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보가 있었던... 5월 23일.

하지만 22일에 아들 학교에 가게 되면서 겸사겸사 와이프와 외출도 하게 되었다.

 

올해 우린 결혼 19주년이다.

정말 만으로 딱 19년이 된거지.

내가 생각해봐도 우린 정말 사랑하면서 잘 살아왔다.

당연히 감정을 탕진하며 싸운 적도 있지만, 그것도 횟수를 따지면 통털어 한 손에 꼽는다.

 

몇몇 친구들, 지인들은 전혀 날 이해하지 못한다.

도대체 와이프가 뭐그리 좋다고 그러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갖고 사회생활 하겠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난 사회생활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게 다 사람 나름인거지.

난 여전히 와이프와 함께 외출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좋은 걸.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겠지만 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게 쪽팔려 상남자인 척하는 몇몇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쓰럽거든.

 

말은 이렇게 오글거리게 했지만 우리의 19주년 결혼기념일은 아주아주 초라하고 별/일/없/이 지나갔다.

별다른 선물도 못해줬고.-_-;;; (전날 구입한 DOEK 스니커즈가 선물이 되어버림.ㅎ)

막상 나오고 보니 월요일이었던 이 날은,

모든 미술관들이 휴관이었으며,

심지어 걸어다니며 만난 수많은 가게들도 휴무일이었다.

그럴 듯한 여행은 우리 20주년에 꼭~가자고 약속한 터였고.

 

이날 저녁을 먹기로 한 곳은 사실 연희동 '카덴'이었다.ㅎ(예약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 일찍 도착해서 연희동 '사러가 마트'에 차를 대고 장도 보고, 연희동도 좀 돌아다녀보고 싶었지만...-_-;;;

아침만 먹고 점심을 먹지 않은채 오후 3시를 넘긴 우린 배가 정말정말... 고팠다.

카덴 저녁 영업은 6시부터, 서교동 로칸다 몽로도 6시부터...

망원동 장화신은 고양이도 6시부터...일 것이고.

 

카덴에서 저녁먹겠다고 연희동 '사러가 마트'에 주차해놓고 장도 보고...했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배고픔에,

 

 

 

 

5시부터 저녁 영업을 시작하는 '랑빠스81 (L'Impasse 81)'로 건너왔다.

아아...ㅎㅎㅎ

 

 

 

 

 

 

 

 

한달만의 방문.

지난번에 한번 방문했던 오코와 바로 좌측 집.

 

 

 

 

 

 

 

 

우리가 도착했을 땐 저녁 오픈 4분 전.

정확히 5시에 브레이크타임 안내 문구가 사라짐.

 

 

 

 

 

 

 

 

또다시 이 자리.

이날 지오 셰프가 자리에 계시지 않았음.

미쇼 셰프는 주방에 계셨음.

 

 

 

 

 

 

 

 

밤이 되면 손님이 오겠지?

우리가 먹을 동안엔 손님이 우리뿐이었다.

와인을 곁들이며 늦은 저녁을 보낼 생각들이시겠지만,

창 밖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린 생각했다.

 

'아니, 이 정도로 내는 집을 몰라보고... 바깥에 내놓은 메뉴판만 보고 지나치다니...'

 

뭐 이런 쓸데없는 참견같은 아쉬움.ㅎ

 

 

 

 

 

 

 

 

물론 랑빠스81은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집이지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 중 하나.

 

 

 

 

 

 

 

 

 

 

 

 

 

 

 

이 사진은 왜 찍은거지?ㅎㅎㅎ

 

 

 

 

 

 

 

 

 

 

 

 

 

 

 

랑빠스81에 올 때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 앉았다.

 

 

 

 

 

 

 

 

 

 

 

 

 

 

 

결혼 19주년.

한결같다. 와이프는.

와이프가 내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신경쓰지마.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

 

와이프도 속으론 이것저것 걱정도 하고 고민도 될텐데 내 결정에 대해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단호하게 저리 말한다.

아들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앉아서 아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람.

돌아보면 20대는 정말 창피할 정도로 방탕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된건지 모르겠다.

결혼 20주년에는 와이프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조금 긴 여행을 꼭...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나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와이프와 단 둘이(미안, 아들) 2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오는거지.

우린 2박3일, 3박4일 여행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꾸 여행 계획을 취소하게 되는거지만.

 

 

 

 

 

 

 

 

이 신발이 결국 결혼 기념일 선물이 되어버렸네.ㅎㅎㅎ

다른 남편들은 명품백에 으라짜짜 주얼리 선물하고 막 그러던데...

 

 

 

 

 

 

 

 

앞으로도 정말 지금처럼만 당신과 살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어.

 

 

 

 

 

 

 

 

원래 이 샷은...

손님이 없길래 우리 둘 기념 사진찍으려고 대각선 테이블 위에 카메라 놓고 12초 타이머 릴리즈하고 자리로 돌아와 폼잡았는데,

마침... 주문한 음식이 서빙되어...ㅎㅎㅎ 이렇게 찍힘.

근데 나름 괜찮게 찍힌 기분이 들어서 올려봄

 

 

 

 

 

 

 

 

빠테.

베이컨으로 감싼 할머니 빠테.

빠테와 테린을 혼동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런건 내가 설명할 부분이 아니니 패스.ㅎ (나도 잘 모르는데 무슨...)

세가지 종류의 빠테가 준비되어있는데 그중 일단 이것만 주문했다.

그런데 다른 빠테도 주문했으면 다른 메뉴는 먹지도 못했을거야.

이유는,

 

 

 

 

 

 

 

 

이 빠테가 양이 정말... 든든하기 때문.

정말 생각보다 완전 든든하다.

