ジロー・ドリームス・オブ・スシ

Jiro Dreams of Sushi
스시 장인 : 지로의 꿈

2011년 / 미국 / 다큐멘터리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오늘내일 집에서 좀 쉬어야하기에 뒹굴대면서 이제서야 봤다.
파일을 구입했는데 보람이 있다. 
물론... 스시가 심하게 먹고 싶다는(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후유증은 감수해야...






무려... 87세의 고령이신 오노 지로.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최고령 조리장이자 최소업장.
긴자에서 스키야바시 지로를 운영 중이심.









긴자 본점.
복도에서 김을 굽고 있는 이는...









바로...









앞으로 가업을 이어받을 장남, 요시카즈.









쉬는 날이 오히려 더 힘든, 자신에게 엄격하기로 소문한 오노 지로.









스탭들의 음식을 맛본다.









조금이라도 자신없는 음식은 내놓질 않는다.










가업을 이으면서, 스키야바시 지로의 명성도 유지해야하고, 아버지의 후광도 벗어야하는 막중한 압박감을 느낄
장남 요시카즈. 하지만 훌륭한 지도 덕에 충분히 짐을 감내할 만한 그릇이라고 보여지더라.









짚불.
언젠가 일부러 일본 곳곳을 찾아다니며 좋은 짚불을 찾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아마 아오이 유우가 나왔던 [오센] 이었을거다.









롯폰기 힐스의 지점.
이곳은...









오노 지로 조리장의 차남 타카시가 조리장으로.









참치 경매장.
스키야바시 지로에 참치를 공급하는 점주.









참치 경매.
사실 가족들과 일본에 갔을 때 하루는 츠키지 시장에서 참치 경매를 보려고 했던 건데...
아쉬움이 소록소록 묻어난다.










손님을 맞이하는 장면.









이제부터... 좀 심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오마카세 풀코스를 죄다 올리도록 함.
이곳은... 스시에 집중하므로 샐러드, 소바등도 없다.
가격은 3만엔부터 시작.(한화 35만원 정도)









광어.





오징어





전갱이
전갱이라면 아주 작은... 물고기.
내 그리 좋아하는 제주도의 각제기국에 들어가는 물고기가 전갱이.





기름이 덜한 참치. 
사실상 참치의 진수.





적당히 기름진 참치.





아주 기름지고 부드러운 참치.





전어.







조개.





참치...





새우





학꽁치.





문어.





고등어.





우니... 으어...





가리비.





이꾸라.
아우... 입에서 그냥 톡톡...





장어.






이렇게 오마카세 풀세트.










무분별한 참치 남획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온다.
참치 소비의 대부분은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일본.









동창들을 만나러 가시는 지로 조리장.










아들과 함께.
지로 조리장은 아직 은퇴할 마음이 없다.
그에게 스시는 직업이 아니라 일생이더라.










긴자점의 스탭들.


오노 지로의 직업 철학을 이해하면서도 난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극도로 인내의 과정을 요구했던 스시야의 분위기를 생각해본다면,
자기자신에게 철저하리만치 엄격한 지로의 마음가짐을 이해할 수는 있더라.

내, 과연 다시 일본에 갈 수는 있을까...하면 이내 곧 스스로 머리를 젓게 되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극심한 스시 갈망증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겪게 될 것.








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WOWOW / 총4부작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 종종 회자되고 있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소설 작가 무레 요코의 또다른 소설이 원작.
누가봐도 [카모메 식당]의 일본 현지 버전...이라고 생각할 만큼 [카모메 식당]의 고바야시 사토미와 모타이 마사코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분위기도 매우 비슷하다.







[Pacific Rim/퍼시픽 림]

directed by 기예르모 델 토로 ()

2013 / 131min / US


일산 CGV 아이맥스(IMAX) 3D로 관람.
비록...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맥스가 이른바 변태크롭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조금이라도 더 큰 스크린으로 보기를 권한다.
어릴 때부터 특촬물이나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래야만 거대한 예거의 덩어리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무게감이 제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크기의 로봇(예거)들이 관절과 관절을 움직이며 거대한 동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모습. 
다분히 일본 특촬물에서 자주 봤을 법한 괴수들과 예거가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덩어리와 덩어리의 격렬한 충돌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는 큰 화면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울트라맨, 아이젠버그... 우린 어려서부터 수많은 괴수 특촬물을 보고 커왔다.

특촬물이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이들에게 [퍼시픽 림]은 매우 익숙한 이야기와 이야기 구조를 들려준다.
심해에서 차원 이동을 통해 등장하는 외계 괴수들(카이주). 
외계 괴수들에 대해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반격하는 인간들, 에반겔리온의 파일럿들과 비슷한 LCL 용액의 이용, 
에반겔리온에서는 에바와의 싱크로가 관건이었다면, 
퍼시픽 림에선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앞으로도 다른 기억을 만들어나갈 다른 두 사람간의 싱크로(이른바 드리프트) 등등, 
대부분 우리가 접해봤던 소재와 이야기들을 차용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익숙한 소재의 영리한 변주에 비해 내용은 의아할 정도로 예측 가능하고, 단순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야기가 허술해서 몰입도를 방해할 수준은 결코 아니고.
영화 자체가 일종의 오덕 오마쥬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의 중심은 철저히 예거와 카이주의 물리적인 대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 구현 방식 역시 적당히 흉내낼 생각같은건 애당초 없었던게 분명하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락물과 작가주의적 완성도를 모두 지향할 줄 알고, 액션은 물론이고 고약한 호러 구조까지 다 끌어안을 줄 아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이니 적정선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게 가능했고.

감독의 작심이 어설픈 것과 거리가 머니까 25m가 넘는 거대한 예거들의 움직임은 트랜스포머의 말랑거리는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된다.
주먹 한 방을 휘두르더라도 충분한 동선과 거대한 속도감, 자칫 느릿느릿하게 보일 수 있지만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전율의 파워를 스크린에서 맞부딪히는 예거와 카이주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사뭇 경이롭기까지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
어떻게보면 많은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상상이나 해봤음직한 영화를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결국 구현해냈다는 사실이 말이다.



*
러닝타임도 적절하다고 생각은 되었으나 그러기엔 나머지 예거들이 너무 소모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 든다.


**
캐릭터가 상당히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그 덕분에 주인공이 고민도 적고, 결단도 빠르다.
뭐... 사실 이건 이런 오락물에선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나치게 스토리를 단순화한 것 같아 아쉬움이 들긴 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결말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


***
이상하게 CGV IMAX 3D의 자막 위치가 너무 낮게 정렬되어있어 앞자리에 무척 큰 사람이 앉아 있으면 자막이 가려진다는 문제가 있더라. 
나만 느낀게 아닌 것 같다. 문제가 있는 듯.


****
델 토로의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영화를 꼽으라면 다들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나 [헬보이/Hellboy II: The Golden Army]를 말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의 초기작인 [악마의 등뼈/El espinazo del diablo]를 혹시 못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챙겨보시길 권한다.










[명왕성]

Directed by 신수원
2013 / 107min / korea
이다윗, 성준, 김꽃비, 김권, 조성하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고양 어울림누리 내의 어울림 문화센터 1층 영상관에서 관람했다.
멍청하게도... 어울림누리를 아람누리로 착각해서 아람누리로 들어갔다가 장소를 착각한 걸 알고 부랴부랴 어울림누리로.-_-;;;
일찍 서둘러서 아람누리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영화 서두를 고스란히 날려먹었을거다.
어울림누리로 들어와서도 그 어디에도 명왕성 포스터가 붙어있지 않아서 도대체 어디서 하는건지 영상관측에 전화를 하고서야 찾아갈 수 있었다는.
최소한... 포스터를 작게라도 붙여놨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관람한 [명왕성]
기대했던 것보다 더 인상깊게 봤다.
특히 중후반까지의 몰입도는 대단한 편이어서 어울림누리 영상관의 극악의 의자가 내 엉덩이를 송곳으로 찌르기 시작했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더라.ㅎ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금 우리 제도 교육의 실상, 그리고 그 속에서 경쟁 이외의 모든 가치를 하찮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비록 극화되어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되었다고 하지만 난 모르겠다.
정말 이 모습이 극화되어 과장된 표현에 불과할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살아가는 가치와 목적, 방식이 서로 다름을 느끼고, 충돌하고, 화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화를 이뤄야한다. 

그래야만 너는 틀리다...가 아니라, 너는 나와 다를 뿐이다라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타인이 중시하는 가치와 목적을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만 강조된 사회에선 이 모두가 거세된다. 하나의 단일한 목적, 그 목적만이 절대적인 가치로 인정받고 

수많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 동일한 목적을 가치로 삼고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며, 그 가치란 것이 개인의 인성, 존재의 이유, 

삶의 목적 모든 걸 다 아우르는 단 하나의 표식이자 종착점이 되어버리는 순간, 사회를 건강하게 구성할 다원성과 다양성은 모조리 거세되고 멸시되기 마련이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 구조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aipharos님과 영화를 본 후 얘기했지만, 바뀌는 정권마다 교육제도를 손보겠다고 난리를 쳐도 결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바뀌어질 수 없는 이유는 교육이란 

단순한 교육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교육시스템을 유지하고자하는 계급의 문제이고, 노동의 문제이며, 동시에 부동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고서는 교육 시스템을 뒤바꿀 수가 없다.
그나마... 교육제도를 손보겠다고 난리를 치던 것도 같잖은 이명박 정권 이후론 움직임조차 없지 않나.

이 [명왕성]은 너무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영화라 도무지 글을 통해 그 인상을 주절주절 적기는 힘들다.
쓰다보면 한국이란 나라를 아우르는 거대한 부조리의 도가니탕을 죄다 이야기하지 않고는 도무지 불가능한 주제의식이라 

단순하게 우리 청소년들의 삶이 무한경쟁주의 속에 이렇게 피폐해져간다...라고만 말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영화는 결국 정말, 이러한 아이들이 사회의 중심에 섰을 때의 그 끔찍한 사회를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감내할 수 있겠냐는 감독의 처연한 경고 그 자체다.

도무지 근본부터 잘못되어 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겉만 멀쩡한 아이들이 사회의 중심에 서는 순간, 

우리 기성세대는 그 파렴치한 사회를 어떻게 감내하고 책임질 수 있겠냐고 묻는 영화라는거다.


다만, 
영화의 명징한 주제의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서서히 리얼리티를 잃고 주제의식을 오히려 희석시키는 느낌이 든다.
'저 아이들이 도대체 커서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될까?'라는 걱정에 끔찍한 마음마저 드는 중반부까지의 몰입도는 놀라울 정도지만, 

이후엔 이미 그 의문에 대한, 걱정에 대한 대답이 완결되어버린, 그저 괴물이 된 아이들의 극렬한 에피소드는 오히려 현실의 비극을 희석화시키는 느낌이 든다는거.
아쉽다. 
특히... 예비합격자와의 통화는 넣지 않는게 나을 뻔했다.
너무 끝까지 몰아치면 허무함이 가득 남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영화를 지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명왕성]이 그런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새벽내내... 비가 오더니 오전에 좀 그쳤다.
고양 어울림누리는 생각보다 넓더라.-_-;;;









이곳이 [명왕성]을 상영하는 곳.
상영관은 1층에 위치한 미디어 센터.
이곳에선 주말에만 1일 3회씩 독립영화를 상영 중이란다.
그런데... 포스터 하나붙어있지 않고, 옆쪽엔 어울림극장이 있어 자칫 어디서 영화를 상영하는지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생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석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불편하다.-_-;;; 


*
연기는 모두 훌륭하다.
김준역의 이다윗은 물론이고 모델 출신인 성준은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하는 유진 테일러 역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렸다. 
비록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진 못했지만, 기본적인 아우라가 있어 맘에 들더라. 목소리, 얼굴, 기럭지... 다 대성의 조짐이 보이더만.

**
조성하씨는 [파수꾼]과 비슷한 분위기로 이 영화에서 모습을 보인다. 우정출연.
그런데... [파수꾼]에서의 연기와는 달리 어딘지 부유하는 듯한, 드라마에 가까이 간 느낌은 그닥 느껴지지 않더라.

***
음악도 좋다.
유재아가 담당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물론이고 더큅(the Quip)과 코코어(Cocore)의 곡 모두 인상적이다.
MP3 구매해도 후회가 없을 OST.

****
신수원 감독은 실제로 10년간 교편을 잡았던 선생님 출신의 감독이다.
이 영화에 그려지는 학교의 모습이 현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 알수 있다.








[Olympus Has Fallen/백악관 최후의 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하면 일단 그의 영화는 안보는 것이 현명한 짓...이란 생각을 늘 해왔다. 

92년의 [유니버설 솔져], 94년의 [스타게이트](그냥 어설픈 미드한편 보는 기분), 정점은 96년의 [인디펜던스 데이](궁극의 코미디 영화라고 본다), 

98년의 [갓질라](고질라가 아니지)... 그런데 이 감독이 장르적 관습에 스스로 질려버린 건지 조금씩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지면서 

연출과 편집의 호흡도 좀 가다듬더니, [2012], [Anonymous]를 거쳐 지금의 [White House Down]은 제법 볼만한 오락영화를 만들어내는 듯.
그에 비해... 똑같은 백악관 침공 소재를 다룬 안톤 후쿠아의 [Olympus Has Fallen]은 영화 전체의 꼬락서니가 아주 고약스러워 못봐줄 정도.
아무리 남북한 긴장상태를 전제로 한 영화라지만 주한미군이 빠지게 되면 '한국은 이제 끝이군요'란 말을 태연자약하게 내뱉는 대사를 듣다보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백악관이란 공간, 아니 덩어리만 있고 구조와 지형물을 이용한 다이하드식 스릴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이 쓰레기 덩어리를 보고 있노라니... 참... 
특히 대통령 역의 에론 에크하트가 나중에 결연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다 박살난 백악관에서 표창을 수여하고 경례하는 모습을 보니, 

쉴새없이 찍어내는 달러화와 군사력으로 간신히 '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그들의 발버둥치는 모습같아서 안스럽기까지 하더라.
안톤 후쿠아 감독님, 미라 소비노와 주윤발 주연의 그... 실망스러웠던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시절보다도 더 엉망이에요.









