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것
- 출/퇴근길 음악 듣기, 출/퇴근길 필름 2.0 보는 재미.
- 가족들과 나들이 나가서 사진 찍기.
- 그냥 aipharos님과 있는 것 그 자체. 서로가 다른 일을 하고 있든 아니든.
- 민성이의 엉뚱한 이야기들, 민성이의 한없이 밝은 웃음.
- 마음 맞는 이들과 얘기하는 것.
-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 아무 생각없이 봐도 재미있는 영화들.
- 뭔가 새로운 관심사에 미치도록 빠져 버리는 일.

* 나쁜 것
- 타인에 대한 배려라곤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
(버스/전철에서의 쉴새없는 수다, 전화통화, 출입구에서 버티고 서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도
비켜주지 않는 도대체 납득이 안가는 인간들-요즘 너무 많다-)
- 자신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
- 기자들...
- 쉴새없이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들.
- 그리고 그에 아무 생각없이 말려드는 사람들.
- 아이들이 놀 시간없이 학원에서 학원으로 끌려다니는 현실
- 모든 것을 다 종교와 결부시키는 사람들.

**
aipharos님, 지인들과는 얘기했던 것이지만.
일주일에 2~3회 영어학원을 보내면 아이들이 정말 그만큼 영어 실력이 늘어날까?
집안에서 아이들과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선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와 자기
엄마한테 '엄마 배고파요'라고 말하는 순간 사실 그건 벌써 글러먹은 것 아닌가?
결국 지금 신분상승과 기득권 세력에의 편입의 무슨 티켓인양 미친 듯이 불어닥친 이 나라의 영어
열기는 과거 대학생들의 토플, 토익 공부와는 대상과 목적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내가 영어만 잘했어도'라는 논리로 마치 지금의 자신의 처지가 사실 '영어를 못해서'인 것으로
협소화하고, 자기 아이들만큼은 영어를 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아이들을 몰아가버리는
어른들을 주변에서 보면 이젠 나와 aipharos님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난 대한민국이 전부 미쳐간다...고 얘기했는데, 지난 주 '추적60분'에서 진중권씨도
똑같이 한탄하더군. '집단 광기같다'고...

그런데 정말로!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들을 영어 학원에 내몰면 정말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 물론 주입식 영어로 아이들의 그 탁월한 두뇌를 이용해 앵무새처럼 기가막히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언어라는 문화를 학습하게 하는 학원이 정말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왜 도대체 모두가 native speaker를 만들려고 하는 지도 도대체 납득이 안간다.

태어나면서, 내가 정한 것도 아닌데, 우린 공부를 '잘' 해야하고,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한다. 태어나서 다들 똑같은 길을 가야 한다면, 도대체 왜 태어나야 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저 길에서 벗어나면 수많은 경제적 궁핍과 더 힘든 난관을 거쳐야 하며,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좌절한다.
전술한 전제를 제대로 이행해야만 '경제적 여유=삶의 질'을 획득할 수 있는 능선에 다가가는 것이니까.
그 가장 기본적인 것을 '영어'라고 생각하나보다.

난 무섭다.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많은 관심사를 접해보고 즐기며 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방과 후 놀 시간도 없이 학원에 보내지고, 학원에서 주입시키는 교육을 또다시 받으며
친구들과는 단편적인 시간 밖에 갖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게임과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아이들이
이 나라를 짊어질 10년 후, 20년 후가 난 무섭다.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은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
폭력적인 사람은 다원성에 대한 포용력이 지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그리고 폭력을 통한 공포와 두려움을 왜곡시키는 순간,
그들이 괴물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
63빌딩 수족관에서 민성이 또래의 아이들이 불가사리와 게들을 집어서 내동댕이치고,
어떤 아이는 두툼한 공책으로 거북이 등을 미친듯이 패는 것도 모자라 주먹으로 내리 치는 모습을
본 순간, 내가 아연실색했던 것은 그 아이들의 이러한 폭력적인 모습 때문이 아니라 그 많은 아이들의
폭력을 완전히 방치하던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은 순간, 민성이가 아이들이 일부러 다 뒤집어 놓은 불가사리를
하나씩 다시 돌려놓는 모습을 봤다.
작은 유리에 갇힌 노란 아나콘다를 예쁘다고 바라보고 너무 좁아서 답답할 것 같다고 얘기하는
민성이를 봤다.
내 아들이기 이전에, 최소한 우리 민성이는 아직 아이들이 원래 가지고 있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한 숨이 놓였다.

장수풍뎅이를 두마리 사서 기르고 있다.
솔직히 난 장수풍뎅이를 손으로 잡지 못한다. 겁나서. ㅎㅎ
민성이는 조금 겁은 내도 일단 자기 손으로 잡는다.
둘 다 흙을 파고 들어가서 안보이면 걱정이 되는지 다시 흙을 살살 파내어 밖으로 꺼낸다.
물론 흙을 파고 들어가는건 장수풍뎅이의 습성이지만, 사람의 기준에서보면 질식할 것 같이 보이나보다.

어릴 때부터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영어 공부와 학원 교육과 비교가 되지 않게 중요하다.
물론 비교의 대상도 아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저 겁이 나는 것 같다. '아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이러면서.
다른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안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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