상받았던 유일한 시기가 60년대였고
그 풍성한 시간에서 아날로그적인 교류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시기가 또한 그때이기도 했다.
줄리가 속깊고 영롱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사실은 또래의 아이들과 그닥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순간 상대방인 브라이스는 깊은 마음과 다른 눈을 가진 줄리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안그래도 성장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따스한 시선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상엔 줄리같은 아이가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며
그걸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랑의 첫 단계라는 걸 이 영화는 너무나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결코 감정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말이다.
민성이와 함께 정말 즐겁게 본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엉터리 환상만 잔뜩 불어넣는 [High School Musicical]을 민성군이 본 이후 눈 정화, 마음 정화 차원에서 함께 본 영화였다)

 

 

 

 

 

23. [Please Give/플리즈 기브] (2010)

directed by Nicole Holofcener


미국의 중산층을 다루는 미국 영화씬의 시선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Ordinary People/보통사람들] 이후에 그닥 달라진 바는 없다.

다만 보다 신랄하게 솔직해지고 교감이 위선적으로나마 지탱되던 모습마저 거세했다는 것 정도가 달라진 거라 보겠지만.
[Please Give/플리즈 기브]는 단순히 미국 중산층 가정의 위태로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지나칠 정도로 평온해서 알렉스의 위태로운 감정이 전혀... 위기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까.
온전한 사랑(가족애나 이성애, 또는 박애주의)을 얘기할 수 없는 가면의 감정들이 가득한 일상에서 아주 우연한 자성의 계기로 인해 감상적인 박애주의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는 주인공 케이트와 난데없이 그닥 진지하지도 않게 욕망에 따라 유혹을 좇는 남편 알렉스,

평범하지만 따뜻한 사랑을 따라나서는 옆집 처녀 레베카등의 평범한 이야기다.
중산층의 위선이 분명한 한계를 갖게 되는 얄팍한 자성으로 변화하고 그 순간에 머무르는 이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분명히 평가가 확연히 갈리겠지만 오히려 더 깊은 자성으로 오버하는 비현실적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내겐 더 공감이 가고 인상도 깊게 남더라는...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결국엔 관계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되뇌고 자신을 반성하는 모든 동기는 역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22. [Easy A/이지 A] (2010)

directed by Will Gluck


거짓말이 불러온 소문. 그리고 거침없이 자신들의 자극을 위해 확대재생산되는 소문이 한 사람의 모든 인성 자체를 결정지어버리는 이 코미디는

어느 미국의 한 고등학교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다행히도 이 영화의 주인공 올리브(엠마 스톤)는 이런 와중에도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이 있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해심 극강의 부모가 주위에 있으며, 게다가 그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킹카까지 있으니 뭐... 이런 소문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을 것 같다.
게다가 이 모든 소문이 SN 한방에 정리되지 않나. 누구나 알 듯 이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니 이 영화의 설정은 따지고보면 이 모든게 다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성장의 고통을 이토록 바보같을 정도의
낙관스러움으로 일관한 영화는 현실을 왜곡하는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밌고 인상적이다. 스스로 주홍글씨 표식을 가슴에 붙이고 그 상황을 즐기는 그녀의 도도함과
당당함이 오히려 이 시대엔 더 필요하기도 하고, 이런 풋풋한 감정들이 영화 속에만 있지 않을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도 갖게 된다.
영화 속에선 모두가 희화화되었지만 실상 이러한 대립적인 존재들이 실생활에서 갈등할 때 얼마나 심각할까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접게 해준,

그러니까 이 영화는 바램의 영화에 지나지 않는 환타지지만 그 자체로 꿈꿔볼 만한 학창생활의
기억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내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참... 황당한 얘기지.
*
이 영화에서의 엠마 스톤은 너무나... 예쁘더라.-_-;;; 완전 반했음.

 

 

 

 

 

21. [Scott Pilgrim vs. the World/스콧 필그림] (2010)

directed by Edgar Wright


감독이 에드가 라이트라는 점부터 기대 만빵이었던 영화.
그의 전작들이 모두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다는 점에서 기대할 수 밖에 없었던 영화다.
원래 만화가 원작이고 그 인기로 게임까지 나온 상황이라 영화는 철저하게 만화와 게임의 룰을 따른다.
어찌보면 단순히 여친의 전남친과 아케이드 게임룰을 따라 싸우는 연애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선 어떤 하이틴 로맨스물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자기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괴팍한 설득력으로 던져준다.
자신에 대한 성찰은 온데간데없이 타인과의 얄팍한 관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더욱 심해지는
요즘 사랑의 감정에 앞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존중이 먼저라는 철학만큼은 확고한 영화.
그러면서도 사춘기의 복잡한 연애감정은 그대로 드러내 이걸 그래픽으로 바르는 에드가 라이트의 능력에는 박수를 보낼 뿐이다.
그런데... 다음엔 꼭 다시 [Shaun of the Dead/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Hot Fuzz/뜨거운 녀석들]같은 영화로 다시 돌아와주삼.

 

 

 

 

20. [空氣人形/Air Doll/공기인형] (2009)

directed by 是枝裕和(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DVD박스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영화를 본 건 오직 [하나(花よりもなほ)]
뿐이었다. 그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못보고 있는 이유는 예전에 언급한 바 있는 한심한 이유이니 생략하고.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배두나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도 없고, 빼놓고는 말이 되지도 않는다.
그녀가 주연을 맡으면서 단순한 판타지가 생명을 얻고 현실을 획득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도 그녀의 실제 모습과는 상관없이 4차원 캐릭터라는 인식이 필름 속 공기인형의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어
그녀가 연기하는 공간 자체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그녀에겐 있다.
은근히 에로틱한 장면들이 사실상 넘쳐나는 건 그녀가 섹스토이라는 설정때문인데 덕분에 에이타와의 섹스나
다른 이와의 섹스가 형언하기 힘든 묘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주면서 백지와도 같은 공기인형의 캐릭터에 몰입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딱히 꼬집어서 '바로 이 영화다'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역대 필모 중
가장 평범한 영화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마치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의 퓨어 소프트 버전같은 결말은
현실에서의 순수한 판타지의 종식같은 생각이 들어서 무척 여운이 깊었다.

 

 

 

 

19. [a Single Man/싱글맨] (2009)

directed by Tom Ford


감독이 톰 포드다.
어쩌면 지금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의 얼굴에 씌여있을 안경의 디자이너일 수도 있는, 구찌의 디자이너였던. 감독 데뷔작이라고 보기엔

놀랍도록 인상적인 영화임에 분명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너무나 스타일이 넘치는 지라 연인을 잃고 목숨까지 끊으려는 조지(콜린 퍼스)의 괴로운 심경이

그 넘쳐나는 스타일과 배경음악등에 묻혀버린 느낌마저 든다.
육체가 에로스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마치 뭔가 대단한 DP용 매개체같은 느낌으로 그려지는 초반부도 보는 이가 뻘줌해지는 이유기기도 하고.
그런데도 이 영화를 거부하기는 쉽지가 않다. 넘쳐나는 럭셔리한 스타일링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흐르는
조지의 감정과 심경의 변화는 매우 세밀하게 표현되고 있고, 동성애도 이성애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의 종류라는 사실을 일반의 거부감을 넘어서 충실하게 묘사한다.
문학적인(어셔우드의 원작) 전달을 애당초 생각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싶지만 이 넘쳐나는 패셔너블한 스타일 속에서도
거부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느낌. 이 모든 걸 다 감안해도 콜린 퍼스의 연기는 정말... 매혹적이다.


 

 

 

18. [the Ghost Writer/고스트 라이터] (2010)

directed by Roman Polanski


남의 인생을 가공하는 대필 작가가 전임의 죽음으로 전 영국 수상의 자서전을 맡게 되나 그 배후의 음모를 알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개인이 권력의 자장 안에 발을 들여놨을 때 그 생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다가오는 신상의 위협에 대한 이야기.
익숙한 이야기지만 폴란스키는 그답게 격조를 지키며 군더더기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등장하는 전 영국수상 아담 랭은 누가봐도 블레어를 지칭하는 듯하고, 그가 사실은 미국의 CIA였다는 식의 음모론은
어찌보면 가당치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블레어는 CIA의 개같은 놈이었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의 아담 랭은 그야말로 무기력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지만, 더 큰 배후는 다른 데 있다는 것도
블레어 따위가 하야해봐야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런 영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냉소가 이 영화엔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은 폴란스키의 건조한 연출에 힘입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고.

 

 

 

 

17.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2009)

directed by Wes Anderson


[the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 이후로 그닥 인상적이지 못했던 Wes Anderson 감독이 과거의 총명함을
다시 보여준 영화가 유명한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의외이긴 했다.
블랙 코미디가 전편에 흐르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생존권을 박탈당한 동물들의 '생존'에 처절한 이야기이고,
동시에 다시는 야생의 본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과, 야생의 삶에서의 끝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 지를 얘기하는
결코 가벼운 발랑발랑 애니메이션이 아니다.(폭스가 늑대를 보고 마지막에 흘리는 눈물과 그를 응원하는 제스쳐를 보면 가슴이 찡하다)
야생동물들의 처절한 생존권에 관한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이건 우리들의 삶 속에 깊숙히 침범한 거대 자본들에 대한 우화일 수도 있다.
공동체와 개인을 파괴하며 사유조직을 자본으로 무장하는 지금 우리들 세상이 이 애니메이션엔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으니까.
아무튼 범상치 않은 놀라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16. [의형제] (2009)

directed by 장훈


장훈 감독과 김기덕 감독에 대한 기사가 나가면서 이런저런 말이 많다.
그 이면엔 장PD에 대한 얘기도 있는데 이제 알 만한 사람들 알겠지만 이건 ㅅPD와 김기덕 감독의 문제이고,
또다시 그 뒤에는 S배급사의 황당한 작태가 있다고 본다. 항간에는 김기덕 감독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고들 하나
당연히 고집할 부분을 고집했다고 말하는 이들의 의견에 훨씬 무게가 실린다.
아무쪼록... 장훈 감독과 김기덕 감독은 이미 화해를 했다고 하니 김기덕 감독님도 상심을 벗고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이미 그분 아래있던 감독들이 서서히 한국 영화의 미래들로 대두되고 있지 않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감독인 장철수 감독도 그렇고.
아무튼 [의형제]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앙상블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 독특한 영화다.
이 영화는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일 수 있지만 이데올로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지극히 평범한 보편적 진리를 실감있게 다룬다.
물론, 난 지금도 정말 이데올로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명제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게 가능한 얘기야?'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지만,
여기선 빨갱이 새끼들이라고 거침없이 내뱉던 송강호와 비록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갈 이유로 '주체사상'을 입에 담는 강동원이지만
맞부대끼고 지내면서 한 인간의 삶과 사고를 통으로 지배하는 사상적 울타리를 뛰어넘는 교감을 갖는다 .
상당히 오버인건 알겠는데 그럼 난 현실 세상에서 나에게 되묻는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라고.
정말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랑 내가 친구가 되는 게 가능한 일일까?라고.

 

 

 

 

15. [How to Train Your Dragon/드래곤 길들이기] (2010)

directed by Dean DeBlois, Chris Sanders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치부할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쉽게 다가오지만 메시지도 명확하고 상상할 수 있는 걸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까지 이뤄진 터라
애니메이션이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의식은 무궁무진해졌고. 놀라운 CG 퀄리티로 날 놀래킨 이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나와 다른 존재와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립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방법을 '용 길들이기'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반목한다는 이유로 정의 또는 생존권을 가장한 명목으로 무력을 행사하려는 바이킹족의 이야기는
딱... 지금 시절의 초라한 종이강대국의 모습과도 오버랩되고.
다른 걸 떠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놀라운 몰입도와 [아바타]를 발라 버리는 놀라운 활공 액션이다.
우스꽝스럽거나 귀엽기까지한 용들의 활공 액션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며, 후미 꼬리 한 쪽을 잃어 주인공과
보조를 맞춰야만 제대로 날 수 있는 설정 또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민성군의 말에 의하면 이 영화는 동화와는 설정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ㅎㅎㅎ

 

 

 

 

 

14. [Fish Tank/피쉬탱크] (2009)

directed by Andrea Arnold


[Wendy and Lucy/웬디 앤 루시]에서 우린 아무 것도 가진 것없이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간 디스토피아를 향해
정처없이 눈동자의 촛점을 잃은채 내몰리는 주인공을 바라본 바 있다.
우린 이 모든게 정치와 상관없다고 믿곤 한다. 저 개같은 정치인들로부터 신경만 끄면 될 거라고 생각해왔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들의 행위 하나하나가 우리들의 실제 삶에, 그것도 끼니를 떼우는 일에 엄청나게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와 내 자식이 미래에 걸 수 있는 희망의 동앗줄도 그들의 행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비극은 그저 우리 삶과 우리 삶의 주변에서만 벌어진다.
나와 정치와의 갈등이 아니라, 내가 소속한 가정과 학교 또는 직장, 이웃등의 준거집단에서의 갈등으로 말이지. 그 결과 피폐해지고 쓰러지는 건 개개인이다.
[피쉬탱크]는 댄서를 꿈꾸는 거칠지만 오히려 순수한 미아(케이티 자비스)의 며칠간의 좌충우돌을 묵묵하게 따라간다.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 보내야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한 번 춤을 추는 것 뿐.

동생을 향해 고개를 돌리곤 사라지는 미아의 모습은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긴다.

 

 

 


 

 

13. [Up in the Air/인 디 에어] (2009)

directed by Jason Reitman


하루가 멀다하고 무너지는 수많은 업체들, 그 와중에 보다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사람들. 이 영화는 그렇게 쫓겨나는 사람들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쫓아내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것도 아니다. 라이언 빙엄(조지 클루니)는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해고를 통지하는 당사자지만
그는 그 회사와는 그닥 관계도 없는 파견회사 용역일 뿐이다. 해고조차 떳떳하게 자신들이 하지 못해 대행업체를 부르고 이렇듯
라이언 빙엄같은 해고전문가가 횡행하는 현실이 지금 미국의 현실이다.
그 와중에 해고통지를 받은 이들은 암담함에 정신적 혼란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그런 이들의 표정을 이 영화는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건, 해고하는 자와 해고당하는 자가 있음에도 정작 정말 이들 뒤에서 해고를 종용하는
근본적인 당사자와 시스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말도 안되는 해고 이후의 라이프플랜을 던져놓고는 수용하라는 모습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구조조정이 비일비재한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그닥 다를바 없다.
영화 속에서는 해고를 하는 자와 당하는 자에 대한 대립적 이야기가 아니라 이 영화는 경제 불황으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 그들이 아메리칸 이데올로기로 숭상하기까지 한 '가족 시스템'마저 붕괴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이 거대한 시스템의 희생자임을 모른채 스스로를 다그치고 상처받고 괴로워한다.
물론 영화는 그들의 모습들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그리지도 않고, 희화화하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의 관계와 이들이 대상을 해고하는 모습 역시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연민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마지막 라이언 빙엄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 중 한 편.

 

 

 

 

12. [Sin Nombre/신 놈브레] (2009)

directed by Cary Fukunaga


도대체 남미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콜럼비아의 마약 운반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 [Maria Full of Grace]와 브라질의 빈민촌의 만연한 폭력을 묘사한
[City of God/씨티 오브 갓]을 필두로 남미가 어떤 현실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많은 영화들을 이젠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아... 그래도 우린 저 모양이 아니라 다행이다'... 이런 위안?
늘상 반복되는 말이지만, 국가가 사회적 안전망을 방치했을 때 민초들에게 어떤 삶이 펼쳐지는
지는 지난 20년간 남미 국가들이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저 잔혹한 현실이 일말의 과장도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은 보는 내내 마음을 갑갑하게 한다.
극적인 느낌을 위해 설정된 커플의 이야기는 초반 쉽게 몰입이 힘들었지만 살인과 폭력을 통해 성장하는
저 아이들의 눈 속에 비쳐진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 현실 고발적인 영화들이 우리들 주변에 수없이 펼쳐지고, 서점에선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해주지 않은 23가지'가 베스트셀러를 질주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서서히 변화할 수 있을까?
단지 깨어있는 집단 지성만으로?

 

 

 

 

11. [Winter's Bone/윈터스본] (2010)

directed by Debra Granik


암담한 소녀 가장이 헤쳐나가야하는 매몰찬 현실을 러닝타임 동안 목도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리 역을 열연한 제니퍼 로렌스의 놀라운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사라진, 아마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를 찾아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역의 범죄 공동체를 헤집고 다니는 비참한 현실로부터 이 영화는 그 어떤 책임없는 희망따위는 얘기하지도 않는다.
시스템이 공적인 책임을 거부하거나 방임하기 시작할 때 빈곤을 감당해야하는 건 바로 아이들 자신이고,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온 몸으로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데브라 그래닉 감독은 이 지난한 소녀의 여정을 동정을 빼고 좇아간다. 다큐의 형식도 결코 아니지만,
영화 속의 현실이 미국의 현실에서 그닥 멀리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이 영화의 리얼리즘에 대한
해외 평론가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찬사 일색이었던 것 같다.
과연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없다는게 답답하기도 하고.

 

 

 

 

 

 

 

[Das Weisse Band/ the White Ribbon / 화이트 리본]
Directed by Michael Haneke (미카엘 하네케)
2010 / 142분 / 독일

본다본다...하다가 이제서야 봤다.
개봉한 줄도 모르고 지내다 놓치고 말았으니 말 다했고...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오래 전 극장에서 [Funny Game/퍼니 게임](리메이크말고) 본 것이었는데
그때 그 마지막의 불쾌감이 영... 떠나지 않아서 무척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뒤로 그의 다른 영화들인 [Benny's Video/베니의 비디오](92)나 [Hidden/Cache/히든](05),
[the Piano Teacher/피아니스트](01)등을 보면서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혹은 보고 싶지 않은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들춰내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풀어낸 시선에 익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하네케의 영화를 보고 나면 불편해지고 무거워진다.
언제나 결말의 여지를 관객들에게 던져 놓기 때문에.

그가 빈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그가 연출한 영화의 내러티브와 관련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가족과 미디어,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의 영화는 자본주의를 이루고 있는 최소의 유닛이라고 볼 수 있는
가족이 가진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내재된 폭력성,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발설하기 싫어하는
사회적 분위기등을 모두 배반하며 하나둘 잔혹하리만치 까발린다.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해외의 리뷰를 읽어버리는 바람에...) 미루고 있는 [Le Temps du Loup/늑대의 시간]
그 극단에 이르렀다고 하니... 잔혹한 장면 거의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그의 영화가 심리적으로 주는 압박감이란 대놓고
폭력을 보여주는 영화의 중압감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무겁고 힘들다.

오랜만에 들고 온 장편 [화이트 리본]은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제는 노인이 된,
마을로 부임한 한 신임 교사의 눈과 독백을 통해 따라가는 영화 구조를 띈 흑백 영화다.
그 당시의 모습을 현실과의 괴리로서 장치한 흑백은 오히려 다큐적 특성을 강하게 띄고 있고,
이로서 마을 내에서 벌어지는 숨을 조이는 밀도와 영화적 상상력을 보다 더 극렬하게 끌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가 2차 대전 당시 독일 전체를 광기로 몰아넣었던 나찌즘이 그토록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파고들을 수 있었던 이유를
궁금해하고, 학문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수없이 연구되어 왔지만, 이 영화에선 2차 대전의 집단 광기로 이를 수 있었던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어른들이 만들어낸 세상을 그려냄으로써 아이들이 어떻게 순수함을 잃어가고 어른들의 세계에 동조하며,
시스템에 물들어가고 광기로 전염되는지를 여지없이 그려낸다.
그리고 하네케 감독은 흑백 필름을 사용한 이유를 현재와의 경계를 긋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지만, 순환적 역사를 감안하여
미루어 짐작컨대, 이와 동일한 폭력이 현재에도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으며, 인간의 근본적인 광기를 다시 부추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정작 [화이트 리본]에선 이 정도로 과하게 얘기할 만큼의 폭력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마을 안에서의 계층과 계층의 대립, 계급과 계급의 대립, 대립 속에서 싹트는 반목과 불신, 위태롭게 유지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에게 공공연하게 가해지는 정서적, 물리적, 성적, 종교적, 계급적 폭력이 모조리 보여지면서
보는 이들은 140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긴장감을 풀 수 없는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롱 테이크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빛의 명암을 기가막히게 배치하여 프레임 프레임간의 단절되지 않는 미묘한 긴장감을
기가막히게 연결해주고 있으며, 그 덕에 커다란 외침과 반전 한 번 없이도 충분히 보는 이를 전율케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그의 영화적 작법에 감히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아울러, 우리가 이토록 솔직히 바라볼 수 없는 비뚤어지고 부조리한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이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을 오염시키고,
 이들이 어떻게 후에 집단적인 광기를 표출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게 된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의 욕구(아이들을 위한다는)에 의해 끊임없이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가고, 인생의 가치를 오로지 공부...경쟁에 의해
판단하게 하는 지금의 한국 부모들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정말... 단 한 번쯤은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아이들의 사회의 부조리를 방관하고 오히려 자양분삼아 자라나고, 국가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양심과 관리를 포기했을 때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도 어떤 끔찍한 일이 생길지를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지금의 이 부조리한 세태에 무작정 동참하고 볼 일일까?

단언컨대,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다.

 

 

 

 

 

 


[the American/ 미국인]
directed by Anton Corbijn

 

 

 

 

 

 

 

 

 

 

 

Castel del Monte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감독 이름을 모른 채로 보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이태리 영화의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일상적인 삶이 피폐해질 정도로 강박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이는 오로지
아름다운 클라라(Violante Placido)뿐이지만 그가 온전하게 믿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영화제목이 왜 '미국인'인지 의아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정치적인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원작은 90년에 쓰여진 유명한 책이어서 이후의 급격하게 변화된 미국의 강박적 정서를 담아낸 것은 아니겠지만
언제나 현실을 반영하는 필름을 생각해보면 이런 해석도 억지는 아닌 것 같다.
굳이 그런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따지고보면 진부한 소재에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를 잘 살려내는 배우들의 매력이 만만찮고, 인상적인 프레임이
자주 등장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매우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물론... 이와 비슷한 느낌인 Martin McDonagh(마틴 맥도나) 감독의 [In Bruges/인 브뤼헤]만큼의 잔인하고도
깊은 여운은 아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다.
해외의 평가는 그닥 호의적이지만은 않지만 난 감독의 전작인 [Control/컨트롤]만큼 인상깊다.
뭣보다 네오 리얼리즘의 흔적을 곳곳에 담은 카메라 워크도 정말 인상적이었고.



'Mount Hood' - Hauschka


*
영화를 본 후 이것저것 음악을 듣다가 Hauschka의 올해 음반을 듣는데 묘하게... 영화의 느낌과 어울려
유투브를 찾았으나 해당 곡은 자료가 없어 그냥 올려봤다.

**
영화 속 나오는 서부극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the West]다.

***
Castel del Monte의 골목을 잡아내는 영화의 프레임은 다분히 Brassai(브라사이)의 사진 작품을 연상케한다.
감독이 사진작가 출신이라서 그런건지... 자꾸만 브라사이의 사진들과 겹쳐 보인다.

 

 

 

 

 

 

 

 

 

 

 

 

 

[Toy Story 3]
directed by Lee Unkrich
2010 / US
Tom Hanks, Tim Allen, Joan Cusack, Ned Beatty

처음 Pixar(픽사)가 [Toy Story/토이 스토리]를 들고 나왔을 때, 전 그닥 흥미없었습니다.
그 놀라운 기술적 혁신을 눈 앞에 두고도, 솔직히 전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어요.
오직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가 최고라고 생각했었고, 유럽의 그 놀라운 작화가 빛나는 애니메이션들을
현학적으로 읊고 아는 체하곤 했었죠.
하지만 그 이후 빛나는 픽사의 작품들을 연달아 접하고선 지금의 '픽사'는 제게 절대적인 신뢰 그 자체입니다.
한동안 제가 '지브리 스튜디오'에 느꼈던 바로 그런 신뢰와 마찬가지로 말이죠.
픽사의 신작이 나오면 그 소재가 어떻든간에 무조건 봐야하는 거고, 본 이후에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으니
이런 집단이 당췌 또 어디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갖게 됩니다.
그런 그들이 [Toy Story 3/토이 스토리 3]를 들고 나왔습니다.
간사하게도 이전 [토이 스토리] 두 편엔 관심조차 없었으면서(물론 보긴 했습니다) 픽사가 신작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흥분하며 기대했었죠.
극장에서 보려고 두어번 시도했지만, 자막을 꼭 보고 싶은데 자막을 상영하는 영화관도 정말... 거의 없었고,
그나마 금새 교차상영으로 볼 수 없는 시간대에만 줄창 해대더니 결국 없어져버렸습니다.
더빙하시는 국내 성우분들께 죄송하지만 전 그냥 원어로 듣고 자막판을 보는 걸 선호하거든요.
그렇게 아쉬움 속에서 놓치고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아쉬워하다가 며칠 전 이 영화를 aipharos님, 민성군과 함께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pharos님은 이 영화의 후반부에 눈물을 펑펑 쏟았고, 저도 눈시울이 붉어져 혼났습니다.
슬픈 결말이냐구요??? 차라리 슬픈 결말이라면 이토록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슬플 때 확실히 슬퍼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영화는 은근히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 오면서 맺고 헤어지는
모든 인연에 대한 정중한 따스함이 담긴 영화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인연을 다룬 영화는 말미에 입가에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하지만, 이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입가에 흐뭇한 웃음의 차원을 가볍게 넘어 형언하기 힘든 따스한 벅찬 감동을 전해 줍니다.
이 라스트 10분은... 정말이지 놀라운 장면이에요.
우리가 쉽게 잊고 가볍게 치부할 작은 인연들에 대해 이 영화는 '쉽게 잊지말라'고 당부합니다.
손쉽게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얻고, 지나치게 빠르게 변해가기 때문에 그만큼 가볍게 여길 수 밖에 없는
모든 존재와의 관계를 뒤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놀랍지 않나요? 아날로그보다 더 빛나는 따스한 감성으로 캐릭터와 세상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어떤 영화도 주기 힘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 아닌가요?

*
픽사 애니메이션의 DVD나 블루레이를 갖고 계신 분은 서플먼트를 통해 픽사 스튜디오의 스탭들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조우하는 장면을 본 기억들 있으실 겁니다.
그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픽사 스튜디오를 방문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러 뛰어 내려가죠.
그 존경의 마음이 이 영화 [토이 스토리 3]에 소소하게 담겨 있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는(의도적인 오마쥬) 토토로 인형이 등장하는거죠.


**
단순하게 감동만 주는게 아니라 이 영화는 각양각색의 인종과 문화를 포용하려는 메시지도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의외로 이 영화가 비유하는 보육원 내에서의 폭압적 표현은 상당히 강한 편 같습니다.