[In the Shadow]

다비드 온드리첵 감독의 체코 영화.
화폐개혁(개악)을 앞둔 암울한 체코 상황에서 알면서도 눈을 감고, 귀를 막던 부조리에 대항해 그 끝을 뻔히 알면서도 저항한 이들에 대한 헌정.
세상을 바꾸는 건 이 수많은 이름모를 이들의 희생 덕분이라는걸 한번은 더 생각하게 하더라.









[설국열차]

다른 많은 분들처럼, 나 역시 정말... 기다리는 영화.
예고편이 너무 당혹스러울 정도로 기대 이하여서 아주 쬐금 걱정이 되지만...
꼼꼼하기로는 당할 자가 없는 봉준호라는 이름 석자, 그리고 틸다 스윈튼에 대한 이 막무가내식 신뢰로 기다리련다.












[감시자들]


설경구씨는 늘 벼랑에 내몰리는 역할을 한 것만 기억난다. 늘 땀을 흘리고, 상대를 윽박지르고, 절박하고. 뭔가 조금 과하다싶은 배역들.
그런데 [감시자들]에선 충분히 이전 영화 배역들을 답습할 만도 한데 이를 잘 억누르고 있어서 
자칫 영화가 쌈마이 분위기로 치달아버릴 수 있는 상황을 잘 억제하고 중심을 잡는다.
내... 이토록 편안한 설경구씨를 본 적이 없고, 이토록 잘 어울리는데 왜 이런 역을 진작 맡지 않은거지?란 의구심까지 들더라.
한효주씨. 화장도 거의 안하고, 얼굴도 자연스러운데다가 기럭지까지 이기적.
게다가 가장 중요한 설경구씨와의 앙상블이 아주 자연스럽다.

영화 내용에 대한 사전정보는 커녕 예고편도 안보고 간 나는 초반 10분여의, 
거의 분리병치식 나열에 조바심이 나 죽는 줄 알았다.ㅎㅎㅎ 이렇게 봐야 확실히 제맛인 듯. 
이런 뭔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본부가 등장하는 우리나라 영화는 어딘지 뭔가를 흉내내는 것같고, 촌스러운 느낌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그 잘났다는 미드 수사물들의 세련된 떼깔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이유가 클 것이다. 
드라마 한편의 제작비만도 상상을 초월하는 그 잘빠진 웰메이드 수사물들 말이지.
그런 미드, 헐리웃 영화에 비하면 뭔가 우리네 수사본부는 어색하게 흉내낸 것 같고, 팀장은 늘 목소리를 깔거나 신경질적인 반응만하고… 
자꾸만 웰메이드의 느낌에서 멀어져만 가고, 분위기는 오히려 생뚱맞고 어색해지는거지. 
이건 뭔가 그럴싸한 디스플레이로 진보적인 수사방식인척… 과학수사인 척…하는 것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다.
[감시자들]에선 이러한 한계를 제대로 인지한 듯 하다. 쓸데없는 쉬크함, 세련된 척은 다 버렸다는 것. 
대신 지나치게 된장냄새 풀풀나는 토속적인 느낌도 없고, 딱 우리네 일반적인 회사 모습과 별 다를 바 없는, 훨씬 현실적인 느낌의 수사본부 모습을 구현했다. 
여자 팀장이 등장하는 첫장면을 보고는 그 뻔한 스테레오타입과 클리셰를 반복하겠구나 싶었지만 
오히려 수사본부의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쓸데없는 로맨스따위 싹 잘라낸, 신파가 거세된 모습에 정말이지 박수라도 보내고 싶었다. 
이게 뭐그리 중요하다고 주절주절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비현실적일 정도로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하이테크가 마구 등장하는 수사통제본부의 모습이 오히려 무척 현실감있게 다가오더라.
그러다보니 영화에도 좀더 자연스럽게 몰입되고 말이지.


*
사실… 대낮에 서울 한복판 도심 옥상에 올라가서 망원경을 이용한다면 건너편 건물이든 어디든 의아해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경우에 상식적이라면 안테나 공사를 한다든지 뭐 그런 인부처럼 변장을 하고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게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래선 도무지 폼이 안나니… 폼을 위해 디테일을 버렸더라.


**
카체이싱씬은, 내 생각엔 늘 관객에게 동선의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이건 무슨 잡스럽고 시끄러운 느낌만 주는 산만한 프레임들을 갖다 붙인 경우도 되니까.
그래서 카체이싱 장면이 전환될 때 자꾸 방향성을 부감으로 잡은 뒤 카메라를 내리던데, 
그러다보니… 추격씬을 위한 X 대형의 정속 운전하는 차량들이 자꾸 눈에 띄더라.


***
촬영은 정말… 힘들었을 듯.
서울 도심에서 이런 촬영이 가능했다는게 더 놀랍고.
스탭들도 대단하지만, 촬영 시간대에 고생했을 시민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ㅎㅎㅎ


****
음악이 아주 거슬렸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조금도 감흥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
원작 [천공의눈]을 난 못봤으니 뭐라 비교를 못하겠다.
하지만 종종 등장하는 인공광의 사용은 정바오루이 감독의 2010년작 [액시던트/意外]를 연상케한다.













映画『SHORT PEACE』予告編映像


오토모 가츠히로 / 모리타 슈헤이 / 안도 히로아키(스팀보이 CGI 담당했던 사람) / 카토키 하지메(이사람 건담 디자이너임)

이렇게 네명의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Memories] 생각나는 분들도 계실 듯.















the Last Stand/라스트 스탠드


Derectid by 김지운

2013 / 104min / US
Arnold Schwarzenegger, Forest Whitaker, Luis Guzman, Jaimie Alexander, Christiana Leucas

흥행을 기대하기 힘든 영화를 보려면 무조건 개봉 초기에 봐야한다는 얘기도 이젠 그닥 참조할 말이 못된다.
예매 성적이 안좋으면 개봉과 동시에 교차 상영되어 도무지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어디 한둘이 아니니까.
어둠의 경로로 보고 너무 좋아서 국내 개봉되면 아들과 함께 꼭! 극장에서 본다고 맘먹었던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Wallflower]. 

개봉과 거의 동시에 변칙 상영되는 바람에 아들과 함께 보겠다는 계획은 다... 뒤틀어져버렸다.
이런 경우가 요즘은 너무 많다.
개봉관은 겁나게 많은데, 다양한 영화를 갈구하는 소수의 욕망을 조금도 채워주지 못하는 인프라의 현실은 날이 갈수록 씁쓸해질 뿐이다.










130414  [Oblivion/오블리비언] 일산 CGV IMAX → 대림미술관 '슈타이들,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Part 1 대림미술관 '슈타이들' Part 2 

             → 한남동 이탈리언 레스토랑 '파올로 데 마리아 (Paolo de Maria) → '슈타이들 도록 (How To Make Book with Steidl)






[Oblivion/오블리비언]


Directed by Joseph Kosinski (조셉 코진스키)
2013 / 126min / US

Tom Cruise, Andrea Riseborough, Olga Kurylenko, Morgan Freeman, Nikolaj Coster-Waldau

톰 크루즈가 맡는 캐릭터는 사실 늘 비슷하다.
그냥 대놓고 말하면 '좋은 역'.
하지만 그 '좋은 역'을 이토록 멋지고 충실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 또한, 이 정도의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 또한 많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전에 개봉되었던 [잭 리처/Jack Reacher]도 그랬고 말이지.

[오블리비언]은 일단,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본다. 

아주 위험한 스포일러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실상 또 그렇지도 않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지닌 미스테리들이 사실상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한 이야기만큼 김빠지고 지루해지기 쉬운 것도 없겠지만 이 영화는 액션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아님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 
그만큼 이 영화가 영화적 재미에 충실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들고.
영화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Sci-Fi들의 변주 정도여서 새로울 것이 없는게 사실이다. 
사실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들이 번뜩이며 여러 영화들에 이미 녹아 들어갔을까. 그러니 그 많은 영화들이 저마나 '새로움'을 들고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고, 
또 그러한 것에 매달리는 건 우리가 애플에게 막연한 '혁신'을 기대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아... 뭔소리를 하는거야)
이 영화 한 편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사성을 따져볼 수 있는 영화들도 어디 한 둘이 아니다.
얼핏 기억나는 영화만해도 던칸 존스 감독의 [Moon/문], 기억에 관한 이야기는 [Blade Runnder/블레이드 러너]에서 이를 잘 차용한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이렇게 따지면 [Total Recall/토탈 리콜]까지 얘기가 나오겠다.ㅎ), 여기에... 뭐 좀 더 깊이 얘기하면 과정의 부분은 마이클 베이의 [the Island/아일랜드]까지.
여러 영화들의 요소요소가 잘 차용되어 변주된 부분이 분명히 있는 영화인건 틀림없는 사실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사실 이 영화가 원작이 있는 영화인 줄 착각까지 하면서 봤다.-_-;;; 어휴...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이야기들의 변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리듬이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아무래도 지루함이 없는 듯 하고, 
사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결말은 영화를 보면서 '아... 정말 내 예상대로 결말이 날 것 같은데 그럼 진짜 촌스러울텐데 어떻게 하지'란 조바심도 났었는데, 
다행히 그 뻔한 결말을 세련되게 풀어내긴 했더라. 그것도 연출자의 재능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분들이 엄청나게 까댄 감독의 전작 [트론/레거시]를 난 무척 재밌게 본 터라 이 감독에 대한 기대가 조금 있었는데 그 기대만큼은 충분히 나온 듯 싶다.
적어도 조셉 코진스키는 앤드류 니콜처럼 반짝하고 망작을 양산하진 않을 거란 믿음을 갖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 2시간의 러닝타임을 스크린에 맡기면 되는 영화.


*
빅토리아 역의 안드레아 리브보로우.(Andrea Riseborough)
몸매가 너무 ㅎㄷㄷ해서, 원래 관심이 있었던 올가 쿠릴렌코(Olga Kurylenko)가 뒤로 밀릴 지경.
수영씬에선 입이 벌어지더라는...
조셉 코진스키 감독은 전작에서 올리비아 와일드라는 기가막힌 ㅊㅈ를 섭외하더니 이번엔 두 명의 훈녀 안드레아 리즈보로우, 올가 쿠릴렌코까지.


**
이 영화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더러 있다.
영화니까~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납득이 잘 안가면 몰입이 잘 안되어서 이런 부분들은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
인공적인 인력에 의해 끌려갈 때 포트를 분리해봐야... 다같이 끌려들어갈 뿐이지 않나.
이외에도 자잘한 태클꺼리들이 다소 있음.
그래도... 인디펜던스 데이스러운 설정에서 벌어지는 부분을 이토록 세련되게 뽑는다는게 쉽지 않을 듯.


***
지구는 사실상 폐허가 됐다지만, 그위를 뒤덮어버린 자연은 아름답기만 하더라.
카메라도 인상적이고.
촬영 감독이 누군가 봤더니 헐... 클라우디오 미란다. (Claudio Miranda)
[Life of Pi]의 바로 그.
이미 감독의 전작 [Tron Legacy]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트론 레거시의 촬영감독이 그였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공식 트레일러












재밌게 보던 일본 드라마 디너 (DINNER).
but...
7화부터 자막이 영 안나오더니 결국 기존 작업하던 사람은 7화를 끝으로 손을 놔버리고,
다른 분이 임시로 7,8화를 제작하더라.
그 이후로 9화부터는 아예 자막이 뻗어버린 상태였고.

답답해하시는 분들 무지 많던데
9~11화까지의 자막이 모두 나왔다.

페이스북 지인분이 직접 작업을 해주셨고, 자막의 퀄리티는 오히려 가장 좋은 듯 하다.
사실 다른 웹하드 커뮤니티에 9화부터 자막을 올렸는데 아직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듯 하여 이곳에도 한 번 올려봄.

9화~11화 자막만 압축파일로 넣었음.
즐감들 하시길.


Dinner_E09-E11_KORsubtitle.egg


















오늘 갑자기 [모테키/モテキ]에 삽입되었던 Perfume의 'Baby Cruising Version'이 생각났다.
아, 반드시 모테키 영상과 함께.
아시다시피 모테키 TV 시리즈에도 이 곡이 등장하는데 TV 시리즈에선 음악만 나오고 Perfume이 등장하지는 않은 반면, 영화에선 드디어... Perfume이 등장한다.
모테키 영화버전을 먼저 접한 나에게 영화 속의 이 신선한 장면은 정말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오늘도 다시 이 장면만 보면서 좋아서 실실 웃는다.
이런거 정말 좋다.




