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ation of a High School President]
Directed by Brett Simon
2008 / Reece Thompson, Mischa Barton, Patrick Taylor

브렛 사이먼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학원을 배경으로 한 미스테리물로는 영화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영화가 있지만 지금 당장 기억나는
영화들은 스테디 컬트로 추앙받았던 [Heathers/헤더스]와 조셉 고든 레빗이 마치 험프리 보카트처럼 나왔던,
노라 제트너와 함께 찍은 [Brick/브릭]이다.
기본적으로 이름때문에 놀림받는 펑키(리스 톰슨)는 고등학교 기자 지망생이고 잘난 특종으로 언론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장학금을 받는 것이 목표지만 상황은 그닥 녹록하지않다. 범생정도로만, 그것도 그닥 존재감도 없어 여러
학생들에게 놀림이나 받는 처지다.
그러던 중 사귀고 싶어하던 학교 편집장으로부터 학생 회장에 대한 기사를 써보라고 제안을 받고, 마침 그때 학교
에서는 학생들이 시험본 SAT 성적이 교장실에서 분실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펑키는 이를 파헤치고 학교 기사에 학생회장의 짓이라고 단언하는 헤드라인을 실어 이른바 학교의 우상으로
하루아침에 이른바 '신분상승'을 이룬다. 게다가 전교 남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자 학생회장의 애인이었던
프란체스카(미샤 바튼)까지 그에게 호감을 보이고 다가온다.

프란체스카의 역할이 마치 [Brick/브릭]의 노라 제트너와 비슷한 역할이고, 시종일관 간지 좔좔 흐르고 머리는
비상한데다가 싸움마저 잘하는 조셉 고든 레빗과 달리 이 영화에서의 펑키는 열의만 넘치는 어리숙함을 벗어
나진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진행 도중 합리적인 단서들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어 추리극의 형태를 따라
관객과 함께 풀어가는 재미는 제법 나쁘지 않다.
그와 동시에 드러내진 않아도 이 영화는 약물과 보다나은 성적에 매달리는, 이상적 교육의 현실에서 추락해버린
미국의 교육 현장을 풍자하는 동시에, 빈약한 근거만으로도 상대방을 몰락시킬 수 있는 공격적인 기사들을
검증없이 실어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대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까지 풍자한다.
뿐만 아니라 아마도 이라크 파병 장교였던 것으로 추측되는 학교의 교장(브루스 윌리스)을 통해 자신만의 신념을
절대적인 가치로 믿고 강요하는 보수적 사회상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 메시지가 탄탄한 시나리오와 맞닿고, 출연진의 좋은 연기가 뒷받침되면서 영화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재미를 준다.
영화의 마지막, 편집장은 방황하던 펑키에게 '다 잊어버려, 고등학교잖아'라고 얘기하지만,
뒤돌아가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난리가 벌어진 고등학교와 이들이 맞닥뜨린 사회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브렛 사이먼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가 되는데 아직까진 차기작에 대한 어나운스조차 없어서 궁금하기 짝이 없다.

*
미샤 바튼은... 파릇파릇한 고등학생이라고 보기엔 다소 나이가 좀 들어보이더라.
상대적으로 리스 톰슨이 너무 앳되어보이기도 하지만.

**
이런 고등학교 생활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댈 수는 없지만,
고작 대부분 학교에서 수업받고 학원가서 줄줄이 공부하는 것 외에 학교를 통한 체험 자체가 황당하리만치
한정되어 있는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럴거란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다.

***
중반부 학생회장의 저격씬은 전혀 상관없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린제이 앤더슨의 68년작인 [If...]에서의
말콤 맥도웰의 지붕 위 난사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 난사의 대상과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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