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열린 '홈 테이블 데코'展을 보고 나서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나왔다.
식사를 어디서 할까...
오늘은 aipharos님과 둘만 나왔으니 오붓하게 먹고 싶었다.
간만에 우리들의 로망 '정식당'을 갈까? aipharos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이지만 주머니 사정 생각해야한다며 참자고 하네.
그럼 어딜 갈까...
이태원에 자기 맘 가는대로 음식하는 식당이 있다던데... 그럼 거기로 갈까?
but...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ㅎ
결국 내가 제안을 했다. 상수동 '달고나(dalgona)' 2층에 있는 모던 한정식집 '춘삼월'에 가자고.
여기 지난 번에 한 번 들렀었는데 주방 수도가 고장났다며 식사가 안된다고 했었던 그곳.




춘삼월이라... 오다가다 눈길, 발길 한번은 머무는 이름이 되겠다.









안은 생각보다 무척 넓었다.
이곳의 디자인은 주인장이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여유롭고 소탈함이 느껴진다.
춘삼월 사장님과 주방장 모두 영화판에 있던 분들이라고 하더라. 물론 그외의 직업도 스쳐갔었고.










우린 한상차림 B (20,000원/부가세포함), 한상차림 C (25,000원/부가세포함)를 주문했다.
사실 굴국밥이나 과메기등을 먹고 싶었는데 그건 다음에.
일단은 한상차림으로 먹어보고 싶었다.









햇볕이 따사롭게 들어오는 자리에서.









아들이 차고가라고 빌려준 판도라 가죽 브레이슬릿을 보여줌.ㅎ










한상이 나오기 시작한다.
새우장, 가지무침, 그리고 나물, 호박...









그리고 고로케, 깨소스의 두부 샐러드









알차게도 나온다.









이 새우장.
새우를 간장에 담갔다. 내장도 빼지 않았고 통으로.
이 맛이... 일품이다. 촉촉하고 진하게 배어든 간장에 탱글탱글한 새우살이 기가막히게 잘 어우러지니까.









국과 밥.
주방의 그 큰 가마솥으로 햅쌀밥을 지었나보다.
밥이... 정말 너무나 너무나 맛있다.
국은 밥맛을 잘 살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파래전과 너비아니.









너비아니.
고기가 좀 질겨서 아쉬웠지만 맛은 좋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지.
아주 중독성강한, 전혀 소스가 강하지 않았던 닭볶음탕.

aipharos님과 나는 모든 반찬을 거의 남김없이 싹... 먹어치웠다.
뭐하나 두드러지게 튀는 맛이 없지만 먹다보면 그 정성과 깊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진중한 맛.
음식점에서 배어나오는 그런 차분한 분위기가 딱 어울리는 그런 맛.
춘삼월에선 그런 맛이 느껴진다.
아마... 빠른 시간 안에 또 오게 되지 않을까 싶네.

한식은 사실 어렵다.
우리가 늘 집에서 접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겐 대략의 이미지라는 것이 고정화되어있는게 한식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김치찌개는 이런 맛, 된장찌개는 이런 맛...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메뉴의 맛이 어느 정도 고정화되어있다는거지.
게다가 익숙해진 음식 맛보다 더 낫지 않다면 혹평을 받기 일쑤인 것도 한식이다.
이뿐만이 아니지.
한식은 플레이트도 더 많이 사용되고, 일반적으로 가격도 양식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노동에 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으면서도 어지간해선 좋은 평을 듣기 힘든, 정말... 진심으로 힘든게 한식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춘삼월'은 모범적이고도 우직한 대답을 내놓는 것 같다.
외할머니가 오랜 세월 쌓인 내공으로 손주에게 지어주는 그런 음식같은거 말이지.
너무 오버인가? 아무튼... 젊은 사장과 주방장의 손길에서 이렇게 묵묵한 맛이 살아 느껴진다는건 고마운 일이다









후식으로 매실차가 나왔다.
저 매실은 먹어도 되고. 
아... 매실에 시큼한 맛 없이 맑고 진하구나.









우린 조만간 또 오게 될거 같아. 그치?









잘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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