 

 

 

 

 

 

 

 

[Machete]
Directed by Robert Rodriguez
2010 / US
Danny Trejo, Robert De Niro, Michelle Rodriguez, Jessica Alba, Steven Seagal, Don Johnson, Lindsay Lohan


이게...딱히 부시정권에서 가열된 반이민정책이 아닙니다.
이미 클린턴 정부 시절 5년간 10억불을 쳐부우면서 '국경수비작전'을 펼쳤죠..
2007년엔 우리 돈 6조원을 들여 이중철조망을 설치한다고 나섰고.
이쯤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불법이민자들이 자국으로 유입되면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들을 감안하면 자국민들 보호의 차원에서라도
불법이민자들을 막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기는거죠.
원론적으론 '맞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멕시코에서 엄청나게 증가한 미국 불법입국자들의 증가는 엄밀히 말해 미국의 책임도 큽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NAFTA를 맺은 뒤 멕시코의 부유층은 세계적 거부로 성장하기까지 했지만 민초들의 삶은 완전히 피폐 그 자체죠.
몇 번 얘기했다시피 그 정도되는 자본주의화가 이뤄진 나라에서 무장항거세력이 등장한다는 것은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NAFTA 10년 만에 멕시코는 민초들에겐 절망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자신이 죽을 줄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저 험하디 험한 국경을 건너려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아마도 그 지경에 이른 사람들의 심경을 우린 절대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NAFTA 체결 후 초기엔 마킬라도라라고 해서 부품을 수입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지대에서
멕시코가 이익을 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막대한 부를 창출한 건 기업이지 민초들이 아니란 거죠.
게다가 그나마 버티던 마킬라도라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패퇴하고 대략적인 추산으로만
약 2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일대가 완전히 방치되어버렸습니다.
NAFTA의 원래 의도가 '미국과 멕시코의 소득격차를 줄이고 자유로운 무역을 통한 유연한 노동력 확보'였지요???
절대로 불가능한 얘기죠. 자본의 이동은 있어도 노동력의 이동은 없는, 그게 바로 FTA의 본질입니다.
우리도 FTA하면 일본 못잖은 나라, 아니 일본쯤은 가볍게 제칠 것처럼 죽어라 떠들어대지요.
그런 얘기 들으면 어이가 없습니다.정말 씁쓸하기 짝이 없죠...
게다가 아리조나주의 인종차별주의자들로 이뤄진 자치경비단의 만행처럼 이들은 국경을 건너는 멕시코인들을 대상으로
인간 사냥을 하기도 합니다.
문명이 아무리 고도화되었다지만 우린 정말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현실에 엿먹이자는 메시지로 중무장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신작이 [Machete/마세티]입니다.
데뷔작 [엘 마리아치/El Mariach]로 영화팬들을 놀라게 한 비범함을 선보여 헐리웃 시스템에 픽업된 후 만든 영화
[데스페라도/Desperado]가 솔직히 재난 수준이어서 많이들 실망했었지만 이내 곧 자신만의 B급 취향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금새 많은 영화팬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으게 되죠.
게다가 잘 아시다시피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동지적 관계도 그의 가치를 높히는데 한 몫 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튼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으로 자신의 장기를 완벽하게 다루는데 능숙해지더니,
[씬시티/Sin City]를 통해 플롯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지경에 이르렀던 그가 타란티노와 함께
[Planet Terror/Grindhouse]를 터뜨리면서 자신의 방향성을 확고히 인지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Planet Terror]의 연장선상에 있으니까요.(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원래 [Grindhouse/그라인드하우스] 속의
가짜 영화 예고편으로 나왔었습니다)

이 영화에선 조금 과장되었을지는 모르지만(아니면 실제도 그럴지 모릅니다만)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들을
사냥하는 말종양놈들이 등장하고, 꼴보의 궁극의 수준으로 반이민법을 추진하는 의원(로버트 드니로)도 등장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까짓 총 하나 맞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죠.
그리고 여론은 이런 가시적인 모습에만 집중하고 일희일비합니다. 참... 우리나라의 지금과도 다를 바가 없네요.
아무튼 이 영화는 불법이민자들이 모여서 국경수비대와 일전을 치루는 갈 때까지 간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절대로 상영조차 되지 않을 이런 소재를 버젓히 극장에 내걸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걸 보면...
암만 이것도 다 다원적 유연성을 지키고 있는 거라고 쑈하는 거라고 해도... 부러운 마음은 접을 수가 없군요.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힘을 합친 히스패닉들은 국경 수비대를 깡그리 박살내다시피 합니다.(뭐 국경수비대라곤 하지만
사실상 이 영화에선 사조직이라고 봐야하더군요) 그런데 그 과정이 로드리게즈답게 완전 B급 취향이라
액션의 카타르시스는 있을 지언정 그 카타르시스의 끝에서 이걸 갑갑한 현실을 타개하는 방식이라고는 느껴지질 않아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지만...
오히려 민초들의 혁명의지를 확... 풀어버려서 영화관에서 나오는 순간, 마음 속에 품고있던 분노를
그냥 희석화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음... 지나치게 예민한거겠죠.-_-;;;ㅎㅎㅎ

*
이 영화엔 제가 좋아하는 미쉘 로드리게즈가 나옵니다.
전 그녀가 정말 섹시하게 보여요.
항상 강인한 모습으로(데뷔작부터 그랬으니...) 나오곤 하는데 그런 모습으로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섹시합니다.
그리고 제시카 알바.
전 뭐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Sin City/씬 시티]에서도 엄청 예쁘더니...
이 영화에서도 무진장 예쁘군요.
다른 영화에선 그닥 예쁜 걸 모르겠는데 유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영화에만 나오면 더 예뻐지나봐요.ㅎㅎㅎ


**
스티븐 시걸 형님이 나옵니다.ㅎㅎㅎ
[the Expendables/익스펜더블]에서 돌프 룬드그렌을 위시하여 온갖 노장들이 총출동하더만...
이분들을 메인스트림에서 보는 게 어색하진 않더군요.


***
린제이 로한은 스캔들 메이커인 자신의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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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oncert/콘서트]
directed by Radu Mihaileanu
2009 / France, Russia
Aleksey Guskov, Dmitri Nazarov, Mélanie Laurent, François Berléand, Miou-Miou

무척 기대했습니다만 기대만큼의 재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후반부를 장식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장면은 숨이 멎을 듯한 압도적인 감흥을 주지요.
민성이도 같이 봤는데 마지막 공연 장면을 두 번 더 틀어달라고 하더군요.
클래식을 알든 모르든 클래식 음악이 지닌 한없는 감정의 풍요로움에 민성이도, aipharos님도 모두 젖어든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대학에 막 들어갔을 때 거의 1년간 정말 열심히 클래식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슈베르트의 'Death and Maiden'을 듣고 폭... 빠져서는 열심히 듣다가 현대음악으로 넘어가서 잘 이해도 못하는
그 난해함을 온몸으로 받으들이려고 기를 썼던(참... 어리석기도 했죠)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런 열정이 오래 갈 리가 없었죠. 전 다시 원래 듣던 60~70년대의 전세계 언더그라운드 록/포크 음반을 듣기 시작했고,
그 뒤론 클래식을 접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습게도 클래식을 가볍게 접한 건 '노다메 칸타빌레'였어요.ㅎㅎㅎ
물론 그저 드라마에서 보고 감동하는 선에서 끝이 났지만 말입니다.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클래식을 들으면서 전 '저 악보를 인간이 썼다고 생각해봐... 저건 그야말로 천재아니야?'란 말을 종종 합니다.
쥐뿔 음악에 대해 아는 바도 없지만 상식적인 생각만으로도 그런 음계와 화성을 조화를 이루며
오선지에 적어넣는다는게 전 경이롭기만 합니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 감성을 언어 외적인 표현으로 가장 극적으로 끌어내는 건 바로 클래식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클래식을 먼저 찾아 듣진 않죠.-_-;;;

아무튼...
이 영화 [Le Concert/콘서트]는 브레즈네프 시절의 소련에서 볼쇼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알렉산더 필리포프가
정치적 이유에 의해 공연 도중 지휘봉을 뺏기고 단원들 모두 30년간 밑바닥 생활(또는 서민 생활)을 하던 중
프랑스 샤틀레 극장의 공연제의가 담긴 팩스를 가로채어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로 가서 공연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허구죠. 자잘한 웃음이 있고, 약간의 감동이 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이 두가지가 그닥 조화롭게 이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산만한 것도 아니지만 인물들의 개인사가 궁극적으로 마지막 협연에서의 감동적인 조화를 이끌어내는 동기로서
작동하는 힘은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에피소드들이 좀 성긴... 느낌이랄까요?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전 쥐어짜는 감동을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그러니 오해없으시길)

그런데 그런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들이 마지막 15분여에 완전히 뒤덮혀버립니다.
그건 스피커를 통해 비장하게 터져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비장의 선율 때문이죠.
제 생각에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사실 알렉산더 필리포프가 아니라 차이코프스키입니다.
그만큼 차이코프스키라는 위대한 작곡가가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고 봐야할 것이고, 차이코프스키를
고집하는 알렉산더 필리포프는 차이코스프키를 통해 그 시대를 반추하는 일종의 알레고리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그러니까 전 차이코프스키나 알렉산더 필리포프가 그냥 한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봤다는 말이 됩니다.-_-;;;
알렉산더 필리포프가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레퍼토리를 말할 때 프로코피예프를 아주 잠깐 언급합니다.
'프로코피예프야 어찌되었든 상관안한다'고.
아시다시피 차이코프스키는 그 당시 소련의 답답한 정치적 현실과 자신의 자폐적 상황을 음악으로 풀어나갔다고들 하죠.
결혼실패로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내성적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대부분 비장합니다.
소련의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당시의 예술 상황에서 갑갑함을 느낀 그는 유럽의 낭만주의를 민속적 음악에
가장 완벽하게 융화시킨 사람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알렉산더 필리포프는 결혼에 실패한 사람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좌절한 이후
30년간 찌든 삶을 보냈을 정도로 소심하기도 합니다.(소심하다기보다는 대부분 이렇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러시아 5인조의 영향을 받은 후대 음악인 중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을 접어두고 죽어라 스탈린 체제를 선전하는 음악을 만들었고,
프로코피에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면 주인공 알렉산더 필리포프의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집착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코피에프와 쇼스타코비치등을 만네리즘의 범주로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음악 세계에서
지향한 것처럼 다른 문화와의 온전한 정서적 교감을 추구했고, 알렉산더 필리포프는 그런 음악 세계 속에서 협주 속에
완벽한 정서적 교감을 추구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죠.

이렇게 말하면 이 영화가 정말 성긴 드라마로 불만족스러웠단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제가 이렇게 느낀 건 저도 모르게
이 영화를 보면서 혼자 제 멋대로 기대한 바가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룬 영화를 더 좋아하는 저로선 이런 영화가 더 잘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에피소드들이 삐걱대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억지스러운 연출도 보이지 않고,
감동을 쥐어짜지도 않으니 이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입맛에 잘 맞는 그런 영화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
그런데 이 영화가 이렇게 단순한 코미디+드라마로 보여지기엔 갖고 있는 메시지가 사뭇 무겁단 생각도 듭니다.
등장 인물들의 인생을 좌절케한 소련의 공산주의는 몰락했지만, 몰락한 이후에 소련의 찬란한 예술도 함께 무너졌지요.
볼쇼이가 예전 볼쇼이가 아니라는 영화 속의 대사도 나오지만, 우리가 아는 저 고고한 러시아의 문화예술은
신자유주의의 탁한 물결 속에 예전의 명성을 상당히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선 30년 전의 그 타협 불가한 시대를 성찰하고 화해하고픈 감독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만,
그러기에 지금의 러시아는 너무 멀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것 같아요.
이들의 스폰서로 등장하는 그 아무 생각없는 정유 재벌...이 단순히 희화화될 수만은 없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요.

 

 

 

 

 

 

 

 

[Kynodontas/송곳니]
directed by Giorgos Lanthimos
2009 / Greece
Christos Stergioglou, Michele Valley, Aggeliki Papoulia, Mary Tsoni, Hristos Passalis, Anna Kalaitzidou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나면 이 영화의 장르를 당장 '호러(horror)'에 넣어버리고 싶어집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가 시종일관 보여주는 메마른 감정의 단상들과 비주얼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동시에 별다른 텐션이 없어보이면서도 보는 내내 긴장하게 되고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강압적 통제를 얘기하게되면 조지 오웰의 '1984'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A Clockwork Orange/시계태엽 오렌지]도 빼놓을 수 없는데,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세뇌와 통제가 결코 인간을 속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이 영화 [Kynodontas/송곳니]의 메시지와 어느 정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송곳니]는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높은 담장을 치고(사실 그 정도의 담장도 필요없더군요) 장성한 아들과 두 딸,
그리고 부인과 남편이 사는 가족에 대한 부조리극입니다.
이 가정에서 외부와 관계를 맺는 이는 '아빠'밖엔 없죠. 그는 버젓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그의 부인과 아들, 두 딸은 철저하게 집 안에서만 생활합니다.
외부의 천박한 자극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일반적인 단어의 뜻마저 왜곡하고,
아이들은 충분히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의 사고 수준과 행위를 보여 주죠.
이 아이들에겐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는 '키보드'입니다.-_-;;;
집 밖에선 엄청나게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질 못하게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정원의 고양이가 그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고,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맘만 먹으면
정원에 떨어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 네, 그런 세상에서 아들과 두 딸이 장성하고 있죠.
그와 부인이 이러한 속박과 강제를 아이들에게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영화 속 아이들의 아빠가 회사에서 상사와 나누는 대화 중

'부인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라는 말로 미루어보아 자녀 중 한 명이 외부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고,
그로 인해 이들이 아이들을 세상과 단절시키기로 작정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정은 단순히 작은 울타리일 뿐인데 이걸 '1984'버전으로 확장하면 상당히 더... 섬뜩해집니다.
그리고 온갖 가증스러운 작태로 언론을 통제하고 그릇된 정보를 양산하는 지금의 한국을 생각하면 더더욱 섬뜩해지구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히 알아야할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혹은 그릇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남발하여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그 시점이야말로 모두가 바보가 되는 섬뜩한 세상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사안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도출할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따져가며 결과를 왜곡하는
황당한 상황을 우린 요즘 거의 매일 목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영화 [송곳니]는 섬뜩하게 다가오지만 눈을 돌려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한국으로 오면
더 거대한 빅브라더'스'의 존재에 치가 떨리게 됩니다.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 영화 [송곳니]에선 얘기하고 있죠.
[송곳니]에서의 부모는 아이들의 유일한 관심을 가족에서의 화목과 부모로부터 칭찬받는 것으로 대체시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화목한 가정, 칭찬받는 자식들이란 다루기 좋은 타이틀로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무료할 리도 없어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누구나 그렇게 지내야하는 것으로 알 수 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화목한 중산층 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힘을 가진 자에 의해 이용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는거죠.
이게 비단 이 영화 속 기이한 가정만의 이야기일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_-;;;

[송곳니]의 결말은 어떻게 보는 이에게 열려있습니다만, 결말과 관계없이 영원히 통제하고 종속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얘기합니다. 이미 통제와 세뇌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린 수많은 영화에서 확인해오지 않았습니까.


*
이 영화는 두 번의 섹스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은 전혀... 선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너무나 무미건조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시종일관 매우... 선정적인 느낌이 들어요.
제가 불순해서 그런거라면 할 말은 없는데.
이 영화에선 의도적으로 카메라가 니레벨에 가깝게 양각으로 프레임을 잡습니다.
덕분에 자꾸만 두 딸의 상반신은 잘려 나간채 숏팬츠의 미끈한 다리만 자꾸 잡히죠.
침대에 누워있어도 의도적으로 측면에서 앵글을 잡고 지속적으로 다리를 화면 안으로 집어 넣습니다.
저는 이러한 프레임의 의미가 끊임없이 '근친상간'을 의미하는 느낌이 자꾸 들더군요.
유일하게 외부로부터 이들 가정 속으로 들어온 크리스티나는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후에 철저히 배격당하죠.


**
이 영화에서는 위에 말했듯 두 번의 섹스 장면이 나옵니다.
섹스가 쾌락이든 뭐든 정서적 교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의 행위엔 정서적 교감이 철저히 배제됩니다.
전 이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섹스를 스포츠라고 생각해도 행위 자체에서 정서적인 교감은 순간적이나마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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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저희는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봤어요.
관객이 적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구요.(영화를 본 지는 10일이 넘었습니다만...)
aipharos님은 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잔뜩 긴장해서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답니다.
잔인한 장면은 워낙 잘려나간 부분이 많아서인지 그닥 수위가 높진 않아요. 정말 엄밀히 말하면 이 정도 수위는
어느 정도의 호러물만 뒤져도 너무나 많이 나온답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가진 정서적 공포 같아요.
단순하게 이 장면 뒤에 나타날 살인마의 모습을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그 살인마가 벌일 끔찍한 고문과 도륙이
미리 연상되어 정서적인 공포가 러닝타임을 장악해버리는거죠.
이런 경우 대부분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게 전형적인 공포 영화도 아니고,

캐릭터들의 심리를 쫓아가는 것이기도 하니 대놓고 한여름 계절음식 먹어대듯 할 수 있는 오락의 대상으로서의 공포가 아니니까 말입니다.

덕분에, 영화의 중간중간 '이건 김지운표 영화'라는 빛나는 미장센의 프레임들이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두 캐릭터가 끝까지 복수에 매진하는 모습은 그동안 도덕적인 금기처럼 여기던(한국에서) 성역을 다 빗장 제쳐버리고
까댄 느낌은 있지만 역시나 뭔가 아쉽습니다.
완전본을 보면 좀 다를까요? 그저 잔혹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이를 통해 은유하고 싶은
한국이란 시스템을 더 기괴하게 풍자할 수 있을까요? 전 확신은 없습니다.

영화 [Henry : the Portrait of Serial Killer/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을 보면 살인마의 과거따윈 안중에도 없고

그가 벌이는 살인의 흔적들을 그저 덤덤하게 쫓아갑니다. 살육을 하면서 존재를 확인한다기보다는
이건 그저 그들에겐 생존의 방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 장면 역시 아무런 설명없이 끝을 맺습니다.
[Man-Bites Dog]처럼 요란스럽게 살인마의 뒤를 쫓으면서 찍어댄 페이크 다큐보다는 오히려 전 [헨리...]가 더 인상적이었고 강한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과 달리 [악마를 보았다]는 약혼녀를 무참하게 빼앗긴 국정원 요원의 추적이 곁들여집니다.

관객들이 온전하게 살인마의 모습을 쫓아갈 수도 없고, 쫓고 쫓기는 추적같은건 더더욱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애당초 감독은 그런 장르적 특성은 철저하게 배제한 것 같구요.
캐릭터 역시 흔하지는 않습니다. 복수에 끝까지 매진하고 있는 두 캐릭터 역시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 정도되면 극랄한 악역이 자신의 가학적 행위를 즐거워하며 머리 싸움도 좀 즐기고 자신을 쫓는 이와의 감정적 대립도 하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일종의 소통이 일어나는 법인데 이 영화에선 그런 감정의 소통같은게 전혀... 존재하질 않습니다.
(적어도 제 생각에는 그렇다는 겁니다)
감정의 소통이 불가한 이들끼리의 갈 때까지 가는 대립이야말로 정말 지금의 한국 사회의 메타포같지 않나요?

[달콤한 인생]이란 한국 영화 역사 사상 개인적으로 한 손에 꼽을만한 수작을 낸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불꽃캐스팅과 영화의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전 한 템포 쉬어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분들이 [달콤한 인생]이 개봉했을 때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영화'라고 혹평했는데 전 그 때 그 감상평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전 오히려 [악마는 없다]가 그런 기분이 듭니다.
마지막 수현이 자신 개인적인 방법만으로는 경철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는 괴로움과 좌절,
그리고 밀려오는 허망함의 흐느낌은 다분히 공감이 갑니다만 전 이 영화 자체가 결과적으로는 허망했어요.

 

그리고 정말이지 이상하게도...
이 글을 대충 휘갈겨 쓰면서도 제가 이 영화를 지인들에게 추천해야하는지 아닌지,
이 영화를 인상깊게 본 것인지 아닌지...도 도통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는 전혀 뭐라 영화의 영화적 재미에 말을 할 수 없다는거죠.


 

 

 

 

 

 

 

 

 

*
예전에 보고... 정말 한 일주일은 내 과거의 미련과 아쉬움이 기억나 힘들었던,
그 일본 만화인 [소라닌]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중이다.
정말... 그런데 그 만화의 느낌을 어느 정도 살리긴 했을까???
보고 싶은데 또 막상 그 기분이 깨질까봐 엄두가 안난다.
그냥 확 봐버리면 될 것을.

 

 


**
영화 [초능력자]
기대 중.
감독, 배우의 궁합이 아주 좋아서 완전 기대하고 있다.
[Toy Story 3/토이스토리 3]은 결국... 못보고마는구나.-_-;;;

 


 



***
요즘 보고 싶은 영화는 에드가 라잇(Edgar Wright) 감독의 신작인 [Scott Pilgrim vs. the World]다.
에드가 라잇 감독의 [Shaun of the Dead/새벽의 저주][Hot Fuzz/뜨거운 녀석들]을 아직도 못 보신 분이
계시면 어떻게해서든 보시길.
예고편을 넣어보면...

 

 

 

 

 


****
에플렉 형제가 나란히... 신작으로 관객을 찾아 간다.
벤 에플랙은 호평받은 [Gone Baby Gone] 이후 3년 만에 [the Town]이란 영화로 개봉을 코 앞에 두고 있고,
그보다 앞서 동생인 Casey Affleck(캐시 에플렉)은 호아퀸 피닉스를 내세워 [I'm Still Here]로 감독 데뷔한다.

 

[the Town]

 

 

 

[I'm Still Here]

 

 

 

 

 

*****
[Dawn of the Dead][300] 그리고 [Watchmen]으로 이어져온 Zack Snyder(잭 스나이더) 역시 신작을 개봉한다.
바로... [Legend of the Guardians : the Owls of Ga'Ho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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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호평받은 스릴러로 로드리고 코르테스(Rodrigo Cortés) 감독이 연출한 [Buried] 역시 미국에서 제한 상영으로 곧 개봉한다.
나도 대단히 보고 싶은 영화인데... -_-;;;
대략적인 내용은 트레일러를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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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영화의 수위와 그 윤리적 논란으로 인구에 회자되던... 가스파 노에(Gaspar Noé) 감독의
[Enter the Void]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이미 2009년에 유럽에선 개봉을 한 바 있다.
근친상간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다뤄지던 [I Stand Alone]이나 극렬한 강간씬이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했던
[Irreversible]로 잊혀지지 않을 감독의 영화이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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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완연한 거장의 포스를 풍기시는 David Fincher(데이빗 핀쳐) 감독의 신작 [the Social Network]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에는 [Adventureland]의 바로 그 Jesse Eisenberg가 주연을 맡아 열연한다.
전작보단 좀 더... 다이나믹한 에너지가 있었음하는 바램. 한가득.
(데이빗 핀쳐의 다음 작품은 바로... [용문신을 한...] 그 영화의 리메이크다. 오히려 이 영화가 더 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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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당히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리고 있을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님의 신작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My Soul to Take].
듣자하니... 초창기의 포스도 상당히 느낄 수 있다고.
[Red Eye] 이후 무려 5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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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장창 리메이크되는 [I Spit on Your Grave].
이번에도 역시나...
감독은 Steven R. Monroe
느낌은 달라도 이상하게 난 이 영화만 보면 자꾸 [the Last House on the Left]가 떠오른다.-_-;;;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님의 이 영화 역시 2009년에 리메이크 되었지만...

 

 

 

 

 

 

 

 

 

 

 

 

 

며칠전 aipharos님과 일산에서 [아저씨]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보다 더 재밌었고, 원빈은 허벌나게 멋있었다.
원래는 60대 평범한 할아버지(?)가 설정이었다는데 원빈 캐스팅 이후 요로코롬 이야기가 바뀌었다고.
그런 설정이었다면 지금의 비교 회자되는 [Taken/테이큰]등등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클 케인의 [Harry Brown/해리 브라운]에 더 가까왔을 것 같네.

공권력을 통한 법집행을 초월하는 이런 자력구제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다하게 등장한다.
이런 개인적인 처단이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복수를 행하는 캐릭터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초법적인 처단을 당하는 악인들이 극악할수록 유리한 법이니만큼, [아저씨]에서의 악역들 역시
정상적인 인간의 윤리로 보아 '죽어 마땅한 쓰레기도 못되는 개쉐리'의 정형을 보여준다.

사실 그동안 원빈이 매력있다고 보진 못했다.
봉준호의 [마더]에서 멍한 눈동자 속에서 배우로서의 자질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 이전의 모습들은 그저 잘 생긴
남자배우들 중 하나...정도였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멍때리는 듯한 공허한 눈동자를 가질 수 있는 배우를 그닥 찾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면,
배우로서의 원빈이 보여줄 가능성에 대해선 나름 기대를 하긴 했다.
그리고 [아저씨]에서 원빈은 내가 기대했던 그 무념의 표정은 찾을 수 없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그러니까 아주 영화적인 캐릭터로서 충분히 상업영화에 바랄 수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더라.

분명 원빈의 그 너무나도 출중한 스타일은 영화 속 처절한 복수의 피칠갑 향연에 몰입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현실을 반영한 판타지라고 본다면, 판타지로서의 원빈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난 우스개로 이 영화의 장르가 액션 느와르같은게 아니라 판타지라고 얘기하기도 했다.ㅎㅎㅎ)

일부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플롯의 앙상함을 지적하기도 하는 것 같고, 일부에선 또 이러한 초법적 처단을
경계하기도 하는 것 같다. 플롯의 앙상함, 캐릭터의 평면성은 난 사실 잘 모르겠더라.
그분들이야 언더텍스트를 끄집어내며 분석하실 능력이 되나 나처럼 그저 재밌게나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차피 한계가 있는 소재에서 이 이상의 이야기를 기대하긴 힘들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구조를 축조하려면 상당부분 이 영화가 주력한 응징의 액션은 상대적으로 축소되었을 수도 있다.
초법적인 처단의 부분에 대해선 나 역시 한 발자욱 뒤로 물러서서 보게 되긴 하는데, 예전에 글을 올렸던 [Taken/테이큰]의 경우
여성을 인신매매해서 성매매시장으로 팔아넘기고 마약에 쩔게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간 말종들을 주루룩... 나열한 뒤
주인공들이 이들을 정말 사정없이 죽여버리게 하고, 살해/처단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엔딩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그 영화는 주인공의 딸은 '처녀'여서 상품성을 지키기위해 남성의 성적 유린으로부터 차단되고,
그저 마약만 좀 맞은 정도라는 설정 자체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지극히 마초적이고 보수적인 윤리적 시선의 방증이라고 글을 쓴 바 있다.
(그리고 이 감독의 차기작에선 그 실종된 생명에 대한 존중이 아주 끝장을 본다)

다시 [아저씨]로 돌아오면,
이 영화의 악역들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저 뒷골목 잇권싸움이나하는 양아치들이 아니라 마약을 거래하고 아이들을 잡아서 개미굴에 넘겨 운반책을 시키고
좀 크면 죽여서 장기를 팔아먹는... 정말 인간 말종 중의 말종.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라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악인 중의 악인들이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들을 처단하는 아저씨는 나름의 고통과 분노에 대한 동기도 충분한 편이고.
마지막 엔딩의 경우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윤리는 배반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피칠갑 잔혹 액션 속에서 뒷끝이 덜한 씁쓸함을 안고 일어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란 무릇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와 플롯의 널뛰기에 같이 이입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나름대로 규정지어버리고
그 결말에서 어긋나면 묘한 배신감과 함께 허탈함과 나아가선 분노마저 느끼지 않나.
이성범 감독은 딱... 정해진 선 그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붙들어메는 데 성공한다.
이건 상업적인 매력이지 이러한 엔딩이 좋다 아니다...는 말하기 힘들 것 같다.
나조차도 영화를 보면서 기대한 엔딩이 있으니 말이지.

악인을 처단하는 원빈의 액션은 기대이상, 상상이상이다.
[본]씨리즈에서 맷 데이먼이 보여준 사실적 액션보다도 오히려 더 강렬하고 간결하며 강력하다.
제압한 상대를 적절히 이용해 다른 상대들을 견제하고, 압도적인 물리적 우위를 제압된 상대를 이용해 다른 상대에게
강렬한 위압감을 주며 심리적인 공포를 주는 실전 무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원빈과 스턴트들의 액션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더 궁금한 건 이 액션씬을 촬영한 촬영감독이다.
상당히 액션의 합을 타이트하게 다가가 잡아내고 아이레벨, 니레벨, 완전부감을 확실하게 이어가며 찍어대고,
이를 편집의 과정에서 완벽하게 이어 붙여 액션의 동선이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만들어냈다.
이건 액션의 합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롱테이크 액션씬과는 완벽하게 다른 희열을 준다.
이 정도의 액션이면 캐릭터의 호흡과 함께 따라가다가 엉뚱한 장면 전환으로 맥이 끊기기 마련인데 [아저씨]의 액션씬은
아마도 한동안 한국 액션 영화를 얘기할 때 많이 회자가 될 것 같다.


*
김윤식의 깜짝 등장은 반갑기는 했는데...
왜 그렇게 갑자기 살이 찌신...거에요???

**
소미를 맡은 아역배우는 성인배우를 다 합쳐도 느끼기 힘든 아우라가 있다.
이 배우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
개인적으로 강동원이나 원빈같은 초간지 절정의 배우들은 이런 액션 영화를 좀 더 찍어줬음하는 바램을 늘 갖고 있었다.
강동원의 차기작인 [초능력자]는 어떨지 무지무지 궁금하다.
감독은 [4만번의 구타]로 이미 단편영화계의 보석으로 부상했던 이라 관심이 가긴 하는데...