TV 드라마 버전





영화 버전












たそがれ淸兵衛
 (Twilight Samurai)

Directed by 야마다 요지(山田洋次)

2002 I 129mim I Japan

사나다 히로유키(眞田廣之), 미야자와 리에(宮澤りえ)



リンダ リンダ リンダ (린다 린다 린다)

Directed by 야마시타 노부히로

2005 I 114min I Japan 


핑퐁

녹차의 맛


笑の大學 (웃음의 대학)

Directed by 호시 마모루

2004 I 121min I Japan

사키사카 무츠오(야쿠쇼 코지), 트바키 하지메(이나가키 고로



博士の愛した數式 (박사가 사랑한 수식)

Directed by 고이즈미 다카시

2005 I 116min I Japan

박사(테라오 아키라), 쿄코(후카츠 에리), 루트(요시오카 히데타카



[ニライカナイからの手紙/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 2005
Directed by 熊澤尙人(쿠마자와 나오토)


[かもめ食堂/카모메 식당] directed by 荻上直子/오기가미 나오코
2006 / 102min / Japan, Finland


[Summer Time Machine Blues]


[Udon] directed by 本廣克行(모토히로 카츠유키)
2006 / approx 134 min / Japan


1. [時をかける少女/시간을 건너 온 소녀] (2006) - 호소다 마모루
드라마/로맨스/SF/환타지


[武士の一分/무사의 체통](2007) directed by 山田洋次/야마다 요지


[花よりもなほ/하나](2006) directed by 是枝裕和/고레에다 히로카즈



[キサラギ/키사라기] directed by 사토 유이치
2007 / 약 108분 / 일본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directed by 周防正行(수오 마사유키)
2006 / 약 143분 / 일본


[松ヶ根乱射事件/마츠가네 난사사건](2006) directed by 야마시타 노부히로


[おくりびと/Departures/굿' 바이] directed by 瀧田洋二郞(타키타요지로)




[東京少女/미래를 걷는 소녀- 도쿄걸] directed by 코나카 카즈야
2008 / 약 98분 / 일본


[까뮈따윈 몰라/Who's Camus Anyway]
감독 : 야나기마치 미츠오
제작년도 : 2005
국가 : 일본
러닝타임 : 115분
출연배우 : 카시와바라 슈지, 마에다 아이, 요시카와 히나노등






탐정은 바에 있다

썸머워즈

걸어도 걸어도





[키리시마가 동호회 활동 그만둔대/桐島、部活やめるってよ]

directed by 요시다 다이하치
2013 / 103min / Japan 

카미키 류노스케(마에다 료야), 히가시데 마사히로(히로키), 하시모토 아이(가시하라 카스미), 시미즈 쿠루미(야베 미카), 야마모토 미즈키(리사), 마츠오카 마유(사나)

보석같은 영화.
야나기마치 미츠오의 걸작 [까뮈따윈 몰라]의 분위기가 느껴진다...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 영화의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역시 야나기마치 미츠오와 마찬가지로 와세다 대학 출신.
전체적으로 와세다 대학의 학풍이란게 영화 속에 배어있나 보다.
아무리 과장스럽고 신파스러운 일본 영화들이 나를 많이 실망시켜도 이런 영화들 때문에 난 결코 일본 영화의 저력을 폄하할 수가 없다. 
이 놀랍도록 정교하고 세밀한 청춘 영화(!)를 우리가 언제 만나본 적이라도 있던가?

배구부원이면서도 독보적인 실력으로 현대표(우리로 치면 도대표...이나 일본 학원스포츠의 저변을 생각하면 국가대표급 이상이라고 본다)에도 선발되고, 

교내 최고의 인기녀 리사와 연인관계이면서 학업 성적도 우수한 키리시마가 어느날 갑자기 배구부 활동을 그만두고 학교에도 나오지를 않는다.
그의 여친 리사에게도, 그와 가장 친한 히로키등에게도 일절 알리지 않은 채.
키리시마가 난데없이 증발해버린 어느 금요일을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시선으로 여러번 변주한다. 
이렇게 교차되는 편집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가 하나둘 이어지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난 히로키가 키리시마의 ex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루어 짐작컨대 훤칠한 인물로 여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며,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농구, 축구는 물론 야구부 주장이 더이상 야구부 활동을 하지 않는 히로키에게 

시합에 나와줄 것을 부탁하는 걸 보면 히로키는 또다른 키리시마라고 볼 수도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약간의 질투마저 섞어 시기할 정도의 히로키는 야구부도 그만두고, 학교가 파하면 학원을 다니면서 사는 그야말로 그렇고 그런 그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다.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인식되는 영화부원 마에다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와 신망이 두터운, 

굳이 서열을 논하자면 가장 상위 서열에 있는 히로키에게 어떻게 강렬한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이 영화 속에는 자신들이 알게모르게 구속되는 학교 내의 계급 관계가 상당히 설득력있고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어른들 사회의 조그마한 축소판과도 흡사 비슷하지만, 감독은 적어도 학교에선 그 아이들이 앞으로를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방식의 삶이라는 것은 정작 학교를 다니는 그들에겐 잔혹하기 짝이 없는 마에다의 마지막 영화장면과도 같은 혹독한 아픔을 선사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눈과 눈이 마주치는 그 지점에서 히로키가 다짐하는 것과 같은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의 가치라는 것은 한가지 정해진 길대로 가는 건 아니라는 분명한 목소리를 담아서 말이다.
비록 많은 이들이 혁혁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지향점을 향해 정진하는 이들을 비웃곤 하지만(영화 속 히로키의 여친 사나처럼) 

감독은 묻는 듯 하다.
'너희들 정말 그대로 괜찮은거야?'라고.

마지막 장면까지 놀라울 정도로 인상깊은 여운을 주는 보석같은 영화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과연 우리에게 이 영화처럼 따스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세밀하게 청소년들에게 뷰파인더를 들이댄 영화나 드라마가 어디 있었던가?하고.

*
아래 캡쳐화면은 영화를 보실 분이면 안보고 패스하는게 나을 수도.
물론 순서가 뒤죽박죽이긴하지만.






키리시마의 여친 리사. 그리고 히로키의 여친 사나.








히로키와 마주한 야구부 주장 키쿠치.









대화로 미루어보아 히로키는 야구부 활동을 그만둔지 제법 되었지만 대단히 기대를 받았던 부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부 활동을 이끄는 마에다는 영화부 지도 선생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고집하자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로 한다.








키리시마가 빠진 빈 자리는 코이즈미가 맡게 된다.









코이즈미의 땀을 이해하는 미카.









키리시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가는 배구부.










배드민턴부원이자 리사, 사나, 미타와 친구인 카즈미.
미타와의 여전히 교우관계가 지속되지만 사다와는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거의 유일하게 마에다를 이해하는 학우.










미타와 카즈미.












*
주인공 히로키역의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대단히 인상적인 마스크.
키도 훤칠하고 머리는 완전 소두...
공유 + 조정석의 느낌이다.


**
리사역의 야마모토 미즈키도 예쁘지만 미카역의 시즈미 쿠루미, 완전 좋다.


***
영화 속에서 마에다가 극장을 찾아 보는 영화는 츠카모토 신야의 [데츠오 철남].
오랜만이네...
아주 오래전 이 영화 오리지널VHS를 미국에서 구입해서 내 방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감상한 적이 있다.
그때 미국출시된 [데츠오 철남] VHS에는 미국 단편영화 한편이 더 있었는데 그 단편영화에 더 열광했었던...
그 단편영화는 Greg Nickon(그렉 닉슨)의 92년작 단편 [Drum Struck]
그렉 닉슨은 이후 작업한 영화 자체가 없는 듯.


****
이 영화는 감독의 방식으로 어른들이 짜놓은 세상의 정해진 가치를 배반하고 자신의 가치를 위해 현실에서 노력하라는 진심어린 따뜻하고도 냉철한 시선이 담겨있다.
그에반해 2013년, 새로운 정부랍시고 출범하는 한국에선 이런 광고가 버젓히 버스나 지하철에 나붙어 있다.









이런 개같은 발상을 쪽팔린 줄도 모르고 광고하는 현실 자체가 정말로 슬프고 무섭다.

학생 자살율 1위라는 현실을 아무리 들이 밀어도 저 새끼들은 이 모든게 다 학생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사회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거다.











[Dinner/디너]


오랜만에 보는 일본 드라마.
5화까지 봤는데, 마츠모토 준 주연의 [밤비노]보다 훠어어어어얼씬 재밌다. 

밤비노에선 주인공이 바보같이 뭐 좀 극적인 일만 있으면 뛰어다녀서 어이가 없었는데 [디너]는 오히려 보다 더 음식에 집중한다.
주인공 에자키는 그야말로 진성 요리 오타쿠.-_-;;; 러브라인같은거 없을 듯. 
1화보고 이거 내용 막장으로 흐를까봐 은근 걱정했는데 역시나... 갈등은 한 회를 넘어가지 않고 가장 기분좋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 단순히 쉐프의 역할 뿐 아니라, 수-쉐프, 지배인 그리고 구성원들, 음식점과 파워블로거의 관계까지 잘 풀어내더라.

역시 요즘 방영 중인 [노부나가의 쉐프]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주인공 따로 음식 따로의 느낌인 반면 [디너]는 훨씬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
완전 재밌게 보고 있음.





일본 최고의 이탈리언 리스토란떼.
로까비앙까.









오너쉐프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지자 공석을 채우기 위해 섭외된 이는 에자키라는 천재 쉐프.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타 유카타와 [런치의 여왕], [구명병동]등의 에구치 요스케.









파워블로거가 식당 하나의 운명을 좌우하는건 이 나라나... 저 나라나 마찬가지인가보다





*
에구치 요스케는 [런치의 여왕], [구명병동]에도 나왔던 그.


**
여주인공 쿠라시나 카나...는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으로는 드물게 공중파에 안착. 작년 [하나씨의 간단요리]에 이어 다시 음식 소재에 도전. 엄청... 예쁘다. 이 처자...


***
수쉐프인 이마이 역은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마츠시타 유타카씨가!!!


****
홀담당은 유스케 산타마리아.
우린...그의 본명보다는 늘 '하나무라 다이스케'로 그를 부른다.ㅋ
우리가 무척 재밌게 본 그가 주연을 맡았던 법정 드라마.


*****
1화에 아주 잠깐이지만 타마키 히로시가 등장한다.














*

원래 영화를 보기 전엔 검색도 잘 안하고 내용 자체를 거의 모른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편이다. 
덕분에 [광해]도 천만 관객 이상이 들었다지만 관련 기사를 읽은 적도 없다.
그러다가 뒤늦게 봤는데...  이건 완전히 [데이브/Dave]와 판박이 영화더군.
너무 비슷해서 난 당연히 이 영화가 [데이브]의 리메이크나 뭐 그런 식으로 연관이 있는 줄 알았다.
정말... 당연히 그렇게 논란이 될 소지를 미리 차단하고 만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런 생각에 의심이 없었고, 그런 탓에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는 봤다.
중전과의 관계, 죽지만 않았다 뿐이지 가짜를 앉혀놓고 왕이 나가서 하는일, 도부장... 그리고 여러 비슷한 에피스도들을 말이지.

그런데... 보고나서 뒤늦게 검색하다보니 [Dave/데이브]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게 무슨 경우지? 그리고 네티즌들이 아닌 평론가들은 [Dave/데이브]와의 유사성을 얘기한 경우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 더 당혹스러웠다. 
가케무샤... 이런 영화들 문제가 아니라 이 영화는 완벽하게 [데이브]의 카피 그 자체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본적인 설정 자체는 비슷할 수 있을지 모르나 등장인물의 설정, 관계, 그리고 에피소드들까지 이렇게 비슷하면 이건 파렴치한 수준인거지.

그리고 정말 쓸데없는 지적질일 거라 생각은 하는데, 이 영화의 미장센은 지나칠 정...도로 매끈하고, 카메라는 지나칠 정도로 서사적이다. 
조명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던데 이 모두가 이 영화가 가진 함량과 불균형을 이루면서 삐그덕삐그덕거린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미국산 과자를 그대로 베낀 500원 짜리 과자에 이름을 '노블레스'라고 붙인 꼴이라는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히 넓직한 공간감을 이루기 위한 세트장을 만들고 시도때도 없이 부감으로 쇼트를 잡는다. 
이러한 공간감과 카메라워크의 효과는 단촐하고 단아한 인테리어와 대조적되면서 왕의 고독과 역사적 무게감, 
그리고 시각적인 장중함까지 다 전해주려 한 것이라 생각은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왕궁은 중국의 그것처럼 인물을 왜소하고 고독하게 만드는 건축이 아니다. 발길을 우리 선조들의 왕궁으로 돌려만 봐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한국 영화의 왕궁을 보면서 자금성의 황제를 떠올려야하는지 모르겠네.








**

[26년].
기대들 많이 했다.
우리 식구들도 영화관가서 일찌감치 봤으니.
특히 웹툰을 너무 인상깊게 본 아들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다.
하지만... 답답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감정을 탈진 상태로 몰아간다.
그 당시 그 시절의 처절했던 광주의 격동과 일렁이는 감정은 물론, 영화따위 비교도 되지 않았을테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그 감정을 선동하듯 몰아가는 영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치며 쌓여진 분노를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했다.
민성이와 보고 나서 얘기했다. 웹툰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아들이 말하더라.
웹툰은 목적에 이르는 과정이 세밀하게 표현되고 실행은 속도감이 상당히 빠른데 반해, 
영화는 등장인물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디테일은 약해지고 과정은 늘어진다고.
나와 똑같은 생각이다.
이럴거면...
조금더 기다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지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강풀은 참으로 영화복이 없구나.












이 게시물은 영화순위가 아니라 포스터 순위입니다.
2012년 영화순위는 따로 정리해놨어요
.


포스터는 편의상 사이즈를 줄였음.
원본 사이즈를 원하면 아래 압축파일을 다운받아 보시길.
언제나처럼 영화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 정보 페이지로 이동.


2012best_posters-01-10.egg






1. Siglo ng Pagluluwal / 출산의 세기 

무려 360분... 6시간에 이르는 영화.
필리핀 감독인 Lav Diaz(라브 디아즈)의 걸작.
개인적으로도 정말 보고 싶은 영화 중 한 편. 
전혀 다른 두개의 이야기가 종착점에서 만나면서 불러오는 전율이 압도적이라고 함.









2. Ai WeiWei : Never Sorry / 아이 웨이웨이는 미안해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를 거침없이 비난하는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포스터가 모든 걸 다 상징하고 있다.









