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리만 해놓고 좀 전 어머님과 aipharos님과 Sidney Lumet(시드니 루멧) 감독님의 신작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를 봤습니다.
제가 워낙 좋아했던 감독이기도 하지만, 너무 이제 고령이셔서 과연 예전의 포스가 나올까...했는데,
놀라웠습니다. 다만... 한없이 가슴이 무거워지는 영화군요.
도곡동에서 멋진 런치를 즐긴 후,
소격동으로 이동했습니다.
현대갤러리에서 '줄리안 슈나벨 아시아 순회전'을 하고 있어서 꼭 보고 싶었구요.
또하나는 김동규 작가가 조명을 모두 담당했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 작가의 전시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열렸기에 보기 위해서 입니다.
백현진 개인전
어어부 프로젝트의 그 백현진이 맞습니다.
어어부 프로젝트는 사실 제 취향은 아닙니다. 공연도 아주 오래 전 본 기억이 있긴 하고, 얼마전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공연에도 어어부 프로젝트의 곡이 두 곡이나 나왔었죠.
게다가 사실 이래저래 주워 들은 이런저런 gossip들도 좀 그렇고.
아무튼, 이 전시회를 간 이유는 순전히 김동규 작가가 조명을 책임졌기 때문입니다. -_-;;;;
작은 공간에 스터드로 동선을 만들고, 2층은 역시 좁은 공간을 기발한 발상으로 색다른 전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2층의 경우 엄청난 열을 뿜는 조명을 모두 달았음에도 너무 낮은 공간을 밀폐해놔
스터드의 도료 냄새가 눈을 찌르더군요. 덕분에 얼마 있지 못하고 튀어 나왔다는...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건 없지만 백현진 작가의 그림은 이상하게 Ann Wood의 작품을
연상시킵니다. Ann Wood의 작품이 작품 내에서의 인물들이 개체적 독립성을 가지면서 결국엔 하나의
이미지로 명확한 지향성을 갖는 것에 비해, 백현진 작가의 그림은 얼굴이라는 보다 상세한 표현 대상에
집착하지만 자의식 과잉을 곳곳에서 느끼게 됩니다.
그의 캔버스에 넘쳐 흘러내린 도료들처럼, 정말 지나치리만큼 깊은 자의식 과잉을 느껴요.
이건 부담스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소통하지 못하고, 박제화된 아티스트의 모습같은 걸 느끼는거죠.
제가 그렇게 느꼈다는 것 뿐입니다...
줄리안 슈나벨 '슈나벨 아시아'
아무튼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시를 보고 곧 바로 현대갤러리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의 목적은 바로 현대 갤러리에서 'Julian Schnabel'의 아시아 순회전을 보는 거였어요.
워낙 작품이 좋아 조금은 신경써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갤러리 현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줄리안 슈나벨의 작품을 보면서, 그가 수차례 반복해왔던 이 말은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명제같지만,
사실 수없이 많은 예술 영역의 이른바 캐즘과도 같은 블랙홀에 항변하는 이 말이 더더욱 다가옵니다.
아시아 순회전의 일환인 이 전시는 무료 관람입니다. 다소 의외였구요.
전시는 지하 1층, 1층, 2층에 걸쳐 열렸습니다.
이 곳은 2층 전시장 한 편의 모습입니다.
우측으로 줄리안 슈나벨의 부인인 Olatz가 보입니다.
그의 두번째 부인이자 아직까지 잘 살고 있지요.
정확하겐 Olatz Lopez Garmendia인 그녀는 줄리안 슈나벨이 감독 데뷔한 [Basquiat/바스키아]에서
여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잠수종과 나비]에서도 당연히 출연했구요. 2000년 [Before Night Falls]
에도 출연했습니다. 음... 줄리안 슈나벨 영화에만 다 출연했네요.
대단한 육체파 여배우이기도 하죠.
바로 이 여성입니다.
이 그림은 실제로 보면 줄리안 슈나벨이 바라보는 부인에 대한 심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정말 옴싹달싹 못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몽롱한 작품입니다.
유명한 세 편의 Portrait이 이쪽에 걸려 있습니다.
줄리안 슈나벨은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많은 작품을 창조했죠.
전에 메신저로 누군가가 내게 '그 작품들을 보면 이해가 가세요?'라고 물어보더군요.
이런 질문을 어쩌다 받곤 하는데, 그들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보지 않는다는 거에요.
전 아주 단순하게 대답합니다. 그걸 다 이해하려면 도대체 왜 학교를 졸업한거냐고.
우린 눈앞에 있는 대상을 보면 그걸 분석하려하고, 분석을 싫어해도 무의식 중에 그 대상을 판단하려고
들지요. 그런 피곤한 행위에 길들여지다보니 낯선 대상은 피곤하기 짝이 없는 겁니다.
그럴 필요없어요.
이 그림을 저보고 이해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아주 깊이 이해하겠어'라고 말하겠어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그저 저 캔버스에 힘있게 그어지고 터질듯한 감성으로 매조지한 색채와 터치를
통해 그의 형언할 수 없는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이해한게 아닌가 싶네요.
재밌는 것은 아무리 작품의 의도를 모른다해도 그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작품들이 너무 많다는 거에요.
민성이도 이 전시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저와 aipharos님, 어머님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도록을 구입했습니다.
다 좋습니다. 무료 관람 감사하고... 다만, 도록 값은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 갤러리의 칸디다 회퍼 도록도 2만원이었는데, 이 도록은 4만원이에요.
기가막힙니다...
그래도 구입하긴 했습니다. 워낙 물량이 적게 들어온 것도 알긴 하지만, 너무 비싸요.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본 그림을 집에서 다시 한번 도록을 들추며 상기한다는거에요.
물론 도록의 사진과 실제 전시된 그림은 너무 너무 너무...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시는 가서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
나와서 상설전시관에서 김병종 작가의 '카리브 연가'를 봤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 중 '카리브의 석양'이란 그림이 있던데,
빨려 들어갈 듯 아름답더군요...
아... 정말 사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
줄리안 슈나벨의 영화 [Basquiat/바스키아]에선 엄밀히 앤디 워홀이 바스키아를 이용한 듯한
뉘앙스가 대단히 강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그게 정설처럼 되어 있구요.
그런 시각이 설득력을 더욱 가졌던 것은 줄리안 슈나벨이 바스키아와 작업적인 동료의식이 상당히
강했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시대엔 대단한 사회적 메시지를 함의한 공산품들이 전시장을 지배하던 때잖아요.
앤디 워홀을 필두로 말이죠.
그런 시대에 다시 한번 페인팅의 부활을 외친 것이 어떻게 보면 줄리안 슈나벨이기도 하고, 그의
작업적 동료는 또 바스키아이기도 했죠. 그런 시선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긴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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