****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매매하면서 장기적출한 뒤 죽여버리는 범죄에 대해선 예전에도 한 번 접한 적이 있는데...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고 한없이 가슴아프고, 그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갔을, 그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
아, 한가지가 빠졌다.
원빈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그 태국 배우.
그 태국 배우의 포스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원빈의 상대역으로 전혀 꿀리지 않는 모습. 깊은 눈을 해서 한국말을 안해도 충분히 그 아우라가 드러나는.
아주 인상적인 캐스팅.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식상한 설정도 이 배우를 통해 잘 살았다.


 

 

 

 

 

 

 

네이버 블로그로 댓글 주고받다가 문득 기억난 내 DVD들.
한달에 15~20여편씩 몇 년을 구입했던 DVD들.
이젠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해도 사실 과언은 아니다.
거의 꺼내보지도 않는데다가 동일한 타이틀이 있어도 DVD 라이브러리에서 꺼내지 않고 화일을 여니까...
HD의 유혹은 그만큼 강렬한거다.
480i의 화질, 아무리 업스케일링해봐야 그닥 나아지지 않는 HD-TV 또는 HD-프로젝터에서의 DVD 화질들.
그래서 구입하지 않은지 2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정말 몇 편 구입하긴 했지만...

DVD로 대변되는 2차 판권 시장이 완전히 붕괴해버린 한국은 덕분에 블루레이의 혜택을 다 날려버리고 있다.
타이틀도 그닥 많지 않은데다가 블루레이 플레이어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집안이 거의 대부분이라 우리나라에서의
블루레이의 앞날은 여전히 먹구름이다.-_-;;;

엉망이었던 한국의 부가판권시장에서 악천고투한 울나라 DVD 업체들.
영세성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의 악순환으로 다 무너져버렸지만, 그래도 그 때, 스펙트럼DVD나, 알토DVD같은
업체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이제서야... 해본다.
많은 DVD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고마왔던 DVD들을 소개해본다.
처음엔 박스셋 위주지만 아래쪽에 낱장들이 있으니 참조하시길.

 

 

 

케빈 스미스 감독(Kevin Smith)의 박스세트다.
이 감독이 국내에서 가진 인지도를 감안하면 놀랍고 기적적인 박스세트다.

 

 

 

 

[몰랫츠], [체이싱 아미], [점원들], [도그마], [제이 앤 사일런트 밥]등 그의 영화들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삽화도 케빈 스미스 감독의 느낌을 팍팍 살려주도록 잘 들어가있다.

 

 

 

 

보석같은 DVD. 물론 서플먼트도 있다는.

 

 

 

 

역시 기대하지 못했던 박스세트.
짐자무쉬 (Jim Jarmusch) 감독님의 박스세트.

 

 

 

 

타이틀... 완전 보석이다. 보시라.

 

 

 

 

 

키타노 타케시 감독님의 박스세트.

 

 

 

 

 

무려 10편이 들어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님의 박스세트.

 

 

 

 

5편의 장편과 단편 모음집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Sitcom/시트콤]과 [Water Drops on the Burning Rocks/워터
드롭스 온 더 버닝락]이 있다는!

 

 

 

 

스펙트럼이 해외 유명 영화들을 이렇게 묶어서 New Wave 시리즈로 내곤 했다. 참... 고마웠는데.
왼쪽에 보면 할 하틀리 감독의 [Simple Men]이 있다.

 

 

 

 

 

한국에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리즈...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Dead Ringers/데드 링거], 마틴 스콜시즈 감독의 [After Hours/특근]은 그렇다치겠는데...
에릭 로샹 (Eric Rochant) 감독의 [Total Western/토털 웨스턴]까지 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 이 영화 못보신
분들 계시면 한 번 꼭 챙겨보시길. 폭력에 대한 날선 시선이 빛을 발하는 수작이다. 감상문을 올린 바 있으니
혹시 궁금하시면 참고하시길.
그리고... 역시 언급했던 걸작 안드레이 쯔뱌긴쩨프(Andrei Zvyagintsev)의 [the Return/귀환].
정말... 정말 이 영화 내주셔서 엄청나게 감사했다는. 역시 감상문을 올린 바 있다.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두 편의 걸작 일본 영화. [마츠가네 난사사건]과 [까뮈따윈 몰라].
모두 감상문을 올린 바 있다.
로랑 깐테 감독의 [Human Resources/인력자원부]도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출시였다.

 

 

 

 

 

한국에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리즈 2...랄까?
영국 Sights and Sounds에서 30주년 기념 특집을 내기도 했었던, 니콜라스 로그(Nicolas Roeg)감독의 [Performance].
정말 이 영화가 한국에 DVD로 출시될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키스 고든(Keith Gordon) 감독의 수작 [a Midnight Clear/휴전].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전쟁 영화 중 한 편. 타협할 수 없는 전쟁의 흉포함을 너덜너덜한 고어씬 하나 없이
감성적이고 연민의 시선으로 다스린 영화.
그 옆의 영화는 바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the Man Without a Past/과거가 없는 남자]!!!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들이야 두말할 필요없이 인상적이지만 제법 근작이자 그의 내공이 전혀 바래지 않았음을
보여준 이 영화가 한국에 정식 출시되었다는 사실이 난 너무나 놀라웠다.

아래쪽에 있는 두 편은,
헐리웃에 기대를 받고 입성한 전도유망한 청년 감독이 헐리웃의 제작 시스템을 버티지 못하고 좌절하다가
초심으로 돌아가 재기발랄한 뮤비를 찍고 다시 헐리웃에 입성하면서 주도권을 손아귀에 쥐게 되는 여정을 아주
코믹하고 신랄하게 그려낸 89년작 [the Big Picture]로 내게 깊은 인상을 줬던 크리스토퍼 게스트 감독(부인이
아마 제이미 리 커티스일걸요?)의 시침 뚝 뗀 가짜 다큐멘터리 시리즈 두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Waiting for Guffman/거프먼을 기다리며]가 없다는게 안타깝지만...(이상하게 이 영화는 국내
출시되지 않았다. 뭐 이상할 것도 없지만... )
이 영화들은 예전에 감상문을 올린 바 있듯이 정말 시침 뚝떼고 다큐를 지향한다.
그 속에서 뭍어나는 웃음과 해학의 묘미가 절대로 지루할 틈없이 흘러간다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리 테이머(Julie Taymor) 감독의 걸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Titus/타이투스]의 국내 출시반과
미국 출시반. 왼쪽의 2Disc 버전이 미국 출시반이다.

 

 

 

 

이런 북렛이 들어있고 없고 간에 한국에 정규 출시해준 것만 해도 감사할 뿐.




이 아래부터는 국내 출시 DVD가 아닙니다.

이왕 조금 뒤진거...
몇 편 더 꺼내본다. 이번엔 한국 출시반이 아니라 유명한 Criterion Collection.
화질좋고 구성좋기로 유명한 크라이테리온 컬렉션들.

 

가장 좋아하는 [Brazil/브라질, 여인의 음모]
물론 한국출시된 DVD도 갖고 있긴 하지만...

 

 

 

 

이 크라이테리온 버전과는 비교가 안되므로 패스...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은 [Traffic/트래픽]이고 오른쪽은 내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샘 페킨파 감독님의 [Straw Dogs/스트로 독]이다.

 

 

 

 

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주 친절한 북렛이 들어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도 정규 출시된 바 있는데 이 역시 갖고 있긴 하다.
폭력에 대한 정서적인 텐션이 대단히 강한 영화인데 시간이 흐른 지금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뭐라고 해야할까, 유약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더스틴 호프먼)이 성적 매력이 넘치는 부인과 시골로 이사하고,
그곳에서 맞닥뜨린 남성들과의 성적인 긴장감과 그 폭발은 대단히 압도적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Wes Anderson 감독의 [the Roay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의 크라이테리온 버전.
역시 국내출시본도 갖고 있지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

 

 

 

 

케이스가 넘넘넘... 예쁘다는.

 

 

 

 

안에 저 북렛과 리프렛도 정말로...

 

 

 

 

충실하고 예쁘다.
[Rushmore/러쉬모어]도 구입했어야하는데... 미루다가 못샀다는.

 

 

 

 

마지막으로... Terry Gilliam(테리 길리엄) 감독님의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멋진 구성.

 

 

 

 

역시 상세한 북렛이 친절하게 들어있다.


어휴...
간단하게 올리고 말자...했는데 글을 적다보니 길어졌다.-_-;;;

DVD는 여전히 라이브러리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처분할 마음 같은 건 없다.

 

 

 

 

 

 

 

 

 

영화 관련 포스팅은 정말 오랜만인듯.
인후염으로 한 주 고생을 좀 한지라 주말에도 조신하게 영화관만 다녀왔다.
사실... 내가 죽어라 싫어하는 여름이라 어딜 다니기도 싫고.
어머님, aipharos님, 민성군까지 우리 가족 넷 모두 함께.
우리도 재밌게 봤지만 민성군도 [the Dark Knight/다크 나이트]에 비할 만큼 재밌었다고 하고 어머님도 정말
재밌게 보셨다고 한다.

 

 

 

[인셉션/Inception]
directed by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2010 / US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아, 조셉 고든 레빗, 엘렌 페이지, 톰 하디, 와타나베 켄, 킬리언 머피, 톰 베린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다른 것 다 필요없이 내겐 [the Dark Knight/다크 나이트] 한 방으로 정리가 된다.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이 영화가 정녕 사람의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숨이 막힐 정도의
완성도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영화.
이 정도로 극도의 텐션을 유지하면서 편집된 영화의 다음 작품이라면 어지간해선 '소품' 정도로 여겨질 거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들어 맞았다. 예고편에서의 장대한 스케일을 느끼게 하던 [인셉션/Inception]은 실제로 보고나니
한 번 쉬어가는 소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감독의 영화라면 이런 '소품'이란 말따위는 하지도 않았을테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를 보실 때 가급적 공개된 예고편도 보지 말고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보시라는거다.
물론 나 역시 트레일러 외엔 사전 정보를 전혀 숙지하지 않았지만 예고편에서 영화의 흐름을 단번에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스토리를 한 발 앞서 간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들 지경이니 아직까지 예고편을 접하지 않은 분이라면
가급적 끝까지 참으시고 그냥 영화관으로 가시길.

내용을 적으면 그 자체가 완전히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참 글을 쓰기도 거시기하지만 이 영화를 16세때부터 구상을 했다는
놀란 감독의 말을 빌자면 적어도 그는 그 시절부터 이미 프로이트를 독파(?)했을 가능성이 있고,
아니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기본 뼈대에 이후의 인문학적 지식으로 살을 보탰을 수 있다.
프로이트의 책을 읽은 지 어언 20년이 넘어버린 나로선 이 영화에서 꿈과 기억과의 상반되면서도 근접한 관계,

무의식의 개념 정도만 어렴풋이 다시 유추해낼 수 있지만 사실 대중들이 이 영화를 볼 때 그러한 지식이 있냐없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로 영화의 구성과 편집 자체가 훌륭하다.
워쇼스키의 [매트릭스]가 장자의 철학과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을 뒤섞어 SF의 프레임 안에 존재론적인 질문을 짖궃게 해왔고,
최근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Mr.Nobody/미스터 노바디]는 대놓고 양자물리학과 엔트로피등을 영화 속에 기가막히게 버무리며

관람자로 하여금 탄성은 물론 나아가선 자신에 대한 성찰까지 유도했다면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역시 장자와 프로이트를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보다 훨씬 더 간결하고 단선적이면서 非철학적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대야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놀란이 영화 속의 '설계자'들의 힘을 빌어
펼쳐 보이는 꿈 속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받아 들이며 수월하게 흐름을 따라 다닐 수 있게 된다.
사실 이게 말이 쉬운 얘기지 이 정도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의 재능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다크 나이트]도 엄밀히 따지면 대단히 복잡한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중의적인 요소들,

철학적 질문을 수도 없이 해대는데 영화 자체는 너무나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지 않나.
아무튼... 참으로 놀라운 재능이다. 정말. (젠장 나랑 동갑이더만-_-;;;)

영화적 스토리는 복잡한 꿈의 매커니즘에 비하면 대단히 단순하고 명료하다.
개인적으로는 건강 문제때문인지 초중반에 약간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중반 이후 펼쳐지는 정교한 마술같은 스토리에는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느낌이 있더라.
동일 시간의 흐름선상에서 각각의 꿈이 흐르는 시간이 절대시간이 아니라 모두 상대적 시간이어서 사실 혼란스럽게 보여져야 함이
당연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동일한 시간의 흐름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꿈의 내용들을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완벽하게 섞어냈다.
막판에서의 단계적 킥(Kick)의 카타르시스는 그래서 정말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고.

배우들 역시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한다. [디파티드/Departed]에서 어쩔 수 없이 양조위와 비교되면서 아쉬웠던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에서 놀라우리만치 자기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내가 좋아하는 조셉 고든 레빗은 다행히도 비중있는 조연으로
코브(디카프리오)의 필사적인 분위기를 침착함으로 밸런스를 맞춘다.
엘렌 페이지는 역시 작고 귀엽지만 자신만의 매력이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와타나베 켄도 묵직한 이미지로 중량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영화가 한 감독의 '소품'으로 느껴질 정도라면 앞으로 그의 행보에 더더욱 기대가 갈 수 밖에 없다.
영화관에서 보셔야만할 영화 중 한 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
놀란 감독과 함께 그렇게 기대해마지 않았던 Wes Anderson, Darren Aronofsky의 선전도 기대해본다.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크랭크인에 너무 고생을 하고... 너무 심하게 과작이다.-_-;;;



*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코브(Cobb)라는 주인공 이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60여분짜리 흑백영화인
98년작 [Following]의 주캐릭터 이름과 동일하다.
이 영화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꼭 챙겨볼 필요가 있다. 후에 따로 올려볼 예정.


**
언플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일부 언론에서 이 영화를 '매니아적' 영화로 치부하고 '비대중적'영화로 격하하는 느낌을

너무나 강하게 받는데(그래서 [이끼]와 같은 흥행광풍은 못할거다라며) 그럼 미국에서의 지금 흥행성적은
그렇게 '매니아적'인 영화가 낼 수 있는 성적인지도 참으로 의아하다.
난해하다 짐작마시고 한 번 보시길.
영재도 아니고 평범한 울 초등학교 5학년 아들도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니.



***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Platoon]에서 인상깊었던 톰 베린저.
이 영화에서 킬리언 머피의 삼촌정도로 나오는데 살이 많이 불어난 모습. 예전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었다.


 

 

 

 

 

 

 

 

 

통 영화를 못 본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1년에 180~220편은 보던 영화를 올해는 지금(5.21)까지 고작 45편 정도 밖에 못봤다.
그러다보니 영화 포스팅도 거의 없어지고 쓰게 되더라도 이렇게 몇 달치를 모아 성의없이 쓰는 정도.
몸이 피곤하니 자꾸 때려 부시는 영화만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_-;;;
길게 쓰기엔 시간도 좀 지나고해서 짧게 적어본다.

 

 

 

Green Zone/그린존
directed by Paul Greengrass (폴 그린그래스)
115분 / US

브라이언 헬게렌드의 각색,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 멧 데이먼 주연... 이런 최강의 밥상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만한 시너지는 좀처럼 보여지질 않는다. 멧 데이먼은 여전히 진중한 역할을 자신에게 딱 맞게 입고 있고,
폴 그린그래스의 현실적인 연출은 여전히 훌륭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으로 취하고 있다는 위험 부담이야 있다고 해도 영화는 너무나 단선적으로 앞으로만 나아간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the Hurt Locker/허트 로커]가 정치적 부조리와 탐욕이 개개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에 대해
충실히 다룬 것과 달리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은 그저 정의감과 사명감 속에서 끝없이 정해진 코스대로 달려갈 뿐이다.
영화가 분명 지루하지도 않았지만, 환상의 조합들로부터 기대한 수준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Capitalism : A Love Story
directed by Michael Moore (마이클 무어)
127분 / USA

마이클 무어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감독이다.
비록 그의 방식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 덕분에 그에 대한 호불호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그의 영화 제작의 의도를
오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이클 무어는 진작에 이 영화에서 '자본주의'의 원론적인 고찰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고루하고 무의미한 것인지 알았다기보다는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로 오인되고 당연시되는 현재의 지구촌에서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라는
갑옷을 입고(누군가 말했던 영원히 자기 몸에 딱맞는 황금구속복) 어떻게 수많은 서민들의 터전을 짖밟고
사리사욕을 위해 그 힘을 키워나가는지를 고발하는 데 중점을 맞춘 듯 하다.
사실 이런 연출가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조금은 오버하는 듯 하지만 그러면서도 선뜻 말하기 힘들어하는 주제들을 거침없이 풀어내고 한 번 더 고민하고
나아가선 행동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이런 연출가 말이다.

 

 

 

 

 

 

Defendor/디펜도르
directed by Peter Stebbings (피터 스테빙스)
101분 /  Canda l USA l UK 

아래 언급할 [Kick Ass/킥 애스]와 지금 언급하는 [Defendor/디펜도르]는 일상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의 수퍼 히어로들(아니, 미국의 수퍼 히어로들)이 난데없이 인간 세상에 발을 붙이게 된 샘 레이미 감독의 [Spider-Man] 이후로

다시 재조명되는 전혀 수퍼 히어로같지 않은 수퍼 히어로에 대한 블랙 코미디적인 우화들이다.
경찰이 폭력을 통제할 수 없는 현실, 6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아메리칸 드림의 기치를 올리며 모두가 풍족했던 시대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금의 미국.

모두가 폭력에 침묵하고 있어야만 하는 시대에 기껏 집요하게 이들을 막기 위해 일어선 이가

정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라는 사실은 씁쓸한 우화로 볼 수 밖에 없다.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문명인들이 야만에 길들여지고 지식인은 침묵하며, 공권력은 기득권의 수호를 위해 남용될 때
궁핍한 서민들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배경이 되는 도시의 모습은 흡사 배트맨의 썩어 문드러진 고담시를 연상하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모두가 생각하던 바램의 결말이 아니어서 더 그 여운이 남는 묘한 영화.
그리고 본 후에도 씁쓸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영화.

 

 

 

 

 

Kick-Ass/킥 애스
directed by Matthew Vaughn (매튜 본)
117분 / USA l UK 



그저 잘 빠진 데뷔작 [Layer Cake/레이어 케이크]와 나름 준수했던 환타지물인 [Stardust/스타더스트]로 이름을
알린 영국 출신 감독 매튜 본(어엉???)의 본격적인 헐리웃 무대 영화.
그가 전설적인 가이 리치의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의 프로듀서였고,
최근엔 [Harry Brown/해리 브라운]의 프로듀싱도 맡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고작 세번째 작품이지만 내공이
그닥 만만하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가막힐 정도로 전체적인 설정을 [스파이더 맨]에서 따오면서도 기존의 히어로물을 완전히 전복시키고 새로운
히어로 영화의 방향을 제시할 정도로 이 영화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공포 영화에서조차도 그닥 다뤄지지 않는, 사실상 금기시되는 아이에 의한 신체적 살해 장면이 거침없이 나온다는 것이
대단히 거북할 수 있으나 이 영화는 그러한 일반적인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힘들 정도로 기존의 가치를 철저히 짖뭉게고 전복시킨다.
영화의 출발은 고작 도시를 장악한 폭력 모리배에 우연찮게 얽혀 들어가버린 히어로 지망생의 처절한 고난기로
점철되어 시작되지만 영화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보는 이를 압도하는 화면과 감성적인 후크는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
주인공은 '스파이더맨'이 되기 전의 피터 파커처럼 놀림이나 당하던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학생이었지만 그저
소시민적 영웅주의와 약간의 정의감에 휩싸여 자아도취적인 히어로 행새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엄청난 유명세 뒤에 맞닥뜨린 것은 실질적인 폭력에 대한 엄청난 공포와 그 넘을 수 없는 간극이었고,
그러한 공포를 겪어내면서 조금씩 진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보는 이에게 대단히 강렬하게 설득력을 갖고 다가오는 걸 보면 매튜 본의 내공도 보통은 아니란 생각을
지울 수 없고. 무엇보다 절정부분, 니콜라스 케이지가 딸에게 소리치며 마지막 조언을 해주는 장면은 자경 폭력의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카타르시스와 감정적인 후크를 유발하는 명장면이다.
보지 못하신 분은 꼭... 찾아 보시길.
(이 영화는 국내에서 극장 흥행 참패하는 바람에 나중엔 황당하리만치 어이없는 교차 상영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
매튜 본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다소 위험한 메시지의 [해리 브라운]에서와는 달리 '자경'의 입장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듯한 느낌이 오히려 판타지에 가까운 [킥 애스]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킥 애스]의 마지막까지도 스파이더맨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은 이래저래 재미있는 설정.

 

의형제
directed by 장훈
116분 / Korea

장훈 감독의 전작 [영화는 영화다]가 그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였다면, [의형제]는 적정한 자본을 통해 어떻게
웰메이드를 뽑아낼 수 있는지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영화는 감독이 누구였든지간에 봤을거다. 가장 좋아하는 송강호와 여기 대단히 관심있게 보고 있는 강동원이 함께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접한 이 영화가 내가 기대한 것보다도 더 인상깊었다는 사실이 그저 흐뭇했다.
꼬고 또 꼬기에 충분한 소재들을 전혀 지저분하게 풀어내지 않고, 개인과 개인의 갈등 관계는 신속하게 마무리짓고
개인과 시스템간의 갈등을 주요 갈등 요인으로 다룬 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가 입에서 빨갱이란 말을 하며 우리 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의 표상처럼 나오고, 강동원은 주체 사상에 철저히 물든 소위 말하는
빨갱이지만 이 둘은 서로 마주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영역을 인간적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시작한다.
따지고보면... 사람사는 건 다 비슷한 법이니까.
사실 극우보수주의자들의 색깔 공세때문이지만(전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빨갱이', '좌파'라고 몰아대는
웃기는 인간들이 득실한 이 땅에서 과연 [의형제]가 한 집 아래서 이뤄낸 극적인 화해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고개가 저어지지만...

 

 

 

 

 

the Crazies/크레이지
Breck Eisner (브렉 아이스너)
101분 / USA

[Thoughtcrimes]로 재능을 보였으나 헐리웃 입성작인 [Sahara/사하라]에서 실망을 안겨준 브렉 아이스너 감독이
조지 로메로의 동명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
놀랍게도 다음 작품은 전설의 [Flash Gordon/플래쉬 고든]의 리메이크다. 워낙... 추앙하는 팬들도 많은 영화라
이걸 도대체 어떻게 리메이크할 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이 영화의 원작인 조지 로메로의 작품은 보긴 했는데 이미 거의 20년 가까이 된 터라 기억도 잘 안나고
(후반부 결정적그 부분은 기억난다) 해서 원작과 리메이크의 차이를 어떻게 말할 방법도 없지만 그게 그닥 중요한 것도 아니다.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이지 좀비물은 어디까지 진화할 지 모르겠다. 물론 이 영화를 '좀비물'로 보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전형적인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 변종, 사망 후 극도의 공격성을 띄며 재생하는 점등을 들면 그닥 좀비물과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 로메로의 [Land of the Dead/랜드 오브 더 데드](2005)에서 좀비들이 사회적 무리를 만들고 서열체계를 확실히 갖추기 시작하더니

이 영화에선 좀비와 거의 유사해보이는 변종들이 인간이었던 때의 자신의 심성을 극대화한 채로 사고능력을 갖고 행동한다.-_-;;;
아... 생각해보니 조지 로메로의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며 잭 스나이더가 리메이크하기도 한 [Dawn of the Dead/새벽의 저주]
에서도 인간들이 좀비가 된 후에도 자신들의 소비적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쇼핑몰로 모여들기는 한다

 

 

 

 

 

 

the Book of Eli/북 오브 일라이
Hughes Brothers (휴즈 형제)
118분 / USA

휴즈 형제라면 영화 조금이라도 보시는 분들은(나이도 좀 있어야...겠고.ㅎㅎㅎ) 다들 기억하실 영화들이 있다.
흑인 형제 감독으로 존 싱글턴, 스파이크 리와는 다른 방향의 보다 주류 대중에 어필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들의 데뷔작인 [Menace II Society/사회에의 증오](1993)와 [Dead Presidents/데드 프레지던츠]로
거침없는 비주얼로 깊은 인상을 준 형제 감독.
이후의 행보가 영... 난감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들은 다시 댄젤 워싱턴과 개리 올드먼을 내세워 디스토피아적인
SF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째... 영화의 분위기가 아무리 봐도 게임 'Fall Out (폴아웃)'과 너무 비슷하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야 이건
일본 만화인 '북두신권'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약육강식이 판을 치노라면
뭐 이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니 당연한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영화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경고와 신실한 기독교의 부활에 대해 동시에 얘기하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자면 종교를 이용해 대중을 선동하려는 기득권에 대한 풍자이고 경고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종교에 관심없고, 사실 종교를 이용한 분쟁이 세계에 팽배한 걸 생각하면 이 영화의 결말에도 난 공감하기 힘들다.

 

 

 

 

 

 

 

 

 

[Un Prophète/예언자] directed by Jacques Audiard
2009 / 상영 약 150분 / 프랑스, 이태리

이 영화는 전작 [the Beat that My Heart Skipeed/내 심장을 건너 뛴 박동]으로 경쟁사회에서 애초부터
'예외'된 밑바닥 인생으로 시작한 한 남자가 천부적인 음악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놀라운 호흡과 연출로 보여준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으로
칸 영화제 수상작이기도 하고 전작의 강렬함으로 인해 나 역시 무척 기대했던 영화다.

영화는 죄를 지어 6년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는 19세의 주인공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감옥에서
스스로 게임의 법칙을 터득하며 아슬아슬한 처세를 해가면서 정글의 룰을 스스로 익혀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나는 감옥 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그닥 좋아하질 않는다. 공간적 한계로 프레임은 늘 폐쇄적일 수 밖에
없고 적어도 영화적 소재로 활용되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익히 들어서 알 법한 이야기들(간수와의 마찰, 간수의
비리, 패거리간의 알력다툼등)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내용을 약 2시간 동안 지켜보기란 가슴이 제법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 [예언자]는 감옥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그렸음에도 중간중간 전직 마피아의 꽤 높은
자리에 있던 보스의 명령으로 외출을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이 섞여 있어 그 폐쇄적인 상징성, 나에겐 답답한
느낌의 앵글을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아랍계인 주인공이 정글의 무수한 위협과 경쟁을 버티고 오르는 전형적인 느와르 영화의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건 국민의 주권에 대한 '예외적 적용'이 가져온 구조적 빈민이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아 출신으로 자신이 세상을 버틸 건 몸뚱아리 밖에 없는,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에서조차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주인공 말릭. 범죄에 휘말려 그가 감옥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코르시칸 마피아에게 찍혀 일을 저지르고

그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그는 조금씩 스스로 정글의 룰에 적응하고 이를 이용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보다 서열이 위라고 으스대던 일부 코르시칸 마피아들은 짐짓 감옥 내에서 위세를 부리는 듯 하지만 그래봐야
그들은 언제라도 도태되고 낙오될 수 있는 존재들이고 말릭은 이런 현실을 타인의 희생 위에 조금씩 올라선다.
당연히 그러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말릭의 두 손과 가슴엔 타인의 핏자욱이 흥건할 수 밖에 없고.

이런 내용의 영화를 보면서 경쟁에 타의로 내몰린 이들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남을 짖밟고 올라서야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우리 사회, 아니 전지구적 현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
자크 오디아르 감독 역시 충분히 이러한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감옥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암투가 사실은 주인공 말릭이 외출을 얻어 나온 현실 세계에서도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이 영화를 통해 우린 볼 수 있으니까. 오히려 감옥을 나온 그 '자유'의 공기 속에서 말릭이 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감옥 내에서의 일상보다 더욱 잔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으니까.

이러한 암시를 굳이 신경쓰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이미 '영화적으로' 충분히 재미있다.
가슴 깊이 잊혀지지 않을 영상 속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마지막 엔딩 장면은
어찌보면 해피엔딩이라지만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말릭의 인생을 예단할 수 있어 대단히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도 많으실 것 같다.
앞으로의 말릭의 인생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란 '예견'이 가능한 영화.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예언자]라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2009년에 '메가박스 유럽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바 있고, 정식 개봉은 3월 12일 경이라고 하니 못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

 

 

 

 

19세에 감옥에 들어간 말릭. 소년원으로 보내졌으나 성인이 되어 바로 교도소로.

