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제 드디어 '광화문국밥'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난 음식을 모른다.
음식먹는 것을 즐기고 조금은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먹기만 할뿐이다.
음식에 담긴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파고 든 적도 없다.
식재료에 대해선 아예 무지하다. 아는게 없다. 음식에 관한 책을 아예 읽지 않은건 아닌데 그래봐야 대체로 다 서양음식문화나 일본의 음식 문화/역사에 대한 책들 뿐이다.

그래서 난 우리 음식의 '원형'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내가 먹은 음식의 '원형'에 대해 떠들 지식이 전무하니 말이다.


그런데,
난 광화문국밥의 돼지국밥을 먹으며 이집 주방장의 음식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고 이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대충 입에 넣었던 '국밥'의 원형을 최대한 이어가면서도 자신이 그려왔던 맛을 재현해내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이 한그릇에 드러났다.
국밥의 외형은 우리가 늘 접하던 돼지국밥과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 수육을 가지런히 올린 것도 아니고 대단한 그릇에 담아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국밥을 그릇째 들고 들이마신 순간 입안에서 감기던 그 느낌은 평범함, 익숙함을 끌어안으면서도 느껴지던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솔직히 말하면 좀 놀랐다.
나같이 먹기만 하는 놈이 이런 글을 쓰면 오히려 어색할까 애써 광화문국밥 방문글에 이런 글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허접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처음 마실 때 입 속에서 느껴지던 아주 기분좋은 미끌거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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