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고 싶었던 전시는 사실 송파구민회관 내에 위치한 '예송미술관'에서 열리던 전시였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서야 이 주 토요일이 전시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았다.-_-;;;
토요일엔 움직일 수 없어 평일에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와 와이프를 태우고 출발했으나 이미 경인고속도로부터 너무 막힌 탓에 결국 성산동 리치몬드에 들러 빵만 사갖고 왔었지.(리치몬드 글 올린 날이 그날...)

그래서 일요일에 어딜 갈까...하다가 대림미술관에서 한남동에 D뮤지엄 (D MUSEUM)이란 전시장을 새로 지었다길래 가봤다.
기획한 전시마다 히트를 친 대림미술관이 본격적으로 맘먹고 만든 곳이란 생각이 들더라.
뭐 그 히트한 전시로 돈을 벌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전시 자체는 작품도 인상적이고... 공간이 좁다는 걸 제외하면 괜찮았는데 오전 10시 오픈하자마자 들어갔음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나도 사진을 찍었지만 관람객의 거의 대부분이 사진을 찍는 통에 전시에 집중한다는게 정말... 힘들더라.
특히 휴대폰의 그 무지막지한 셔터음은 정말 미치게 거슬렸다.
나도 사진을 찍지만 미술전시는 아예 사진을 못찍게 하든지, 논플래쉬 뿐 아니라 셔터음 mute가 안되면 못찍게 하든지... 그랬음 좋겠다. 물론 그랬다간 관람객이 뚝 떨어질게 뻔하니 그런 조치를 취할 리가 없겠지.

그리고... 사진찍으러 온 건지 전시보러 온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관람객도 너무 많더라.
그냥 와서 빛 예쁘니까 작품 한가운데 들어가서, 혹은 작품 보기도 힘들게 다른 이들 시야 다 가리도록 바로 작품 앞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어대곤 그냥 휙휙 지나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미술을 어떻게 향유하든 그거야 개인의 마음이니 내 뭐라 할 자격이야 없겠지만 사방팔방에서 사진찍기 여념이 없으니 진득하게 작품을 감상한다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전시실 들어와서 찰칵찰칵 엄청나게 작품 배경으로 셀카 혹은 단체사진 찍고 정말! 작품은 더 이상 보지도 않고 휙 다른 전시실로 가는 관람객이 진짜!!! 엄청 많다고)

한가지 더...
이 전시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기 이전에 이성보단 시각적으로 일단 압도되는 작품들이다.
그게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들을 보면 난 이 작품들을 일구기 위해 들어간 '자본'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우리 작가들 중 몇명이나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까?

 

 

 

 

 

유엔빌리지 입구 바로 건너편이더라.
통인동 대림미술관과 달리 이번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아주 넓직...하진 않다는거.ㅎ 그래도 고작 4~5대 주차할 수 있었던 대림미술관에 비해선 축구장 수준.
지하 1~3층인데 지하1층 주차장은 사실상 관계자들이 주차하는 좁은 공간이고 실질적인 주차 공간은 지하 2~3층.
1시간 무료, 그 이후는 요금을 받는다.
당연히 전시 감상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지금은 개장 기간이라 무료로 보내주더라.

 

 

 

 

 

 

 

 

참여 작가 목록.
국내 작가는 없다.

 

 

 

 

 

 

 

 

Neon Forms (after Noh II and III), Cerith Wyn Evans (세리스 윈 에반스)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저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모바일 투어 설명을 들어보면 세리스 윈 에반스는 비행기의 항적을 작업하기도 했다는데 이 작품은 네온을 통해 일본 전통극 'Noh'의 배우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표현한 것이라고 함.
아래 영상으로 한번 보시길.

 

 

'Noh Aoe no Ue'
전통극 'Noh' 영상을 한번 보면 대충 납득이 가더라.
다만... 이런 방식의 네온 작품은 무척 자주 접한터라 큰 감흥은 없었다.

 

 

 

 

 

 

 

 

 

 

 

 

 

 

 

 

 

 

 

 

 

 

 

 

 

 

 

 

 

Contour (등고선), Flyn Talbot (플린 탈봇)

 

 

 

 

 

 

 

 

제목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해주는 작품.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모습이 천천히 돌아가는 등고선 조명 사이로 보여진다.