 

 

 

 

이 낯선 환경이 두렵기만 한 말릭. 남은 건 객기뿐이지만 그 허세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살인을 부탁하고 뒤를 봐준다는 코르시칸 마피아의 중간보스. 그는 어떤 의미로든 분명히 말릭에겐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된다.

 

 

 

 

 

말릭은 죄의식에선 벗어날 수 없지만 스스로 이를 합리화해간다.

 

 

 

 

 

보스 역시 언제든 정글에선 도태될 수 있는 법.

 

 

 

 

조금씩 돈을 만지기 시작한 말릭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자본주의적 쾌락의 맛을 보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이 왜 '예언자'인지 알 수 있는 장면.

 

 

 

 

 

 

 

 

 

 

 

 

 

유럽 영화와 헐리웃 영화 미개봉작들이 고루 섞여 있으므로 관심있으신 분은 재밌게 보세요.
HD가 지원되는 영상이 많으니 720P 이상을 선택하시고 전체화면으로 보셔도 됩니다.


 

 

[Un Prophète/예언자] directed by Jacques Audiard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으로 가슴 속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2009년작이자

런던국제영화제 작품상 및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영화.
우리나라에선 3월 11일 개봉 예정이라는데 개봉하면 무조건... 꼭 보시길 바란다.
국내에선 이미 2009년 10월 메가박스 10th 유럽영화제에서 프로그램 상영한 바 있는데,

이 영화를 보게되면 이구동성 찬사를 보내는 평론가들의 호들갑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Green Zone/그린존] directed by Paul Greengrass

올해 최고의 기대작.
라지프 찬드라세카란의 원작을 [L.A. Confidential/LA 컨피덴셜]과 [Payback/페이백], [Mystic River/미스틱 리버],
[Blood Work/블러드 워크(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등의 각색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헬게렌드(Brian Helgeland)가 맡았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로 침입한 육군 정보국의 로이밀러(맷 데이먼)이 그 뒤에 도사리고있는 배후의 음모를
파악하고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듯 한데 스토리야 미국의 대테러 정책의 허울을 드러낸 영화가
많아서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일 수 있지만 이런 모습을 어떻게 스크린에 담을지를 가히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 각색가, 주연배우의 조합이다.
멧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라면 '본시리즈'의 후속이라고 여길만도 하지만 그와는 관계가 없다.
물론... 관계가 없더라도 기대치는 마냥 올라가지만.ㅎㅎㅎ


 

 

 

 

[Inception/인셉션]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발표하는 족족 영화 역사에 족적을 남길 작품들을 내놓은 영국의 70년 개띠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의 야심작.
현실과 몽환의 경계가 무너지고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도, 그 반대도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갖고 진행되는 영화.
예고편에 등장하는 대사를 무시하고 화면만 보면, 양자역학의 이론을 도입한 세계관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동시에 인간의 사유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알렉스 프로야스(Alex Projas) 감독의 [Dark City/다크 시티]를 연상케하기도 한다.

기대작. 미국에선 7월 16일 개봉 예정.

 

 

 

 

[Greenberg/그린버그] directed by Noah Baumbach
[the Squid and the Whale]과 [Margot at the Wedding]으로 주목받은 노아 바움바흐의 신작.
뉴요커인 주인공이 형의 집을 대신봐주기위해 LA로 옮겨온 후, 형의 조수와 눈이 맞아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메디.
하지만... 노아 바움바흐의 작품들이 그렇듯 가벼운 웃음보다는 블랙 코메디의 느낌이 강할 지도 모른다.
정말 오랜만에(많은 영화에 나왔지만 그간 너무 단역으로 잠깐 비추던) Jennifer Jason Leigh(제니퍼 제이슨 리)가 비중있는 역으로 출연한다.


 

 

 

 

[Frozen/프로즌] directed by Adam Green
단편들을 통해 영화계의 주목을 받던 Adam Green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스키 리프트가 의도적으로 아무도 없는 가운데 정지된 상태에서 함께 있던 일행 3명은 얼어죽던지 아니면

그곳에서 죽음을 각오한 탈출을 감행하든지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상당히 아담 그린의 재기를 인정하는 분위기.
아담 그린 감독의 오리지널 스토리.

 

 

 

 

[Red Riding : In the Year of Our Lord 1974] directed by

스티브 자일리언의 원작을 기초로 한 영화.
우리에겐 [Kinky Boots/킨키 부츠], [Becoming Jane/비커밍 제인]으로 알려진 영국 감독 줄리언 재롤드의 09년작이고 상당한 호평을 받은 영화다.


 

 

 

[the Ghost Writer/고스트 라이터] directed by Roman Polanski
참... 굴곡많은 삶을 살고 있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신작.
전직 영국 수상이 숨겨진 비밀들을 밝히는 자서전의 마무리를 위해 대필작가로 고용된 이가 그 속에 숨겨진 음모와 위험에 빠져들어가는 내용.

이완 맥그리거가 대필작가를 맡아 열연하고 피어스 브로스넌과 올리비아 윌리암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the Crazies/크레이지] directed by Breck Eisner
조용하고 한적한 조그마한 시내에서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변해가고,

이를 뒤덮으려는 음모까지. 예고편만 보면 스릴 만점의 영화일 듯한 기분이 든다.
원래 좀비 영화의 본좌이신 조지 로메로(George Romero) 감독님의 73년 동명타이틀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이번 영화가 리메이크인데 흥미로운 것은 브렉 아이스너 감독의 차기작은 놀랍게도 전설적인 SF영화인 [Flash Gordon/플래쉬 고든]의 리메이크다.


 

 

 

[the Runaways] directed by Floria Sigismondi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다코타 패닝이 록이 남성의 전유물이던 시절에 여성 로커로 풍미한 Joan Jett와 Cherie Currie의 관계를 열연한다.

마냥 애인줄 알았던 다코타 패닝의 이런 모습이 무척 인상적.

 

 

 

[Repo Men] directed by Miguel Sapochnik
쥬드 로와 포레스트 휘태커 조합.
84년작으로 컬트 영화로 추앙받았던 알렉스 콕스(Alex Cox)감독의 [Repo Man/리포맨]과는 아무 관계없다.


 

 

 

[Clash of the Titans] directed by Louis Leterrier
소재가 고갈나가는 헐리웃에서 올해 부쩍 관심을 보이는 건 그리스/로마 신화.-_-;;;;
그냥 예고편만 보면 대략적인 줄거리가 보일 듯.
81년작인 데스몬드 데이비스(Desmond Davis)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Percy Jackson & the Olypians: The Lightning Thief/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directed by Chris Columbus
11일 국내개봉한 영화. 해리포터 1편의 감독인 크리스 콜럼부스의 야심작.
역시 내용도 그냥 예고편보면 알 수 있을 듯 하고, 민성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다음 주 중엔 보게 될 듯.


 

 

 

[Alice in Worderland/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directed by Tim Burton
왜 이 이야기를 진작 영화화하지 않았는지가 의심이 들 정도로 팀 버튼과 싱크로율 100%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드뎌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 그의 와이프인 헬레나 본헴커터와 구현.


 

 

 

[the Last Airbender/라스트 에어밴더] directed by M. Night Shyamalan
으응?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이 이런 분위기???완전 의외이지만 좋아하는 감독이니 기다리고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애니메이션이 원작이고 게임까지 줄줄이 나온 원작이 있는데 그 원작의 원제에는 '아바타'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나 이전작들에서 '인용'혐의를 종종 억울하게 뒤집어쓴 샤말란은 주저없이 '아바타'란 말을 빼버린 것 같다.-_-;;;
단 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제작 중이라고 한다.



 

 

[the Book of Eli/북 오브 일라이] directed by Hughes Brothers
박스오피스에서 그냥저냥 수익을 내고 이젠 하강 중.
하지만 개인적으론 무척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
묵시록적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암울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Hughes 형제의 영화가 아닌가. 93년 [Menace II Society/사회에의 증오]와 95년
[Dead President/데드 프레지던트]로 날 놀라게 했던.


 

 

 

[Das Weisse Band - Eine Deutsche Kindergeschichte/하얀 리본] directed by Michael Haneke
인간의 죄의식과 사회와의 관계, 부조리함을 다뤄온 미하일 하네케의 역작.
유럽 영화의 매력이란 아직까지도 인간의 심리를 밀도있게 다룬 영화들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이 영화는 그 정점에 서있을 듯.

 

 

 

 

[Kinatay/도살] directed by Brillante Mendoza
천재적 감독으로 칭송받는 필리핀 출신의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문제적 작품.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에 나서게 된 주인공이 살인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잔혹함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위가 강한 영화라고 한다.

 

 

 

 

[Fish Tank/피시 탱크] directed by Andrea Arnold
영국 출신의 여성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빛나는 수작.
그야말로 방황을 겪고 있는 15살 소녀 미아는 어느날 집에 엄마가 낯선 남자를 데려오자 모든 것이 더욱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한다.

 

 

 

 

[La Teta Asustada/파우스타] directed by Claudia Llosa
페루의 여성감독 클라우디아 로사가 발표한 은유적이며 아름다운 작품.
임신 중 강간을 당한 여성의 모유에 의해 전염되는 '슬픈 모유'라는 질병으로 공포에 살던 주인공 파우스타가
어머니가 죽은 후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


 

 

 

 

[Alle Anderen/에브리원 엘스] directed by Maren Ade
사랑을 의심치 않던 주인공 커플이 별장으로 놀라간 후 우연한 기회에 더욱 성공한 삶과 사회적 젠더 역할을
하는 듯한 또다른 커플을 보고 그동안 믿어오던 '사랑'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비틀거리는 이야기.



 

 

[Gigante/거인] directed by Adrián Biniez
야간 근무 관리인에 집착을 느끼는 수퍼마켓 관리인에 대한 이야기.

 

 

 

[Agora/아고라] directed by Alejandro Amenábar
[Luna/루나], [Tesis/떼시스] 그리고 무엇보다 2004년 [Mar Adentro/the Sea Inside/씨 인사이드]로 날
감동시켰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신작.
로마시대에 종교적 갈등으로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 어느 한 여성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

 

 

 

 

 

 

 

 

 

[Assassination of a High School President]
Directed by Brett Simon
2008 / Reece Thompson, Mischa Barton, Patrick Taylor

브렛 사이먼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학원을 배경으로 한 미스테리물로는 영화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영화가 있지만 지금 당장 기억나는
영화들은 스테디 컬트로 추앙받았던 [Heathers/헤더스]와 조셉 고든 레빗이 마치 험프리 보카트처럼 나왔던,
노라 제트너와 함께 찍은 [Brick/브릭]이다.
기본적으로 이름때문에 놀림받는 펑키(리스 톰슨)는 고등학교 기자 지망생이고 잘난 특종으로 언론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장학금을 받는 것이 목표지만 상황은 그닥 녹록하지않다. 범생정도로만, 그것도 그닥 존재감도 없어 여러
학생들에게 놀림이나 받는 처지다.
그러던 중 사귀고 싶어하던 학교 편집장으로부터 학생 회장에 대한 기사를 써보라고 제안을 받고, 마침 그때 학교
에서는 학생들이 시험본 SAT 성적이 교장실에서 분실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펑키는 이를 파헤치고 학교 기사에 학생회장의 짓이라고 단언하는 헤드라인을 실어 이른바 학교의 우상으로
하루아침에 이른바 '신분상승'을 이룬다. 게다가 전교 남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자 학생회장의 애인이었던
프란체스카(미샤 바튼)까지 그에게 호감을 보이고 다가온다.

프란체스카의 역할이 마치 [Brick/브릭]의 노라 제트너와 비슷한 역할이고, 시종일관 간지 좔좔 흐르고 머리는
비상한데다가 싸움마저 잘하는 조셉 고든 레빗과 달리 이 영화에서의 펑키는 열의만 넘치는 어리숙함을 벗어
나진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진행 도중 합리적인 단서들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어 추리극의 형태를 따라
관객과 함께 풀어가는 재미는 제법 나쁘지 않다.
그와 동시에 드러내진 않아도 이 영화는 약물과 보다나은 성적에 매달리는, 이상적 교육의 현실에서 추락해버린
미국의 교육 현장을 풍자하는 동시에, 빈약한 근거만으로도 상대방을 몰락시킬 수 있는 공격적인 기사들을
검증없이 실어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대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까지 풍자한다.
뿐만 아니라 아마도 이라크 파병 장교였던 것으로 추측되는 학교의 교장(브루스 윌리스)을 통해 자신만의 신념을
절대적인 가치로 믿고 강요하는 보수적 사회상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 메시지가 탄탄한 시나리오와 맞닿고, 출연진의 좋은 연기가 뒷받침되면서 영화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재미를 준다.
영화의 마지막, 편집장은 방황하던 펑키에게 '다 잊어버려, 고등학교잖아'라고 얘기하지만,
뒤돌아가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난리가 벌어진 고등학교와 이들이 맞닥뜨린 사회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브렛 사이먼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가 되는데 아직까진 차기작에 대한 어나운스조차 없어서 궁금하기 짝이 없다.

*
미샤 바튼은... 파릇파릇한 고등학생이라고 보기엔 다소 나이가 좀 들어보이더라.
상대적으로 리스 톰슨이 너무 앳되어보이기도 하지만.

**
이런 고등학교 생활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댈 수는 없지만,
고작 대부분 학교에서 수업받고 학원가서 줄줄이 공부하는 것 외에 학교를 통한 체험 자체가 황당하리만치
한정되어 있는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럴거란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다.

***
중반부 학생회장의 저격씬은 전혀 상관없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린제이 앤더슨의 68년작인 [If...]에서의
말콤 맥도웰의 지붕 위 난사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 난사의 대상과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the Screwfly Solution/스크루플라이 솔루션]
Directed by Joe Dante
2006 (TV) / Kerry Norton, Linda Darlow, Jason Priestley, Elliott Gould

시즌 1,2에 걸쳐 여러 감독들이 TV용 영화로 만들어 시리즈 방영했던 'Masters of Horror'.
그중 시즌 2의 일곱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조 단테 감독의 본작이다.
조 단테라니... 영화 조금 관심있는 분들은 다들 아실만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함께 어찌보면 스필버그
감독만큼 조망받았던 감독 중 한 분인데, 조 단테 감독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시스템에 사실 적응하지 못한
감독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해도 그닥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정치적으로 대단히 편향되지 않은 감독 중 한 명으로도 유명한 조 단테.
TV 씨리즈인 이 영화에서도 그 자유로운 성향은 전혀 잦아들질 않는다.

남성의 본능적인 성욕과 살인욕구가 바이러스처럼 대기 중으로 전염되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은 남성에게 강간
당하고 살해당하거나 무참히 도륙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정한 위도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러한 사태가
점차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자, 질병퇴치를 위해 곡식수확에 해를 끼치는 해충을 인위적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소시키던 앨란(제이슨 프리슬리)은 이것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임을 확신하고 자칫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니 아내 앤(케리 노튼)에게 딸에게 무기를 구하고 집에서 나와 멀리 북쪽으로
도망가라고 말한다. 과연 앤과 딸은 남자들의 살육으로부터 살아날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는 앤이 남자들로부터 살아남는 구조의 스릴러를 지향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애당초 앤이
살아남든 살아남지 못하든 별 관심이 없다.
원작 자체가 이미 있는 영화이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종말론적인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여성들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육하는 남자들의 대화는 너무 태연작약해서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고,
그 흔한 슬래쉬 장면 한 번 나오지 않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더더욱 긴장감이 가열된다.

영화 속에서도 보여지지만 누가 인위적으로 퍼트렸는지 알 수 없는 이 정체모를 바이러스(마지막에 이르면 그
정체가 밝혀지긴 하지만)는 광신도적 종교 집단의 행태처럼 그릇된 확고한 신념 속에서 퍼져간다.
여성들을 학살하고 살아남게 되는 남자들은 당연히 생식이 불가능하며, 그 결과 세상은 종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그런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은 보여주지도 않지만 마지막 장면의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우울하고 어두운 세상을 끝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정말 그저 생각 속에서 지어낸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쓰는 가상의 SF에 지나지 않을까?
인간 스스로 자신들의 파멸을 재촉하고 끊임없이 어긋난 신념을 설파하고 독버섯처럼 세상을 뒤감아 버리는
지금, 이 영화가 그냥 단순한 TV 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 있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조 단테 감독의 2009년작 [the Hole]은 오랜만의 극장 개봉작임에도 아직 볼 수 없다.
국내 개봉은 당연히 되지도 않을 것이고, 2차 판권 시장 박살난 이 시장에 DVD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니.
조만간 보고 나서 어설픈 감상문을 올려봐야겠다.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
Spike Jonze
2009 / Max Records, James Gandolfini(voice), Catherine Keener

모리스 센닥의 대표적 동화를 [Adaptation]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몇 번
이 게시판을 통해 얘기했지만 2009년 사실상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다.
하지만... 당췌 언제 국내 개봉할지 미지수여서 무척 안타까왔는데, 되는 영화만 죽어라 돌리니 박스 오피스
랭크된 영화임에도 국내에 상당히 지각 개봉하거나 아예 개봉조차 안되는 영화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무척
난감한 기분이 든다. 헐리웃 영화들마저 이 모양이니 미국 이외의 영화들을 온전히 스크린에서 만난다는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_-;;;;

동화책에서 나오는 괴물들을 영화적으로 이토록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고 비록,
영화적 재미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영화적으로 대단히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동화의 내용과는 다른 부분도 있고, 동화 자체가 상당히 짧은 편이라 100여분의 러닝타임으로 영화화하기위해
각색되고 첨언된 부분도 많은데, 그러한 이야기들이 주인공 맥스와 괴물 캐롤, KW등과의 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자신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맥스가 이혼한 엄마가 새로운 남자와 오붓하게 집에서 데이트를
즐기자 이런저런 외로움에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채 집을 뛰쳐나와 어딘가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괴물들의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독한 외로움과 이를 극복하려는 이의 두려움과 광폭한 질풍노도의 맥스와
괴물 캐롤을 동일시하며 맥스가 스스로의 모습을 캐롤을 통해 보고 그 아픔을 인정하고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 이야기를 보여준다 .
괴물들의 갈등과 맥스의 외롭고도 불안한 심리를 파고드는 존즈의 연출력은 매우 탁월하다.
딱히 어떤 구체적인 이유에서 두려움을 느끽 움츠려드는 성인들과 달리, 모든 것에 대해 통제 불가능한 호기심과
불안감,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있는 아이의 심리를 절묘하게 괴물들과의 관계,
갈등으로 비유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며, 프레임 하나하나가 깊이 마음 속에 기억될 정도로 감성적이다.
앞에서 말했듯, 기대만큼의 영화적 재미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어쩌면 내가 지독하게 이 영화를 강하게 보고 싶어해서일지도 모르지.
Karen O의 OST도 잘 어울리고.

 

 

 

맥스의 장난질

 

 

 

 

충격적인 오프닝. 보시면 안다.

 

 

 

 

외롭고 불안한 맥스.

 

 

 

 

낯선 괴물들과 함께.

 

 

 

 

 

캐롤과의 우정.

 

 

 

 

 

 

캐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폭풍 간지의 흙싸움.

 

 

 

 

 

 

 

 

[Up in the Air/인 디 에어]
Directed by Jason Reitman
2009 / George Clooney, Vera Farmiga, Anna Kendrick

신자유주의가 몰고온 황폐함과 그 시대를 사는 일반인들의 삶, 그리고 자본주의 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고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Jason Reitman 감독의 2009년작이자 평단으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
2001년 발매된 월터 킴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An Education], [A Serious Man]과 함께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 중 한 편인데 도통 언제 개봉할 지도 몰랐고,
기껏 봤더니 2월 14일 국내 개봉 예정이라니... 허탈하기도 했다.-_-;;;;

책이 발매된 2001년이라는 시점 역시 부시 정권의 가열찬 신자유주의 노선의 확장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
상황이 엉망이 된 시점이라 이 소설의 내용도 잘 맞아 떨어지지만, 그 이후 몰아닥친 예견된 금융위기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가 가속화된 2009년 현재의 미국이 더더욱 영화의 내용과 맞아 떨어진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너지는 수많은 업체들, 그 와중에 보다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사람들. 이 영화는 그렇게 쫓겨나는 사람들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쫓아내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것도 아니다. 라이언 빙엄(조지 클루니)는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해고를 통지하는 당사자지만
그는 그 회사와는 그닥 관계도 없는 파견회사 용역일 뿐이다. 해고조차 떳떳하게 자신들이 하지 못해 대행업체를
부르고 이렇듯 라이언 빙엄같은 해고전문가가 횡행하는 현실이 지금 미국의 현실이다.
그 와중에 해고통지를 받은 이들은 암담함에 정신적 혼란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그런 이들의 표정을 이 영화는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건, 해고하는 자와 해고당하는 자가 있음에도 정작 정말 이들 뒤에서 해고를 종용하는

근본적인 당사자와 시스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말도 안되는 해고 이후의 라이프플랜을 던져놓고는 수용하라는 모습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구조조정이
비일비재한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그닥 다를바 없다.
라이언은 1년의 250일 가량을 비행기를 타고 미국의 각지로 가야할 정도로 많은 업무를 할당받는다.
그만큼 해고를 희망하는 회사가 많기도 하다는 이야기고, 그덕에 라이언의 비행 마일리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 라이언은 마일리지 카드를 비롯한 수많은 카드를 지갑에 넣고 그로부터 만족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집에 있는 것이 싫기도 했던 그에게 하늘을 날며 대부분을 파견으로 보내는 그에겐 이만한 직장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날 라이언이 속한 파견대행업체는 파견을 통해 해고를 알리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당돌한 여직원이 제안한

화상을 통한 해고 시스템을 채택하기에 이르고, 인간과 인간의 문제라는 라이언과 의견 충돌에 이르자

사장은 제안한 여직원 나탈리(앤나 켄드릭)를 파견에 데려가 현장 실습을 하게 하라고 지시한다.
영화 속에서는 해고를 하는 자와 당하는 자에 대한 대립적 이야기가 아니라 이 영화는 경제 불황으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 그들이 아메리칸 이데올로기로 숭상하기까지 한 '가족 시스템'마저 붕괴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이 거대한 시스템의 희생자임을 모른채 스스로를 다그치고 상처받고 괴로워 한다.

물론 영화는 그들의 모습들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그리지도 않고, 희화화하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의 관계와 이들이 대상을 해고하는 모습 역시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연민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마지막 라이언 빙엄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 중 한 편.

 

 

 

 

 

 

 

 

 

 

 

 

 

 

 

모든 스틸샷은 직접 캡쳐한 이미지입니다만, 다음 영화는 대중 공개된 스틸샷 중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Avatar/아바타], [미쓰 홍당무], [김씨표류기], [마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없다고 지나치게 뭐라 하시는 분은 없으셨음 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기준이에요.


 

 

올해도 어김없이 2009년에 본 영화 중 50편을 뽑아 봤습니다.
2009년에 본 영화 편수는 정확히 172편입니다. 유난히 극장에서 본 영화들이 많았고, 2008년에 그만둔 DVD
구입도 어쩔 수 없었던 면이 있지만 이어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매해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 순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이며, 아울러 이 순위에 오른
영화들은 2009년에 개봉한 영화만이 아니라 제가 2009년에 본 영화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봉연도가 2009년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점 꼭 참조해주시길.

 

 

 

 

1. [Gran Torino/그란토리노] directed by Clint Eastwood
우경화가 판을 치는 세계, 한국도 예외는 아닌 정도가 아니라 그 첨병에 서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야당이 견제의 기능을 완벽하게 상실하고, 민중은 부조리한 정권에 대해 저항하는 방법을 잊고 무기력하게 산개하여 자신들의
공간에서만 불만을 쏟아낼 뿐이다. 견제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의 권력은 당연히 폭주할 수 밖에 없으며,
사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국민들은 대부분 파시즘을 지지해왔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권력의 나팔수들이 '보수의 집결'을 외치며 좌파가 나라를 망쳤다는 개소리를 하는데, 그들이 떠벌리는 보수'란 환타지에 불과하다.
기득권들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해버린 '보수'란 말은 그 진정한 의미를 완전히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수구와 보수가 혼용되고
동의어처럼 회자되는 지금,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잘 알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Grantorino]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영화에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자신이 연기한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보수주의자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사회의 공권력이 불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약자를 방치할 때, 어떠한 방법으로 분노해야하는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의 불의에 대해,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기 위해서는 어느 거창한 대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와 이해를 바탕으로 역지사지의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함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월트는 끝까지 퉁명스럽고 무뚝뚝하며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전형적인 꼰대 영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이 영화를 본 후까지 가슴을 저미게 하는 감동으로 남는 것은
그가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이해할 때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자성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래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거장의 사적인 영화로 기억될 이 걸작은 내게
2009년에 본 최고의 영화로 남게 되었다.

 

 

 

 

 

 

2. [Låt den rä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렛미인] directed by Tomas Alfredson
지금까지 그 장면 하나하나가 머리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냉혹하고 아름다웠던 영화.
사실 이 영화는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단 오히려 인어의 살을 먹으면 불사의 삶을 산다는 일본 전설에 오히려
더 가까운 느낌이다. 불사의 삶을 살게 된 존재가 지닐 수 밖에 없는 한없는 외로움과 시대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그 존재의 운명에
또다시 챗바퀴돌 듯 돌아가는 타인의 운명들을 냉혹하고도 아름다운 화면 위로 보여주고 있다.
어른의 몸을 갖기도 전에 불사를 획득해버린 존재지만 끊임없이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고, 불사의 몸임에도 햇빛에 그 몸을 드러내면 순식간에 타 올라버리는 한없이 유약한 존재.
그런 그녀가 인간과의 소통을 이룬 순간을 관객은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게 된다.
이미 그녀의 곁에서 인생을 버린 이의 운명을 보았기 때문일까?
마지막 소년의 웃음에서 한없은 씁쓸함과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올해 가장 강렬했던 영상.

 

 

 

 

 

 

3. [파주] directed by 박찬옥
이 영화의 포스터는 완벽하게 영화 자체를 왜곡하고 오도한다.
포스터에서 말한 형부와 처제와의 불륜 비스므리 한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선균은 학생 운동의 전형적인 인물이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죄의식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것이 과연 기독교적 환경의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선배 누나와의 사랑 중에 벌어진 사건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나치며 겪는 모든 것에 쉽게 다치고 상처받고 그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사실 지나칠 정도로 죄의식을 겪는 이선균의 역할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지만, 이 영화의 힘은 그러한 설정을
대단히 설득력있게 스토리로 녹아낸다.
그를 사랑하면서도 마냥 사랑할 수 없는 처제 역의 서우 역시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결코 쉽게 과거와 화해할 수 없는 인물들. 그 사이에 온전한 사랑이 자리잡을 틈은 그닥 많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온전하게 사랑할 수 없다.
개인의 사랑 역시 시대와 과거의 흐름 속에 축조된 것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듯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울하고 어둡지만 동시에 묘하게 설득력있다.
그리고 진중한 이야기를 촘촘히 축조시키는 박찬옥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서우가 온갖 복잡한 심경을 안고, 철거용역이 애둘러싼 건물로 올라가는 장면을 천천히 고속 화면으로 잡아낸 씬은
작위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정말로), 스러져가는 인물들의 심경을 역사 속에 대위시킨 느낌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올해 본 가장 인상적인 한국 영화. [박쥐], [머더]가 개인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얻은 가장 큰 수확.
다만, 극장 개봉 2주 후 영화관에서 보려고 했지만 도통 하는 곳이 없거나 교차상영이어서 보지 못한,

가차없는 멀티플렉스의 자본 논리 속에서 대기업의 배급시장 장악이 한국 영화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얼마나 뻘소리인지 확실히 절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4. [Avatar/아바타] directed by James Cameron
일산 CGV 아이맥스 DMR 3D로 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충격 자체였다.
그동안 3D라면 입체감을 획득하는 대신 디테일을 포기했던 이전의 3D와는 완전히 다른, 오히려 영화 화면이
스틸 컷이나 티저, 트레일러를 압도하는 놀라운 비주얼을 선사한다.
놀라운 것은 기술적인 요인이 시나리오를 압도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영화에서도 진부한 설정이라지만
시나리오는 제법 안정적이라는 점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다움을 느끼게 한다.
물론, 영화 중 판도라 행성의 나무들이 뿌리를 통해 일종의 네트워크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설정은 매우 신선하고
영화 중에서도 두 번이나 언급되지만 결국 이에 대한 깊이있는 에피소드가 없었다는 점등은 무척 아쉽다.
아마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어느 정도는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런 면으로 영화를
폄하하기엔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의 내용 역시 자본논리에 의한 무차별적 재개발이라는 점에서 재개발로 인한 참사를 겪고, 이 순간에도
기존의 거주주민을 배제한 '그들만을 위한' 재개발이 진행되는 우리들의 입장에선 멀게 느껴질 수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비 종족의 모습은 지구상의 원주민들의 모습과도 그닥 다를 바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 같고,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나비 종족의 네이티리는 인간과 다른 스케일과 외모를 하고
있음에도 대단히 섹시하기까지 한, CG에서 현실로 완벽하게 구현된 생생한 캐릭터를 획득하고 있다. 이런 영화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술의 진일보로 인해 CG는 더욱 발전하게 되어 있고, 3D를 넘어선 4D의 대중화는 당연한 결과일테지만,
기술이 스토리를 집어삼키거나, CG 캐릭터들이 스펙터클에 파묻혀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영화들은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는 대단하다고 하겠다.

