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km를 뛰다보니 이제 차도 정상이 아니다.
부싱 문제가 생겨 잡소리가 심해져 차수리를 하러 갔으나 당연히 부품이 없어 예약만 하고 나왔다.-_-;;;
로워암 부싱은 다 갈아야하고, 흔히 말하는 활대부싱도 갈아야함. 아... 내 돈이여.
센터가면 부품값만 100만원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현대/기아차는 절대 타기 싫고, 수입차 중 나름 합리적인 선택으로 골라 구입한 차를 끌어도 보증기간지나면(물론 보증기간에도 어처구니없는 센터의 '정상입니다'러쉬에 열폭하곤 하지만) 오리지널 호갱님 취급당하는 이 나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나라는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나보다...하는 생각만 들어.





그냥 집에 가긴 너무 뻘쭘해서 aipharos님과 어딜 갈까...하다가 점심이나 일단 먹으러 필운동으로 왔다.
필운동이라니.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이곳은 aipharos님이 가보자고 해서 온 곳. 
당연히 주차할 곳은 알아서 찾아야 한다.









'칼질의 재발견'이라니.
이 가게 이름은 어찌보면 기대를, 어찌보면 불안감을 동시에 던져주는, 그런 느낌이다.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곳.









느낌이 참 좋다.
이곳 사장님은 원래 기자 출신이었는데 어찌어찌 음식과 인연을 맺게 된 분이시란다.
확인은 안해봤지만 아마도 홀 매니저분이 사장님이란 생각이 들더라.
인상 정말 좋으시고, 무척 친절하신.









보아하니 테이블 회전이 상당히 빠르다.
여느 파인 다이닝처럼 테이블당 한번 돌리고 끝나는 수준이 아님.
아무래도... 와인 손님이 많지 않아 그런게 아닌가 싶더라.
와인리스트도 괜찮은 듯 한데, 와인을 찾는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메뉴판... 아주 맘에 든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의 프렌치 비스트로를 내게 된 이유가 기재되어있다.
아르바이트하는 10대도, 주머니가 곤궁한 50대도 어쩌다가 기분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공감한다.
우리나라 음식 문화라면 기껏해야 죽어라 배달문화만 발달한 것도 씁쓸하다고 했다.
역시 공감한다.
나 역시 그런 하나로 몰리고 쏠린 문화에 진절머리가 나니까.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라도 음식이 맛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런 가격에 대부분의 사람을, 특히 오버슈팅으로 외식하던 이들의 입맛까지 만족시킨다는거 절대로 쉬운 일 아니다.









아무래도 저... 보이는 매니저분이 사장님이신 듯.









기적적으로 잠시 손님들이 빠졌을 때 찍었다.
물론 금새 테이블은 다 찼다.











aipharos님과 둘만 데이트하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민성이는 오늘도 훈련.
다음 주 수요일도 시합이 있으니까.
어머님은 약속이 있어 나가셨고.









이렇게 둘이 나오는 시간, 정말 좋다.









우린...
감자샐러드와 와규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던 것인데 허얼...
감자샐러드 품절, 와규 스테이크 일시품절.ㅋ
갑자기 손님이 몰려 재료가 동이 난거다.
와규 스테이크는 모두 수비드 조리되므로 우리가 도착한 시간으로부터 40분 이상 지나야 주문이 가능했다.-_-;;;
일단...그래서...

aipharos님은 돼지고기 디쉬 ... 14,000원 (부가세 모두 포함)
나는 닭고기 디쉬 ... 11,000원
을 주문했다.
그러다가... 다 먹고나서
소고기 디쉬 ... 19,000원
디저트 ... 6,000원
커피 ... 3,000원

이렇게 더 주문했다.
참고로 난 닭고기가 그리 땡기지 않았다.
연어가 있었으나 연어는 더 땡기지 않았고.









식전빵.
직접 만드는 빵. 적당히 맛깔난다.









샐러드.
아주아주아주 기본 샐러드.
그런데 소스의 신맛과 달콤함이 생각보다 상당히 조화가 좋다.








내 닭고기 디쉬.
200g.
양이 일단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닭고기 요리. 아주... 맛있다. 사실 많이 놀랐다.
저온조리(수비드)된 저 닭가슴살은 절대로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간이 딱 맞았고, 저 볶은 시금치는 불맛 제대로 나는 것이 정말 딱... 내 취향이었다.
내가 종종 말했지만 난 가니쉬 중에서 저 볶은 시금치를 정말 좋아하는 편이니까.









닭고기의 단면을 보시라. 
한가지 아주 쬐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가때문에 소스를 빼고 퓨레로 대체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은 들지만 퓨레가 상당히 제대로임에도 불구하고 내 입맛에는 닭고기와의 조화는 그닥 좋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뭐 다 필요없다.
일단 저 닭고기가 정말 맛있고, 가니쉬로 나온 시금치가 정말 좋다.









이건 aipharos님이 주문한 돼지고기 디쉬.
허얼...









오스트리아산 돼지고기. 역시 수비드 조리. 
아무래도 단가로 인한 식자재의 갭을 수비드를 통해 어느 정도 만회하는 듯.
식자재가 나쁘다는 헛소리가 결코 아니다.-_-;;;
이 돼지고기도 정말 쫄깃하면서도 적당히 기름진 것이 입에 착착 감긴다.
아래 깔린 감자퓨레와 토마토 소스와의 조화도 너무 완벽하고.
토마토 소스도 밋밋하지 않고 살짝 매콤한 맛이 난다.








어우... 정말 맛있더만.

그리고...
이렇게 먹다보니 어느새 우리가 정말 먹고 싶었던 '소고기 디쉬'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창피함에도 불구하고 바로 소고기 디쉬를 또 주문했다.ㅋ









등장.
호주산 와규 스테이크.
160g이라는데 어지간한 레스토랑의 180g 양은 되어보인다.
게다가 두께감도 아주 좋고.









감자퓨레, 볶은 시금치, 구운 마늘, 치미추리 소스.









따로 굽기 정도를 물어보지 않는데 아주 기가막히게 미디움 레어로 구워 나온다.
역시 수비드 조리 방식.
이 음식 안먹었음 어쩔 뻔 했어.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맛이어서 놀랐다. 정말 놀랐어.
간도 너무 잘 맞고.
치미추리 소스와의 궁합도 너무 좋고.
저 감자퓨레... 정말 너무 제대로여서 품절되어버린 감자수프를 먹지 못한게 아쉬워지더라.
감자퓨레에 볶은 시금치와 육즙이 흘러 마치 비스크 소스 같아졌다는.
진짜... 제대로 맛있다.
먹다보니 아... 이 분들이 아르바이트하는 10대들도, 주머니가 곤궁한 50대도 가끔 기분낼 수 있게 하자는 그 의도가 괜한 허세가 아니라는 걸 잘 알겠더라.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디저트.
절대 달지 않다. 완전 마음에 드는 디저트.









커피도 좋다.

수프리모, 만델링, 예가체프 블랜딩.



다 먹고 나오면서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이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부디... 지금같은 퀄리티 꾸준히 이어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
우리도 자주 들러 먹어야지.
누구든 맛있는 음식은 먹는 사람이 있어야하는 법.

박찬일 쉐프의 라꼼마가 없어진 이후로 멘붕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에겐 대단히 보석같은 음식점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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