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근 후 퇴근을 해 집에 돌아와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민성이가 시험지를 내민다.
아마도... 일제고사 시험지인듯한데 학교를 서열화시키는 그 따위 시험에 나와 aipharos님은 당연히 반감이 대단하지만, 

민성이는 그저 그 시험의 의미따윈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을 자랑하려고 보여준 것.
잘 봤다. 잘 본 정도가 아니고.
공부하라고 push하지도 않는데 알아서 이 정도 성적을 내니 놀랍기도 하고.
게다가 사격부 정식부원 활동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격을 위해 스스로 이정도의 성적을 냈다는 사실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당연히 스스로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일에 칭찬이 인색하면 안되는 법.

토요일에 맛있는 음식점에 갈테니 먹고 싶은 걸 말하라고 물어봤다.
왠일로... 양식, 그러니까 프렌치가 먹고 싶다네.
헐...
프렌치 레스토랑 발끊은지 어언 3만년.
(그건 거짓말이지만... 아마 쉐 조세피나 이후엔 가본 곳이 없을 듯)

내가 좋아하던 이태원 '봉에보'의 이형준 쉐프가 이끄는 '라 카테고리'로 가려고 했는데 어제 저녁 페이스북 메신저로 안부를 전해온 지인분이 조금 회의적인 말을 하셔서 

지난번 예약했다가 취소한 '루이쌍끄'로 가려고 했는데, 역시... 이도 포기하고 결국 '르페늘롱(Le Fenelon)'으로 결정했다.
이때가 이미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어서 예약 전화를 해도 과연 전화를 받을까 싶었지만 

라스트오더를 한 테이블의 식사시간이 길어진 것인지 전화를 받으셨고 토요일 낮 12시로 예약을 잡았다.





http://www.lefenelon.com/

그리고... 왔다.
길이 너무너무 막혀서 엄청난 짜증 속에 12시보다 15분 늦게 도착했다.
물론 오면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전화를 드렸고, 늦은 시간에 대해 사과도 드렸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발렛은 따로 되지 않으나 지배인께서 주차를 안내해주시고, 필요에 따라 차를 다시 가게 앞으로 준비해주신다.









(사진늘린 것 아님...) 
날이 풀리니 aipharos님도 가볍게 입고 나왔고, 나도 가볍게 입고 나왔는데 민성이는 가볍게 입지 않았다.ㅎㅎㅎ









클래식 프렌치 비스트로.
우리가 이런 식의 프렌치 비스트로를 가본 업장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음... 특별히 없네. '레스쁘아'정도?
뭐 사실 그곳도 맛은 있는데 다시 가고 싶진 않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또 예쁜 문이.
들어가기 전부터 가게 분위기가 기대가 된다. 










코스없이 단품 위주로 세팅되는 비스트로.









아... 실내 분위기 정말 맘에 들더라.
실내 전체를 찍고 싶었지만 이미 손님들이 있어서 그리 찍진 못했다.









우리 옆 테이블이 나간 뒤 찍은 컷.









실내 분위기 정말... 완전 마음에 든다.
사진은 이렇지만 실제론 매우... 실내가 어둡고 아늑하다.
사실 이 말은 밝은 렌즈가 아닌 카메라를 들고 온 경우 상당히 촬영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는 소리.









와인리스트.











민성이와 aipharos님.
자... 맛있는 음식을 좌악~ 주문해보자규~









단품.
이게 다가 아니다.









상당히 메뉴가 많다. 
과연 이 메뉴들이 다 관리가 된단 말인가? 
조금 놀랐다.









우리들의 주문은...
애피타이저로 
'오리다리콩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 바닐라에 절인 배, 소테한 배추' ... 19,000원 (모두 부가세 별도)
aipharos님의 main은 '닭고기 프리카세와 꼬꼬뜨에 담긴 필라프' ... 28,000원
민성이의 main은 '콩요리를 곁들인 꿩구이' ... 45,000원
나의 main은 '양파타르틴을 곁들인 돼지등심' ... 35,000원

디저트로
'프로피트론' ... 8,000원
'시나몬 아이스크림' ... 13,000원










스테이크 나이프가 라귀욜.ㅋ









식전빵.
soso.
버터와의 궁합은 아주 좋은.
식전빵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하는.









오리다리콩피를 넣은 라비올리.
좋다.
버터향과 함께 진득한 소스도 중독성 강하고 라비올리의 맛 자체도 흠잡을 데가 없다.









닭고기 프리카세와 꼬꼬뜨에 담긴 필라프.
진하고 부드러운 맛. 필라프와 함께 먹으면 더 좋고.









필라프.
스타우브에 요로코롬 담겨 나온다. 
맛나다. 고소하면서도 찰지다.









이 날의 베스트는 '양파타르틴을 곁들인 돼지등심'.









양파타르틴.
상큼하니 달다구리한 것이.









이 돼지등심은 최고다.
소스의 맛, 생강과의 조화, 시금치(?)와의 조화 모조리 완벽하다.
수비드한 것인지 돼지등심의 슬겅슬겅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도 너무 좋다.
이날의 베스트.









민성이가 주문한 '콩요리를 곁들인 꿩구이'.









이리도 좋아했으나...
이 메뉴는 내가 먹게 된다.
민성이는 꿩구이의 향이 맞질 않는 듯 해서 내가 돼지등심과 바꿔 먹었다.
개인적으로 돼지등심만은 못해도 충분히 맛있는 메뉴.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속이 쓰리긴 하다. 내가 원한 메뉴는 아니었으니까.
약간 달달한 소스가 과하지 않은데다가 꿩고기가 이렇게 육질이 탱탱~한 느낌인지 몰랐다.
식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질기거나 뻣뻣한게 아니라 진짜 식감이 탱탱했다. 양고기의 식감과도 약간 비슷하고.
민성이는 향이 좀 거슬린다는데 솔직히 난 전혀... 그런걸 느끼진 못했다.ㅋ









민성이가 주문한 디저트, 프로피트론.(맞나???)
쵸콜렛 위에 아이스크림.









그런데... 진짜는 바로 이 쥐꼬리만한 시나몬 아이스크림 + 서양배(정확히 서양배는 아니다) 조합의 디저트.
겨우... 저게 13,000원이다.
사실 좀 과하다 싶지만 맛 하나는 작살이라네.









잘 먹구 나왔다.
aipharos님은 아주 만족, 나는 만족, 민성이는 soso
사실 난 다른 메뉴들도 정말 먹고 싶은데 이곳도 역시나 가격은 만만치 않구나. 









친절하신 지배인님.


*
아무튼 간만에 프렌치 비스트로에서 잘 먹고 나왔다.
양은 그닥 많아보이진 않는데 은근히 포만감이 있다는 사실을 참조하시길.

**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맛있지만 이상하게 깊은 맛...이런 건 느끼지 못했다.
내 입이 삐꾸여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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