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
대림미술관의 'TROIKA Persistendt Illusions / 트로이카 : 소리, 빛, 시간' 전시를 보러 다녀옴.
민성이도 함께.

 

 

 

날씨가... 잔뜩 찌푸린 하늘.

 

 

 

 

 

 

 

 

대림미술관.
1년에 두번은 무조건 오게 되나봐.
히트 전시가 워낙 많은 편임.
폴 스미스 전시같은 실망스러운 전시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시가 상당히 유익하고 즐거웠다.

 

 

 

 

 

 

트로이카 (TROIKA)
코니 프리어(1976년 독일 출생), 세바스찬 노엘(1977년 프랑스 출생), 에바 루키(1976년 독일 출생)의 3인으로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
2003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함께 수학하며 만나 의기투합.
사진, 엔지니어링, 그래픽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주목할만한 작업을 선보인 그들의 작품은

현재 테이트 브리튼, MoMA,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등에 전시되었고 영구 소장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엔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히드로 공항에 전시되어있는 '클라우드(CLOUD)'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티켓만 갖고 있으면 이후 '클라우드'가 전시된 후 언제라도 다시 들러서 감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항상 하는 얘기지만 대림미술관은 온라인 회원 가입이 되어있으면 할인혜택을 받으니 꼭... 챙길 것.

 

 

 

 

 

 

'Falling Light / 빛방울'

 


이 작품에 대한 TROIKA의 설명.

 

에바 루키가... 엄청나게 매력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쿨럭~ㅎ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처럼 빛이 떨어진다.
백색의 LED 조명과 렌즈 사이의 거리에 따라 투영되는 상의 크기가 달라지고, 이는 마치 빗방울의 모습을 연상케한다는 점에서 착안된 작품.

 

 

 

 

 

 

 

 

 

 

 

 

 

 

매력적인 작품이다.

 

 

 

 

 

 

 

 

 

 

 

 

 

 

 

'Small Bang Squared'
검은색 잉크가 번져나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배열.
우리에게 처음 보여졌던 잉크의 색상은 검은색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의 정보가 변이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작품.
작품명이 기억이 안난다.-_-;;; (뒤쪽의 'the Weather Yesterday'도 인상적이었음)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기기는 기본적으로 고유의 노이즈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기계적인 쿨링팬을 통해 발생하는 소리만 들리는데 이 작품은...

 

 

 

 

 

 

 

포터블 오디오, 노트북, 휴대용 게임기, 조명, 스탠드, 선풍기등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전자 제품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을 통해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숨죽이고 있던 이 생명없는 기계들이 마치 말을 하듯 말이다.

 

 

 

 

 

 

 

난 이 작품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참을 보고, 전시를 다 보고 내려오다가 다시 한번 들렀다.

 

 

 

 

 

 

 

가운데 위치한 마이크가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둥글게 배치된 기계들 앞을 마이크가 지나갈 때 각각의 기계마다 모두 다른 소리가 들린다.
칠칠맞은 소리일지 모르지만, 난 그 소리가 이상하게 슬프게 들렸다.-_-;;;
아... 나이를 먹었나봐.

 

 

 

 

 

 

 

 

 

 

 

 

 

 

 

 

 

 

 

 

 

'the Weather Yesterday'
이 작품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메시지도 매우 명료하다.
항상 하는 소리지만 난 이런 명료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에 눈이 간다.

서울의 기상청과 연결되어있는 이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 지구 반바퀴나 떨어져 있는 캘리포니아의 서버에 서울의 날씨를 전송하고

다시 그 정보를 전송받아 쓸모없는 정보가 되어버린 어제의 날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기술의 발전에 집착하고, 항상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어있기를 바라는,
심지어 우리의 기억조차 디지털 세상에 의존하는 현상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비판...의 의미란다.
그 메시지가 매우 쉽고 분명하면서도 설득력있게 느껴져서 무척 인상깊었던 작품.