3. Argo / 아르고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바로 보지 못하는 바람에... 교차 상영의 수렁에 빠진 이 영화를 볼 길이 없었다.
국내에선 언제나처럼 배우 얼굴이 중요하므로 이 멋진 포스터는 거의 볼 일이 없었다는거.









4. A Torinói Ló / the Turin Horse / 토리노의 말

벨라 타르 감독의 걸작.
진작 봤어야하는데 게으름 피우다가 아직도 못본 영화.
사멸해가는 종말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의 깊이가 [Melancholia]를 머쓱하게 만들 지경이라고 함.









5. the Master / 마스터

사랑해마지 않는 Paul Thomas Anderson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역시... 아직 보지 못한 영화.
다만 공개된 플롯만으로 봤을 때 
이 술병에 Master 글자가 비스듬히 잠긴 포스터는 영화의 이야기를 기가막히게 잘 은유하는 듯.









6. Haywire / 헤이와이어

개인적으로 터무니없을 정도로 저평가된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생각.










7. Killing Them Softly / 킬링 뎀 소프틀리

감독의 전작을 생각했을 때 메시지가 대단히 명확하게 신랄한 것에 비해서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영화.
다만, 배우들의 앙상블은 명불허전 열전.
영화에 담긴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진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과 개인의 생명따위는 아랑곳없이 
자본의 가치가 우월한 현실을 다룬 영화를 잘 표현한 포스터.










8. the Man with the Iron Fists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포스터는 이리도 인상적인데... 영화는 정말이지... 정말 미치게 재미없더라.
타란티노 감독님 presents라는 말에 신뢰를 두시면 후회하실 수도 있다는.











9. O Som Ao Redor / Neighboring Sounds / 네이버링 사운즈

포스터만으로는 도저히 감이 안잡히는 스릴러.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은 영화 중 한편.
영화의 성격을 포스터로 반드시 표현해야한다면 위 포스터들이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상의 평온을 무너뜨리는 스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역설적일수도.










10. the Dark Knight Rises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리부트된 배트맨의 완결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렇게 인상적이고 멋진 포스터도 있었다.











이 게시물은 영화순위가 아니라 포스터 순위입니다.
2012년 영화순위는 따로 정리해놨어요
.


포스터는 편의상 사이즈를 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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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best_posters-11-30.egg







11. the Amazing Spider-Man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개인적으론 Marc Webb의 새로운 스파이더맨도 신선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보다 더 로맨틱하고 풋풋한 스파이더맨. 매력있더만.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도 어울리고.









12. Django Unchained / 장고 언체인드

이미 개인적인 올해의 영화 30선에 올려 놓은 영화.
영화와 포스터가 너무나... 정말 너무나 잘 어울린다.









13. Moonrise Kingdom / 문라이즈 킹덤

이 놀라운 우화같은 영화라니.









14. John Carter / 존 카터

앤드류 스탠튼이라는 이름에 비하면 너무 평범한 영화였고, 3D 조차도 기대만큼 황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망작은 아니라는.









15. the Cabin in the Woods / 캐빈 인 더 우즈

평가받아 마땅한 미친 호러.









16. the Imposter / 임포스터

바트 레이튼 감독의 수작으로 역시 정말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
포스터만 봐도 영화가 어떤 내용일 것이라 짐작이 가게하는 포스터.










17.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케빈에 관하여

이미 2011년에 best 50선에 올렸던 영화.
에즈라 밀러는 헐리웃의 기린아가 될 수도.
눈빛만 갖고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배우.
틸다 스윈튼이야 말할 것도 없고.









18. the Wolverine / 울버린

2013년 개봉 예정이지만 포스터는 이미 공개됐으므로 랭크시킴.
보시다시피... X-Men의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 울버린은 스핀오프에 머무는 차원이 아닌 듯.
감독도 제임스 맨골드.  포스터 느낌대로 울버린은 일본에서 죽을 고생을 하는 듯.









19. Skyfall / 007 스카이폴

이상하게도... 난 이 영화를 그렇게까지 재밌게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품격넘치는 포스터는 너무나 인상적. 꼭 원본 이미지로 보시길.









20. Seven Psychopaths / 세븐 싸이코패스

개인적으로 [In Bruge/인 브뤼헤]를 만든 이 Martin McDonagh 감독은 천재라고 생각.









21. the Sessions /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이번에 개봉함. 아직 보지 못한 영화.









22. Stoker / 스토커

박찬욱 감독의 첫 해외데뷔작.
김지운 감독의 영화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엔 사실상 참패한 것이 아쉬운데,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해외개봉작들은 좋은 성적을 얻기를.









23. the Day He Arrives / 북촌방향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인물 포스터라고 할 수 있지.
이 영화도 이미 2011년에 결산 50선에 올린 바 있음.









24. Deepsouth / 딥사우스

무척... 보고 싶은 다큐멘터리.
사회적 안전망 밖으로 내몰린 미국 남부 빈민들에 대한 고찰.









25. Alpeis / Alps / 알프스

죽은 자들의 빈자리를 대신해주는 모임 '알프스'.
작년에 내게 [Kynodontas/송곳니]로 충격을 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뭣보다 이 영화에... 아리안 라베드 (Ariane Labed)가 나온다는.









26. Paranorman / 파라노만 

이 애니메이션은... 보지 못했음.  그냥 포스터가 재미있어서.ㅋ









27. the Possession / 포제션 : 악령의 상자

화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2012년에 나온 호러 영화 포스터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the Possession의 포스터들.
사실... 이 포스터는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다른 포스터들에 비해 상당히 약한 편.









28. In Their Skin / 인 데어 스킨

호러 영화다운 포스터. but... 보지 못했음.
제레미 파워 레짐발 감독의 영화. 셀마 블레어가 나온다는.









29. FrankenWeenie / 프랑켄위니

팀버튼의 프랑켄위니.
보지 못했음... 
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난 팀 버튼 영화와 그닥 궁합이 맞지 않음.









30. Holy Motors / 헐리 모터스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릴 영화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레오 카락스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고전적인 방식과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영화형식도 반가왔음.












이 게시물은 영화순위가 아니라 포스터 순위입니다.
2012년 영화순위는 따로 정리해놨어요
.


포스터는 편의상 사이즈를 줄였음.
원본 사이즈를 원하면 아래 압축파일을 다운받아 보시길.
언제나처럼 영화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 정보 페이지로 이동.



2012best_posters-31-50.egg






31. Elena / 엘레나

이 영화를 정말 보고 싶은 이유는,
이 영화의 감독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가 나와 aipharos님이 너무나도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Vozvrashcheniye/The Return/리턴]의 감독이기 때문.









32. Prometheus / 프로메테우스

애매했던 영화.
다행이락 해야하나... 이 영화가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과 너무나 유사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그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더라.
졸작이라고는 말못해도, 영화적 재미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지만 분명히 기대이하.
델 토로 감독님, [광기의 산맥] 포기하지 마세요.









33. Man of Steel / 맨 오브 스틸

난 필모에 따라 작품의 퀄리티가 널뛰기를 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만...
이 영화의 제작자가 크리스토퍼 놀런...이라는.









34. Wreck-It Ralph! / 주먹왕 랄프

아... 이 영화 정말 재밌다는데. 보지를 못했다...









35. How to Survive a Plague

역시 보고 싶은 다큐멘터리.









36. Chronicle / 크로니클

2012년 30선 상위에 올려놓은 영화. 물론... 주관적인 순위지만.
이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










37. the American Scream / 아메리칸 스크림

호러 아님.
할로윈 파티에 기발함을 더하기에 여념없는 미국 가정에 대한 다큐멘터리.









38. Francine / 프란신

아티스트 프랜신 반 호프 (Francine Van Hove)에 대한 영화인 듯.









39. Compliance / 컴플라이언스

잘 만든, 속불 터지는 영화.
이게 사실에 근거했다는(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사실)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









40. Red Hook Summer / 레드훅 썸머

유쾌하면서도 똘끼 반짝이는 포스터와 달리 스파이크 리의 망작...이라고 함.
제목대로 훅.. 갔다고.-_-;;; 씁쓸하다.









41. Sound of My Voice / 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

영화를 보신 분은 이 포스터가 뭘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아실 것임.
브릿 말링이 나오는 영화!(이게 제일 중요...ㅎ)  당신이 지금 듣고 보는 모든 것을 믿을 수 있어?









42. Zero Dark Thirty / 제로 다크 써티

정말... 보고 싶은데 개봉일은 하염없이 연기되고 있음.
12년 12월 개봉이라더니 어느 틈에 13년 2월로... 그러더니 이젠 3월 7일이라네.









43. the Paperboy / 페이퍼보이

매튜 매커너히, 니콜 키드먼... 이 멋진 배우들이 나온 망작이라니.









44. the Hobbit : Unexpected Journey / 호빗 뜻하지 않은 여정

으이그... 이 영화를 놓쳤다는.
[반지의 제왕]을 그토록 재밌게 봤으면서도 이 영화는 이상하게... 끌리지 않아 

미루다가 지인들의 호평을 듣고 뒤늦게 보려고 했으나... 이미 개봉관 자체가 거의 없더라.









45. Ted / 테드

아직 이 영화를 못봤는데.
동심을 상징하는 곰돌이 인형이 모니터 앞에서 'i'm coming'이라니... 당췌 넌 뭘 보고 있는거냣!ㅎㅎㅎ









46. In Film Nist / This Is Not A Film / 디스 이즈 낫 어 필름

역시... 정말 보고 싶은 이란발 다큐멘터리.
이란의 아티스트 Jafar Panahi가 사실상 그의 예술 인생에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형벌에 처해지자 영화를 찍을 수 없는 그는 그 자신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
이 필름은 이란에서 깐느까지 생일케이크 안에 숨겨져 운반되었고,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47. Dredd / 드레드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했던 망작 [저지 드레드]를 기억하지 마시길. 이 영화, 상당히 영화적 재미가 만만찮다는거.
스토리는 [the Raid/레이드 첫번째 습격]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캐릭터를 살려내면서 텐션을 유지하는 면에선 이 영화가 한수 위.









48. Take This Waltz / 우리도 사랑일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미쉘 윌리엄스야 그렇다치는데, Seth Rogen(세스 로겐)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줄이야.









49. the Capsule / 캡슐

이 35분짜리 단편에도... 이미 앞서 순위에 랭크시킨 [Alpeis/Alps/알프스]의 아리안 라베드(Ariane Labed)가 나온다는 사실.









50.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 월플라워

내게 2012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
안그래도 성장영화를 좋아하지만... 가슴을 퍽 때리는 드라마틱한 힘이 있다.
배우들도 모두 완소.










*


[Compliance] official trailer

[Compliance/컴플라이언스] directed by Craig Zobel

국내에 개봉되지도 않으니 보실 수 있는 분들은 챙겨보시길.
보는 내내 이게 실화라는게 믿겨지질 않았고, 일련의 허구들을 영화적 재미를 위해 집어 넣은 줄 알았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모두 사실.
보다가 속불이 터져 미치는 줄 알았네...
공권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그로 인해 경직된 사고가 어떤 결과까지 처하게 하는지 절감할 수 있는 영화.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사회의 규범을 강압적인 기득권을 통해 압박할 때 과연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고나 판단이 가능할까?

911 이후 가속화된 공포정치로 피폐해져가는 미국에서 벌어진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


영화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compliance냐고 묻고 있는 듯.
그리고,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완벽한 카메라워크를 보여준 영화이기도.
배우들의 앙상블도 완벽하다.





**

헤랄도 나란요 감독의 2011년작인 영화 [Miss Bala/미스 바하]를 보면 NAFTA 이후 급속히 중산층이 몰락하고 이후 마킬라도라까지 황폐화된 후 
범죄의 천국이 되어버린 악몽같은 후아레즈를 보여준다. 국경을 넘자마자 가해지는 총격전을 보면 2006년 이후 6년동안 무려 5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멕시코 마약전쟁의 실상을 아주 단편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멕시코 거주하는 네티즌이 이 영화를 두고 '현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6년간 5만명가량 (영화에선 5년간 36,000명이라고 나옵니다)이 사망했다는 건, 이 나라가 전시상황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아프카니스칸과 이라크에서 죽어간 미군병사 수와 비교해도 이건 말이 안되는 수치...


이 유투브 영상은 많은 분들께서 잘 아시는 2012년에 멕시코 베라크루즈에서 납치된 어나니머스 회원의 석방을 요구했던 유명한 해킹집단 어나니머스의 동영상이다.

멕시코의 갱단은 제타스가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고, 걸프등의 조직들이 있는데 어나니머스 회원을 납치한 것은 제타스였고, 

원래 어나니머스 회원을 납치하려고 한게 아니라 상대 세력을 납치하기 위해 어느 바(bar)를 급습해서 모조리 납치하고 보니 그중 한 명이 어나니머스 회원이었던 것.

어나니머스는 납치된 회원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제타스 조직원들의 얼굴, 주소, 이에 협력하는 정치인, 경찰, 그들의 아지트등을 모조리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고, 결과적으로 어나니머스 회원은 무사히 석방되었다.
맘같아선 어나니머스에서 이러한 정보를 그냥 넷상에 까발렸으면 하는데, 납치된 어나니머스 회원을 석방하면서 
함께 보낸 제타스의 쪽지 내용은 어나니머스라도 쉽게 움직일 수 없긴 하겠더라...

신자유주의 더러운 열매가 기득권에겐 뭣보다 달기만 한 열매이겠고, 서민들에겐 대대로 물려질 썩은 열매일뿐.



베라크루즈에서 납치된 어나니머스 회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어나니머스의 동영상.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 10편.
기본적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과정 자체는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나, 영화의 완성도에도 분명히 우열이 있는 법이고,
주관적인 견해의 차이에서도 차이가 나는 법.
완전 주관적인 견해이니 자신은 재밌게 본 영화인데 이 실망스러운 목록에 있다고 해서 너무 기분나빠하지 않았으면 함.


