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12  낙원동 한식집 '호반' + 익선동 약간 →  민중총궐기 집회 → 연희동 '카덴 (이자카야/로바다야)' → 서교동 무국적 주점 '로칸다 몽로 (Locanda 夢路)'

 

 

 

 

종로3가 호반에서 식사한 뒤 원래 서울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 <Hell or High Water/로스트 인 더스트>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서울극장 가서 앉아있으니... 와이프가 좀 힘들어해서 바로 영화 취소하고 종로3가 인근의 모텔로 들어가 쉬었다.
생리통으로 고생한 와이프는 모텔에 들어가자 마자 잠에 들었고, 나도 어떻게든 한숨 붙이려고 했는데...
층간소음 방지따윈 개나 줘버린 듯한... 마치 바로 옆에서 뭘 끌고 집어던지는 듯한 소음에 도무지 잠을 청할 수가 없더라.-_-;;;

 

 

 

 

비록... 층간소음으로 제대로 쉬진 못했지만 와이프는 그래도 좀 누워있었더니 통증이 덜했다고 하네.

방마다 인테리어 컨셉이 다 다른 모양이던데... 
우리에게 5,000원 깎아주면서 방은 승급해주셨는데 무척 감사했지만... 우리가 들어간 그리스(Greece)룸은... ... ... ..

이런 애매한 컨셉은 확실히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방은 무척 깨끗하고 이곳저곳 신경쓴 흔적이 있으며 프론트 스탭들도 상당히 친절했다.

 

 

 

 

 

 

 

 

친구들에게 카톡과 전화...등이 왔다.
친구들은 이미 교보문고 쪽에 자리를 잡았단다.
친구들과 합류할까했는데 마침 지인으로부터 집회 참여를 위해 오고 있다는 문자를 받고 종각역 앞에서 만났다.

 

 

 

 

 

 

 

 

대단했다.
종로 3가부터 대로로 광화문쪽으로 진입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했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 여러 사람들이 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너무나 많은 인원으로 대오가 정비되지 않아 집회에 어떻게 참여해야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분들...
하지만 이 모든 모습이 놀라운 장관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퍼지는 공간.
이게 광장의 기능이지.(이날은 대로...의 기능이었지만)

 

 

 

 

 

 

 

 

물론...
난 지금 닭의 형편없는 지지율이 닭과 적당히 선긋기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의 개누리 후보가 나올 경우 언제 그랬냐는듯 얼마든지 반등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저 닭대가리가 당장 하야를 할 리도 없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충분히 평가되어야지.




*

하지만 지금 우리의 성난 민심을 드러낸 이 시위에 '질서',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방점을 찍어대는 언론의 기사는 대단히 불만스럽다.

분명한 것은, 우린 그 자리에 우리의 성난 민심을 표출하기 위해 온 것이지 시민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질서의식도 출중한 국민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이 무능력하고 양심도 없는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 것 아닌가?

물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우리 시민들의 놀라운 배려심과 질서의식엔 나도 감탄해마지 않지만 자꾸만 질서의식에 방점을 찍는 기사들은 교묘한 프레임 안에 갇히는 느낌도 든다는 거다.

그러니까, 차벽을 쌓고 네들은 그 안에서 100만이고 200만이고 놀든지 시위하든지 하라는 느낌도 든다는거지.

질서정연한 시위문화 덕분에 집회 = 폭력시위 정도로 생각하던, 그동안 시위에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까지 어색함과 거부감을 털고 광장에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겠지만  만약 시위가 장기화되고 시민들이 지치기 시작하면 집회 참여 인원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지금처럼 이전에 비해 유연한 대처를 하던 경찰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할 것이고 불가피하게 무력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지금 어쩔 수 없이 민심 눈치보며, 또다른 플랜 가동하느라 시위대에 대해 우호적 기사를 내고 있는 기레기들이 시위대를 옹호할까?

절대 그렇지 않을거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순간 그 자신이 수사대상이 되고 집권부 주변이 줄줄이 수사대상이 될 것을 뻔히 아는 저 작자들은 버틸 때까지 버티며 우리가 지쳐 나가떨어지길 기다릴 것이다.

광우병 시위 때도 그랬듯이 그 지난한 시위를 통해 무엇 하나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어정쩡하게 시민이 물러났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보자.

유모차를 끌고 나오신 주부까지 고소 고발로 옭죄었고 MBC PD수첩은 사실상 공중분해되었었다.

노조 파업이 진압된 뒤 손배소까지 밀어부치는 저들의 뻔한 레퍼토리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저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귀일 뿐이니까.

부디 이 하나가 된 함성들이 잦아들지 않기를 바라며,

야당이 제발... 시민의 염원을 정치적으로 제대로 관철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이 허탈하게 마무리될 때의 그 절망감을 또다시 맛보고 싶진 않다.

이렇게 얌전하고 착해빠진 시위의 프레임에 가둬 두려는 기사들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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