 

 

 

 

 

5. [(500) Days of Summer/500일의 섬머] directed by Marc Webb
이건 로맨스 영화라기보단 탐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사실 사랑이라는 행위는 그 끝이 happy든 sad든 행위자의 인생을 재고하고
자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모두 '성장 영화'라고 할 만하다. 다만, 우리는 언제나 A와 B가 사랑을 놓고 갈등을 일으키며
줄다리기하다가 힘겹게 오해와 갈등을 풀고 키스하는 지점에서 엔딩 크레딧을 만나곤 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차치하고 나면 우리에겐 제법 볼만한 영화들이 많은 편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사랑'이란 것의 감정의 진실을 가감없이 다 드러내준다. Apatow 감독의 코미디처럼 갈때까지 가거나
관객을 몰아세우진 않지만, 솔직한 주인공들의 마음을 보여주며 '이게 진짜 당신들이 겪는 사랑이야기지' 라고 되뇌는 듯 하다.
그렇지않나? 우린 정말 이렇게 치열하게 사랑해왔고 사람마다의 방식으로 그 끝의 결론에 서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하는
사랑엔 뭐 그리 대단한 이벤트조차 보기 힘들지만, 뒤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모두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던 순간들 아니었던가?
사랑을 박제화하지 않고 개인의 인생에서 살아 숨쉬게 할 줄 아는 영화.
바로 이 영화다.

 

 

 

 

 

 

6. [Moon/문] directed by Duncan Jones
이 영화엔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박찬욱 감독에 대한 오마쥬가 곁들여져 있다.
그덕에 거티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할과 유사하고, 미장센 곳곳에 한글 '사랑'이란 말이 줄창 등장한다.
인간이 누구나 갖고 있는 '추억'의 순간이 진실인지 조작된 거짓인지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 그 인간의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라고 이 영화는 묻는다.
인간의 존재란 시간을 따라 흘러온 추억의 궤적에서 비롯되니 그것이 송두리채 뒤집힌다면 과연 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이 재기발랄하기 짝이 없는 저예산 SF 영화는 올해의 발견 중 하나다.
소재만큼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시로우 마사무네의 원작),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원작은 필립 K 딕의
'전기양은 안드로이드를 꿈꾸는가)에서 익히 봐왔던 것들이지만 스릴러의 구조 안에서 인물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배치한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할 영화 중 한 편으로 자리했다.

 

 

 

 

 

7. [까뮈따윈 몰라] directed by 야나기마치 미츠오
2005년작이지만 올해가 되어서야 봤다. 이런저런 상영회가 있었지만 모두 놓치고 뒤늦게 DVD를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히마츠리]와 [Godspeed You Black Emperor]로 영화광들에게 전설과도 같은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의 작품으로 2000년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남자 고교생의 노파 살인 사건을 다룬 '지루한 살인자'를 영화화 하려는
일본 어느 대학교 영화동아리가 촬영에 이르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다룬 영화다.
시작부터 마치 '롱테이크 독본'을 연상케하는 8분에 이르는 롱테이크를 보여주더니 영화 속엔 프랑소와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나
루치오 비스콘티의 [베니스의 주인공]에 등장하는 아센바하등등의 인물들을 끌어내 캐릭터에 대위시키는 한편
영화의 스크린은 끊임없이 관객들의 시선 집중과 감정 이입을 거부하듯 밀어낸다.
고전에 대한 풍성한 텍스트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모든 감정과 의도를 하나의 '실험'(=호기심)으로 치부하려는 일본의
현대 젊은이들의 얄팍함, 그리고 기존의 관습과 도덕률의 틀에 갇힌 채 이를 거부하려는 저항 정신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물론 감독은 그런 젊은이들의 얄팍함을 꾸짖으려는 의도가 아님은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쉽게 알 수가 있다.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듯 우리들은 씨지프처럼 반복되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고 있고, 시스템은 인간을 규정하고 단정짓는다.
이를 깨는 방법은 그것이 설령 무의미한 발버둥이라고 해도 이런 시스템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게 현대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의 섬뜩함에 대한 해석은 보신 분들만의 해석을 위해 모호하게 열린 구조를 취하고 있다

 

 

 

 

 

 

 

8. [District 9/디스트릭트 9] directed by Neill Blomkamp
영화를 보기 전부터 나의 기대작 #1 이었던 [디스트릭트 9].
하필이면 멈춰버린 우주선이 떠있는 상공은 아파르트헤이트의 몹쓸 분리정책이 뿌리깊게 자리잡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우리가 보는 외계인의 모습은 사실 외계인의 모습이라기보단 남아공에서 차별받고 살아왔던 네이티브 아프리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촬영된 장소가 디스트릭트 6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주인공이 외계인의 정체모를 스프레이를 실수로 뿌린 후 그들처럼 환태하는 것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것은, 당연한 심정이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우리들 모두의 숨은 모습들 아닐까.
외계인들의 강제 이주를 위해 서명을 받을 때 그는 사실상 전형적인 착취자의 위치에서 행동하지만, 그의
환태가 시작되면서 자신의 절박함을 위해 행동을 하며 상대를 이해한다기보단 상대를 배려한다.
결국 현실에선 결코 불가능한 역지사지를 영화는 절박한 심정으로 풍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실에서 수직적 위치나 인종적 위치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환태되며 바뀔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이 슬픈 SF 영화를 통해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가 가정과 모든 인간 사회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추래하고 흉측한 외계인의 몰골로 환태되었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 두가지 모두 복합적인 요인이겠지만, 이 영화는 은근히 많은 생각할 여지를 관객에게 던져준다.
그 덕분에 두 번을 봤지만... 그래도 난 지금까지 잘 모르겠다.
독특하고 드라마틱한 SF의 수작.



 

 

 

9. [Two Lovers/투 러버] directed by James Gray
로맨스 영화도 진화한다.
Judd Apatow가 화장실 유머 속에서 진솔한 인간의 심리를 끄집어 올려내어 하나의 독특한 코미디 장르를 축조했다면,
그 외의 로맨스 영화도 단순히 '너와 내가 맺어진다'라는 동화 속 엔딩에서 벗어나 '너와 내가 맺어진 그 이후'를 솔직하게 담아낸다.
불안한 심리로 사랑할 수 없는 여인을 사랑하면서 또 다른 현실적 사랑에 발을 두는 모습은 어찌보면 대단히
속물적이지만 영화 속에선 호아킨 피닉스의 우수어린 놀라운 연기에 힘입어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현실적인 사랑과 주저앉은 자신의 삶을 도피하기 위한 심정과 동의어가 되어버린 이상적 사랑 사이에서 고뇌 하는 호아킨 피닉스는
결국 이상과 욕심의 빈 그릇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사랑을 통해 현실 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대다수의 삶을 얘기한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전작 [We Own the Night]역시 음습하면서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심리를 화면 속에 잘
구현한 것을 보면 확실히 그의 영화엔 그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기대해본다.

 

 

 

 

 

 

10.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I've Loved You So Long/] directed by Philippe Claudel
프랑스 영화는 지루하다...라고 생각하는 분께 이 드라마를 감히 추천한다.
영화는 15년을 복역하고 사회로 나온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이 초췌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공항까페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동생 레아(엘사 질버쉬타인)와의 어색한 만남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분명히 드라마이지만 줄리엣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은 약한 스릴러 구조로 남겨 놓았다.
그렇다고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려는 맥거핀을 장치한 것도 아니고, 줄리엣의 현재의 고뇌가 필연적임을
알게하는 장치로서만 스릴러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개인의 미약한 힘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잔혹한 현실. 그리고 그 위에는 가족과 타인의 사랑과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진정 소중하고 존중되어야함을
이 따스한 영화를 통해 사무치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줄리엣의 표정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11. [마츠가네 난사사건] directed by 야마시타 노부히로
이 영화는 2006년작이지만 그간 전혀 보질 못하다가 올해 DVD를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일본 영화는 대부분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감정 과잉과 기술적인 허술함으로 범벅이 된 경우가 많지만, 이런
천재적인 감독의 영화들이 종종 튀어나오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감독의 전작들인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과 [린다 린다 린다] 역시 사랑스러운 정중동의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불온하고 기이하며 어두운 영화다.
블랙코미디의 끝까지 간 듯한 씁쓸하지만 뒤를 치는 이야기, 그리고 실질적인 물리적 에너지는 폭발하지 않아도 도대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긴장감이 너무나 팽팽하게 이어져서 프레임 안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계속 의미 없는 듯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뭔일이라도 터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영화를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폭발하는 허무한 에너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이후를 그리고 있지만, 시대적 상실감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인간의 어두운 본연의 내면과
사회적 윤리가 강압하는 개인의 불가항력적인 정신분열적 상황을 별 것 아니라는 듯 휘둘러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강박과 허무와 이기적 본능을 도덕적 해이를 가장한 얄궃은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한다.

 

 

 

 

 

 

 

12. [미쓰 홍당무] directed by 이경미
이 영화의 유머는 Judd Apatow와는 다른 방식으로 극한까지 치달아버린다. 이런 방식은 은근한 불안감과 쾌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도대체 어쩌려구'라는 걱정과 함께 그 클라이막스가 내려올 서사구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관객보다 우월한 전지적 입장에서 캐릭터를 내리 깔아 보는게 아니라 '저 사람들은 원래 저런거다'
라고 내버려두고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것이니.
공효진이 연기한 '양미숙'이나 서우가 연기한 '서종희' 모두 서슬퍼런 독설과 삐딱함, 과대망항, 피해망상등 일반인의 잣대로 보면
다분히 '정신분열적'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었고, 실제로 그들의 행위는 법적인 처벌을 받을 만한 '범죄'이지만 자의든 타의든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힘에 맞서고 거부하려 하지 않는 '인간다움' 은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사상과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똘레랑스'의 기본이 시작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뭣보다 공효진과 서우의 연기는 최고의 앙상블이다.

 

 

 

 

 

 

13. [Entre Les Murs/the Class/클래스] directed by Laurent Cantet
이 프랑스 영화 속의 선생님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혀를 끌끌 차는 작금의 우리들 시선에서 봐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예의를 밥말아먹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처음엔 아이들의 놀라운 되바라짐에 다소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되지만, 곧 놀라게 되는건 이에 대응하는 선생님 들의 태도들이다.
그들도 사람이고 화가 나지만, 그들이 이들에게 대응하는 인내와 체계적인 시스템에 보는 이들은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주지하는 바를 우리 나라 관객들이 제대로 목도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의 교육 시스템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충격은 아이들의 되바라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열풍 속에 재정 규모가 축소되고
지원도 축소되는 현 공교육 시스템을 떠받치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우린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캡쳐한 바로 이 영화의 스크린샷. 이 스크린샷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비록, 선생도 인간인지라 욕을 하게 되고 문제아를 퇴학시키려는 절차를 밟고, 그 절차가 단지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영화는 얘기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조차 갖고 있지 못한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 속 모습들은 사뭇 충격적이다.
로랑 칸테 감독은 현재 프랑스의 공교육 실태를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연출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교육뿐 아니라 잡무에 시달리고, 저소득 아동 급식 지원은 완전히 삭감되고, 거의 미국의 무너진 공교육 이상으로
무너져가는 우리 나라의 공교육 실태를 바라보면 씁쓸한 마음뿐이다.


 

 

 

 

14. [Up/업] directed by Pete Docter, Bob Peterson
한때 지브리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의 궁극이고 종착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가 봐도 가슴을 때리는 이야기와 넋을 빼는 2D 애니메이션의 세심함에 놀라고 또 놀라던
시절이 있었고,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등을 픽사에서 내놨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감정없는 폴리곤 덩어리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게 아닌가...하는 비아냥을 내뱉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비아냥이 [몬스터 주식회사]에 들어와선 감탄으로 변하다가 [인크레더블]에선 환희와 경탄으로,
[월-E]와 [라따뚜이]에선 주체하지 못할 진중한 감동으로 변하여 결국 픽사는 제 가슴 속 최고의 애니메이션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월-E]에서 가슴을 뒤흔드는 격한 감정을, [라따뚜이]에서 마지막에 울리는 진솔한 감동은
어느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놀라운 순간들이었으니.
그런 그들이 내놓은 신작 [up/업]은 기존의 사회라는 시스템에 얽메이고 피폐해진 더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한 판타지다. 영화는 어드벤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이 영화는 서글픈 현실에 대한 우렁찬 저항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 초반 10분.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것도 클라이맥스도 아닌 초반 10분에 가슴이 울컥하는, 지금 다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울컥하는 그 진하디 진한 여운은 이 영화를 내내 지배한다. 그리고 그 초반 10분이 후반의 모든 이야기들을
심지어 논리적으로도 포용하게 된다.
아무튼 이 영화는 어찌보면 자살 여행일 수 밖에 없는 칼의 모험을 애니메이션다운 발상으로 기발하게 전개시켜 버립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답게 이야기는 탄탄하고 그래픽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며,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그들이 한없이 감사하고 놀라울 뿐이다.

 

 

 

 

 

15. [the Wrestler/레슬러] directed by Darren Aronofsky
이 영화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에반 레이첼 우드(Evan Rachael Wood)와 역시 정말 좋아했던 매리사 토메이(Marisa Tomei)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리사 토메이는 나이가 들수록 원숙한 성적 매력을 점점 드러내는 것 같은데 07년 시드니 루멧(Sidney Lumet) 감독님의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에서의 Philip Seymour Hoffman(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섹스씬은 나름 상당히 충격이었다.-_-;;;
아무튼...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채 쇠락한 레슬러의 모습을 연기한 미키 루크는 자신의 인생 역정의 일기가
그대로 대위되면서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힘이 있는 영화다.
감독이 감독이니만큼, 평범한 드라마가 아닐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영화 속에 보여지는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이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찬란한 시절엔 내팽겨쳤던 가족과 인정의 소중함을 쇠락한 후에서야 깨닫지만,
인생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동화처럼 많은 기회를 주지도, 관용을 베풀지도 않는다.
올해 드라마는 이처럼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영화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연출과 주조연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절절하게 다가왔던 영화.

 

 


 

 

16. [the Hurt Locker/허트 로커] directed by Kathryn Bigelow
전쟁은 마약과도 같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언제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민간인과 적의 구분이 되지도 않고, 누가 적인지조차 알 수 없는 곳에서 정신을
온전히 가누기 힘들 정도로 몰려오는 극한의 긴장감.
긴장감이 육체를 지배하고, 그 숨쉬기 힘든 긴장감에 치를 떨고 눈물을 흘리고 좌절하지만, 정작 그 전장의
포성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땅에 발을 내디디면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실제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이들의 5%가 자살을 선택하고, 30%이상이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보면,
전쟁이라는 것은 어떤 당위도 불가능한 권력가들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모두가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 [Near Dark/죽음의 키스]로 내게 전설이 되었고, [Point Break/폭풍 속으로]로 내게 추앙받았던,
한동안 James Cameron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던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의 [the Hurt Locker]는
전장의 극한의 긴장감과 병사들의 서서히 붕괴되는 심리를 놀랍도록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사실 정말, 이런 영화가 진정한 반전 영화가 아닐까?
엄청난 대부대간의 교전만이 전쟁이 아니라, 나나 우리 아닌 타인을 믿을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폭력이며, 전장이라는 이라크의 실상을 이 영화는 엄청난 긴장감과 함께 전달한다.
탁월한 핸드헬드 카메라가 사용되었으며, 가이 피어스, 랄프 파인즈등의 대배우들의 깜짝 출연을 보는 것도
상당한 재미. 무엇보다 주연진의 놀라운 연기는 더욱 영화에 설득력을 불어 넣어준다.


 

 

 

 

17. [Tropa de Elite/Elite Squad/엘리트 스쿼드] directed by José Padilha
브라질의 범죄 온상 중 한 곳인 97년의 리오데 자네이로의 어느 슬럼가를 통해 순수한 호의와 정의감으로
군경이 된 엘리트가 어떻게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어 상대에 대한 이해없이 분노와 적의로만 가득찬 총구를
겨누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영화.
엘리트 스쿼드란 브라질 군경 중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 조직한 기동대라고 보면 된다.
이 영화 속에선 군경도, 슬럼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들도, 슬럼가의 갱들도 모두 이데올로기의 희생자
들이다. 그들이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저항하는 그 순간까지,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분노는 역시
분노로 물려질 뿐이고, 반목이 계속 될 수록 그들이 타파해야할 대상에서 '시스템'은 거세되고 분노와 적의만 타오를 뿐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겨누는 총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 2009년을 마감하며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싸워야할 대상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비아파트 지역은 고급 주택지역을 제외하면 점차 슬럼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도시들이 이태리의 남부 지역이나, 미국의 슬럼, 멕시코의 슬럼, 브라질의 슬럼가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절대로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체제의 오만과 과욕에서 오게 되는 망종의 결과일테지만 많은 사람들은 구조적 부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다가도
슬럼가의 사람들을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구분짓고 구역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점점더 기득권의 정치는 쉬워지고
편리해질 뿐이고. 이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상대에 대한 이해 자체를 불식시키고 분노를 키워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금도 가감없는 건조한 편집과 멋부리지 않는 도도하고 솔직한 시선으로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불편하지만 그 광경을 끝까지 목도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마지막 총구를 바라보면서 한없는 먹먹함을 느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18. [the Blind Side/블라인드 사이드] directed by John Lee Hancock
우린 흔히 '권선징악'과 '고진감래'의 결실이 맺어지는 영화를 진부한 '헐리웃 엔딩'이라고 말을 한다.
영화란 영화마다 반복되는 결말에 식상한 영화팬들이 '헐리웃 엔딩'을 비아냥거린 이유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헐리웃 엔딩'의 법칙이 그닥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때문일 것이다.
그토록 진부하다는 '헐리웃 엔딩'이 실상 현실세계에선 무척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삭막하기
짝이 없는 우리 시대를 자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그 진부한 '헐리웃 엔딩'의 가장 대표적인 2009년의 영화 중 한 편이 바로 [the Blind Side]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에게 보통 이상의 감동을 주고 흐뭇하게 한 이유는, 이 영화가 실화에 근거했다는 사실과,
그간의 여러 이야기들처럼 갈등 구조가 대단히 상큼하고 뒷끝없이 풀려 나간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여러 억지스러운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캔디 인생을 방해하는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선 그닥 존재하지도 않고,
탄탄한 유대 관계가 헝클어질 위기의 갈등도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벗어나며 억지 드라마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입맛을 비웃는다.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고 미덕을 찾는다.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시스템에서의 빈부의 차이를 인정하되, 가진 자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슴깊이 체득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정말 멋하나 부리지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는
연출의 힘은 [Rookie/루키]때보다 더 발전한 것 같다.
이 영화 속 가족은 영화로 미화된 부분이 있을 지 모르지만, 엔딩 부분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이어지는 실제 사진들을 보노라면
작은 행동에도 큰 용기가 필요함을, 이것저것 재고 따지기보단 양심이 가는 대로 먼저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결실을 가져오는지 가슴떨리는 감동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올해 본 가장 기분좋은 드라마.

 

 

 

 

 

 

19. [Revolutionary Road/레볼루셔너리 로드] directed by Sam Mendes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나은 이상을 갈망한다.
그것이 현실 불가능하든, 아니면 조금만 마음의 결심을 내리면 가능하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갈구하는
이상으로부터 평생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스스로의 비루한 현실을 부정하지만 정작 스스로 가진 모든 것(그게 비록 작은 것이라도)을 버려야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포기지도 못한다.
샘 멘데스의 이 잔혹한 드라마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망록이다.
인간이 인간일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은 정말 '좋은 직장'과 '좋은 집', '화목한 가정'일까?
어찌보면 이 영화는 1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의 징글징글한 애증의 관계를 풀어놓은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을 시스템에 동기시키고 개인의 이상과 꿈이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린 존재가, 온전한 존재일 수 없음을,
그리고 그 시스템으로부터의 저항이 죽음에 이르는 길 뿐이라는 허무하고 암울한 현실을 냉정하게 응시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후폭풍이 만만치않다.
영화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한 부부는 우리들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가정에 구속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때론 다른 이성과 섹스를 하고, 그래도 가정만큼은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받으면서 결코 이룰 수 없는 현실도피를 꿈꾼다.
그게 이뤄지지 않은 지점에서 선택하게 되는 결정.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고,
자신을 외면한 이에 대한 가장 잔혹한 복수일 수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이런 내용이다. 그래서 케이트 윈슬렛의 마지막 심경을 알면서도 가슴이 저리다.

 

 

 

 

20. [the Cove/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 directed by Louie Psihoyos
일본의 타이지에서 비밀리에 학살되는 돌고래들에 관한 잔혹한 보고서인 이 다큐멘터리는 돌고래와 인간과의 교감을 주제로 한 60년대
미국의 인기 TV 씨리즈였던 'Flipper(플리퍼)'에서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던 리차드 오베리(Richard O'Barry)가 함께 출연하던
돌고래 캐시의 죽음을 동기로 돌고래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타이지의 돌고래 학살에 대한 진실을 대중에 폭로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이 다큐는 리챠드의 말처럼 단순히 일본의 비인간적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진 이기심과
끝없는 욕망에 대한 인간다움의 저항에 관한 이야기다.
수많은 동물들이 도살되어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즈음, 왜 돌고래를 학살하는 것이 비인간적인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어쩌면 인간 이상의 지성과 자아를 가졌을지도 모를 돌고래에 대한
무차별적 잔혹한 학살을 통해 절제를 모르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눈물나도록 충격적으로 담았다.
영화 도중에도 나오듯, 문제가 되는 사안을 정부나 기구가 해결해주길 바래선 아무것도 해결이 나질 않는다는,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열망과 인식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에선 잔혹한
그릇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뛰어든 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여진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내 작은 치졸한 조그마한 양심이 떨리기도 하고, 인간의 본능적인 식욕을 위해 끊임없이 거대 사육을 통해
환경을 말살시키고 먹이사슬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나 하나도 동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고 절제를 모르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 스스로라도 조금씩 해방되어야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모든 스틸샷은 직접 캡쳐한 이미지입니다만, 다음 영화는 대중 공개된 스틸샷 중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Avatar/아바타], [미쓰 홍당무], [김씨표류기], [마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없다고 지나치게 뭐라 하시는 분은 없으셨음 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기준이에요.


 

 

 

 

올해도 어김없이 2009년에 본 영화 중 50편을 뽑아 봤습니다.
2009년에 본 영화 편수는 정확히 172편입니다. 유난히 극장에서 본 영화들이 많았고, 2008년에 그만둔 DVD
구입도 어쩔 수 없었던 면이 있지만 이어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매해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 순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이며, 아울러 이 순위에 오른
영화들은 2009년에 개봉한 영화만이 아니라 제가 2009년에 본 영화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봉연도가 2009년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점 꼭 참조해주시길

 

 

 

 

 

 

 

21. [the International/인터내셔널] directed by Tom Tykwer
감독이 바로 Tom Tykwer 이고 주연도 클라이브 오웬과 나오미 왓츠(!!).
Tom Tykwer 감독의 영화 중 케이트 블랜쳇과 지오바니 리비시가 나온 [Heaven]을 aipharos님은 너무 좋아한다.
국제 금융의 위선과 비도덕을 정면으로 파고 들어간 이 영화는 사실 1990년의 파키스탄의 BCCI 스캔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지만,
사실 그런 모티브를 따지는게 오히려 국제 금융의 더러운 모습에 대한 사실적 혐의를 비켜가는 꼴이 된다.
이러한 사실이 지금까지 비일비재하게 암암리에 진행되는 것은 이제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사실일테니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IBBC라는 은행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알다시피 룩셈부르크는 비관세 지역이 많고
조세 천국으로 돈세탁이 이뤄지는 곳이며, 게다가 클리어스트림이라는 정치, 사기 스캔들로 유명한 청산소가 있는 곳이다.
수많은 역외펀드들이 이런 조세 천국에 적을 두고 금융 수사를 미로에 빠뜨리는 곳. 그 중 한 곳이 바로 룩셈부르크다.
현대의 자본 이동은 사실 데이터의 이동, 전자결재가 거의 대부분이며 유가증권과 실물이 거래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근거리 소매행위에서만이다.
그리고 이런 IT의 비약적 발전은 세계화의 장치와 함께 자본의 이동을 더욱더 교묘하게 은폐한다.
하지만 어차피 자본이란 제도적 장치에 의해 한 번은 걸러지게 되어 있는데, 그게 바로 벨기에나 룩셈부르크등에 있는 유명 청산소다.
이런 영화를 통해 금융계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영화 속의 허구로서의 음모론쯤으로 치부되는경우도 있을 듯 한데,
최근엔 인식의 환기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서 이런 일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많은 분들이 인지하시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국제금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살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는,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총격전도 인상적이다.(물론 세트이고, 이 총격적인 프리뷰 이후 액센트가 없다는 평에
의해 추가되었다고 한다) 현실적이고 처절한 총격전은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영화에 상당히 생기를 불어넣고,
이후의 주인공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비록 영화의 끝에서 영화로서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하지만, 이런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서, 또한 충분한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
구겐하임씬에서 초반에 등장하는 그 인상적인 비디오 아트는 매우 유명한 독일 작가인 Julian Rosenfeldt의
작품이다. 제목까진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Stunned Man'이 아닐까한다.
이런 세트를 이 장면을 위해 만든 걸 보면, Tom Tykwer의 예술에 대한 애정과 Terry Gilliam감독스러운 장인 정신도 엿보인다.
그리고 우연인지 클라이브 오웬은 이렇듯 미술작품들이 강렬한 오브제로 활용되는 영화에 벌써 두번째 출연이다.
첫번째는 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걸작 [Children of Men].
이 영화에서도 다비드상, 피카소의 'Guernica', 심지어 Pink Floyd의 [Animal]음반 커버, 거기에다가
FPS 걸작인 게임 'Half-Life'의 세계관이 녹아있지 않았나.

 

 

 

 

 

 

22. [Kirschblüten - Hanami/Cherry Blossoms/사랑 후에 남는 것들] directed by Doris Dörrie
원제의 의미는 '벚꽃 꽃구경'의 의미.
어느 날 평생을 함께 한 반려자와 이별해야할 시간을 알게 된다면 그 반려자와 무엇을 하고 싶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얼굴도 못보는 자식을 만나고, 반려자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할 것 같다.
그런 시간이 되도록 빨리 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만약 온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이생에서의 시간을 정리한다는 것이 아쉽다기보다는 남게되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클 것이고.
트루디는 부토 무용수가 되고 싶어했지만 남편 루디의 반대로 그 꿈을 접고 내조일에만 전념했다.
루디는 늘 그렇듯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트루디를 사랑했고. 하지만 트루디가 떠나고 난 후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고, 자신이 집 안에 트루디를 가둬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녀의 생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트루디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일본에 모든 현금을 다 뽑아서 건너간다. 물론 그곳엔 트루디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 '칼'도 있었고.
하지만 다 커버린 아들 딸들은 요즘의 우리나라처럼 부모들을 거의 보지도 않을 뿐더러 귀찮아하는 존재이고,
편치않은 아들집에서의 생활에도 루디는 부인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일본의 모습을 하나하나 가슴과 눈에 담는다.
그러다가 루디는 공원에서 부토 무용을 추는 노숙자인 18세의 여성 '유'를 만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다가 aipharos 님은 여러차례 눈물을 흘렸다.
트루디가 죽기 전 루디와 밤에 호텔방에서 추는 부토무용은 가슴을 묵직하게 한다.
자식들에게서 철저히 고립된 루디의 처연한 시선, 와이프의 옷을 속에 입은채 벚꽃과 정경을 보여주는 루디의 모습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영화가 정말 둔중한 울림을 주는 건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다.
죽음 이후에 떠나간 이의 진정한 바램을 읽고 그것을 이루게 해주려는 진심이 묻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가슴을 울리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부토(舞蹈) 무용은 영화의 주제와 아주 잘 어울린다.
부토라는 것이 삶의 그림자, 죽음의 세계를 다루는 춤이며, 죽음에서 몸부림치는 이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이니까.
그 어렵고 괴로운 부토를 '무섭고 기괴하고 파괴적'이라고 느끼던 루디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진심으로 이해하는 입장으로 다가가게 되고 루디의 소원을 풀어주는 마지막 부토 무용을 준비한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이 드러난 도리스 되리의 근작으로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다를 수 있으나
평생을 함께 한 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성찰하는 영화로 추천하는 영화다.