실망 순위 1위.
[Wild 7/와일드 7] directed by 중요하지 않음.
2012/ Action / Japan
일본 액션 영화는 이래서 안된다는걸 여실히 보여주는 희대의 졸작.
이 좋은 배우들 모아놓고 도대체 뭔 짓을 하는건지 이해가 안되어 망연자실한 채로 봤던 영화.
액션도 엉망, 연기지도도 엉망, 스토리는 도착즉시 사망 수준.
이에 비하면 [라르고 윈치]같은 망작도 걸작에 속한다고 봐야할 듯.


실망 순위 2위.
[Upside Down/업사이드 다운] directed by Juan Diego Solanas
2012/ Sci-Fi, Adventure / US
내... 그토록 좋아하는 커스틴 던스트를 데려다놓고 이게 뭐하는...
이야기의 설득력도, 사랑의 깊이를 절감하기도 역부족이었던 영화.
그저 감동적인 로맨스 하나 억지로 만든다고 온갖 재주를 부리고도 망한 영화.


실망 순위 3위
[퍼펙트 게임] directed by 박희곤
2011/ Sports / 한국
이 영화가 잘 만든 스포츠 영화라는데 난 조금도... 공감할 수 없음.
이런 식의 과장과 신파가 난무하는 스포츠 영화. 이제 제발 그만 나왔으면 하는 바램.


실망 순위 4위
[the Agression Scale/어그레션 스케일] directed by Steven C. Miller
2012/ Thriller, Action / US
애들 데리고 이건 뭐하자는거야...


실망순위 5위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애브러험 링컨 뱀파이어 헌터] directed by Timur Bekmambetov
2012/ Thriller, Crime, Fantasy/ US
할 말이 없는 정체불명의 잡동사니 영화.
감독의 이름을 생각하면 더 의아한 영화.


실망순위 6위
[Les Miserables/레미제라블] directed b Tom Hooper
2012/ Musical, Romance/ UK
어머님도 정말 재밌게 보시고... 감동받았다는 이들이 그리 많은데 난 왜이렇게 실망스러운건지 모르겠다.
레미제라블 원작을 읽은 적 없고, 고작 초딩때 한권짜리 다이제스트로 읽은게 다이지만 코제트와 그 남자가 한눈에 사랑에 빠진 것도 도통 납득이 안되고, 

불과 이틀만에 장인어른의 사랑을 보여주는 장발장도 감정이입이 안되고... 자베르역의 러셀 크로의 그 생목소리는 도무지 적응이 안되고...
원작의 방대한 깊이를 압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장발장의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를 보여준 서사극이라고는 보기 힘든 궁색한 스토리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실망순위 7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directed by 九把刀
2012/ Romance/ 대만
뭔가 보여주려는 척...하느라 정신없는 영화.
이 영화를 [말할 수 없는 비밀]보다 재밌다고 얘기에는 도무지 공감이 안된다.
에너지는 느끼기 힘들고 그저 치기만 넘치는 영화.


실망순위 8위
[Snow White and the Huntsman/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directed by Rupert Sanders
2012/ Fantasy, Adventure/ US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부족임을 절감케 한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냥 샤를리즈 테론.
2편 발표한다는게 더 놀라움.


실망순위 9위
[후궁 : 제왕의 첩] directed by 김대승
2012/ Drama/ 한국
조여정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팜므 파탈인지 뭔지 정체도 애매한 캐릭터도 난감할 뿐.


실망순위 10위
[Lockout/락아웃] directed by James Mather, Stephen St. Leger
2012/ Action /US
가이 피어스 형님... 제발 이런 영화 나오지 마세요.




이외에도...
[공모자들], [회사원], [간첩]등의 한국 영화.
그리고 해외에선 10대 영화에도 꼽느라 정신없는 [Looper/루퍼]도 올해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 중 하나.












Best 30 Movies of the Year 20121위~10위

2012년에 본 영화도 어김없이 정리해봄.
2012년은 근래 4년 사이에 가장 적은 영화를 봤음. 

(112편) 그동안 매년 145~160편을 꾸준히 본 것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영화를 보았고 그 결과... 항상 50위 정도를 꼽곤 했는데 올해는 30선만.
[자전거를 탄 소년], [케빈에 관하여], [피나]등등의 영화들은 이미 2011년 순위에 오른 바 있어 제외.
언제나처럼 '영화제목'과 '감독이름'을 클릭하면 새창으로 해당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모든 이미지는 [Dark Knight Rises]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스크린 캡쳐한 것임.

지난 2011년 정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람.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50위~31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1위~30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위~10위


순위에 오르지 않았으나 꼭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는 다음과 같음.

[the Grey/그레이] directed by Joe Carnahan
- 액션영화처럼 보여진 예고편과 홍보 덕분에 과소평가된, 삶에 대한 진중한 성찰이 빛나는 영화.
[the Amazing Spider-Man/어메이징 스파이더맨] directed by Marc Webb
[Tropa de Elite 2/엘리트 스쿼드 2] directed byJosé Padilha
[Accident/엑시던트] directed by 鄭保瑞
[21 Jump Street/21 점프 스트릿] directed by Phil LordChris Miller
[Shame/쉐임] directed by Steve McQueen
[두개의 문] directed by 김일란홍지유
[Dredd/드레드] directed by Pete Travis
[End of Watch/엔드 오브 와치] directed by David Ayer
[Prometheus/프로메테우스] directed by Ridley Scott







# 1. 

[the Perks of Being Wallflower/월플라워] directed by Stephen Chbosky
2012 / Drama / US


내게 단연코 2012년 최고의 영화라면 스테픈 츠보스키 감독의 [월플라워]다. 
숨이 멎을 듯 벅차오르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 그리고 이성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격정적인 청소년기의 격랑의 감정들.
이 모두가 이 영화엔 진솔하게 담겨 있다.
터널을 헤쳐 나오는 인트로부터 이 영화의 끝을 이미 다 예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져주는 심리적 공감대는 가슴이 뛸 정도로 넓고 심연처럼 깊다.
그 어떤 성장 영화보다 가슴의 정 가운데를 꿰뚫는 힘이 있는 영화.
그리고, 배우 엠마 왓슨은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
이미 헐리웃의 기린아가 된 에즈라 밀러(Ezra Miller)의 모습도 볼 수 있음.








# 2. 

[Armadillo/아르마딜로] directed by Janus Metz Pedersen
2010 / Documentary / Denmark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Hurt Locker/허트 로커]에서 전장의 극심한 긴장 속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전혀 적응하지 못하며 

자신의 삶 자체를 자각하지 못하다가 결국 전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드라마틱하게 다뤘다.
아르마딜로에는 그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 다큐멘터리에는 실존 인물들을 다루면서 그들이 왜 일상으로 돌아와 평안에 안주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야하는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좇는다.
전장의 아드레날린이 일상의 평안함을 어떻게 파괴하고 어떻게 인간의 심성을 잠식하는지에 대한 소스라치게 솔직한 시선.








# 3. 


[Searching for Sugar Man/슈가맨을 찾아서] directed by Malik Bendjelloul
2012 / Documentary / Sweden, UK


음악은 그의 인생과도 같은 법.
이 영화가 감동을 준 이유는 로드리게즈의 인생 자체가 한결같았기 때문이지. 
영화가 제작된 동기부터 영화가 관철하고 있는 메시지까지, 근래에 이토록 화사한 생명력을 가진 영화가 또 있었던가?
세상의 수많은 잊혀져간 가치에 대해서 반드시 곱씹어볼 가치란 있는 것이라고 따뜻한 손을 건네는 아름다운 영화.








# 4. 

[Amour/아무르] directed by Michael Haneke
2012 / Drama / Germany, France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영화가 나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함께한 시간이 흘러간 공간처럼, 먹먹한 감정의 여운이 떠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랑에 대한 경외감.
그 경외감에 대한 이야기.








# 5. 

[Chronicle/크로니클] directed by Josh Trank
- 2012 / Sci-Fi, Thriller / US
유사 다큐멘터리 방식을 취하는 영화들을 우린 수도없이 접할 수 있다.
[Man Bites Dog/개를 문 사람]의 잔혹하고 강렬한 모크, [This Is Spinal Tab/디스 이즈 스파이널탭!]의 씁쓸한 블랙코미디등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온 페이크 다큐는 

이후 [Blare Witch/블레어위치]가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고 폭발하여 이러한 페이크다큐 형식을 이용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중 유명한 영화들은 다들 잘 아시는 [블레어 위치], 최근의 [Clover Fields/클로버필드]나 [Paranormal Activity/패러노멀 액티비티], 잘 만든 호러 [REC]등이고, 

작년엔 노르웨이에서 [Trolljegeren/트롤헌터]같은 수작 페이크다큐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페이크다큐라고 해서 실제 우리가 보는 것처럼 한대의 카메라 시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십대의 카메라와 장비가 동원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관객들을 스크린에 몰입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서, 

페이크 다큐의 영화인문학적인 의의와는 별개로 젊은 감독들이 이러한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1인칭 시점이 주가 되므로 다가오는 공포에 직접적으로 관객이 노출된다는 면에서 호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크로니클]은 엄밀히 말해 온전한 의미의 페이크 다큐와는 거리가 있다.
앤드류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중반부로 넘어가면 어느새 카메라는 맷에게 넘어가고 

이후엔 사실상 카메라가 의미가 없는, TV 중계화면과 혼연되며 자연스럽게 다큐의 형식을 벗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용된 페이크 다큐 형식은 앤드류가 가진 내재적인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이로인해 쌓여가는 분노가 철저히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앤드류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앤드류, 맷, 스티븐이 우연한 기회에 정체모를 장소에서 초능력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교감을 나누고 또는 주변 사람들을 골려먹는 장면들은 

앤드류의 카메라를 통해 다큐와 같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며 동시에 묘한 짜릿함을 준다.
그 짜릿함이란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청소년 시절의 공상과 망상을 이들 셋이 아기자기하게 하나둘 재현해주기 때문이며, 

특히 앤드류가 장지자랑 대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숱한 괴로움 속에서 앤드류에게 비춰진 일말의 행복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진심으로 흐뭇해지기도 하지만 

이후 다가올 정해진 비극의 분수령이라는 점에서도 가슴이 아프더라.
예고편에서 볼 수 있듯, 후반부 폭주는 물량보다는 시점과 편집을 통해 훌륭한 스펙타클을 보여주며, 물량공세없이도 

이런 긴장감과 놀라운 액션씬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동시에, 그 스펙터클이 강자가 약자를 파괴하는 본능적인 파괴욕에 의한 대리만족이 아니라, 내부의 분노를 모두 쏟아부으며 터뜨리는, 

그 분노를 표출하는 강도가 세질 수록 스스로가 그 분노에 잠식되어 고통을 느끼고 아파하는 앤드류를 느낄 수 있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러닝타임 80여분으로 짧은데도 불구하고 트레일러와 페이스북등을 통해 너무 많은 스팟이 공개되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전개임에도 

이들의 처절한 사투가 스펙터클보다는 처연한 아픔으로 다가온 것은 감독이 이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명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느 포스터대로 Boys Will Be Boys라고.
이건,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아이들이 겪는 비뚤어지고 더러운 세상에 대한 일갈이라고.
동시에 그 일갈 속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힘든 성장통이라고.








# 6. 

[Moonrise Kingdom/문라이즈 킹덤] directed by Wes Anderson
2012 / Drama, Comedy / US


Wes Anderson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있다.
등장인물들을 평면적인 위치에서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다루는 프레임이 유독 많은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와 같은 2D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신의 표현력을 그대로 녹여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판타스틱...] 이전의 그의 전작들이 사실 평면적인 프레임을 통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는 건 누가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3년만에 돌아온 그의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 인물들은 내내 평면적인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를 응시한다기보다는 

그저 카메라를 쳐다보며 응시하기 일쑤이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나는 단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이격 심리를 끊임없이 소회시킨다.
이런 요소들은 그의 영화들을 특징지어주는 대표적인 장치이기도 한데, 이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번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에 가까이 근접해있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Rushmore/러쉬모어]나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이 그러했듯이 그가 꾸준히 그려내온 현대사회에서의 미국식 가정의 해체와 위기를 이번에도 사뭇 진지하게,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고유한 방식으로 충분히 그려내면서, 여지껏 본 그의 영화 중 가장 드라마틱한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








# 7. 

[the Dark Knight Rises/다크 나이트 라이즈]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2012 / Sic-Fi, Action, Crime / US, UK


기본적으로 현대화된 도시 한복판에서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휘날리며(물론 기능적인 쓸모가 있지만) 무거운 수트를 입고 

가면을 쓴 주인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만화적일 수 밖에 없고, 이런 캐릭터는 철학적 무게와 현실성을 확보하기 힘든 법인데,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 나르시즘에 빠진 듯한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아주 정색하고 진지하게 빚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들은 기본적으로 현실과의 괴리를 인정했다. 그래서 유머를 넣었고, 충분히 판타지적이며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대놓고 설정했었지 않나. 
그런 카툰 속의 캐릭터를 놀란 감독은 극도로 자본화된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반영하여 담아낸 듯한 고담 씨티 속에 딱 정색하고 빚어 넣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놀란 감독의 시도는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절대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리부트된 배트맨 3부작의 완결을 이루는 작품으로 완벽한 끝맺음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게 감사의 박수를.