 

 

 

 

 

 

 

 

Primary, Flynn Talbot (플린 탈봇)
시각적으로 매우 압도적인 느낌을 주던 작품.
Primary Colors of Light (빛의 삼원색)을 이용하여 입체적인 삼각형 도형에 투사한다.
사실...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바로 이 모습을 보곤 평면에 빛을 이용하여 대단히 입체적인 느낌을 구현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실제로 입체적인 설치물이었다.ㅎㅎㅎ
빛의 삼원색, 삼각기둥, 그리고 삼각형.

 

 

 

 

 

 

 

 

삼각형이라는 건 '안정'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에서도 트리오라고 하면 가장 이상적인 밴드 포메이션(드럼, 기타, 베이스 혹은 드럼, 키보드, 베이스)을 의미하고 시작과 끝이 없는 원과 마찬가지로 삼각형 역시 힘의 밸런스가 어느 한쪽에 몰리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빛의 3원색, 삼각뿔, 삼각형등의 가장 안정적인 삼각형태를 띄면서도 역삼각형 모형에 공격적으로 드러난 삼각뿔들이 안정적이라는 느낌보다 격정적인 느낌을 준다.

 

 

 

 

 

 

 

 

 

 

 

 

 

 

 

 

 

 

 

 

 

 

 

 

 

 

 

 

 

Line Fade, Erwin Redl (어윈 레들)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공간을 구축하고 LED를 통해 공간의 안과 밖을 구분지어놨다.
물론 가운데에 문 형태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게.
문제는...

 

 

 

 

 

 

 

 

내 생각에 이 작품을 온전히 경험하려면 저 가운데 공간으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믿는데,
이 작품의 내부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더라.
전시 작품의 파손을 염려해서일테지만 공간의 경계 안과 밖을 넘나들며 관객 자신들이 개인의 감정과 이야기를 투영하도록 해야하는 작품의 원 의도를 우린 반만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인상깊었다.

 

 

 

 

 

 

 

 

이제...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전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Chromosaturation, Carlos Cruz - Diez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
빨, 노, 파가 가득한 방.
이전까진 창작자가 기획한 빛과 색이 구현한 작품들을 바라 봤다면,
이 공간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세가지 색, 빨/노/파를 구분지어 보여주고 관객의 적극적 경험에 의해 이 세가지 색상 외의 다른 색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한가지 색을 30초 이상 바라보고 다른 색을 바라보면 인간의 눈이 잠식 효과에 의해 두가지 색상의 조합으로 얻어지는 결과로서의 색상을 보게 된다.
물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진득하게 바라보는게 너무 힘들지만.ㅎ

 

 

 

 

 

 

 

사방팔방에서 찰칵 찰칵... 아 진짜 휴대폰 셔터 소리 커도 정말 너무 크다.
무음 지원을 허가해주던지...(이건 개인이 어쩌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아님 정말 전시장에선 촬영을 금지하든지. 나도 안찍어도 상관없다. 진짜.
그냥 전시만 제대로 보는게 더 좋아.

 

 

 

 

 

 

 

 

뭐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진은 찍었지만.

 

 

 

 

 

 

 

 

그리고...

 

 

 

 

 

 

 

 

전시물을 아이가 마구 만지도록 오히려 유도하는 부모들은 무슨 생각인거지?

 

 

 

 

 

 

 

 

한가지.
난 개인적으로 이런 빛의 공간으로는 제임스 터렐의 공간이 훨씬 사색적이고 탈공간적인 느낌이 들어 인상깊었다.
그러보고니... 한솔뮤지엄의 제임스 터렐 전시를 한번 더 보고 싶네.
지금도 하려나...

 

 

 

 

 

 

 

 

자... 이제 올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볼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작품은,

 

 

 

 

 

 

 

 

Mirror Branch Daelim, Studio Roso (스튜디오 로소)
스튜디오 로소의 거울 가지 대림...이다.

 

 

 

 

 

 

 

 

수천개의 디스크를 이용하여 빛의 반사와 벽에 투영되는 그림자를 통해 마치 숲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유도한 작품.

