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26   성북동 '최순우 옛집' → '심우장 + 만해 한용운 선생님 유택. + 그리고... → 칼국수 만두 전문점 '성북동집' → '수연산방' + 한국오토





최순우 옛집을 나와 향한 곳은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유택인 '심우장 (尋牛裝)'.
큰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왼쪽으로 올라가서 만나볼 수 있는 곳이지만 당연히... aipharos님은 그런 길을 좋아할 리가 없다.
골목으로 들어가서 돌아서 내려가자고 하더라. 


길을 따라 올라가니 서울 성곽이 보인다.






이곳은 오래된 집들, 낡은 집들이 상당히 많은데, 어김없이 재개발 관련하여 마을에 붙어있는 개발문구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마음이 복잡하다. 난 '재개발'이란 말만 들어도.
힘든 삶의 터전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해져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엔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재개발은 다른 대안없이 곧 아파트 뉴타운을 의미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건지 납득할 수가 없는데, 

개인의 터전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싹 다 없애고 새로 지어 올리는 이런 일반적 현상이 보편화되어 결국 더디가며 

시간을 두고 볼 수 있는 모든 과정들을 무시하는 철학의 부재를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대기업 중심의 토건주의 사상이 찌든 작태 중 하나이고.
최순우 옛집등과 같은 여유로운 한국의 주거 형태와 문화가 언제부터 성냥갑같은 곳에 모두 빼곡하게 들어차 공간에 의해 개성까지 

획일적으로 속박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된 거냐고 난 묻고 싶다.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생활의 형식은 삶의 형식만 옭죄는게 아니라 개인의 가치도, 다양성도 모두 옭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개발할 경우 원주민이 그 공간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은 이미 통계적으로 밝혀졌듯 10% 남짓이며 10%가 안되는 곳들도 허다하다.
도대체 그럼 뭘 위한 재개발이지???
우리 동네도 재개발 열풍이 불어 마을 주민들이 난리였는데, 아파트 분양가도 모른다고 하고, 

보전액도 모른다고 하니 그제서야 주민들이 '우리 재산 다 날리겠네'라고 재개발 반대로 돌아섰다.

재개발?
한국에서의 재개발...?
그야말로 웃기는 소리다.









아... 근데 정말 하늘... 엄청 뿌옇다.

요즘 서울 하늘은 정말 이런거 같아.








말이 길어지는데...
한마디만 더.
난 한 눈에 봐도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 서민 동네에 출사나간답시고 커다란 카메라들 들고 죄다 좁은 골목을 쏘다니며 대문 안 모습까지 렌즈를 땡겨 찍어대고 

무차별적으로 그들 삶의 공간을 자신들의 카메라에 집어넣고 인터넷에 올려놓고는 '지난 날의 향수가' 어쩌고 운운하는 이들을 경멸한다.
묻고 싶다. 그들의 사진이 그 모습을 기록하는 건지, 아니면 그들이 떠드는 대로 '지난 날의 향수'가 어쩌고하면서 

그 모습을 박제화된 시간 속에서 끄집어내 완벽하게 타자화하는 짓인지.
당신들에겐 그게 좋은 피사체일지 모르지만, 그곳에 사는 분들 입장에선 그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진을 찍되 존중할 줄 알아라. 
그게 달동네든 어디든, 최소한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삶은 존중하라고. 
벽화가 그려진 일부 마을에서 사진찍으러 오는 분들때문에 일상적인 삶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을 들으면 속이 막 꼬인다.

난 심지어 사람들이 분명히 거주하는 달동네에 헐벗은 모델을 데려와 사진을 찍어대는 동호회 인간들도 본 적이 있다.
사진찍는걸 꼬아보는게 아니라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담을 넘어 카메라를 밀어 찍고, 대문 안의 작은 마당 모습까지 싹 다 찍고.
적당히 하자 정말.








서울 성곽이 길게... 
가을엔 정말 꼭 서울성곽을 최대한 오래 걸어봐야지. 











이제 심우장을 찾아간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정말 너무 자세히 알려주셔서 우린 크게 헤매지 않고 찾아 갈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간 이 길은 심우장을 가는 길에 대한 안내가 전혀 나와있지 않으므로 길을 물어서 가셔야 할 듯.















만해 한용운 선생님께서 투옥 이후 출소하셔서 기거하셨던 집.
심우장.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하게 되므로 이를 거부하고 북향터를 선택.
선생님께선...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시고 44년 이곳에서 생을 마치셨다.
심우장이란 명칭은 선종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열가지 수행 단계 중 하나인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현판은 서예가 오세창 선생님의 필치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작고 이후에 외동딸이신 한영숙 여사께서 거주하셨는데 일본 대사관저가 이곳 건너편에 자리를 잡자 바로 명륜동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심우장은 만해의 사상연구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측의 관리 가옥인 듯한 곳은 사람의 흔적이 없다.









팔작지붕을 올린 민도리 소로수장집.




















마음이 따뜻해진다. 진심으로.









전통과 근대가 뒤섞인 공간.



















지금 이 프레임에 찍힌 분들은 이 날 몇 번을 마주치게 된다.
성북동의 나들이 코스가 간송미술관, 최순우 옛집, 심우장, 수연산방, 길상사등으로 정해져있다시피하니 이곳에서 빈 분들을 저곳에서 또 뵙고...ㅎㅎㅎ
aipharos님 뒷편의 꼬마 아이는 엄마, 오빠와 함께 왔는데 맑고 똘망한 목소리로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더라.
꼬마의 엄마도 정말 아이에게 따뜻한 이야기들을 가득 들려주고.
나중에 꼬마 아이가 벽에 적힌 만해 선생님의 '님의 침묵'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어주는데, 주위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함께 들리니 너무나 인상적이더라.
aipharos님은 꼬마의 시낭송(?)이 끝나자 꼬마에게 가서 잘 들었다고 인사까지 했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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