# 8. 

[Barbara/바바라] directed by Christian Petzold
2012 / Drama / Germany


크리스티안 펫졸트 감독의 2012년작 [바바라]는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이나 사유의 깊이보다는 드라마적인 힘이 훨씬 중시되는 영화다. 
사실상 일정 지역에서 연금상태이고, 수시로 집안을 비밀경찰에게 다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지만, 그녀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고,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이 다가오며, 그녀가 눈을 뜬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할 대상들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감독이 얘기하는 '바바라'는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할 인본주의적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존재로서의 상징이다.
그녀가 그녀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던 것처럼.








# 9. 

[Ruby Sparks/루비 스파크] directed by Jonathan DaytonValerie Faris
2012 / Drama, Fantasy, Romance / US


사랑의 시작은 강렬하고 맹목적이다시피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강렬하고 맹목적인 감정은 상투적이고 이기적인 감정으로 종종 변하곤 한다. 

사랑을 경험하고,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부인할 수는 없을테고.
게다가 자기 자신이 상대의 감정상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그 능력을 봉인해두고 순전히 감정에만 내맡겨놓을 수 있을까?
[루비 스팍스]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재밌는 설정으로 풀어낸다.
감정의 호흡은 직설적이면서도 폴 다노와 조이 카잔의 훌륭한 연기에 잘 녹아들어 상당히 무게감있는 진솔함으로 다가오며, 

이러한 진솔함 덕분에 자칫 스스로의 달리기에 발이 꼬여 넘어질 수도 있는 순간을 가까스로 잘 넘겨 완주한다.








# 10. 

[the Descendants/디센던트] directed by Alexander Payne
2011 / Drama / US


이미 미국사회가 끝까지 억척스럽게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던 미국 가정의 '선한 이데올로기'는 땅바닥에 내팽겨쳐진지 오래다.
그건 이미 로버트 레드포드가 [Ordinary People]을 통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위선을 까발리면서 금기에서 해제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시스템에 대한 종속을 위해 잘 다듬어진 '가정'이란 시스템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는 여전히 가정의 유닛들의 집합이니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현대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정의 가치를 극단적인 에피소드들을 통해 열거하고 하나둘 추려 모은다.
TV를 켜놓고 소파에 모여 앉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도라면, 그 이상의 가족도 없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Best 30 Movies of the Year 201211위~20위

2012년에 본 영화도 어김없이 정리해봄.
2012년은 근래 4년 사이에 가장 적은 영화를 봤음. 

(112편) 그동안 매년 145~160편을 꾸준히 본 것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영화를 보았고 그 결과... 항상 50위 정도를 꼽곤 했는데 올해는 30선만.
[자전거를 탄 소년], [케빈에 관하여], [피나]등등의 영화들은 이미 2011년 순위에 오른 바 있어 제외.
언제나처럼 '영화제목'과 '감독이름'을 클릭하면 새창으로 해당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모든 이미지는 [Dark Knight Rises]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스크린 캡쳐한 것임.

지난 2011년 정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람.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50위~31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1위~30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위~10위


순위에 오르지 않았으나 꼭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는 다음과 같음.

[the Grey/그레이] directed by Joe Carnahan
- 액션영화처럼 보여진 예고편과 홍보 덕분에 과소평가된, 삶에 대한 진중한 성찰이 빛나는 영화.
[the Amazing Spider-Man/어메이징 스파이더맨] directed by Marc Webb
[Tropa de Elite 2/엘리트 스쿼드 2] directed byJosé Padilha
[Accident/엑시던트] directed by 鄭保瑞
[21 Jump Street/21 점프 스트릿] directed by Phil LordChris Miller
[Shame/쉐임] directed by Steve McQueen
[두개의 문] directed by 김일란홍지유
[Dredd/드레드] directed by Pete Travis
[End of Watch/엔드 오브 와치] directed by David Ayer
[Prometheus/프로메테우스] directed by Ridley Scott







# 11. 

[말하는 건축가] directed by 정재은
2011 / Documentary / 한국


과시를 위한 건축, 사유가 없는 건축, 대상과의 소통이 없는 건축.
토건주의 공화국에서 철학없는 토건으로 점철된 오욕의 한국 역사에 온몸으로 진심을 전달코저 했던 정기용 건축가의 이야기.
대상의 일상을 인내를 갖고 따라가고 그 결과 진심의 샘을 제대로 길어낸 정재은 감독에게 박수를.








# 12.

[Take Shelter/테이크 쉘터] directed by Jeff Nichols
2011 / Drama / US


제프 니콜스는 무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포스터에 적혀있던, 이 세상에 안전한 곳 따윈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어느날 불현듯 찾아든 불안감. 정말로 아무런 이유없이 어느날 불현듯 찾아온 것일까?
주인공의 행동은 오히려 종교적 예지자의 행동에 더욱 가깝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비웃음마저 사면서 정상적인 생활조차 힘들어지지만 

그는 결코 신념을 굽히지 않는 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의 정신적 불안함의 근원을 따라가면 현대인들 대부분이 짊어진 세상의 속박과 압박에서 발현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마이클 쉐넌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작.








# 13. 

[Django Unchained/장고 언체인드] 
directed by Quentin Tarantino
2012 / Action, Western / US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언제나처럼 인트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휘몰아치곤 만담에 가까운 대사들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선혈이 낭자한, 과장된 리액션이 넘치는 액션씬은 역시 타란티노답고, 쫀득쫀득한 대사들로 텐션을 유지하며 러닝타임을 채워가는 형식 역시 그의 영화답다.
인물의 등장과 대립, 팽팽한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의 밀도 역시 타란티노의 영화라는 걸 절감케하는데 혹자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타란티노의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영화의 반열에 오를 법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 14. 

[De Rouille et D'os/피와 뼈]
 directed by Jacques Audiard
- 2012 / Drama, Romance / France, Belgium


상투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명장 자끄 오디아드가 풀어내는 힘있는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란 보통의 상식을 넘어선다. 

이미...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예언자]등을 통해 삶의 끝자락에 매달린 인간 군상의 강렬한 생명력에 대한 그의 연민을 냉정하게 드러내 보인터라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가감없는 표현과 시선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그의 영화는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고 길고 긴 여운을 남겨둔다.








# 15.

[Lo Impossible/임파서블]
 directed by Juan Antonio Bayona
2012 / Drama / Spain


최악의 재앙을 소재로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담을 수 밖에 없을 법도 한데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이를 영리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낸다.
거대한 쓰나미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채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시선을 사이에 두고 안타깝게도 어긋나는 등, 

기존 재앙 영화의 클리셰들을 잘도 끌어다쓰면서도 지나친 감상을 배제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보통이 아니다.
실화를 다룬 이야기라니 이 가족의 고생이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 무척이나 보는 내내 힘들었다.
나오미 와츠의 연기는 역시나 명불허전.
그리고... 마치 제이미 벨의 친동생이 아닐까 싶었던 큰아들 역의 Tom Holland (톰 홀랜드)의 장래도 주목해야할 듯.
재밌게도 톰 홀랜드도 제이미 벨(Jamie Bell)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빌리 엘리엇'의 뮤지컬로 데뷔한 배우.








# 16.

[Monsieur Lazhar/라자르 선생님]
 directed by Philippe Falardeau
- 2012 / Drama / Canada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이를 극복해나가는 아이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스러운 사건을 겪은 뒤 임시 교사로 임용된 라자르 선생이 낯선 환경에서 하나둘 적응해가는 이야기.
흔히 알려진대로 이 영화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결코 그려내지 않는다. 그걸 기대하신다면 [Chorists/코러스]같은 영화를 보시는게 낫다. 
이 영화는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치유한답시고 메뉴얼을 따르면서 아이들에게 깊은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상흔을 강제로 묻어만 두라고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의 모습과, 

개인적인 절망적 사건으로 비극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라자르 선생의 감정의 교집합이 그저 건조하게 그려질 뿐이다.  
상처를 드러내고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는, 

유해요인이라고 어른들의 잣대로 단정지어버린 뒤 아이들에게서 무조건 금지시키기만 하려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 17.

[the Cabin in the Woods/캐빈 인 더 우드]
 directed by Drew Goddard
2011 / Horror, Thriller / US


근래에 본 호러 중 가장 재기발랄하고 위트있었던 영화 그 자체.
밑도 끝도 없이 달리는 이야기가 척척 맞아 떨어져 돌아가는 정교한 기어처럼 맞물려 나가더니 후반에는 제대로 갈 때까지 달린다.
젊은 감독, 드루 고다드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이 정도는 먹어줘야 호러라고 하지 않겠어?'라고.








# 18. 

[Seven Psychopaths/세븐 싸이코패스]
 directed by Martin McDonagh
2012 / Crime, Thriller / UK


[In Bruge/인 브뤼헤]를 너무나 인상깊게 본 나로선 이 영화가 그만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건 마틴 맥도너 감독은 천재적인 스토리텔러라는 점이다. 
처절한 생계형 작가인 주인공이 사실상 싸이코패스들로 가득찬 환경에서 사건을 겪고 죽을 고비를 하나둘 넘나들며 

타인의 인생과 타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
어차피 세상은 너나없이 싸이코패스들이 지배하는, 혹은 잠재적 싸이코패스들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 아니겠어?
마틴 맥도너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디스토피아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바라본다. 








# 19.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directed by 윤종빈
2012 / Crime, Thriller / 한국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대단히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그의 후속작이 무척이나 기다려졌었고 

메이저 시스템에서 하정우와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양손에 쥐고서 데뷔한 이 작품은 앞으로 윤종빈 감독의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봐야하는 충분한 의미를 부여한다.
주연은 물론 조연들까지 연기 앙상블은 근래 본 영화 중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하고, 분명히 존재했던 시대를 박제화하지 않고 

팔딱팔딱 거리는 활어마냥 생생하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스토리텔링까지,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힘있는 영화 그 자체다.
게다가 이런 양아치들이 결국 기득권과 공존하고 서로 기생하며 살아간다는 씁쓸함은 상식과 양심이 종말을 고한 한국의 기득권 사회에 둔중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뭐... 그래봐야 눈하나 꿈쩍안하지만.
실례로 이런 명백한 주제의식이 있는 영화에 전혀 상반되고 대척점에 서 있는 가치를 지향하는 TV조선이 투자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아닌가?








# 20.

[Killer Joe/킬러 조]
 directed by William Friedkin
2011/ Crime, Thriller / US


정말 진심으로 반가왔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Rampage] 이후로는 지나치게 급속히 힘이 빠진 느낌이었고, 

극장까지 찾아가서 본 [Jade/제이드]는 카체이싱을 제외하면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라는 느낌조차 희미했으니까.
하지만 [Killer Joe/킬러 조]는 마치 그가 전성기로 돌아간 듯한 거칠고 빠른 호흡으로 놀라운 흡인력을 뽐내고 있다.
오히려 프리드킨의 이번 영화는 샘 레이미 감독의 후기 작품들을 연상시키는데 전작들보다 더욱 몽환적이면서도 양각을 지향하는 카메라 워크가 

그러한 느낌들을 더욱 부추기는 듯 하다. 
확실히 이젠 배우라는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매튜 매커너히를 비롯 에밀 허쉬, 토마스 헤이든 처치, 지나 거슨의 놀라운 앙상블도 최고의 볼거리. 
돈 앞에 양심따윈 없고 미국이 안타까우리만치 부여잡고 놓지 않은 '가족'이란 가치마저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만도 못한 가치가 되어버린 미국의 현재를 

막장의 형식으로 거침없이 까발린다.












Best 30 Movies of the Year 201221위~30위

2012년에 본 영화도 어김없이 정리해봄.
2012년은 근래 4년 사이에 가장 적은 영화를 봤음. 

(112편) 그동안 매년 145~160편을 꾸준히 본 것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영화를 보았고 그 결과... 항상 50위 정도를 꼽곤 했는데 올해는 30선만.
[자전거를 탄 소년], [케빈에 관하여], [피나]등등의 영화들은 이미 2011년 순위에 오른 바 있어 제외.
언제나처럼 '영화제목'과 '감독이름'을 클릭하면 새창으로 해당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모든 이미지는 [Dark Knight Rises]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스크린 캡쳐한 것임.

지난 2011년 정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람.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50위~31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1위~30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위~10위


순위에 오르지 않았으나 꼭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는 다음과 같음.

[the Grey/그레이] directed by Joe Carnahan
- 액션영화처럼 보여진 예고편과 홍보 덕분에 과소평가된, 삶에 대한 진중한 성찰이 빛나는 영화.
[the Amazing Spider-Man/어메이징 스파이더맨] directed by Marc Webb
[Tropa de Elite 2/엘리트 스쿼드 2] directed byJosé Padilha
[Accident/엑시던트] directed by 鄭保瑞
[21 Jump Street/21 점프 스트릿] directed by Phil LordChris Miller
[Shame/쉐임] directed by Steve McQueen
[두개의 문] directed by 김일란홍지유
[Dredd/드레드] directed by Pete Travis
[End of Watch/엔드 오브 와치] directed by David Ayer
[Prometheus/프로메테우스] directed by Ridley Scott






# 21.

[Få meg på, for faen/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directed by Jannicke Systad Jacobsen
2011 / Comedy, Drama / Norway

북유럽의 성장 영화는 영미권의 성장영화에 비해 훨씬 개인적이다.
Lukas Mudysson 감독의 수작 [Fucking Åmål](1998), Stian Kristiansen의 2008년작으로 노르웨이에서 흥행했던 [Mannen Som Elsket Yngve/잉베를 사랑한 남자]등을 보면 

북유럽 성장영화들의 매력을 거부하기가 힘들다.
이 영화도 성적 호기심과 사랑을 혼동하는 청소년기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수많은 내적 고민으로 가득찬 한국의 성장통에 비해 부러운 것은, 이들은 욕망에 솔직하다는 것.
반짝이는 엔딩씬이 기억될만한 영화.








