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설경구씨는 늘 벼랑에 내몰리는 역할을 한 것만 기억난다. 늘 땀을 흘리고, 상대를 윽박지르고, 절박하고. 뭔가 조금 과하다싶은 배역들.
그런데 [감시자들]에선 충분히 이전 영화 배역들을 답습할 만도 한데 이를 잘 억누르고 있어서 
자칫 영화가 쌈마이 분위기로 치달아버릴 수 있는 상황을 잘 억제하고 중심을 잡는다.
내... 이토록 편안한 설경구씨를 본 적이 없고, 이토록 잘 어울리는데 왜 이런 역을 진작 맡지 않은거지?란 의구심까지 들더라.
한효주씨. 화장도 거의 안하고, 얼굴도 자연스러운데다가 기럭지까지 이기적.
게다가 가장 중요한 설경구씨와의 앙상블이 아주 자연스럽다.

영화 내용에 대한 사전정보는 커녕 예고편도 안보고 간 나는 초반 10분여의, 
거의 분리병치식 나열에 조바심이 나 죽는 줄 알았다.ㅎㅎㅎ 이렇게 봐야 확실히 제맛인 듯. 
이런 뭔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본부가 등장하는 우리나라 영화는 어딘지 뭔가를 흉내내는 것같고, 촌스러운 느낌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그 잘났다는 미드 수사물들의 세련된 떼깔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이유가 클 것이다. 
드라마 한편의 제작비만도 상상을 초월하는 그 잘빠진 웰메이드 수사물들 말이지.
그런 미드, 헐리웃 영화에 비하면 뭔가 우리네 수사본부는 어색하게 흉내낸 것 같고, 팀장은 늘 목소리를 깔거나 신경질적인 반응만하고… 
자꾸만 웰메이드의 느낌에서 멀어져만 가고, 분위기는 오히려 생뚱맞고 어색해지는거지. 
이건 뭔가 그럴싸한 디스플레이로 진보적인 수사방식인척… 과학수사인 척…하는 것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다.
[감시자들]에선 이러한 한계를 제대로 인지한 듯 하다. 쓸데없는 쉬크함, 세련된 척은 다 버렸다는 것. 
대신 지나치게 된장냄새 풀풀나는 토속적인 느낌도 없고, 딱 우리네 일반적인 회사 모습과 별 다를 바 없는, 훨씬 현실적인 느낌의 수사본부 모습을 구현했다. 
여자 팀장이 등장하는 첫장면을 보고는 그 뻔한 스테레오타입과 클리셰를 반복하겠구나 싶었지만 
오히려 수사본부의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쓸데없는 로맨스따위 싹 잘라낸, 신파가 거세된 모습에 정말이지 박수라도 보내고 싶었다. 
이게 뭐그리 중요하다고 주절주절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비현실적일 정도로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하이테크가 마구 등장하는 수사통제본부의 모습이 오히려 무척 현실감있게 다가오더라.
그러다보니 영화에도 좀더 자연스럽게 몰입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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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낮에 서울 한복판 도심 옥상에 올라가서 망원경을 이용한다면 건너편 건물이든 어디든 의아해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경우에 상식적이라면 안테나 공사를 한다든지 뭐 그런 인부처럼 변장을 하고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게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래선 도무지 폼이 안나니… 폼을 위해 디테일을 버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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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체이싱씬은, 내 생각엔 늘 관객에게 동선의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이건 무슨 잡스럽고 시끄러운 느낌만 주는 산만한 프레임들을 갖다 붙인 경우도 되니까.
그래서 카체이싱 장면이 전환될 때 자꾸 방향성을 부감으로 잡은 뒤 카메라를 내리던데, 
그러다보니… 추격씬을 위한 X 대형의 정속 운전하는 차량들이 자꾸 눈에 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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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정말… 힘들었을 듯.
서울 도심에서 이런 촬영이 가능했다는게 더 놀랍고.
스탭들도 대단하지만, 촬영 시간대에 고생했을 시민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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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주 거슬렸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조금도 감흥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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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천공의눈]을 난 못봤으니 뭐라 비교를 못하겠다.
하지만 종종 등장하는 인공광의 사용은 정바오루이 감독의 2010년작 [액시던트/意外]를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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