꽤 커다랗고 뭣보다,

 

 

 

 

 

 

 

 

두께감도 상당하다.

일부 고급 샤퀴터리 집에서 얇게 내는 빠테와는 비교가 안된다.

테린이야 얇게 내도 무리없다고 생각하지만 빠테는 어느 정도 두께가 되어야...

그리고 랑빠스81의 이 빠테는 기가막히게 맛있다.

아주 진하고 헤비한 맛인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간부위가 들어간 빠테는 아직 안먹어봐서 모르지만 적어도 이 빠테는 기가 막히다.

와인 한잔 곁들이면 이만한 메뉴가 없을거야.

우린 물론 와인이 아니라 맥주를...ㅎㅎㅎ

가니쉬로 피클이 나왔는데 '왜 피클이지?' 싶었지만 먹어보니 왜 함께 냈는지 알겠더라.

당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피클처럼 단짠단짠도 전혀 아니야.

정말 맛있게 먹은터라 다음에 오게되면 다른 빠테도 한번 맛보고 될 것 같아.

 

 

 

 

 

 

 

 

그리고... '양고기 스튜'.

지난번 와서 먹고 완전히 반해버린 바로 그 메뉴.

이 음식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넉넉한 양에 부드럽고 깊이있는 소스.

잘 어울리는 딸리아뗄레.

뭐라 형언하기 힘든 환상적인 풍미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양고기.

스튜의 특성이지만 부드럽게 먹을 수 있고,

함께 조리된 당근 역시 정말 좋다.

이 메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맛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빵가루를 입혀 조리한 돼지족과 그린빈 샐러드.

(Pied de Porc Pane /w Haricots Vert Vinaigrette)

보기에도 남다른 기운이 팍팍... 느껴지지 않나?

사실 이 메뉴는 손이 매우 많이 가는 음식이다.

피를 다 빼고 세척하고, 향신료를 재우고, 초벌하고(?맞던가...), 오븐에 굽고...

이날도 제일 먼저 주문한 요리였지만 가장 늦게 나왔다. (당연히 스탭께서 이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하셨다)

 

 

 

 

 

 

 

 

돼지족도 좋지만 곁들여진 그린빈 샐러드는 신의 한수... 아니,신의 두수, 아니 신의 세수...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저 그린빈에 곁들여진 소스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걸까.

대충 뭘 넣은 건지는 알겠는데 이 끝내주는 밸런스는.

돼지족이 고소하면서도 살짝 느끼하다 싶을 때 곁들여 먹으면 완벽하게 그 맛을 보완해준다.

 

 

 

 

 

 

 

 

사실 와이프나 나는 초딩입맛이어서 이런 물컹한 콜라겐 식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족발 요리를 그닥 즐긴 적도 없다.

하지만, 싸아아아아악... 비웠다.

정말 싸악~ 비웠다.

빵가루를 입히고 튀기고 구운 이 돼지족 요리는 크리스피한 겉면과 달리 속은 이토록 부들부들하게 살아있다.

돼지족 요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을까?

 

 

 

 

 

---- 아래 사진들은 랑빠스81에 오기 전에 둘러본 곳과, 식사 후 나와서 들른 곳들이 대충 섞여 있습니다.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어요 ----

 

 

지난번 내 장트러블로 인해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나왔다가...

장트러블 해결 후(ㅇㅎㅎㅎ) 바로 다시 돌아왔건만 문이 닫혀 있었던 '사슴책방'.

다시한번 Marion Fayolle(마리옹 파욜) 책을 사러 들렀건만... '작가와의 대화' 행사로 일찍 문을 닫는다 적혀 있었다.

으엉...

 

 

 

 

 

 

 

 

어느... 집.

 

 

 

 

 

 

 

 

연남동 바틀샵 (Bottle #)

 

 

 

 

 

 

 

 

저녁먹고 나오면 여기서 맥주 좀 사서 집에 가야지 했으면서

 

 

 

 

 

 

 

 

그냥 와버렸음. 에혀...-_-;;;

 

 

 

 

 

 

 

 

에스텔라 담 바르셀로나...

박찬일 선생님께서 스페인산 전용잔도 주셨는데...

 

 

 

 

 

 

 

 

세인트 피터 크림 스타우트 (St Peter's Cream Stout).

이거 맛 무척 독특하던데?

다음에 한번 마셔봐야지.

 

 

 

 

 

 

 

 

암튼... 사고 싶은 맥주들이 꽤 많았음.

 

 

 

 

 

 

 

 

랑빠스81에서 식사하고 배가 너무 불러 걸었다.

 

 

 

 

 

 

 

 

응? 

 

 

 

 

 

 

 

 

휴일이던 바버샵 안에 고양이 한마리.

다가가니 문을 열어보려고 하는건지 기지개를 켜는건지...

 

 

 

 

 

 

 

 

안뇽~ 

 

 

 

 

 

 

 

 

아... 이집이 여기 있었구나.

예전 인스타에서 이집을 하도 많이 봐서...

 

 

 

 

 

 

 

 

 

 

 

 

 

 

 

 

이렇게 돌아본 뒤,

궁동공원에 올라 차분한... 정경의 시내를 한번 본 뒤,- 사진을 찍지 않았다- 

 

메세나폴리스 합정점에 위치한 '무인양품'에 또 들러...ㅎㅎㅎ 무인양품 커리를 사고,

또... 아들 셔츠를 구입한 후,

재고없는 바지를 즉석에서 온라인 주문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20주년 결혼 기념일은 꼭... 길게 여행 가야지.

 

 

아...

궁동공원은 무척 좋았다.

다음에 다시 한번 들러 공원 산책을 할 생각.

사실 이곳이 공원이라고 명명되어있지만 아주 낮은 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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