# 22.

[奇跡/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directed by 是枝裕和(고레에다 히로카즈)
2011 / Drama / Japan

이루어질 수 없는 기적을 바라는 아이들.
어른들의 세상을 모르는 듯 천진난만한 웃음을 띄지만, 어른들의 부조리한 세상을 조금씩 깨우치면서, 그들의 바램과 희망을 하나둘 내려놓는다. 
그 희망들이 결코 이뤄지지 못할 것임을 잘 알면서도 행할 수 있는 아이들의 염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 23.

[Take This Waltz/우리도 사랑일까?] directed by Sarah Polley
2012 / Drama / US

사라 폴리가 감독으로서 괄목할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
미쉘 윌리엄스와 세스 로건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지만 이토록 긴장감있는 앙상블이라니.
세스 로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태를 떠난 새로운 사랑의 끝은 과연 현실이었을까? 
해변으로 찾아나선 그녀의 뒤로 다가온 시선,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마지막의 섹스들, 그리고 실루엣으로만 드러난 주방에서의 모습.
결국... 놀이기구를 혼자 타고 웃음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이 영화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자신을 내팽개치는 현대인들의 불치병에 대한 판타지.







# 24.

[Holy Motors/헐리 모터스] directed by Leos Carax
2012 / Drama, Fantasy / France, Germany

과작의 감독. 다만, 이번 영화는 그야말로 수많은 상징들이 이토록 명료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메시지를 갖는다. 
퐁네프 다리의 연인이었던 드니 라방이 펼치는 메소드 연기가 연기가 아닌 인생의 그 자체가 되어버린 순간들.
레오 까락스 감독은 묻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사유하고 진화하고 있냐고.








# 25.

[the Hunger Games/헝거게임] directed by Gary Ross
2012 / Sci-Fi, Action, Adventure / US


헝거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캐릭터들의 심리와 텐션만 따진다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도 아깝지 않은 영화.
훌륭한 미장센, 멋진 주연 배우들 덕분에 앞으로의 여정에 대단한 기대를 걸게 한다.








# 26.

[Tyrannosaur/디어 한나] directed by Paddy Considine
2011 / Drama / UK


자책, 원망, 외로움에 대한 공포와 아픔이 서로를 보듬아 안으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그야말로 '아프게' 보여준다.
배우 패디 콘시딘의 장편 데뷔작.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예외없이 휩쓸고간 영국의 황폐함을 똑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영화.
물론... [Harry Brown/해리 브라운]만큼 적나라하진 못하지만.








#27.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directed by Lorene Scafaria
- 2012 / Drama, Romance / US


지구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가 참혹한 실패로 끝이 났다.
이제 세계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주일 정도.
삶의 가치는 사랑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살 만하다는 이야기를 스티브 카렐의 덤덤하면서도 절절한 연기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마지막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가는 영화.








# 28.

[Safety Not Guaranteed/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directed by Colin Trevorrow
- 2012 / Sci-Fi, Romance, Comedy / US


세상의 정해진 기준에서 결코 중심부에 설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부에도 제대로 발을 딛고 살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찬가와도 같은 이야기.
감독은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지나치게 희화화하여 현실감을 무너뜨려버리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견지한다.
사실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겠지.
그들은 이 척박한 세상에서 결코 공존하며 살아나갈 수 없다는 얘기가 되니까.








# 29.


[건축학개론] directed by 이용주
2012 / Drama, Romance / 한국


생각보다 훨씬 좋았던 영화.
서로의 사랑의 과정은 교감을 통한 집을 하나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음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니.
한가인의 발연기마저도 방해되지 않았던, 긴 여운을 남겨준 영화.








# 30.

[Miss Bala/미스 바하] directed by Gerardo Naranjo
- 2011 / Drama, Thriller / Mexico
잘 아시다시피 멕시코는 불과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었으며 대학 수준도 비교할 바가 안된,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선진국 진입이 유력했던 나라였다. 미국과 멕시코의 소득 불공정을 해결한답시고 체결된 NAFTA 덕분에 멕시코는 

10년간 실질 국민소득 상승률이 고작 1.8%에 불과했으며 멕시코産 2mb인 비센테 폭스를 시작으로 가열찬 중산층/서민 등골 빼먹기가 자행되었다. 
마킬라도라마저 채산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 황폐화되면서 후아레즈는 죽음의 도시가 되어버렸고, 

2006년부터 시작된 마약전쟁 덕분에 고작 5년 동안 멕시코인 36,000명이 죽어나가는 전시 상황이 되어버린 나라.
이 나라가 정말 한때 활기찬 역동적인 나라였던 멕시코가 맞을까?
미스 바하는 그저 미인대회 나가보려던 주인공이 갱단과 경찰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절을 담았다.
이 영화가 더더욱 씁쓸한 것은, 멕시코가 결코 갱단들을 척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












2013년 개봉 예정인 5편의 SF 기대작들.



[Oblivion/오블리비언]


Derectid by Joseph Kosinski
개봉예정일 : 2013년 4월 19일
Tom Cruise, Morgan Freeman

감독은 [Tron Legacy/트론 레가시]를 연출한 조셉 코진스키.
우리나라에선 반응이 영 안좋았지만 개인적으론 무척 재밌게 봤다. 물론 오리지널보다 더.ㅎㅎㅎ 
동명 그래픽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방사능을 피해 생존 인류가 하늘(?)에 거주하고 주인공 잭은 지상에 내려와 킬러 드론등을 수리하면서 난파한 우주선을 조사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자신과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는 내용.
일단 예고편만으로는 대단히 끌리는 매력이 있다.
2013년 4월 개봉 예정으로 소개하는 영화 중 가장 빨리 관객을 만나보게 될 영화.







Derectid by J.J. Abrams (JJ 애브러험)
개봉예정 : 2013년 5월 17일
Chris Pine, Zachary Quinto, Zoe Sladana

전작을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속편도 그냥 무조건 기대 중.
전편보다 훨씬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









Derectid by Zack Snyder (잭 스나이더)
개봉예정 : 2013년 6월 14일
Henry Cavill, Russell Crowe, Amy Adams

헐리웃은 이미 몇년 전부터 리부팅에 열중.
근데 그걸 또 마냥 욹어먹기라고 욕하기 힘든게 리부팅 시리즈들이 대부분 호평을 받았다는 것.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영화마다 편차가 너무 심해 도통 온전한 믿음을 주기 힘든 감독이지만 
이 영화의 제작자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잭 스나이더가 단순히 비주얼리스트로서의 면모만 보여주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After Earth / 애프터 어스]

Derectid by M. Night Shyamalan (M 나이트 샤말란)
개봉예정 : 2013년 6월 7일 (북미기준)
Will Smith, Jaden Smith, Isabelle Fuhrman

윌 스미스가 2006년 [the Pursuit of Happiness] 이후로 다시 한번 아들 Jaden Smith와 함께 출연한다.
이미 버려진 지구를 떠났던 주인공이 지구에 다시 불시착하면서 부상당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활약하는 아들의 모험을 담았다.
뭐 다른 것보다 눈에 띄게 부진하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윌 스미스를 등에 업고 재기에 성공하느냐가 더 관심.

이대로 주저앉기엔 그 재능이 너무 아깝잖아.








[Pacific Rim / 퍼시픽 림]

Derectid by Guillermo del Toro (길예르모 델 토로)
개봉예정 : 2013년 7월 13일 (북미기준)
Idris Elba, charlie Hunnam, Rinko Kikuchi

가장 기대되는 영화는 바로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
아직 예고편조차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간 보여준 감독의 전작들을 미루어볼 때 신작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고 보여진다.
괴수영화라고 보시면 될 듯.











2012년에 공개된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만 네 편 추려봄.





[De Rouille et D'os / Rust and Bone /재와 뼈]

Derectid by Jacques Audiard

2012 / 160min / France | Belgium
Marion Cotillard, Matthias Schoenaerts

자끄 오디아르 감독은 [Read My Lips]로 주목을 받은 뒤 내게도 베스트로 남아있는 [the Beat that My Heart Skipped/내 심장을 건너뛴 박동]과

[Un Prophete/예언자]를 연출한, 개인적으로 현재의 프랑스 감독 중 가장 필모그래피를 의심치않고 찾아보게 되는 감독이다.
헐리웃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마리옹 꼬띠야드의 아름다운 열연이 빛나는 오디아르의 또다른 수작.
추락의 끝에서 간신히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버티는 삶, 거기에 스스로를 차분히 추스릴 지혜와 여유도 없는 주인공이 비로소 자신의 현실, 

자신이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 어떤 요인에 의해서였는지, 한번도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고 

즉흥적인 삶을 살기만 하던 스스로가 그 혐오스러운 즉흥성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진솔하고도 깊이있는, 빛나는 가족의 탄생과도 같은 이야기.
감독은 신자유주의가 휩쓸어버린, 황폐한 프랑스 서민의 삶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그들에게 생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미 오디아르는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바 있으니까.
모두에게 추천하는 영화.









[Ruby Sparks / 루비 스팍스]

Derectid by Jonathan Dayton, Valerie Faris
2012 / 104min / US

Paul Dano, Zoe Kazan

사랑의 시작은 강렬하고 맹목적이다시피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강렬하고 맹목적인 감정은 상투적이고 이기적인 감정으로 종종 변하곤 한다. 

사랑을 경험하고,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부인할 수는 없을테고.
게다가 자기 자신이 상대의 감정상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그 능력을 봉인해두고 순전히 감정에만 내맡겨놓을 수 있을까?
[루비 스팍스]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재밌는 설정으로 풀어낸다.
감정의 호흡은 직설적이면서도 폴 다노와 조이 카잔의 훌륭한 연기에 잘 녹아들어 상당히 무게감있는 진솔함으로 다가오며, 

이러한 진솔함 덕분에 자칫 스스로의 달리기에 발이 꼬여 넘어질 수도 있는 순간을 가까스로 잘 넘겨 완주한다.








[Safety Not Guaranteed /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Derectid by Colin Trevorrow
2012 / 86min / US

Aubrey Plaza, Mark Duplass

모르겠다.
왜 우리 모두가 자의와 아무런 상관도 없이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나와 내 친구들의 관계마저 성적을 잣대로 판단해야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똑같은 잣대로 개인의 역량을 평가받아야하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강요된 잣대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들은 왜 그렇게 쉽게 낙오자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우린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방식들이 결코 모두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없다는 걸 간과하고 살아가곤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를 둘러볼 여력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고, 

그러하기는커녕 사회적인 보통의 평가에서 낙오된 이들을 경멸하며 스스로 저들은 '패배자'라고 나와 구분을 짓곤하지 않나.

이 영화는 현실 세상에서 별 볼 일없어 보이는,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왕따를 당할 지경에 이른, 대중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그들이 이룬 사회에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사회부적격자들에 대한 진한 연민의 시선이 담긴 영화이며, 동시에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엔딩을 통해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듯 하지만 결국엔 사회에서 공존할 수 없는 이들을 향한 진지한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Moonrise Kingdom / 문라이즈 킹덤]

Derectid by  Wes Anderson

2012 / 94min / US
Jared Gilman, Kara Hayward, Bruce Willis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난 Wes Anderson의 팬이다.
한때 난 Paul Thomas Anderson(폴 토마스 앤더슨), Darren Aronofsky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함께 

영화계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길 세 명의 감독으로 Wes Anderson을 얘기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명의 감독은 현재 모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하고 있고.

Wes Anderson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있다.
등장인물들을 평면적인 위치에서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다루는 프레임이 유독 많은 편인데, 내 생각엔 그렇기 때문에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와 같은 2D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신의 표현력을 그대로 녹여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판타스틱...] 이전의 그의 전작들이 사실 평면적인 프레임을 통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는 건 누가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3년만에 돌아온 그의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 인물들은 내내 평면적인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를 응시한다기보다는 

그저 카메라를 쳐다보며 응시하기 일쑤이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나는 단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이격 심리를 끊임없이 소회시킨다.
이런 요소들은 그의 영화들을 특징지어주는 대표적인 장치이기도 한데, 이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번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에 가까이 근접해있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Rushmore/러쉬모어]나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이 그러했듯이 그가 꾸준히 그려내온 현대사회에서의 미국식 가정의 해체와 위기를 이번에도 사뭇 진지하게,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고유한 방식으로 충분히 그려내면서, 여지껏 본 그의 영화 중 가장 드라마틱한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

*
영화 속 등장하는 수지가 지닌 책들은 모두 fake다.
실재하는 책들이 아니며 모두 앤더슨의 상상의 산물들.
책표지들이 대단히 인상적인데 모두 애니메이터들에게 의뢰한 것이라고.
게다가...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꼼꼼한 책관련 영상까지 만들었다.

http://insidemovies.ew.com/2012/06/07/moonrise-kingdom-animation/


**
수지 역의 카라 헤이워드 (Kara Hayward)는 범상치않은 분위기의 미모로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
나이는 98년생.
그러니까... 민성이보다 한 살 위. 울나이로는 고작 중2라는거.















이웃사람


directed by 김휘

2012 / 110min / korea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강풀 원작의 만화가 성공적으로 영화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듯.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의 경우 나나 aipharos님처럼 만화를 보지 못하고 본 사람들에겐 제법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테나 

민성이처럼 웹툰을 본 이에겐 물에 술탄 듯 그냥저냥의 감흥만 받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영화가 망작이나 졸작은 결코 아니라는, 오히려 그것과는 거리가 먼 영화적 기본기는 탄탄한 영화 축에 충분히 속한다는 건 분명하다.
다만, 그 좋은 배우들이 애매한 앙상블을 보여주는 건 배우들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따로따로 노는 듯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은근히 보는 내내 거슬리는데 그나마 마동석과 김성균의 연기가 영화의 반 이상을 살렸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김성균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는 점점 커지는 듯)
가장 아쉬운 건 연쇄살인마의 집으로 몰려드는 장면에서 텐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하나둘 연쇄살인마의 집으로 몰려드는 과정이 편집의 안일함이나 지루함으로 무너져버렸다는 점, 

그리고 정작 집안으로 난입한 후의 대치씬도 프레임의 방향성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는 평이함으로 일관했다는 건 대단히... 안타깝다.
아마 이 장면들만 잘 살렸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싶다.
적어도 웹툰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말이지.