 

 

 

 

 

2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directed by 김지운
몇 번이나 하는 말이지만, [달콤한 인생]이 개봉되었을 때 이 영화를 보고 난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다 나오는구나'하고 엄청나게
반색했던 기억이 있다. 이전 김지운 감독의 영화, 특히 데뷔작에서의 그 아쉬움이 조금씩 작품이 거듭될 수록 덜어지더니
[달콤한 인생]의 그 놀라운 느와르의 미장센에서 진정한 한국 영화의 진보를 맛볼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이후로 내게 김지운 감독은
가장 기대하는 감독 중 한 명이 되었고. 숱한 화제 속에 개봉했던 [놈놈놈]에 대한 관객들의 설왕설래는 여러가지였지만, 이 영화를 본 나는
평단과 관객의 평가보다 훨씬 높게 이 영화를 즐겁게 봤고 앞으로도 쭈욱 김지운의 영화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서부극의 구조를 만주로 끌고온 일종의 만주웨스턴. 활극이 활극답기 위해서 보여줘야 하는 모든 요소를 밸런스가 무너지기 십상인
3인의 건맨들을 기가막히게 조화롭게 가지고 놀면서 액션 활극이 보여줘야하는 운동성과 적절한 과장을 이토록 잘 살려낼 수 있는 감독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하는 믿음을 심어준다.
그의 차기작이 그답게도 끌로드 소떼(Claude Sautet) 감독의 71년 걸작 [Max et les Ferailleurs/막스와 고철장수]라는 것도 박수를 치게 한다.
얼마나 김지운 감독의 장르적 어법과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인가.
현재 캐스팅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 길이 없으나, 그의 바램대로 클라이브 오웬과 시에나 밀러가 캐스팅 된다면 그보다 멋진 일도 없을 듯.

 

 

 

 

 

 

24. [Le Scaphandre et Le Papillon/잠수종과 나비] directed by Julian Schnabel
영화의 이미지가 버려진 육체에 의미있는 체류가 된 장 도미니크 보비(이하 '장 도')의 심리적 자유의 일탈을
아주 잘 드러낸다. 그 유명한 패션계의 막강 파워 '엘르'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
어느 날 갑자기 뇌일혈 발작이 온 후 전신마비가 되고, 그는 왼쪽 눈으로만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왼쪽 눈만으로 의사 소통을 하여 자신의 책을 내고 책이 발간된 지 10일 만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는 이젠 다들 아시다시피 실화다.
자신의 육체를 조금도 어찌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장 도는 [Mar Adentro/Sea Inside]의 주인공 마농 샘프레도
(하비에르 바르뎀)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다. 마농 샘프레도는 적어도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일탈은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었다. 하지만 장 도는 오로지 오른쪽 눈을 한 번, 두 번 깜빡이는 것만으로 모든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마농 샘프레도가 죽을 권리를 위해 저항했다면, 장 도는 책을 통해 세상과 마지막까지 소통하고
흔적을 남기려 했다.
그가 치료사와 이전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상상은 자신이 인간이기 위해 남아있는 모습을 부여잡고 그려낸 그의
노력의 반영이다. 그에겐 그러한 상상이 자유를 위한 갈망이라기보다는 본능적 능력을 모두 거세당한 인간이지만
인간이기 힘든 자신에 대한 아름다운 존중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그의 삶에 대한 경외감과 무너져버린 살아 온 궤적들에 대한 반성은 줄리앙 슈나벨이라는
작가에 의해 너무나 구체적으로 스크린으로 투영된다.
보고 난 후 감동만큼의 이미지가 남아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장 도미니크 보비의 인생을 안타까와만 하지 않게
되는 걸 보면, 이 영화의 진정성에 공감할 수 있다.



 

 

 

 

25. [Zombieland/좀비랜드] directed by Ruben Fleischer
좀비 영화는 진화 중이다.
조지 로메로 감독이 다분히 사회적/정치적 메타포로 들고 나왔던 좀비 영화는 최근들어 자기복제를 멈추고
점점 더 진화하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조여오는 압박의 공포는 덜해졌지만, 보다 빠르고 강력한 좀비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붕괴된 가정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풍자하며, 루빈 플레처 감독의 이 영민한 좀비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말처럼, 좀비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나 이전이나 주인공은 외톨이였고, 주인공은 언제나 주변인들이
좀비와 같았다는. 그래서 주인공은 이 좀비들이 지배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말.
나와 타인의 관계를 발견하고 어긋난 개개인의 가치관 속에서 불신과 탐욕으로 찌든 관계에서 조금씩 서로를
인정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진정한 '친밀감'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사실 보고나면 이건 미국판 [가족의 탄생]이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전혀 관계없던 이들끼리 만나 서로의
결속을 맺어가는 과정이 어찌보면 딱... [가족의 탄생]이지 않나.
이 영화는 분명히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정말 기대가 된다.
너무나 즐겁고도 의미심장하게 본 좀비 영화 중 한 편.

 

 

 

 

 

 

26. [Estômago/에스토마고] directed by Marcos Jorge
이 영화는 요리에 대한 영화라기보단 인간의 본능에 대한 씁쓸한 비망록과 같다.
종종 식욕과 성욕, 살인욕구를 드러낸 영화들이 있었듯이 이 세가지는 겨우 한끝 차이인 인간의 본능일 뿐이다.
이 잘빠진 브라질산 이야기는 피터 그리너웨이처럼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거나 전위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브리엘 악셀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이나 스탠리 투치와 캠벨 스콧의 [빅 나잇]처럼 음식을 통한 흥미로운
인간과 인간의 교감을 그리지도 않는다. 보다 더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이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식욕과 성욕, 그리고 그 한끝 차이인 살인의 드라이브가 능글맞게 넘나들고 시간을 넘나드는 구조로 진행되며
감옥에서의 모습과 병치되면서 인간의 본능과 정치적인 권력욕과도 대위되곤 한다.
미식과 성욕을 만족시킨 주인공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만둘까? 그럴리가 없지 않나.
영화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관객에게 넘겨주면서 그제서야 이 영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게 된다.

 

 

 

 

 

 

27. [the Reader/리더] directed by Stephen Daldry
시대 속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들이야 어디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인간이 저지른 가장 큰 과오 중 하나라는 2차대전에서의 유태인 학살은 수많은 이들에게 환경에 철저히 지배
당하는 양심의 허무함을 고발했다.
[리더]는 그 수많은 전범 중에서 무지함으로 그 과오를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일련의 행위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생명의 존속을 결정했는지조차 모른채 살아온 한 여성을 이야기한다.
같은 영화에서 똑같은 인물들로 두개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이 영화는, 첫번째 이야기로 글을 읽어주는
주인공 미하엘과 한나와의 섹스와 책읽어주기에 대해 탐닉한다. 처음 만나면 섹스에 열중하던 이들은 어느
틈엔가 섹스보다는 옷을 벗은 채 미하엘이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더 많았고, 책을 읽어주면 읽어줄 수록 어딘가
한나의 정서적 불안감은 책에 몰입하는 것과 비례하여 가중되는 듯 하다. 그리곤 그녀는 사라진다. 수많은
성장통을 미하엘에게 잔뜩 남겨둔 채.
시간이 흐른 이후의 이야기는 이미 법대생이 된 미하엘과 전범 재판장에 끌려온 한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한나가 전범이 된 데에는 절대적으로 사적인, 글을 읽지 못한다는 수치심에서 그 사실을 감추려는 과정에서
발발한 경우가 많다. 이는 물론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과오지만,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아는 미하엘,
그녀와 사적인 관계를 지속해왔던(그것도 육체적인) 미하엘의 입장에선 또다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도록
한다. 법정의 모든 이들이 한나를 바라보는 시선 아래로 미하엘과 한나는 자신들만의 '비밀'을 갖고 고독한 마주 보기를 하는 샘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책 읽어주는' 전반부를 비중있게 처리했다. 스티븐 달드리의 전통적이면서도 서사적인
연출, 정공법적인 앵글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가꿔주며, 원작소설을 충실히 각색한 힘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28. [Watchmen/왓치멘] directed by Zack Snyder
원작 그래픽 노블을 읽고 영화를 접한 느낌은 놀라우리만치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 되기도, 동시에 이 영화는 내 생각만큼 회자되지 않는 '평가절하'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Zack Snyder 감독으로선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줬다고 생각해본다.
그의 장편 데뷔작 [Dawn of the Dead] 리메이크에선 속도감을 맘대로 휘두르는 재능에 놀랐었고, [300]에선 비록 누가봐도 부시 체제의
침략 본성을 옹호하는 저열한 의도를 드러냈다고는 해도, 폭력과 성애가 맞닥은 지점에서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히는 강렬한 영상을
감각적으로 선보인 그의 재능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과연 [왓치멘]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로어쉐크'를
어떻게 표현할 지 심히 걱정이 되긴 했는데, 걱정이고 나발이고 할 것 없이 잭 스나이더는 그냥 원작을 스크린으로 copy to paste 했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손가락으로 넘기는 그래픽 노블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거대한 화면의 그림책으로 바뀐 사실에 의아해할 수도 있고,
연출가의 해석이 거의 담기지 않은 이 영화를 과연 온전한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의구심과는 또 별개로 고작 2권이지만 엄청나게 복잡하고 말이 많은, 도대체 한 편짜리 영화로 영화화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의구심을 싹 날려버릴 정도로 완벽하게 다이제스트본을 만들어낸 잭 스나이더의 역량은 분명 재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능력 덕분에 종이 안에서 묻혀버린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스크린 위에 펼쳐지지 않았나.
[아바타]를 본 지금 생각하기로는, 이 영화를 DMR 3D로 봤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IMAX-정확히 말하면 DMR 3D-로 상영된 바 있다) 나와 aipharos님은 관교동 CGV 유로

클래스에서 디지털로 보는 것에 그쳤는데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DMR-3D로 봤다면 엄청나게 놀라운 비주얼을

더욱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실크 스펙터로 열연한 Malin Ackerman의 그 놀라운 몸매도 다시 접할 수 있었을...-_-;;;


 

 

 

 

 

29. [Synecdoche New York/시넥더키 뉴욕] directed by Charlie Kaufman
찰리 카우프먼의 이 괴이한 데뷔작을 끝까지 보고나면 형언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감정에 사로잡혀 버린다.
아주 뿌연 안개 속을 걸어가다가 저 멀리 어딘가로부터 새어나온 빛을 따라 천천히 걷는, 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빛을 따라 마냥 걷는 느낌.
바로 그런 느낌의, 한마디로 '괴작'이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중반부터는 사실상 완전히 연극의 포멧을 빌어 현실과 주인공의 심리,
그의 가공의 경계들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많은 인물들. 그리고 헷갈리기만 하는 관계의 나무들을 헤치고 나아가면 그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인생과 이야기를 걸고 초현실적인 관계 속에 역설적으로 현실을 인정하게 하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달받게 된다.
마지막에 병원에서 일어나 해체된 현실이 재현된 도시를 걸어가다가 벤치에 앉아 맞이하는 엔딩은 정말이지
강렬하고도 놀라운 여운을 남겨준다.
어줍잖은 글 따위로 리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영화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난해한 영화라서
순위를 낮췄지만 그 의미심장함만을 따진다면 올해 본 영화 중 TOP 10 안에도 들 영화.


 

 

 

 

30. [La Sconosciuta/Unknown Woman/언노운 우먼] directed by Giuseppe Tornatore
2006년작.
드라마를 스릴러로 녹여내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내공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영화.
자극적이고도 불온한 오프닝에 이어 관객들은 이유도 모른 채 주인공 이레나의 의심스러운 행적을 좇아가며,
난데없이 긴장을 조성하는 급박한 장면들과 범죄의 장면에 몰입되게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따라가게 되는 이레나의 과거에서 맞닥뜨린 안타까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관객들은
이레나의 편에 서서 범죄를 묘하게 이해하고 옹호하는 동질감을 갖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레나의 페이드 백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는 그녀의 모진 삶보다,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레나라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폭압적인 남성 중심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상처를 안고 키우고 보듬아 안고 치유까지 하는 것은 절대로 남자들의 몫이 아니니까.


 

 

 

 

31. [Die Welle/디 벨레] directed by Dennis Gansel
빈부격차의 심화와 경제위축으로 인한 고용감소는 역사적으로 파시즘을 불러왔다.
파시즘이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메커니즘으로 쉽게 군중의 심리에 독버섯처럼 퍼진다는 사실을
실화에 근거한 이 영화가 보여준다.
파시즘에 관한 강의를 맡은 독일의 한 고등학교 선생이 아이들에게 파시즘과 독재주의를 체험하도록 그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비판의식없는 일체화를 유도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러한 파시즘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되어
선생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
어찌보면 훌륭한 교육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파국을 맞이하게 된 이유는 라이너 벵어 교사가
파시즘을 통제 가능한 것으로 잘못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파시즘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파시즘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집단의 폭력을 자양분으로 독버섯처럼 자라는 법이니까.
비록 영화 자체는 설정의 축약과 비약이 있어 상황을 온전히 따라가기엔 문제가 있지만, 영화 자체는 파시즘이
기초하는 폭력과 욕망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파시즘의 중심부에서 역사를 불구덩이로 집어던진 그 중심인 독일에서 있었던 사실이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영화라서 더욱 설득력있었던 영화.

 

 

 

 

 

32. [김씨표류기] directed by 이해준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로 신선한 충격을 준 이해준 감독의 작품.
안타깝게도 흥행 성적은 재난 수준이었다지만, 이 영화 자체의 정서와 훅은 제법 만만치 않다.
이해준 감독의 영화는 진일보된 일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대한 고찰은 매우
디테일한 편이고, 캐릭터의 감성적 이미지도 확실히 구축한다. 덕분에 이 영화는 분명히 현실적으로 그닥
설득력없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캐릭터들을 응원하게 되고, 그들의 마지막 조우를 가슴으로부터 박수를 보내게 된다.
집 밖으로 절대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와 외부인의 만남은 [Tokyo/도쿄]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에피소드
에서도 등장한 바 있지만, [도쿄]에서 히키코모리가 집밖으로 나오는 과정은 비슷한 듯, 묘하게 다르다.
공감가는 절박한 심정에서 자신이 지켜온 모든 것을 다 버리지 못하고 가장 소박한 외출을 감행하는 정려원의
질주 역시 무척 가슴에 와닿는데, 과연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세상에 겨우 한발자욱을 뗀 그들은 과연 행복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부분에서 정처없이 달리는 버스의 모습이 더욱 안스러운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33. [おくりびと/Departures/굿' 바이] directed by 瀧田洋二郞(타키타요지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독특한 인디적 감성을 보여주는 일본의 작은 영화들은 알게모르게 상당히 많은 이들에게
어필해왔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일본 영화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는 편이지만, 사실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키치가 지나친 영화가 범람하는 일본 영화씬을 보면 질릴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뛰어난 영화들 몇 편이 설득력을 갖고 대중을 찾기 때문에 그 매력을 외면할 수가 없다.
이 영화 [굿'바이]는 잔잔함 속에 소소한 감동을 주지하는 여느 일본 영화와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군데군데
인생의 해학을 풀어낸 유머가 영리하고, 지나친 감정 과잉이 되지도 않고, 캐릭터들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 구태
역시 최소화해서 누가 보더라도 즐겁게 감동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인간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장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교감을 이루고, 스스로를 찾는 지극히 보편적
교훈이 담긴 영화지만 영화적 재미도 만만치 않다.


 

 

 

 

34. [Drag Me to Hell/드래그 미 투 헬] directed by Sam Raimi
이미 스펙터클의 중심부에 안착한 거장이 과연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난
무척 궁금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얘기할 것은 당연히 코엔 형제와 함께 작업했던 [the Evil Dead/이블 데드]
일 수 밖에 없다. 초심이라고 하면, 그 사지절단의 난리발광 속에서도 빛나는 유머를 잃지 않고 초저예산으로도
엄청난 속도감을 통해 광속으로 폭주하는 그 영화를 빼놓을 순 없지 않나.
바로 이 영화는 그 초심의 기억에 가장 가까운 그의 진짜 영화다.
의도적으로 존재감없는 저스틴 롱을 주인공의 남친으로 배치한 것부터 이 영화는 전적으로 주인공 크리스틴
브라운(엘리슨 로만)의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그닥 저주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엉뚱하게도 집시
노인의 저주를 받아 죽을 고생을 하는 그녀의 짧은 시간을 밀착해서 보여주면서 놀라운 설득력, 거기에 상당한
서스펜스를 광속의 속도감으로 미친 듯이 밀고 나간다.
이러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어필하려면 크리스틴 브라운과 그 주변부에 대한 현실적인 설정들이 필수적인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주변부 설정은 대단히 정밀하고 사실적이다.
이 영화에 사지절단따위는 나오지도 않으면서도 그의 초기작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샘 레이미 감독이
추구했던 속도감과 면밀한 캐릭터의 입체적인 구현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35. [Le Silence de Lorna/로나의 침묵] directed by Jean-Pierre Dardenne, Luc Dardenne
우린 유럽의 역사를 얄팍하게나마 배우면서 그들이 중시하는 인본주의를 어떻게 획득하고 차지했는지 조금은
알고 있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 이룩한 것이 아니라 피를 흘려가며 쟁취한 민주주의의고 민주주의 근본은 바로
인본주의라는 사실 정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하다보니(이렇게 무책임하게 말하기 곤란하지만) 자본주의가 마치 민주주의인양 오도된 현실에서,
수없이 반복된 프로파갠다로 이젠 그 유럽대륙에서조차 자본주의의 더러움에 인본주의가 발을 붙이지 못한다.
이젠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름의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 역시 천박한 자본주의에 더럽혀진 인본주의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알바니아에서 벨기에의 국적을 획득하려고 위장결혼을 하고, 손쉽게 이혼하기 위해
약쟁이를 고른 로나가 오히려 연민에 빠지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지 못했을 때 손에 쥔 경제적 안정은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한다는 지극히 교훈적이지만 뼈에 사무칠 정도로 강렬한 이 메시지가 이 영화 속에
진심을 갖고 생명력을 움켜쥐고 있다.
자본에 대한 양심의 침묵, 그 터널을 빠져나와 로나가 침묵을 깨려는 그 순간, 이 영화는 일말의 동정도 없이
로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렇게 침묵하거나, 침묵을 깨려는 이들에게 다가온 암울한 결말이 바로 현실이라고
다르덴 형제는 얘기한다.
다르덴 형제 특유의 롱테이크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하게 되었던 영화.

 



 

 

 


모든 스틸샷은 직접 캡쳐한 이미지입니다만, 다음 영화는 공개된 스틸샷 중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Avatar/아바타], [미쓰 홍당무], [김씨표류기], [마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없다고 지나치게 뭐라 하시는 분은 없으셨음 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기준이에요.

 

 

 

올해도 어김없이 2009년에 본 영화 중 50편을 뽑아 봤습니다.
2009년에 본 영화 편수는 정확히 172편입니다. 유난히 극장에서 본 영화들이 많았고, 2008년에 그만둔 DVD
구입도 어쩔 수 없었던 면이 있지만 이어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매해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 순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이며, 아울러 이 순위에 오른
영화들은 2009년에 개봉한 영화만이 아니라 제가 2009년에 본 영화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봉연도가 2009년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점 꼭 참조해주시길.

 

 

 

 

36. [Revanche/보복] directed by Götz Spielmann
유럽의 영화들은 헐리웃 영화들보다 호흡이 길다.
배역의 심리적 교감을 요란하지 않게 바라보고 밀착하여 따라다닌다.
그덕에 영화는 늘 사유의 여지를 관객에게 제공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관계란 건 잔인하리만치 얄궃기도 하다는 걸 영화 속의 네 명의 캐릭터를 통해 보게 된다.
사건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감상자의 전지적 입장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토록 괴로운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허무한 죽음, 예정된 죽음, 그리고 엇갈린 관계, 인간의 죄의식, 그리고 보복과 용서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모습들을 절제된 구조 안에 이토록 잘 쌓아올린 축조물을 보는 일이란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올해 본 가장 뛰어난 인간의 심리와 죄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스릴러의 구조를 통해 영화적 재미까지 획득한 보기 드문 영화 중 하나.

 

 

 

 

 

37. [Inglourious Basterds/바스타즈 거친 녀석들] directed by Quentin Tarantino
늘 할 말이 많아지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따지고보면 처음부터 그의 영화는 말이 많았고, 캐릭터들이 대사를 할 때도 대단히 정적인 가운데 긴장감을 풀어 버리거나,
또는 반대로 극도로 긴장감을 높이는 방법을 얄미울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선 이전작 [Death Proof/데스 프루프]에서 보여줬던 형식미의 확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러닝타임은 150여분에 이르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어디 한 둘이 아니다만 영화는 산만하지 않고 이리저리 난 길을 잘도 찾아가는 느낌이다.
타란티노가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으응?'하는 느낌이었으나 생각해보면
잔혹한 살육이 합법적으로 이뤄진 이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전쟁'이라는 소재가 타란티노와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왜 이제서야 전쟁 영화를 소재로 만들었지?'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되긴 했다.
아무튼, 다양한 사적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을 배치하는 초반부는 대사의 한끝을 보여주며 상당히 치밀하게 진행되는데
실존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객들의 막연한 전지자의 입장을 통쾌하게 배신하는 후반부 절정은 탁월한 후련함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런 전범들이 그따위로 자신들 발로 종말을 찾아 갔던 사실에 대한 역사적 응징의 느낌도 드니까.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다보면 항상 느끼지만, 이 이야기꾼은 이제 짜여진 틀없이 부유하던 자신의 스타일을
단단히 자신만의 형식미로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의 재기는 여전하되 조금씩 이야기를 '잘 꾸려나가는' 재담꾼으로의 면모를 점점 더 드러내고 있다고 할까.
덕분에 그의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히 반복되지만, 최소한 한 번 보고 라이브러리에 쳐박아놓아버리는 영화에서는 많이 벗어나지 않았을까?

 

 

 

 

 

38. [the Boat that Rocked/락앤롤 보트] directed by Richard Curtis
난 [러브 액추얼리]가 그냥 그랬다. 그나마 좋아하는 장면은 공항에서 만나 포옹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페이드 인-아웃으로 감성적으로 편집하고 그위로 너레이션이 흐르는 장면 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 리차드 커티스가 60년대 영국의 전설적인 해적 방송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니 조금은 반신반의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많은 인물들이 떼로 등장하고 말이지.
하지만 보고나니 이 영화는 지금의 한국에 완벽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그야말로 완전 맞춤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끼리 뭘하든 잘했다고 지랄하고 자기들끼리 박수치고 나팔부는 같잖은 정부의 언론 탄압과 사상 통제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저항이
이 영화엔 그대로 들어가 있다. 그게 비록 60년대의 영국의 사회상을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그러니까, 우린 60년대의 영국과 다를 바도 없다는거다. 물론 이게 지금 전세계적인 문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미디어의 80%를 장악하고 뻘짓하는 베를루스코니나, FOX TV를 필두로 뻘짓 다하고 조작 뉴스를 떵떵 내보내는 미국도 그렇지 않나.
저항조차 시들해진 이 시대에 60년대의 기득권에 대한 저항 정신은 시사하는 바가 분명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영화적 설정이지만 난 오히려 그 장면이 너무나 좋았다.
그 이유는 그 모습이 폭압과 통제에 저항하던 이들이 수렁에 몰렸을 때 그들을 지켜준 다수의 국민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이 들어 부끄럽기도 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던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지.

 

 

 

 

 

39. [마더] directed by 봉준호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나 역시 보통 이상이었지만,
막상 뚜껑열린 그의 차기작은 아쉽게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늘 탄탄한 드라마 위에 상업적인 히트 포인트를 적절히 배치하는 영민한 감독이었던 그의 [마더]는 지나치리만치
복선에 의존하고 탄탄하려고 애쓰는 시나리오 덕에 보는 내내 가슴 한구석에 물음표를 찍게 되더라.
영화의 언더텍스트를 자기 나름대로 분석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넷 상에 떠돌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모성'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성애'에 대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영화는 모성의 질긴 정과 함께 동시에 성애적 긴장감을 모두 획득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워낙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탓에 영화적 긴장감은 덜하고 처음부터 전력질주한 마라톤 선수마냥
뒤로 갈수록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이란 이유로 부당하게 폄하된 영화일 수도 있고...

 

 

 

 

 

40. [Star Trek Beginning/스타트렉 비기닝] directed by J.J. Abrams
스타트랙.
제목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TV 시리즈로 미국에선 거의 [스타워즈]에 비견될 만한
문화적 파급력을 지닌 이 장편의 시리즈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의 역사적 사회상과 결부된
팬덤이 부재한 한국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극장판 영화는 스타트랙을 단 한번도 보지도 못한 수많은 타국의 관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올해 공개된 스타트랙의 출발점에 선 이 장편영화는 그 고민에 대한 가장 현명한 답을 JJ 애브러험이 내놨 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영화엔 혹시나 스타트랙 TV 시리즈에서 보아왔던 정적이면서도 사색적이고, 싸이키델릭에 가까운 수많은 이미지들이
완벽하게 거세되어 있다시피 하다. 애초부터 JJ 애브러험은 그런 '스타트랙스러운 세계관'을 구현하는 것은 관심이 없었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세계적인 히트를 친 이유는 바로 스타트랙을 이루는 캐릭터들에 대한 쌔끈한 재현에 있다.
커크와 스폭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에피소드는 잘 빠졌고 더불어 상당히 매력적으로 몰입감을 준다.
그 덕분에 엔터프라이즈호라는 상징성까지 희생해가며 포기했던 정체성을 이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확실하게 획득하고 있다.
그동안 TV 씨리즈를 연출하던 연출자의 장편 데뷔작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한 완성도를 보이는 이 영화를 통해
전세계 관객들은 다시 한번 매니어의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보다 말끔해진 스타트랙을 회자시킬 것 같다.
그걸 부정적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새로운 참신함으로 바라볼 지는 역시 개인의 몫이다

 

 

 

 

 

41. [the Hangover/행오버] directed by Todd Phillips
결혼을 앞둔 남자들의 '총각파티'는 어찌보면 익살스러울 수도 있으나 그 내면엔 좀 씁쓸한 여운이 있다.
이제 '넌 결혼할테니 다른 여자와의 섹스는 꿈도 못꾸지. 그러니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즐기는거야'라는 어이없게도
가족 제도에 구속당할 예정이면서 그 서글픈 끝을 예단하고 마지막을 여성들의 살을 부비며 즐기자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묘하게도 즐겁지만은 않지 않나.
하지만, 그건 다 핑계지. 어차피 결혼한 부부의 70%가 이혼하고, 유부남, 유부녀의 혼외정사가 80%
(남자는 90%)가 넘는 지경인 미국에서의 '총각파티'란 그냥 그 핑계로 실컷 부비부비(그루빙)하자는 것 외엔 없는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총각파티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누군가 의아해한다면 그 사람에겐 이 영화를 권한다.ㅎㅎㅎ
사실 영화의 내용이야 결혼을 앞둔 덕이 친구들과 라스 베가스에 가서 총각파티를 진탕 벌이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장으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로 별 다를 것이 없지만, 이 영화는 주변에서 흔히 사람들이 '나 어제 완전 필름 끊겼어'라고 말하면서
'내가 어제 그랬어?'라고 난감해하며 묻는 이들에게서 힌트를 얻은 영화의 진행방식이 아주 인상적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준다.
그러니까 이들은 총각 딱지를 떼고 가정이라는 암흑으로 빠져드는 '덕'을 위해 라스베가스 시저 호텔 옥상에서
술잔을 마주치지만 다음 장면이 바로 엉망진창이 된 호텔방에서 각양각색으로 쓰러져 있는 이들의 모습으로 넘어 가버린다.
관객들은 당연히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라고 궁금해하지만 관객이 궁금한 만큼 이 영화속 덤앤 더머들도
완벽하게 필름이 끊겨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모른다. 게다가 결혼을 앞둔 친구 덕은 사라져 보이지도 않고 말이지.
자신들의 '끊겨버린 필름'을 복원하고자 이 덤앤 더머들은 단서를 찾아 나간다.
그 와중에 속박하는 애인에게 말없이 따르던 스튜나, 교사지만 애들 코묻은 돈이나 꼬불치던 선생같지 않던 선생필이
개그스러운 자각을 하는 경험이나, 덕의 처남이 될 처지지만 사실상 대책없는 앨런의 좌충우돌이 기가막히게 벌어진다.
그렇다고 교훈적인 뭔가를 기대하지 마시길.이들은 마지막까지 다 자란 애들일 뿐.
인생살아가면서 나이먹고 근엄해지고 보수적이 되는 어찌보면 많은 이들이 당연시하는 과정에 묘하게도 반기를 드는 영화.
정말로 재밌게 본 영화.

