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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영화를 보기 전엔 검색도 잘 안하고 내용 자체를 거의 모른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편이다. 
덕분에 [광해]도 천만 관객 이상이 들었다지만 관련 기사를 읽은 적도 없다.
그러다가 뒤늦게 봤는데...  이건 완전히 [데이브/Dave]와 판박이 영화더군.
너무 비슷해서 난 당연히 이 영화가 [데이브]의 리메이크나 뭐 그런 식으로 연관이 있는 줄 알았다.
정말... 당연히 그렇게 논란이 될 소지를 미리 차단하고 만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런 생각에 의심이 없었고, 그런 탓에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는 봤다.
중전과의 관계, 죽지만 않았다 뿐이지 가짜를 앉혀놓고 왕이 나가서 하는일, 도부장... 그리고 여러 비슷한 에피스도들을 말이지.

그런데... 보고나서 뒤늦게 검색하다보니 [Dave/데이브]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게 무슨 경우지? 그리고 네티즌들이 아닌 평론가들은 [Dave/데이브]와의 유사성을 얘기한 경우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 더 당혹스러웠다. 
가케무샤... 이런 영화들 문제가 아니라 이 영화는 완벽하게 [데이브]의 카피 그 자체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본적인 설정 자체는 비슷할 수 있을지 모르나 등장인물의 설정, 관계, 그리고 에피소드들까지 이렇게 비슷하면 이건 파렴치한 수준인거지.

그리고 정말 쓸데없는 지적질일 거라 생각은 하는데, 이 영화의 미장센은 지나칠 정...도로 매끈하고, 카메라는 지나칠 정도로 서사적이다. 
조명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던데 이 모두가 이 영화가 가진 함량과 불균형을 이루면서 삐그덕삐그덕거린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미국산 과자를 그대로 베낀 500원 짜리 과자에 이름을 '노블레스'라고 붙인 꼴이라는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히 넓직한 공간감을 이루기 위한 세트장을 만들고 시도때도 없이 부감으로 쇼트를 잡는다. 
이러한 공간감과 카메라워크의 효과는 단촐하고 단아한 인테리어와 대조적되면서 왕의 고독과 역사적 무게감, 
그리고 시각적인 장중함까지 다 전해주려 한 것이라 생각은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왕궁은 중국의 그것처럼 인물을 왜소하고 고독하게 만드는 건축이 아니다. 발길을 우리 선조들의 왕궁으로 돌려만 봐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한국 영화의 왕궁을 보면서 자금성의 황제를 떠올려야하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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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기대들 많이 했다.
우리 식구들도 영화관가서 일찌감치 봤으니.
특히 웹툰을 너무 인상깊게 본 아들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다.
하지만... 답답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감정을 탈진 상태로 몰아간다.
그 당시 그 시절의 처절했던 광주의 격동과 일렁이는 감정은 물론, 영화따위 비교도 되지 않았을테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그 감정을 선동하듯 몰아가는 영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치며 쌓여진 분노를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했다.
민성이와 보고 나서 얘기했다. 웹툰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아들이 말하더라.
웹툰은 목적에 이르는 과정이 세밀하게 표현되고 실행은 속도감이 상당히 빠른데 반해, 
영화는 등장인물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디테일은 약해지고 과정은 늘어진다고.
나와 똑같은 생각이다.
이럴거면...
조금더 기다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지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강풀은 참으로 영화복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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