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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을 뒤늦게 보고 있다.
원작 만화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난 <미생>이 뭔지도 몰랐다.
이 드라마가 크게 이슈가 되어 관련 기사가 넘쳐났음에도 난 그 기사 한 줄을 읽어보지 않았다.
드라마... 자체에 관심끊은지가 무척 오래 되어서(그건 미드고 일드고 다 마찬가지)...
그나마 근래 재밌게 본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인 <한자와 나오키>와 <루즈벨트 게임>...

그래도 와이프가 재미있다고 권하길래 한번 쭉... 1화부터 봤는데 확실히 재밌더라.
직장과 사람은 있는데 '일'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간의 실장님 드라마와 달리 이 드라마는 '일'만 보여준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은 겪어봤을법한 상사와의 갈등, 동기간의 갈등, 질투, 그리고 비인간적 모멸감, 성차별,

그리고 사내의 정치적 입장등이 정말 대단히 실감나게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되어있다.
이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쓴 직장 드라마가 어디 있었나 싶다.
게다가 인물들도 실재 있을 법한 대리, 과장, 차장, 부장들이라 몰입이 쉽다.

드라마 덕분에 윤태호 작가의 만화도 보게 되었는데 아직 다 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만화에 비해 드라마는 사람과 사람, 부서와 부서, 정치적 이해관계의 갈등요소를 많이 부각시킨 듯 하다.
이를 받아들이는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몇몇 에피소드에 있어서는 갈등의 양상 자체가 납득하기 힘들기도 하고.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있는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마지막 방영까지 쭉... 볼 것 같고.

이 드라마에선 직장인들의 냉혹한 현실처럼 식구들과 얼굴 한번 제대로 맞대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반복되는 야근과 술자리로 고된 직장인들의 비애가 드러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승인되면 또 그대로 세팅하느라 정신이 없어 밤을 새고 야근은 밥먹듯 하며, 차분하게 멘토링을 해주는 상사라고는

장그래의 사수인 김대리 정도 뿐이며, 나머지는 신입이 알아서 일을 찾아내도록 하거나, 신입의 업무공적을 가로 채거나, 윽박지르거나 아니면 철저히 무시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우린 왜 '친절한 멘토링'보다 '카리스마적 멘토링'을 더 쿨하다고 할까?
친절한 멘토링이라는게 이것저것 하나하나 다 대답해주는게 아니지 않나? 길을 모를 때 길을 찾을 수 있는 전제를 알려주거나

모르는 상황을 몸으로 부딪혀 얻는 리스크를 최소한 줄여주는게 '친절한 멘토링'이 아닌가?
왜 그걸 이렇게 전쟁터마냥 빡빡하게 군림하고 그걸 당연시해야할까?
그렇지...
우리 직장 생활이 다 그렇지.
아마도 드라마 <미생>은 이런 우리의 팍팍한 직장 생활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내면서

그 속에서 해어나올 수 없는 우리 직장인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을거다.
게다가 종종 던져주는 성과들로 인해 심폐소생술받는, 그리고 그런 소생술로 다시 긴 시간을 버텨야하는 우리 직장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는걸 인정한다.

다만...
이 드라마엔 창의적 휴식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토록 격렬한 업무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영업기획을 세우거나 창의적인 PT를 위해서 그 누구도 '창의적인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저 밤을 새고, 작은 방안에서 죽어라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모습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창의적 휴식이 거세된 창의적 발상의 업무라니 넌센스도 너무 지나친 넌센스 아닌가?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애환을 담아내려는 제작 의도가 분명히 있겠지만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그저 쌍팔년도나 지금이나 달라짐없는 정량적 업무에 매달린 답답한 조직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나열하는 것 외에는 전혀... 없다.
그렇듯 무지막지한 업무를 들이밀면서 어쩌다 떨어지는 외적 성과를 통해 보람을 얻고 흐뭇해해봤자,

내 가족과 내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삶을 즐기는 이야기따위는 멀고먼 저... 은하계 너머의 일처럼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마치 그런 상황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필연적인 현실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난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드라마 중에 선차장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녀의 유치원생 딸이 유치원에서 가족 그림을 그려왔는데, 엄마는 뒷모습을 그려 얼굴이 없고,

아빠는 소파에 널부러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선차장은 그 그림을 남편과 밤늦게 보면서 '우리가 편하자고 일하는데 우리가 피해를 보네'라고 말한다.
그런데, 단순히 그런 말 한마디로 우리의 직장 문화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궁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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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 시즌 4.
시작했다길래 한번 봤다.
하도 여러번 우리나라 대중 음악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한 터라... 이제 그런 얘기는 지쳤고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여섯살짜리 꼬마 아이가 나와서 말도 안되는 춤을 추는 걸 '귀엽다'며 자지러지는 심사위원들도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이진아씨의 '시간아 천천히'에 대한 박진영씨의 '듣도 보도 못한 곡'이라는 과장된 심사평에 허탈한 웃음이 난다.
물론 이진아씨의 '시간아 천천히'라는 곡 자체는 참 즐겁게 들었지만.
양현석씨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제작자의 입장이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획사가 갖고 있는 분명한 지향점이 있겠지만

그 지향점에서 벗어난 참가자들에게 '너흰 다르다'가 아니라 '틀렸다'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박진영씨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유희열씨가 그 다름을 조금은 인정하는 듯 하고.

이해를 못하겠지... 2시간 내내 나긋나긋하게 노래부르는 콘서트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진아씨의 '시간아 천천히'라는 곡은 결코 '듣도보도 못한 스타일'의 곡이 아님에도 자꾸 이런 스타일의 노래가 처음이라는 박진영씨는

정말... 음악을 가려서만 들은 모양인 듯.
하긴... 말은 나도 이렇게 하지만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유사한 느낌의 곡들을 바로 적지 못하니(뮤지션 이름등이 기억이 안난다) 나도 할 말은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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