 

 

 

 

 

42. [Wendy and Lucy/웬디와 루시] directed by Kelly Reichardt
신자유주의... 말이야 그럴싸하다.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같은 자들이 떠들어댄 저 보수 이데올로기를 고착화시키기위한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개념은 무한경쟁에서 낙오되는
대다수를 조금도 떠받쳐줄 생각을 하지 않고 모든걸 민영화하여 이윤을 극대화 한답시고 인력을 줄이고 장비의 노후화를 눈감고...
그러다가 결국 카트리나 태풍이 왔을 때 FEMA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잖나. 볼리비아의 엄청난 수도요금 급등도 다 그 민영화때문이었고,
미국의 정전사태도 역시 민영화로 인한 이윤추구의 마인드에서 나온 인재들이었다.
켈리 라이하르트의 이 영화 [wendy and lucy/웬디와 루시]는 영화 러닝타임 80분동안 단 한번도 신자유주의니
고리타분한 정치적, 경제적, 철학적 이야기를 조금도 담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피라미드의 가장 밑을 차지하는 빈민 중 한 명인 웬디라는 여성의
며칠간의 일상을 통해 황폐화되고 삭막해진 미국의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무한경쟁이란 허울좋은 구실로 '평평하지 않은 싸움터'로 사람들을 무장해제시켜 내몰아댄다.
그리고 국가가 담당해야할 공적투자를 국민 개개인에게 하나둘 떠넘긴다. 미국의 예처럼 어디에서나 교육 재정을 먼저 줄이고,
서민 복지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버린다다. 이건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어느 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 복지예산을 늘렸다고 헛소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예산을 늘린 것이지,
 정작 빈곤층에 필요한 예산은 전액삭감되거나 대폭 축소되었음을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이 영화 [웬디와 루시]에서 웬디는 단 한마디의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지만, 그건 그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이데올로기에 처절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끝까지 보는 이를 암담하게 만든다. 시스템을 통해 양산된 '패배자'들이,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탓하며 체제에 저항할
엄두조차 못내고 무너지는 저들만의 세상. 자신이 가진 최소한의 것마저 뺏겨버리는 웬디의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답답함의 끝을 보게 된다.

 

 

 

 

43.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directed by David Fincher
먼저 이 영화를 순위에 올려야할지 말아야할지 무척 고민했다는 사실부터 말한다.
아마도 데이빗 핀쳐의 거침없는 초기작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을 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그렇다고해서 [Zodiac/조디악] 이후의 데이빗 핀쳐를 부정하느냐... 그건 또 절대로 아니다.
[Panic Room/패닉 룸]의 사실상 실패(난 적어도 이 영화를 실패했다고 본다) 이후 그는 거친 호흡과 감각을 조절하고 긴 호흡과 느린 템포를
리드미컬하게 이용할 줄 아는 거장의 영역에 발을 담근 듯한 [조디악]을 들고 나타났다.
그 영화를 보면서 그의 다른 면모가 적당히 놀랍고, 적당히 어색했지만 [조디악]이 준 영화적인 흥분에는 조금도 이의가 없었다.
그러더니 이젠 누가봐도 거장의 느낌이 풍기는 서사적인 이야기를 들고, 보다더 아카데미 영화제에 가까운
영화를 들고 인생의 아이러니를 얘기하기 위해 이 영화를 들고 나왔다.
어떻게보면 그닥 별 것 없는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펼쳐야하는지, 누가봐도 영화제를 겨냥한 영화라는 느낌의 이 영화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다소 혼란스럽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우습게도 이토록 장황한 이야기를 서사적이고 시적으로 잘 풀어놓는
그의 연출력은 놀라울 정도라는 사실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_-;;;;
우린 '컬트'라는 장르 아닌 장르로 사랑받던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변화를 잘 기억한다.
초기에 육체와 심리의 유기적이고도 난해한 관계를 풀어해치며 극단적인 비주얼까지 서슴치 않았던 그가 장점은 오히려 더욱 드라이하게
발전시키고 거기에 시대와 인간의 폐부를 꿰뚫는 통찰력까지 더해가면서 진정한 거장으로 변모한 사실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부디... 재능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데이빗 핀쳐 감독도 그러한 영화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44. [Knowing/노잉] directed by Alex Proyas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인 [Dark City]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재난 영화.
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가 압도적인 CG로 처음부터 끝까지 재난에 함몰되는 인간을 버려버리듯 그려내고 시대의 참극과 개인의 관계를
얄팍하기 짝이 없게 대충 던져버린 것과 달리, [Knowing/노잉]은 적어도 재난에 의해 종말에 이르는 인간의 심리와 관계를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노잉]에서의 캐릭터들은 그리 쉽게 감독에 의해 소모품으로 내쳐지지 않고, 주인공은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 와중에
자신이 가져왔던 관계를 가진 이들을 위한 마지막을 준비하고, 인간이 근원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종말의 의미를 캐내는 것에 더욱 주력한다.
개인이 자연의 참극을 막아내고, 그 와중에도 뻘스러운 농담을 내뱉고, 재난이 주인공들을 위해 대비된 소품처럼 전락되는 [2012]의 얄팍함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흥행성적은 아쉽기 짝이 없을 뿐이다.
(물론 [2012]의 CG는 놀라울 지경이고 무서울 지경으로 잘 만들어졌음은 부인할 맘없다)
그런 진중함이 빛나기 때문에 마지막 종말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45. [Adventureland/어드벤쳐랜드] directed by Greg Mottola
단순한 코미디로 보기엔 이 영화는 그 위트 속에 자본주의의 힘의 논리에 속절없이 무기력한 미국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아이비 리그의 대학에 진학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동네의 촌스러운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그나마 학비를 마련하면 살 곳이라곤 부잣집 친구가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아무것도 명확하게 약속된 것이  없었던 근거 하나인데,
영화의 말미에 그 부잣집 친구는 진학할 학교를 바꿔야하므로 미안하게 되었다는 전화 한 통을 던진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부모님의 바램처럼 자신의 거주지 부근의 원하지 않는 대학을 가던지,
아니면 입학을 미루고라도 돈을 벌어 학비등을 충당하던지.
그 와중에 담긴 이야기는 부유하지만 불안정한 가족 속에서 팽개쳐진 놀이공원 동료와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그 사랑 역시 주인공에겐 그닥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상황이 주인공에겐 단 한 번도 쉽지 않고, 꼬이고 어려운 시련들 뿐이지만,
마지막 주인공은 스스로의 인생을 결정하고 퍼붓는 빗 속에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모든 걸 걸어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가 단순한 틴에이지 코미디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무한자유경쟁의 허울 아래, 사랑도 꿈도 모두 포기하고 좌절해야하는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코미디의
장르적 보편성을 빌어 만들어낸 이 영화에 난 박수를 보낸다.

 

 

 

 

46. [Harry Brown/해리 브라운] directed by Daniel Barber
목적을 위해선 어떠한 수단도 정당화한다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과연 순위에 넣어야하는지 고민을 했다.
엄밀히 따지고보면 이 영화는 초법적인 자경단을 은연 중에 옹호한다는 점에서(특히 엔딩씬에선 그러한 감독의
의도가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단히 위험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전직 해병대원이었던, 그것도 매우 뛰어난 대원이었던, 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연금생활자일 뿐인 해리 브라운(마이클 케인)이
다수가 고통받는 무의미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스스로 총을 들고 처단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심정에 지지와 경계의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되는 복잡한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명분없는 폭력에 대한 적의에 찬 경계, 무기력한 경찰을 믿느니 시민들 스스로의 손으로 그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영화적인 완성도는 마이클 케인의 빛나는 연기를 발판으로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거의 없지만,
이 영화가 그러한 영화적 완성도를 획득함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은,

그 슬럼가의 흉폭한 무의미한 폭력을 일삼는 이들을 사회로부터 완벽하게 버려버려야할 쓰레기로 확실히 규정했다는 사실에 있다.
물론 그러한 시선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보다 먼저 시스템의 붕괴, 거침없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끝도없는 걸러내기가 이뤄지고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이 확대대고 빈곤의 세습이 반복되는 바로 그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고찰은 조금도 이뤄지지 않고,
시스템 주변부의 인간과 인간의 적대적 대립만을 그려냈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마이클 케인은 영국의 빛나는 배우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왔지만, 그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나와서도 얼마나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지를 보려면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2005년작 [the Weather Man/웨더맨]을 보시길.

 

 

 

 

 

47. [Terra/테라] directed by Aristomenis Tsirbas
SF 영화 속에서 늘 침략받고 무기력하게 패퇴하던 지구.
죽어라 당하기만 하는 일이 지긋지긋해졌는지 지구가 언제부턴가 갑자기 외계 행성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엔 도덕적으로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장치된 당위적 전제가 있다. [아바타]의 지구도 그렇고, [테라]의 지구도 그렇고
지구는 이미 에너지의 고갈과 생산성의 붕괴로 발전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황이란 점이 그렇다. 아예 [테라]에서의 지구는
자신들끼리의 대립으로 행성 자체를 잃어버린 상황이기도 하고.
지구를 잃어버린 이들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별 '테라'를 찾아내지만 그곳엔 이미 지적생명체인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과
공존을 모색하느냐, 아니면 그들을 제압하고 정복자로 군림하느냐의 윤리적 갈등을 이 애니메이션은 그려내고 있다.
물론, 그 갈등의 구조는 단편적이면서도 피상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애니메이션은 인간이 역사를 통해 학습해야만 한다는 보편적 교훈과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롯될 수 있는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뚝심있게 펼친다. 그에 이르는 과정 역시 드라마틱하고.

다만... 그렇게 공존하게 된 테라인과 지구인의 평화는 도대체 언제까지 가능할까?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Matrix)]의 마지막 편의 엔딩부에서 예언자라고 일컬어진 할머니 프로그램은 전지적인 프로그램에게
인간들과의 약속을 지켜줄 것이냐고 묻자 그 전지적인 프로그램(?)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지? 인간?'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던진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가 원인이 되어 점철되어온 폭력의 역사. 그 역사 속에서 학습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공존하는 평화의 생명력따윈 아무것도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평화는 오히려 위태롭게 느껴진다.

 

 

 

 

 

48. [거북이 달린다] directed by 이연우
잘 짜여진 연출의 힘이 컸던 [추격자]를 사실 전 그닥 인상깊게 보진 못했다.
물론 잘 만든 영화였고, 김윤석씨의 연기 역시 흡인력이 대단했지만.
[거북이 달린다]는 절대적으로 김윤석씨의 영화다. 범인을 좇는 점에선 [추격자]와 비슷하지만,

이 영화는 보다 코미디에 치중하고 있으며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는 극한의 드라이브도 없다.
게다가 일말의 동정심을 보낼 여지 자체가 없었던 [추격자]의 하정우 역과 달리, [거북이 달린다]의 탈주범인
정경호는 오히려 김윤석의 역할보다 더 그럴 듯 하다.
그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는 오히려 꼴불견스러운 남자들로부터 여자친구를 보호해주고 쓸데없는 폭력은

휘두르지도 않는 제법 괜찮은 캐릭터이기 때문인데, 이는 사실상 밀어부치는 고집과 자존심, 오기만 있지 그닥 별 다른 능력도 부재하고

인간적으로 어딘지 모자른 듯 보이는 김윤석 캐릭터와 대비되면서 더욱 대조된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선 경찰의 추격에 몰리는 정경호가 경찰을 따돌리고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쾌감을 얻게 되는 동시에 자꾸 구석으로 내몰리는

김윤석의 처지에 연민을 보내게 되는 묘하게 얽혀버린 감정을 느끼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딱 그 지점에서 이 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범죄물의 탈을 쓰곤 있지만 코미디의 룰을 잘 따르고 있는, 조화가 잘 이루어진 영화로 어떤 부분이 특별하게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영화 전체적인 재미가 은근히 쏠쏠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49. [Man On Wire/맨 온 와이어] directed by James Marsh
똑같은 세상 속에서 50억이 넘는 인구가 공기를 마시며 명멸한다.
역사 속에서 비슷한 사회 구조를 강요받고 그 속에서 비슷한 삶을 살다보니 우린 그런 삶에 지쳐있고 갑갑해 하면서도 막상 이 틀에서
벗어나는 행위들에 대해선 배타적이고, 자신의 윤리적 기준, 가치의 기준으로 그런 행위들을 단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 외의 것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로 치부해버리고, 어느덧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들에게 필리페 페팃의 놀라운 외줄타기는 가슴 떨리는, 가슴 속에서부터 잃어버린 자신의 도전정신을
부글부글 다시 끓게하는 생명력이 넘치는 행위 그 자체다.
그건 명성을 위해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며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도전이다.
이 작지만 놀라운 독립 다큐멘터리는 어지간한 스릴러 뺨칠 정도로 긴장감 넘치며 재미있다.
다큐멘터리는 고루한...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50. [Män Som Hatar Kvinnor/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directed by Niels Arden Oplev
유럽은 물론 북미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을 극화한 영화.
3부작 중 첫번째인데 벌써부터 2~3편이 기다려질 정도로 몰입감이 있다.

(최근 2편이 나왔다고 하는데 1편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정통적인 스릴러 구조지만 범인을 하나하나 끼워맞춰가는 추리 구조라기보다는 두 남녀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는 구조로

덕분에 그 흔한 맥거핀도 그닥 보이지 않고 그로인해 영화 자체가 상당히 베베 꼬지 않고 거침없이 쭉쭉 진행되어 깔끔하기까지 하다.
여성 주인공 리스베트의 캐릭터는 어디서나 한 번쯤 등장했을 법한 사실 진부한 캐릭터일 수 있는데 나름 상당한 매력이 있더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성적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녀가 천천히 남자 주인공과 교감해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있으며,

이외의 주변부 인물들도 잠깐이라도 버리는 카드로 사용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보는 느낌도 들고, 아무튼 간만에 재밌는 추리 영화를 본 기분.
수위는 다소 센 편이어서 성인들을 위한 추리물.
대략의 내용은 웹사이트를 참조하시길.

 

 

 

 

 

 

 

 


개인적으로 2009년에 본 영화 45선은 모두 선정한 지 오래다.
정리를 해서 올려야하는데 영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고 있는 중.
오늘 다른 해외 영화관련 웹사이트는 어떤 결과를 올렸는지 궁금해서 좀 봤는데 재밌는 순위가 좀 눈에 띈다.


일단, 우리에게도 제법 잘 알려진 aintitcool.com 의 운영자 Harry가 올린 Top 10을 보자.
출처: http://www.aintitcool.com/node/43478

10위.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Mr.폭스] - 좋아해마지 않는 Wes Anderson의 신작, 곧 국내 개봉.
9위. [Bronson] - 이 영화는 내가 오래전 무척 인상깊게 본 드럭딜러에 관한 영화 [Pusher] 시리즈의 감독인
Nicolas Winding Refn의 최근작이다.
8위. [Moon/문] - 내 순위에도 상위 랭크된 영화.
7위. [Avatar/아바타] - 올해 가장 이슈가 된 영화.
6위. [그림자살인] - 어엉? 우리나라 영화로 나도 본 [그림자 살인]이 6위에 올랐다. 허허... 황정민과 류덕환,
엄지원 주연의 이 추리극이 말이다. 나도 재밌게 봤지만 top 10에 들어갈 만큼 재밌게 보진 못했는데, Harry는
이 영화를 최근 개봉한 [셜록 홈즈]와 비교하면서 환상적으로 본 모양이다.
5위. [the Square/스퀘어]
4위. [Inglourious Basterds/나쁜 녀석들]
3위. [Up/업]
2위.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 - 보고 싶다. 정말... 당췌 언제 국내 개봉하는거냐.
1위. [District 9/디스트릭트 9]




Moviefone의 순위를 보자. 50위를 다 소개할 순 없으니,
주목할 만한 순위만 올려본다.
출처는 http://insidemovies.moviefone.com/2009/12/22/best-movies-of-2009/

50위.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 - 계속 말하지만... 엄청 보고 싶은 영화.
49위. [Michael Jackson's This Is It/디스이즈 잇] - 보긴 했는데 난 몰겠다.
43위. [Duplicity/더블스파이] - 이 영화를 순위에 올린 곳도 있구나. 하긴 나도 재밌게 봤다. 다만 뭔가 한방이
부족했다고 느꼈을 뿐.
42위. [바람 위의 포뇨]
41위. [Drag Me to Hell/드랙 미 투 헬] - 도대체 이 영화를 순위에서 보는게 왜 이리 힘든건지 모르겠다.
37위. [Bad Lieutenant: Port of Call- New Orleans] - 이 영화에 대한 얘기는 아래에서 조금 길게 한다.
33위. [Broken Embraces]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님의 신작.
31위. [Adventureland/어드벤쳐랜드] - 사랑스러운 이 영화가 31위.
29위. [Whip It/휩잇] - 아... 이 영화 무척 보고 싶은데. 드루 베리모어 연출작이며, 엘렌 페이지 주연.
28위. [Moon/문] - 내겐 Top 10 영화다.
27위. [the Road/로드] - 역시 아래 조금 더 길게 기술했다.
25위. [the Blind Side/블라인드 사이드] - 의외로 이 영화가 순위에 잘 안보인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본 스포츠 영화. 어찌보면 뻔한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엔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건 정말로 실화다.
19위. [a Serious Man/시리어스 맨] - 코엔 형제의 이 신작. 정말 보고 싶다... 전작에선 좀 숨을 고른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는 어떨지 무지 기대된다.
18위. [District 9/디스트릭트 9] - 응? 생각보다 여기선 순위가 낮은 편.
14위. [(500) Days of Summer/섬머와의 500일] - 이 영화가 순위에 있는 경우를 거의 못보고 있는데 너무나
반가울 뿐이다. 내겐 Top 10 중 한 영화.
13위. [Zombieland/좀비랜드] - 이 영화 역시 나 역시 정말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 좀비영화는 확실히 날이
갈수록 진보하고 있다. 그건 빨리 뛰고 사회성을 획득하는 진화뿐 아니라 좀비를 통해 자성하는 인간의 진화
역시 의미한다.
10위. [the Hangover/행오버] - 아... 이렇게 내가 꼽은 베스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순위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총각파티의 끝을 알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시라.
9위. [Precious/프레셔스] -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한다.
8위. [Star Trek/스타트랙]
7위. [an Education/에듀케이션]
6위. [the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Mr.폭스]
5위. [Avatar/아바타]
4위. [the Hurt Locker/허트 로커] - 엄청 반갑다. 이 영화가 순위권이라는게. 지금은 갈라섰지만 [Avatar/
아바타]의 James Cameron과 부부사이였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작품. 그녀의 작품으로 대표적인 건
아무래도 [Near Dark/죽음의 키스]와 [Point Break/폭풍 속으로]를 들 수 있겠다.
3위. [Inglourious Basterds/거친 녀석들]
2위. [Up/업]
1위. [Up in the Air/업 인 디 에어] - [Thank You for Smoking/땡큐 포 스모킹], [Juno/쥬노]의 재능있는
연출자 Jason Reitman의 로맨스물. 이 영화도 진짜 보고 싶다구...




이번엔 Movieretriever의 순위를 살펴본다.
출처는 http://www.movieretriever.com/blog/195/The-Ten-Best-Movies-of-2009---That's-Right,-2009

10위. [Avatar/아바타]
9위. [Watchmen/왓치멘] - 나 역시 이 영화는 평가절하된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데뷔작으로 날
흥분시켜 놓고는 [300]으로 내 입에서 쌍욕이 나오게 실망시킨 Zack Snyder의 전력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원작 그래픽 노블에 절대적일 정도로 충실했다.
8위. [the Road/더 로드] - 곧 국내 개봉을 남겨두고 있다. 이 가슴 시리도록 힘겨운 원작을 영상으로 옮겼으니
이걸 내가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까지 든다.
7위. [the Lovely Bones/러블리 본즈] - 피터 잭슨의 신작. 기대만큼의 이슈가 되진 못했다.
6위. [Shutter Island/셔터 아일랜드] - 기대작으로 소개한 바 있다.
5위. [the Informant/인포먼트] - 소더버그와 맷 데이먼의 조합.
4위. [Nine/나인] - 난 Rob Marshall의 뮤지컬이 죽어도 입맛에 맞질 않는다.
3위. [Up/업]
2위. [State of Play/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 10위 안에 들 정도까진 아니었던... 재미는 있었지만.
1위. [This Side of the Truth/디스 사이드 오브 트루스] - 잘 알지 못하는 코미디 영화가 1위.




이번엔 Times (온라인)의 50 Biggest Movies.
주로 블럭버스터급 영화들을 위주로 순위를 선정했다.
50편의 영화를 다 소개하긴 그러니...

43위. [Knowing/노잉] - 근래 보기드문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 종말에 이르는 과정이 담겨있는 진짜베기
재난영화. 눈을 얼얼하게 하고 혼을 빼지만 그 안에 철저히 인간이 멸시되는 [2012]따위완 격이 다르다.
41위. [Ninja Assassin/닌자 어새신] - 난 아직 안봤다.
38위. [the Box/더 박스] - 2001년 [Donnie Darko/도니 다코]로 날 충격에 몰아넣었던 리차드 켈리의 신작.
32위. [the Surrogates/서로게이트]
31위. [the International/인터내셔널] - 이 영화가 고작 이 정도 대접이라니...
28위. [a Perfect Getaway/퍼펙트 겟어웨이] - 제법 재미있었던 영화.
16위.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us/파르나수스 박사의 상상여행] - 테리길리엄의 신작이자
히스 레저의 유작인 본 어드벤쳐 판타지가 16위.
10위. [Inglourious Basterds/나쁜 녀석들]
9위. [Terminator Salvation/터미네이터 살베이션] - 난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최악 중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8위. [Monsters vs. Aliens]
7위. [Avatar/아바타]
6위. [Angels & Demons/천사와 악마] - 전작보단 낫지만 그렇다고...
5위. [X-Men Origins: Wolverine/울버린의 탄생]
4위. [Watchmen/왓치멘]
3위. [Star Trek/스타트랙] - 절대적으로 환호를 보낸 SF 액션
2위. [Public Enemies/퍼블릭 에너미] - 마이클 만 감독님의 변함없는 내공.
1위.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 움...




종종 들르다가 요즘 통 안들러본 Joblo.com의 순위를 보면,

20위. [District 9/디스트릭트 9] - 의외로 순위가 낮다.
19위. [Observe and Report/옵저브 앤 리포트] - 응? 이 영화가 이정도인가?
18위. [the Taking of Pelham 123/테이킹 펠헴 123] - 그럭저럭 잼나게 봤다.
17위. [Land of the Lost/랜드 오브 로스트] - 이 영화가???
16위. [Public Enemies/퍼블릭 에너미]
15위. [Friday the 13th/프라이데이 나잇] - 아마도 4D로 봐서 순위가...
14위. [Funny People/퍼니 피플]
13위. [Up/업]
12위.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 - 얼른 개봉 좀 하자. 제발...
11위. [Star Trek/스타트랙] - 충분히 호평받을 자격이 있는 SF 액션.
10위. [Bruno/브루노] - 으응? 이 정도?
9위. [the Wolfman/울프맨] - 이거 벌써 개봉을 했던가...
8위. [GI Joe: Rise of Cobra/지아이 죠] - 오버다...
7위. [Sherlock Holmes/셜록 홈즈] - 울나라도 개봉.
6위. [Terminator Salvation/터미네이터 살베이션] - 이건 아니잖아. 개인적으로 최악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5위. [X-Men Origins: Wolverine/울버린의 탄생] - -_-;;;;
4위. [Inglourious Basterds/거친 녀석들]
3위.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트랜스포머 2] - -_-;;; 1탄은 재미라도 있었지...
2위. [Avatar/아바타] - 이의 전혀 없다.
1위. [Watchmen/왓치멘] - 난 이 영화가 국내에서 터무니없이 평가절하된 영화라고 생각하는 1인.




캘거리해럴드의 Top 10.

10위.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Mr.폭스] - 얼른 개봉해라. 곧 개봉 예정임.
9위. [An Education/에듀케이션] - 이 영화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보통이 아니다.
8위. [Up/업]
7위. [Precious: Based on the Novel Push by Sapphire/프레셔스] - 개인적으로 보고싶은 영화. 비만에
문맹이며 아이까지 임신한 여학생이 대안학교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이야기.
6위. [Anvill! the Story of Anvill/앤빌의 이야기] - 록 밴드에 관한 다큐멘터리.
5위. [the Hurt Locker/허트 로커] - 엄청 반갑다. 이 영화가 순위권이라는게. 지금은 갈라섰지만 [Avatar/
아바타]의 James Cameron과 부부사이였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작품. 그녀의 작품으로 대표적인 건
아무래도 [Near Dark/죽음의 키스]와 [Point Break/폭풍 속으로]를 들 수 있겠다.
4위. [District 9/디스트릭트 9]
3위. [a Single Man/싱글맨] - 톰 포드 감독의 데뷔작이면서 상당한 평가를 받은.
2위. [a Serious Man/시리어스 맨] - 코엔 형제의 신작. 엄청 보고 싶은데 당췌 언제 국내 개봉할까...
1위. [Bad Lieutenant: Port of Call New Orleans] - 아벨 페라라의 92년작을 보고 하비 케이텔의 열연을
보며 충격받은 기억이 난다. 그 영화의 리메이크라니... 도대체 뭔 정신으로 그 영화를 리메이크할까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리메이크한 감독이 베르너 헤어조크다. ㅎㅎㅎ
베르너 헤어조크라니... 근작 중 알려진 영화로는 [Rescue Dawn]이 있고, 이 영화도 괜찮았지만, 난 그분의
72년작인 [Aguirre, der Zorn Gottes/아귀레 신의 분노]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묵시록적인 장면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난단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사이트의 평점을 통해 밸류를 내는 Metacritic.com의 순위를 본다.
평점이 높은 순서 20편이라고 보시면 된다.

20위. [the Maid/메이드]
19위. [Star Trek/스타 트랙]
18위.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Mr.폭스]
17위. [In the Loop/인더 루프]
16위. [Revanche/보복]
15위. [Sumemr Hours/섬머 아워스]
14위. [Seraphine/세라핀]
13위. [Crazy Heart/크레이지 하트]
12위. [Passing Strange/패싱 스트레인지]
11위. [Forbidden Lie$/포비든 라이즈]
10위. [an Education/에듀케이션]
9위. [포뇨]
8위. [the Beaches of Agnes/비치스 오브 아그네스]
7위. [Gomorrah//고모라] - 아니 이 영화가 왜 이제서야 순위에 올라... 제 2008년 순위에 랭크된 영화.
6위. [Up/업]
5위. [Tuplan/툴팬]
4위. [Goodbye Solo/굿바이 솔로]
3위. [Still Walking/걸어도 걸어도]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2위. [35 Shots of Rum/35럼] - 흑인들의 일상을 비범한 통찰력으로 있는 그대로 그린 것으로 호평받은 영화.
1위. [the Hurt Locker/허트 로커] - 허... metacritic에선 이 영화 리뷰 스코어가 가장 높다. 물론 훌륭한 영화.



*
더 많은 영화 순위 결산을 올려보고 싶으나... 의외로 힘들어서 여기서 그만...


