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의 하늘은 세기말이나 뭔 SF 디스토피아 영화에 등장할 법한 분위기더만...

오늘은 세상 이런 날 없을거야 버전의 맑고 쾌청한 날씨.

기온이 4℃ 정도만 낮았어도...


암튼...

차는 공영주차장에 주차해놓고 슬렁슬렁 예약해놓은 음식점으로 걸어갔다.

물론 이 집은 발렛 주차가 되지만... 뭐랄까 점점 더 발렛주차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진다.

발렛 주차를 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불신 얘기가 아니라...

음식점 코 앞까지 차를 끌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이런 분위기에 점점 거부감이 심해지는거 같아.

아... 도대체 난 나이 먹을수록 왜 이렇게 싫어하는게 많아질까.

왜 느긋하게 여유있는 꼰대가 되지 못하는건지 모르겠어.

 

 

 

 

 

암튼... 왔어요.

예약한 집으로.

이 집, 고기리 장원막국수 김대표님께서 알려주신 집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이런 집 소개해주셔서.

미리 말씀드리지만 정말정말정말 좋았어요.

 

 

 

 

 

 

 

 

들어갑니다.

(사실은 이 문으로 들어가지 않았어요.ㅎㅎㅎ)

 

 

 

 

 

 

 

 

이내 곧 만석이 됩니다.

저흰 11시 30분 오픈 시간에 예약했음.

워크인 손님이 더러 들어오시던데... 워크인으로 들어와 먹기는 쉽지 않은 곳인 듯.

 

 

 

 

 

 

 

 

내부는 정갈 소박 아담하면서 편안...하다.

아, 난 이런 분위기가 좋아.

얼마전 합정의 요즘 뜬다는 모 카페에 갔다가 사진 하나 안찍고 나왔다.(포비 아닙니다)

그 과시적인 타이틀,

브라스, 화이트 마블, 샹들리에... 다 좋아하는 오브제들인데 이상하게 내겐 너무나 얄팍스럽게 느껴졌었다.

정말 그 공간에 1분도 머물기 싫어 허겁지겁 돌아나왔었지.

게다가... 그 마당에 묶여있던 개가 싸놓은 그 거대한 똥 바로 옆에서 우아하게 디저트를 먹고 있는 분들을 보니 뭔가...

그로테스크한 '핑크 플라밍고'를 보는 기분이었어.

 

 

 

 

 

 

 

 

 

 

 

 

 

 

 

내가 앉은 자리에서 주방 스탭분들의 움직임이 계속 보였는데...

말도 안되는 직감인데... 이때 '아... 이 집 정말 맛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콜은 패스.

산 펠레그리노 750ml.

응? 이걸 7,000원만 받으심.

업장에서.

 

 

 

 

 

 

 

 

 

 

 

 

 

 

 

식전빵.

짭쪼름하면서 잘 감기는 빵.

정말 맘에 들었다.

올리브 오일 뒤에 보이는건 마스카포네 치즈인데 풍미가 상당히 좋다.

얹어 먹어도 좋고.

 

 

 

 

 

 

 

 

애피타이저로...

그날의 해산물 플레이트.

이거... 진심 대박.

근래에 먹었던 애피타이저 중 베스트.

감히 베스트라고 말하겠음.

 

 

 

 

 

 

 

 

탱글탱글하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문어는 물론이고,

신선하고 잘 조리된 여러 해산물들,

거기에 아보카도, 파프리카, 퀴노아를 이용해서 낸 정말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던 소스들.

그리고 완/벽/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토마토.

토마토의 신 맛을 싹... 빼고 기분좋은 단맛과 향을 잘 살린 이 토마토.

 

 

 

 

 

 

 

 

진심... 완벽한 씨푸드 플레이트.

이 정도의 씨푸드 플레이트치곤 가격이 정말 좋았다. (18,000원)

 

 

 

 

 

 

 

 

그리고 파스타.

먼저... Dried Spaghettini with Seasonal Conch (제철 소라 오일 파스타)

 

 

 

 

 

 

 

 

제철 소라의 맛도 훌륭하고, 그야말로 기분좋은 '오일리'한 파스타 그 자체.

기가막히게 입에 감긴다.

먹으면 먹을수록 오일 베이스의 소스의 기분좋은 상큼함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아주 훌륭한 파스타.

 

 

 

 

 

 

 

 

그리고... 역시 정말 훌륭했던 Squid Ink Octopus.

문어가 들어간 토마토-허브 소스의 오징어 먹물 생면 스파게티.

 

 

 

 

 

 

 

 

처음 딱 두 번 먹을 때까진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중엔 소스를 싹싹 다 긁어 먹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지.

이거... 먹을수록 은은한 토마토-허브 소스의 깊은 맛이 한겹한겹 쌓여 올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생면.

탱글탱글한 느낌의 이 생면 식감도 정말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아... 정말 만족스러운 파스타 집을 만난 것 같아 행복했다.



+

고기리 장원막국수 김대표님,

멋진 파스타 집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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