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프레스카 by Trevia

(Pasta Fresca by Trevia)




일요일 오후.

전시를 볼 생각으로 외출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상하게 다 귀찮아서 그냥 맛있는 식사를 하자는 마음으로 파스타 프레스카 (Pasta Fresca)로 왔다.

전화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자마자인 5시로 예약을 간신히 잡았다.

이 집,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워크인으로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접는게 맞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가 도착한 후 그냥 무작정 들어왔다가 돌아나간 팀이 세 팀이나 된다.

예약은 필수.



+

난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먹는 '파스타'라는 음식에 한계가 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워낙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언젠가부터 정말 맛있는 파스타를 만나보는게 무척... 힘든 경험으로 느껴졌다.

물론 맛있는 파스타는 분명 있었지만 무언가 '정말... 끝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 파스타 집은 정말 찾기 힘들었다.

그 유명하다는 M, D, T...C, T...M 등등 한그릇에 2~3만원은 훌쩍 넘는 파스타집의 파스타도 전혀... 성에 차지 않았다.

뭐랄까... 내 정말 주제넘는 소리인 줄 잘 알고 있지만 파스타를 완전히 다른 요리인양 복잡한 레시피로 풀어낸 그 파스타들이 난 전혀...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맘 속으로 포기하고 있었지.

아,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파스타라는거... 분명 한계가 있구나...하고.


얼마전 오스테리아 샘킴에서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가격이 좀 부담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

그런데 요즘 어지간한 파스타들은 2~3만원은 기본이라...-_-;;; 자주 가긴 좀 부담이 되더라.


그러다가... 고기리 장원막국수의 김윤정 대표께서 한남동의 '파스타 프레스카'를 알려주셨다.

그래도 김대표께서 알려주신 집이니 맛있을거야...라는 기대 반 정도,

맛은 있겠지만 달라봐야 얼마나 다를까...하는 걱정도 반 정도...

그런 마음으로 들렀던 파스타 프레스카는 집 나간 내 파스타 입맛을 완전히 다시 돌아오게 해줬다.


이제 고작 세번째 방문이었지만,

파스타만 8가지를 먹어봤고,

안티 파스티 3가지, 거기에 핏짜 1가지까지...

이렇게 먹었음에도 '이건 좀 애매해'라고 말할 메뉴가 단 한가지도 없었다.


많은 분들께서 이 집이 '가성비가 훌륭한 집'이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렇지, 틀린 말 아니다.

2~3만원 파스타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파스타 가격에 비해 생면 위주의 메뉴임에도 거의 대부분의 메뉴가 1만원 대이니 그런 말이 틀린 건 아니지.

하지만 '가성비'라는 말은 종종 가장 집중해야하는 본질을 뒤로 밀어버리기도 한다.


명확히 얘기하자면 이 집은 가성비를 떠나 그냥 '매우 맛있는 집'이다.

그 어떤 파스타 집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놀라운 파스타를 내는 집이라는 평가가 우선되어야한다고 본다.

가격 얘기는 그 다음이다.

그렇게 맛있는데 가격도 좋아...라는 말이 맞는거지.

가성비가 훌륭한 집이라고 말하면 가격에 비해 맛이 괜찮은 집이라는 뉘앙스가 강하지 않나.

이 집은 가성비고 뭐고 따지기 전에 그냥 파스타가 끝내주게 맛있는 집이다.

 

 

 

 

발렛 파킹 싫다고 해놓고... 이 날은 했다.

5시에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길이 너무 막혀서 이태원 들어왔을 때 이미 5시여서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올 여유가 없었다.

(이 사진은 사실 다 먹고 나온 뒤 찍은 사진)

 

 

 

 

 

 

 

 

집이 조금만 가까왔다면 내 장담컨대... 한달에 두번 이상 반드시 들렀을거다.

와이프도 그러더군. 당신은 분명 그랬을거라고.ㅎ


 

 

 

 

 

 

 

어쩌면.... 내년 2월 이후 합정/상수쪽에 사무실을 내게 될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ㅎ

로칸다 몽로도 자주 가고,

이 집도 종종 들를 수 있겠지.

 

 

 

 

 

 

 

 

날씨가 갑/자/기 왕창 추워졌다.

 

 

 

 

 

 

 

 

식전빵.

포카치니.

좀 특이한 포카치니.

그런데 정말 좋아.

마치... 핏짜 도우를 구워낸 그런 느낌?

 

 

 

 

 

 

 

 

시칠리아 가지요리 '카포나타'를 곁들인 채소 튀김볼

(Vegetable Fritter with Caponata)

채소를 넣은 튀김볼이라니 궁금했다.

 

 

 

 

 

 

 

 

아아... 기가 막히게 맛있다.

채소 튀김볼과 차갑게 낸 가지요리의 궁합이 완벽하다.

저 가지요리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와이프가 계속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중얼중얼...

 

 

 

 

 

 

 

 

핏짜.

치즈가 전혀 없는 핏짜.

도우 위에 토마토 소스를 살짝 입히고 바삭하게 구워냈다.

 

 

 

 

 

 

 

 

올리브 오일을 올리고 허브와 블랙 올리브, 그린 올리브, 케이퍼, 엔초비를 올렸다.

이 조합... 정말 좋다.

전혀 느끼함이 없고 담백하면서도 오일, 짭쪼름함, 올리브 향등이 잘 조화를 이뤄 감칠맛이 기가막히다.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이건 메뉴에는 없는데...

카바텔리(cavatelli) 생면과 오징어 먹물을 반쯤 섞어 낸 쇼트 파스타에 바지락등을 올린 파스타.

일단... 소스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이 완벽한 밸런스는 이 집의 특징.

결국 싹싹 다 긁어먹게 되지.

 

 

 

 

 

 

 

 

까바텔리 생면은 무척 재밌다.

우린 쇼트파스타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지만 그걸 떠나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이 생면의 식감은 마치 수제비같았다.

거기에 쪽쪽 잘... 달라 붙은 기가막힌 소스.

보통이 아니다.

이 파스타는 메뉴판엔 없는 음식이라 파스타 이름을 여쭤봤는데 아직 정해진게 없다고 하셔서 다같이 웃었다.ㅎ


 

 

 

 

 

 

 

... 또 먹고 싶다.

먹고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쯤에서...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당신 루루디(LOULOUDI) 가고 싶으면 우리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야하고,

만약 루루디 안가도 되면 여기서 파스타 하나 더 먹자'라고.


와이프는 바로 '루루디 다음에 가면 되잖아. 그냥 파스타 먹자'고.ㅎㅎㅎ


그래서...

 

 

볼로네제 소스 '레지네테' 생면 파스타

(Bolognese)


 

 

 

 

 

 

 

내... 2017년에 최고의 볼로네제를 두 번 먹는다.

한번은 망원동 '장화 신은 고양이'의 볼로네제,

그리고 한번은 이곳 파스타 프레스카의 볼로네제.

레지네테 생면의 식감도 훌륭하지만 저... 볼로네제 소스는 정말이지...




모든 접시를 싹싹 다... 소스까지 긁어서 먹고 나왔다.

정말 좋다. 이 집.


고기리 장원막국수 김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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