건축학개론


directed by 이용주

2012 / 118min / korea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조정석, 고준희

이제서야 봤다.
그리고 후유증이 심하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영화의 감정이 떠나질 않더니,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또다시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감정이 다시 느껴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나이가 들어서그런가... 
사랑했지만 소통의 부족으로 헤어지고, 집을 지어가며 다시 소통하고 확인한 후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하는 아쉬움, 
그 애틋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이 영화는 '누구나 다른이에게 첫사랑이었을 수 있다'는 재미없는 홍보문구같은 첫사랑에 대한 속물적인 판타지의 영화가 아니라 
소통에 익숙치못한 많은 이들에게 집을 지어가듯 서로의 감정을 지어가고 단단하게 구축해가는, 일종의 성장물에 가깝다. 
그와 동시에 옛것은 부숴버리고 새롭게 신축해대는 짓이 능사라고 여겨왔던 토건주의 마인드가 시장과 개인을 지배하면서 
개인의 가치관과 정서마저 지배했던 몹쓸 천박한 한국식 속물 자본주의에 대한 진지한 자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생각보다 더 좋았고,
뭣보다 이 영화가 필요 이상으로 추억을 팔아먹지 않아서 정말 좋았고.


*
수지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재훈이라는 배우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
한가인의 연기가 발연기라고 말이 많았는데 물론 마지막, 전혀 클라이맥스를 살려내지 못하는 감정씬이 아쉽긴 했지만 그리 욕먹을 정도인가...싶긴 했다.


***
영화의 메시지대로라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올려진 제주도의 그 집이 볼라벤으로 인해 허무하게 무너져내린 건 개인적으로 조금 많이 아쉽다.


****
이용주 감독의 전작 [불신지옥]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었는데 보고 싶어졌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리부트 트릴로지의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 / Dark knight Rises]를 보기 위해 씨네드쉐프 압구정점으로.
토요일 강남은 끔찍하게 길이 밀리므로 오전 9시 50분 1회 상영을 예매했다.
아시다시피 씨네드쉐프 센텀점과 달리 압구정점은 조조...라는 개념이 없다는 점.
뭔 영화 하나를 이렇게 사치부리며 보나...싶지만 확신할 수 있는 이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배트맨 트릴로지의 마지막은 적어도 이렇게 보고 싶었다.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번잡스럽게 서두르며 출발. 8시 40분이 조금 넘어 도착. 헐...
씨네드쉐프는 지하 5층에 위치. 
이곳에서 발렛 주차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1층의 투섬 플레이스 51K에서 커피 한잔.
여긴... 소지섭씨가 운영하는 듯.
온통 소지섭 사진.
참... 재밌는 사람이야. ㅎㅎㅎ
다행히 다른 투섬과 달리 커피맛이 나쁘지 않았다.










우린 씨네드쉐프에서 식사는 안하므로 20분 전쯤 안내받아 들어왔다.
사실 이 사진은 영화가 끝나고 다 나간 후 청소를 위해 불이 켜진 모습이다.
원래... 무척 어두운 편. 제대로 다 나오게 찍으려다가 정리하시는 분들이 기다리시길래 대충 나오다가 한 컷 돌아서서 찍고 나왔다.









A관과 B관이 있는데 9시 50분 상영은 B관이다.
소파형인데 소파의 소음도 심하지 않고 쿠션도 나쁘지는 않은 편.
그렇다고 아주 쾌적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우리 뒷자리는 어머님과 민성군.









음료는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고, 소리가 나지 않는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있다.









광고는 거의 없다. 예고편 두어편, 광고는 이 IWC 시계 선전 딱 하나.

이게 정말 맘에 들어.

그리고 영화 시작.

사운드도 괜찮고 영상도 준수하다.
내가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기대한만큼은 아니었지만 돈이 아깝다거나...하는 생각까지 들진 않았다.
만약 다음에 온다면 A관에서 한 번 봐야지.



*
아이맥스로 봐야 제맛이란 생각도 했지만, 씨네드쉐프에서 자주 보는 것도 아니므로 확실한 영화에 투자하고 싶었음.


**
다크나이트 라이즈?
일부 평론가들이 '훌륭하지만 다크나이트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영화의 완성도로는.
하지만, 그런 평가 다 개소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영화는 훌륭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말하는 건축가] 

Derectid by 정재은
2012 / 95min / Korea
정기용, 조성룡, 유걸, 승효상


정재은 감독님을 우연찮게 볼 수 있었던 건 몇 년 전 내한하여 영상 작업 전시를 준비 중이던 양소영 작가를 찾아오시면서였다.
뭐 나야 그저 인사하고 간단한 이야기나 주고 받은 정도지만, 단호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무척 차분하고 자상한 말투 하나하나가 무척 뇌리에 박혔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정재은 감독이 어떤 작품을 작업했는지 잘 알고 있었고.
작품 준비하시는 것에 대해 여쭤봤더니 준비하는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작품이 이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다.(시기적으로)

이런 예술가를 슬쩍 얼굴이라도 보고 인사라도 해봤다는건, 아주 유치하지만 은근 개인의 이야기꺼리로 얘기하기 좋은 면이 있다.ㅎ
그러니까, 
몇년 전 LG아트센터에서 있었던 크로노스 쿼텟의 내한공연 때 나와 aipharos님의 바로 뒤에 앉아있었던 박찬욱 감독을 보고 사인을 받은 것 같은... 
아주 하찮아 보이는 일도 말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었고, 그 사인 아직도 잘 갖고 있다.ㅎ




우리 집도 아니면서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사는 이 낡은 집.
사실 우린 올해 안에 이사를 갈까 생각 중이다.
내놓은 집이 나가는대로 이사를 갈 생각인데 몇가지 자유로운 선택을 제약하는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민성이가 전학을 가기 무척 싫어한다는 점,
두번째는 전학을 가지 않는다면 통학권 내에서 이사를 가야한다는건데, 그렇다면 아파트 외엔 그리 대안이 없다는 점,
세번째는 우리 식구들 모두가 아파트는 결코 가고 싶지 않아한다는 점, 그렇다면 주택을 찾아야하는데 안락한, 
최소한의 독립성이 보장된 주택이 인근에 없다는 점, 그래서 결국 지금과 비슷한 주거 환경이 될거라는 점...

위 세가지가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다.
얼마전 지인의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주택에 다녀온 후로 우린 그 인근으로 이사할 생각도 했었으나 아들이 전학은 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마음은 접은 상태다. 
나 역시 전학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물론, 초등학교 전학이었지만.ㅎ)
결국 우린 그토록 싫어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할지 모른다. 여지껏 아파트에 살면서 한 번도 층간소음 문제를 겪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그게 어떤 아파트였든) 
또다시 성냥갑같은 곳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고, 아니라면 지금처럼 그닥 여유가 없는 집과 집 사이의 간격으로 온갖 소음을 떠안고 살아야하는 환경이 되풀이될 지도 모른다.
나아질게 없다는 이야기.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언제부터 주거 선택의 옵션들이 이토록 척박해진거지???
서울이고, 인천이고 온통 재개발이라는데, 언제나 얘기했던 바이지만 그 재개발이라는거, 
아무 계획없이 다닥다닥 마구 지어놓은 주택과 연립들이 낡으면 싹 밀어버리고 아파트 짓는 것 외에 다른 의미의 재개발이 있었던가???
(현재 박원순 시장이 출구전략의 하나로 시작한 일부 프로젝트는 예외로 한다. 그런 건설적인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니까)
도대체 왜 이 나라는 재개발=아파트 건설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당연시되고 그 욕망의 허영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하는걸까.
이유야 뻔하듯이 어느덧 아파트는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대중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수준을 넘어, 
허영과 욕망, 계급이 제시하는 얄팍한 가이드라인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가련한 조바심과 탐욕이 덕지덕지 들어붙어버린 괴물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흔히 아파트가 왜 좋아요?라고 물으면 '편하니까'라는 말들을 한다.
대부분이 이런 대답을 하던데 이 간단한 대답이야말로 이 나라가 얼마나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단면이기도 하다.
내가 나의 공간을 귀찮더라도 가꾸고, 신경쓰고, 개비하고, 수리하는 과정이 모조리 거세된 공간.
공간과 교감하거나 공간을 이해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곳으로서의 공간.
우리가 집을 대하는 철학은 솔직히 말하면 딱... 이 수준인거다.
그런데,
저 똑같은 성냥갑같은 아파트에 살면 그냥 편하다는 정도가 되는게 아니라 대중의 사고와 가치가 모두 획일화되어지는 더 답답한 부작용이 기다린다.
아파트 회원 전용 헬스장, 풀장... 내가 어느 공간에 소속되어 갖게 되는 안도감 하지만 삶의 방식은 다 비슷비슷해지고 정치는 아파트라는 공통된 공간, 
획일화된 가치를 통해 대중을 더욱 편하게 획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아파트에선 차고에서 4트랙 녹음기를 놓고 친구들과 기타를 치며 밴드연습을 하기도 힘들고, 
마당에서 자기가 사용할 가구를 만들어보거나 페인트칠 하는 여유따위 가져볼 수도 없다. DIY 가구? 웃기는 소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DIY가구를 선호하지 않는 건 '귀찮아서'가 아니라 일단 그 제품을 마루에 깔아놓고 널부러뜨려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호젓한 공간이라도 있어보라. 지금보단 훨씬 귀찮다고 말할 사람이 줄어들거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나와 옆집, 아랫집, 윗집이 거의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갖고, 거의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니 그 속에서 비슷한 가치를 손에 쥐기 위해 경쟁을 하고 
그러한 경쟁이 당연시 되는 삶의 방식이 모조리 용인되는 거대한 씨앗은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난 적어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고인이 되신 정기용 선생님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이와 같은 나의 생각에 휴머니즘의 단비를 내려줬다.
건축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고, 공간과 교감하고, 개인과 시대적 역사와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우선되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준 하나의 단비가 되었다.
또한 동시에 얼마나 무지한 토건족들, 혹은 공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세상을 좀먹고 있는지 다시한번 곱씹고, 그 분노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대문 운동장 건축물은 그 정점이 되었고,
등장하진 않았지만 4대강과 경인운하등도 하등 다를게 없다.

꼭 보시기를 .


*
지병으로 인하여 96년의 모습에 비해 불과 15년이 지났는데 너무나 많이 늙어버린 정기용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 건 가슴이 무척... 아프더라.
특히 마지막 야유회 장면은 가슴이 뭉클했다.
영화는 일민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상당히 비중있게 등장하는데 준비하시면서도 이미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치열하게 준비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불황이란?
방금 본 드라마에서 의외의 정의를 내려주길래.

























*

불황이 뭐냐고 묻는 키이짱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귀엽다.











モテキ

2010년 TV도쿄를 통해 심야에 방영.
12부작.



영화 [모테키]를 보고 격하게 땡겨서 12부작 드라마를 보기 시작, 어젯밤 늦게 마지막화까지 다 봤다.
요즘 정말 우울한 일이 한가득인데 그나마 잠시 잊고 웃음이 되더라.
드라마를 다 달리고 나니, 나는 그토록 재밌게 본 영화를, 왜 드라마보신 분들이 실망했다고 말을 하는지 잘 알겠더라. 
다보고 와이프가 내게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로맨스는 주로 에피소드 위주로 기억이 되는 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거품 키스, 윗몸일으키기하면서 감정이 오고가는 뭐 그런. 
드라마가 끝나면 대부분은 그런 에피소드들만 기억에 남기 십상이다.
...
그런데 잘 만든 일본 로맨스 드라마들은 감정의 밑면을 그대로 좇아들어간다.
그게 찌질하든, 너무 솔직하든 거침없이 파고 들어간다. 
모테키의 경우도 겉으로 드러나는건 후지모토의 찌질한 웃음일지 몰라도 그가 부딪히 자신의 무기력함은 쉬이 웃어 넘겨버릴 정도로 가볍게 묘사되지 않는다.
남녀 사이의 애정의 문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에도 자주 하던 말이지만 일드는 주인공의 애정관에 반드시 공간에 대한 이해, 직업에 대한 이해가 충실히 담겨있다. 
연애는 연애고, 직업은 폼인 경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이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전부터 생각한 바 있다.
드라마 [모테키]에서도 주인공 후지모토는 그 스스로 찌질한 인생 30년에 기적처럼 찾아온 모테키(인기있는 시기...라는 뜻) 
덕분에 우왕좌왕 들뜨고 어떻게 상대와 섹스할까 설레발이지만, 그 가운데 그 자신이 처한 니트족으로서의 무기력함도 웃음 속에 진지하게 담겨있고, 
네명의 여성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거대한 미래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주 조금씩 한걸음한걸음 진심으로 내딛는 모습들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보는 내내 가슴을 치는 매력이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재밌는 드라마를 봤다.
2010년 방영된 걸 이제서야 봤다는게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
물론, 그 덕분에 영화판을 더 재밌게 본 것 같긴 하지만.ㅎ



*
처음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라고 짜증나던, 사실상 후지모토가 가장 좋아했던 나츠키.(물론 마지막에 이르러선 나츠키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놀랍게도... 나와 와이프가 가장 즐겁게 본 일본 드라마 3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늘 꼽는 금성무, 히로키 히토미 주연의 [골든볼]에서 
얼굴에 기름칠을 한채 등장하던 볼링장의 그녀였다.



**
그리고...
드라마 내내 기가막힌 선곡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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