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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글을 쓴다는게 뭔가 의무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얘기를 꺼내지 않고 오늘 받은 선물을 얘기하긴 힘든 일.


난 온라인으로 맺은 관계에 대해 대단히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해왔던게 사실이다.

온라인으로 갑작스레 교감이 잦아지며 텍스트로 마음을 터놓는 지점에 이르더라도 그 온라인 관계라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관계가 발전되지 않을 경우, 그 끈끈한 관심과 애정이 대단히 쉽게 휘발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터였다.

그렇다고 그런 관계에 대한 아쉬움같은건 전혀 없었다.

어차피 새로운 환경, 새로운 관계에 대한 어색함과 경계심이 많은 성격이라 딱 그 정도의 교감과 관심이면 족하다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블로그나 SNS로만 만나던 분들을 한명두명 만나게 되고, 기존에 맺어오던 지인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지면서 뭔가 좀... 내 삶의 인간관계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이 다시 온라인으로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면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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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또 새우 선물을 받았다.

이 새우 선물을 보낸 그녀를 우린 아직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그녀가 온라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작년 한해를 빼곤 거의 매해 선물을 받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이 새우가 얼마나 힘든 결실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아버님께서 힘들게 양식해서 낸 노동의 산물.

내 그 과정을 아주 자세히 듣고, 사진을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선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린 맛있게, 감사하게 잘 먹으면서도 늘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게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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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유쾌발랄한 그녀와 인연이 된 건 내 개인 블로그를 그녀가 찾아오면서부터인데,

그때 그녀는 아직 대학생이었다.

우리 아들은 초등학생이었고.

그러니까... 9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인연이라는거지.

물론... 아직까지 얼굴 한 번 안보고 13~14년 온라인 인연만 맺어오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블로그 인연이 지금은 페북 인연으로)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녀가 뉴욕에 여행갔다오면서 우리 아들 선물을 사온 적도 있으니...

이쯤 되면 도대체 여지껏 한 번도 오프에서 만나지 않았다는게 도통 이해가 안 갈 지경이다.

그러다 얼마전...

드디어 소심하기 짝이 없는 우리는 어찌어찌하여 그녀를 3월에 만나기로 했다.

 

 

 

 

그녀가 보내준 새우를 와이프가 열심히 조리했다.

새우찜, 새우튀김.

마침 아들도 졸업식 때문에 오늘 집에 온 터라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지.^

 

 

 

 

 

 

 

 

 

 

 

 

 

 

 

청주만 이용한 새우찜.

새우도 맛있고 아래 깔린 채소의 단맛이 잘 살아나 정말 좋았다.

간도 안하고 그냥 찌기만 해도 이렇게 맛있구나.


아직 새우가 남았는데 남은 새우는 모조리 튀김으로!ㅎㅎㅎ

 

 

 


 

그녀 덕분에 이번에도 실한 새우를 정말 잘 먹었다.

우리가 싱싱한 새우회를 먹어본 것도 그녀가 보내준 새우 덕분이었지.



수연님, 3월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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