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 예술의 두가지 꿈 : 세계의 거장들과 이탈리아 판화공방 2RC의 만남.
(Doppio Sogno Dell'arte : 2RC - tra artista e artefice)
* 전시장소 : 서울대미술관 MoA
* 전시기간 : 2009.09.16 ~ 10.29
* 입장료 : 3,000원 (서울대생은 할인)

 

 

aipharos님이 무척 보고 싶어했던 전시.
서울대미술관에 이날 오전에 들렀습니다.
서울대미술관은 민성군과 aipharos님에겐 매우 친숙한 곳이죠.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자주 왔던 곳이기도 하니까.
전 처음입니다.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는 편인데 어째 MoA는 처음이네요

 

 

 

 

 

램 쿨하스의 MoA.

 

 

 

 

 

 

MoA는 고즈넉한 관악산과 서울대 캠퍼스의 주변 정광과 잘 어우러진 여유로움이 있더군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있다고 해서 aipharos님이 꼭 가보자고 한 곳.

 

 

 

 

들어갑니다.

서울대미술관은 사진촬영을 불허합니다.
그래서 사진은 전혀 찍지 않았습니다.
그게 미술관의 원칙이라면 뭐 어쩔 수 없습니다만,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15,000원짜리 도록을 제외하면
국제갤러리등에서 제공하는 작은 리프렛 정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냥 도록을 구입했어요.
도록은 2RC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는 편이지만 번역이 아예 안되어 있는 부분이 많으니 참조하시길.
작품 사진 인쇄의 질은 좋지 않은 편이구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이 전시는 대단히 좋습니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됩니다.
항상 큰 작품만 봐왔던 루치오 폰타나의 작은 작품도 볼 수 있어서(도록의 표지이기도 합니다) 좋았네요.
여전히... 그 작은 캔버스에도 구멍을 내셨더군요.ㅎㅎ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남은 모든 것'은 수직적인 배치와 의미를 알기 힘든 각양의 수직적 패턴이 인상적이었고
'정액(Semen)'이란 작품은 발길을 떨어지지 않게 하더군요.

엔조 쿠키(Enzo Cucchi)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내 정신줄을 쏙 빼놨네요.
아마도 가장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있지 않나 싶었는데 하나하나의 독창적 표현양식을 갖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이라는 정체성이 잘 확립된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엔조 쿠키(Enzo Cucchi)의 '사람 (Uomini)' 실제 사이즈는 270X75 cm로 매우 큽니다.

엔조 쿠키의 '로마'라는 작품은 어둠에 묻혀져가는 윤곽만 남은 로마의 건축물이 입혀진 캔버스에 공룡의 화석이
드러나 있습니다. 박제화되고 희석화되는 역사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있죠.
그리고 아래 작품은... 그의 '로마의 늑대'라는 작품 3연작입니다.

 

 

 

 

 

 

(가운데 이미지는 전시된 작품과 방향과 색감이 다릅니다)

이외에도 샘 프란시스(Sam Francis),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로 이렇게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뻤던 낸시 그레이브(Nancy Graves)의 판화작품도 있었습니다.
낸시 그레이브를 있게 해줬던 작품 'Camel'(낙타)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싶어요.ㅎㅎ 아마도 현재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낸시 그레이브의 작품은 일종의 '야한 꿈'을 꾸는 느낌이에요.
뭐 어디하나 선정적인 표현이 없어서 이런 말하는게 좀 생뚱맞긴 하지만...
규칙없이 흐르는 듯한 터치, 그리고 분명 흐르는 물 밑의 물고기인데('시간은 종유석을 형상화한다'라는 작품)
이를 구현하는 규칙은 마치 오래된 화석을 보는 듯한 느낌인 작품도 있구요. 'Stuck, the Fliez Buzzed'같이
이분열적 감성에 빠지는 작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보면 이제 익숙한 줄리안 슈나벨의 작품들도 보입니다.
이걸 어떻게 판화와 표현한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가요...
어떻게 회화의 느낌을 이토록 정교하게 살려낸 것인지 작품을 뚫어지게 보고 있어도 이해가 안갈 정도입니다.
몇몇 작품들은 그 원판인 동판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대칭되는 그 이미지를 볼 수 있긴 한데요.
그래도... 이토록 놀라운 회화적 질감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탄할 수 밖에 없어요.

에두아르도 칠리다의 흑백의 불안정한 공존과 그로부터 오는 미묘한 평온함의 작품들도 자주 생각나겠습니다.
알베르토 부리는 마치 동양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여백의 미를 충분히 느끼게 해줍니다. 여백의 미라는 것은
어찌보면 색이 들어간 곳과 없는 곳의 미묘한 조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작가적 시선이라는 건 늘 놀라와서
캔버스의 한쪽에 강렬한 임팩트가 들어가면 그만큼 '무'의 지역의 임팩트도 강해지더군요.
심상의 균형을 맞추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균형통제 능력인가요?ㅎㅎㅎ

쟈코모 만주(Giacomo Manzu)의 'Ragazza Distesa(여인의 거짓말)'이란 작품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헨리 무어(Henry Moore)의 판화 작품도 줄줄이... 있습니다.
조각작품과 그닥 다를 것 없는 농담스러운 볼륨을 마구 선사해주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빅터 파스모어(Victor Pasmore)의 인상적인 아름다운 작품들을 보며 전시를 다 봤습니다.

 

 

 

 

빅터 파스모어(Victor Pasmore)의 '흔들리는 물 (Burning Water)'



*
이 작품들은 놀랍게도 대부분 아쿼틴트, 드라이포인트등으로 작업된 것들이랍니다.
도대체가 믿기질 않아요...
물론 아쿼틴트라는 작업 자체가 색의 농도를 송진가루를 통해 부식을 일으켜 그로 인해 농도를 조절하는 작업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쉬울 거라 전혀...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2RC를 이끌어온 발터 로시는 자신의 작업이 '예술'이 아니라고, 그것은 하나의 '기능'이라고 강력히 겸손해하시지만
사실 어느 분야든지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면 예술적 경계를 넘나드는 영역에 들어선 것 아닐까싶네요.
루치오 폰타나와의 에칭 작업을 시발점으로 시작된 2RC의 놀라운 행보를 보면서...
정말 눈이 호강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