 

 

 

 

 

 

 

 

조금더 규모가 컸다면 와닿는 느낌이 훨씬 강했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작품 자체는 무척 인상적이다.

 

 

 

 

 

 

 

 

빛의 반사와 디스크의 조형미가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모습은 구조물 자체가 아니라...

 

 

 

 

 

 

 

 

벽면에 반사된 그림자였다.
이 느낌... 무척 좋았다.
디스크와 빛이 만들어낸 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숲의 그림자 형상이라니.

 

 

 

 

 

 

 

 

My Whale, Tundra (툰드라)
그 유명한 툰드라의 압도적인 작품.

 

 

 

 

 

 

 

 

고래의 머릿 속.
아... 근데 난 왜 여기서 '신의 탑' 고래 안에 있던 우렉 마지노가 생각나냐.ㅎㅎㅎ

 

 

 

 

 

 

 

 

다른거 다 필요없고,
압도적이다.
관객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작품 의도를 비주얼이 압도해버리는 작품이다.
그냥 보고 느끼면 될 정도로.

 

 

 

 

 

 

 

 

 

 

 

 

 

 

 

 

 

 

 

 

 

 

 

 

 

 

 

 

 

 

 

 

 

 

 

 

이 작품,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Bourrasque, Paul Cocksedge (폴 콕세지)

 

 

 

 

 

 

 

 

영국 출신의 제품/조명 디자이너 폴 콕세지의 작품.
저... 매달린 하얀 판은 첨단 소재를 사용한 것이라고.
제품의 제목인 Borrasque (보아스크)는 불어로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이란 뜻.
사무실 한켠에 쌓아놓은 종이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의해 창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상상했다고.

 

 

 

 

 

 

 

 

작품의 모습은 작가의 의도대로 고정되어 있지만,
난 이 작품이 대단히 역동적인 작품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적인 위트도 느껴졌고.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사진을 좀 찍었다.

 

 

 

 

 

 

 

 

 

 

 

 

 

 

 

 

 

 

 

 

 

 

CMYK Corner, Dennis Parren (데니스 패런)

 

 

 

 

 

 

 

 

 

 

 

 

 

 

 

CMYK Corner

이 작품 벽에 하나 설치해두고 싶다.ㅎ
대니스 패런의 졸업작품이라고.-_-;;;
그림자의 색이 다채로운 색상으로 조형되었다.
이 아름다운 결과물을 가능케한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Don't Look Into the Light.
바로... 이 원리.
빛의 삼원색 빨, 초, 노가 서로 겹쳐지는 지점의 컬러를 이용한다.
그래서 그림자가 이런 색상으로 나오는거지.

 

 

 

 

 

 

 

 

 

 

 

 

 

 

 

 

 

 

 

 

 

 

 

 

 

 

 

 

 

 

 

 

 

 

 

'Onion Skin', Olivier Ratsi (올리비에 랏시)
압도적인 작품.
음악도, 작품의 느낌도 프랑스 작가답다.

 

 

 

 

 

 

 

 

선과 면만으로 이뤄내는 3차원 세상.
작가의 의도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것일지 모르지만,
내게 이 작품은 착실한 이야기로 잘 다져놓은, 내러티브가 훌륭한 영상 작품이다.

 

 

 

 

 

 

 

 

하나하나의 선, 선과 선의 레이어가 쌓이고 쌓여 면을 만들고 만들어진 면은 양쪽을 통해 서로 교차하며 공간을 만들고 색을 만든다.
러닝타임이 뒤로 갈수록 점점 압도적이 되어가는 두 화면의 유기적인 충돌과 융합은 양쪽의 영역이 주고받는 변증법적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

 

 

 

 

 

 

 

 

 

 

 

 

 

 

 

 

 

 

 

 

 

 

 

 

 

 

 

 

 

 

 

 

 

 

 

이렇게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당연히 동선은 카페/음식점과 아트샵으로 이어진다.
또 돈을 쓰라는거지.ㅎ

 

 

우리 집 식기를 만든 회사이기도 한 이딸라(Ittala)의 화분.
정말 예쁜데 저 돈이면...-_-;;;

 

 

 

 

 

 

 

 

자 돈을 쓰라고!

 

 

 

 

 

 

 

 

우린 그냥 나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