 

 

 

 

 

 

 

 

[2012]
롤랜드 에머리히 (Roland Emmerich)
2009
John Cusack, Amanda Peet, Chiwetel Ejiofor, Thandie Newton, Woody Harrelson, Danny Glover

이 영화는 주는 것 없이 싫었다. 영화가 밉다기보단 국내 영화 유통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재수없어야

 

하지만 말이지. 그래서 보지 않으려다가 예고편에 가볍게 낚여서 극장을 찾았다. 그것도 식구들 다같이 관교동 유로클래스를.

다른 말이 필요없다.
러닝타임 내내 지나치리만치 현실적이어서 그 공포감이 상당했지만 그것도 계속되니 나중엔 시들시들...
헐리웃 블럭버스터가 보여줄 수 있는 가공할 돈ㅈㄹ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헐리웃 재난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깡그리 등장한다. 이혼한 가정, 자녀와의 갈등->끈끈한 관계로의 발전, 화산폭발, 거대해일, 음모론 등등.
그래봐야 텍스트는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가장 당혹스러운 건 영화 속 캐릭터들의 짜증스러움이다.
쏟아지는 화산파편 불덩이가 기가막히게 설득력없을 정도로 주인공을 피해가고, 캐릭터들의 비행솜씨와 운전
솜씨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완전 우습게 여길 정도로 놀라울 지경이다.
사실 서스펜스라는 건 상황이 캐릭터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캐릭터가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서 유발되는 것인데
이 영화에선 대재난이 주인공의 길을 미리 터놓고 기다리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게다가 당장 바로 눈 앞의 땅이 꺼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캐릭터들은 멈춤상태로 유머스러운 대사를 내뱉는
것도 당혹스러울 뿐이다. 도대체 누가 눈 앞의 산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도 '정말 안가실겁니까?'란 대사를
느릿느릿 읊을 수 있냔 말이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가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건 좀 심하잖아' 싶은 장면이 어디 한 둘이 아니다.
시간떼우기용으론 무리가 없을 수 있으나 보는 내내 '이래도 놀라지 않을래?'라고 묻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고,
게다가 사상 최강의 또라이들인 미국 대통령과 이태리 대통령만이 국민들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려는 장엄한
짓을 해대는 걸 보면, 역시나 롤랜드 에머리히의 정치성에 신물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덩달아 억울한 것은, 이것보다도 훨씬 훌륭했고 멸망에 이르는 소시민의 심리와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던 알렉스 프로야스의 수작, 하지만 그냥 땅바닥에 묻혀버렸던 영화 [Knowing/노잉]의 존재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저 때려 부시는 [2012]보다 진정성을 갖고 그럴싸한 세계를 만들었던 [Knowing]이
훨씬... 훠얼~씬 멋진 작품 아니었나?

 

 

 

 

 

 

[the Hangover/행오버]
토드 필립스 (Todd Phillips)
2009
Bradley Cooper, Ed Helms, Zach Galifianakis, Justin Bartha, Heather Graham, Sasha Barrese

결혼을 앞둔 남자들의 '총각파티'는 어찌보면 익살스러울 수도 있으나 그 내면엔 좀 씁쓸한 여운이 있다.
이제 '넌 결혼할테니 다른 여자와의 섹스는 꿈도 못꾸지. 그러니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즐기는거야'라는.
어이없게도 가족 제도에 구속당할 예정이면서 그 서글픈 끝을 예단하고 마지막을 여성들의 살을 부비며 즐기자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묘하게도 즐겁지만은 않지 않나.
하지만, 그건 다 핑계지. 어차피 결혼한 부부의 70%가 이혼하고, 유부남, 유부녀의 혼외정사가 80%(남자는 90%)
가 넘는 지경인 미국에서의 '총각파티'란 그냥 그 핑계로 실컷 부비부비(그루빙)하자는 것 외엔 없는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총각파티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누군가 의아해한다면 그 사람에겐 이 영화를 권한다.ㅎㅎㅎ
사실 영화의 내용이야 결혼을 앞둔 덕이 친구들과 라스 베가스에 가서 총각파티를 진탕 벌이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장으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로 별 다를 것이 없지만, 이 영화는 주변에서 흔히 사람들이 '나 어제 완전 필름 끊겼어'라고 말하면서 '내가 어제 그랬어?'라고

난감해하며 묻는 이들에게서 힌트를 얻은 영화의 진행방식이 아주 인상적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준다.
그러니까 이들은 총각 딱지를 떼고 가정이라는 암흑으로 빠져드는 '덕'을 위해 라스베가스 시저 호텔 옥상에서
술잔을 마주치지만 다음 장면이 바로 엉망진창이 된 호텔방에서 각양각색으로 쓰러져 있는 이들의 모습으로 넘어 가버린다.
관객들은 당연히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라고 궁금해하지만 관객이 궁금한 만큼 이 영화속 덤앤 더머들도
완벽하게 필름이 끊겨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모른다. 게다가 결혼을 앞둔 친구 덕은 사라져 보이지도 않고 말이지.
자신들의 '끊겨버린 필름'을 복원하고자 이 덤앤 더머들은 단서를 찾아 나간다.
그 와중에 속박하는 애인에게 말없이 따르던 스튜나, 교사지만 애들 코묻은 돈이나 꼬불치던 선생같지 않던 선생필이 개그스러운 자각을 하는 경험이나,

덕의 처남이 될 처지지만 사실상 대책없는 앨런의 좌충우돌이 기가막히게 벌어진다. 그렇다고 교훈적인 뭔가를 기대하지 마시길.
이들은 마지막까지 다 자란 애들일 뿐.
인생살아가면서 나이먹고 근엄해지고 보수적이 되는 어찌보면 많은 이들이 당연시하는 과정에 묘하게도 반기를 드는 영화.
정말로 재밌게 본 영화.

 

 

 

 

 

 

 [(500) Days of Summer/500일의 섬머]
마크 웹 (Marc Webb)
2009
Joseph Gordon-Levitt, Zooey Deschanel, Geoffrey Arend

근래 본 로맨스 중에선 [Two Lovers]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영화.
기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의 팬이긴 하지만 그가 이런 로맨스에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잘 들어맞더라.
사실 여기서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탐'이 그의 마이너리즘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게다가 은근히 팬을 보유한 패셔니스타로도 잘 알려진 쥬이 디샤넬이 문제의 '섬머' 역으로 나온다.
로맨스 영화라고 말했지만, 이 영화 서두에 너레이션으로 밝히듯 이건 로맨스 영화라기보다 탐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섬머라는 여성에게 사랑에 빠진 탐이 그녀와 함께 보낸 500일을 단순한 시퀀스로 보여주기 보다는 재기발랄한
편집으로 엮어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흔하긴 하지만 주인공 탐의 심리를 더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에 몇 번은 겪을 사랑.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소통인지, 아니면 내가 더 많은 그릇을 채우고 상대에게 그만한 애정을 기대하고 있는게 아닌지에 대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본 적이 있을텐데, 이 영화는 그러한 감정을 진솔하고 설득력있게, 그러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진지한 만남은 싫다면서 선을 그은 섬머가 남자의 입장에선 얄밉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나 역시 탐과 똑같이
스스로 기대를 채우고 그만한 애정과 관심을 기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멋지지 않나.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그것의 결과와 관계없이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가 그만큼 더해지고,
그만한 경험을 체험한다면 시간이 지난 후 그런 열병은 아름다운 추억처럼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니까.
나이 40.
난 이제 더이상 이런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랬던 시간들을 반추하면서, 숨기고 부끄럽기만 했던 나의 젊은 시절에
대해서도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것으로 충분히 매력적인게 아닌가.
올 최고의 영화 중 하나.

*
영화만큼이나 내 귀를 울려주던 멋진 OST도 압권이다.
대부분 7~80년대의 인디록들로 채워져있는데, the Smiths, Pixies, the Clash는 물론이고 내가 좋아했던 팝듀오
Hall & Oates, 그리고 Regina Spektor, Paul Simon등의 곡들도 줄줄이 들려와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든다.

 

 

 

 

 

[9]
쉐인 애커 (Shane Acker)
2009
Voicing dubbed

오토모 가츠히로의 [스팀보이](2003)에는 현재의 과학력으로도 실현하기 힘든 과학력을 19세기 중반의 시기를
배경으로 시침 뚝떼고 보여준다.
그러한 비과학적인 과학의 진일보의 근간엔 늘 '초물질'이나 마법같은 비현실적인 매개가 사용되곤 하는데 쉐인
애커 감독의 첫 장편인 [9] 역시 그러하다고 봐야겠다.
위에서 [2012]를 다루면서 말한 바 있듯이 이 영화는 종말론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Matrix/매트릭스]의
외전격인 [Animatrix/애니매트릭스]에서 보여줬던 것과 거의 비슷한 기계와 인간의 치열한 전쟁. 기껏해야 근대정도로
보이는 시대에서 인간들은 완벽한 인공두뇌를 탄생시켰다는 점을 보면 이 영화는 종말론과 스팀펑크의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싸이버펑크의 요소는 이 영화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대상과 배경은 이러한 두개의
커다란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종말을 고한 시간, 세상에 남아 있게 된 넝마로 만든 인형같은, 단지 생명을 갖고 있는 정체 불명의 캐릭터들.
1~9까지 등 뒤에 적은 채 존재하게 된 이들이 세상의 희망을 향해 활극을 펼치는 것인데, 좋게봐도 내용을 곱씹을
여지는 그닥 없다.
하지만 난 그게 그닥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 버튼의 흔적이 보이는 애니메이션의 느낌에 놀라운 비주얼을
독창적으로 창출해내는 보기좋은 화면 때문일까? 게다가 음울하고 기괴한 세계관의 매력이라는 것도 빼놓을 순
없고 말이다.
다른 걸 떠나서 전혀 지루함이 없는 영화라는 점도 중요하고 말이지.

 

 

 

 

 

 

 

 

 

 

[Inglourious Basterds/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2009
Brad Pitt, Melanie Laurent, Christoph Waltz, Eli Roth, Diane Kruger, Daniel Bruhl

늘 할 말이 많아지만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따지고보면 처음부터 그의 영화는 말이 많았고, 캐릭터들이 대사를 할 때도 대단히 정적인 가운데 긴장감을 풀어
버리거나, 또는 반대로 극도로 긴장감을 높이는 방법을 얄미울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선
이전작 [Death Proof/데스 프루프]에서 보여줬던 형식미의 확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러닝타임은 150여분에 이르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어디 한 둘이 아니다만 영화는 산만하지 않고 이리저리 난 길을
잘도 찾아가는 느낌이다.
타란티노가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으응?'하는 느낌이었으나 생각해보면 잔혹한 살육이
합법적으로 이뤄진 이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전쟁'이라는 소재가 타란티노와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왜 이제서야 전쟁 영화를 소재로 만들었지?'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되긴 했다.
아무튼, 다양한 사적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을 배치하는 초반부는 대사의 한끝을 보여주며 상당히 치밀하게 진행되는데

실존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객들의 막연한 전지자의 입장을 통쾌하게 배신하는 후반부 절정은 탁월한 후련함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런 전범들이 그따위로 자신들 발로 종말을 찾아 갔던 사실에 대한 역사적 응징의 느낌도 드니까.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다보면 항상 느끼지만, 이 이야기꾼은 이제 짜여진 틀없이 부유하던 자신의 스타일을
단단히 자신만의 형식미로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의 재기는 여전하되 조금씩 이야기를 '잘 꾸려나가는' 재담꾼으로의 면모를 점점 더 드러내고 있다고 할까.
덕분에 그의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히 반복되지만, 최소한 한 번 보고 라이브러리에 쳐박아놓아버리는 영화
에서는 많이 벗어나지 않았을까?


 

 

 

[Pandorum/팬도럼]
크리스티앙 아바르 (Christian Alvart)
2009
Ben Foster, Dennis Quaid, Antje Traue

근래들어 지구가 '멸망해버린다'는 가정을 둔 영화들이 봇물터지듯 나오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Wall-E/월-E]도 다시 지구로 귀환하긴 하지만 사실상 지구의 문명은 종말을 일차적으로 종말을 고한
것이고, 알렉스 프로야스의 수작 [Knowing/노잉]도 기독교적 신비주의에 종말론을 나름 잘 버무려 끝장나버린
지구를 얘기하고 있으며, 최근의 [2012]는 대놓고 지구를 갈아 엎어버린다. 이뿐이 아니라 쉐인 에커의 [9]도
기계문명과의 전쟁으로 생명체가 전멸해버린 지구를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역시 한 순간에 끝장난 지구에서 지나가는 우주선에 히치하이킹한...경우잖나.
그렇다면 이 영화 [팬도럼]은?
이 영화에선 직접적으로 지구 멸망을 다루진 않는다. 지구가 사멸해가는 과정에서 또다른 지구를 찾아나선 우주선에
지구로부터의 마지막 송신이 올 뿐.
그 이후에는 우주선 내에서의 아비규환같은 살육이 있을 뿐인데, 그런 영화들도 우린 너무나 많이 보아오질 않았나.
[에이리언]은 말할 것도 없고, 괴물이라기하긴 좀 그래도 [Event Horizon/이벤트 호라이즌]도 그렇고 대니보일의
[Sunshine/선샤인]도 막판엔 철저한 우주선 폐쇄 공간 내의 사투이고.
그렇다보니 이 영화 [팬도럼]은 이런 수많은 영화들과 조금은 '다르게' 보여야했을거다. 그래서 선택한 건 일종의
반전, 그리고 괴물 캐릭터들의 구체적 형상화.
반전은 그닥 제대로 먹혀들지 않지만 이 영화가 주는 스릴은 이 영화가 지닌 과학적 한계의 단점을 극복할 정도의
미덕을 주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그 결과 영화 러닝타임 내내 지루함없이 볼 수 있었다는 것. 사실상 돌연변이가 된 괴물들의 캐릭터도 끔찍하지만
지나치리만치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 오히려 더 공포감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혹성탈출]을 보는 기분이었어.

 

 

 

 

[M.W/뮤]
이와모토 히토시
2009
타마키 히로시, 야마다 타카유키

적어도... 테즈카 오사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그 영화화는 조금 더 신중해야하지 않을까?
타마키 히로시가 나와서 관심이 있었던,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영화화한 이 [뮤]라는 영화는 일본이 얼마나
블럭버스터급 영화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쩌면 홍콩 영화만도 못한 편집, 죽어라 떼깔만 내고 싶어하는
빈약함, 70년대 수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음악으로 뒤범벅이 된 이 영화에 대해선 그닥 얘기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마지막은??? ㅎㅎㅎ '제이슨 본' 씨리즈의 패러디야?
러닝타임 내내 보는게 힘들 지경으로 난감했던 영화.
영화의 내용도 그닥 곱씹을 필요가 없는 영화.
초반에 추격씬이 너무 길어서 '이렇게 길 필요가 있어?'라고 되뇔 때부터 불길하더만...
결정적으로 타마키 히로시가 맡은 캐릭터에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그가 하는 행동마다 '응? 왜?' 라는 생각이 번뜩번뜩 떠오르니..

 

 


 

[Gamer/게이머]
마크 네벨다인 / 브라이언 테일러 (Mark Neveldine / Brian Taylor)
2009
Gerald Butler, Amber Valletta, Michael C. Hall, Logan Lerman, Kyra Sedgwick

어지간해선 '쓰레기'같은 영화라는 말을 쓰지 않는데,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쓰레기'같다는 생각 뿐.
마크 네벨다인과 브라이언 테일러는 제이슨 스태텀의 [Adrenalin/아드레날린] 씨리즈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 첫번째 영화는 그래도 기발했지만 두번째 [Crank High Voltage]에선 기발함을 뭉개버리는 천박함과 저열한 캐릭터와 비주얼로 실망을 좀 했었는데

그들의 이 영화 [Gamer]는 제법 그럴싸한 소재를 갖고 어떻게 하면 이렇게 얄팍하고 천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얄팍하더라도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면 또 그래도 괜찮은데, 이 영화는 끝까지 어줍잖은 기괴함을 집어 넣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게임 '소사이어티'의

구역질나는 세계관도 그들의 인간에 대한 저급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는 것같아 씁쓸하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현실과 가상을 구분못하고 무뎌진 도덕률을 심드렁하게 표현하려 했다는 것은 알겠으나,
소사이어티같은 영화 속 가상현실이 보여주는 세계는 '그저 난잡하고, 더럽고, 추할 뿐'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내내 느낀 것이지만 이 감독들이 여성을 보는 시선이 정말 실제로 어떤지조차 의문이 갈
정도로 그들은 여성의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의도적인 왜곡의 시선을 갖고 있는 듯 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튼...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를 이토록 뭉개버리는 이들의 재주도 놀라울 뿐이야.


 

 

 

 

 

 

[Zombieland/좀비랜드]
감독 : Ruben Fleischer
캐스팅 : Jesse Eisenberg, Woody Harrelson, Emma Stone, Abigail Breslin
배포일 : 2009
상영시간 : 88분
제작국가 : 미국

좀비 영화는 진화 중입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이 다분히 사회적/정치적 메타포로 들고 나왔던 좀비 영화는 최근들어 자기복제를 멈추고
점점 더 진화하기 시작했어요. 느릿느릿 조여오는 압박의 공포는 덜해졌지만, 보다 빠르고 강력한 좀비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붕괴된 가정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풍자합니다.
루빈 플레처 감독의 이 영민한 좀비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의 말처럼, 좀비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나 이전이나 주인공은 외톨이였고, 주인공은 언제나 주변인들이
좀비와 같았다는. 그래서 주인공은 이 좀비들이 지배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말.
나와 타인의 관계를 발견하고 어긋난 개개인의 가치관 속에서 불신과 탐욕으로 찌든 관계에서 조금씩 서로를
인정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진정한 '친밀감'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보고나면 이건 미국판 [가족의 탄생]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혀 관계없던 이들끼리 만나 서로의 결속을 맺어가는 과정이 어찌보면 딱... [가족의 탄생]인거죠.
이 영화는 분명히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정말 기대가 됩니다.

 

 

 

 

 

 

[Moon/문]
감독 : Duncan Jones
캐스팅 : Sam Rockwell, Kevin Spacey (Voice)
배포일 : 2009
상영시간 : 97분
제작국가 : 영국

아마도 근래에 본 가장 인상적인 SF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전 스탠리 큐브릭 감독님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좀 비슷한게 아닐까...했는데(거티라는 인공지능이
말이죠) 이게 전혀... 그게 아니더군요.
달에서 지구의 친환경자원을 발견하여 지구의 에너지를 대체한 미래에 달기지에서 3년 주기의 교대로 근무하는
주인공이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돈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아니, 더 나아가선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신 기억을 떠올리셔도 됩니다.
물론 만화책으로는 시로우 마사무네가, [블레이드 러너]는 원작 소설로 필립 K 딕의 [전기양은 안드로이드를
꿈꾸는가]를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두 작품에서도 '가공된 기억', '주입된 기억'에 대해서 나옵니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모든 추억들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지요.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는 시간을 따라 흘러온 추억의 궤적에서 비롯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송두리채 뒤집힌다면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복잡한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마구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스포일러가 되므로 이쯤에서 멈추겠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반드시 보셔야 할 영화라고 봐요. 무엇보다 대단히 재밌습니다.

 

 

*

쓴다하고 깜박한게 있네요.

던칸 존스 감독은 데이빗 보위의 아들입니다. 전처인 안젤라 보위 사이에서 낳은 한 명의 자녀.

그리고 던칸 존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팬이기도 하답니다. 이 영화에 시도때도 없이 보이는 '사랑'이라는 한글은

일종의 오마쥬라고 하더군요.


 

 

 

 

[the Boat that Rocked/락앤롤 보트]
감독 : Richard Curtis
캐스팅 : Philip Seymour Hoffman, Tom Sturridge, Bill Nighy, Talulah Riley, Kenneth Branagh, Nick Frost
배포일 : 2009
상영시간 : 135분
제작국가 : 영국

리차드 커티스는 [러브 액추얼리]로 대박을 쳤습니다.
솔직히 전 [러브 액추얼리]가 그냥 그랬어요. 그나마 좋아하는 장면은 첫 장면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포옹하는
사람들을 느리게 보여주면서 페이드 인-아웃으로 감성적으로 편집하고 나레이션이 흐르는 장면.
그 장면보고 '아! 이 영화 대박이겠다'했는데... 영화는 그냥 그랬어요.
그런 리차드 커티스가 60년대 영국의 해적 방송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니 반신반의했습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는 실화에 기반한 것이니...
이 영화는 지금의 한국과 영국, 이태리같은 나라에 딱... 맞는 그야말로 완전 맞춤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국내 개봉도 하지못하고 그냥 2차 판권으로 넘어간 건 의아합니다.
그닥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영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게 [러브 액추얼리]의 감독이라면 약간 얘기가
다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2차 판권 시장으로 떨어졌지요.
아무튼 뭘해도 잘했다고 지랄하고 지들끼리 나발부는, 정말 같잖은 지금 정부의 언론 탄압과 사상 통제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비록 60년대를 얘기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순수하게 결집하고 저항했던 그 시절의 해적방송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같지만 그래도 제게 큰 인상을 준 건 좌초될 위기에 빠진 'Radio Rock'호를
구하기 위해 배를 끌고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죠.
그 말도 안되는 '영화적 설정'이 왜 감동적이냐구요?
전 그 모습이 폭압과 통제에 저항하던 이들이 수렁에 몰렸을 때 이를 버텨준 국민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건 단순히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그러한 희망을 얘기하고자하는 감독의 바램이었을 겁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무척 부끄럽고 우울했습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이죠.

*
참고로 이 영화의 OST는 60년대 록 역사의 노른자위같습니다.
the Kinks, the Turtles, Smokey Robinson, the Who, Jeff Beck, the Hollies, Paul Jones, Skeeter Davis,
Cream, Jimi Hendrix, Procol Harum, Otis Redding, the Supremes, Cat Stevens, Dusty Springfield,
the McCoys, the Fortunes, the Moody Blues, David Bowie...등등
정말 장난아닌 주옥같은 명곡들이 줄줄 흘러 나옵니다.
OST듣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마지막 Let's Dance에 이르면 별의별 추억이 다 떠올라요. 전 이 노래를 중학교때 접했거든요.

 

 

 

 

 

 

 

 

[Cafe Flesh]
* 감독 : Rinse Dream(Stephen Sayadian)
* 제작년도 : 1982
* 캐스팅 : Andy Nichols, Paul McGibboney, Michelle Bauer
* 국가 : 미국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접속하면 지천에 깔린게 야동이니 요즘 세대의 분들은 일단 이 서두 잡설을 패스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같은 사람들은 성인물을 대부분 비디오로 접했거든요. 만화나 잡지 그런건 일단 예외로 합니다.
전 흔히 말하는 포르노 비디오를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봤습니다. 친구에게 빌려 받은 비디오를 부모님, 누나,
동생 다 없을 때 보고 있었는데 상당히 충격을 먹었죠. 충격을 받았다기보단 엄청난 호기심에 정신이 완전 빠져 버렸던 것 같습니다.ㅎㅎ
보던 도중 어머님이 오시길래 허겁지겁 테이프 꺼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으나 어머님은 제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낌새를 채셨는지 비디오플레이어를 만져보시더군요.-_-;;;; 열기가 있으니...
전혀 혼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분하고 짧게 몇마디 해주셨는데 무슨 말씀인지 지금 전혀 기억이 안나요.
제가 좀 스스로 창피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 민성이도 곧(정말 곧) 그런 영상물을 보게 되겠죠.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된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이 이런 음란물을 보는 걸 만류합니다.
건전한 성... 좋지요. 하지만 성의 기본은 '쾌락'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건전한 성'이란 도덕율은 분명히 프로테스턴트 윤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면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얘기는 또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 넘어갑니다. 저도 잘 알지도 못하구요.

직접적인 성애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를 '하드코어'라고 합니다.
소프트코어라고 하면 [Beyond the Valley of the Dolls]Russ Meyer(러스 메이어)감독을 쉽게 떠올리시겠지만
하드코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은 무조건 '포르노'를 연상하십니다. 뭐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아마도 [Deep Throat/목구멍 깊숙히]란 영화를 보신 분들 계실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1972년 개봉되어 당시의
남성 중심의 성윤리를 풍자하고 나아가선 남성 중심의 성 오르가즘을 비판하는 역할까지 했는데요. 그 간단한
줄거리라면,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전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의사와 상담했더니 클리토리스가
질이 아닌 목구멍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뒤로 오럴 섹스는 물론 다양한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성적 불만을
해소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시다시피 Deep Throat이란 말에는 '내부고발자'란 의미도 있습니다. 알란 파큘러
감독의 [All the President's Men]에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전말을 제보해주는 고발자를 일컫는 말로도 쓰죠)
당시 [Deep Throat]의 파장은 대단한 것이어서 2005년엔 이 영화의 파장과 당시 캐스팅 비화, 당시 여주인공의
현재를 담은 [Inside Deep Throat]가 개봉되기도 했죠.(국내에도 개봉됐었습니다)

아무튼... 70년대 초에 헐리웃 시스템에 영화계가 완벽하게 장악되기 전에는 사실 이런 하드코어 영화들이 제법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것도 극장가에서 말이죠.
일본의 수오 마사유키같은 감독들이 일종의 코어물인 핑크무비를 만들면서 실력을 다진 것과는 다른 개념이긴 합니다만

당시 70년대의 하드코어들은 나름의 사회적 현상을 담아내는 거울의 역할을 어느 정도 충분히 했습니다.
이것이 점차 비대해진 헐리웃 영화들에게 극장가가 완전히 잡아 먹히면서(변두리 극장까지) 아무 의미없는 남녀의
성교만 죽어라 담은 그야말로 '포르노'만 넘실대게 된 것은 사실상 80년대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그 시점은 미국의 동시상영관등이 무너져 '컬트 영화'의 신화가 무너져 내린 즈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런 암울한 시기의 끝자락인 1982년 Linse Dream (린스 드림) 감독이 내놓은 [Cafe Flesh/카페 플래쉬]란
영화는 영화의 형식적인 면에선 영락없는 하드코어지만 다시 봐도 되씹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라 이참에 다시 한 번 소개해 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예전 엔토이(entoy->후에 한게임으로 인수) 블로그 시절에는 약간의 스크린샷과 함께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곳 게시판엔 올린 적이 없더군요.
이 영화의 내용은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서 살아남은 사람 중 99%가 성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성행위가 가능한
1%는 공공장소에 마련된 무대에서 성행위를 실연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이들은 무대 위에서 실연하는 이들을 보고 그저 흥분할 뿐이죠.
그런데 그 관람객의 일부인 주인공 커플 중 여자는 사실은 성행위가 가능하지만 불능인 남친을 위해 자신도 성불능자인척 하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주체못하고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고, 남친은 쓸쓸히 그곳을 나오게 되며,

영화는 절정에 올라 무아지경이 되어버리는 그녀의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지만 이 영화는 전위적인 무대 장치와 당시로선 대단히 파격적인 미래적인 음악,

그리고 현대적 퍼포먼스를 뒤섞어 기괴한 느낌을 주기까지 합니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 영화 내에서 무대 위의 실연을 바라보는 불능자의 시선과 맞닿게 되고,

성행위의 실연을 주관하는 사회자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무대 위에 올라 끊임없이 불능자들을 비아냥거립니다.
그러니까 감독은 무대 위에서의 실연을 바라보는 불능자와 영화를 보는 이들의 관음적 시선을 싸잡아 비아냥
거리는 느낌이에요. 이게 참 보면서도 묘하고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문명비판적이고 관음적 시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 이 이상하도록 기괴한 하드코어 영화는 분명 역시나
말초신경을 극도로 자극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화를 곱씹게하는 매력 또한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될 일은 앞으로도 없겠죠.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
이 영화에서의 앵글은 대단히 독특하고 일관성있습니다.
이건 대충 만든 영화가 절대로 아니에요. 인물의 클로즈업과 카메라의 높낮이,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 군상을 잡은 프레임은 한폭의 회화같습니다.
프레임은 마주본 두 사람의 얼굴을 정적으로 잡거나 빛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인물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런건 사실 50~60년대에 거장들이 사용했던 방식이에요.


**
이 영화의 각본은 Jerry Stahl(제리 스탈)이 썼습니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해왔죠. [Bad Boys II/나쁜 녀석들 2]를 각색했고,

너무나 잘 알려진 미드인 CSI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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