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Directed by 신수원
2013 / 107min / korea
이다윗, 성준, 김꽃비, 김권, 조성하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고양 어울림누리 내의 어울림 문화센터 1층 영상관에서 관람했다.
멍청하게도... 어울림누리를 아람누리로 착각해서 아람누리로 들어갔다가 장소를 착각한 걸 알고 부랴부랴 어울림누리로.-_-;;;
일찍 서둘러서 아람누리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영화 서두를 고스란히 날려먹었을거다.
어울림누리로 들어와서도 그 어디에도 명왕성 포스터가 붙어있지 않아서 도대체 어디서 하는건지 영상관측에 전화를 하고서야 찾아갈 수 있었다는.
최소한... 포스터를 작게라도 붙여놨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관람한 [명왕성]
기대했던 것보다 더 인상깊게 봤다.
특히 중후반까지의 몰입도는 대단한 편이어서 어울림누리 영상관의 극악의 의자가 내 엉덩이를 송곳으로 찌르기 시작했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더라.ㅎ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금 우리 제도 교육의 실상, 그리고 그 속에서 경쟁 이외의 모든 가치를 하찮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비록 극화되어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되었다고 하지만 난 모르겠다.
정말 이 모습이 극화되어 과장된 표현에 불과할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살아가는 가치와 목적, 방식이 서로 다름을 느끼고, 충돌하고, 화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화를 이뤄야한다. 

그래야만 너는 틀리다...가 아니라, 너는 나와 다를 뿐이다라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타인이 중시하는 가치와 목적을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만 강조된 사회에선 이 모두가 거세된다. 하나의 단일한 목적, 그 목적만이 절대적인 가치로 인정받고 

수많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 동일한 목적을 가치로 삼고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며, 그 가치란 것이 개인의 인성, 존재의 이유, 

삶의 목적 모든 걸 다 아우르는 단 하나의 표식이자 종착점이 되어버리는 순간, 사회를 건강하게 구성할 다원성과 다양성은 모조리 거세되고 멸시되기 마련이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 구조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aipharos님과 영화를 본 후 얘기했지만, 바뀌는 정권마다 교육제도를 손보겠다고 난리를 쳐도 결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바뀌어질 수 없는 이유는 교육이란 

단순한 교육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교육시스템을 유지하고자하는 계급의 문제이고, 노동의 문제이며, 동시에 부동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고서는 교육 시스템을 뒤바꿀 수가 없다.
그나마... 교육제도를 손보겠다고 난리를 치던 것도 같잖은 이명박 정권 이후론 움직임조차 없지 않나.

이 [명왕성]은 너무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영화라 도무지 글을 통해 그 인상을 주절주절 적기는 힘들다.
쓰다보면 한국이란 나라를 아우르는 거대한 부조리의 도가니탕을 죄다 이야기하지 않고는 도무지 불가능한 주제의식이라 

단순하게 우리 청소년들의 삶이 무한경쟁주의 속에 이렇게 피폐해져간다...라고만 말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영화는 결국 정말, 이러한 아이들이 사회의 중심에 섰을 때의 그 끔찍한 사회를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감내할 수 있겠냐는 감독의 처연한 경고 그 자체다.

도무지 근본부터 잘못되어 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겉만 멀쩡한 아이들이 사회의 중심에 서는 순간, 

우리 기성세대는 그 파렴치한 사회를 어떻게 감내하고 책임질 수 있겠냐고 묻는 영화라는거다.


다만, 
영화의 명징한 주제의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서서히 리얼리티를 잃고 주제의식을 오히려 희석시키는 느낌이 든다.
'저 아이들이 도대체 커서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될까?'라는 걱정에 끔찍한 마음마저 드는 중반부까지의 몰입도는 놀라울 정도지만, 

이후엔 이미 그 의문에 대한, 걱정에 대한 대답이 완결되어버린, 그저 괴물이 된 아이들의 극렬한 에피소드는 오히려 현실의 비극을 희석화시키는 느낌이 든다는거.
아쉽다. 
특히... 예비합격자와의 통화는 넣지 않는게 나을 뻔했다.
너무 끝까지 몰아치면 허무함이 가득 남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영화를 지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명왕성]이 그런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새벽내내... 비가 오더니 오전에 좀 그쳤다.
고양 어울림누리는 생각보다 넓더라.-_-;;;









이곳이 [명왕성]을 상영하는 곳.
상영관은 1층에 위치한 미디어 센터.
이곳에선 주말에만 1일 3회씩 독립영화를 상영 중이란다.
그런데... 포스터 하나붙어있지 않고, 옆쪽엔 어울림극장이 있어 자칫 어디서 영화를 상영하는지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생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석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불편하다.-_-;;; 


*
연기는 모두 훌륭하다.
김준역의 이다윗은 물론이고 모델 출신인 성준은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하는 유진 테일러 역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렸다. 
비록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진 못했지만, 기본적인 아우라가 있어 맘에 들더라. 목소리, 얼굴, 기럭지... 다 대성의 조짐이 보이더만.

**
조성하씨는 [파수꾼]과 비슷한 분위기로 이 영화에서 모습을 보인다. 우정출연.
그런데... [파수꾼]에서의 연기와는 달리 어딘지 부유하는 듯한, 드라마에 가까이 간 느낌은 그닥 느껴지지 않더라.

***
음악도 좋다.
유재아가 담당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물론이고 더큅(the Quip)과 코코어(Cocore)의 곡 모두 인상적이다.
MP3 구매해도 후회가 없을 OST.

****
신수원 감독은 실제로 10년간 교편을 잡았던 선생님 출신의 감독이다.
이 영화에 그려지는 학교의 모습이 현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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