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directed by 周防正行(수오 마사유키)
2006 / 약 143분 / 일본


수오 마사유키는 많은 일본의 감독이 그랬듯 핑크 영화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단순한 성애 영화 정도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던 핑크 영화는 될성 부른 떡잎들이 영화계가 본격적인 발을
들여 놓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단순한 '성애' 영화를 넘어서게 된거죠.

터무니없이 과작하는 감독으로 수오 마사유키를 능가할 감독은 없을 겁니다.
1996년의 [Shall We Dance?/쉘 위 댄스] 이후로 무려 10년동안의 공백기가 있었고,

또 이 정도의 공백기 뒤에 내놓은 영화가 이토록 엄청난 걸작이라니 놀랍더군요.

내용은 사실 간단합니다.
카네코 텟페이라는 26세의 프리타가 선배의 소개로 면접을 보러 가는 전철 안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오해를 받고 치한으로 몰려 구속됩니다. 카네코는 무죄를 주장하나 경찰과

검찰은 '인정하면 바로 풀려난다'며 정황조사는 물론 조서까지 맘대로 꾸미죠.
이에 카네코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와 카네코의 가족, 친구들이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며 노력을 합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이를 끌고 가는 수오 마사유키의 연출력은 놀랍습니다.
극사실적인, 누가 뭐래도 실화라고 할 법한 리얼리티를 갖춘 이 영화는 수오 마사유키의 탁월한 연출력 외에도
카세 료(加瀬亮)라는 걸출한 배우의 정말 놀라운 명연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주는 영화더군요.
터질 듯, 하지만 터질 수 없는 그의 울분을 이토록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마구 터뜨리고 광기를 뿜어내는 연기가 아니라, 정말 억울해서 정말 울분을 참지 못하지만 터뜨릴 수도 없는
그의 심정을 너무나 절박하고 딱 맞는 그릇으로 표현해냈습니다.
근래 그 어떤 연기(심지어 제겐 [There Will Be Blood]의 데니얼 데이 루이스보다!)보다도 흡인력있는
연기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실화를 극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리얼리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아주 드라이한 법정 드라마식 구조와 팩트에만 집착하는 서사 덕분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선 주인공 카네코 텟페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부연이라곤 텟페이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은 그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아닙니다!'라고 유치관
앞에서 한 말 뿐이에요.(그것도 텟페이와의 면접에선 '네 말이니 안 믿는다'로 바뀌죠)
사실 카네코 텟페이가 성추행을 했고 안했고의 판단에 그의 살아온 행적이 중요하다면 필름 리와인딩식의
과거 족적이 한 번쯤 열거됐을 법도 한데, 이 영화에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 텟페이의 '나는 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이 묘하게도 더 설득력을 얻어요.
어떤 상황과 자신의 행적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지극히 단순명료한
명제를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것 같거든요.
이 영화가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영화인 것은 두말 할 필요없이 자명하긴 한데, 그와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공권력과 근엄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같은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
96년작 [쉘 위 댄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아쿠쇼 쇼지와 다케나카 나오토가 역시 모습을 보입니다.
아쿠쇼 쇼지는 솔직하고 책임감있는 변호사로 나오지만 다케나카 나오토는 우정 출연으로 다소 비열한(?)
주인공 카네코 텟페이가 거주하는 건물의 관리인으로 나옵니다. 유일하게 웃음을 주죠.



**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은 143분입니다. 제법 긴 러닝타임인데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아요.
특히 마지막 텟페이에 대한 선고의 이유를 길게 거의 빠짐없이 읽는 장면은 대단히 정치적이지만 효과적입니다.
그 선고의 이유를 들으며 관객의 울분도 함께 커져만 가지요.



***
성추행을 당한 여학생역으로 나온 배우는 야규 미유라는 실제로 아직 학생인 배우입니다.
90년생이더군요.(-_-;;;;) 이 영화에서 성추행당한 여학생의 신장이 155cm로 나오는데, 실제로 야규 미유의
신장도 155c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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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가 바로 카세 료...입니다. 정말... 저희 부산 외삼촌과 완전 쌍둥이입니다.-_-;;;
키 큰 거나 얼굴이나... 이건 뭐 완전히 붕어빵이에요. 삼촌에게 이런 동생이 있었는지 몰랐네요.ㅎㅎ
이 배우가 나온 영화 중에서 본 거라곤... [Scrap Heaven/스크랩 헤븐], 그리고 욕 엄청하면서 봤던
[好きだ/좋아해](여기선 주연아닙니다), [69], [박치기!], [밝은 미래] 정도군요...
그런데 솔직히 [스크랩 헤븐]과 [좋아해]빼면 나머지 영화에선 나온 지조차 기억안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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