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에서 하도 비빔밥이 자주 등장하니...

와이프가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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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2는 가라치코의 아름다운 풍광과 여유낙낙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 자체로만도 그림이 된다.

세월이 겹겹히 쌓인 듯한 좁은 골목과 건축물들,

슬렁슬렁 걸어다니면서 마주치는 이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여유,

오래된 성당의 종소리...

이 잔잔한 정경들은 우리에게 없는 무언가, 우리가 사느라 잊었던 '여유'라는 가치, 어쩌면 우리가 겪어보지도 못했을 정서적 노스탤지어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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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윤식당2라는 프로그램을 그닥 즐겁게 보진 않는다.

사람마다 방송을 시청하고 느끼는 감상은 다를 수 있는 법이니...

유난히 팍팍한 우리네 요식업 현실에 대해 그닥 아는 바는 없지만 조금은 고민하다보니 그저 예능일 뿐인 이 프로그램조차도 '그저 예능'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진 모양이다.

윤식당은 대체로 셰프들이 만들어준 레시피를 출연자들이 훈련하여 내놓는 기간제 음식점이다.

정해진 레시피-설령 출연진들이 레시피 조정을 한다고해도- 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 보면 프랜차이즈들과 크게 다르진 않다.

물론 윤식당은 분량 걱정은 해도 망할 걱정이 없다는 것, 가장 중요한 저녁 식사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

손님 안들면 '이만 문닫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도 한참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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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메뉴판에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지만 출연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외국인들은 윤여정 씨를 한국의 유명 셰프로 착각하기 일쑤다.

당연한 오해라고 볼 수 있지. 심지어 미슐랭 스타 셰프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괜찮은 레시피 돈주고 사서 잘 연습해서 내놓으면 저렇게 셰프 소리 들으며 장사도 좀 할 수 있지 않겠나?하는 말도 한다.

뭐 그래봐야 그런 사람들이 다수는 아닐테니...


예능 프로그램이다보니 음식의 맛을 내는 과정은 다소 생략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우리 음식을 내놓고 이를 맛있게 먹고 엄지척하는 외국인들의 리액션이 재미의 킬링포인트처럼 되어가는 느낌도 있다.

물론 요리 전문가이든 일반인이든 자신이 만든 요리를 다른 사람이 먹고 맛있다며 즐거워하면 누구라도 행복하겠지.

이미 많은 분들도 알고 계시듯 윤식당2는 출연자들이 교감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출연진 4인의 관계는 생각보다 더 사무적이고 서로간의 교감은 매우 표면적이다.

애당초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간의 교감이 중심이 되는 꽃청춘과는 재미의 킬링 포인트 자체가 다른거지.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시청자들이 비판을 가하는 일도,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도 거의 없는 듯 하다.

애당초 사람들이 윤식당에 기대하는 바는 출연진들의 정서적 교감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고작 잠깐 들른 손님들과의 교감을 담는다는 것도 무리다.

그러니 당연히... 프로그램의 킬링포인트는 내어준 음식을 먹고 엄지척하는 손님들의 반응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풍광좋은 유럽에 자리잡은 작은 한국음식점에서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 손님들이 먹고 감탄하며 먹으며 엄지척하는... 반응에 재미의 킬링 포인트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말.

물론... 얘기 꺼낼 때 말한 것처럼 가라치코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낙낙한 마을의 모습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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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음식점은 많은 이들의 로망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업종이 요구하는 격렬하고 과도한 노동에 대한 인식도 함께 되어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일주일에 이틀 쉬는 음식점이 많아졌다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일과 노동이 그만큼 편해졌느냐 싶으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주방에서 끊임없이 연기를 들이마쉬고 폐에 이상이 생긴 주방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들리지만 정작 그 환경 실태에 대한 통계가 있단 소리는 못들었다.

그만큼 주방 노동이라는건 이상의 영역에서 매몰차리만치 냉정할 정도로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져야 짐작 가능하다.


나도 좋아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은 우연찮게 핀란드에서 일본 음식을 내는 작은 음식점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우리가 그 영화를 좋아하고 기억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음식을 낯선 이들에게 선보인다는 사실에 대한 로망도 분명히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낯선 곳이 핀란드라는 사실도.

모든게 느리게 흐르는 시간같은 그 느낌.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충분히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여유낙낙한 순리적 흐름같은거.

만약...

<카모메 식당>에서 손님이 들어오면 큰 소리로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며 주문지를 읊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정신없이 촌각을 다투는 요리를 내놓았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그토록 가슴에 오래 담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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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윤식당2를 비판하듯 쓴 것 같지만 난 윤식당2를 어줍잖게 비판하자고 쓴 글이 아니다.

그저, 우리네 식당들도 윤식당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현실이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뿐이다.

물론 우리네 현실은 그런 여유낙낙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 일했다간 손님들 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세상 물정 모른다며 끌끌 혀를 차겠지.

그리고 실제로도 이윤을 남기기 힘들겠지.

오해마시길... 내가 말하는 여유낙낙함이란 주방에서의 느긋함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또다시 하나마나인 소리를... 길게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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