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아침.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와서 향한 곳은 롯뽄기에 위치한 '모리미술관/모리뮤지엄 (Mori 미술관)'이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이번 모리뮤지엄에선 무라카미 타카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엄청나게 관심을 모은 전시...

왠걸...
현대 VISA카드를 냈더니 1,600엔/1인(성인기준)의 입장료 두명분이 면제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자그마치 3,200엔을 아끼게 된 것.
아들 1,100엔만 냈다.
지금 무슨 프로모션 기간이라고...(그게 현대VISA 프로모션인지, VISA 프로모션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혜택 안내없이 들어가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봐선...)

무라카미 타카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터 아닌 애니메이터다.
(아... 이게 무슨 말이야)

만화가로서의 재능이 없어 예술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그.
이게 무슨 허세따위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정말 진지하다.
그는 예술가의 창작 활동보다 매주마다 마감에 쫓겨 결과물을 내놓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화가들을 더욱 높이 평가하곤 했다.

이번 전시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의 'the 500 Arhats (500 나한)'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진행된 작업으로
자원받은 작업자들을 24시간 교대로 함께 작업하여 완성된 결과물들이다.
그... 작업 스케일이나 디테일이 너무 놀라울 정도여서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아들은 이 모리 뮤지엄의 무라카미 타카시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깊었나보더라.
이 오타쿠 출신의, 이젠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는 무라카미 타카시의 말도 안되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종교, 쾌락, 환락을
맘대로 드나드는 뽕기운 만랩의 작품에 우린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무라카미 타카시 역시 자신의 작품에 종종 모습을 보인다.
작가의 모습이 작품에 나오면 '호... 이 작품은 더 잘 팔리지 않을까?' 싶었다던데 아마 실제로 그럴거야.

미스터 돕. (Mr.Dob)


유치원 아이들이 도슨트와 함께 관람을 왔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몇명씩 꼭 보조로 붙어 있더라.


상당히 재미있게 전시를 본 아들.




작품의 언더라인을 읽는 것과 무관하게...
엄청난 디테일과 스케일만으로도 분명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도슨트의 눈높이 안내에 잘 호응하는 아이들.
무척 흥미로운 눈빛으로 보더라.



모노노케 히메...가 생각난다.

와이프가 정말 보고 싶어했던 전시.

아... 좋구나...

단순히 흰 바탕이 아니라.. 타카시 해골들이다.

제목이 기가 막히다.
'My Heart Bursts with Adoration for My Master'.
이건... 애니메이션 '팔견전'같은 곳에서나 볼 법한 상상력이 아닌가.


헬로우 달마.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는 해골들인가.
이 작품엔 대지진 이후의 평안과 명복을 기원하는 무라카미 타카시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the Severe Art Critic Redefined : Delighted! Difficult... and Dazed!'
제목 따로 감상 따로 하던 내게 아들이 알려줬다.
왼쪽부터 기쁘고, 난감하고, 멍때리는 모습이라고.

'Reborn'
이 얼마나 직관적이면서도 명료한 표현이냐.



그릴 상징해주는 캐릭터가 되어준 Mr. Dob.


엄청난 규모의 'the 500 Arhats / 500 나한도'가 보인다.

전시도 좋지만...
모리뮤지엄의 전시 공간은 정말 너무나 훌륭하다.
이토록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니.

대단하다. 정말...

500명의 나한 중 표정이 같은 경우는 하나도 없다.



어마어마한 디테일.
지도 가이드도 전시해놨던데...
'지시한 대로 하란 말이야 멍충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빵터졌다.

눈높이 교육.



이 안에 모두 다 있다. 저 작은 그림 안에 표현되었던 동물상부터.

'the 500 Arhats (500 나한)'
500 나한들이 모두 제각각의 모습으로 정교하게 표현되어있다.

데미언 허스트가 생각난다.

동일본대지진은 많은 일본인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던 것 같다.

아... 진짜 타카시의 세상은 기가 막히는구나.


이걸 보고... 고스트 라이더가 떠오르다니...





제목이 'Idiot'이다.
이보다 더 명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말이 어디 있을가?

매우 착한 가격의 타카시표 가방.
뭐... 겨우 300만원대니까.ㅎㅎㅎ

이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볼 만한 가치가 있다.(그렇게 길지도 않다)
그가 처음 예술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했던 인터뷰부터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예술가가 되었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에 대해 소상하게 나온다.
이 영상은 따로 녹화해놓고 싶을 정도로 유익하더라.
정말 전시 잘 보고...
멍청하게도 모리빌딩 옥상은 가보지도 않고 내려왔다.
이 무슨 바보짓이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