우린 어느덧 홀로 가만히 있는 시간의 자유를 디지털 기기에 의해 박탈당했다.
화장실에 홀로 앉아 일을 보면서 갖는 상념의 시간을,
혼자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상념의 시간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음식을 기다리면서 나누던 대화와 그리움의 시간을 모두 디지털 기기에 의해 박탈당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고,
잠시도 가만히 있을 틈없이 우린 틈만 나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말이 휴대전화지 우리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이유는 다른 이와 소통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혼자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낯설음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걸까.
우리가 항상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어있어야 안도감을 느끼는 이 현상이 난 가끔 무척... 우스꽝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우스꽝스러운 세상에 철저하게 중독되고 함몰되어있는 것이 또 나 자신이기도 하고 말이지.


 

 

 

 

 

 

 

 

 

 

 

 

5만 볼트의 전기 불꽃이 종이를 태운 모습.

 

 

 

 

 

 

 

 

 

 

 

 

 

 

이런 작업이라면 의도는 다르다지만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업이 난 더 기억에 남는다.

 

 

 

 

 

 

'Calculating the Universe'
36,315개의 흑백 주사위가 단순한 이진법 배열의 반복만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작품.
자연에 존재하는 규칙에 대해 질문한다고.
이 작품에는 알버트 아인쉬타인의 '신은 우주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인용되어있다.
아인쉬타인의 이 유명한 말이 인용되어있는 이유는 역설적인 이유인가보다.
사실 아인쉬타인의 이 유명한 이야기는 양자물리학이 잘못되었다고 증명하려고 했던 말이지 않은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아인쉬타인은 그 자신이 양자물리학이 성립하는데 대단한 기여를 했음에도 정작 그 자신은 양자물리학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Labyrinth'
목재구조와 파라핀 양초를 사용하여 연기가 바람을 따라 미로 속에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가는 움직임을 그을음으로 기록한다.

 

 

 

 

 

 

역시 이는 자연의 우연성을 이용한 작품.
하지만 그 우연적인 과정도 우연으로 보일 뿐 그 상황의 모든 정보들은 고스란히 결과에 반영된다는 것.

 

 

 

 

 

 

 

오늘 TROIKA의 전시가 재밌었다는 민성군.
나도 aipharos님에게도 인상적인 전시였음.

 

 

 

 

 

 

 

 

 

 

 

 

 

 

 

 

 

 

 

 

 

 

'the Sum of All Possiblilities'
하나의 모터가 톱니바퀴들을 거치며 다른 속도로 회전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하여 무한히 변화하는 듯 보이는 패턴이 결국 원점으로되돌아온다.(작품 해설)
시간과 광간의 유한함을 나타낸다고.
기다리면 하트...모양을 볼 수 있고 태극 무늬도 볼 수 있단다.
민성이는 기다려서 하트 모양을 봤고, aipharos님은 기다려서 태극 무늬를 봤다.
난 기다리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전시 제목이기도 한 'Persistent Illusions'

 

 

 

 

 

 

 

색색의 로프가 마치 분수처럼 끊임없이 솟구친다.

 

 

 

 

 

 

 

길이가 다른 각각의 색색 로프들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우리가 상상만 할 수 있는 모습을 실제하는 분수의 형태를 빌어 구현된 작품.

 

 

 

 

 

 

 

 

 

 

 

 

 

 

 

 

 

 

 

 

4층 전시실을 채운 압도적인 작품, 'Arcade'

 

 

 

 

 

 

 

빛, 수증기를 통해 빛이 만든 아치 형태의 길.

 

 

 

 

 

 

 

트로이카의 작업 대부분이 우연한 발견에 의해 시작되었단다.
난 이 작품이 가장 의아했던 것은 빛이 휘어져 보인다는 것이었다.
조명이나 어떠한 기계적 트릭없이 빛을 휘게 만들었다는 것.(엄밀히 말하면 휘어보이게 한거지)

 

 

 

 

 

 

그 결과 그동안 보아왔던 직진과 회절의 빛의 느낌이 한번에 흔들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고딕양식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빛을 휘어지게 보이는 방법의 비밀은 여기에.

 

 

 

 

 

 

 

 

엄밀히 말하면 빛을 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휘게 보이도록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두가 이 전시의 제목인 'Persistent Illusions'에 딱 부합하는 것 아닌가?


생각보다 무척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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